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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거짓말 어디까지 쳐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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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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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2)

DUMMY

태욱이한테 사무실이 어디냐 물으니 바로 쌍욕이 날아온다.

어쩌다보니 태욱이한테는 전화를 걸 때마다 욕먹는 느낌이다.


“야. 유성훈”


“왜.”


“시발로마.”


“야 나 대표라며. 근데 왜 욕해.”


“대표니까.”


“그러네.”


대표라는 놈이 직원한테 회사 위치를 물어보니 지도 뭔 개소린가 싶겠지.

널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태욱아.


어제 기억으론 내가 태욱이를 직원이라고 했었지.

그럼 그렇게 된 걸 거다.

원래부터 친구였으니 나한테 존댓말은 안 하는 거겠지만......


그래도 이거 은근히 기분 좋은데? 태욱이가 내 부하라니.



왜 자꾸 헛소리 하냐는 태욱이를 어르고 달래서 겨우 사무실에 도착한 나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이게... 내... 회사라고?


무언가 내 인생의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생각보다 멀쩡한 건물.

사무실다운 사무실.


아니. 벤처라며......

벤처면 그냥 차고지 같이 쓰러져가는 사무실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랐다. 층수도 5층이나 되잖아.

이 건물 하나를 다 쓴다고?


엘리베이터를 타니 층수별 안내가 적혀 있다.

2층은 랩. 이건 실험실인거 같고.

3,4층 여긴 아니고.

5층은 대표 이사실 및 경영지원실.


5층이다.

꼭대기가 내 방이구나.


방을 들어서니 넓은 방에 큼직하게 놓여있는 내 명패.


- 대표이사 유 성 훈


자리에 앉아보니 느낌이 정말 이질적이다.

아니. 대표라니.

내가 대표라니.

내가 뭘 안다고 대표라니.

이보시오 의사양반.


어흑. 내가 대표라니.


명패 이거 이름 번쩍거리는 거, 금인가? 도금이겠지?



이거...... 가만 보니 사람관계나 인적사항만 대충 바뀌는 게 아니라 진짜로 물질적인 것까지 다 바뀌는 거구나.


그동안 무언가 만질 수 있는 물질에 대해선, 남들에게 말해봤자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다.

그건 순전히 내 착각이었다.



이렇게 스케일 크게 바뀌어도 아무런 문제없는 거야?


지금 없던 회사가 하나 생겼는데?



이런 건 솔직히 감당하기 어렵다.


대학까진 그렇다 쳐. 그래 그냥 다니면 되니까.


연예인 친구나 군단장 지인도 그렇다 쳐. 내가 뭘 할 필욘 없었잖아.


근데 이거...... 기업 경영자가 되는 건... 너무 막나가는 거 아닌가.

내가 제대로 할 수 있는 걸까. 뭐 작은 회사라도 다녀봤어야 알지.

편의점 알바나 해본 내가......

편의점 알바 교대 때 정산하다가 1000원 안 맞아 개털리던 내가......

기업 경영이라고는 주타이쿤 하다가 경영난 와서 동물들 집단 폐사시킨 기억밖에 없는데.



일단 정신 좀 차려보자.


이거 여전히 의대생인 채로 회사 대표인 건가.

의대생 신분이 사라진 건 아닌 거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 회사. 이정도 규모면 몇 개월 만에 갑자기 생긴 건 아닐 텐데.

의대를 다니던 도중 회사를 차린 걸로 되어있는 걸까.


삶이 송두리째 바뀌니까 불안하다.


연혁... 연혁이 어딨지......


한참을 찾다보니 회사 연혁이 벽에 붙어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회사명 트라이 콜로니(주).



콜로니? 콜로니면 세균 집락을 뜻하는 콜로니를 말하는 건가.

성큰 콜로니는 아닐 테니까.


분명 이런 걸 주문한 적은 없다.

내가 사업 하나 한다고만 말했었지 회사의 구체적인 이름까지 네이밍한 적은 없다.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능력이 발동했을 때 과거가 바뀔 수도 있지만, 그 바뀐 결과가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란 생각에.

이 능력. 어쩌면 함부로 쓰면 안 될지도 모른다.



어디 연혁 좀 보자. 이건 3년 반 전에 세워진 회사구나.

생각보다 얼마 안 됐네.


설립 당시 대학원 기초 연구... 그리고 초기 투자......

재작년에 제품개발......전임상 시작......?


이상하다.


이상해.


3년 반 전에 세워진 회사면 내가 의대 예과생 시절이다.


의대는 예과 2년 본과 4년 총 6년의 커리큘럼.


물론 내가 예과를 다녀본 기억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알바 중에 의대생으로 변신하여 본과부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예과를 다닌 적은 없어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다들 나를 입학할 때부터 같이 다닌 동기로 여겼었지.


그 땐 이 능력을 처음 접했을 때라 아무 생각 없었는데.

이제 와 다시 생각해보니 이상하다.

무언가 능력이 발동 됐을 때 대체 어떤 기준으로 과거랑 현재가 바뀌는 걸까.


이 회사가 3년 반 전에 세워졌고, 내가 이 회사의 대표라면...

그럼 남들 눈엔 내가 예과생 시절에 이 회사를 차린 게 되는 건가.


아냐 이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돼.

대학생이 학교 다니다말고 회사를 차렸다고?


그래. 과거가 바뀐 거 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대학생이 뭐 회사 차릴 수도 있겠지.

근데 그럼 지금 다른 사람들 시선으로 날 볼 땐 어떻게 인식되는 걸까.

서울대 의대에 입학해서 예과 때 회사를 차린 천재 사업가?

남들 보기에 좀 이상하지 않나.


아냐. 이렇게 과거가 송두리 째 바뀔 수 있는 거라면, 애초에 내가 의대를 나오지 않은 걸 수도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의대 다녔던 게 날아가 버린 걸 수도 있다.


그냥 난 대학진학 대신 사업을 택했던 사람이고.

작은 회사로 시작해서 이만큼까지 회사를 키워낸 열정적인 대표였다든지.


하... 그래도 몇 달이지만 정말 힘들게 다녔는데. 의대 타이틀... 사라지면 안 되는데.



아냐. 이건 이상해. 제약회사를 차리려면 적어도 제약 회사를 차리게 된 계기라든지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


의대생이니까 신약 개발 회사랑 얽힌 거겠지.


현지도 내가 서울대 의대생이기 때문에 인맥 좀 쌓게 해주겠다고 나를 그 파티에 데려갔었던 거란 말이지. 그 파티에서 입 한번 잘못 놀렸다가 이렇게 된 거고.


그럼 당연히 서울대 의대는 다녔던 것으로 유지되어 있어야 정상이다.


내가 현지랑 처음 친구가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우린 이미 서로 학창시절 친구로 각인되어 있다. 이게 과거가 바뀌면 어제 그 변호사고 재벌 2세고 걔네에게 했던 얘기들이 전부 꼬인다. 그러니 그런 과거들이 바뀔 리가 없다.

다시 말해 능력끼리 얽혀있다면 서로 충돌할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일단 전화해보자. 서울대.


“여보세요. 거기 학생 지원과죠? 저기 혹시 제가 예과 수료 시기가...... 아 아닙니다. 다음에 다시 전화 할게요.”


전화해 볼 필요가 없었다. 인터넷도 있는데. 굳이 망신을 당할 필요는 없지.


서울대 홈페이지에 황급히 들어가 내 아이디를 입력한다.


음......


어......


음......


접속이 된다...


되네?


?


입학 연월이 그대로다. 학적도 그대로다. 휴학 상태도 아직 그대로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난 아직 서울대 의대생이다.




모든 게 의문투성이다.


아까부터 생각정리가 잘 안 된다.


당장 월요일부터, 아니 오늘부터 전화 받아 출근했으니... 오늘부터 근무는 해야 하는데, 현재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


일단 방을 벗어나 회사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먼저 같은 층부터.




아니 근데 이 방은 뭐야.


회장실?


처음엔 화장실을 잘못 읽은 줄 알았다.


내가 대표이사라며. 그럼 내가 회장 아닌가? 회장이 따로 또 있어?

아니 그리고 벤처가 무슨 호칭이 회장이야.

허세만 가득 찬 회사네.


-똑똑똑.


살며시 노크해본다.



조용하다.



아무런 기척이 없다.


음...어...음... 들어가도... 되겠지?

내가 대표이사니까... 그렇지?


“아무도 없어요? 회...회장님? 저... 들어가겠습니다.”



문을 살며시 열어본다.


산전수전 다 겪은 나지만 이건 또 나름대로 떨린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아도 뭔가 긴장이 된다.


안에 누가 있을 수도 있고. 갑자기 누가 들어올 수도 있고......

나도 양상군자는 못 될 성격이구나.


아 참. 오늘 주말이지.

그럼 아무도 없을 거다.


방을 들어와 보니 책상위에 커다란 명패가 놓여있다.


- 대표이사 한 재 준


아까 내 방이랑 기막히게 똑같이 생긴 명패다.


내 방에 들어가 내 명패를 집어 들고 나와 확인해보기로 한다.

그러고 보니 내 방문 앞에도 회장실이라 적혀 있다.


아오 직급 같은 놈한테 굽신 거릴 뻔했네.



명패 두 개를 실제로 비교해보니 크기는 물론이고 각인 필체까지 같았다.


아니 근데 대표가 두 명?


아. 공동 대표.

공동 대표구나.


한재준.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누구지.


이 사람 책상엔 뭐가 이렇게 종이 한 장 없어.

서류 말고 사진은 있네.


어...


어......?


잠깐만.

이거 나잖아.


사진 속엔 모르는 사람 한 명이 나와 어깨동무 자세로 있다.

그리고 사진 하단엔 펜으로 휘갈긴 듯한 글씨.


- 20xx년 시무식(始務式).


어깨동무 하고 있는 이 남자...

이 사람이 한재준 뭐시긴 거 같은데.

존나 사기꾼처럼 생겼네.

나랑 많이 친한가?


동업자면 아마도 친하겠지.



뭔가 단서가 더 필요하다.


서랍을 조심스레 열어본다.


남의 책상을 함부로 뒤지는 느낌이 썩 좋지는 않다.


방에 아무도 없어 조용하니 서랍 여는 소리만 크게 들린다.


열어본 서랍엔 한재준의 명함이 있었다.


010-xxxx-xxxx.


전화번호.



그래. 한 번 전화해서 알아보자. 부딪혀야 뭐라도 얻지.


- 뚜르르르... 뚜르르르......


수화음이 들리자 온몸의 근육이 수축되어 몸이 뻣뻣해짐을 느낀다.


전화를 해야 하긴 하는데... 긴장된다.

뭐라고 하지.


“여보세요.”


“어 성훈아 왜. 형도 지금 가고 있어.”


생각보다 격식 없는 어조다. 회사 대표끼리 형, 동생이라니.

과거에 친구쯤이라도 됐던 걸까.

아니 근데 지금, 여길 온다고?

아 나랑 비슷한 이유일 테지.

생각해보니 태욱이가 전화로 태산H기업이 투자한다고 당장 오라고 했었다.


근데 오늘 토요일인데?

태산 같은 대기업도 토요일에 이렇게 미팅을 하나?


통화중이었으니 일단 빨리 답부터 해야 한다. 자연스러운 척 해야지.


“어 형 나 태욱이한테 들었어.”


“아 김태욱 팀장?”


태욱이 녀석. 팀장이구나.

벌써 팀장을 달다니. 역시 낙하산이 최고네.


“태산H가 관심 갖는다며.”


“저번에 우리 IR한적 있잖아. 거기 태산H 관계자도 있었나본데... 근데 왜 갑자기 말 놓냐?”


아... 지만 놓는 거였어?


“응? 아 이제 우리 놓을 때도 됐잖아.”


“아... 그치. 그래 진작 말 놨어야지. 좋아. 언제는 말 놓으랄 때는 안 놓더니?”


근데 IR... IR이 뭐지.

이래선 대화를 이어 나갈 수가 없는데.


태연하자 유성훈.


“어 형 알았어. 지금 오는데 얼마나 걸려?”


“한 30분쯤이면 갈 거 같아.”


“그럼 나는 내 할 일 좀 하고 있을게. 이따 얼굴보고 얘기하자.”


“어 그래 이따 보자.”


뭐라고 말을 이어갈지 몰라서 그냥 끊어버렸다.


이대론 아무 것도 안 되겠는데.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잖아.

정보도 너무 제한적이고.


지금 당장 한재준이 들이닥치면 난 어떻게 해야 하나.



하... 일단 모르는 거부터 차근차근 검색을......

IR이 뭔 지부터 알아보자.


- IR

- :투자자관계·기업설명활동


이게 뭔 소린데.

음...... 아...!


아.


찬찬히 읽다보니 이해가 간다.


PR은 public relations.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


IR은 investor relations

주로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홍보활동.


아. 그래서 IR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거 같다고.

그게 그 소리였구나.



근데 이런 식으로 해서 내가 과연 회사 운영에 손을 댈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걸 이제 와서 하나하나 다 배우라고?

그것도 검색해가면서?

아직 이 회사가 뭘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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