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소환(1)
이 글은 작가의 상상에 의해 쓰여진 글입니다.
1)
세계적인 게임 잃어버린 대륙 (THE LOST CONTINENT)을 아는가.
그 게임의 마지막 헬 난이도 보스인 마신 프롬까지 깬 프로 게이머다. 주 수입은 게임 아이템 판매와 인터넷 방송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끝이었다. 아니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인터넷 방송을 켜고 언제나 그렇듯 얼굴을 가린 상태로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오늘이 마지막 방송이 될 것 같습니다.”
채팅창에 난리가 났다.
로스트 폐인 : 왜요? 별이 부족해서 그러세요?
[로스트 폐인님이 별 1만 개를 보내셨습니다.]
로스트 법사 : 폐인 님 1만 개 가지고 되겠어요?
[로스트 법사 님이 별 10만 개를 보내셨습니다.]
잃어버린 대륙 짜증나 : 게임 마스터가 방송을 그만하면 공략은 누가 알려 줘요. 제발 그만하지 마세요.
대륙 초보 장사꾼 : 그 동안 게임 마스터 님의 꿀 팁 때문에 안전하게 장사할 수 있었는데.. 그만 두시면 안 돼요!
[대륙 초보 장사꾼 님이 별 100만 개를 보내셨습니다.]
.
.
“별을 보내 주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인해 방송을 그만할 수밖에 없습니다.”
벌써 별이 1천만 개가 넘었다. 별 한 개에 100원이었다. 인터넷 방송사와 6대 4로 배분받는다. 그러니까 별 한 개에 60원을 받는다.
순식간에 6억을 번 것이다. 역대 최고 수익이다.
꿀팁을 알려주고 최고로 번 것이 2억이었다. 월평균 3억이나 버는 좋은 직업이었다.
하지만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생명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별을 더 받기가 그렇네요. 알려는 드려야 할 것 같아서 공지하는 것인데..”
잃어버린 대륙 게임이 유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가상현실 잃어버린 대륙 게임이 출시되고 15년이 지났다. 그리고 5년 전 가상현실이 아닌 진짜 잃어버린 대륙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몰랐다. 5년 전 전 세계에서 대규모로 사람들이 실종됐었다. 실종된 사람들은 몇 달 만에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특수한 능력을 얻었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잃어버린 대륙의 물건을 가지고 올 수 있는 인벤토리라는 능력이었다.
잃어버린 대륙에서 얻은 금화나 회복 물약 등은 지구에서도 사용 가능했다.
그리고 1년 전쯤 잃어버린 대륙 성주 퀘스트를 완료하자 잃어버린 대륙과 지구를 오갈 수 있는 포털이 생겼다.
이제 누구나 돈만 내면 두 세계를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종되었던 사람들처럼 특수한 능력이 생기지는 않았다. 실종되었던 사람들은 게임 케릭터처럼 마법사나 기사, 소환사 같은 능력이 있었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약속할게요. 살아남는다면 돌아오겠습니다.”
채팅창에서 무슨 말이냐고 묻는 글이 수없이 올라왔다. 하지만 그냥 방송을 종료했다.
“원한 것은 아니지만.. 치료비에 보탤 수 있겠네.”
매달 평균 3억을 벌면 뭐하나.
머리에 생긴 종양 치료비에 3억이 넘게 들어가는데.
그나마 잃어버린 대륙에서 나오는 치료 약 때문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처음에는 수술할 수 없을 정도로 종양이 컸다.
위치도 애매했다. 잃어버린 대륙에서 나오는 약으로 치료하며 종양의 크기를 줄였다. 수술할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어느 순간 더는 줄어들지 않았다. 수술 성공 확률은 반반이었다.
“잃어버린 대륙에서 엘릭서만 얻을 수 있어도..”
가상현실 게임과 같다면 분명 엘릭서도 존재했다. 모든 병을 치료한다는 엘릭서만 있다면 이런 위험한 수술 따위는 받지 않아도 된다.
실종되었던 사람들처럼 능력만 얻을 수 있다면 엘릭서를 구할 자신도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가상현실 게임 잃어버린 대륙의 랭킹 1위니까.
“후우. 눈앞의 현실부터 생각하자.”
방을 정리하고 짐을 쌌다. 수술하고 짧게는 한 달 이상 병원에 있어야 했다. 고아라 돌봐줄 사람도 없었다.
**
“미안합니다. 성철 씨.”
“...”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가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할 말이 없었다.
결국, 종양을 완벽하게 제거 못 했다. 수술 동의서에 종양을 제거 못 할 수도 있다는 조항이 있기는 했다.
“분명 제거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의사 선생님 말씀만 믿었는데.”
“미안합니다. 제거할 수 있는 부분은 다 제거했습니다. 하지만 3분의 1은 제거 할 수 없었습니다. 남은 부분을 제거하는 순간 성철 씨의 뇌는 제대로 기능을 못 합니다.”
문제는 종양이 다시 자란다는 것이다. 깨질 듯한 두통과 메스꺼움을 매일 느껴야 한다.
“그럼 이대로 죽어야 하는 건가요?”
“미안합니다. 종양이 뇌 속으로 파고들 줄은 몰랐습니다.”
확 뒤집어엎고 싶었다.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이를 악물며 물었다.
“얼마나 남았나요?”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 정도입니다. 고통도 더 심해질 것입니다.”
“진짜 방법은 없나요?”
“...”
말없이 고개를 돌리는 것이 보였다. 이제 현대 의학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잃어버린 대륙에서 나오는 치료 약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였다.
“그래도 최고급 치료 약을 사용해서 일상생활은 바로 가능합니다. 강력한 각성제 수준의 진통제를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머리를 빡빡 밀기는 했지만, 상처 부위는 다 아물었다. 이것도 잃어버린 대륙에서 나오는 치료 약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안합니다.”
의사는 또 고개 숙였다.
“됐습니다. 그냥 죽는 것이 나을 것 같네요.”
고아로 악착같이 살아왔다. 남부럽지 않게 돈도 벌었다. 매일 지옥 같은 고통을 느끼며 살기는 싫었다.
죽겠다는 마음을 먹자 편해졌다. 어차피 죽는 것 뇌종양 따위는 상관없었다.
“성철 씨! 그래도..”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으며 의사에게 말했다.
“말리지 마세요. 거꾸로 물어볼게요. 의사 선생께서는 1년 동안 고통받다가 죽는 것이 낫습니까? 아니면 깔끔하게 순간의 고통만 느끼고 죽는 것이 낫습니까!”
“...”
대답하지 않았다. 의사의 답은 후자였다.
“수술비 돌려달라는 말 따위는 안 하겠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병실을 나갔다. 의사는 차마 붙잡지 못했다.
위험한 수술이라 수술비와 입원비까지 미리 완납했었다. 하지만 돌려달라고 원무과에 가지 않았다. 그냥 병원을 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잠시 마트에 들렸다. 먹을 것을 사기 위한 것은 아니다. 술을 샀다. 술 따위는 입에 댄 적도 없었다.
술에 의존해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술이 마시고 싶었다.
술을 진탕 마시고 쓰러진다면 잠시나마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잊지 않을까 싶었다.
꽤 많은 술을 사가지고 돌아와서 마시기 시작했다. 무슨 술인지도 모른다. 그냥 술이면 되었다. 독한 위스키부터 와인까지 30병이 넘었다.
그냥 마신다. 독한 위스키가 목을 타고 넘어갈 때 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또 마신다.
타는 듯한 고통이 살아 있다는 증거 같아서 좋았다. 술이 들어가자 약간 어지러운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해보고 싶은 것 다 해 보고 죽자.
고아로 태어나 돈을 벌기 위해 일만 했지 놀지는 못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가상현실 게임을 즐겼다는 것 정도다.
여행도 가상현실 게임 안에서 다녔다. 친구도 고아원 친구 한둘이 다였다. 남은 돈 펑펑 써 가며 마지막을 준비하자.
“흑..”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질 줄 알았는데.. 그냥 눈물이 나온다.
술을 덜 마셔서 그런 것인가.
위스키 한 병을 따서 그냥 입에 물었다. 음료수 마시듯 벌컥벌컥 마셨다.
하지만 기분은 좋아지지 않았다. 눈물이 더 나온다. 참을 수 없는 흐느낌을 손으로 막아본다.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흐흑.”
갑자기 외롭다고 느껴졌다. 이 아픔을.. 슬픔을.. 나눌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옆으로 스르륵 쓰러져 잠이 들었다.
처음 마시는 술을 빈속에 몇 병이나 쉬지 않고 마셨으니 기절하듯 잠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그때 성철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라졌다.
잃어버린 대륙에 소환되는 특징은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고 사라진다는 것이다.
기회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추천과 선호작 등록은 작가를 춤추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 작가의말
재미있게 읽어 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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