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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거짓말 어디까지 쳐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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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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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05)

DUMMY

“회장님, 초기 제품의 불만은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런가요...흠.......”


“큰 문제도 아닙니다. 초기 문제도 해결 방법이 있는데 어떻게, 더 들어보시겠습니까?”


“말해보세요.”


“그럼 장소를 옮기시는 건 어떻습니까? 제가 잘 아는 술집이 하나 있는데.”


강인성은 주변 경호원들을 휘휘 둘러보더니 말한다.


“사실 여기서 얘기를 계속하기엔 조금 부담스럽지 않겠습니까.”


이 녀석 생각보다 악질이다.

제대로 꿰 보려는 거 같은데.



처음엔 그냥 단순히 겁주고 끝낼 생각이었다.

경호원들을 주욱 세워놓고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무릎이나 꿇릴 생각이었다.

머리에 총까지 겨누고 사기꾼 놈들 스스로 반성하게 하려는 생각이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이 바뀌었다.


먼저 사기를 순순히 당해주는 척 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경찰에 넘겨버려야겠다.


그리고 법적인 심판을 받게 해야지.

이런 놈들은 정당한 응징을 줘야한다.


“좋아요, 그럼 나가실까요.”


경호원들이 따라 나선다.

물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경호원들 또한 따라오게 해야 한다.


“아...최선생은 안 따라 오셔도 됩니다. 이분들만 데리고 가지요.”


경호원은 따라오지 말라고 섣불리 치워버리면 안되지.

언제든 머리에 구멍내버릴 수 있게 일대 삼 마크.

모형 총인 게 문제지만.




***

강인성이 술집이라고 데려간 곳은 어느 고급 스트립 바.

반쯤 벗은 젊은 서양 여성들이 가득하다.


오우 쉣.


경호원들은 데리고 갈 수 없다기에 어쩔 수 없이 입구에 대기시켰다.


강인성의 방법은 나의 접대 수법과 비슷하다.

열심히 둘러대며 핵심 질문은 피해 설명하고, 그 후에 접대로 혼을 빼겠다는 수법.

이건 알맹이 없는 사람의 한계라고도 할 수 있다.


괜스레 수를 읽었더니 더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

과연 너네가 내 판단을 흐려놓을 수 있을 런지.

어떻게 흔드나 구경 한 번 해보자.


“회장님, 회장님. 제가 한잔 따라드리겠습니다.”


“어. 그래요.”


“제가 회장님을 카지노에서 딱 본 순간 느낀 감정이 뭐인지 아십니까? 마치 중국 주나라 황제 강태공을 연못에서 발견한 느낌이랄까...슬롯 버튼을 누르는 과감함과 그 여유로움. 이분과 함께라면 천하통일이 가능하겠구나. 이런 느낌말입니다.”


박사장이 날 봤을 때 이런 느낌이었나.


더 심했겠지.

난 그때 우리 제품의 기본조차도 설명 못할 정도의 수준이었으니까.


“자 회장님 한잔 따라 드리겠습니다. 이제 저희가 법원이자 법률사무소가 되는 겁니다. 지금부터 제가 회장님의 든든한 오른팔이 되도록 하지요.”


그간 내가 접대했던 잔뼈 굵은 양반들이 나를 이런 시선으로 봤겠구나.

내가 강인성 이 녀석을 보는 시선과 정확히 똑같이.


“자 안주 나왔습니다. 회장님”


“야 너도 회장님 빨리 한잔 따라드려.”


참 한심하네.


나도 누군가에겐 이렇게 보였을 거다.

능력으로 머리까지 채울 순 없었으니까.


내실이 없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런 느낌이겠지.


이놈들도 한심하긴 마찬가지지만.

박사장과 싸웠던 과거의 내가 조금 더 한심해졌다.


알맹이 없이 겉만 꾸미는 능력 따위.



프로그래머란 놈은 여전히 덜덜 떨고 있다.


“제가 한잔 따라 드...드리겠습.......”


좆같다.

그럼 자꾸 인생에 이런 파리새끼들만 꼬인다는 거잖아.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인생을 살아야 되는 건가.


어느 정도 능력이 익숙해졌기에 이거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저 남들에게 성공한 회장으로만 보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정말...정말 박사장은 그 당시 나를 경멸의 눈으로 바라봤던 것인가.

이거 과거의 박사장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참.......


자꾸 덜덜 떨던 프로그래머는 술잔을 따르다 절반을 내 손목에 흘려버렸다.


“아.......”


씨발.


“야 미친 새끼야! 회장님,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다 같이 달려들어 손목에 흐른 술을 닦으려하는 모습에 더 화가 난다.


“아...너네도 내가 좆으로 보이냐? 내가 씨발 능력으로만 여기까지 올라오니까 알맹이는 없어보이지?”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옆에 있는 재떨이로 프로그래머를 내리쳤다.

홧김에 내려친 건 아니다.


곧이어 내 손목에 흐르는 술처럼 검붉은 피가 그의 이마에서 흘러내린다.


쎄게 치진 않았는데.......


시발새끼들.


아냐 존나 맞아도 싸다.

사기꾼들 주제에.


“회장님 진정하십쇼.......”


사실 무슨 짓을 저질러도 이제는 상관없다.

너희들도 내가 누군지 기억하지 못하면 그만인데.




갑자기 싸해진 분위기 속에 전화가 울린다.


띠리리리리-


재준이 형.


후.......


“여기 그대로 있어. 전화 좀 받고 올 테니까.”


“예...예.......”


근데 재준이 형이 왜 갑자기 또 전화를.


“여보세요.”


“성훈아. 너 사고 안치고 조용히 있지?”


내가 무슨 사고치는 사람인가.

전화 받자마자 말을 이따위로 하나.


“전화 하자마자 사고 안치고 있냐는 게 뭔 소리야.”


“아니 그냥 혹시나 해서. 혹시...정말 그냥 혹시 말야.”


“내가 사고치고 다니는 거 같아?”


“아니 그냥 보아하니 좀....... 아냐. 별 일 있으면 그냥 적당히 하라고.”


봐?

뭘 봐.

그리고 적당히?


“뭘 적당히 해.”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 말을 왜 좆같이 해. 형이 여기 와보긴 했어? 뭘 안다고 적당히 하래.”


“그게 아니라...미안하다. 그냥 오늘 주효진 사건 하나 더 터졌더니 뉴스도 나오고 여론도 심해져서 좀 예민해져서 그래. 어딜 가든 안 좋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뭐든 적당히 하고 조심하라고. 기분 나빴으면 미안하다.


“주효진 추가사건 터진 거랑 내가 뭔 상관인데.”


“그러니까 넌 괜찮은데, 나쁜 사람들 주변에 또 있을까봐 걱정돼서 그런 거지.”


“아니 씨발 형 말 똑바로 하자. 형이 주효진 상대하기 싫어서 나한테 떠넘긴 거잖아.”


“그건 아니야 성훈아.”


“솔직히 주효진 적으로 돌렸어봐, 평소에 내가 관계 유지하고 친하게 지내주고 오물도 내가 다 뒤집어썼더니 주효진 사건 터졌다고 내가 무슨 다이너마이트 도화선인 것 마냥. 하.......”


“하아.......알았어. 내가 미안해. 내가 오늘 예민했다.”


“아니 난 놀기만 했었냐? 씨발. 내가 지금 여기 놀러왔어?”


“그.......”


재준이 형의 뒷말을 듣기도 전에 그냥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한재준.

누구 덕분에 벤쳐사장에서 대기업회장까지 왔는데,

존나 공로도 모르는 새끼.



아니.

근데.

전화해서 갑자기 적당히 하라고?

적당히?

뭘 적당히?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상하다.


보통 예민해지면 뻘짓 하지 말라고 했겠지.

적당히 하란 말은 잘 안 쓰잖아.


아무래도 사람이 붙은 것 같은데.

누구지.

따로 붙은 게 아니라면 가이드 최선생.

그 놈이 보고 중인가.


아닌데.

여기 바까지 최선생을 데려오지는 않았는데.


아무튼 최선생이든 누구든 시시각각으로 보고하는 놈이 있는 건 틀림없다.

적당히 하란 말이면 지금 일어난 일도 알고 있다는 건데.



한재준 이자식이 나를 못 믿어서 사람을 붙여?


갑자기 확 열이 뻗친다.




***

통화를 종료하고 다시 테이블에 돌아가니 경호원이 와서 귓속말을 한다.


“회장님 잠시만 따로 긴급히 드릴 얘기가 있습니다.”


어...어...?

한국말.......


생긴 건 네이티브 미국인처럼 생겨서 한국말이라니.

이 새끼네.

그래, 이 새끼가 한재준한테 일러바치는 거네.

흑인같이 생겨서 한국말이라니.

진짜 상상도 못했다.


“따로요?”


“급한 일입니다.”


“잠시 나가들 있어요. 여기 그쪽은 피났으니까 이거 병원비 하시고.”


이백달러를 건네고는 나가려는 채비를 하자 경호원이 다시 붙잡는다.


“아니 손님 분들은 여기 계시고, 잠시 회장님만 나와 주시겠습니까?”


뭔데 날 오라가라야.

급하다니까 일단 들어는 보자.



경호원은 잠시 화장실로 날 조용히 부른다.


아니.

대체 얼마나 급하길래 화장실로.


남자 둘이 화장실로 들어가니 모양새가 썩 좋지는 않다.




이거 설마.

내가 상상하는 그거 아니겠지.


흑형과 함께.avi




“회장님.”


조용하고 굵은 그의 목소리.

흑인의 크고 단단한 그것.


이건 아닌데.

아니 나는 아직 준비가.......


씨발!


당하고 난 이후엔 되돌릴 수 없다.

능력으로 바꿀 수 없는 부분은 이런 것들.

결국엔 능력을 써서 남들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내 기억의 파편은 뇌에 속속들이 박혀 영원히 날 괴롭히고 괴롭힐 것이다.



“회장님, 이걸 좀 보십시오.”


내가 바라던 그런 일은.......

아니 내가 상상했던 그런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흑인 경호원은 다만 품에서 사진 여러 장과 녹음기를 꺼냈을 뿐이다.


“이게 뭔데요?



사진을 보니 웬 익숙한 얼굴이 있다.

강인성!


이건 신문기사 캡쳐한 사진.......

아.

특수사기죄로 집행유예 받은 사건이 있었다고.


녹음기를 틀어보니 어제 일자의 녹음이다.

호구 한 번 제대로 물은 것 같다는 식의 대화들.

뭐 신기할 건 없었다.


“이런 거 다 어디서 났어요? 녹음까지?”


“강인성 패거리가 머무는 숙소에서 녹음한 겁니다.”


“최선생이 시켰죠?”


“어...어...그게.......”


“최선생은 한재준이 시킨 걸 테고?”


“음...그렇습니다....... 이게 다, 회장님 안위가 걱정되어서 그런 겁니다. 이쯤에서 그만 두시죠. 저 사람들 전부 사기꾼들입니다.”


역시.

한재준.

이럴 줄 알았어.

감시를 진짜로 붙였단 말이지.......


“그런데요?”


“예?”


“아니 저쪽 사기꾼인 거랑 내가 그만두는 거랑 무슨 상관이냐고.”


“저.......”


“나 바보 아닙니다? 이미 나도 알고 있었던 사실인데 뭘 그만두라는 건데. 그리고, 재준이형은 내가 이런 초짜들한테 제가 당할 거 같아서 감시까지 붙였다 이겁니까?”



시발 진짜 그냥 아예 못 믿겠다 이거지.

여기까지 따라붙어서 귀찮게 하네.

여기가 한국도 아니고 진짜.


어디서부터 감시당한 걸까.

나한테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화가 난다.

이런 사기꾼들한테 받은 화가 겹쳐서 두 배로 화가 나는 느낌이다.




유통기한이 다 됐나.

한재준 너도 결국.......


옛날부터 거짓말들로 이루어진 관계는 수명이 그리 길진 않았다.

거짓말이 들통이 나는 순간, 하나둘씩 내 곁을 떠나가는 건 일상이었다.


이건 능력을 습득하기 전에만 그랬던 건 줄 알았는데.

지금도 별 달라진 건 없나보다.


날 경멸하던 시선으로 떠나간 사람들과 너가 다를 게 뭐냐.

한재준.


그래도 재준이 형까진 좀 내 사람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이 인간관계도 손절 칠 때가 왔나보다.


그래.

시작부터 예견된 미래였으나 나만 몰랐을 수도.






경호원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방으로 나오니 강인성이 보이지 않는다.


왜 둘만 있지.


“강인성씨 어디 갔어요?”


“강인성씨도 잠깐 통화하신다고 밖에 나갔습니다. 금방 올 겁니다.”


“회장님, 강인성씨 대신 제가 마저 설명 드리겠습니다.”


법률전문가란 놈이 강인성의 대변인이라도 되는 마냥 사업얘기를 이어서 시작했다.


그래.

입 한 번 더 털어봐.

너네도 끝이 어떻게 되나 보자 한번.




솔직히 말해서 이 전문가란 놈 얘기는 지루했다.

알맹이가 있는지 없는진 모르겠는데, 어려운 전문 용어를 자꾸 섞어가며 열변을 토하는 그런 부류.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도 못할 개소리를 30분이나 들었다.


개 븅신같은 전문 용어.

‘마치 시간여행은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면 가능합니다.’ 급의 이야기들.

거기서 상대성 이론을 장황하게 설명하면 누가 알아듣나.

실현 가능성 제로의 허울 좋은 이론만 가지고 연구비나 삥 뜯어보려는.

그런 일개 과학자만도 못한 녀석들.


근데 강인성 이놈은 왜 안 와.


“그런데 강인성씨는 왜 안 오죠?”


“잠시만요.......”


옆에서 궤변을 늘어뜨리던 법률전문가는 강인성한테 전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받지 않는 강인성.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래서 경호원들을 불러 지시했다.

이 술집 근방에서 강인성 좀 찾아보라고.



아이스 바켓의 얼음이 다 녹아갈 무렵 경호원 한명이 헐레벌떡 뛰어온다.


“회장님...잠시 얘기 좀.......”


뭐?

최선생이랑 마주쳐?


최선생이랑 강인성 그 놈이 길에서 마주쳤단다.

거기는 여기서 차로 15분 거리나 되는 곳인데.

도망가다 마주쳤구나.

눈치 빠른 새끼, 어떻게 알고 도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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