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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거짓말 어디까지 쳐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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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DUMMY

***

한참을 고민하고 있을 때 방송이 들려온다.


“이병 유성훈, 면회 왔으니 행정반으로”-


“야 성훈아 너 면회래 행정반 가봐라.”


아니 갑자기 웬 면회란 말인가.


“면회 올 사람이 없습니다.”


“아 일단 가봐.”


행정반에 도착하니 당직사관이 부른다.


“환복 하고 와라. 면회 왔다.”


“누굽니까?”


“여자인데, 너도 가보면 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괜히 불길한 느낌이 스친다.


누구지? 여자?

엄마는 아닌 거 같은데.

나이대가 많아보였으면 당직사관이 어머니 오신 거 같다고 했겠지.


재은인가?

아니 걔가 여기까지 올 리가 없지.


그럼 은주?

아. 은주네.

어차피 휴학도 했겠다.

이젠 은주가 면회 오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래 현오가 이제 와서 뭔 상관이야.


면회장을 들어가니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여기 원래 이렇게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거야? 이게 뭔 난장판이야


어우.


“잠시만요. 좀만 지나갈게요.”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아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


간신히 인파를 헤쳐 나오는 순간 숨이 멎어버렸다.


혀...현지...?


“성훈아, 아 여러분들 죄송해요 제 친구가 와서요. 사인은 다음에 해드릴게요.”


이 많은 인파가.

현지 사인회였어?


친구라고?


또야?

또 이뤄진 거야?


와.

드디어.


드디어!


그동안 묵혀왔던 감정이 쑥 내려가는 느낌.

마음고생을 얼마나 했었나.


그동안 능력 사라진 줄로만 알고 있었다.


다시 이렇게 실현될 줄이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 현지야 어떻게 지냈어. 부대까지 따라오고.”


어리둥절할 시간이 없다.

면회는 짧으니까.


내가 지금 능력도 다 알겠다, 예전처럼 얼 탈 짬이 아니지.


“요즘 공연 스케줄이 좀 비어서 너 깜짝 면회 왔지. 아 참 매니저님 저기 사람들 너무 많아서. 사인회는 여기까지 할 테니 조금 프라이빗하게? 사람들 좀 멀리 있게 해주실 수 있을까요?”


면회장에 둘러 싼 주위 사람들을 전부 물러가게 하고, 현지와 조용히 담소를 나누니 그동안 쌓였던 것들을 전부 보상받는 느낌이다.


정말 오래 알던 친구마냥, 어린 시절에 대해 얘기하니 다 받아준다.

마치 진짜로 학창시절을 공유했던 것처럼.


“아니 그때 담임이 그랬었잖아. 너랑 나랑 교실 뒤에서 몰래 앞자리 애한테 장난치다 걸려가지고 복도로 둘 다 나가라고.”


“아 맞아 맞아! 그 땐 진짜 재밌었는데.”


“엉 나가는 게 오히려 더 꿀잼이었지. 어차피 교실 밖은 보지도 않으니까 괜히 나가서 몰래 매점으로 빠지고.”


헐레벌떡 소문을 듣고 몰려드는 선임들을 보니 웃음이 난다.


아이고 우리 박중사님 통제 잘하시네.

그래 니들은 통제나 당해라.

멀리서 구경해.


멀리서 발만 동동 구르는 선임들을 그대로 둔 채, 면회시간은 찰나의 시간처럼 나를 스쳐버렸다.


너무 짧아서 뭐라 표현 할 지도 모르겠네.

마치 사진을 찍기 위해 반사된 빛이 카메라의 광학렌즈로 들어가는 크샤나(kşaṇa)의 순간처럼.


나중엔 결국 박중사도 와서 싸인 종이 한 장 뒤에서 들이 밀었다.


통제왕 박중사.

오늘의 엠브이피.


그래 큰 도움을 줬으니 사인 받아 가셔야지.




***

면회를 마치고 내무반으로 복귀하니 여기도 난장판이다.


“우와오아오아오아아아”

“유성훈! 유성훈! 유!성!훈!”

“우오오오오오와우훠어!”

“호우!”


“유성훈! 유성훈! 유성훈!”

“유성훈! 유!성!훈! 유성훈!”


“호우!”

“훠어어후!”




이건 뭐 고릴라들인가.

거의 유사인류네.


“성훈아 일루 와. 내 옆으로 와라.”


“아 성훈아 왜 현지 온다고 진작 말 안 했어. 짜식”


“야, 다 닥쳐라 내가 현지랑 먼저 통화했다.”


“이동건 상병님 부럽지 말입니다.”


시끄럽다 시끄러워.


선임들의 반응에 정신이 혼미해질 무렵 당직사관이 들이닥친다.


“자자, 조용조용! 야 너네 왜 이렇게 시끄러워. 자 전달사항이다.”


당직사관 한 마디에 그나마 모두들 잠잠해졌다.


“내일부터는 너네도 이미 알고 있다시피 군단지휘검열이다. 군단장님이 직접 오시지는 않겠지만 혹여나 오실 수도 있으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있도록. 오시는 것처럼 알고있으라 그 말이야.”


군단장이 여길 오겠냐고. 어휴.

오는 것처럼 준비하라는 건 또 뭐야.




***

밤이 되어 모포를 덮고 누우니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믿기질 않는다.

아니 믿기긴 한다.

원래 이랬지 나.

그래 이게 내 능력이지.


근데 다시 생각해봐도 미쳤다.

내가 현지랑 친구라니.

그냥 여자 친구라고 할 걸 그랬네.

어휴 병신.

진짜 여자 친구라고 그럴 걸.

전역하면 고백해 볼까.

미쳤다 진짜.




간만에.


정말 간만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

다음날 정말 상쾌하게 일어났다.

훈련 중에도 이렇게 신나기는 오랜만이다.


아니 근데 중대장은 왜 저래.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야 너네 빨리 정신 차려. 저거 군단장 차다. 제발 여기서 멈추지 마. 제발 지나가 지나가라.”


군단장? 진짜 여길 왔다고?




차가 딱 멈춘다.

중대장이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크게 소리 지르며 손으로 자기 목을 긋는 시늉을 한다.


“야 빨리 각 잡아! 너네 잘못하면 나까지 이거야.”


세상에.


진짜 군단장이 내렸다.


다가온다.



한 걸음.



두 걸음.



아니 진짜 와?

진짜?


“그래 훈련들 실전처럼 잘 하고 있고?”


중대장도 완전 쫄아있다.


“충! 성! 예, 그렇습니다!”


“충성. 어 그래. 작전상황 브리핑 해보고”


“이 초소는 2소대가 지키고 있으며 적 예상 침투 방향이 북서쪽인바 특히 그 쪽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전방 200m앞에 크레모아를······”


갑자기 군단장이 날 쳐다본다.


“성훈이?”


“이병! 유!성!훈!”


“이야 오랜만이다 성훈아. 저기 산천아파트 살던 성훈이 맞지? 아저씨 기억나냐?”


“예...예?”


“성훈아. 아저씨야. 102호 살던 아저씨. 이야 근데 너 언제 이렇게 입대했어. 입대하기 전에 미리 얘기를 하지 그랬냐....... 그래, 어머니는 잘 계시고?


이게 또 된다고?


흘리듯 말했던 한 문장이?


진짜?


?


갑자기 조금 혼란스러워졌다.




***

갑자기 물밀 듯 몰려오는 행운들.

이 곳 군대에서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이것을 전부 지켜봤다.


이게 무슨 뜻이냐고?


군부대 내 초 인싸.


인싸 중에서도 핵 인싸.


그게 내가 된 거다.



그 뒤로 내 군생활은 거침없었다.

일단 선임은 말 할 것도 없었고, 중대장이 직접 오더니 보직을 옮겨준다는 게 아닌가.



아무도 폭주 하는 나를 막지 못해!



나보고 뭐?

화단이나 가꾸라고?


감사합니다.

화단이나 가꾸겠습니다.


너무나 평탄한 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선임들은 더 이상 날 갈구지 않았다.

아니 갈굴 수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론 갈굴 대상이 바뀌었다고 해야 되나.

몇 달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후임들도 들어오고, 자연스레 갈굼의 시선도 옮겨갔다.


관심의 대부분은 신병으로 가니까.


그래 이런 게 군대겠지.

갈굼조차 내리 물림 되는 이 곳.

다람쥐 쳇바퀴 굴리듯 반복되는 일상.


현지를 군생활 중 한번쯤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연락할 방법이 없어 그러지 못했다. 그 날 번호를 안 받았었다. 당연히 친구니까 번호가 있으려니 생각했던 게 실수였다.


너무 명백한 사실이지만 군대엔 내 개인 폰이 없다.


애석하다.


너무 정신이 없었기에 따로 번호를 받을 생각도 못했다.


멍청한 유성훈. 니가 군대 내에서도 전화를 하고 싶었으면 종이에 적은 핸드폰 번호라도 받아냈을 텐데.

물론 휴가 때 내 핸드폰을 안 찾아본 건 아니다.

친구라면 당연히 핸드폰에 번호가 있어야지.


그런데 첫 휴가는 휴가를 나간다는 생각에 도취되어 현지 따위는 생각 할 시간도 없이 술만 들이붓다 정신없이 지나가버렸다.

물론 군생활이 지겨워질 즈음해서 맞은 두 번째 휴가 땐 물론 정말 열심히 뒤져도 봤었다.


오랜 기간 핸드폰을 써보지 않아 익숙지 않은 그 느낌.

내 폰에 번호가 있었을까? 당연히 아니다.


사실 그때쯤엔 이미 나도 직감하고 있었다. 번호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서울대 의대에 등록된 순간도 학생증은 없었으니까. 뭐 의외의 결과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 때 진짜 번호를 받아 놓을 걸 그랬네.


이제 와서 곧 전역하는 마당에 이런 게 아쉬울 줄 누가 알았겠어.

그래도 일단 친구는 됐으니 뭐.

살다 보면 언젠간 연락 한 번은 오겠지?

내가 군대에 있는 것까지 알고 찾아온 친군데.


아닌가.

그래 내 번호가 없어졌을 수도 있겠구나.

바빠서 자주 만날 수 없는 친구라면 핸드폰 바꾸면서 번호가 없어질 가능성도 있지.

소식이 끊겨 못 만날 수도 있지.




전역이 가까워 오니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군대에서 겪은 오만가지 과거가 모조리 생각난다.


노인이 인생을 마무리 할 때 드는 느낌도 이런 느낌일까?

자신의 추억을 회상하며 나름 인생 잘 보냈구나 하는 그런 기분.


동건이 전역파티랍시고 엄청 때렸던 기억이 난다.

보통 애들이 그냥 세게 때리는 정도라면, 난 진짜 내가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다 실어서 때렸다.

정말 다시는 후회가 없을 정도로 세게.


전역 예정자는 몇 대씩 후임들한테 맞아야 하는 전통이 있던 우리 부대였으니 양심의 가책 같은 게 느껴질 리가.


동기와 내 후임들이 일렬로 주욱 늘어선 상태로 전역 예정자가 지나가면 때리는 방식이다.

맞으면서 그동안 잘못도 속죄하고 전역자도 후련한 마음으로 다 털고 나가는 자리다.

보통은 재미로 때리지만, 난 진심이었다.


그래. 동건이는 말년에 나랑 친해졌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난 아니다.

군단장이랑 연예인 좀 안다고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변하냐.

피해자는 기억해도 가해자는 기억 못한다더니 정말 옛 말 틀린 것 하나 없지.



제일 후련했던 건 찬호가 전역하는 그날 까지 마음고생 했다는 거다.

그 다다음달 전역 예정인 찬호는 동건이의 전역파티 날 다른 선임들에 비해 더 얻어터지는 걸 보더니 그때부터 매일같이 전역파티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난 그게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래. 찬호가 나한테 처 맞고 안 맞고가 중요했던 게 아니였다.

내가 당했던 정신적 피해만큼은 안 되겠지만 찬호가 그나마 정신적으로 아파했던 걸로 만족했다. 실제로 찬호 전역 당일에 실제로 두드려 팬 것보다도 기분이 더 좋았다.



원래는 상병부터 편해지는 게 우리 전통이었지만 난 예외였다.

일병 때부터 아예 선임들이 나를 건들질 않았던 것 같다.


심지어 군단장 아저씨가 한두 번 더 들러 아는 체를 하니 이젠 중대장, 소대장까지도 내 눈치를 보더라.


그러다 보니 막상 상병을 달았을 땐 별 감흥이 없었다. 일병과 다른 점은 그냥 후임이 좀 더 많이 생겼다는 정도.

날 터치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난 그저 이런 좆같은 군대문화를 없애고 싶었기에 신병을 갈구는 새끼들을 잡아다가 그런 새끼들부터 조졌다.


이 십새끼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나.

대체 왜.


그렇게 몇 번을 조지고 나니 우리 부대 문화가 싹 바뀌기 시작한다.


선임은 선임답게.

후임은 후임답게.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이룬 왕들의 뿌듯함, 이런 비스무리한 감정을 느끼며 내심 즐거웠다.


왜 그동안 왕들이 선정을 펼치려 했는지 드디어 이해가 가는 순간이다.


물론 내가 전역하고 나면 다시 원래 문화로 돌아갈지도 모르지만.

뭐 어때. 지금 내가 만족하면 됐지.


그렇게 부대원들 추천 하에 분대장도 달았었다.

사실 화단 보직은 약간 병신 훈장 같은 거라 분대장을 단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댔나 괜히 혼자 삘 받아서 화단 가꾸다 말고 영내훈련 자발 참여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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