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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저녁에서만 살아가는 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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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egatown
작품등록일 :
2019.04.04 17:25
최근연재일 :
2019.10.08 23:44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930
추천수 :
103
글자수 :
144,003

작성
19.05.28 00:51
조회
28
추천
1
글자
6쪽

27. 사라

DUMMY

하룻밤을 병원에서 보내었었다.

코리앤더 양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을 했었다.

리리오페에게 전할 말도 준비했었다.


죽음을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지.


어떻게 설명해야 그 아이를 슬프게 하지 않을지.


다른 육체에 영혼이 깃들어서 다시 태어난다는 개념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뉴스를 보며 울고 있는 리리오페를 보자 그런 설명을 해 봐야 의미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마논이 죽었다는 것도. 코리앤더가 죽었다는 것도.


죽는다는 게 어떤 건지 모두 알고 있었다.


“리리오페.”


울고 있는 그녀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 걸어 나갔다.


누군가 커피를 마셨는지 공기 속에 머문 커피 향기에 코리앤더와 함께 여기에 있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리리오페가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언니도 언젠가 나를 떠나?”


리리의 말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려고 숨을 들이켜려다 멈추었다. 그녀의 표정이 예전의 아무것도 모르던 순진무구한 표정이 아니었기에. 정답을 알고 있지만, 거짓말을 듣고 위로받으려는 그런 필사적인 표정이 되어 있었기에.


“예전에 그렇게 말했잖아?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거라고.”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나를 떠나지 않아?”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손을 들었다가 그녀의 물음에 나도 모르게 멈추었다. 그러자 리리오페가 화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거짓말쟁이! 언니 미워! 싫어! 나만 남겨놓고 모두 떠날 거잖아!”


그렇게 외치고는 휴게실 밖으로 달려나가 버렸다.

쫓아가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발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비틀거리며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나는 왜 이런 역할을 하고 있을까?

그냥 멸망해버리면 될 텐데.


운석이 충돌할 운명과 그걸 극복하는 인류의 운명이 내 손에 달렸다고 들었을 때 나는 고양감에 휩싸였었다. 내 연구가 우주에서 사라질 인류와 각종 동식물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듣고 쉬지 않고 지난 반년간 연구에 매달렸었다.


이만 년 후에도 내 지식과 기술로 문명을 발전시키고 인류 역사에 남는 미래를 상상했었다. 내가 하는 연구는 절대로 옳은 일이라 믿으며.


옳은 일이겠지?

리리오페는 인간이 아니니까. 인공지능이 나를 미워해도 괜찮은 거겠지?


코리앤더 양의 기억이 담긴 캡슐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를 죽였던 인간들도 그 일이 옳은 일이라고 믿지 않았을까요?’


나는 틀렸어.


자리에서 일어나 리리오페가 달려나간 복도를 따라 달렸다.

리리오페의 방 앞에 도착하니 문이 잠겨 있었다. 내 권한으로 열고 들어갈까? 잠깐 고민했지만, 어째서인지 마음속에서 저항감이 생겼다.


리리오페는 인간이 아니야.

내 마음대로 해도 돼.


손을 뻗어 손잡이만 잡으면 열린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리리오페. 들어가도 괜찮아?”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기에 다시 입을 열었다.


“거짓말해서 미안해. 이제부터는 절대로 거짓말 하지 않을게.”


“정···말로?”


작은 목소리가 안에서 흘러나왔다.


“응. 약속할게.”


그렇게 말하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옆으로 열렸다.

자기 덩치만 한 판다 인형을 꼭 끌어안은 리리오페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슬픈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시엘 오빠는 괜찮아?”


고개를 끄덕이며 리리오페의 손을 잡고 그녀의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침대에 나란히 앉아 있으니 방 안에는 평소에 맡지 못했던 달콤한 냄새가 공기 중에 스며들어 있었다.


“시엘은 다쳐서 아직 병원에서 치료 중이야. 내일 퇴원할 거라고 했어."

“많이 다치진 않았어?”

“생각보단 괜찮아 보였어.”


발목의 연골이 파손되어 한동안 휠체어 신세를 지겠지만, 연구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리리오페에게 시엘의 상태를 설명해 주었다. 그러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책상 위에 로즈메리 향 디퓨저가 놓여있는 게 보였다. 그 시선을 눈치챈 리리오페가 설명했다.


“넬라가 선물로 줬어.”

“그랬구나.”

“응.”


무언가 더 말하려고 했었지만, 리리오페의 표정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걸 눈치챘기에 가만히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기다렸다.


“나. 언니가 미워.”


나도 모르게 손이 멈췄지만, 간신히 평정을 가장하며 다시 손을 움직여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알게 되었는걸.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겪게 될지. 거짓말하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말해줘.”

“응. 거짓말하지 않을게.”


리리오페가 말하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켜는 사이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기쁨, 슬픔, 분노에 이어 미움까지. 인간과 비슷하길 원했지만, 이제는 인간과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 내가 만든 피조물을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을까? 인형으로? 인간으로? 아니면 사회관계에 속한 사람으로?


“나는 언니를 좋아해. 넬라도 시엘 오빠도. 모두 좋아하는데도 모두 미워. 그래서 괴로워.”

“응.”

“미워하거나 좋아하거나 둘 중 하나만 하고 싶어.”

“응.”

“나를 도구로 만들었어? 동생으로 만들었어?”

“그건······.”

“거짓말이면 용서 안 해.”


커다란 갈색 눈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그녀를 꼭 안아주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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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 사라 +2 19.10.01 30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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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코리엔더 19.09.23 21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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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 사라 19.08.18 25 1 7쪽
35 35. 리리오페 19.08.08 25 1 7쪽
34 34. 오로라 19.08.02 26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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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리리오페 19.07.15 32 2 9쪽
31 31. 코리앤더 19.07.09 38 1 7쪽
30 30. 시엘 19.07.01 26 1 8쪽
29 29. 리리오페 19.06.17 31 1 8쪽
28 28. 사라 19.06.09 27 1 7쪽
» 27. 사라 19.05.28 29 1 6쪽
26 26. 사라 19.05.20 30 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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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사라 19.04.29 53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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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코리앤더 19.04.26 32 3 7쪽
19 19. 시엘 +1 19.04.25 33 2 7쪽
18 18. 리리오페 19.04.24 36 2 6쪽
17 17. 시엘 19.04.23 3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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