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가 용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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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쉬드
작품등록일 :
2019.04.03 02:12
최근연재일 :
2019.05.10 16:26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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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수 :
158,470

작성
19.04.2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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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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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초라한 나 자신

DUMMY

길순은 안도하며 지원을 보았다.


"그래도 다행히 자네가 이번 세대 용왕이여서 다행이었네. 다른 용이었다면 이렇게 일이 잘 풀리지 못했을게야."


"나는 딱히 천계에 목메일 정도는 아니여서. 오히려 자네한테 그런 일을 겪게한 천계에 좋은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나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용도 있다만 극소수야. 오히려 너를 벌줘야 된다는 의견이 대다수여서 나도 너를 벌주는 걸 무를 수는 없어.

누가 뭐래도 용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신통력을 쌓아서 천계로 승천하는 것. 그 수단이 너 때문에 막혀버렸으니. 어찌보면 원망하는 것도 당연해."


"자네하고 싸우게 된 걸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이제 다 끝난 일을 이제와서 들추려 하다니. 자네도 힘들었을 텐데."

"괜찮네. 우리 용들은 삶은 길지만 그만큼 시간을 느리게 느끼지. 몇백년 전의 일을 어제처럼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네."

"..."


둘의 대화만 들어도 친근했던 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당연하다, 나는 길순을 안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고 길순과 화유는 같은 용이기도 하니. 서로 몇백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었을 거다.


소외감이 느껴진다는 걸 알아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만남의 깊이가 다른 것이다.


그런데...왜 이렇게 가슴께가 답답할까?


속으로 도리질을 쳤다. 정신차려 이자식아. 일단은 대화에 집중하자.


"그러면 자네가 나와 싸워준다고 했으니. 나는 정보를 제공해줘야 겠지?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알려면 이것부터 알아둬."


"요즘 요괴나 영물들 사이에서 실종사건이 일어나고 있어."

"호오?"

"예?"


실종사건...? 이거 차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영혼실종사건하고 비슷하지 않아?


"그건 다른 요괴들도 알고있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옛날이나 저때나 요괴들은 개성이 강해서 종족마다 개인마다 따로따로 노니까.

뭉처서 활동하는 요괴들도 있는 것 같다만, 종족들끼리의 소통은 거의 하지 않지. 내가 아는 몇몇 요괴들이 있어서 그들한테 근황을 물어봤었는데.

거의 대부분의 종족들이 실종사건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었어. 우연이라기에는 너무 많더라고,

그래서 용들을 시켜 이 한반도 전체를 훑어봤지.

거기서 미향이 대청고등학교에 이상한 기가 흐르고 있다 말해서, 미향에게 고등학교를 한번 조사해보라고 보낸던 거야.

설마 거기서 미향 너를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자네는 여전하구만. 입은 종족을 위한다고 하면서, 항상 다른 요괴들 한테도 도움을 주려한단 말이지."

"힘은 쓰라고 있는 거니까. 이왕 쓸거면 좋은 일에 쓰는게 낫지 않겠나?"


길순이 나를 만났을 때 했던 말과 비슷했다.


옆에서봐도 둘의 신뢰감을 알 수 있었다. 성격도 비슷해 보이고 사이가 좋았을 만도 하네.


"알려줘서 고맙네."

"그러면...이제 내일 서로 싸우는 일만 남은 건가?"

"그렇지."


지원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솔직히 많이 아플거야. 힘을 조절하긴 하겠다만 보는 용들이 많을 거여서. 일부러 때리면서 조롱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 갈거야. 그건..."

"알고 있네. 그래야 동족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다는 게지? 각오 단단히 할테니, 걱정하니 말게나,"

"그래, 그러면 위치는 정해서 오늘 중으로 알려줘."

"알겠네."


길순은 동족들에게 원한을 샀다. 그걸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길순이 화유에게 처절하게 지는 것.

지원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학교에 대해 조사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차사와 용들의 전면전을 피하고 말이다.

겉으로 보기엔 꽤나 인도적이다.

차사들과 용들의 충돌을 피한 거니까.


하지만.

길순을 보았다.


자신이 맞는 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저렇게 올곧게 자신에게 냉정할수가 있다고? 무슨 사람이 그래.


머리로는 온갖 생각이 휘몰아쳤지만, 이해하고 있다. 저것만큼 완벽한 방법은 없다고.


그러나 내입은 마음대로 움직였다.


"길순이 당신하고 싸우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어요?"

"응?"

"뭐라고?"


길순과 지원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지금까지 우리 애기를 듣지 않았을까나? 이것보다 나은 방법은 없어. 그게 나와 길순이 생각한 방법이야."

"그래도 길순이 다치는 거잖아요. 뭔가 더 나은 방법이-"

"이봐."


어떻게든 말을 이을려 하자. 지원은 웃음을 지우고 나를 째려보았다.


"그래서 너는 뭘 생각했지?"


한심하게 본다는 걸 알았지만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그, 그건...아직."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라...그냥 방법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지껄였던 거라면 실망이야.

나도 하고싶어서 하는 건 아니야. 내 종족을 만족시킬 방법이 이것밖에 없으니까. 할 수 밖에 없는거야."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

"네가 이렇게 길순 옆에 있는 것만으로 과분하다는 걸 알아야지."


지원은 덧붙여 말했다.


"알량한 감정만으로 일을 그르치려 하지 마."


하아...시발.


머리를 숙였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발걸음을 옯겨 화유 옆을 지나쳐 빠르게 걸어갔다.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다.


도움이 될 수 없는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능력이 없는 내가.

너무 분하다.


"하늘아!"


길순이 하늘이를 따라가려 했지만 화유가 팔을 뻗어 제지했다.


"그만두는 게 좋아."

"애초에 자네가 말을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잖는가!"

"미안하군."


길순은 지원은 조금 원망스럽게 보았지만 그는 그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달려가는 화유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저 녀석은 자신의 주제를 상기할 필요가 있어. 그래서 일부러 말을 험하게 했네."

"상기시켜 줘 봤자. 뭐가 달라진다는 거지?"

"뭐, 용왕의 시험이라고 생각해주게나. 어쨌든 그냥 내버려두게, 그래도 저 녀석도 인간나이로는 성인이니. 곧 마음을 추스르겠지."


길순은 하늘이가 걸어나간 곳을 보았지만 어느새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


"하아..."


무거운 공기가 폐속을 훑고 지나갔다.


지원의 말과 길순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자네가 그런 말을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

'알량한 감정만으로 일을 그르치려 하지마라, 인간.'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


걱정되니까. 그런 말을 한게 당연한거 아니야? 그런데 그런 식으로 대답들을 해버리면 어떡하라고.


할 말이 없잖아.

다들 빌어먹게 맞는 말 만해서 할말이 없잖아.


무슨 말을 해도 무시당하고 만다. 아니, 무시당하고 마는 게 아니다. 무시를 당할 수 밖에 없어서 무시를 당하는 거다.


그들과 나는 격이 다르다.

그렇다고 내가 머리가 좋은가,

아니다.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다.

자본이 많은 재력가인가.

아니다.


죽었다 되살아난 걸 제외하면, 뭐하나 제대로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시민 중의 한 사람이다.


나는 그것밖에 안되는 사람이다.


'차사는 하명의 부차사는 선택할 수 있어. 그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길순네가 모르지 않을 텐데.'

시아가 했던 경고, 그건 빈말이 아니었다. 길순과 있으면 있을 수록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는 걸 알아버리고 만다.


"나는 뭘 할 수 있지?"


답답한 마음에 혼잣말을 했다.


"길순을 위해서 뭘 해줄 수 있냐고."


대답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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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차사와 부차사 +2 19.05.10 69 1 9쪽
44 평범의 근성 19.04.30 62 1 9쪽
43 평범할지라도 19.04.27 75 1 9쪽
42 시작된 싸움판 19.04.27 61 1 7쪽
41 나의 진심 19.04.26 58 1 8쪽
40 길순의 진심 19.04.26 60 0 10쪽
» 초라한 나 자신 19.04.25 62 1 8쪽
38 화나지도 않아요? 19.04.25 62 1 8쪽
37 용들 19.04.24 73 1 9쪽
36 길순의 과거 19.04.23 66 1 8쪽
35 길순과 놀이공원 19.04.22 71 1 7쪽
34 휴식? 19.04.21 68 1 7쪽
33 길순의 패션센스 19.04.21 83 1 8쪽
32 계획 +2 19.04.19 97 1 8쪽
31 길순의 집 19.04.18 69 1 7쪽
30 긴 하루가 지나고 19.04.17 82 0 7쪽
29 뒷수습2 19.04.16 79 0 7쪽
28 뒷수습 19.04.15 76 1 7쪽
27 돌아가는 길 +2 19.04.14 98 1 7쪽
26 용의 힘 19.04.14 100 1 7쪽
25 미향과 길순 19.04.13 69 1 8쪽
24 해결? 19.04.13 68 1 8쪽
23 또다른 용 19.04.12 69 1 8쪽
22 귀신들린 학교3 19.04.12 73 1 9쪽
21 귀신들린 학교2 19.04.11 65 1 9쪽
20 귀신들린 학교1 19.04.11 80 0 7쪽
19 학교조사 19.04.10 67 0 10쪽
18 요술과 주술 19.04.10 72 0 8쪽
17 여동생2 19.04.09 99 1 8쪽
16 여동생1 19.04.09 8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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