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민족해방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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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tta
작품등록일 :
2019.04.03 20:10
최근연재일 :
2019.05.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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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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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 악마(4)

DUMMY

아사쿠라 요양원의 모든 불이 꺼지고 경비원이 1층 비상구의 문을 확인하고 돌아서는 순간, ‘퍽!’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사카모토가 경비원의 발을 잡고 질질 끌고 갔다. 작은 창고 구석에 경비원을 눕힌 사카모토는 경비원의 허리춤에서 마스터키를 집어 들고 창고를 나갔다.


3층 비상구의 문이 열리고 사카모토가 허리를 숙이고 병실로 통하는 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당직 요양보호사는 TV에 온 정신이 팔려 있었다. 문 앞에 도착한 사카모토는 기회를 엿보다가 당직 요양보호사가 웃음을 터트리자 동시에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시오리의 병실 문이 열리고 사카모토가 들어왔다. 시오리는 잠을 자지 않고 창밖을 쳐다보며 침대위에 앉아 있었다. 사카모토가 헛기침을 했지만, 시오리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사카모토가 시오리 옆으로 다가가 침대위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안 주무시고 뭐하세요?”


시오리가 고개를 돌려 사카모토를 바라봤다.


“누구세요?”


“저 기억 안 나세요? 저번에 왔었는데.. 막 물어보고 그랬잖아요.”


시오리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 다른 게 아니라 정말 하나만 더 물어보려고 왔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사진을 보여 드릴거에요. 괜찮죠?”


시오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전에 봤을 때랑은 좀 다르시네요. 그렇죠?”


“뭐가요?”


“아.. 아닙니다. 그.. 혹시 이 사진 기억나세요?”


사카모토가 미래 아동양호시설(고아원) 전경사진을 꺼내며 말했다. 시오리가 사진을 쳐다봤다.


“그.. 여기 보면 시오리씨도 나오고.. 그 옆에 어떤 아저씨도 있고... 어린 아이들도 보이고..”


사카모토가 사진을 쳐다보는 시오리의 눈빛을 살피며 말을 하는데, 시오리가 갑자기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뭔가 말을 꺼내려는 것처럼 입을 움직거렸다. 사카모토가 말을 멈추고 시오리가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 시오리의 입술이 점점 커지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악..마.”


“네?”


“악마.. 악마.. 악마! 악마!!”


시오리가 소리를 지르며 침대위에서 날뛰자, 사카모토가 시오리의 입을 손으로 막고 어깨를 붙잡았다.


“진정.. 진정하세요.”


시오리가 미친 사람처럼 계속 날뛰자, 사카모토가 더 강하게 붙잡았다. 시오리는 갑자기 온 몸에 힘이 풀리고는 얌전해 졌다. 사카모토가 천천히 시오리의 몸에서 손을 떼고는 말을 꺼내려는데, 시오리가 침대에서 내려와 사카모토를 향해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말했다.


“회장님.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제 그만.. 아이들을 그만 데려가세요. 제발.. 뭐든지 하겠습니다. 시키는 건 뭐든지 할테니.. 아이들은.. 아이들만은...”


시오리가 사카모토의 신발을 붙잡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사카모토가 침대에서 내려와 시오리를 마주보며 물었다.


“아이들요? 오마치가 아이들을 어떻게 했습니까? 입양한 아이들이 여러 명인가요? 시오리씨? 시오리씨?”


시오리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사카모토가 시오리를 들어 침대에 눕히고는 콧구멍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악마? 아이들? 이게 대체 다 무슨 소리야?’


사카모토는 몸을 돌려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고 돌리려다 손을 뗐다. 사카모토는 병실 구석에 놓인 소파에 앉아 등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


아사쿠라 오마치가 잔을 따르는 여비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드디어 내일이구만..”


“네. 회장님.”


“그 놈은 내가 가는 줄 알고 있겠지?”


“네. 자리도 따로 마련해 뒀을 겁니다.”


“음. 좋아. 타워의 보안은?”


“일주일 전부터 총리 경호팀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래. 한 놈도 서운하지 않게 느끼도록 잘 대해주라고 해.”


“네. 안 그래도 단단히 일러뒀습니다.”


“역시.. 자네야...”


오마치가 여비서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여비서는 오마치가 앉은 자세를 빈번히 바꾸는 것을 눈치 채고는 말했다.


“아무리 회장님이라도 이번 일이 설레시나 봅니다.”


“아... 들켰구만. 그래. 흥분돼. 아주. 흥분돼.”


여비서가 오마치 옆으로 조금 다가가며 말했다.


“준비하겠습니다.”


“어? 아... 그럴까?”


오마치의 볼이 붉어졌다. 여비서가 일어나 방을 나가고, 곧이어 하녀들이 들어와 술상을 치우고 나갔다. 그리고 잠시 뒤, 붉은 색 유카타(일본식 욕의)를 입은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여자아이가 오마치의 방으로 들어간 것을 쳐다보던 여비서가 방의 불이 꺼지자 돌아서서 복도를 따라 걸어가는데, 젊은 남자가 핸드폰을 들고 다가왔다.


“실장님. 유이씨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통화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 유이가?”


여비서가 핸드폰을 받으며 말했다.


“어머, 유이씨 이렇게 전화로 만날 줄은 몰랐네요. 팬이에요.”


“진짜요? 고맙습니다. 암튼, 정말 죄송해요. 밤늦게 갑자기 연락드려서요.”


“아니에요. 그런데. 어쩐 일이시죠?”


“그게 내일 무대를 위해서 준비를 할 게 있는데 경호팀에서 절대 출입을 안 시켜줘서요. 혹시 아사쿠라 쪽에서 이야기 해주면 될까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무대는 다 설치했잖아요. 또 뭐가 필요하신 거죠?”


“아 그러니까요. 사실은 내일 공연이 저한테 엄청 중요한 거여서.. 대표님도 어찌나 긴장하고 있는지...”


“아 그럼요. 중요하죠.”


“그래서.. 사실은 이번 앨범 컨셉이랑 맞춰서 준비한 게 있는데 이걸 깜빡했지 뭐에요.”


“그렇군요... 깜빡하신 게 뭔가요?”


“아... 그. 날개를 만들어야 되는데. 밖에서 만들고 들어갈 수가 없어서요. 사람들이 보면 김새잖아요. 이게 깃털로 일일이 다 꿰매서 만드는 건데다가 꽤 크거든요.”


“날개요?”


“네. 천사의 날개요.”


“아.. 그렇군요.”


여비서가 유이 앨범의 표지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알겠습니다. 경호원을 바꿔주시겠어요.”


“아. 정말요? 고맙습니다.”


“아니에요. 유이씨. 내일 공연 잘 부탁드릴게요. 아사쿠라 타워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행사니까요.”


“아. 그럼요. 정말 열심히 할거에요.”


“네.. 그럼.”


“네. 바꿔드릴게요.”


경호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유이씨가 싣고 온 모든 짐을 확인하고 이상 없으면 들여보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계획된 절차가 있는데..”


“유이씨가 계획된 가수라는 거 잘 아실텐데.. 총리대신께서 직접 고른 가수 아닌가요? 좋은 공연을 위해 열심인 것 같으니 협조해주시죠.”


“음..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여비서가 복도를 다시 걸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천사의 날개라.. 죽음의 날개가 되겠네.. 불쌍한 것.”


*******


젊은 경호원이 유이의 승합차에 실린 나무박스를 일일이 열어보며 확인했다.


“깃털이 엄청 많군요.”


“네. 아주 큰 날개에요.”


유이가 경호원 뒤에서 발랄하게 말했다. 경호원이 승합차의 트렁크에서 내리고는 유이를 향해 무뚝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상 없습니다.”


“네. 고마워요.”


유이가 여전히 자신을 쳐다보는 경호원을 빤히 바라봤다.


“뭐.. 또 해야 되는 게 있나요?”


“그.. 싸인을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네? 아. 그럼요. 그런데 제가 펜이 없는데..”


“여기..”


경호원이 안주머니에서 펜과 수첩을 꺼내 유이에게 건넸다. 유이가 곧바로 싸인을 하고 수첩을 돌려주자 경호원이 엷게 미소를 지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뭘요. 내일 공연 보러 오시나요?”


“아.. 전 여기서 계속 검문을 해야 합니다.”


“그렇군요... 제 팬인 것 같은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무쪼록 내일 공연 잘 부탁드립니다.”


“네. 열심히 할게요.”


“그나저나 운전은.. 직접하고 오셨어요?”


경호원이 승합차의 텅 빈 운전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워낙 급한 일이어서요. 그럼 가볼게요.”


“아.. 네. 네.”


유이가 운전석에 타고 차량 엘리베이터 문 앞으로 몰고 갔다. 커다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승합차가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안은 온통 거울로 장식이 되어 있었다. 거울에 비친 운전석안의 유이는 차갑게 웃고 있었다. ‘덜컹! 지이잉!’ 엘리베이터가 메인 홀이 있는 층을 향해 올라갔다.


*******


아사쿠라 타워는 경성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아사쿠라 오마치가 경성의 경제발전을 상징하는 의미로 지었다고 대외적으로 선전했지만 그저 반도에서 자신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 지은 것이었다. 한동안 반도에서 아사쿠라 타워에 견줄만한 빌딩은 없었는데, 최근에 산코의 회장 쓰키야마 타다시가 아사쿠라 타워를 마주보는 곳에 빌딩을 짓기 시작했다.


쓰키야마 타다시는 아사쿠라 타워보다 낮은 층이라고 인터뷰를 했지만 시공사에서는 이미 훨씬 높은 빌딩이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건설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아직 빌딩의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모두들 산코 타워라고 부르고 있었다.


산코 타워의 건설현장은 비상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내일부터 제국의 가장 긴 공휴일이 시작되기 때문에 현장은 입구의 경비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경비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가토는 졸고 있는 경비를 빤히 쳐다보며 산코 타워 건설 현장으로 들어갔다. 산코 타워 내부로 들어온 가토는 난간도 없는 시멘트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자재들이 잔뜩 쌓여 있는 공간에 도착한 가토는 뻥 뚫린 창문 사이로 보이는 아사쿠라 타워를 바라봤다. 찬바람이 가토의 얼굴을 할퀴었다.


가토는 창문 가까이 다가가 들고 온 기다란 가방을 열었다. 분해되어 있는 총기들을 꺼낸 가토가 연결을 시작하자 기다란 저격용 라이플이 완성되었다. 마지막으로 16배율의 조준경을 장착한 가토가 조준경으로 오른쪽 눈을 가져갔다.


아사쿠라 타워의 메인 홀 안이 들여다보이는 커다란 창문을 바라보던 가토는 총을 내려놓고 창문에 기대 주머니에서 엽서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고 유이의 데뷔시절 모습이 표지에 담긴 엽서를 손에 쥔 가토는 유이의 핑크색 머리카락을 쳐다보며 뭔가 떠오르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렸지만, 두 달 전 자신이 꾸었던 꿈을 기억해내진 못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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