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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저녁에서만 살아가는 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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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megatown
작품등록일 :
2019.04.04 17:25
최근연재일 :
2019.10.08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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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글자수 :
144,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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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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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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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01. 탐베

DUMMY

"오늘 한 마리도 못 잡고 그냥 온 거야?"

"시끄러워. 이제 곧 밤이 되니까 추워서 고기들이 다 도망간 것뿐이야."

"평소에도 별로 못 잡으면서."


오늘은 이상하게 물고기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훌륭한 어부라는 말을 들어본 적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온종일 안 잡히는 날은 한 번도 없었는데, 이제 정말 이주할 때가 되었나 보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일루메는 나를 보며 쌤통이라고 하듯이 기쁜 표정으로 나를 놀렸다. 마른 몸에 헐렁한 셔츠를 입은, 갈색의 긴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묶은 여자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옆집에 살았던 소꿉친구이다. 소꿉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고, 게다가 이 아이는 나보다 훨씬 잘난 우리 형을 좋아하는 듯하다.

좋아하는 게 뻔히 보인다고. 당사자는 전혀 모르겠지만.


여름 해 질 녘의 서쪽 하늘은 눈부심으로 가득하고, 그 잔광이 수평선을 반짝반짝 비춘다. 태양의 반 이상이 물속에 잠겼다.

마을은 60년 만에 다시 찾아온 이주의 시기가 왔다고 떠들썩하고 새로운 마을 터에는 바다가 없네 땅이 비옥하지 못하네 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들렸다.


그 여자아이, 일루메는 내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 다시 말을 걸었다.


“그런데 어떡해? 그만 물고기는 포기하고 이사를 도와야 하지 않아? 다들 떠날 준비를 하는데 너만 아직 그대로잖아?"

“오늘이나 내일쯤 형이 온다고 했거든."

“정말? 네 형이 오는 거구나."


한 번도 바다를 떠나 산다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주한다는 사실은 진작 알고 있었지만, 아직 먼일이라 생각하고 하루하루 살았을 뿐인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떠나는 날이 현실적으로 바싹 다가와 버렸다.


내가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서쪽으로 이주하면 바다에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다. 이곳은 어둠에 묻혀버릴 테니까. 돌아오지 못할 곳이라는 생각이 드니 감회가 새로워 다시 한번 마을을 둘러보았다.

오래전 만들었던 건물 중 쓰지 않는 건물은 이미 해체되어 수레에 실렸다. 그 건물이 서 있던 자리에 건물터만 드문드문 남았다.

이곳을 떠난다고 들뜬 사람도, 정든 장소를 떠나야 해서 슬퍼하는 사람도 있었다.


"탐베. 그런데 오늘은 한 마리도 못 잡았으니 저녁은 어떡할 거야?"

"괜찮아. 어제 먹다 남은 음식이 있을 거야."


아무거나 배만 채우면 될 테니까.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오늘 우리 집도 이사 준비를 할 테니 와서 도와주는 게 어때?"

“그래. 그럼 조금 있다가 갈 테니까 먼저가."

“응!”


소녀는 그렇게 말하고 달려나갔다.


“일루메! 조심해!"


일루메가 달려가다 넘어질 뻔했지만, 간신히 균형을 잡고 뒤를 돌아보며 배시시 웃고 다시 달려 나갔다.


배를 단단하게 묶은 뒤 집에 돌아가서 약간의 도구를 챙겨 일루메의 집으로 가기 위해 나섰다. 지는 해를 뒤로하고 길을 가다 보니 사람들이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주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마을 사람을 저렇게 움직이게 할만한 사건이 있을까? 호기심이 생겼다.

달리는 사람들과 한편이 되어 함께 달려 나갔다.


얼마 안 가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 멈추었다. 둘러싼 사람 사이에 시체가 한 구 놓였다. 상체를 가득 적신 피가 말라붙어 갈색 옷이 검게 염색되었다. 조금 지나자 울면서 달려온 여자가 보였다. 그 여자는 인파 사이를 헤치며 들어가 시체 옆에서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 여자를 근처 사람들이 부축하여 일으켰고 시체는 몇몇 사람이 나무판 위에 올린 뒤 어디론가 걸어갔다. 그러자 사람들은 일제히 한 사람에게 설명을 요구했고, 잠시 조용해지기를 기다려 그는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북쪽 땅끝에 다녀왔습니다. 바다 너머로 건너지 못했지만, 그곳에서 알 수 없는 상대와 마주쳤습니다. 자세히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거대한 생명체가 애틸을 덮쳐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그 뒤로 저도 팔을 다쳤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왼팔에 붕대가 감겼다.


"그렇게 도망쳐 몸을 숨긴 뒤, 그 자리에 다시 돌아갔을 때 어디에도 생명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직 죽어버린 에틸만 있었습니다. 저도 상처를 입었기에 더 이상의 탐사는 할 수 없어 이렇게 돌아왔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근처의 사람들이 고생했다고 하며 혼자라도 무사히 돌아온 게 어디냐는 등의 말을 건넸다. 죽어서 돌아온 사람과 함께 단둘이서 3년 전에 마을을 떠난 뒤 오늘 갑자기 돌아왔다. 오늘 마을 사람은 그가 돌아와서 이야깃거리가 생겼다. 평화로운 마을에 하루하루 이렇다 할 변화 없이 지내온 마을 사람들에겐 탐사대원이 가져다 오는 이야기는 너무나 매력적인 사건들이라 그가 돌아온 뒤에는 며칠씩 사람들에게 불려 다녀야 했다.

키가 크고 잘생긴 데다 각종 위험을 무릅쓰고 탐험을 다녔다. 탐험 뒤엔 매력적인 이야기를 잔뜩 가져오기에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형. 잘 돌아왔어."

“아. 탐베. 너도 나와 있었구나."

“일루메 집에 가는 길이었거든. 그러다가 사람들이 달려가기에 같이 달려왔어."

“그래 지금은 조금 바쁘니 나중에 집으로 찾아갈게."

“응. 막 돌아왔으니 무리하지 말고 빨리 쉬어."

“엘브레드! 여기 잠깐 와보게나."


탐베의 형. 엘브레드는 다른 사람의 부름에 살짝 수인사하고 불린 쪽을 향했다. 탐베도 손을 들어 배웅하고 다시 가던 길을 걸었다.

탐베는 평범한 고기잡이라 형과 같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그의 이름이 불리기보다 엘브레드의 동생으로 불리는 일이 더 많았다. 키도 크지 않고 그렇게 잘생기지도 않았다. 또한, 형과 같이 탐험할 만큼 용감하지도 않았다. 그저 물려받은 배 한 척을 가지고 하루하루 물고기를 잡아 와 먹고 살 뿐이었다.

죽었다가 깨어나도 형과 같이 될 수 없을 거라고 자기도 모르게 생각했다.


사람들이 형과 함께 사라지자 조금 쓸쓸한 기분이 되어 느릿느릿 일루메의 집으로 향했다. 수평선에 걸친 해는 여전히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뭐 한다고 이제 오는 거야?"


탐베가 도착하자 일루메가 삐친 표정으로 말을 했다.


"형이 돌아왔어."

"정말? 지금 어디에?"


말을 잊기도 전에 방금까지 표정은 사라지고 눈을 빛내며 가까이 다가왔다.


"나도 모르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사라졌어."


탐베의 말에 조금 실망한 표정으로 멀어졌다.


"금방 다시 떠나지 않아?"

“바로 떠나진 않을 꺼야."

"그럼, 내일 집에 놀러 가도 괜찮지?"

“언제 오려고? 내일도 물고기 잡으러 갈 텐데 그럼 오늘과 비슷한 시기에 돌아올 거야."

"저기, 그래도 내일은 조금 일찍 오면 안 될까나?"


일루메가 부탁하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뜬 채 탐배를 바라보았다. 탐베는 자기도 모른 채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일도 물고기가 잘 잡히진 않을 테니 별 상관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녀의 연한 갈색 눈이 빛나자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그럴게. 네 부탁으로 그러는 건 아니지만, 내일은 금방 돌아올 거야. 바닷물이 많이 차가워져서 오늘까지만 이 근처에서 물고기를 잡고, 도저히 안 되면 그다음 날부터는 서쪽으로 멀리 올라가서 잡아 올 생각이야."

"이주 준비는 어떻게 하려고?"

"먹을게 이주보다 급해."

"그럼 내일 집에 찾아가서 같이 도와줄게. 오늘 도움받았으면 내일 갚아줘야지."

"말만이라도 고맙네."


한 시간 정도 탐베는 일루메와 함께 짐을 정리했다. 이주 날짜는 앞으로 3일 후. 8월 30일이다. 달이 천천히 서쪽으로 기울다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는 날로 그때를 놓치면 더는 살기 어려운 장소가 된다고 들었다. 일루메는 최근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여 집을 마련했기에 크게 준비할 건 없어서 한 시간 정도면 충분했다. 다만 여자가 혼자 들기엔 무거운 짐이 있어서 내가 도와줬을 뿐이다.


나는 일루메와 작별 인사를 한 뒤 집에 돌아갔다. 동쪽 하늘을 바라보니 둥근 모습에 가까워진 달이 하얗게 보였다. 탐베가 태어났을 때보다 태양이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갔기에 달빛은 더욱 밝게 보였다. 3일 후에 둥근 형태로 되었다가 그 이후로 2주 정도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완전한 어둠에서는 달이 어떻게 보일까? 탐베는 그런 생각을 하며 집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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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코리엔더 19.09.23 21 1 6쪽
37 37. 리리오페 19.08.21 2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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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리리오페 19.04.24 36 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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