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건달유협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이Soo
그림/삽화
라치(Rachi)
작품등록일 :
2019.04.03 23:23
최근연재일 :
2019.09.12 12:16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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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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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4
글자수 :
531,400

작성
19.04.0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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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글자
11쪽

#7-궁에 동탁이 두명이외다

DUMMY

"폐하! 황문시랑 순유 공달. 폐하를 알현하옵니다."


말을 마치고 부복한 그는 약간 마른 체형의 전형적인 문사의 모습이었다. 짙은 쌍꺼풀은 조금 인상적이고.

유협은 이러한 순유를 보고 매우 흡족했으나 겉으로는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순유의 표정은 혼란스러워 보였다. 책에 읽은 바로는 한 황실에 충성하며 동탁의 횡포에 맞서 암살을 획책했다고 적혀 있었는데, 지금 그의 입장에선 유협이 동탁의 편을 들고 있으니 황제가 아군도 적도 아닌 위치일 것이다.


"그래. 공달아. 네가 여기 온 이유를 알겠니?"


유협은 순유를 얻기 위해 슬슬 시동을 걸었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신이 묻고 싶은 말이옵니다."

"에이. 왜 이러나. 내가 먼저 물었잖아. 답해봐. 못 맞추면 옷 벗을 각오하고."

"그...그렇다면 잠시 생각해 보겠나이다."


순유는 잠시 당황하다 곧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던 가후는 웃음이 터졌다.


"폐하께선 아주 짓궂은 면이 많으십니다. 후후후."

"그래? 문화 너도 생각해봐. 내가 왜 공달을 데려오게 했는지. 그의 답을 듣고 네 답도 듣지."


괜히 한 마디 했다 불이 번진 가후는 웃음을 멈추고 순유와 마찬가지로 생각에 잠겼다. 그때였다. 순유의 입이 떼어졌다.


"아무래도 말을 하기에 앞서 반드시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동탁의 편이십니까?"


유협은 순유가 무슨 이유로 이렇게 묻는지 예상이 갔다. 아마 동탁암살 건 때문일 것이다.


"훗. 그래. 네가 보기엔 어떠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이미 즉위식에서 태위를 죽인 어린 황제다. 여기서 너무

아부하는 것도, 그렇다고 동탁의 편이라고 단정짓듯 이야기하는 것도 모두 하책일 테지.‘


순유는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궁에서 보기엔 동태사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권력도 나눠주셨으니 마치 그의 편인 것처럼 보이나, 실상 동탁을 통하지 않은 채 번릉을 직접 죽이시고 동태사의 충견인 경비대장에게 모욕을 주며 폐하의 존재감을 드러내신 것. 이를 보아 동태사의 편이라기보다 그를... 은연 중 방패로 삼고 황제의 권위를 세우시려 행동하신 것으로 보였습니다."


순유의 대답에 가후의 고개도 끄덕였다.


"거의 정확하다."


유협은 말하다 말고 주변을 살폈다.


"저희 빼고는 궐 내에 아무도 없사옵니다."


이미 하인들을 모두 쫓아 보냈다 말하는 가후를 보며 새삼 그의 일처리에 감탄했다.


"동탁은... 내 1번 말이지."


순유와 가후는 서로를 마주보았다. 유협은 음흉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아주 튼실한 말이야. 내가 나이가 이런데 어떻게 혼자 나라를, 황실을 이끌어 나가겠어? 튼실한 말을 타고 이끌어야지. 안 그래?"


순유의 입이 딱 벌어졌다. 이게 어디 아홉 살짜리 꼬마가 할 말인가?

순식간에 순유의 뒷덜미가 쭈뼛 섰다. 행여나 동탁의 편인 것 같다고 이야기라도 했으면 정말 목이 달아났을지 모를 일이었다. 순유는 자신도 모르게 재빨리 아부를 떨었다.


"폐하의 복심이 나이에 맞지 않게 하늘에 닿으니 필히 난세가 걷혀질 것입니다."


자신이 이렇게 아부성 말을 잘 하는지는 스스로도 몰랐었다.

얼마 전까지 어린 황제를 은근히 얕보는 마음이 있었던 순유는 막상 만나보니 눈앞의 황제가 모습만 어린 꼬마지, 속은 백년 묵은 구렁이가 들어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1번 말이라면···혹여 2번, 3번 말도 있는 것이옵니까?"


가후가 의심스러운 눈을 하고 물어왔다. 유협은 어깨를 으쓱였다.


"찾아봐야지. 씨가 좋은 말이면 키워도 봐야하고. 좋은 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지. 그건 그렇고 답은 언제 할 건가 황문시랑?"


방금의 물음을 통해 황제란 인물이 어떤지 대략 답이 나온 순유는 마음을 다잡고 대답했다.


"본디 저는 동태사의 독단에 우려가 많았는지라 마음맞는 이들과 함께 그를 암살하려 하였으니, 폐하께서 이를 눈치채고 부르신거라 생각하며 왔사옵니다.

허나 폐하께서는 그를 장기말처럼 여기신다니 고작 장기말 때문에 저를 여기까지 부르신 것은 아닌듯하고···

저에게 무언가 시키실 일이 있으신가 하면 굳이 왜 저인가 싶기도 하며···

저를 쓰시고자 하신다면 아직 제가 폐하께서 직접 부르실 만큼 보여준 공이 없는데 정말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솔직히 감이 오질 않사옵니다."

"감이 안 온다...모른다는 거고, 문화. 네 차례다. 말해봐."


가후는 유협과 순유를 번갈아 보다 말했다.


"폐하께서 황문시랑을 보는 눈빛이 처음 저를 보셨던 그 눈빛과 같사옵니다."


은근히 둘러댄 말이었지만 어찌 됐든 결과는 유협의 속마음을 맞춘 가후였다.

또 다시 나름 감탄한 유협은 고개를 돌려 순유를 보며 손가락으로는 가후를 가르켰다.


"쟤가 하는 소리 들었지? 너 쓸려고 부른 거야."


순유는 깜짝 놀라며 부복했다.


"폐하. 신은 아직 보여 드린 공도 없는데 무엇을 보고 쓰시려 하나이까?"

“이제부터 보여주면 되잖냐.”

“네...?”

"그래도 굳이 뭘 보고 쓰려하냐고 물으려 한다면..."


살짝 뜸들이는 유협의 말에 문득 느낌이 쎄한 순유는 고개를 들어 황제를 바라보았다. 유협은 씨익 웃었다.


"생긴 게 잘생겨서 쓰려고."


왠지 모르게 얼굴이 빨개진 순유였다.


"험험험."


가후는 더 참지 못하고 뒤로 돌아봤다. 그리고는 어깨가 살짝살짝 떨리는 것이 웃음을 참는 것인지 오금이 저린 것인지는 구분되지 않았다.


"자. 이거 받고 영천엘 좀 가야겠다."


유협은 교지 하나를 순유에게 던졌다. 건넨 것이 아니라 그냥 던져버렸다. 깜짝 놀란 순유는 얼떨결에 던져진 교지를 안 떨어뜨리고 잡았다. 안도의 한숨을 쉰 순유는 잡은 교지를 바라봤다.


"이것은···?"

"너네집. 영천 순가장으로 가서 순욱이라는 애를 좀 델고 와라."


순유는 그제야 무릎을 탁 쳤다.


"폐하께서 문약 형을 어찌 아셨는지는 모르오나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형은 그 기재가 남달라 저희 가문에서는 왕좌지재라 불리옵니다. 그는 폐하께 큰 힘이 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신을 쓴다는 게, 결국은 순욱을 데려오기 위한 다리 역할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자 차츰 목소리가 줄어드는 순유다. 유협은 웃음을 참으며 다가가 순유의 어깨를 토닥였다.


"어. 나도 익히 들어 알고 있으니 냉큼 가서 델고 와라. 물론 너도 순욱과 함께 내가 중히 쓸 테니 손 잡고 퍼뜩 돌아와. 알겠냐?"


그제야 살짝 표정이 풀어진 순유가 고개를 숙이며 교지를 받아들였다.


'조조한테 좀 미안해지네. 그래도 내가 다음에 만나면 신경써줄게.’


본래대로라면 조조의 좌뇌, 우뇌가 되었어야 할 인물들을 연달아 빼앗아 버리자, 양심에 찔린 유협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순유가 물러나고 의관을 가져온 가후의 입이 열렸다.


"회의에 참석하시란 동태사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아주 그냥 잘 날뛰고 있구만. 황제더러 오라가라. 알았다."


*


유협이 처소에서 나와 황궁의 대전으로 들어가니 모든 대신들이 일어나 부복하였다.


"황제폐하께서 입궁하십니다."


유협이 용상으로 가다 멈칫했다. 이미 동탁이 용상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개자식이···'


속에서 천불이 났지만 겉으로는 웃으며 달려갔다.


"또오옹사아앙구우욱!!!"


삐져서 동자에 힘을 줘 발음한 건 절대 아니다.


"이리오시오, 황제."


동탁이 달려오는 유협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유협이 동탁의 품에 안기자 여러 대신들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동탁은 이에 아랑곳 않고 품에 안긴 유협의 귓가에 나지막이 말했다.


"오늘도 발딱 서는데 문제 없었소이까?"


'이 변태 새끼가 왜 이렇게 남의 거시기에 관심이 많은 거야?'


"내가 아무리 선들 똥상국 벌떡 선 거만 할까?"


유협 역시 지지 않고 속삭이듯 답했다. 그러자 동탁은 무엇이 그리 기분이 좋은지 껄껄댔다.

그리곤 유협을 무릎에 앉혀놓고 회의를 진행했다.


"오늘 첫 안건은 봉록 문제요."


대신들이 모두 동탁의 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본인이 태사에 상국까지 되고 보니 봉록이 너무 적어 한 황실의 수호를 위해 군을 제대로 꾸릴 수 없소. 해서 봉록을 좀 올릴까 하오."

"짐도 동의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 똥상국···봉록이 조금 짰지?"


유협도 맞장구치자 대신들은 아무도 입을 열 수 없었다.


"의견들이 없는 걸 보니 그대로 진행하겠네. 그럼 태사의 봉록을 오십만 석. 국상의 봉록을 백만 석으로 올리겠네."


동탁의 말에 대신들은 여기저기서 시끌해지기 시작했다.

누구 한 명 제대로 나와서 총대를 매진 않았지만 염치가 없다는 둥, 섭정을 한다는 둥, 황실재정을 빨아먹는다는 둥, 등등의 말들이 들려왔다. 그러자 동탁은 크게 소리를 질렀다.


"나와서 말하지 못할까!"


지켜보던 유협이 동탁에게서 내려오며 허리에 찬 검을 뽑아 들었다.


"입 근질한 놈들 빨랑빨랑 안 튀어나와?"


어제의 일이 있어서인지 대전은 곧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동탁은 뒤에서 그런 유협을 노려보았다.


'너무 거슬리게 설치는군. 한 번 기를 죽여놔야겠어.'


동탁도 용상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말했다.


"본 국상도 지금 궁에 재정이 풍족하지 못함을 안다. 하여 황실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먼저 황실 내 자금을 이용하려 한다."


'응? 뭔 소리지? 황실에서? 내 돈을?'


유협은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뒤돌아 동탁을 봤다.


"영제는 매관매직으로 백성들의 원성을 사, 황건적의 봉기를 자초했으므로 본 상국은 능묘를 열어 자금을 마련하고자 하니 대신들은 재정에 대해서 큰 걱정하지 말기를 바라네."

"뭐? 내 아버지 묘를 파헤치겠다고?"


유협은 화가 난 목소리로 동탁에게 따졌다.


"그렇소이다 황제. 황실의 재정이 너무 빈약해 어쩔 수 없으니 이해바···"

"야 이 새끼야!"


유협은 동탁의 발 아래 서서 고개를 들고 그를 노려보았다.


"폐하가 반대해도 어쩔 수 없···"


동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협은 한 손을 동탁에게 내밀었다.


"반띵하자."


동탁의 입과 함께 대전은 이틀 연속 고요해졌다.




번외)



"아잉..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어멋. 거기는···"


궐 안에서 들리는 야릇한 말들에 왕윤은 고개를 저으며 퇴궐했다. 처소로 돌아가는 마차를 타려는데 마침 조조가 아는 척을 하며 다가왔다.


"왕사도님. 강녕하십니까. 음.. 안색이 매우 좋지 않으십니다."


왕윤은 조조의 걱정을 뒤로 한 채 궁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아. 사백 년 역사의 한나라가 어찌 이렇게까지 무너질 수가···"


조조 역시 왕윤을 따라 궁을 바라보았다.


"또 동탁이 무슨 짓을 한 것입니까?"


왕윤은 슬픈 눈이 되어 조조를 보았다. 그리고는 체념한 듯 고개를 저었다.


"궁에··· 동탁이 두 명이외다..."


작가의말

TK님 껌이님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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