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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거짓말 어디까지 쳐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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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커버
작품등록일 :
2019.04.03 00:32
최근연재일 :
2019.12.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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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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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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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1)

DUMMY

“고무고무! 총 난타!”


퍼억-


정확히 뱃속에 꽂히는 주먹.


“희...희승아 제발 그만.......”


“아 유성훈 이 새끼 봐라? 그러니까 씨발! 나한테 구라를 치면 돼, 안 돼? 엉?”


나는 지금 존나게 처 맞는 중이다.


왜 처 맞고 있냐고?


씨발.

내가 그걸 알면 처 맞고 다니겠나.




학교는 정글이다.

학교에는 알게 모르게 친구들 사이에서 서열이 있다.

다들 자신보다 약한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그런 정글.


이 작은 사회마저도 계급이 나눠져 있단 거다.




학기 초부터 내 인생은 꼬였다.


초반에 신희승 그 새끼를 건들질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담배 냄새를 풀풀 풍기고 교복단추도 반쯤 풀어 헤친 뒤, 나 불량학생이요 하고 티내는 듯한 학생 여럿이 시끄럽게 하면서 우리 반에 들어왔던 그 날.

신희승은 그날도 가장 우두머리처럼, 맨 뒷자리에 불량한 자세로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누가 봐도 이 반의 최강 포식자.


“얘들아 나 이번에 조던 살까, 아니면 발렌시아가 살까?”


“이열 신희승, 어디서 돈 좀 생겼냐?”


“아 뭐 돈은 없는데. 친구들이 도와주겠지. 왜, 여기 지갑들 많잖아.”


그 날 나는 그녀석의 눈을 피했다.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 척.

최대한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나는 준모랑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가면 되는 거다.


그냥 우리는 초식동물 같이 몸을 사리고 있으면 된다.


초식동물들에겐 다양한 생존 전략이 있다.

고슴도치의 가시라든지, 스컹크의 방구라든지.


옆의 시선을 보니 준모도 같은 생각을 한듯했다.


그래.

우린 시선을 돌릴 대화가 필요했다.


“성훈아 너 학원은 어디 다녀?”


“나 흥선고도수학학원, 너는?”


“나는 이번에 하나 다닐라고. 너 모의고사는 잘 봤어?”


“아니, 근데 학원 다닐 꺼면 딴 데 가지 말고 그냥 우리학원으로 와.”


“왜?”


“우리학원에 강남 5대 얼짱 있거든.”


“5대 얼짱? 그게 누군데?”


“그 지소연이라고 대치여고 얼짱인데, 우리학원 다녀.”


“아 진짜? 친해?”


내 인생이 꼬인 지점이 여기부터였던 걸 수도 있겠다.

씨발 진짜.


그냥 이때는 뭔가 있는 척을 해보고 싶었다.

같은 먹이사슬 최하위층이라도 준모랑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지소연을 친하다고 말해버렸으니.


“나 지소연이랑 거의 베프야. 학원 끝나면 같이 떡볶이도 먹고 그런 사인데.”


“오오.......”


근데 조금 작게 말할 걸.

그래 좀 작게 말할 걸 씨발.


주변 애들이 다 들었는지, 갑자기 시선이 내게로 전부 집중되는 느낌.


갑자기 신희승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을 건다.


“야! 유성훈, 뭐라고?”


“어...어?”


“걔 내 여친인데, 너랑 떡볶이를 먹고 다닌다고?”


하.

씨발.


그때부터 내 학창시절의 지옥이 시작됐다.

이 사건 때문만은 아닐 지도 모른다.


난 원래 이렇게 구라를 치면서 살아왔으니까.

언젠간 터질 폭탄이었는지도 모르지.




“아아아아아! 아퍼! 그...그만.......”


“그만? 그만 할테니까 가서 빵 좀 사와. 불벅으로, 정확히 20초만 데워서. 식으면 뒤진다.”


“희승아 나 돈이 없는데.......”


“그래서?”


“아까 너가 가져갔잖아?”


“그래서?”


“아...아냐. 갔다 올게.”


헐레벌떡 아무 생각도 없이 막 뛰어 준모한테 갔다.


“준모야, 준모야! 나 돈 좀 빌려줘. 지금 천원만!”


“어...? 천 원? 나 없는데.......”


“아 그러지 말고 좀...천원 만 빌려줘 제발....... 나 급해...!”


퍽-


뒤에서 희승이 엉덩이를 발로 찬다.


“아야야야.......”


“야, 유성훈 뒤질래? 빨리 안 갔다 와?”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준모는 그제서야 천원을 꺼내 주었다.


“야 제발...안 갚아도 되니까 나한테 아는 체하지마.”


퍼억-


“아아아아...! 빨리 갔다 올게.”


“빨리 가. 셔틀새끼야. 쉬시 끝나겠네 씨바.”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엮이기 싫어서겠지.



그냥 그렇게 내 학창시절은 존나게 우울했다.

그래서 빨리 어른이 되길 바랐던 것 같다.


어른이 되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그런데 그렇게 성인이 되어도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세상이 생각보다 만만하진 않았던 거다.


그래도 학창시절에는 성인이 되면 나아질 거라는 작은 희망이라도 보였지.

지금은 그냥 씨발.

편의점에서 바코드나 찍고 있는 인생.

엠생 진짜.

스무 살이 지나고 스물한 살이 되어도 달라질 게 없는 인생!


저기 진열된 특제도시락 세트가 내 시급보다 비싸겠지.


성인이 되어서도 하루하루 컴퓨터나 하고.핸드폰 자판만 두드리고!

일이라곤 편의점 알바나 하고 있고!

난 아직까지도 그저 그런 보잘 것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하루의 최대 낙이라고 하면 역시 핸드폰으로 하는 인터넷 뿐.


그나마 이게 나를 살게 한다.



인터넷은 위대하다.


이 공간에서만큼은 내가 서울대생이다.

그러나 어떤 날은 의대생이며 어떤 날은 법대생이다.

가끔은 대기업 사원이 되기도 하며, 행시 합격자가 되기도 한다.


구라를 치다보면 내가 좀 나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처럼 위안이 되기도 하니까.


그리고 사실 위로적 측면보다 중요한 건 재미다.


꿈을 좇는 사람들을 기만하는 건 재밌다.

성공한 사람인척하는 일은 쉽다.

간절한 사람들은 그냥 너무 쉽게 믿으니까.

기사 몇 줄 긁어다가 내 생각 조금 섞어서 댓글 좀 달아주면 너무나도 쉽게 전문가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열광한다.



이래서 내가 인터넷을 못 끊는다.

내 시궁창 같은 인생과는 전혀 다르므로.


나는 내가 만든 가상의 인물로 일말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다.




사실 가끔은 혼동을 일으킬 때도 있다.

주워들은 얄팍한 지식들을 자랑하고 거짓 이력들을 나열하다 보면, 가끔은 내가 실제로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기도.


아니 생각해보니 정말로 그러네.

난 능력은 좋은데 시기를 잘못 탄 거지.

이 사회만 이걸 인정해주지 않는 거지.

틀린 말 있나.


내 언변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게시판에 썰 한 번 풀었다 하면 추천 수가 20개씩 박히는 나니까.


솔직히 친한 친구는 없다.

이러고 다녔는데 친구가 있을 리가.


그렇다고 주변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다.

주변사람이 매일 바뀌지만 만날 사람은 항상 있다.

지속적인 관계를 못 맺어서 그렇지.


난 새로운 사람들이 좋다.

금방 화려한 언변으로 구워삶을 수 있으니까.


언젠간 경멸어린 시선으로 한숨을 팍 쉴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어차피 오래 볼 사이만 아니면 상관없잖아.


한심하지만 이마저 나의 장점이다.

깊지 않게 넓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


띠리리리리리-


핸드폰이 울린다.


태욱이네?


“여보세요.”


“성훈 오늘 내 친구들이랑 술 마실래?”


“어? 어, 그러자.”


태욱이는 내가 세달 전 인터넷에서 알게 된 동갑내기다.

내 덕에 대학에 들어간 삼수생 김태욱.


뭐 공부는 잘했나보다.

상위권 위주 대학으로 물어본 거 보면.


12월 말에 모 대학 커트라인을 물어보길래, 인터넷에서 괜찮은 정보들을 추려서 잘난 체 좀 해줬다.


난 서울대를 재학 중이니까 대학을 잘 알 수밖에.

재작년엔 입시전문학원에서 학원조교까지 했으니까 더 잘 알 수밖에.


믿음으로 대학을 지른 태욱이도 나 덕분에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


암 이게 다 내 덕분이지.

내가 아니면 얘도 어디 대학 문턱이나 밟아봤겠나.


그렇게 합격을 하고, 태욱이는 고맙다고 내게 밥이라도 사게 해달라고 하도 졸라댔다.

뭐 그래서 우연찮게 고기를 얻어먹게 되었고, 나이도 마침 동갑이라 우린 친구가 되었다.




***

술자리에 가보니 태욱이 친구들이 몇 명 있었다.


“얘는 성훈이라고 서울대생이야. 인사해, 왼쪽부터 진호, 소영이, 그리고 진희.”


서울대라고 하니 좀 부러워하는 듯한 눈빛들이 벌써부터 보인다.


부럽냐?

부럽겠지.


“안녕 반가워!”


“우와 친하게 지내자. 서울대생 부럽다.”


“와 난 서울대생 처음 봐.”


특히 진호가 제일 많은 관심을 보인다.


“성훈아 너 개포동 산다며. 고등학교는 어디 나왔어?”


“대치고 나왔어 너는?”


“헐 대박...나 대치고 옆에 일원고 나왔는데 너 혹시 그럼 신희승이라고 알아?”


“신...희승...? 알지.”


알지.

모를 리가.

나를 3년 내내 지옥 같게 만든 녀석인데.

내가 잊을 리가.


“오 신기하다. 한잔 해, 친구야.”


술잔을 받으며 손이 떨린다.

치욕스러웠던 과거를 들킬까봐 겁이 났던 걸까.

아니면 단순히 화가 나서 그런 걸까.

이 자리를 빨리 뜨고 싶단 생각이 든다.

자존감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다.


또 어떤 핑계를 대고 여길 빠져나가나.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열이 뻗친다.


그 새끼가 뭔데.

왜 자꾸 내 인생에 훼방을 놓는 건데.

지금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내가 이런 자리에서까지 그 새끼를 떠올려야 하나.


갑작스레 드는 분노 때문일까.

열이 오르면서 급격하게 온 몸이 더워졌다.


원 샷.


투 샷.


열을 식히기 위해 소주를 연거푸 들이킨다.


“저번에 술 잘 못하는 것 같더니 괜찮아?”


“야 괜찮아. 내가 중학교 때부터 술을 마셔서 간이 안 좋아져서 그렇지 원래는 주량이 소주 다섯 병이야.”


“다...다섯 병?”


“아 그리고 진호야. 그거 알고 있냐. 신희승 그 새끼 내 술 셔틀이야,”


“진짜? 희승이가 어디 가서 맞고 다닐 거 같진 않은데.......”


“걔는 내가 기분 다운될 때마다 존나게 팼던 새끼야. 왜 그런 새끼랑 아직까지 친구하고 있냐?”


어안이 벙벙해진 진호를 냅두고 말을 이어갔다.


“나중에 희승이 한번 보게 해줘라. 아니 내가 패겠다는 게 아니고, 진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어서 그래. 그때는 어렸잖아 나도.”


술 때문인가.

술 때문이겠지.

평소처럼 말도 안 되는 거짓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오늘 새로 만난 친구들은 벌써 내 화려한 언변 속으로 빠져드는 중이다.


“난 고등학교에서 싸우기 싫었어. 어쩌다가 학기 초에 싸움에 휘말려서 일찐 비슷한 부류가 된 거지.”


“그럼 너 다른 애들도 막 패고 다녔겠네?”


“아니아니. 난 약한 애들은 절대 안 괴롭혔지. 뭘 당연한 거 가지고.”


학창시절 내내 공부 또한 소홀히 하지 않았던.

종종 선생들이 내 앞에서 쩔쩔 매기도 했었던.


그게 바로 나다.


술에 취해서인지 뒷감당 따위는 걱정되지 않았다.


거짓말이 들통이 나면 뭐 어쩔 거야.

그때 되면 다른 이들처럼 그냥 너희도 날 떠나면 되지.


누군가는 궁금해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살면서 스스로 자괴감이 들지는 않는지.


자괴감?

당연히 없다.


술자리가 끝난 후 집에 돌아가면서 드는 생각은 그저 그 술자리를 주도했다는 뿌듯함.

그리고 약간의 인싸가 된 이 기분.


이미 머릿속에서는 날 괴롭혔던 신희승을 존나게 패주었고, 그거면 만족한다.

더 이상 신희승이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

나를 보면 눈도 못 마주치고 쩔쩔매는 애가 되었다는 것.

그거면 충분하다.


이런 모든 감정들이 죄의식을 덮는다.


난 항상 이렇게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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