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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레전드 오브 히어로즈(L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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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e88
작품등록일 :
2019.04.04 01:11
최근연재일 :
2019.05.09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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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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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6,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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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4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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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LOH - 자각의 장. 01

DUMMY

- □□□□□ □□□□ □□□□□...



부서진 도시, 쇠락한 폐허의 중앙에서 음울한 어조의 전성음이 울려퍼진다.

안타깝게도 붉은 거인의 전성음에 답하는 이는 존재하질 않았다.


이곳은 만년고도.

거인족의 오랜 역사와 문화가 깃든 최대의 도시였건만 결국에는 침공을 견디지 못하고 폐허로 화하고야 말았다.


누구의 잘못인가.

아니, 거인족이 대관절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



천공의 오만한 주시자들은 말했다.

너희 족속의 존재 그 자체가 죄라고.


그렇다면 그 오만한 족속들에게는 대체 누가 그런 막대한 권한을 쥐어줬지?

자신들의 기준에 맞지않는 족속들을 벌하고 지워버릴 권리를?



거인은 눈물을 흘리지 못했다.

슬프고 비참해도 오만한 족속의 손끝에 재탄생한 그에게는 눈물샘이 존재하질 않았으니까.



이제 붉은 거인 자신을 비롯한 살아남은 거인들 모두에게는 한가지 운명만이 남아 있을 뿐.

앞으로 남은 생애동안에는 오만한 족속의 장난감이 되어 이러저리 휘둘러지다 사라져가겠지.



이번 결투에서 승리한 공로로 간신히 고향을 방문할 기회를 충족했던 붉은 거인은 탄식의 감정만을 가슴속에 쌓았다.


부으으으으-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시간조차 잊은 채로 고향의 참상을 바라보던 거인에게 오만한 족속의 도구가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오오오오오-



붉은 거인은 도구의 재촉에 전성음을 길게 퍼트리며 답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새로운 다짐을 세웠다.


더이상은, 오만한 족속의 노리개로 휘둘리며 과거에 함몰되어 가지 않을 것이다.


붉게 타오르는 심장에 대고 맹세한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올때, 나의 검은 오만한 족속의 심장에 꽂히고 비틀릴 것이다.




























버스 창가에 앉은 김지선의 눈에 익숙한 풍경들이 흘러갔다.

지선은 그 풍경들을 보면서 추억에 잠기기보다는 흘러가버린 자신의 삶이 더욱 야속하게만 느껴졌지만 한숨을 내쉬지는 않았다.


이제껏 살아온 삶의 모든 것을 후회하기에는 눈에 밟히는 것들이 있었으니까.

특히나 자신의 배로 세상에 나온 자식들을 생각할때면 야속한 삶의 한가운데서도 한번씩 미소를 짓게되니 힘겨움을 느끼면서도 다시한번 더 살아갈 생각을 굳힐수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최근 지선은 여러가지 고민거리들이 존재했다.

모두 갑작스레 큰돈을 만지고 있는 남편의 행동에서 비롯된 일들이었다.

지선은 내심으로는 이미 조심성없는 남편의 행동에서 결론을 내린 상태.

그 탓에 한동안 우울해하기도 했었지만 이내 털어낼수 있었던 지선이었다.


처음부터 사랑해서 함께하게된 사람도 아니고, 큰 기대를 가지고 결혼한 남자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이런 못난 사람의 밑에서 말그대로, 보석같은 아이들이 셋이나 태어난 것은 정말 하늘이 그녀를 위해 배려해준 것이라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이제 그녀가 남편에게 바라는 것은 별거 없었다.

그저 큰 사고를 쳐서 가정에 민폐만 끼치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한 그녀가 지금 굉장히 감정적으로 격한 상태에 빠져있는 이유는, 문란한 남편 때문이 아니었다.


변화는 몇달전부터 생겼지만 처음에는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던 지선이었는데, 시간이 흘러 진실을 알게된 이후에 생각해보니 시작은 그때부터였음을 깨달았다.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지선의 오른손에는 꾸깃꾸깃 접힌 명함 하나가 자리했다.


시골에서는 찾기힘든 병원을 물어물어 간신히 찾아가 만날수 있었던 의사가 건네준 것이었다.



- 어머니.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터부시하지만 선진국에서는 달라요. 미국같은 나라에서는 국민 개개인들에게 전담 주치의가 존재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눈부시게 발전중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겁니다. 자녀분께서 성인이 되었을 무렵을 떠올려보세요. 정신적인 질환? 그때쯤에는 숨기는게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껴지는 세상이 되어있을 겁니다.



가방 끈이 짧은 그녀는 의사 선생이 말하는 어려운 용어들을 전부 알아듣지 못했지만 한가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약을 팔고 있구나.

깨달은 즉시 시야가 좁아져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낡은 세간에 의사양반이 앉아있는 책상의 위로는 책들이 겹겹히 쌓여있다. 더구나 간호사 한명 존재하지 않는 사무실의 풍경은 이곳을 병원이라고는 도무지 생각할수 없게 만든다.


" ... 생각해 볼게요. "


진실을 깨달은 지선은 곧바로 자신이 알고있는 최대한의 상냥한 거절의 말을 내뱉고서 몸을 일으켰다.



지선의 얼굴에서 단호함을 엿본 의사양반은 그녀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며 애타는 어조로 자녀를 생각해야한다는 말만 연거푸 내뱉었다.


지금 지선의 손아귀에 들어있는 명함은 그런 연유를 갖고 있었던 것.



" 후... "


차창 밖의 풍경을 눈으로 쫓고있던 지선이 타는 속에서 우러나는 한숨을 내쉬고서 일어나 부저를 눌렀다.


삐이-


이제 집으로 돌아가 그녀에게 근심을 태산같이 얹어준 둘째 아들과 대면해야할 시간이었으니까.


버스가 정차해 뒷문이 열릴 때 의사양반이 건네주었던 명함은 스리슬쩍 그녀의 손에서 쓰레기통으로 흘러내렸고 지선은 깨닫지 못하고서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 엄마... "


" ... "


오후 5시.


평소였다면 학교를 마치고서 학원에 가있어야하는 지선의 둘째 아들이 집에 돌아왔다.

어째서인지 갑자기 성숙해져버린 아들의 목소리가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그녀는 더이상은 피할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어찌해야할지는 버스에서 내리기전에 결정지은 터이기도 했고.



" 세준아. "


지선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둘째아들과 시선을 마주쳤다.

정말 이상하게도 깊은 연륜이 배어있는, 도저히 이제 갓 11살 먹은 아이라고는 생각할수 없는 시선과.




사건은 전날 저녁에 벌어졌다.

사업 관련해서 접대한답시고 남편은 돌아오질 않고, 요즘들어 부쩍 말이 적어진 둘째가 지선을 찾아왔다.


" 엄마... 잠깐 같이 산책할래요? "


지선이 아이들을 키워오며 자식에게서 이런 요청을 받은 것은 처음.

당황스러운 기분도 잠시, 최근들어 말수가 적어진 둘째의 요청이기에 지선은 둘째 아들 세준의 손을 붙잡고서 저녁의 거리로 나아갔다.


봄이 지나가며 밤기운이 선선하게 느껴지는 거리를 아들의 손을 붙잡고서 걷는 기분은 지쳐가던 그녀의 정신에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조용하던 둘째 아들 세준이의 입이 열리기 전까지는.



" 엄마. 엄마는 교회 다니시잖아요. 불교에서는 전생이나 환생같은 개념을 믿는것 같던데 교회는 어때요? "


지선은 이때에서야 이전부터 자신의 아들에게서 느끼고 있던 기이한 위화감의 정체를 눈치채버렸다.


표정과 어조가 너무 성숙했다.

얼마전까지 용돈 500원씩 더달라고 떼를 쓰던 그 얼굴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기이할 정도로 담담한 어조로 시작된 둘째 아들과의 산책은 그 이후로도 2시간은 더 이어졌다.


돌아온 집에서 첫째 아들과 막내딸이 배고프다고 보채는 모습을 보고서야 현실감을 되찾은 지선이 깜짝 놀랄정도로 비현실적인 시간이었다





" 세준아, 엄마는... "


" 오늘 어딜 갔다오셨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되지만 묻지는 않을게요. 그냥... 지금 이 순간, 엄마 생각이 어떨지가 궁금해요. 알려주시겠어요? "



엄마와 아들의 시선이 다시금 부딪힌다.

지선은 자신의 배에서 난 둘째 아들과 시선을 마주하며 지금 이 순간을 피했다가는 파국이 다가올 것이라는 예감을 느꼈다.


그럴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전에, 꼭 확인해야하는 것이 있다.



" 엄마가... 한가지만 물을게. 너는... 엄마 아들 세준이가 정말 맞는거니? "


힘겨워하면서도 간신히 내뱉은 물음에 지난 하루 그녀의 모든 신경을 자극하던 걱정거리가 담겼다.

바로 이것이었다.


평생을 교회에 다니는 기독교 신앙인인 그녀였지만 지금에와서는 모두가 다 필요 없었다.

누군가 사실을 알게되어서 그녀 자신을 우상숭배자라 욕하고 침뱉는다 해도 상관 없다.

중요한 것은 그런게 아닌 것이다.



작은 머리통에 환한 미소가 어렸다.


" 그럼요. 저는 어제도, 지금도, 내일도 어머니 당신의 아들이예요. "




진실로 중요한 것은,

지선 자신은 엄마고 그녀의 눈앞에 환한 미소를 짓고있는 어린아이는 그녀의 아들이란 것.


와락-


이제껏 간신히 참고있던 지선이 세준을 안아들었다.

어느새 부쩍자라서 안아들수는 없지만 매일 맡아오던 아들의 냄새가 여전했다.


부질없는 고민을 끝내고나니 새삼스레 행복해진 지선이 눈물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 그래... 그거면 된거지. 우리아들, 앞으로는 걱정하지마. 엄마가 지켜줄꺼야. "




96년 봄, 그 누구도 모르게 강원도 시골 도시에서 있었던 일이다.












" 어디보자... "


이제 갓 중학생이 되었을까?

짧은 머리에 펑퍼짐한 교복을 입고있는 어린 소년이 서점의 매대에서 잡지 한권을 뽑아올렸다.


" 오!? 창간호라 그런지 이번 부록은 5개네? "


제목은 'G챔프'.

몇년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게임 잡지였다.

어린 소년은 언제나 게임을 좋아했었고, 수십년 삶의 끝에도 게임에 대한 미련만은 놓치질 못했다.


그렇다.

'수십년 삶의 끝'이다.


오래전 기억속에 남아있던 잡지였지만 자세히는 기억하질 못하고 있었던 터였다.

부록으로 달려있는 게임 CD들은 대부분 이맘때에도 오래되서 한물간 것들이었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의 기준으로보자면 바로 오늘 발매되는 최신게임이라도 구닥다리 고전게임들에 불과했으니까.

오히려 그러한 엔티크함에 이끌려 추억속의 게임들을 즐기는 소년이었다.


사실 소년은 게임잡지에 대해서 그리 좋게 생각하지만은 않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이러한 게임 잡지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업계에 어떤 파장을 불러왔었는지 명확히 알고있는 탓이었다.


하지만 소년이 어찌하랴.

이것은 시대의 흐름이고 그 거대한 흐름에 맞서 소년이 할수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기억을 뒤져 제법 많은 돈을 벌어들인 소년이라해도 한계는 존재하는 것이다.


그가 할수있는 일이라고는 게임업계를 안타까이 여겨 남아도는 용돈으로 정품게임들을 사주는 것 정도?


그래서 떳떳한 심정으로 잡지를 들고서 카운터를 향하는 소년이었다.



" G챔프, 7000원입니다. "


" 여기요~! "


나이를 먹었음에도 고와보이는 서점 아주머니의 말에 소년이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내밀었다.


서점 밖으로 나서는 소년의 얼굴로 여름의 태양이 뜨겁게 맞이하지만 미소는 여전했다.



게임 잡지를 들고서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는 소년의 이름은 이세준.


2017년, 온갖 비참한 상황에 내몰려 끝내는 스스로의 삶을 끝내려 했던 남자.

그가 수십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 미소지었다.



친구들은 여전히 학교에 붙잡혀 자율보충수업을 받고있을 시간에 세준은 당당하게 대낮의 거리를 걷고 있다.


'자율보충수업'.

말만 자율이지 실제로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제로 수업을 하는 시간이었지만 세준은 엄마를 동원해 가까스로 학교측의 압박을 무산시키는데 성공하고서 얻어낸 성과였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장점만은 존재할수 없기에 자율보충에서 해방되며 급우들과는 조금 멀어진 기분이 들었지만 세준은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전부 다 졸업만 하고나면 다시볼일 없는 녀석들이고 진짜 친한 친구들은 자율보충수업을 시행하지 않는 다른 학교에 진학했으니까.


당장 세준의 발걸음이 향하고 있는 곳도 지난 생에서 평생을 걸쳐 함께했던 친구녀석의 집이었다.




세준은 지난 96년, 전생을 자각했다.

정말 믿기 힘들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어찌할 것인가?

일은 실제로 벌어진 것을.


최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자신에게 닥쳐온 이 믿기지 않는 기적 앞에서 세준은 깊게 고민하질 않았다.


며칠동안 머리를 싸매봐도 평범 이하에 불과했던 자신의 머리속으로는 이해 불가능이니 결론은 간단하게 내려졌다.


이전의 삶에서 비참함은 충분히 맛보았으니 이번 삶은 여유롭게 살아가는 것으로.



하지만 결론을 간단하게 내렸어도 이후에 닥쳐온 현실은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바닥에도 지하가 존재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던 자신의 전생이다.


이것저것 줏어들은 잡지식은 꽤나 많은 편이었지만 실제로 돈이 되는 지식은 별로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96년의 봄이면 국가적으로 거대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시기라는 사실만을 알뿐 그속에서 어떻게 헤쳐나가야할지는 모른다.


그래서 거진 한달에 가까운 고민끝에 세준은 앞으로 자신의 행동방식을 결정할 수 있었다.



돈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그렇다면 자신이 여유롭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자신의 기억을 쥐어짜고 쥐어짜서 세계적인 부를 쌓아야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렇게 벌어들인 부로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는 권력을 움켜쥐어야할까?


세준이 내린 답은, NO.




그가 생각할때 그런 방식의 삶들은 부유할지라도 여유는 없는 삶이라 보여졌고 그렇게 살아갈 자신도 없었으니까.


그냥 적당히 자손들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재산을 움켜쥐고서 편안하게, 여유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 자신의 목적.


이런 결론이 내려지니 말끔하게 비워진 머리가 도움이되는 것인지 산더미같은 기억속에 묻혀있던 한가닥 정보가 떠올랐다.



96년에 있었던 말그대로 미쳐돌아가던, 이후에는 전설로까지 회자되던 정보가 하나 생각낫던 것이다.



친구 집으로 발을 놀리며 그때를 추억하던 세준의 입에서 키득거리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 정보는 진실로 대박이었으니까.

따로 고민할 것 없이 들어가서 기억속 가격에 근접해있을때 전부 털어버리고 나왔다.



마침 세준의 생각이 그때에 벌어들였던 통장속 잔고로 향하려던 무렵이었다.



지이이이잉-


이명과 함께 두통이 세준을 덮쳐왔다.



" 아.... 으....끅 "


게임잡지가 담긴 봉투를 휘휘 휘돌리며 잘걷던 세준이 한순간 앞으로 넘어지더니 머리를 감싸쥐고서 신음성을 흘렸다.


주위에 지나가던 사람이 있었다면 놀라서 뛰어올지도 몰랐겠지만 시골의 오후 4시 무렵은 인적하나 없이 잠잠했다.


그 고요한 길목에서 세준은 정말 미쳐버릴것 같은 두통에 이마를 감싸쥐며 속으로 비명을 삼켜내었다.



다시사는 인생은 더없이 만족스러울 정도로 훌륭했다.

단한가지, 이렇게 이따금씩 덮쳐오는 사람 미치게 만드는 두통만 제외한다면.


처음 이 두통을 겪었을때에는 이전 삶의 마지막 무렵에 앓고 있었던 뇌종양이 떠올라 엄마 손을 붙잡고서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검사결과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무것도 찾아내질 못했다.



' 아... 제발, 왜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거야!!! '


두눈을 부릅뜨고서 비명을 삼켜내는 것이 지금 세준이 할수있는 최선의 행동이었다.

못참아내 주변의 누군가가 듣고서 신고하면 병원에서 엄마와 마주하게될 터.

96년 이후로 자신만 보면 걱정하시는 엄마에게 또다시 걱정을 안겨줄수는 없다.


내심 고통에 신음하던 세준은 이를 갈아붙였다.


' 시발, 개같은 하늘님아. 니가 실수한거지 내가 잘못한거냐? 왜 이제와서 나를 괴롭히는거냐? 거지같으 새끼야. 내가 굴복하나 봐라! 이대로 장수해서 죽을때까지 떵떵거리고 살아주마. '



악에 받친 분노가 도움이 된 것인지 모르겠다.

세준은 내심 고래고래 하늘에 대고 저주를 퍼부은 다음에 두통이 미약하게나마 약해진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이유로 한번 더, 이번에는 제대로 자신의 언어구사력을 최대한 동원해 저주를 퍼부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지이이이이잉-


오늘따라 유난히 시끄럽게 울리던 이명이 강해지더니 땅을 짚고있던 왼손의 등에서 화끈한 느낌이 들더니 희미한 무언가가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 시발... 이제는 헛것까지? '


이때만 해도 세준은 투덜거리기만 할뿐이었다.

그의 왼손에는 희미하게 나타나던 환상이 진해지더니 점차 또렷하게 각을 지닌 보석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세준은 그 모습에서 뭔가 기묘한 익숙함을 느꼈다.


마침내 손등에 나타난 새빨간 보석이 머리위에서 비치는 햇살에 그 찬란한 광채를 반사할때, 넋놓고 바라보던 세준은 자신을 괴롭히던 두통이 사라진 사실을 깨달았다.


세준은 뭔가에 홀린듯 이마를 짚고있던 오른손을 뻗어 왼손을 향했다.

그리고...


뻗은 오른손은 왼손등에 자리한 새빨간 보석에 닿았다.

느껴졌다.


청량하게 시원한 느낌을 전해주는 보석의 표면 질감이.

어느새 정신줄을 놓아버린 기색이 되어버린 세준의 입에서는 한줄기 신음성이 토해졌다.


" 뭐야, 이거...? "


이 순간 세준의 머리속에서는 왠지모르게 지난 어린시절 즐겨보던 '태양의 용사 썬버드'가 떠오르고 있었다.


' 아마 그 만화 주인공이 왼손에 박힌 보석에서 로봇을 소환했었지 아마?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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