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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거짓말 어디까지 쳐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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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커버
작품등록일 :
2019.04.0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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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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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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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07)

DUMMY

느껴진다.

한국인이다.

네모난 나이키 가방이면 한국인이다.


화장실을 가는 젊은 동양인 두 명의 뒷모습에서 한국 사람의 느낌이 강하게 온다.


괜히 여기서 대한민국을 마주하니 반갑다.

최선생이나 강인성이나 여행 중에 계속 한국인을 종종 봐왔다곤 하지만, 이렇게 혼자 여행에서 마주치는 것과는 기분이 다르니까.


심지어 강인성 그놈들은 관광객도 아니었잖아.

음, 저 사람들은 아마 한국인 관광객 맞는 거 같지?


아무래도 화장실에서 나올 때를 기다려서 한 번 물어봐야겠다.

오늘 기분 같아선 그들이 진짜 한국 사람이라면 한 턱 내줄 의향도 있다.


가만히 앉아있는데 방금 보았던 동양인 중 한명의 뒤통수가 다시금 생각난다.

왠지 모를 낯익은 뒤통수.

두상이 타원형이면서 정수리 부분이 조금 듬성듬성한 저 뒤통수.

어디서 많이 본 뒤통수.

아...저 때리면 착 감길 것 같은 대가리!

짝 소리가 상쾌하게 날거 같은데.



일이 분이나 지났을까.

동양인 둘은 나와서 테이블에 앉아 치즈버거를 시킨다.

“치-즈-버-거 주세요.”


살짝 소심하게 들릴 수 있는 작은 목소리.

예의를 구하는 듯한 저 어법에, 마지막에 꼭 붙여주는 콩글리시 발음, 플리즈?

저 발음으로 확실해졌다.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아니네.

저건 한국인이야.


“치즈버거는 재고가 다 소진되었는데요. 스테이크는 어떠세요?”


“네 그럴게요.”


아니 미친놈들아.

갑자기 치즈버거 먹으러 와서 스테이크로 왜 바꾸는데.



그들이 주문한 맥주를 받느랴 정신이 없을 때, 화장실에 가는 척하며 그들 테이블을 힐끔거렸다.


“잠시만요. 좀 지나갈게요.”


힐끔거린 그들의 얼굴 실루엣이 내 망막에 박혀 옵틱키아즘을 거쳐 후두엽으로 도달할 즈음, 기다렸단 듯이 전두엽에 전달되는 아주 오래된 전기 자극!


캬 의학용어 안 까먹은 것 좀 보소.


아.


아...?


그래.


김도겸이다.

내 군대 후임 김도겸!


와 도겸이를 이 넓은 땅에서 마주치다니.


“야 김도겸이!”


너무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도겸이의 뒤통수부터 촥 후려갈겼다.


착 붙는 찰진 이 감촉.

그렇지 이 소리야.

최고급 스피커 아폴로그 애니버셔리도 비빌 수 없는 이 사운드!



군대 시절 기억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일과의 시작은 항상 도겸이의 뒤통수를 경쾌하게 치며 시작했으니.


내가 인성이 더러워서 이러는 건 아니다.


도겸이도 항상 뒤통수 맞는 게 좋다고 했거든.

유성훈 상병님 한 대만 더 때려주십쇼 하던 그 얼굴을 잊을 수가 있나.

이야 반갑다 별주부!


별주부 김도겸.

거북이처럼 생긴 도겸이의 외모 때문만이 아니라

날마다 바뀌는 도겸이의 별명에서 유래된 말이다.


‘별’명을

‘주’는 대로 받아

‘부’자가 된 도겸이.


열두 살의 부자가 된 키라마냥 별명 부자다.

별명계의 워렌 버핏.


핑크빛 두피를 가졌다 해서 핑두 도겸.

상병을 2달째 진급 누락을 해서 상병수문장 김도겸.

타짜 짝귀만큼 부러운 별명. 마장동 짝불알 도겸.


물론 진짜 짝불알인진 아직도 모른다.


알면 안 되잖아. 그치?






그 외에도 어느 날은 킴카다시안.

어느 날은 배재대의 효자가 되는 등 셀 수 없는 별명이 많은 도겸이었다.

하루하루 별명이 달라져서 메타를 따라가기 힘든 애들은 그냥 속편하게 그를 별주부라고 불렀다.


핸드폰도 못하는 군대에서 하루의 유일한 낙이였던 도겸이 통수 후리기.

시각, 청각, 촉각.

무려 오감 중 세 가지 감각을 만족시키는 통수치기.


별주부의 뒤통수를 때리고는 “오늘 아침 뭐냐?” 이랬던 기억도 나고.

마치 오늘도 한 대 갈기면 ‘아 오늘 메뉴는 쏘세지 야채볶음입니다.’가 자동으로 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


짝-


“악! 씨.”


돌아본 도겸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욕지거리를 날린다.

뭔가 반갑게 ‘유상병님 좋은 아침입니다’ 할 것 같았던 기대와는 달리, 인상을 팍 구기고 노려보는 것이 조금은 당황스럽다.


“야 별주부 간만에 보는데 얼굴 좀 풀어라. 갑자기 때려서 니 놀랐나.”


“아니 그쪽 누구신데요.”


“아...백마 10중대 1소대 김도겸 아니세요?”


도겸이 옆에는 친구인지 뭔지.

도겸이가 인상을 구기자 같이 일어난다.


“도겸아, 아는 사람이야?


그는 테이블에 잔뜩 쏟아진 맥주를 닦으며 성훈을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본다.


“백마 10중대 1소대냐고요? 내가 1소대였나? 10중대는 맞는데. 아니 근데 누구시냐고요. 누군데 뒤통수를 갑자기 때리세요. 알지도 못하는데.”


아 무상한 인생.

이걸 두고 상전벽해라고 하나.


하.

군대를 안가서 결국에 이런 일이.



당연히 반갑게 인사해 줄 것 같았다.

도겸이라면 그럴 것 같았다.


항상 내 편이었던 도겸이가.......

오랜만이라고 서로 부둥켜안고 오랜만의 회포를 풀어도 모자랄 마당에.


“아 착각했나 봐요. 오랜만에 만난 한국인이라 아는 사람인줄 착각했어요. 마저 식사하세요.”


돌아서니 도겸이와 그 친구가 어이없는 새끼라는 둥 궁시렁대는 욕이 들린다.


도겸이는 맞겠지?

머리는 사회인처럼 길어지고 세월의 흔적 때문에 얼굴이 조금 달라지긴 했어도 저 유니크한 뒤통수는 도겸이가 맞는데.


괜히 좀 우울해졌다.


밥을 다 먹고 일어나려는 찰나, 도겸이가 다시 나를 부른다.


설마 날 기억하나.

기억해주나.


분명히 기억할 리가 없지만 괜히 일말의 기대감을 가져본다.

도겸이는 그만큼 같이 군대에서 즐겁게 지냈던 후임이니까.


“아니 근데 생각해보니까 맞은 게 화가 나서요. 착각이라 그러면 그냥 끝나?”


아니 내가 알던 내 후임 맞어?

어이가 없네.

그렇게 충견이었던 네가.


“아니 그래도 그렇지. 야 너 선임한테 이러기야?”


“선임? 너 이름 뭔데요?”


“내가 말한다고 너가 알기는 하냐. 내가 너 똥오줌 못 가릴 때부터 키워주고 했구만. 같이 휴가 맞춰나가서 클럽도 가고 했던 거 기억도 못하겠지. 아 그래. 말해서 뭐하냐. 기억도 못하는데. 야 그냥 내가 너 오늘 먹은 스테이크, 계산 전부 해줄 테니까 그냥 가라 가.”


“아니 이 새끼가 사람을 쳐놓고 끝까지 빡치게 만드네. 야!”


나는 아직까지 너랑 같이 들어갔던 그 곱등이들이 득실득실 했던 1평짜리 벙커가 눈에 훤한데.



“도겸아, 아는 사람은 맞아?”


“아냐 누군지도 몰라.”


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끼어든다.


“아니 그쪽 사람 잘못보고 때린 거면 빨리 사과부터 해요. 근데 그러고 보니 도겸이 이름은 어떻게 아셨대. 도겸이는 그쪽 모른다는데.”


“어...어....... 그러니까 그게.”


서울대 의대 들어갔을 때 힘들었던 기억이 왠지 모르게 겹쳐진다.

동기들은 날 잘 알고 있었지만 정작 내가 동기들을 몰라서 고생했던 그때 그 시절.

지금은 정확히도 반대의 상황이다.


내가 아는 사람이 날 모르는 것도 정말 답답한 일이구나.

항상 이렇게 곤란한 상황이 오거나 하면 도겸이는 나의 편이 되곤 했었는데.

그 우락부락하게 생긴 외모랑 다르게 말야.


후임때는 도겸이 만큼 든든한 친구가 없었다.

옆 중대 아저씨랑 시비가 붙었을 때도 그랬다.


서로 영창 생각 안하고 주먹다짐까지 할 판이었는데.......

도겸이가 짠하고 나타나더니 웃통을 한 번에 벗어 던지고.

그 험악한 가슴팍 문신과 와꾸를 들이대서 옆 중대 아저씨의 이성을 되찾게 만든 사건.


하아.......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냐.


“아니 그냥 모르는 사람입니다. 때린 건 미안해요.”


귀찮은 일은 도맡아 해주고.

밑에 애들 군기까지 싹다 잡아주고.

‘야, 애들 관리 좀 해.’라는 말 한마디면 닥터스트레인지 마법처럼 모든 걸 정리되는 기적을 보여주었던 너가.

그렇게 든든하던 너가.


“아니 그러니까 그냥 그 정도로 하고 넘어갈 일이냐고. 아까 그냥 사과했으면 넘어갔을 텐데 돈지랄로 미안하단 말도 없이 그냥 넘어가려고 하는 게 빡친 거라니까? 뭐? 스테이크 사줄테니까 그냥 가라고?”


아.......

도겸아...도겸아.......


“아니 아니 잠깐만요. 머리가 아파서.......”


“이 새끼가 진짜.”



아니 잠깐만.


지금.


내가.


능력을 써서.


군대를 돌아가면.......


도겸이와의 관계도 회복 되는 거 아닐까.


한줄기의 동아줄을 잡은 느낌이었다.



그래 씨발.

잊고 있었다.

진작에 군대 문제를 해결하면 될 것을.


능력을 쓰자.




단전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지금 정도의 기분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온 신경을 집중해서 그 힘을 뇌의 중심으로 모은다.


그리고는 살짝 몸을 비튼다.

뇌로 모은 기운을 곧장 능력에 사용하는 게 아니다.

그 기운은 모조리 팔로 보낸다.


그대로 팔에 그 힘을 실어 도겸이의 뒤통수를 한 번 더 후려친다.


쫙-


역시 이 에픽한 느낌.

찰진 이 맛.


아니 아니 찰짐을 느끼지말고 이 씨방새야.

집중을 해야지.

심리 컨트롤.


스스로 잘 안 될 땐 역시 타인의 힘을 빌려야.......


퍽-


도겸의 주먹이 날아온다.


아.

존나 좆같은 새끼.


“야. 도겸아.”


퍽-

퍽-


“뒤져, 뒤져 이 새끼야. 니가 뭔 선임이야 씨발.”


“도겸아.”


“닥쳐 병신아”


“도겸아!”


“이 씨발 새끼가 그래도 자꾸!”


“도겸아아아!”



퍽-

퍽-

퍽-


연이어 날아오는 도겸이의 주먹.


날아오는 주먹마저 찰지구나.


“나...군대...갔다 왔다....... 진짜야.”


코피가 흐르는 게 느껴지며

의식이 서서히 흐려진다.


그동안 고마웠다.

김도겸.




날이 오져서.




날이 오지지 않아서.




날이 그냥 적당히 오져서.




너와 함께한 모든 날이.




지렸다.




도겸아 고마워.




내게 가장 소중했던 후임 도겸아.


의식을 되찾고 보면 우리의 연이 다시 이어져있길.


우리가 함께했던 추억이 다시 살아나길.



그리고 나도.


드디어 해결한 거겠지.


군대.




흐려진 의식 속에서 아주 깊은 꿈을 꾸었다.

사실 꿈이라기보단 기억에 가까웠다.


부대원 추천으로 분대장까지 달아주었을 때, 도겸이의 기뻐하던 그 얼굴.


선임은 선임답게.

후임은 후임답게.


내가 유일하게 살면서 잘한 짓.

우리 부대 전통을 바꾼 일.



그러니까 이제.......




***

정신을 차려보니 낯선 공간이다.


어.

천창이 너무 가까워.


2층.

2층 침대구나.


몸을 일으켜 세워 주변을 돌아본다.

침대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니 아래에 놓여있는 낡은 슬리퍼.

그 옆 휴지통엔 먹다 버린 피자, 구겨진 콜라캔 몇 개.


여기가 어디여 씨발.

방은 또 뭐 이리 좁지.


방에는 이층침대가 두 개 놓여져 있었고,

침대간의 사이는 사람 두 명이 겨우 몸을 구겨가며 지나갈 정도였다.


놓여있는 슬리퍼를 신고 작은 방을 벗어난다.

문을 열고 나가니 대뜸 말을 거는 한 남자.


“오 썽훈 일어났어? 굳 모닝!”


웬 동양인 남자.

한국인인가.


“아니...여기가 어디에요?”


“왓? 갑자기 뭔 소리야 썽훈.”


“아니 아니....... 아 그렇지. 내가 어제 취해서 그래. 지금 뭔 상황인지 모르겠어서...아 여기가 어디였지?”


“무슨 소리야 어제 우리 밤새 게임하다가 그냥 잤잖아. 술은 또 언제 먹었는데.”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아 미안. 내가 좀 단기 기억 상실증이 있어. 그 뭐냐. 알츠하이머. 그거. 약간 단기만 사라지는 거. 그래서 여기가 어디라고?”


“어디긴 어디야. 줌바 아줌마의 게스트하우스지.”


게...스트 하우스?


아니 씨발.

이게 또 뭔 일이야.

여긴 왜 또 처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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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2-(15) 19.05.17 187 10 12쪽
39 2-(14) +1 19.05.16 197 10 12쪽
38 2-(13) +1 19.05.15 388 9 11쪽
37 2-(12) +1 19.05.14 483 10 12쪽
36 2-(11) 19.05.13 489 15 11쪽
35 2-(10) +1 19.05.12 544 13 12쪽
34 2-(09) +5 19.05.11 612 13 12쪽
33 2-(08) 19.05.10 561 12 12쪽
» 2-(07) +2 19.05.09 597 13 11쪽
31 2-(06) 19.05.08 641 13 12쪽
30 2-(05) +2 19.05.07 681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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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22) +3 19.04.29 933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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