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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거짓말 어디까지 쳐봤니?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일반소설

연재 주기
유성훈
작품등록일 :
2019.04.03 00:32
최근연재일 :
2019.05.21 20:10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87,584
추천수 :
1,690
글자수 :
220,443

작성
19.04.03 00:43
조회
4,364
추천
85
글자
19쪽

002화

DUMMY

‘눈 떠보니 침대 위’

드라마에서 종종 사용되는 장치.

이런 건 현실엔 보통 없는 법이다.


그런데 이게 지금 실제 상황이라고?

그것도, 나한테?




그냥 모텔에서 일어난 게 큰일은 아니다.


그래 이렇게까지 놀랄 일은 아니지.

그런데 어...그러니까 지금 문제가 뭐냐면.......

지금 옆에 어제 택시를 따라 탔던 그 여자애가 있다.


정확히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자고 있다.


어제가 맞나?

우리가 가로수 길은 갔던가?

머리는 또 엄청 아프네.


다행이다.

그래도 옷은 입고 있다.


무슨 일이 있지는 않았겠지.


은주랬나.

갑자기 일어나보니 부끄럽다.

여자랑 이렇게 가까이에 누워있는 적은 처음이니까.


어제 그렇게 마시더니 드디어 사고 한번 쳤네.......

하긴 그동안 용케 사고 한번 안치고 산 게 신기한 거지.


깨기 전에 몰래 나가야한다.

요즘 세상은 성범죄 같은 거로 많이 시끄러우니까.


어차피 은주도 기억 못할 거고.

내가 뭐 이상한 짓 한 것도 아니고.


살금살금 나가려는데 이 여자애가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아아아아아! 오늘 김외과잖아! 늦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깼나.

아니 잠깐.

여기 모텔이지.

큰일 났다.

설마 쟤 혼자 이상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난 아무것도 안했다고.


괜히 불안해지는 마음 한 켠.


일어났냐는 인사도 채 건네기 전에, 은주가 엄청나게 빠르게 짐을 챙겨 문을 나선다.


“어...어디가!”


“아 뭐해 빨리 와. 우리 망했어 지금.”


불안했던 내 마음이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듯, 은주는 아무렇지 않아 보인다.


근데 택시는 왜 잡는데.


“아저씨 서울대 병원이요.”


뭐?


“아니 잠깐만···”


“야 너랑 나랑 김외 한 번만 더 늦으면 F야! 제시간에 딱 갈 수 있겠지?”


아니 김외가 뭔데.

F라고 한 거 보면 과목 이름이겠지.

외과?

근데 그걸 내가 왜 들으러 가.




뭐 이미 타버린 택시를 어떡한담.


택시에서 내리고.

미친 듯이 달리고.

강의실까지 전력질주,


“하아...하아......”


강의실에 얼떨결에 같이 들어왔다.


아니 미친.

다시 나가야겠다.

이건 아니지.

여기 내가 있으면 안 되지.


어 뭐야.

교수님 들어오잖아.

지...지금 나가도 되나?

어떡하지.




***

미쳐버리겠다.


아 못나갔어.


어느새 은주랑 같이 한교시를 통째로 듣고있다.


아니 이걸 돈 안내고 들어도 돼?

이렇게 남이 들어와도 모른다고?


서울대는 뭔가 질문도 활발할 줄 알았는데.

너무 조용했다.

그 조용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중간에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이백 명, 삼백 명씩 듣는 강의도 아니라서 중간에 나오긴 눈치 보이고.

뭐 핑계라고 할 수도 있지만, 결국엔 못나왔다.

그래. 솔직히는 쫄아서 못나왔다.


벌떡 일어났으면 모두가 날 쳐다봤겠지.


아니 근데 뭐 아는 게 있어야 알아듣기라도 하지.

책도 없고.

노트북도 없고.


한교시 내내 책상에 앉아 멍 때렸다.




와 이게 서울대 의대 시간표.

풀로 꽉차있으니까 징그럽다.


그래도 쉬는 시간은 주네.

정말 다행이다.


그래.

지금 째자.

도망갈 최적의 타이밍.

지금 아니면 답 없다.


도망가려니까 어제 술자리에서 본 애들이 말을 건다.


“어제 잘 들어갔어? 이야 오늘 너 위험했다.”

“유성훈 하이!”


아 도망가야 되는데.

나한테 제발 말 걸지 마.


그러고 보니 진짜로 날 아는 듯이 부르네?


어제랑 숨 막히게 똑같다.

모두가 나를 잘 아는 듯이 행동하고, 내 이름을 부르고.


아직도 꿈에서 덜 깬 건가.


아무래도 이게 꿈이라면 내 인생 최장 시간 역대급 블록버스터 꿈이 아닐까 싶다.


“어...어 그래 안녕. 하하.......”


다들 자꾸 아는 척...아니 친한 척 하는데, 이걸 무시할 수도 없고.

지금 도망가기도 난감하고.


하아.......



***

점심까지 이 지루한 수업을 듣게 될 줄이야.

씨발.

아까 그냥 무시하고 튀었어야 됐는데.


그래도 좋은 점은 있다.

은주가 지금 내 옆자리라는 거.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그냥 오늘 수업 쭉 같이 들을까.


그래 생각해보니 이거도 좋은 경험이다.


최고 명문대의 최고 명문 과.

이런 수업 언제 들어보겠어.


아무나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수업이 아니라 그냥 체험이라고 생각하자.

그래 오늘 하루만이다. 진짜 오늘 하루만.




점심시간이다.

밥은 누구랑 먹지.

어디서 먹어야 되는 거지.


아 그냥 은주랑 나가서 먹자고 하면 되겠네.


은주한테 말을 걸려는 찰나 어떤 새끼가 방해한다.


“성훈아 같이 음료수나 한 잔 때릴까?”


아.

권현오.

어제 날 테이블로 데려다 놓은 장본인.


어제부터 계속 친한 척이네.

그리고 무슨 점심 먹기도 전에 음료수를 먹어.


아 갑자기 기억나네.

어제 얘가 따로 한 잔 더 하쟀는데 버리고 갔지.

미안하긴 하네.

그래 음료 마셔준다.

도대체 뭔 얘기를 하나 들어나 보자.




“어제 택시 태워 보내줘서 고맙다. 아 요즘 술이 왜 이리 약해졌지. 오늘은 진짜 제대로 우리끼리 한잔하자”


“어? 어어...그래.”


내가 택시를 태워줬다고?

그냥 버리고 갔는데.

병신인가.


근데 왜 자꾸 두리번거리는 거.


“야 근데 어제 눈치 챘지?”


“뭘?”


“나 은주랑 사귄다.”


아 그래서 어제 그랬구나.

하.

은주 남자친구 있었네.

아깝다.


“겨울방학부터 해서 좀 됐고, 아직 아무도 몰라, 아마 지금 너만 알고 있을걸. 비밀로 해 줘라. 믿는다 성훈.”


“어...사실 나도 몰랐는데.”


“뭐야 어제 알고 그런 말한 거 아녔어? 씨부레, 쨌든 비밀 부탁해.”


새끼. 쿨한 척 어깨 툭툭 치긴.

걱정마라.

어차피 누구한테 말할 사람도 없어.


쟤넨 뭐야.


갑자기 저 멀리서 두 명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온다.


“야야 내과랑 법규 중간 성적 떴어! 확인해봐. 난 시발 조졌다!”


현오가 폰을 꺼내더니 성적을 확인하는 듯했다.


“오 그렇취! 나름 선방했다. 넌 잘 받았어?”


“......”


아무 말 안하고 있으려니 갑자기 내 폰을 낚아챈다.

말릴 새도 없이 빠르게.

그리고는 제멋대로 무언가 누른다.


“와...씨.......야...너 진짜 1등이네. 어제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였네. 이거 한턱 쏴야겠는데?”


핸드폰 좀 보자.

세상에.


진짜로 1등이다.


미친 시발 이게 뭔데.

아니 내가 시험을 친 적이 없는데.


안 되겠다.


“야 나 머리 아파서 바로 집 좀 갈게. 나중에 보자 안녕.”


헉- 헉-


애들을 냅두고 미친 듯이 달렸다.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아!

신희승도 갑자기 이랬잖아.

어제...어제...미용사한테 의대 다닌다고 했던 거.

그게 지금 현실로 이뤄진 건가.


아무래도 지금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꿈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꿈이 아니라면 이것들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거짓말 했던 게 현실이 된다고?


진짜 병신 같은 소리네.


아니...좀 확인 좀 해보자.

인터넷부터 켜서.......

서울대학교...서울대.......

전화번호.......


여깄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학생지원과입니다.”


“예 안녕하세요.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런데요.......”


이런 거 물어봐도 되나.


“네. 혹시 제가 이 학교를 다니고 있나요?”


아 병신 같다.


아니.

근데.

뭐?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아니 제가.......”


내가 여기 학생이라고?


그래 학생증.

학생이면 지갑에 학생증이 있어야지.

학생증이 대체 어디에.......


하긴.

나도 모르는 학생증이 있을 리가 없지.


“제가 학생증을 잃어버려서 그런데 재발급을 어떻게 받죠?”


“일단 학생지원과로 오세요.”


미친.

정말 학생증까지 발급되는 건 아니겠지.


그래 한번 해보자.

바로 학생지원과로 가자.




***

학생지원과에 도착하니 갑자기 무섭다.

문을 여니, 여느 대학교 지원과처럼 조용한 분위기.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면 바로 매장될 것 같은 이 분위기!


“어...저기 학생증 재발급 받으려고 왔는 데요.......”


“일단 주민등록증 보여주세요.”


이거 보여줬다가 구라인 거 걸리는 건 아니겠지.

밑져야 본전인데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리나.

아오.


“네...여기요.”


“의학과 xx학번 맞으시죠? 재발급 비용은 5천원이고, 이틀정도 소요 될 거예요.”


맞다고?


“아...아...네....... 그럼 혹시 학교 포털 아이디 비밀번호도 잊어 버렸는데 이것도 찾을 수 있을까요?”


“그건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하시면 되세요.”


“네 감사합니다.”


아.

아.

아 이게 뭐야!


쫓기듯 헐레벌떡 나왔더니 정신이 없다.


오늘 너무 많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긴 했지.

일층 의자에서 좀 쉬면서 생각 정리 좀 해야겠다.


한참동안 천장의 타일무늬를 바라보고 있자니 별 생각이 다 든다.

데카르트는 이런 타일을 보고도 좌표란 수학적 발견을 했다던데.

아니 지금 데카르트가 중요한 게 아니지.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아니 문제가 아니지.

지금 일어난 대박 사건은 내가 이 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거.


시스템에 진짜 등록이 됐다고?


왜 등록 됐을까.

사실 답은 알아.

신희승이 나랑 처지가 바뀌고.

뜬금없이 난 의대를 다니고 있고.

이건 구라를 치면 현실로 이뤄지는 능력이라도 생긴 건데.

와 씨 그럼 대박인데?


하늘이 내 꿈을 이뤄 준 거다.

이 능력이면 신희승도 나한테 돈을 갖다 바치게 할 수도 있잖아.

아니 신희승이 아니라 모든 사람한테 쓸 수 있는 거잖아.

아니 사람이 아니더라도 모든 사건까지도 바꾸는 거잖아.

이 정도면 거의 신 아닌가?


이런 행운이 찾아오다니.

감사합니다.

앞으로 착실하게 살겠습니다.




한참을 혼자 좋아하고 있을 무렵 누가 부른다.


“성훈아 여기서 뭐해”


은주네.


“아. 아무것도 아냐. 나 지금 집 들를라고. 이따 수업 때 보자.”


은주는 좋지만, 지금은 피해야겠다.


이제부터 착실하게 살기로 했는데, 친구의 여친을 뺏었다는 소문이 나서는 안 되잖아.


최대한 복잡하게 얽힐 일은 피하고.

주변 관계는 깔끔하게 정리하고.


이제 나름 의대생인데 더 예쁜 애들 만나면 되지.


아니 잠깐.

아무나 잡아다가 은주랑 현오랑 헤어진 상태라고 해버리면......?

이거 그럼 그냥 헤어진 상태가 되는 건가.


실험 좀 해봐야겠는데.

내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먼저 학생증부터.

좋아 난 학생증이 있다.

학생증이 있어.


“하앗! 지갑에 넣어둔 학생증.”


미간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로 힘을 줘봤으나 학생증이 생기질 않는다.

그럼 그렇지 이딴 게 먹힐 리가.


아!

생기라고 하면 안 되는구나.

이걸 누구에게 얘기를 해야 되네.


태욱이한테 전화 걸면 되겠다.


“여보세요. 어 태욱아.”


“야 이 개쉑기야.”


수화음 너머로 쌍욕이 날아온다.


“응?”


“어제 술집에서 보기로 해놓고 어디로 튄 건데.”


아 맞다.

너무 이상한 일들이 많아서 태욱이를 미처 잊고 있었다.


어제 원래 태욱이 만나기로 해서 나간 거지.

생각도 못했네.


“아 미안미안....... 어제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쓰러지셨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 황급히 가느랴 말도 못했네.”


역시 난 입만 열면 구라구나.

아니 잠깐 시바.

이건 아니지.

설마 아버지가 진짜로 쓰러지시나.

아니겠지?

진짜면 큰일이다.


“아...그런 일이 있었구나. 욕해서 미안하다. 뭐...아버지는 괜찮으시고?”


“어...지금은 괜찮아지셨어. 바람 맞혀서 미안하다. 야 다음에 술 한 잔 내가 살게.”


“아니 니 잘못도 아닌데, 괜찮아”


아버지가 괜찮다고 다시 말했으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괜찮아 지셨겠지?


실험하려 했던 거나 마저 끝내야지.

태욱이한테 말하면 진짜로 이뤄지나?

과연 단순히 말하는 것만으로 없던 물건을 실제로 존재하게 할 수 있을까.


“태욱아 나 서울대 의대 다니잖아. 알지.”


“엉”


이젠 태욱이도 날 의대로 알고 있네.


“근데 내가 저번에 학생증을 잃어버렸거든?”


“엉”


“엄마가 그게 집에 있대. 내 방 책상 위에 올려놨다네.”


“뭐라는 겨.”


“아니 그냥 그렇다고. 아 내가 급한 일 있어서 나중에 통화할게.”


“뭐? 뭐??”


어리둥절해하는 태욱이를 내버려 두고 곧바로 집에 계신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엄마!”


“응 아들.”


“내가 잃어버렸다는 학생증 확실히 찾은 거 맞지?”


“그게 무슨 소리야? 학생증을 잃어버린 적이 있어?”


“아...아니...아니야. 내가 꿈이랑 착각 했나봐. 엄마한테 학생증을 물어봤었다고 착각했네.”


“아들 요즘 공부 힘들지? 의사되는 공부가 얼마나 힘들겠어.”


“엄마 나 과제 좀 해야 돼서 이만 끊을 게.......”


“응, 아들 파이팅.”


엄마도 내가 의대를 다니는 줄로만 알고 있다.

확실히 내가 말한 대로 이루어지기는 한 거다.


그런데 왜 학생증은 그게 적용이.......


일단 다시 정리해보자.

내가 말한 대로 이루어진 첫 번째.

신희승과 나의 과거 관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것.

내가 두려워하던 신희승은 반대로 날 두려워하는 중.


두 번째.

미용사에게 말한 서울대 의대.

내가 실제로 재학 중.


세 번째.

은주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한 거.

은주 건은 좀 긴가민가하긴 한데.

아마 이것도 맞는 거 같다.


그렇다면 지금 내릴 수 있는 가설.

일반적으로 ‘인간관계’에 관해서는 내가 원하는 생각대로 대체로 이루어지는 편이다.

학생증 같은 ‘물질’에 관해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될까?


사례가 너무 적기 때문에 충분히 반박도 가능하다.


물질에 대해서만 적용 제외라는 가설이 틀릴 수도 있지.

인간관계와 물질을 가리지 않고 무작위 방식으로 이뤄지는 일일 수도 있단 거.


그냥 우연히.

신희승 사건은 확률적으로 성공한 거고,

학생증 생성은 운이 나빠 실패한 거다.


시도 횟수가 적기 때문에 모든 물질에 대해 통하지 않는다고 섣불리 결론 내리긴 어렵다.


아 그리고 생각해보니 그거도 있네.

엄마랑 통화할 때 아빠에 대해 아무 말이 없었는데.......

아빠가 다치셨다가 괜찮아지신 것도 적용 안 된 걸 보면 뭐.

‘사건’이나 ‘인간관계’도 항상 그 이뤄지는 건 아닌 거 같은데.


그럼 정말 무작위인가?

아니면 발동되는 특정 조건이 따로 있나?


실험을 좀 더 해보고는 싶은데.

태욱이한테 다시 전화 걸긴 미안하네.주변에 이걸 털어놓을 사람도 없고.


아 모르겠다.

일단 그냥 되는 대로 살자.


어차피 내 인생이 다 구라로 점철되어 있는데.

살다보면 알겠지 뭐.




그래도 오늘부턴 열심히 살 거다.

서울대 의대생이잖어.


솔직히 지금부터 이 능력이 사라져버렸다고 해도 괜찮지.

지금도 서울대 의대인데.

충분히 만족한다.

원래 갑자기 능력 생겼다고 욕심 부리면 망하는 거다.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도 없어졌고.

다들 부러워하는 대한민국 최고 대학의 학생이고.

내가 지금 뭐 아쉬울 게 있나.




***

그렇게 내 2부 인생이 시작되었다.


난 서울대 의대에서 어느덧 한 달이나 버텼다.


솔직히 따라가기 정말 벅차긴 해.

아직도 네오플라즘과 살코마가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는데.......

그리고 칼시피케이션과 폐포 패턴을 구분하라는 교수는 제정신인가.

방사선 흑백 사진 음영이 거기서 거기지 씨발.


초기 다짐과는 달리 수업을 점점 엉망으로 듣고 있다.


아 어쩌라고.

될 대로 되라지 뭐.

열심히 해봤는데 안 되는걸 어쩌란 거야.


그나마 이 악물고 버티게 해주는 건 주변의 시선들.

누구를 만나도 존경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실제로 여길 다니면서 내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다.


다른 과와 미팅을 할 때도.

술을 마실 때도.

누군가와 소개팅을 할 때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이 기분!

예정된 부와 명예를 거머쥔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곧 기말고사가 다가오지만 난 오늘도 술을 마시러 간다.

이제 목표는 간신히 유급 면하기.

졸업만 해봐라.

레지고 뭐고 그냥 의원이나 열어서 동네 피부과나 할 테다.

동네 피부과 하면 한 달에 천만 원 이상은 벌겠지?

편의점 알바 인생 많이도 성공했다.

장하다 유성훈.




***

처음 다졌던 의지와는 달리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게을러져만 간다.

본래 살던 대로 되는 거겠지.

역시 사람은 역시 쉽게 바뀌기 힘들구나.


한 달을 지내면서 보니까, 은주는 정말 나를 좋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자꾸 나한테 관심 보이는 거 보면 그렇다.

나르시시즘이 아니라 진짜로.

아무래도 은주랑 엮이지 않으려면 더 매몰차게 대해야겠지.

밀어낸다고 얘가 날 안 좋아하게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날은 은주가 술집 앞까지 찾아온 날도 있다.


“은주야. 이러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나랑 현오랑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이렇게 노는 곳까지 쫓아오면 어떡해.”


“성훈아. 나 현오랑 헤어졌어.”


“헤어졌다고?”


“그래. 너 때문에 헤어졌어.”


“아니 그래도 내가 너랑 지금 만날 수는 없어. 지금 만나면 우리 이미지가 뭐가 되겠어.”


“그 말은 지금 내가 싫지는 않다는 거지?”


“아니 너한테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난 지금 널 못 만나.”


“너도 나 좋아해서 그날 가로수길 갔던 거 아니였어?”


“그날은 정말 내 실수였어. 우리 이러면 안 돼. 우리가 지금 만나면 오히려 나보다 너가 더 손가락질 받을지도 몰라. 이런 걸 다 감수하면서도 만날 수 있겠어? 제발 이러지 말자.”


은주가 울기 시작한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당연히 달래고 싶다.

달래 주고 싶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지.

너랑 나랑 얽혀서는 서로 좋을 일이 없으니까.


“할 말 없으면 다시 들어갈게.”


다시 친구들이 있는 테이블로 오자, 여자애가 깔깔거리고 웃는다.


“이 오빠 여자 찾아왔던데.”


여자라니 주변 남자애들도 관심을 갖는다.


“오올 누군데? 여친? 예쁘냐?”


“아까 지나가다 봤는데 성훈 오빠 앞에서 그 여자 울던데? 근데 진짜 이뻐. 와 여신인줄”


“성훈아 나도 소개 좀”


“아 그냥 동기야 동기. 너희들한테 소개는 못해주겠다. 나만 계속 쫓아다니거든. 인기 많은 것도 정말 피곤하다니까. 하...술이나 마시자. 마셔마셔.”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다.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부재중 전화가 9통이나 와있었다.


현오네.......

은주 때문인가.

은주 때문이겠지.

아무래도 전화 해야겠다.


“어. 현오야.”


“성훈아.......”


“어 말해.”


“할 말이 있는데 여기로 좀 와라”


“음...어...그래”


목소리가 축 쳐져 있는 걸 보니 은주가 진짜로 이별 통보를 했나보다.


솔직히 말하면, 얘네 깨진 게 지금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나한테 전혀 중요하지도 않고 끼어들고 싶지도 않은 그런 건데.


가기 싫어도 어쩌겠나.

현오는 내일도 봐야하고 모레도 봐야 하고.......

동기니까.


설마 헤어진 이유를 나 때문이라고 하면서 해코지 하려는 건 아니겠지?

갑자기 칼로 막 찌르는 거 아냐?


에이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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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042화 +3 19.04.30 705 10 7쪽
41 041화 +3 19.04.29 803 13 8쪽
40 040화 +3 19.04.28 843 13 8쪽
39 039화 +2 19.04.27 845 14 8쪽
38 038화 +7 19.04.26 887 13 7쪽
37 037화 +3 19.04.25 901 13 8쪽
36 036화 +4 19.04.24 969 14 7쪽
35 035화 +5 19.04.23 1,071 18 8쪽
34 034화 +3 19.04.22 1,089 13 8쪽
33 033화 +3 19.04.21 1,133 14 7쪽
32 032화 +5 19.04.20 1,218 21 7쪽
31 031화 +2 19.04.19 1,203 15 7쪽
30 030화 +3 19.04.18 1,252 16 8쪽
29 029화 +5 19.04.17 1,293 17 7쪽
28 028화 +4 19.04.16 1,309 16 7쪽
27 027화 +7 19.04.15 1,348 22 7쪽
26 026화 +3 19.04.14 1,372 19 7쪽
25 025화 +3 19.04.14 1,453 19 7쪽
24 024화 +6 19.04.13 1,516 27 7쪽
23 023화 +3 19.04.13 1,519 25 7쪽
22 022화 +12 19.04.12 1,591 36 8쪽
21 021화 +9 19.04.12 1,633 35 8쪽
20 020화 +7 19.04.11 1,632 32 8쪽
19 019화 +2 19.04.11 1,656 30 7쪽
18 018화 +5 19.04.10 1,851 30 7쪽
17 017화 +4 19.04.10 1,798 38 7쪽
16 016화 +6 19.04.09 1,934 40 7쪽
15 015화 +15 19.04.09 1,985 42 8쪽
14 014화 +7 19.04.08 2,097 44 7쪽
13 013화 +5 19.04.08 2,203 43 8쪽
12 012화 +19 19.04.07 2,276 56 7쪽
11 011화 +8 19.04.07 2,289 48 8쪽
10 010화 +13 19.04.06 2,409 58 7쪽
9 009화 19.04.06 2,528 61 8쪽
8 008화 +6 19.04.05 2,513 66 7쪽
7 007화 +2 19.04.05 2,674 54 8쪽
6 006화 +3 19.04.04 2,724 69 8쪽
5 005화 +3 19.04.04 3,036 66 8쪽
4 004화 +5 19.04.03 3,325 72 14쪽
3 003화 +3 19.04.03 3,654 83 15쪽
» 002화 +3 19.04.03 4,365 85 19쪽
1 001화 +9 19.04.03 6,338 11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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