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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그라운드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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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작가03
작품등록일 :
2019.04.02 09:55
최근연재일 :
2019.06.30 14:41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8,263
추천수 :
209
글자수 :
161,699

작성
19.06.09 10:21
조회
72
추천
2
글자
7쪽

[45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9)

DUMMY

전주역 대합실에 앉아 있던 혜연의 손에는 서울행 표가 쥐어져 있었다. 혜연과 마찬가지로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이 대합실에 마련된 TV를 보며 시간을 죽였다. TV에서는 트윈벨스와 쓰리스타즈의 경기를 중계했다.

방금 전 강림이 성민의 홈런성 타구를 나이스 캐치하며 이닝을 마감하자 승객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이야, 거의 넘어가는 볼이었는데 저걸 잡아내다니.”

“김강림이 수비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오늘 트윈벨스가 이겨서 쓰리스타즈에게 제대로 물 먹여야 할 텐데.”

“저런 팀을 오늘 이후로는 다시 못 보다니 안타깝구먼.”


어느 노신사의 말에 TV 주변은 순간 숙연해졌다.

그러다 강림이 더그아웃에서 쓰러지는 모습을 방송 카메라가 보여주자 승객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많이 다친 거 아냐?”

“말이라고 해. 펜스에 정통으로 부딪쳤잖아.”


모두들 걱정 어린 눈으로 들것에 실려 구장을 빠져나가는 강림을 지켜보았다. 일부러 중계를 보지 않고 멀찌감치 떨어져 앉았던 혜연은 강림이 다쳤다는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TV 앞으로 다가갔다.

9회초 트윈벨스의 공격은 공교롭게도 강림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이마가 크게 찢어지는 부상으로 더 이상의 출장이 불가능했다. 대타를 기용해야 했다. 이번이 마지막 공격기회라 태곤은 병호와 신중히 상의를 한 끝에 대타를 골랐다.


“준비해라.”


태곤과 병호가 지목한 대타는 성혁이었다.


“팀을 무단으로 이탈한 죄는 안타로 만회해라.”


성혁은 태곤과 병호가 팀을 무단이탈한 벌로 자신을 출장시키지 않을 것으로 여겼다.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성혁은 동료들과 팀의 최후를 함께 하고 싶었다. 그래서 허겁지겁 대구로 달려온 것이었다. 그런데 태곤과 병호는 성혁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성혁은 혜연이 준 호두과자를 한 움큼 입 안에 집어넣었다. 예전에 혜연이 한 말이 떠올라서였다.


“전 눈물이 날 정도로 아주 슬플 때면 제가 만든 호두과자를 입 안에 넣어요.”

“왜요?”

“그럼 소리 내어 못 우니까.”


성혁은 왠지 타석에 들어서면 울 것만 같았다. 올 시즌에 수차례 들어섰던 타석이지만 마지막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니 감회가 남달랐다. 어쩌면 트윈벨스 유니폼을 입고 들어서는 마지막 타석만이 아닐 수 있었다. 자신의 인생을 통틀어 마지막에 들어서는 타석일지 몰랐다. 이러니 눈물 한 방울 안 흘린다는 것은 웬만한 냉혈한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짓이었다. 그건 아마 올 시즌을 끝으로 옷을 벗을지도 모를 강림도, 태환도, 권우도 진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문득 예전에 부산 원정경기 숙소에서 강림과 같은 방을 배정받았을 때 그가 잠자리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왜 그라운드를 못 떠나는 줄 알아? 연일 신문에 오르내리는 강타자라서? 아님 수십억의 연봉을 받아서? 아니. 흰색 점토로 만들어진 이 다이아몬드가 너무 눈부시고 아름다워서 그래. 그 빛이 바래지면 그때 떠나려고 했는데 벌써 헤어지려니까 허전하다.”

“강림이 형, 저도 그라운드가 무작정 좋았나 봐요. 근데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한다니 어떡하죠.”


서감독은 8회말에 쓰리스타즈가 역전을 하자 주저 없이 오늘 경기와 상관없이 이미 올 시즌 최다 세이브 타이틀을 거머쥔 임민우를 마운드로 올려 보냈다. 지금 같은 박빙의 승부에서 민우는 어김없이 등판하여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기에 중계진들도, 기자들도, 관중들도 그의 등장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를 상대해야 하는 트윈벨스도 마찬가지였다. 쓰리스타즈의 한국시리즈 직행이 눈앞에 다가온 듯 관중들은 이성민의 홈런 신기록 좌절도 잊고 한 목소리로 민우에게 삼진을 연호했다.

성혁은 터벅터벅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민우의 첫 구를 기다렸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


성혁은 계산하고 싶었지만 두려웠다. <록키>의 테마음악과 함께 관중들의 성원을 온 몸에 받으며 마운드에 올라선 임민우. 그의 손끝에 ‘트윈벨스’라는 이름으로 경기에 나서는 시간이 점점 끝나가고 있음을 성혁은 알았다.

임민우는 한국프로야구가 인정하는 최고의 마무리였다.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들을 그동안 얼마나 셀 수 없이 무참하게 죽였는지 모른다. 그럼으로써 명품 클로저라는 칭호와 함께 온갖 스포츠신문의 1면을 심심치 않게 장식하곤 했다. 성혁은 민우의 39번째 세이브의 희생양이 될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이 순간 그는 로버트 레드포드를 꿈꾸었다. 영화 <내추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깨트리는 화끈한 홈런을 때린 뒤 웅장한 영화음악과 함께 슬로우 모션으로 그라운드를 도는 로버트 레드포드. 하지만 성혁은 그 백인 배우처럼 잘 생기지도 않았고 상대는 올해 처음으로 1군으로 올라온 성혁한테 호락호락 얻어맞을 만큼 무능한 투수가 아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성혁은 극장 스크린이 아니라 자신의 죽음을 열렬히 바라는 만 이천 명의 관중들로 가득한 쓰리스타즈의 안방, 대구구장의 타석에 들어섰다.

계산하긴 싫었지만 성혁의 본능은 팀에게 남은 시간을 어느덧 계산해 주었다. 대략 2~3분. 그 뒤엔 관중들의 환호와 함께 쓰리스타즈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일제히 튀어나와 한국시리즈 직행을 축하하는 샴페인을 터뜨릴 것이다. 그와 동시에 트윈벨스 선수들은 쓸쓸히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짐을 꾸린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사람들 속에서, 그리고 역사 속에서 사라질 것이다.


“스트라이크”


느린 직구가 첫 구로 들어왔다.


“파울”


2구는 빠른 커브볼이었다. 성혁은 그걸 쳐내려다 3루 스탠드를 넘어가는 파울을 만들었다. 이제 투 스트라이크 노 볼의 상황, 관중들은 이제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민우는 아웃을 확신하는 회심의 미소와 함께 와인드업을 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빠른 직구가 들어 있었다. 수많은 상대팀 타자들을 감독과 동료들의 원망이라는 지옥 속으로 몰아넣은 민우의 주무기.

성혁은 빠른 직구가 들어올 것을 알았지만 자신이 없었다. 올 시즌 그와 몇 차례 상대한 결과처럼 삼진을 당하거나 잘 맞아도 투수 앞 땅볼에 그칠 것이다. 상대가 어떻게 날 죽일지 알고 있는데 순순히 그의 주문대로 죽어야 하는 자신이 너무 서글퍼 성혁은 눈물이 핑 돌았다. 미란이하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는데. 첫 홈런공은 꼭 그녀에게 주기로 약속했는데. 이젠 공허한 메아리로 남은 채 지금 날아오는 저 공 하나로 영영 그라운드를 떠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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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7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11) 19.06.14 72 4 6쪽
47 [46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10) 19.06.11 75 3 6쪽
» [45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9) 19.06.09 73 2 7쪽
45 [44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8) 19.06.07 72 2 6쪽
44 [43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7) 19.06.04 78 1 7쪽
43 [42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6) 19.06.02 89 3 7쪽
42 [41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5) 19.05.31 91 1 7쪽
41 [40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4) 19.05.28 91 2 7쪽
40 [39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3) 19.05.26 106 2 7쪽
39 [38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2) 19.05.24 108 3 7쪽
38 [37화] 트윈벨스의 99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 (1) 19.05.21 120 3 7쪽
37 [36화] 고별인사 (2) 19.05.19 119 5 7쪽
36 [35화] 고별인사 (1) 19.05.19 110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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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화] 로버트 레드포드 19.05.12 111 3 7쪽
33 [32화] 진오의 과거 19.05.10 108 3 8쪽
32 [31화] 떠나야만 하는 자들의 비애 (2) 19.05.07 104 4 7쪽
31 [30화] 떠나야만 하는 자들의 비애 (1) 19.05.07 97 4 8쪽
30 [29화] 성민의 프로포즈 19.05.05 126 5 7쪽
29 [28화] 관중 동원을 위한 이벤트들 (2) 19.05.05 96 5 7쪽
28 [27화] 관중 동원을 위한 이벤트들 (1) 19.05.03 115 5 7쪽
27 [26화] 관중들이 보고 싶어하는 경기를 만들어라! 19.05.03 109 5 7쪽
26 [25화] 떠나야 하는 이들의 회한 19.04.30 119 5 7쪽
25 [24화] 트윈벨스 인수를 위한 빅딜 (2) 19.04.30 116 7 7쪽
24 [23화] 트윈벨스 인수를 위한 빅딜 (1) 19.04.28 124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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