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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후
작품등록일 :
2013.10.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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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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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6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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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라파스 영지 - 04

DUMMY

여관을 나섰을 땐 고즈넉한 라파스의 밤거리에 하현달의 달빛이 여리여리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다소 흐리흐리한 탓에 그것만으론 버거워

마을 안 주황색 가로등이나 목책 위 창백한 경계등 덕분에

간신히 이 칠흑같은 들판의 어둠으로부터 문명의 이기를 지켜내고 있다.

목책 너머의 완전히 새까만 들판 탓인지 밤 감성 탓인진 모르겠으나

이런 모습들이 아울러 그냥 촌동네던 곳이 이다지도 감상에 젖게 만든다.

일단 확실한 것 하나 있다면 어제와는 뚜렷하게 다른 공기가 지나치게 싸늘촉촉한 게

비단 노천탕의 증기 탓만은 아닌 게 분명하다.


- 철컥.


녹라가 완전 무장한 판금갑옷 건틀렛을 벗고는 손바닥을 눕혀 올리며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이거 짙어지지 않으면 좋겠는데요.”


얼마 전 퀘스트로 받았다는 그 갑옷,

녀석이 처음 받아서 자랑할 때의 투박함은 온데간데없이 잘 손질된 채 반질반질한 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녀석이 꽤나 공들인 게 티가 난다.


“흠···.”


로브 차림의 이스칼,

녀석이 완전무장한 차림은 처음이었지만 딱히 무장이랄 것도 없이 그냥 베이지색 로브 한 벌 걸친 게 전부였다.


“안개 많이 끼면 위험한 거 아니예요? 지금이라도 계획을 미루는 편이···.”


홍라마저 여사제 예복까지 차려입어 평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나저나 이 녀석 아직도 신경쓰고 있었던 모양이다.


“안돼. 오늘이 아니면 못 깨.”


이스칼이 단호하게 거절한다.

그야 그렇겠지.

리스크만 큰 게 아니라 넷이 전 재산을 건 이상 설령 그런 악조건에도 어떻게든 깨지 못하면 안될 상황이니까.

하물며 그 이유는 이 모든 게 다 내 두 발에 달렸음을 상기한다.



“저기 저 산등성이가 쭉 이어진 쪽이 레므 산,

반대편에 하나만 솟아있는 게 오로케 산.

그 사이 계곡 보이지?

저기 안쪽 깊숙한 곳에 있는 동굴에 놈들의 소굴이 있어.

바람이는 그 앞에서 횃불들고 서있다가 늑대들 기척이 느껴지면 함정 끝에 있는 우리 쪽으로 돌아오면 돼.”


아까 이스칼이 했던 말이다.

물론 이러고 설명 끝일 리가 없다.


“어제 흙무더기 두 개 쌓아놓은 거 기억나지?

거기 가운데로 들어와서 바닥에 내가 깔아놓은 돌길만 따라오면 돼.”


“놈들의 약점은 턱 안쪽.

만일 어쩔 수 없이 대치하게 되거든 거기만 노리고 바로 빠지는 쪽으로 해.”


“놈들 엄청 빨라.

바람이 너 정도 수준이 아니면 거의 틀림없이 따라잡힌다고 봐야하지.

막상 너도 전력질주 하게 될 거야.

근데 무엇보다 놈들은 체력이 하나같이 무지막지한 수준이라서 절대로 장기전으로 질질 끌어선 안돼.

무조건 짧은 시간 안에 결판낸다고만 생각해줘.”


말고도 세세한 점 몇 더 있었는데 요약하자면 일단 유인하기만 하면 무작정 뛰면 된다는 얘기였다.

그런 얘기만 더 나누기만 했을 뿐인데도 시간이 꽤나 훌쩍 지나있어

그 뒤로는 장비 점검이나 무장 등에 신경쓰다가 어느덧 시간이 된 것이다.

나는 내 등허리에 있는 칼집에서 내 단도를 스르르 꺼내 쳐다본다.

은은한 보라색 광택이 감도는 난생 처음 보는 곡단도가 내 손에서 달빛마저 보라색으로 일렁인다.

문제는 이거였다.


‘···진짜 뭐지, 이거.’


아까 정비하는 도중에 처음 보는 물건이 있던 게 바로 이거였다.

분명히 도둑 길드에서 찌르기 트레이닝 처음 할 때 받은 보급형 단도를 찾아 꺼내려 펼친 인벤토리였다.

아이템을 꾸준히 정리하는 편이라 얼마 없는 목록에 내 단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 ???.


정체 모를 물음표만 있다.

눌러서 확인해봐도,


- 미감정 아이템.


이라고만 뜨는데 막상 착용은 또 가능하다.

그리고 끼고보니 그랬다.

무뎌빠진 보급형 단도와는 차원 단위로 다른 날카로움,

송곳에 가까울 정도로 얇은 블레이드를 이불에 슬쩍 갖다만 대도 감쪽같이 잘려나가는 예리함이란 이런 걸 처음 보는 입장에선 소스라치게 놀랄 만한 부분이었다.

도신 자체는 뭔가 알 수 없는 알파벳 비슷한 글자가 씌여져 있고,

가드 부분은 초승달처럼 굽어 올라가 있으며,

마지막으로 손잡이 부분은 무슨 정말이지 그립감이 훌륭한 게 내 손에 딱 맞춘 커스텀 제작이라 생각될 정도였다.

딱 쥐고 나면 눈에 띄는 칼머리, 폼멜 부분은 뾰족한 삼각뿔이 날카롭게 날이 서있다.

뭐, 날이 보라색으로 일렁거리는 거야 전에 쓰던 보급형 단도도 그랬으니 딱히 신기할 게 없었지만

짚이는 바도 없는 영문도 정체도 나란히 모를 물건이 인벤토리에 떡하니 있으니 어째 좀 으스스하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다른 무기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안성맞춤인 무기가 떡하니 있으니 안 쓰자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 그럼.”


녀석이 했던 말을 되뇌이는 것도 잠시, 이스칼이 문득 하는 말에 모두의 시선이 한데 모인다.

불안한 눈빛,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마음이 얽히고 설킨다.


“슬슬 갈까.”


처음 듣는 이스칼의 한껏 긴장된 목소리에 고조된 분위기가 가중된다.


- 철컥.


그러면 우리는 고개만 끄덕인 채 녀석을 따라 나선다.

우리는 일일이 대답하지는 않고서 고개만 끄덕이고는 마을 밖으로 나가는 길로 나서는 이스칼의 뒤를 묵묵히 따랐다.


- 철컥철컥.


들리는 것이라곤 녹라의 판금 부츠가 부딪히는 소리를 제한다면 오로지 밤 벌레 우는 것뿐이었다.

그런 채로 마을을 나서는 우릴 묵묵부답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하던 경비병들을 지나 어둠으로 가득 찬 낯선 들판으로 들어선다.


“저 경비병들 뭔가···.”


녹라가 품은 의혹 역시 답하는 이 없이 그 어둠이 빨려 들어가 버린 것만 같다.





“후.”


깊어 가는 밤, 홀로 그늘져 어둡기만 한 산그늘 사이만 바라보며 지내길 몇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덧 달은 제법 기울어 있었다.


- 타닥타닥.


쥐고 있는 횃불 타는 소리만이 감도는 고요한 가운데,

안개는 출발할 때보다 한결 짙어져 횃불 불빛에 뚜렷하게 비칠 정도나 되서 그렇잖아도 좁은 시계를 더욱 어둡게 만든다.

아예 보이지 않은 건 또 아니다.

뿌옇기는 하나 열 걸음 이내의 거리만큼은 뚜렷하게 구분된다.

이 주변에서 보이는 거라곤 내가 쥐고 있는 이 횃불 빛뿐이니 누가 여기 있다는 것쯤은 알고 싶지 않아도 잘 알게 되는 점이 문제겠지만.

그나저나 이 정도로 어그로를 끌고 있는데 대체 왜 이렇게 잠잠한 건지 모르겠다.

놈들이 나타나도 문제지만 이렇게 잠잠해서도 곤란하다.

덕분에 긴장을 유지한 채 자꾸 시간만 보내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차츰 급피로해지기 마련인데.


“흠.”


이스칼이 말했던 돌무더기 둘 나란히 있는 쪽을 살펴본다.

일렬로 놓은 돌멩이가 있다고는 하는데 이래서야 가까이 가기전까지는 알아보기도 힘들다.

고개를 돌려 그 렘 산? 오또케 산? 쪽 산등성이쪽을 지그시 바라본다.

따로 이름이 붙을 만큼 대단한 산은 아니었다.

어디에나 있을 듯한 뒷산만한 크기,

그럼에도 굳이 이름이 붙는다는 건 이 세계, 적어도 내가 아는 곳들은 산이 흔치 않아서겠지.

뿐만 아니라 이렇듯 광야뿐인 곳에 저렇듯 둘만 높게 서있어서야 감회가 색다르다.


산에 숲은 우거지지 않아서 듬성듬성 사이가 보인다.

어제 낮에 삽질할 때도 봤었지만 적당한 광원만 있다면 구석구석 다 들여볼 만하다.

그런 산이 지금은 짙은 안개가 깔린 채 잠자는 것마냥 쥐 죽은 듯이 고요하다.

도시 태생이니 이런 야생에 익숙한 건 아니나

소싯적에 근무서는 도중에는 이런 산에서 부엉이 같은 밤새들이 자주 울곤 했는데.


“······?”


그렇군.

틀림없이 이건 이상하다.

어제 노천탕에서의 일이 떠오른다.

바로 밤새가 우는 소리,

그게 지금은 일절 없다는 것이 문제다.


‘아무래도 이상한데.’


자정이 넘었다거나 안개가 깔렸다고 한들 밤에 활동하는 새가 이제 와서 낮생활을 할 리가 없다.

즉,


‘···있다.’


지금 눈에 보이진 않을 지언정 틀림없다.

저기 어딘가에서 지금도 나를 노려보고 있을 놈들의 존재를 떠올리니 침이 다 바짝 마르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본 적 있는 것 같다.

늑대라는 놈들은 대단히 노련한 사냥꾼이어서 사냥감이 지칠 때까지 기다릴 줄을 안다고.


- 꽈악.


지금 상황이 바로 그거다.

그래, 어쩐지 지나치게 조용하다 했다.

두 손을 꽉 움켜쥔다.

여차하면 횃불로 지져버리라라 각오를 세우는 와중에,


‘들짐승··· 냄새···.’


낯선 쾨쾨한 냄새와 함께 기척이 있다.


- 으르르르···.


나타났다.

정신이 바짝 든다.

소리의 진원지는 이스칼이 말했고 내가 지켜보던 그 언저리가 아닌,


- 터벅터벅.


내 뒤 쪽에서.

돌아서는 내내 소름이 쫙 퍼져 나간다.

이윽고 놈이 모습을 드러낸다.

흐릿한 그 모습이 횃불 불빛에 완전히 몸을 드러냈을 때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미··· 친···.’


처음에 실버울프라고 들었을 때 나는 그래도 늑대이니 동네에 큰 개 정도?

혹은 그보다 조금 더 크겠거니하고 생각었는데

그게 전적으로 완전히 틀려 먹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새하얀 은빛 갈기는 자그마치 내 키보다도 더 높은 곳까지 있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말이지.

심장이 멎어버릴 것만 같았다.

시선이 교차한다.

그 큰 덩치로 내려다보는 그 눈은 이를 테면 내 눈동자 하나로 머릿속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다 헤집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간신히 곧 번뜩,


- 으르르합!


그 찰나에 놈의 모습이 흐트러진다.

오싹한 등골이, 내 세포 하나하나가 굉장히 위험하다며 비명지르고 있다.

나도 모를 사이 거의 본능적으로 몇 발자국 뺐더니 그 자리로 정확하게 덮쳐든다.

놈이 착지하는 그 짧은 찰나, 바로 코앞.

나는 살기 위해서 발버둥쳤다.


“흐으압.”


짧고 강한 기합으로 쥐고 있던 횃불을 놈의 눈을 정확하게 찔렀다.


- 깨개갱.


비명지르며 주춤한다.

불로 지져댔는데 당연한 반응이다.

약간 자신감이 생긴다.


‘그렇군. 아무리 거창해도 결국은 개란 말이군.’


그 정도로 작았으면 발로 걷어차면 될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윽고 당연하다는 듯이 물러나는 놈의 양쪽으로 두 마리가 튀어나온다.

그렇겠지.

잘 모르는 나라도 이 늑대가 집단행동을 한다는 것쯤은 익히 들었으니까.

이윽고 내 뒤쪽,

본래 내가 지켜보고 있던 쪽으로,


‘···셋···넷···.’


점차 늘어난다.

어느새 포위되었다.

놈들이 나타나는 게 바라던 바이긴 한데 상황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기만 하면 안 그래도 간당간당한 목숨이 남아나질 않겠지.

놈들이 잠깐을 그렇게 날 에워싸며 지켜보기만 하는 사이 가능한 한 냉철하게 상황정리를 한다.

예상했던 대로와는 달리 뒤쪽에서 먼저 나타났다,

즉 그 중 일부가 이미 이스칼네를 덮치거나 그러기 직전인 상황.

만약 후자라면 미리 알게 된 내 입장에선 어떻게든 이상한 낌새라도 차리도록 신호를 줘야한다.

나는 횃불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렇군.’


이 많은 시선들이 전부 이 횃불의 불빛에 익어있다.

그 말인즉,


‘이렇게 던져 버리면.’


나는 어깨에 온 힘을 다 실어 횃불을 공중에다 던지며,


“조심해‼”


할 수 있는 최대한 큰 목소리로 외친다.

불빛이 날아오른다.

언젠가 봤던 꼬리를 길게 늘인 그 불꽃처럼.

그 신호에 맞춰 놈들이 일제히 달려든다.

나는 허리춤에 있던 곡단도를 가장 앞장서 달려드는 놈을 향해 뽑아들며,


- 촤악!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늦어지고 있다.

시간만 훌쩍 지났지 아무런 낌새가 없으니,


“···혹시 오늘이 아닌 건 아닐까요?”


파티원들이 약간의 조바심과 함께 술렁인다.

특히 홍라가 그런데 무리는 아니다.

가뜩이나 홍라 녀석은 마을을 나서는 때부터 불안해 했으니까 이런 대치 상황이 거북한 건 어쩔 수 없었겠지.

하물며 생애 첫 전투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야 저마다 다르겠으나 언제 목이 떨어질 지 모르는 생생한 전장에 그것도 여자의 몸으로 발을 들이는 일이 결코 쉽진 않겠지.

그나마 군대 갔다왔다는 남자들조차 저보다 첫 전투에선 저보다 못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

오히려 저 정도면 굉장히 의연한 편이라 할 수 있겠지.


“아냐. 너무 조용해.”


저 숲이 조용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 근방의 식생분포에 따르면 야행성 종이 상당히 있는 편이다.

어젯밤 얘네들 놔두고 마을 한바퀴 둘러볼 즈음 역시 한창 부지런히도 지저귄 놈들이다.

하루 사이에 모조리 박멸된 게 아니라면 분명 저 어둠 아래에서 뭔가 움직이고 있다는 반증이 된다.

그렇다고 한들 이건 좀 이상하다.

뭔가 상황이 석연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예전에 정령으로 유인해서 혼자 잡았을 때랑은 분위기가 사뭇 다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금 자욱하게 깔린 안개까지야 거의 비슷한들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조용한 적은 내 기억엔 없었는데.


“녹라야.”


“네.”


물끄러미 쳐다보는 녹라를 불렀다.

파티장으로서의 책임도 그렇거니와 지금 우리가 가진 저력의 대부분을 투자한 큰 판이다.

여기서 고꾸라졌다간 그 피해나 격차란···.

생각하기조차 싫다.

그러니.

아무래도 예전의 일과 동일선상에 놓고 안일하게 마음먹었다간 걷잡을 수 없게 꼬여버릴 지도 모르는 일이다.

좀더 신중하기로 한다.


“바람이와는 별개로 우리 셋이서 전투하게 되는 수도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마.”


그 말에 이 어린 두 커플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날 쳐다본다.

나도 안다.

이 얼마나 비정한 말임을.

그런들,

설령 녀석이 돌아오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이 퀘스트는 반드시 깨야만 한다.

그러고 나서야 나중에 보상이라던지 뒤를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치만 오···.”


“상황이 이상하게 굴러가고 있어. 자칫 전멸하게 될 지도 몰라.”


- 까드득.


녹라는 따로 대답은 않았으나 쥐고 있는 방패 손잡이를 꽉 움켜 쥐는 게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뭐 훤하다.

나도 그에 대해 부인할 생각 따위 없다.

바람이 녀석을 사지로 몬 것은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맞으니까.

그 때였다.


“···어?”


녹라의 말을 듣고 앞을 봤더니 불빛이 하늘로 천천히 치솟고 있는게 보였다.

익숙했던 밤눈 덕분에 이 거리에서조차 잘 보이는데,


“~~~~.”


뭔가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뭔가 말하는 것 같지 않았어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일까.

저 불빛, 일단 횃불일 거다.

근데 늑대가 저렇게 던져 올리진 않았을 테니까 십중팔구 바람이가 직접···


‘‼‼‼’


그러자마자 채팅창을 띄웠다.


- BreezeBurn : 조심해!


이 들판에 있는 게 우리 뿐이니 틀림없이 누구도 아닌 우리 쪽으로 하는 말,

그렇군.

뭔가 계획이 틀어져서 녀석 딴에는 사력을 다해 신호를 준 거다.

오브를 꺼낸다.


“녹라야 준비해.”


“네, 형.”


여기서 뭘 묻고 했었다면 정말 짜증났었을 텐데 재깍 따라주는 게 얼마나 듬직한 지 모른다. 어쨌든.


‘조심이라.’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라파스 동문 밖 100미터 거리,

예전 클베 때를 참고삼아 계곡길에서 튀어나올 것으로 상정,

거의 일직선상으로만 함정을 깔았다.

즉,


‘측면은 굉장히 허술한 상태.’


늑대에게 포위당하게 되는 건 처음부터 예상했던 범위인데 저런 반응을 보였을 리가 없다.

이 상황에서 계획이 꼬였다는 건 바로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늑대가 튀어나왔단 말,

이 두 사실을 종합할 때 모든 아귀가 척척 들어맞는다.

다른 가설이 성립하기 어려운 이상 이걸 현실로서 받아들이기로 한다.


“거기가 아니야.”


의아해서 돌아보는 녹라를 의식하며 가리킨다.


“여기 이 쪽.”


바로 우리 뒤 쪽을.


“그치만 오ㅃ···.”


- 으르르르.


아니나 다를까 한 마리 슬쩍 나타난다.


“어떻ㄱ···.”


“비켜봐.”


바람이 덕분에 눈치챌 수 있었지,

까딱하면 그대로 빈틈을 노출해 놈들은 또 그걸 보고 달려들었겠지.

그랬다면 전멸이었다.

정말이지 센스 하나만큼은 타고난 녀석인 것 같다.


“놈들도 기본적으로 늑대다 보니 당연히 무리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어. 하나가 아니야.”


“···알겠습니다.”


나중에 덕분에 살았다고 해둬야할 것 같다.

녀석이 살아서 돌아온다면야 얼마든지.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에어컨이 뻗어버려서 저도 같이 뻗어버림 -ㅅ-

으아아아 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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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4 19.07.09 116 2 15쪽
15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3 19.07.04 135 1 15쪽
14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2 19.06.25 142 1 15쪽
13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1 19.06.24 143 2 12쪽
12 #00. 모든 사건의 서막 - 10 19.06.18 153 1 19쪽
11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9 19.06.17 163 2 11쪽
10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8 19.06.16 197 2 13쪽
9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7 19.06.14 185 3 12쪽
8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6 19.06.05 213 2 17쪽
7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5 19.06.02 211 4 12쪽
6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4 19.05.30 257 3 19쪽
5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3 19.05.29 299 4 19쪽
4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2 19.05.27 400 5 25쪽
3 #00. 모든 사건의 서막 - 01 19.05.26 529 8 24쪽
2 #00. P-2 붕괴 19.04.24 642 6 18쪽
1 #00. P-1 상실, 그것은 늘 그렇듯 느닷없이 시작된다. 19.04.19 1,089 1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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