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왕의 제자는 기억속으로 회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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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요
작품등록일 :
2019.04.0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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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4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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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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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후회는 눈물로 얼룩진다 (1)

DUMMY

[이것 좀 먹어 봐라. 이번에 새로 무친 거야.]


뺨이 축축하다.


조금씩 눈을 떠가자 닫힌 눈꺼풀 사이로 고여 있던 눈물이 마저 흘러내렸다.


이유 모를 눈물이다. 난 대체 왜 운거지.


물기를 슥슥 닦아내고 눈을 비벼 시야를 깨끗하게 했다. 희미하게 뿌리는 빛이 주변을 비췄다.


미비한 빛으로 둘러본 주변은 삭막하다. 제멋대로 솟아있는 돌기둥들, 굉장히 넓은 광장에 수십의 돌기둥들이 나열되어 있고 그 돌기둥의 꼭대기에는 하나같이 둥그런 무언가가 달려있다.


보고 싶어도 워낙 어두운 데다 돌기둥이 키보다 훨씬 높았기에 볼 수가 없다.


“대체 여긴···.”


끈에 묶여 그림자에 삼켜질 때 느껴졌던 불쾌감은 여전하다. 이 불쾌감이 사라지지 않는 걸로 봐서는 그 그림자 안으로 끌려 들어온 게 맞는 것 같은데.


툭, 이곳을 좀 더 살펴보기 위해 걸음을 옮기려고 하자 발에 뭔가가 채인다.


“스승님?”


내 아래에는 스승님이 마치 굳어버린 사람처럼 조용히 누워있다. 말을 걸어도 대답도 없이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생기가 비치지 않는다.


“스승님, 스승님!”


흔들며 불러보아도 내 힘에 휘둘려 이리저리 흔들리기만 할 뿐,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스승님.


[이번 주말은 김장하는 것 좀 도와주면 안 되겠니?]


“윽!”


스승님을 깨우는데 다시 머릿속에 목소리가 스쳐지나간다.


[너 장가가기 전에 내가 어딜 가겠니.]


한 번 들리기 시작하자 연이어 들리는 목소리.


[일찍 자야지 내일도 출근하지.]


“대체 누구야···?”


말이 들려올 때마다 울렁거림을 참을 수가 없다.


토해내고 싶은 어느 감정이 목구멍 밖으로 쏟아지려고 쉬지 않고 나를 자극하지만 시원하게 나오지를 않았다.


꺼내고 싶다, 말하고 싶다.


그런데, 할 수 없다.


쾅!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분출이 실패하자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온 것은 폭력이었다.


주변에 서있는 돌기둥 하나에 주먹을 내려친다.


쾅, 쾅. 내가 답답한 만큼 기둥을 내리치는 힘은 갈수록 쌔진다.


“당신은··· 누군데···.”


이렇게 나를 울컥하게 만드는 거야.


폭력으로 미처 해소되지 못한 감정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애초에 해소가 된 것이 아니었다.


[끼니는 꼭 챙겨 먹고 다녀라.]


목소리가 들리면 들릴수록 알 수 없는 감정은 고조되고, 울렁임은 엮이고 엮여서 마음에 울음을 지핀다.


울음은 멈추지 않고 돌기둥을 내려치는 주먹 역시 멈추지 않았다.


한참을 내리쳤다. 충격의 여파로 돌멩이가 투둑, 투두둑 부서져 내리더니, 내가 친 곳을 기점으로 조금씩 금이 간다.


돌기둥이 자욱한 먼지를 만들어 내며 아래로 부서져 내린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돌기둥 맨 꼭대기에 얹어져 있던 둥근 것의 정체를.


“···사람이잖아.”


사람.


사람이 그곳에 있었다.


돌기둥에 얼굴만 내놓은 채 갇혀있던 사람 역시 스승님처럼 초점 없는 눈으로 오직 정면만을 바라본다.


“당신은···.”


왜 우는 거지?


쓰러진 사람도 나와 같이 울고 있었다.


눈에 고이던 눈물은 점차 차올라 이내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필시 나와 같은 이유. 이 사람의 머릿속에도 나처럼 누군가의 목소리고 울리고, 그 목소리에 자극 당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당신의 머릿속에는 무슨 말이 들리고 있기에 그렇게 우는 거지? 알고 싶어, 알려줘. 제발 알려줘.


이 터질 것 같은 감정을 틀어막아 버리게.


터질 것 같은 가슴을 애써 누르고 다른 돌기둥도 부쉈다.


이번에 나온 사람 역시 말랐던 눈이 촉촉해지더니 이내 눈물을 보인다.


그 뒤로 몇 개나 더 부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온 사람들 모두 눈물을 흘렸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나만 몰랐다.


하지만 사람들은 말할 수 없었고 나는 말할 수 있었다.


그 차이가 나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대체, 왜 우는 거야!”

“알려줄까? 알려줘?”


답답함에 크게 외치자 들릴 리 없는 대답이 들려왔다.


“모넨···!”

“캬하, 캬하하!”


너절한 웃음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모넨의 신형이 불쑥 솟았다.


“안쪽에서 계속 뭔가 엇나간다는 느낌이 계속 났었는데, 나쁜 짓을 했구나? 칸 씨는. 고분고분하게 저기 검왕처럼 누워있으면 좋았을 텐데··· 당신은 뭐가 문제인 걸까나.”

“이 사람들은 다 뭐지?”

“몰라도 돼.”


모넨이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위험을 감지하고 재빨리 놈과 거리를 벌리려고 했지만 바닥에서 솟은 돌덩이가 솟아나와 나를 목만 남기고 가둬버렸다.


“이곳은 내 안! 내가 지배하는 공간! 그런 곳에서 나한테 도망가려고 했어!? 욕심도 많지! 절대 불가능해!”

“젠장.”


낮게 욕지기를 내뱉는다. 그냥 내 주먹질에도 부서졌던 돌기둥정도는 자연의 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금방이라도 쉽게 부술 수 있다.


힘을 모으기 위해 눈을 감고 집중했다.


주변에서 희미하게 느껴지는 기운.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장소가 장소인 만큼 평범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좀 더 집중하자 기운이 더 확실하게 느껴졌다. 밖에서 내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은 공간을 채우고 있던 기운이 아닌 다른 무언가라는 걸 눈치 챈 것은.


아까랑 비견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눈물이 내 눈에서 쏟아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후였다.


“자, 이제 뭔지 알겠어? 여기를 채우고 있는 게 무엇인지?”

“끅, 끄윽···.”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후회였다.


이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돌기둥에 갇힌 채 오직 후회만을 하고 있었다.


“나는 사람의 후회를 파먹고, 그 후회로 살아가는 간악한 짐승이야. 모든 사람들은 후회를 하며 살아가지. 나에게 묶여 들어온 순간 이미 칸 씨는 자신이 하는 후회에 잠식되어 산송장이 되어야 하는데, 어찌 된 게 칸 씨는 멀쩡한 모습으로 돌기둥만 부수고 있네?”


고개를 옆으로 꺾으며 과하게 의문을 표하는 모넨.


“사람은 후회 없이 살 수 없어. 그런 걸 보면 칸 씨는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는 건데, 난 그런 건 안 믿거든? 그러니까.”


모넨이 다시 한 번 나에게 손을 뻗는다.


“억지로라도 깨워줄게. 칸 씨의 후회.”

“윽, 윽! 크흡, 윽!”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넨의 손짓에 따라 공간에 있는 모든 후회들이 내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게 느껴지며 여기 있는 사람의 모든 후회가 영상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내가 처음 부쉈던 돌기둥에서 봤던 사람은 건실한 나무꾼이었다.


어느 날은 아들을 데리고 숲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사나운 짐승을 만났다.


다행히 짐승으로부터 아들은 구했지만 그때 다리에 깊은 상처를 입어 다시는 나무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그 가족은 부인의 삯바느질과 절뚝거리며 품앗이를 하는 것으로 먹고 살게 되었다. 예전보다 훨씬 더 배고픔이 많아졌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굶주리는 것을 보는 것은 괴로웠다.


나무꾼은 그때 다리를 다친 것을 후회했다.


한 여자는 꿈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사람 많은 도시에서 주목받으면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 했다.


마침 여자에게는 실력이 있었고, 주변으로부터 인정도 받았다.


큰 마음먹고 도시로 향했지만 그곳에는 자신보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낮에는 여관에서 종업원 일을 하고 밤에는 노래를 부르러 다녔지만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았다.


여자는 도시로 나온 것을 후회했다.


“어라? 너무 한 번에 많이 우겨넣었나?”


이제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많은 후회를 보았다.


후회를 눈물로 얼룩져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그걸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버틸 수 없는 감정의 격류가 내 의식을 다시 한 번 흩어 놓는다.


“아, 아아.”


그리고 그 의식에 끝에는.


-이제야 내 목소리가 제대로 닿겠네.


빛이 주절거린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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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왕의 제자는 기억속으로 회귀한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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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07. 딛고 나아간다 (3) 19.04.24 64 0 10쪽
19 07. 딛고 나아간다 (2) +1 19.04.23 57 0 11쪽
18 07. 딛고 나아간다 (1) +2 19.04.22 64 1 12쪽
17 06. 후회는 눈물로 얼룩진다 (4) 19.04.19 59 1 9쪽
16 06. 후회는 눈물로 얼룩진다 (3) 19.04.18 76 1 9쪽
15 06. 후회는 눈물로 얼룩진다 (2) 19.04.16 65 1 10쪽
» 06. 후회는 눈물로 얼룩진다 (1) 19.04.15 71 2 8쪽
13 05. 파먹는 자 (3) 19.04.13 71 3 8쪽
12 05. 파먹는 자 (2) 19.04.12 83 3 8쪽
11 05. 파먹는 자 (1) 19.04.11 76 2 9쪽
10 04. 괜한 간섭 (3) 19.04.11 81 3 8쪽
9 04. 괜한 간섭 (2) +1 19.04.09 81 4 9쪽
8 04. 괜한 간섭 (1) 19.04.08 110 4 12쪽
7 03. 숲 너머 (2) 19.04.07 112 6 9쪽
6 03. 숲 너머 (1) 19.04.06 127 5 12쪽
5 02. 처음을 배우다 (2) +2 19.04.05 166 6 16쪽
4 02. 처음을 배우다 (1) 19.04.04 160 5 13쪽
3 01. 처음으로 본 사람 (2) 19.04.04 181 8 8쪽
2 01. 처음으로 본 사람 (1) 19.04.03 270 10 13쪽
1 plo. 신탁 +2 19.04.02 379 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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