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처녀 재벌 입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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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초낙타
작품등록일 :
2019.04.02 16:00
최근연재일 :
2019.05.28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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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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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TV 출연제의

조선의 풍운아 허균과 최고의 의협셰프 한극 콤비가 펼치는 밥의 전쟁. 아스라히 묻혀버린 그들의 웅혼한 의지(意志)가 현대의 절대미각 소녀 한그루에 의해 되살아난다.




DUMMY

왕타오와 소동백은 의아한 눈빛을 교환하면서 제비집 스프를 홀짝 홀짝 음미했다.


“금사연이라는 제비가 해초와 진흙을 물어와 둥지를 짓긴 합니다. 목구멍의 침샘에서 끈적거리는 타액을 뱉어 접착제로 쓰는데 그것들이 화학적으로 섞여 우리들이 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되지요. 저 아이의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닙니다.”


왕타오가 한그루에게 다른 요리를 권했다.

미각 테스트 1단계 제비집 스프 퀴즈에서 약간 실망한 듯싶었다.


“그루야. 이제 마음 쓰지 말고 편하게 먹으렴.”


소동백이 그루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한그루는 활짝 웃으며 꽃 빵 하나를 집어 깨물었다.


“원탁 위에 무수히 많은 요리가 차려져 있는데 하필 맛이 심심한 꽃 빵을 집었니?”


소동백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작가님이 쓴 ‘빵의 지도’에도 이 꽃 빵이 나오잖아요? 제비집 스프와도 잘 어울리고 다른 어떤 요리와도 궁합이 맞지요. 저는 밥상에 앉아도 꼭 밥부터 한 술 먼저 먹거든요. 꽃 빵을 한 입 깨물고 나서 어떤 요리를 먹을지 손이 가는 대로 고르려고요.”


그러면서 한그루가 꽃 빵을 제비집 스프에 찍어 맛을 봤다.

소동백은 빙그레 웃었다.


꽃 빵은 중국 북부지역 사람들의 주식이다.

남부지역은 쌀이 재배되기에 밥을 먹지만 건조하고 추운 북부에서는 밀로 빵을 만들어 먹는다.

기후에 따라 농작물이 달라지고 주식이 달라지는 것이다.


밀반죽을 얇게 펴서 겹쳐 찌는 꽃 빵은 유럽의 크로와상과 만드는 방법이 비슷하다.

우리의 밥처럼 야채를 곁들여 먹기도 하고 고기와도 잘 어울리며 맵고 짠 자극적 음식을 중화시켜주기도 한다.


“그런데요. 이 스프는 아무리 맛을 음미해 봐도 해조류(海藻類)를 재료로 한 것 같아요. 맛은 고소하지만 동물인 조류(鳥類)의 향이 전혀 풍기지 않거든요.”


그 말을 듣고 난 소동백이 다시 한 번 스프를 맛봤다.

그리고 불현 듯 스치는 깨달음에 인터폰으로 호텔 프런트에 연락을 취했다.


“이 방에 객실 지배인과 요리사를 불러줘요.”


잠시 후 두 사람이 들어왔다.

소동백이 스프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 제비집 스프 재료는 어디서 구했나요?”


그러자 요리사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중화요리 식재료를 납품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왜 무슨 문제라도?”

“지금 이 스프에 금사연 제비집이 들어있나요?”


“네 들어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귀한 재료는 전부 중국 현지에서 구해옵니다.”

“실례지만 제비집 재료의 단가(單價)를 확인할 수 있을까요?”


소동백이 심문(審問)하듯 꼬치꼬치 캐물었다.

지배인이 곧장 식음료 부서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500그램을 46만원에 구매했다고 합니다.”

“아아, 그렇다면 오리지널 제비집이 아니군요. 광동성이나 베트남에서 채집한 제비집은 1킬로그램에 1천만 원을 상회하는데......가격이 거의 열 배 차이 나네요.”


소동백의 지적에 지배인과 요리사가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몰라 했다.


“재료의 진위 여부를 따지는 게 아닙니다. 이 호텔에서 만든 제비집 스프는 아주 맛이 좋으니까요. 다만 우리는 제비집 스프 재료를 정확하게 알고 싶습니다. 번거롭겠지만 구입처에 문의해서 확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들이 나간 사이 소동백은 왕타오에게 경위를 설명했다.

그러자 왕타오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제비집 스프를 떠먹었다.


지배인과 요리사는 잠시 후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허리를 직각으로 굽혀 사죄의 인사를 전했다.


“손님 말씀이 맞습니다. 우뭇가사리로 만든 제비집이라고 하네요. 죄송합니다. 다시 스프를 만들어 올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오류를 탓하려고 확인한 게 아닙니다. 두 분께서 귀찮은 부탁을 친절하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동백이 그들을 내보내고 왕타오에게 설명했다.


“회장님, 저 소녀의 미각이 옳았습니다. 호텔에서 쓰는 제비집 스프의 재료가 해초 우뭇가사리로 만든 거라고 합니다. 워낙 구하기 힘든 재료라서,”


그러자 왕타오가 깜짝 놀랐다.


“이럴 수가!”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잖습니까? 저 소녀는 절대미각이라고!”


“제비집 요리를 본 적도 없는 아이가 어떻게 재료의 성분을 알아낸단 말입니까?”

“그래서 세상은 불가사의하지요.”


“정말 놀랍습니다. 한그루 양을 중국에 초청하고 싶군요.”

“지금 방학이라 괜찮을 겁니다.”


왕타오가 한그루에게 정식으로 초청의사를 전했다.

한그루는 중국의 일정에 관해 물었다.


“우리 판다그룹을 구경시켜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광저우TV의 예능 프로그램에 한그루 양을 출연시키고 싶습니다.”

“어떤 프로그램에?”


“인간의 감각을 테스트하는 ‘오감(五感) 마스터’ 프로그램이 있어요. 지금 미각(味覺)의 달인을 선정하고 있는데 우리 판다 그룹 대표로 출연하는 거지요.”

“다른 분들과 미각을 겨루게 되나요?”


“그래요.”

“우리 음식이라면 몰라도 중국의 음식은 제가 전혀 문외한인데......”


왕타오와 한그루의 대화를 듣고 있던 소동백이 끼어들었다.


“그렇다고 승부에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네가 느끼는 대로 표현하면 된다. 황등 육회비빔밥과 제비집 스프의 재료를 짚어내는 감각이라면 아마 모든 중국 사람들이 깜짝 놀랄 거야. 광저우는 음식의 고장이니까 견문 넓히는 기회로 다녀오렴. 내가 동행하면서 통역과 보디가드를 해주마.”


한그루는 흔쾌히 승낙했다.

TV 출연이 부담스럽기 해도 존경하는 소동백 작가와 동행한다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해서 미안하다만 기왕 출연을 결심했으니 광저우에 가서 오감 마스터에 등극(登極)해버려라. 중국에서 절대미각 타이틀을 획득하면 아저씨와 더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다.”


“더 멋진 여행이 뭐죠?”

“지난 번에 ‘빵의 지도’를 출간했잖아? 이번에는 ‘중국의 국수 지도(The Map of China Noodle)’를 취재하는 거야.”


“우와, 그러면 중국의 모든 국수를 찾아다니는 여행인가요?”

“그렇지! 중국 대륙의 동서남북을 가로지르면서 국수를 맛보는 여행.”


한그루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빵의 지도’를 닳아질 정도로 읽으면서 음식 여행을 염원했던 터였다.

중국의 모든 국수를 맛보는 여행이라니 생각만 해도 신바람이 났다.


“판다 그룹에서 국수 여행을 후원해주기로 했어. 모든 경비를 제공하고 현지 섭외와 스케줄을 관리해줄 거야. 우리는 국수를 맛보고 품평만 하면 된다.”


소동백과 왕타오는 이미 그런 취재계획을 공유하고 있었다.

한그루가 중국 TV를 통해 ‘절대미각의 요정’으로 떠오른다면 취재여행의 리포터로 기용하는데 제 격이었다.


“여행 기간은 얼마나 되죠?”

“허허, 아직 확정되지 않았어. 일단 방학 때 광저우 원정을 가서 평정해버리자!”


소동백과 한그루는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소설로 소통하는 우리 모두에게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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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순수한 여인, 샨샨(香香) +33 19.05.09 414 32 10쪽
36 라쿤제과의 마케팅 전략 +52 19.05.09 434 34 9쪽
35 오감(五感) 마스터를 뽑아라! +43 19.05.08 417 35 9쪽
» 중국 TV 출연제의 +40 19.05.08 426 37 7쪽
33 중국요리 퀴즈 +40 19.05.07 421 37 7쪽
32 봄날은 온다! +40 19.05.06 458 37 8쪽
31 봄날은 간다! +43 19.05.05 507 34 9쪽
30 아! 초희 누나(허난설헌) +36 19.05.04 472 36 7쪽
29 아리따운 소옥의 반전(反轉) +41 19.05.02 502 36 9쪽
28 국밥과 월하정인(月下情人) +38 19.05.01 514 38 8쪽
27 책을 쓰는 여인, 소옥 +36 19.04.30 508 36 11쪽
26 송화객점 책장사 +44 19.04.29 527 40 8쪽
25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버지 +38 19.04.28 508 39 7쪽
24 소년 황등파의 리더 +44 19.04.26 548 41 7쪽
23 들길따라서 - 삼겹살 +43 19.04.25 555 42 8쪽
22 엉터리 붕어빵으로 대박을! +56 19.04.24 618 41 8쪽
21 당근 밭의 수제비 +47 19.04.23 600 40 8쪽
20 은(銀)의 전쟁 +48 19.04.22 629 40 8쪽
19 사랑은 부활한다 +36 19.04.21 659 40 14쪽
18 북관(北關함경도) 가는 길 +35 19.04.20 614 43 10쪽
17 밥은 마음이다 +48 19.04.20 621 47 8쪽
16 다국적 상인들의 식탁을 차려라! +46 19.04.19 788 4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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