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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레전드 오브 히어로즈(LOH)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Aree88
작품등록일 :
2019.04.04 01:11
최근연재일 :
2019.05.09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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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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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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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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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5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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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LOH - 구르고 또 구르고 한번 더 굴러서. 03

DUMMY

세준이 수십년을 살아오며 깨달은 사실이 한가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예상했건 아니던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현실부정과 납득하지 못하는 태도는 도움이 되질 않으며, 외려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최선은 주어진 상황을 인정하고서 어떻게든 닥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나서는 것이었다.



" 좋아. 어쨌든 자네가 지금 여기 있다는 것은 테노스 경께서 받아들이셨다는 거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1인분은 하는게 좋을거라는 사실을 잊지말게. 내가 경고하지. 만약 이번에도 별 활약없이 먹튀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내 필히 군주께 상신하여서 자네에게 최악의 평을 남겨줄테니까. "


세준은 이어진 면담에서 일스 과장의 엄포를 묵묵히 감내했다.

집에서 다음날의 평온한 하루를 예상하고 잠들었다가 전장에서 깨어난 처음에는 패닉에 빠질뻔하긴 했지만 어찌어찌 현실을 인식한 이후로는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지금 자신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하는지 깨달았던 탓이다.


일스 과장의 말마따나 세준 자신은 무턱대고 1계층의 전장에 진입했고,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죽었지만 군주가 약속한 랜덤 기어박스를 낼름했다.

과장 입장에서는 충분히 먹튀라고 지칭해도 변명하기 힘든 수준인 것이다.


입장 바꿔서 자신이라 할지라도 그런 상황이 닥치면 화가 안날지 고민해보면 답이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이제 볼일없을줄 알았던 먹튀가 다시 얼굴을 내밀면 자신은 어떻게 반응할까?


어째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자신에게 일갈하는 일스 과장이 보이는 것과는 달리 사실은 마음여린 내유외강의 전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이후는 지난 시간과 같았다.

일스 과장은 전과는 달리 흥분한 것이 역력한 어조로 쓸모를 입증하지 못한 세준을 소총수로 임명하고서는 파견인력 전용 대기소에 배치했고, 과장의 집무실을 나선 세준은 묵묵히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미션을 어떻게 완수할 것인가?


일스 과장의 발언에서 유추한 것들을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단순화해보자면, 세준의 처지는 일용직 노가다꾼에 가까울 것이다.

그리고 얼굴도 모르는 군주 양반은 거대 회사의 회장님쯤 될 것이고, 일스 과장은 건설사의 중간 관리직 정도?

일용직 노가다꾼을 꽂아준 인력업체가 어디인지 정체는 아직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은 세준에게 큰 위기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다른 것보다 일스 과장이 '평가'운운하는 협박성 멘트를 던졌다는 것이 중요했다.

이 말은 즉, 일스 과장이 세준의 밥줄을 잘라버리겠다고 경고한 것이나 다름없는 말이 아니겠는가?


이제 어느정도 아우터월드에 대해서 알아가는 세준의 입장에서는 꽤나 위협적으로 느껴질수밖에 없는 발언인 것이다.

물론 일스 과장의 협박이 현실화된다고해서 당장 그에게 주어진 전장 출입권한에 제한이 가해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만은, 어쨌든 어떤 방식으로든 피곤한 일이 생기는 것은 사양이었다.


더군다나 세준 자신의 생각도 그랬다.

저번처럼 자괴감 쩌는 일을 한번 더 겪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세준이 예상하길, 일스 과장이 자신에게 바라는 것도 엄청난 활약은 아닐게 분명했다.


바로 얼마전에 어버버거리다 순삭당한 트롤에게 얼마나 큰 것을 기대하겠나?

보나마나 아군에게 걸리적거리지 않고서 적 병사 하나쯤 처치만해도 기뻐할지도 모를텐데.


그러니 지금부터 세준이 해야하는 일은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아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세준은 바로 얼마전과 또 다른 상황이니.


부스럭.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세준의 손에 딱딱한 금속성의 물체가 만져졌다.

그 정체는 바로 아직까지 베일에 쌓여있던 초록색 기어였다.


아직 세준은 이 기어가 무슨 계열인지,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도 모르는 상황.

그래도 이 기어의 사용법만 알아낸다면 맨몸뚱이 처지에서는 벗어난다.

게다가 세준은 지금 자신에게 도움이 되어줄 사람또한 바로 떠올릴수 있었다.


자신에게 큰 서운함을 안겨준 상대이긴 했지만 전투를 앞두고서도 떠벌리지 못해 안달이 난 수염쟁이.


세준은 확신했다.

그 떠벌이에게로 가면 어떤 방식으로든지간에 자신에게 도움이 되어줄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그리고 이 믿음은 보답받았다.




" 오, 이럴수가! 죽은줄 알았는데? 살아있었구만, 하하하! "


자신이 현실로 복귀했다 돌아오는 사이에 전투가 끝난 모양인데 인원은 반절로 줄어들어 있고 수염쟁이는 대기실 내에서도 가장 구석에 자리잡고 쉬고 있었는데 그 상황이 기이했다.

대기실 내를 오가는 이들이 수염쟁이의 일정반경 안으로는 피해서 돌아가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대기실 내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웃음이 터져나오는데도 인상을 찌푸릴지언정 제지하는 이들이 없었다.


' 설마... '


파악된 정보들이 하나 둘씩 모여서 세준은 어떠한 결론을 추론해내고서는 놀라움을 느꼈다. 믿기 싫은 현실이 사실었는지도 모르겠다.

종합된 정보는 곧 이 떠벌이 수염쟁이가 그가 상정했던 것보다 더 능력있는 인사임을 가리키고 있었으니까.


" 그래, 첫 전투에서 살아남은 모습을 보아하니 이제는 이름을 물어봐도 되겠군. 내 이름은 사우다드일세. 갈바니아 출신이지. 자네는? "


상대의 태도를 신경쓰지 않는 거침없음이 너무나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얻고자 하는 자는 인내해야하는 법.


" 지구 출신, 세준이라고 합니다. "


" 지구? 지구라... 흐음. 못들어본 것 같구만. 자네도 어지간히 변방 출신인가봐? "


" ... "


아는 것이 없는 세준은 그냥 입을 다물고 얼굴을 경직시켰다.

자신과 70억 인류의 고향인 지구를 어디 시골 촌동네처럼 얘기하는 것에 화가나서 그런것은 아니었다.

아무튼 그랬다.


" 혹시 기어에 대해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


세준은 사우다드의 입에서 다른 말이 더 이어지기전에 주머니 속에 있던 기어를 꺼내들었다.


" 오, 이건... 이제보니 세준 자네도 살아남은 이유가 있었구만 그래? 하하! "


뭔가 착각한 모양이지만 세준은 굳이 태클을 걸지 않고서 기다렸다.

판단은 주효했다.


" 형태가 신기하구만. 색깔로 보아서는 보조계열의 기어같고. 흠... 정확한 능력은 보기만해서는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내 피를 묻혀서 인증할수는 없지 않겠나? 자네가 뭘 물어보려는건지는 몰라도 이렇게 기어 외관만 보고서는 해줄 답이 많지 않아. "


그 정도면 됐다.

세준은 이미 충분한 답변을 들었다.

그래서 더이상의 관심은 불필요하게 느껴졌기에 호기심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사우다드의 관심을 돌릴만한 것을 찾다가 눈에 띄는 것에 대해 거론했다.


" 그런데, 사우다드. 저기 갑판쪽 통로방향에 놓여있는 총은 사우다드의 무기 아닙니까? 지금 누가 들고가는 것 같은데요. "


"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어? 거기! 거기 뭐하는거야, 멈춰! "


세준의 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사우다드가 고함을 내지르더니 선불맞은 맷돼지처럼 달려간다.


사우다드의 무기는 세준의 것과는 모양이 많이 달랐다.

아마도 사우다드가 본인의 기어중 하나를 장착한 모양인데 세준은 일전에 수염쟁이 사우다드의 바로 곁에 있었던 덕에 그의 손에 들려있던 소총을 자세히 볼수있었던 것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세준이 대기실에 붙어있는 개인실을 향했다.




낯설게만 느껴지던 전장의 지식들이 하나 둘씩 채워져간다.

이번에도 기본적인 전장의 지식을 하나 더 입수했다.

기어는 색깔을 통해 계열을 구분할 수 있다.

드물게 나타나는 희귀한 기어들을 제외하면 보통 빨간색은 공격 계열이며 파란색은 방어계열, 초록색은 보조계열로 나타난다.


' 이렇게 전장의 지식을 쌓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베테랑이 되어있겠지. 그러다보면... '


뒷말은 삼킨 세준이 개인공간에서 손에들린 초록색 기어를 주시했다.

공격계나 방어계열의 기어가 아니라는 점은 실망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크게 아쉬워할 일은 아니다.


' 그러니 망설이지 말자. '


왼손 엄지를 들어 입가로 가져가 꽉 깨물자 알싸한 고통과 함께 비릿한 혈향이 느껴졌다.

마침내 방울방울 솟아나는 핏방울이 손바닥에 놓여있는 초록색 기어의 위로 떨어져내렸다.


그리하여 혈액과 접촉한 기어는...


녹아내렸다.


" ... ! "



마치 여름 햇살아래 놓인 얼음처럼.

다른 점은 얼음은 녹아내려 흐르다 증발했을 터이지만 기어는 녹아서 그의 몸에 흡수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세준은 오른손에서 시작된 형용치 못할 새로운 감각들이 전신으로 뻗어나가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뇌리 한구석에는 자신이 흡수한 기어의 사용법이 새겨졌다.


그에게로 흡수된 기어는 생명을 다루는 힘을 내포하고 있었다.

능력만 되면 개체의 생명력을 자극하여 재생력을 극대화할수도 있고, 또는 신체에 치명적인 극독으로 바꾸어버릴수도 있는 막강한 힘이었다.


그러나...

제어력이 부족하다.


전장의 밑바닥 계층인 세준이 다루기에는 너무 심오한 힘이었다.

더구나 소모성.

무턱대고 사용하면 제어력 부족으로 한순간에 날려버릴지도 모르겠다.


" 이거야말로...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로군. "


그렇게 에메랄드 빛 바다위에서의 하루가 저물어갔다.




전장에서의 시간이 3일 더 흘렀다.


이번 전장은 3파전의 양상을 띄고 있었다.

지난번 세준에게 죽음을 선사한 세력은 같은 휴머노이드 계열의 군주인 락서스.

그리고 남은 마지막 군주는 공허의 괴물들이라고도 지칭되는 보이드 계열의 괴물이었다.


아직은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들리는 이야기로는 굉장히 끔찍하게 생겼다고.

이 얘기를 세준에게 들려준 사우다드는 상상만 해도 토악질이 밀려나온다며 진저리를 쳤다.


아, 세준에게는 안타깝게도 그의 거부감과는 상관없이 사우다드와 세준 두사람은 주변 다른 동료들에게 페어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것저것 물어보기에는 아는 것 많고 떠벌이인 사우다드가 편해서 몇번 어울리다보니 그렇게 주변에 인식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관계가 부정적인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정도 친해지고 나자 사우다드가 세준을 챙기기 시작했던 것이다.

바로 이번처럼.



비이이이잉-


" 빨리! "


늦은 밤, 선내에 사이렌이 울려퍼졌을 때 세준이 허둥지둥 복장을 갖추고서 뛰쳐나가니 그를 사우다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 뛰어 ! "


다리를 재게 놀리면서 본인이 먼저 확인한 현재 상황에 대해 알려주는 사우다드였다.

이번 상대는 이제껏 마주치지 못했던 보이드 계열의 괴물 군주.


본디 보이드 계열은 상위종족중의 하나였다.

상위종족이라고 해서 뭔가 거창하게 보이긴 하지만 하위종족에 비해 장점만 있는 것도 아니며 전장을 경험하다보면 생각보다 자주 마주치게 된다고.


사우다드의 설명에 따르면 개체값 차이가 나기에 같은 티어의 병사들이 맞붙었을때에는 1:3내지 1:5에 가까운 전력차를 보이긴 해도 강력한만큼 필요한 에너지의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절대적인 숫자가 쪼들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일전에 있었던 군주 테노스 경과 락서스의 사이에서 벌어진 해전도 그 때문이었다.

하위종족인 휴머노이드이지만 초반에 모여드는 에너지만 많다면 물량으로 압도가 가능했기 때문에 두 군주는 서로의 본진을 밀어서 에너지 수급처를 늘려 괴물 군주까지 쉽게 정리하려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두 세력의 힘은 막상막하였고 두 휴머노이드 군주간에 있었던 지난 전투는 얻는 것없이 손해만 생긴 전투였다.

그런 이유로 테노스 경과 릭서스 사이에는 암묵적인 동맹이 맺어졌다고.


테노스경과 릭서스 사이에 비공식 사절이 오가면서 우선 괴물 군주가 더 성장하기 전에 밀어버리고 결착을 맺기로 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리고 합동작전이 벌어지는게 바로 며칠 뒤라고 했었는데...

초반의 병력손실을 벌충하기 위해 군주들이 열심히 에스콰이어들을 소환해대는 사이에 먼저 어느정도의 세력을 갖춘 괴물군주가 먼저 습격해온 것이다.


재수없게도 세준이 소속된 테노스 경의 군단을 향해.



콰아아앙-


세준은 갑판으로 나서자마자 그리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굉음과 후끈한 열풍을 마주하게 되었다.

시선을 돌린 곳에서는 테노스 경이 새로 소환한 전투함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 저 배가 아마도 강습함이라고 들었던것 같은데... 제길. "



혀를 쯧쯧 차는 사우다드를 향해 고개를 돌리던 세준의 눈이 동그랗게 뜨여졌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이미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고 더욱 새카만 뭔가가 날아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 사, 큭! "


콰득-


하늘 위에서 길게 뻗어온 촉수가 혀를 차던 사우다드와 함께 세준의 몸을 꼬치처럼 꿰어버렸다.

고통속에서도 세준은 경악과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자신은 보조계열의 기어밖에 없었지만 사우다드는 특성 개발도도 높고 방어계열의 기어도 갖추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스걱-


복부를 관통한 촉수가 옆구리로 빠져나간다.

세준은 하늘에서 길게뻗어내려온 촉수가 세준 자신과 사우다드만이 아니라 몇몇 다른 병사들과 그 사이사이에 있는 금속제 구조물마저 꿰뚫고서는 가볍게 갈라버리는 모습을 목격했다.

반원은 아름다웠지만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혈향은 역겨웠고 닥쳐든 통증은 끔찍했다.


털썩-


" 컥... 맙소사... 벌써부터 엘리트 병종이라니? "


이제 어느정도 전장의 지식을 쌓은 세준의 입도 벌어졌다.

에스콰이어들은 전장을 두루 경험하며 카르마 포인트를 모은다.

이 시기가 바로 유저의 단계였다.


그렇게 모은 카르마포인트를 통해 자신의 특성을 일깨우고 개발하며, 마침내 8개의 특성을 전부 일깨우는데 성공하고 전체 특성 개발도가 50%를 상회하게되면 익스퍼트의 단계라고 불리게된다.


마지막으로 일깨운 8개의 특성이 전부 100%에 근접할 경우에 받게되는 호칭이 바로 마스터.


이 호칭들은 모두 전장에 참여하는 에스콰이어들이 아닌 시스템이 붙여주는 칭호이며, 마스터 단계의 에스콰이어가 전장에 참여하면 부여받는 등급이 바로 '엘리트'다.


한급수 위의 히어로-무력만 보자면 군주와 동급의 위력-에 비해서 능력은 많이 처지지만 그것도 히어로와 비교했을 때다.


사우다드는 마스터 단계의 엘리트 등급을 놓고서 일반 병종들을 상대로는 경우에 따라 무쌍을 찍을수도 있는 괴물들이라고 평했었다.


" 시발... "



재수도 더러웠다.

첫 전장에서도 죽었는데 그 이후로 이어진 두 전장에서는 전투가 벌어지자마자 순삭이라니?

통증도 끔찍하긴 했지만 서러움을 금할수가 없었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던 세준은 별안간 한가지 떠오르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그러고보니 재회한 일스 과장이 세준에게 이번에도 먹튀로 끝날 경우에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압박했는데 이대로라면 이번 결과도 먹튀로 끝나고 말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건 세준 자신의 성향과도 맞지않고, 후환이 생기는 것도 사양하고 싶다.


' 어떻게 하지? '


흐려지는 의식속에 최대한 머리를 굴리던 세준의 눈에 두눈을 부릎뜨고서 밤하늘을 노려보는 사우다드의 얼굴이 들어왔다.

사우다드는 치명상을 입고서도 바로 죽을 정도는 아닌지 버티고는 있었지만 입과 옆구리에서는 엄청난 양의 피를 흘려대고 있었다.


바로 치료받지 못하면 사우다드도 이대로 죽고 말겠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였다.


세준은 별안간 다른 생각이 들었다.


' 잠깐. 이대로 죽으면 그냥 먹튀지만 사우다드의 숨이라도 붙여두면 최소한의 할 일은 한게 아닌가? '


자신이야 전장에서 무능력자에 가까운 잡병A이지만 떠벌이 수염쟁이 사우다드는 인정받는 병사였다.

세준은 후에 사우다드가 기사-익스퍼트급-급 에스콰이어라는 얘기를 전해듣고서 감탄하기도 했었고.


그리고 자신에게는 사우다드의 상처를 회복시켜줄 수단이 존재했다.

사실 이대로 자신 스스로에게 쓰는 것에는 아깝기 짝이없게 느껴지던 기어였는데 사우다드에게 사용한다고 생각하니 살짝 아깝게 느껴지면서도 최적의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모성 기어이니 아주 살짝만 사용해서 사우다드의 부상을 조금만 가라앉히기로 하자.

결정을 내린 세준이 행동을 개시했다.


" 끄으으... "


왼손으로 옆구리를 최대한 가리는 모양새를 취한 세준이 머나먼 옛날 배웠던 응용포복을 구사한다.


다행히도 습격의 순간 두사람의 거리는 가까웠다.


" 응? 세준. 뭐하나. 더 버텨봤자 고통만 가중될 걸세. "


사우다드는 그런 세준을 향해 당장 정신줄 놓고 뒈져버리라는 조언을 건네고 있었지만 극한의 통증을 버티는 세준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지금 세준은 단 한가지 목표만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해냈다.


결국 응용포복을 구사하던 세준의 오른손이 반쯤 구조물에 몸을 기대고있던 사우다드의 몸에 닿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의문 가득한 사우다드의 입이 벌어지기 전에 세준은 머리속에 새겨진 기어의 사용법을 따라 포스의 씨앗을 일주천 시켰다.


' 기어, 사용! 아주 쪼금만! '


그러나 기합이 너무 들어갔던 탓일까?

아니면 너무 큰 고통때문에 집중력이 흔들렸던 것일까.


세준은 자신의 몸속을 돌아다니면 기어의 존재감이 사우다드의 복부에 맞닿은 손으로 하염없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으며 허망함에 부르짖었지만 소용없었다.


' 그만, 그만! 멈추라고! '


한번 발동한 기어의 능력발현이 멈추질 않는 것이었다.


" 끅... 끄극.. 끄억! "


허망했다.

끝내 자신의 손을 통해 흘러나가 현현된 녹색 생명의 빛을 지켜보는 세준의 눈은 점차 죽어갔다.

허망함을 가득 품고서.



그리고 그의 바로 곁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 으어어어억! 힘이, 힘이 솟아난다! "


보이드 엘리트의 급습으로 치명상을 입었던 사우다드가 부상이 치유되면서 당장의 생존을 위해 투입되던 마력이 전신을 일주천하기 시작함에 환희의 고함을 내뱉었다.


사우다드는 기사급이라고는 하나, 등급내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한 능력있는 에스콰이어였다.

내심으로는 아무리 엘리트라고해도 1:1로 맞붙는다면 이기진 못해도 버티는데는 자신이 있었고.

이번은 재수없게도 다른곳에 정신을 팔다가 기습을 당한통에 뼈아픈 죽음을 맞이할뻔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분노를 곱씹고 있었는데 기대도 안했던 세준이 그를 치료해준 것이었다.

원기를 찾은 사우다드는 당장 세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려 했지만 돌아본 자리에는 어느새 차갑게 식어버린 세준의 육체만이 나아있었다.


손끝과 발끝에서는 이미 아바타 붕괴가 진행중.


얼굴에는 뭐가 그리도 간절했던지 눈물마저 맺혀있는게 아니겠는가.

자신을 향한 그 감정의 크기에 사우다드는 크게 감동했다.


" 오... 세준. 이런 순간에 자네 스스로의 부상을 돌보지 않고 나를 치료해주다니. 이 몸, 사우다드는 감동했네. 앞으로 나는 자네를 형제로 여길걸세. "


진중한 자세로 맹세한 사우다드가 부릅떠진 세준의 눈을 감겨주었다.

그리고서는 무기를 움켜쥐고 엘리트를 향해 달려나간다.

홀로남은 세준의 육신은 점차 부서져나가다 먼지한올 남기지 않은 채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인연의 실은 깊어지는 오해속에서 끈끈하게 이어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선호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오늘 일요일인데 토요일인줄 착각하고 출근준비하다가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출근전에 깨달아서 다행이었네요 

자도자도 피곤한게 저도 슬슬 늙어가는거 같아요.

행복한 꿈 꾸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20 Crocis
    작성일
    19.04.15 09:18
    No. 1

    제목때문인가 왜이렇게 관심을 못끄나요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0 Aree88
    작성일
    19.04.15 23:39
    No. 2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Crocis님 덕분에 힘이 납니다. 저 지금 짬나서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2시전까지는 한편 꼭 올릴수 있도록 분발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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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LOH - 징조의 장. 03 19.04.24 176 9 16쪽
22 LOH - 징조의 장. 02 +2 19.04.22 184 10 14쪽
21 LOH - 징조의 장. 01 19.04.21 214 10 13쪽
20 LOH - 첫눈에 반했어요. 04 +2 19.04.20 241 10 17쪽
19 LOH - 첫눈에 반했어요. 03 +2 19.04.19 232 6 16쪽
18 LOH - 첫눈에 반했어요. 02 +4 19.04.18 238 8 15쪽
17 LOH - 첫눈에 반했어요. 01 +2 19.04.17 225 8 14쪽
16 LOH - 구르고 또 구르고 한번 더 굴러서. 04 +2 19.04.16 223 8 14쪽
» LOH - 구르고 또 구르고 한번 더 굴러서. 03 +2 19.04.15 227 10 19쪽
14 LOH - 구르고 또 구르고 한번 더 굴러서. 02 19.04.14 225 9 16쪽
13 LOH - 구르고 또 구르고 한번 더 굴러서. 01 19.04.13 238 13 16쪽
12 LOH - 준비의 장. 03 19.04.12 235 12 15쪽
11 LOH - 준비의 장. 02 19.04.11 247 9 12쪽
10 LOH - 준비의 장. 01 19.04.11 271 8 14쪽
9 LOH - 시작은 미약하게. 04 +6 19.04.10 292 10 14쪽
8 LOH - 시작은 미약하게. 03 +1 19.04.10 296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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