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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거짓말 어디까지 쳐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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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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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11)

DUMMY

조명이고 장식이고 입구부터 달려 있는 것들이 모조리 비싸 보인다. 아니 근데 도저히 들어갈 각이 안 나오는데.

뭘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저기 떡대들한테 말부터 걸어야 하나?


말 걸면 뭐라고 할까.

여기 왜 왔냐고 물어보겠지.


‘아 저는 유성훈인데요.’ 라고 하면 별 병신 다보겠네 라고 생각하겠지.

나 지금 입장권 같은 것도 없잖아.

그냥 확 가서 현지 친구라고 해? 그럼 들여보내 주나?


현지에게 따로 전화해야 되나 우물쭈물하며 망설이고 있을 찰나 뒤에서 현지가 날 부른다.


와 다행.


나의 구세주.

나의 여신.


“현지야!”


“왜 안 들어가고 서있어.”


“어...? 어... 그냥 좀 생각 할 게 있어서......”


아니 와본 적이 있어야 들어가지.

어떻게 들어가는 건데.

이런 파티 자체가 처음이라고.


“뭐야. 얼른 따라 와. 내가 소개시켜 줄 사람들 있어.”



아. 경호원한테 저런 식으로 입장하는 거구나.

아 괜히 쫄았네.

입장은 별거 없네.


그래도 아직 완전히 긴장감이 사라지진 않는다.

이렇게 고급진 곳에 와본 적이 없어 난.


현지를 따라가면서 보는 장면 장면마다 전부 감탄이 나온다.


와... 저걸...?

저걸 장식품으로 써?


저건 진짜 다이아야...? 에이 가짜겠지.


아니 근데 현지가 뭐라고 했더라.

소개시켜줄 사람들 있다고?


이제 나도 인맥이란 게 생기는 건가.



현지를 따라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더 대단한 곳이다.

강남에 이런 곳이 있었나.


지나가는 사람들 마다 다 잘생겼고 다 예쁘다.

뭐 젊은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연예인 수준이네.

아 맞다. 현지도 연예인이지.


아니 저사람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저거 얼마 전에 뉴스 나온 근형 건설 대표 아닌가.


검찰 출석했다고 하더니 이런 곳에 버젓이 돌아다니네.

역시 우리나라다.



“얼른 와봐 성훈아.”



현지가 부르는 곳엔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러나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다.


저기 보이는 사람들. 전부 대단한 사람들 같은데.

내가 여기 끼면 분위기 이상해지는 거 아닌가.

내가 여기 껴도 되는 건가.

끼면 안 될 거 같은데......


난 뭐지.

내가 지금까지 이뤄 놓은 건 뭐지.


그냥 적당히 공부하고, 적당히 인생을 살다가.

알바나 하는 인생이 운 좋게 서울대 의대에 입학.


그마저도 내가 노력해서 이룬 것도 아니고.

잘 다니던 대학마저 교우관계가 꼬여서 군대나 갔다 오고......


솔직히 누가 봐도 한심한 수준 아닌가.

내가 이런 자리에 껴도 되는 걸까.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


존나 한심해.



테이블의 여러 사람이 현지가 데리고 온 나를 응시한다.


견딜 수가 없다.


이 자괴감을 뭐라 표현할 수가 없다.

아 존나 병신같네 유성훈.



“이야 현지 니가 말한 친구냐? 오늘 데리고 온다던?”


“어 오빠 얘가 걔야. 내가 종종 얘기했던. 어렸을 때부터 베프.”


“아... 안녕하세요.”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기 시작했고, 난 이런 내 모습이 병신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성훈아 내가 소개 한 번씩 시켜줄게.”


“어...? 으...응.”


“여기는 우리 소속사 전담 박앤김 로펌 박 철 변호사님, 그리고 이 오빠는 강남 나중선 성형외과 원장 그리고 이 분은 스탠메모리 이사 김종현 삼촌이고......”


“삼촌 말고 오빠라고 부르래도.”


현지가 소개해주는 내용이 머릿속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유... 성훈입니다.”


“어 그래요 현지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반가워요.”


내 안에서 날 병신 같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자 오히려 반발 심리가 생긴다.

응축된 스프링이 튀어 나가는듯한 반발.



변호사에 병원장에 뭐? 재벌 2세?

아니 3세인가.

아 그래 3세든 십세든 그게 뭔 상관이야. 나한테 뭐 어쩔 건데.


성형외과 원장도 여기 껴있네.

나도 전문의만 달면 쟤랑 비벼볼 수 있는 수준 정도는 되지 않나.

뭐. 너도 서울대 의대냐?


물론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완성된 사람들이라 여유가 넘치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내가 또 꿀릴 이유는 없다.

나도 저런 삶에 다가서기 직전이 아닌가.


의대 중에서도 서울대 졸업.

나도 전문의만 따면 꿀릴 건 없다.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다.


역시 그냥 편하게 해야겠어.


“아 그래요 성훈씨 반가워요.”


편하게 한 번씩 악수를 마친 후 테이블에 다 같이 둘러앉았다.


그들은 인사 한 번 하고는 별 관심을 주지 않는다.

자기들끼리의 대화 속에 나라는 사람의 존재는 크지 않았다.

별 볼일 없다고 느끼는 거겠지.


군대랑 또 다른 느낌.


여기야말로 진짜 의대생이란 메리트가 없어지는 느낌이다,


그래. 이런 사람들이 날 대접해 줄 리가.


평소 내가 다른 사람들을 만났을 때 의대생이라고 말하자마자 느꼈던 그런 존경의 시선은, 지금 눈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

감탄까지는 아니라도 처음 봤으면 최소한 말 정돈 걸어줘야 되는 거 아닌가.


그래 저 눈빛 알아.

‘어디 현지 덕에 급도 안 되는 놈이 여기 있어.’ 같은 냉소적 시선.


“요즘 오일쇼크라면서요.”


“뭐 그럴 수밖에 없었긴 하죠. 안 그래도 재고 관리 중이니까.”


“아 글쎄 그건 확실히 콜이라니까.”


“아니 쇼크장에 풋이 아니라 콜이요? 생각보다 오래 가지 않을까요?”


“에헤이. 이거 이래봬도 확실한 정봅니다.”


뭐라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 대화 낄 수는 있는 건가.

경제... 얘기 같은데......

현지는 알아듣나?


현지도 이걸 알아들을 리가 없지.



뭐야 듣고 있어?


듣고 있는 척만 하는 거겠지.


가만 보니 현지도 그저 억지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 느낌 알겠다.


여기 졸부들의 모임에 껴주는 젊은 여자 애.

그냥 인맥 관리용으로 앉아있는 병풍.


그 손에 끌려온 나.


당연히 관심 없겠구나.



“야 현지야 근데 나 여기서 뭐해야 되는 거야?”


괜히 심심해서 현지한테 나지막이 말을 걸어본다.


현지한테 말을 거니 갑자기 얘기를 나누던 사람들이 쳐다본다.


아니 갑자기 왜 쳐다봐. 무섭게.

니들 하던 얘기나 해.

너네 부른 거 아냐.


괜히 또 위축된다.


말 안하고 가볍게 흘러가는 1초간의 정적.

무슨 액션을 취해야 할지 혼란스러운데 아까 스탠 뭐시기 업체 이사 나부랭이가 말을 건다.


“아 거기 성훈씨랬나, 의대생이시고 얼마 전에 전역하셨다고. 그리고 현지 친구라고.”


“네......”


“아 그럼 복학하시겠네.”



이번엔 성형외과 원장이 끼어든다.


“그럼 이제 다시 공부 새빠지게 하셔야겠네. 햐... 좋을 때다. 나도 학부생 시절에 저렇게 열심히 살던 적이 있었는데.”


“군대에서 머리 리셋하고 오셨을 텐데. 학교 관두고 어디 우리 기업으로 취직이나 할래요?”


원장이랑 이사 나부랭이가 번갈아 조롱한다.


“아 하긴. 나름 의대생이니까 기업에 대해선 영 모르시겠구나.”


다들 낄낄댄다. 웃고 있는 걸 보자니 자존감이 또 오지게 무너진다.

그냥 자격지심일까.



아니 근데 생각해보면 이 시발새끼는 지도 부모 빨로 여기 있는 거면서.

젊은 새끼가 실력으로 이사직 달고 있는 거겠냐?

나도 그 돈 받고 뭐든 하면 다 되겠다 시발 진짜.

존나 나대네.


울분이 치민다. 뭐라도 한 마디 해야지.


“아 저 복학 안 해요. 안 그래도 공부체질이 아닌 거 같아서 그만둘까 생각 중이었거든요. 의사가 생각보다 얼마 못 벌기도 하잖아요?”


병원장 얼굴이 굳어진다.

왜? 짜증나냐?


“의대는 서울대도 진짜 별거 없는 거 같아서 관심 없고. 옛날부터 사업 하나 하던 게 있거든요. 아마 미래를 내다봤을 때는 1년 안에 DPAN 벤처기업 정도는 가볍게 넘길 거 같은데. DPAN 벤처 다들 알죠?”


“오 DPAN 알죠. 성훈씨네도 같은 업종인가요?”


갑자기 사업한다니까. 이사란 놈 눈빛이 바뀐다.


“아 그건 그쪽이 알 거 없고요. 사실 전 별로 뛰어난 건 없지만 주변 인맥들이 워낙 빵빵해서요. 현지만 봐도 아시죠? 하도 주변에서 자꾸 관심 가져주고 도와주고 하니까 제가 별로 하는 게 없는데도 잘 굴러가더라고요. 곧 대박 한번 칠 거 같아요.”


“그렇게 말하니 더 관심이 생기네요. 대체 무슨 아이템이길래.”


“알면 뭐. 투자하시게요? 아참. 태산H 기업 아시죠? 태산H 기업. 거기도 이번에 저희한테 투자한다고 하던데... 투자자는 이미 줄 섰습니다. 박종현씨도 돈 많다고 헛짓하시지 마시고 저한테 투자하세요. 안했다가 한 십년 뒤엔 골로 갈 수도 있어요 진짜.”


“아... 제 이름은 김종현인데요 허허......”


“오 성훈씨 패기 있네. 무슨 아이템인지 저도 궁금하네요. 한번 얘기 계속 해봐요. 혹시 괜찮으면 저도 투자 좀 해보게.”


아까 경제 얘기로 한창 열 올리던 변호사가 끼어든다.


음. 어... 음......

사업 아이템. 음...... 사업 아이템...... 뭐 있냐.

내가 그런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었으면 바로 했지.


“신약 개발입니다.”


뭐 최근에 관심 있어 하던 게 없어서 그런가.

실제 의대생 머리에서나 나올 법한 아이템을 그냥 마구잡이로 던진다.


“신약은 내가 바이오 주식 좀 건드려봐서 아는데, 그거 정말 기간도 오래 걸리고 투자비용도 엄청 잡아먹는 돈 먹는 하마 같은 사업 아닌가?”


남 잘된다고 하면 꼭 이렇게 깎아 내리려는 사람들 있지.

븅신 같은 게.


“오 신약. 그건 나도 좀 알지.”

아까 쪽을 줬던 병원장이 끼어든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신약에 대해 뭘 안다고.


까놓고 말해 너 약리학 기억이나 나냐?

항생제의 엽산 생성 방지 기전. 간단한 기억이라도 할 수 있어?

기전 한참 외우다보니 이거 다 외워도 반복학습 안하면 일 년이면 까먹겠다 싶던데.


다른 비임상 교수도 약리 기전은 잘 모르더라.

니가 맨날 쓰던 약이나 쓰겠지. 신약에 대해 뭘 알아.


“음 저는 뭐 학생신분이니 연구 쪽을 자세히까진 모르구요. 연구 쪽은 선배들이나 다른 인맥 분들이 좀 도와주고 계세요. 제 직원 중에 김태욱이라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 걔 아버지가 제약 관련 쪽에 좀 높은 위치에 계셔서. 걔 도움도 좀 많이 받고 있죠.”


“오 그럼 뭐 지금 곧 시판 가능한 단계?”


“시판은 아직 멀었지만 지금 임상 1상 단계 진입허가 대기 중입니다. 결과만 좋으면 바로 기술특례 상장도 가능 할 법 싶은데. VEGF 리셉터 신호 차단 기전이라고 아시죠?”


약리학에서 그간 배웠던 모든 지식을 여기에 털어 넣는다.

뒤져라 내 필살기다.

물론 나도 뭔 말인 진 모르지만!


“어? 으...응... 알지 알지.”



역시.


먹혔다.


역시 전문의도 잘 모르는구나.

그래도 이 내용으론 깊게 가지 말자. 뭐라도 물어보면 나도 대답 못하니까.


후...

근데 이 새끼들이 진짜.


아깐 사람 취급도 안하더니 이젠 내 말 한 마디 듣고 싶어 안달이 났네?


적당히 계속해서 입을 털어주니 다들 계속해서 관심을 갖는다.

그간 별 볼일 없는 학생 신분 따위랑은 대화하기 싫었다는 건가.


한참을 더 떠들다보니 현지도 놀라는 눈치다.


그래. 내가 인터넷에서 굴러먹은 짬밥이 얼만데.


내 아이디 철퇴24.

한창 날렸던 시절엔 닉네임에 어울릴 만큼 모두를 다 깨부쉈던 나다.


너네 넷상에서 나보다 대단하냐?

넷상 재산 나보다 많아?


알고 있는 지식의 총 동원.

갖은 지식의 정수.


전문가까지는 아니라도 매일같이 그 세상에서 전문가 흉내만 냈던 나다.전문가가 뭐 별거야?

있어 보이면 전문가지.


내가 바로 그 인터넷 좆문가다.




상위 클래스 인텔리들을 데리고 내가 대화를 주도하니,

이거 생각보다 재밌다.


갓 스무 살 되는 애들이나 전문가란 놈들이나. 그저 흥미만 돋궈주면 좋아가지고는.

역시 남자치고 여자 얘기에 관심 없는 놈들 없고,

돈 얘기에 관심 없는 놈들 없지.


벌어진 판이 의외로 재밌어서 이 날은 약간 과음할 정도로 마셨다.

그래. 이런 게 파티구나.




다음날이 되어 해가 중천에 걸릴 때까지 늦잠을 자고 있는데 시끄럽게 핸드폰이 울린다.


아니 김태욱 또 왜.


아... 죽겠다. 더 자야 되는데.


“어 태욱아.”


“야야야야야야. 지금 토요일이라고 늦잠 잘 때가 아니야.”


“아 또 뭔데......”


“이번에 태산H 기업에서 우리한테 투자한대. 우리가 저번에 했던 IR에서 완전 관심 있었나본데. 야 이 돈이면 임상 바로 시작할 수 있어.”


“뭐...뭐뭐...? 뭐라고?”


“아 너 지금 어디야. 빨리 사무실로 뛰어 와.”


“어? 어어어어...... 그래.”


이런. 또 발동했구나!


근데 사무실이 어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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