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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거짓말 어디까지 쳐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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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커버
작품등록일 :
2019.04.0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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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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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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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2)

DUMMY

***

다음날 편의점에 어김없이 칼같이 출근했다.


물론 이렇게 손님이 없을 때는 당연히 인터넷 게시판 글질.

글은 매일 써줘야 한다.

어느 정도 유명 닉네임을 쓰는 나에 걸맞도록.


『 ㅋㅋㅋㅋ 이 빡대가리 새끼들아 형이 여자 친구 사귀는 방법 딱 정리해준다. 』


한창 제목을 쓰고 있을 무렵 어느 손님이 들어온다.


“어서 오세요.”


씨발 신희승이다.


아니.

신희승이 여길 왜.......


파블로프의 개마냥 몸이 떨린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멍한 느낌.


어?

이상하다.

신희승이 평소와 다른 느낌.......


가만.

이거 떨고 있는데?


뭐지 이 새끼 왜 떨지.


신희승이 가까이 다가온다.

그 짧은 순간 동안 굉장히 많은 생각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서...성훈아 안녕...? 오...오랜만이네...? 도망치면 혹시 때릴까봐 인사했어......잘 지냈지?”


하아.......

아 진호 이 시발새끼.

어제 술자리에서 한 얘길 벌써 다 했구나.

입 싼 새끼.

상종 못할 새끼.


그래 진호는 그렇다 치고.

일단 생각부터 해보자.


아 씨발.

신희승이 왜 지금 여기 왔을까.


어제 진호한테 전해 듣고 난 후에 놀려주러 왔겠지.

간만에 수금도 할 겸.


하 씨발.

난 아직도 몇 년 전을 못 벗어난 건가.


나중에 뒤지게 맞더라도 일단 사과부터 해야겠다.

돈이라도 안 뺏기려면 어쩔 수 없지.


“아 어제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희승이 계산대 위로 돈을 올려놓는다.


“나 이 돈이 전부야. 진짜 미안해. 갈게.”


계산대 위로 남겨진 지폐 몇 장.


“아니...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희승은 쏜살같이 편의점을 뛰쳐나갔다.


5만 원 짜리다.

이게 대체 뭐람.


지도 그 동안 미안한 게 좀 있었나보지.


하.

이제 이 알바도 때려치우고 다른 동네로 가야겠다.

신희승이랑 자주 마주쳐서 좋을 일은 없는데.




***

알바를 끝내고 편의점에서 나오는 순간 유리에 비친 내 얼굴.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참 가관이다.

못생긴 건 둘째 치고 머리도 산발이고.......


아무래도 미용실에 좀 들르는 게 낫겠다.




딸랑-


미용실도 참 오랜만에 오는 것 같다.

예쁜 누나가 진한 향수냄새를 풍기며 다가오는데, 갑자기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손님 어떤 머리로 해드릴까요?”


이 나이 먹도록 여자와 손잡아 본 거라고는, 편의점에서 동전 거슬러주다가 우연히 맞닿아 본 게 전부인데.

그 짜릿한 감정.


하.......

나도 연애하고 싶다.


그래 씨발.

내가 이 얼굴로 연애를 할 수가 없지.


거울이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누군진 몰라도 진짜 참 못났다.

머리스타일이라도 바꾸면 좀 나으려나.


몇 달이나 안 잘라 더벅머리인 내 머리 때문일까.

아니면 하필 오늘따라 찐따같이 입은 내 패션 때문일까.

미용사의 표정이 날 무시하는 것만 같다.

'아 찐따 왔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자존감 무너지네.


“저...저기....... 박보검 스타일로 해주실 수 있나요?”


“네.”


이거봐.

무시하는 거 맞네.

찐따라고 말 섞기도 싫어하는 눈빛이다.


가위질이 오갈수록 나의 생각은 점차 확신이 들었다.


분명 박보검 스타일로 짤라 달라했는데,

자르고 있는 옆머리를 보니 박보검이 아니라 귀두컷이다.


이건 씨발 백퍼지.


“미용실 되게 오랜만에 오시나 봐요?”


날 무시하는 게 분명하다.

돈 아끼려고 머리 기를 때 까지 최대한 기다렸다가 왔다고 생각하겠지.


내가 뭐가 부족해서 이런 취급을 받아야 되지?


아니.

내가 찐따라서 이런 차림으로 있는 게 아니잖아.


평소에 엄청 바빠서 그런 거잖아.

그렇지?

내 나이 때 바쁠 게 뭐가 있냐고?


좋아.

지금부터 미끼를 던진다.


“아 제가 요즘 바빠가지고 머리를 못 잘랐네요. 오늘은 진짜 중요한 날이라서 꼭 잘라야 하는 날이거든요.”


“오늘 무슨 일 있으세요?”


“대학선배 결혼식인데 단정하게 안하고 오면 옥상에서 단체로 엎드려뻗쳐 한다고 해서요.”


빨리 내 대학이나 좀 물어봐 줘.


몇 초의 정적이 흐르더니 미용사가 드디어 미끼를 문다.


“아 그러시구나. 어떤 대학인데요? 아직도 그런 구타문화가 있어요?”


그렇지.

나이스.


“저희 쪽이 아무래도 선후배관계가 빡세고 서로 실수 하면 안 되는 그런 과라서요.”


“아 혹시 체대?”


“아 제가 의대를 다니거든요. 저희가 아무래도 생명을 다루다보니 긴장감도 가질 겸 아직 그런 문화가 있어요.”


이건 당연히 구라...아니 구라가 아니다.

나는 여기서 만큼은 의대생이다.


어차피 이 미용사가 의학지식이 있을 리도 만무하고.

나한테 뭘 더 물어볼 수도 없을 테고.

아는 사람 중에 의대생이 있을 확률도 적겠지.


그럼 나는 확실하게 의대생이다.


“와 학창시절에 공부 잘했나 봐요.”


“하하... 그냥 수능 때만 좀 잘 친 거죠. 바쁘다 보니까 머리자를 시간도 없었네요. 앞으로는 자주 올게요.”


“네네, 자주오세요. 기억하고 있을게요.”


갑자기 흘깃거리는 TV는 재미없어졌나보지?

별 말도 안 걸고 가위질만하더니 의대란 말을 듣자마자 태세 전환하는 것 좀 보소.


의대 생활, 미래계획, 심지어 여자친구 있냐고까지 물어보는데.

이러니 내가 구라를 안칠 수가 있나.

시선과 대우가 달라지는데.


하 시바.

이 미용사는 나중에 고백해서 혼내줘야겠다.




***

머리를 자른 후 밖을 나오니 상쾌한 기분이다.


두피마사지까지 받고난 뒤 시원한 바람을 맞는 상쾌함인가.

아니면 나를 의대생으로 알고 대단하다고 치켜세워 주었던 미용사 때문인가.

나도 모르겠다.


이런 기분으로 그냥 집에 가는 건 예의가 아니다.

오늘도 술 한 잔 해야지.


태욱이에게 문자나 해야겠다.


『 야. 강남에서 술 한 잔 콜? 』


태욱이는 역시 내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다.

강남역에서 보기로 했으니 미리 나가있어야지.


난 시간도 참 잘 지켜.




***

태욱이가 좀 늦네.


아니나 다를까 문자가 와있다.


『 나 한 7분 정도 늦을 거 같은데.

저번에 마시던 거기 미리 들어가서 시키고 있어.

금방 갈게. 』


새끼. 나처럼 일찍일찍 다녀야지.


오늘 약속 장소는 저번과 동일한 술집이다.

일인 주문이 썩 내키진 않지만 일행이 있다고 말하고 미리 시켜놓긴 해야겠다.


“2명이요. 일행 곧 올 거예요.”


그런데 주문을 하고 화장실에 가는 중에 갑자기 모르는 놈이 말을 건넸다.


“야 유성훈 너 안 오는 줄 알았는데 왔네.”


갑자기 그 놈이 날 잡아끌더니 먼 쪽의 테이블을 가리켰다.


“저 선배 비위 잠깐 맞춰주고 우리끼리 끝나고 술 한 잔 더 하고 클럽 가자.”


“누구세요?”


진짜 누군지 모르겠다.

처음 보는데.


“뭔 개소리야 빨리 와”


갑자기 너무 당당히 말하니 뭐라고 할지 모르겠네.


하도 당당하게 나오니 아는 사람인가 착각이 들 정도다.

얼떨결에 정신을 차려보니 테이블 앞이다.


아니 시발 이게 뭐야.

내가 여길 왜 왔지.


아.

이 새끼들 만취상태구나.


다른 사람이랑 착각한 게 말이나 되나.

안면인식 장애도 아니고.


어라?

근데 내 이름을 불렀었잖아.

내 이름은 또 어떻게 알았지?


민망하게 서있었더니 갑자기 중앙에 다리 꼬고 있는 웬 돼지새끼가 말을 건다.


“유성훈이 왔냐. 빨리빨리 안 다니냐. 늦게 왔으니까 세잔 마셔라”


“아니 누구.......”


갑자기 날 데려왔던 놈이 내 입을 틀어막는다.


“니 맘 알겠는데 일단 마셔. 빨리 마셔.”


알긴 뭘 알아, 이 미친 새끼들아.


입에 계속 술을 들이대니 어쩔 수 없이 마시기는 했다.


“이제 다 왔으니 건배사 한번 해야지. 권현오 니가 해.”


날 데려온 놈이 권현오구나.

그게 누군데.

씨발.


“이렇게 선배님들과 좋은 자리에서 술을 마시게 돼서 기쁩니다. 서울대 의대 파이팅!”


의대?

서울대 의대?


갑자기 옆에 앉은 다른 애들이 말을 건다.


“성훈아 이번에 성적 어떻게 나옴?”

“너 보고서는 다 썼어?”


뭐야 이 새끼들.

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건데.

단체로 취했나.

아니 취했다고 이름을 알진 못하잖아.


이게 진짜 뭔 상황이야.


아.......

근데 보고서 물어본 쟤는 좀 이쁘네.

저런 애도 나한테 친한 척을?

머리가 귀두컷이 아니라 박보검 컷이 맞나.

생각보다 미용사가 장인이었네.


그래.

어차피 뭔 상황인지도 모르겠고.......

쟤들도 날 누구랑 착각하는 거 같은데.

내일이면 볼 일 없는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그냥 하루 즐기다 가야겠다.

내가 언제 의대생들이랑 놀아보겠어.


“나 안 빼먹고 써서 냈지. 그리고 나 이번에 시험 좀 잘 본 거 같아. 이번에 중간 진짜 쉽지 않았냐? 석차 1등은 내가 미리 예약합니다잉!”


언제나 그랬듯 나한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난 평소처럼 내 입담으로 이 술자리를 재밌게 만들었다.


술잔을 한 잔 두 잔 받다 보니 흥이란 것이 점점 올라온다.


다른 사람이랑 착각한 거면 뭐 어떤가.

이렇게 즐거운데.

아까부터 옆에서 생긋생긋 웃어주는 은주란 애가 제일 마음에 든다.


아 근데 갑자기 오줌 마렵네.


“나 잠시 화장실 좀!”


“야 빨리 와라 유성훈.”


잠시 화장실 좀 다녀와서 이 분위기를 계속 이어 가야겠다.


“후딱 갔다 올게.”


화장실을 가던 중 현오를 마주쳤다.

처음에 이 테이블로 날 인도한 친구.


“선배 좆같다더니 오늘 좀 재밌게 잘 노네. 보기 좋다.”


“그렇지 뭐. 근데 은주가 나 좋아하는 거 같지 않냐?


“그래? 아닌 거 같은데”


에휴 공부만 하는 샌님이 뭘 알겠냐.

은주가 날 좋아하는 게 딱 보이는데.

아까부터 나한테만 존나 친근하게 대하잖아.

현오란 애도 참 불쌍하네.


“아니 백퍼야. 내 연애경험으로 봤을 때 이건 백퍼야.”


“지랄 말고, 이 자리 끝나면 동기들끼리 한 잔이나 더 하자.”




얼마나 마셨을까.

화장실에서 나온 뒤로 시간의 개념이 사라졌다.


안주는 더 이상 못 먹을 만큼 배부르고, 기분은 최고다.

적당히 취기가 올라 들떠있는 이 기분.

살짝 어지럽기도 하지만 지금이 딱 좋은 것 같다.


현오는 벌써 쓰러졌네.

약골새끼.


동기끼리 한 잔 더는 개뿔.

슬슬 집이나 가야지.


돈을 내고 나올 필욘 없을 거다.

어차피 내일이면 누군지도 모를 사이일 테니.


어흐 추워라.

술집을 나서니 생각보다 밤바람이 차다.

버스는 끊겼을 테니 택시 잡아야겠지.


저 멀리 택시가 보인다.


“여기요 여기.”


아 깜짝이야.

문을 열고 택시를 타려는 찰나에 뒤에서 누군가 갑자기 붙잡는다.


어...어........

아까 그 여자애네. 은주.


아니아니 잠깐.

왜 따라 타는 건데.


은주가 따라 타더니 목적지를 제멋대로 말한다.


“아저씨 가로수길 가주세요.”


아니 가로수길을 왜 가 지금.


“나 집 방향 거기 아닌데?”


“2차 가야지!”


갑자기 눈을 생긋 웃는 은주를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2차 좋지.

그래 좋아.

나도 좋아.

근데 왜 나랑.

아니 단둘이 왜?

그리고 지금?


아 모르겠다 나도.

아까보다 더 어지럽다.

역시 그만 먹고 나오길 잘한 거 같다.


옆을 쳐다보려다 부끄러워 그만두었다.

난 어렸을 때부터 얘처럼 하얀 피부의 여자가 좋았다.


흠...서울대 의대생.

공부도 잘해 얼굴도 이뻐...집도 잘사는 것 같은데.......

넌 정말 모든 걸 다 가졌구나.


근데 이거 너무 가까운 거 아닌가.

왜 자꾸 옆으로 달라붙는 느낌이지.


...


이거 지금 진짠가.



은주가 나한테 머리를 기댔다.



진짠가.


아니 꿈인가.


꿈이겠지.

아마도.


이렇게 졸린데.......


...




***

“으아아아아아아!”


단말마의 비명.


어떻게 비명을 안지를 수 있나.

일어나보니 모텔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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