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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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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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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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 15

DUMMY

“과연, 주리테. 너라면 우리 후배로 인정해줄 수도 있어.”

“정식으로 소개하지. 나는 청동등급 모험가 하벤 구스위스더. 그리고 우리 누님은 적은등급 모험가 넬라안 구스위스더. 우리가 네 이름을 들어봤듯이 너도 우리의 이름은 많이 들어봤겠지?”


하벤은 다시 한 번 손바닥을 쳤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그 빛이 남매를 감싸자 그들의 진정한 모습이 나타났다. 어수룩하고 평범해 보이는 외모가 아닌 거칠고, 강인한 그들의 원래 모습에 주리테는 속으로 침을 삼켰다.


하벤은 엄청난 마법사였다. 모험가나 기사 같은 경우는 등급과 직책에 따라 강함을 판별하기 때문에 서로간의 강함이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동등급 모험가 중에서도 그 위의 등급보다 훨씬 재능이 뛰어나거나 능력 있는 자들도 많았지만, 주목받기 싫어하거나 강한 직책에 따라오는 책임감을 가지기 싫어서 일부러 진짜 능력을 숨기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마법사들은 확실하게 강함을 판별해주는 단계가 존재했는데, 그게 마로 마법의 서클이었다.


강한 마법사들일수록 체내에 존재하는 마나로 만들어진 링이 존재한다. 마법의 정점에 오른 최강의 생명체인 드래곤이 가지고 있는 마나링은 9개였다. 하벤의 마나링은 무려 7개 였고, 웬만한 마탑 수장들과 동급이었다.


금등급 이상의 모험가들에 업적은 일반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다해도 그 모험가들이 유명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하벤은 변신에 능하기로 이미 잘 알려져 있었고, 주리테의 추측대로 하벤이 능력을 사용해 누이인 넬리안 구스위스더와 새로운 모험가 헤르마노 남매를 연기해 빠르게 은등급에 도달한 것이었다. 그들의 실력이라면 단기간에 그렇게 빠른 등급 상승이 되었던 것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이야기였다.


“어째서? 너희들이 우리를 적대하는 이유가 뭐야?”


순순히 정체를 밝히는 구스위스더 남매에게 차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한 주리테가 이를 갈며 물었다.


“말했잖아. 의뢰라고. 하지만, 당연히 납득 못하겠지? 정확한 이유를 굳이 말해주자면...”


넬라안은 말을 흐리며 다음은 네가 설명하라는 듯 하벤을 쳐다보았다.


“간단해. 우리는 후배들이 더 이상 위로 올라가는 것을 원치 않아.”


하벤은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모험가들의 진급을 막아선다고? 나라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그래서 몰래 해결하려고 하고 있잖아.”


주리테의 분노에 넬라안은 자신의 어깨를 마사지하듯 창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좋아! 설명해주자! 누나?”

“흠...”


하벤은 누이의 동의를 구하듯 넬라안을 바라보았고, 동생의 말에 넬라안은 잠시 주리테를 위아래를 훑은 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니, 금등급 위에 모험가들이 공통적으로 찾고 있는 게 있지. 하나의 염원이라고나 할까?”

“....”


하벤은 말을 이어나갈까 고민하면서 다시 한 번 넬라안을 쳐다보았고, 넬라안은 상관없다는 듯 자신의 금발 머리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제플린.”

“그게 뭐지?”

“모험가들이 찾고 있는 마지막. 그것을 찾는 자는 하늘 위의 전부를 얻을 수 있다고 하지.”


하벤은 더 이상 자세히 말해줄수는 없다는 듯이 두르뭉실하게 설명만 할 뿐이었다.


“우리 역시 제플린의 흔적을 찾고 있었고, 남들이 모르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었지.”


하벤의 설명에 넬라안이 말을 덧붙였다.


“제플린을 혼자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지. 우리의 위대한 선배 오르곤 콸리시 조차도 혼자서는 닿을 수 없어. 우리가 결말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나의 방법을 생각한 것이 자격이 있는 자들을 모으는 방법이야. 제플린에 도달할 자격이 있는 모험가들. 바로 우리 같은 존재들.”

“같잖네.”


너무나도 터무니없고, 빈약한 설명에 주리테는 상대가 농담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하하! 같잖다고?”


주리테의 가시 돋은 말에 넬라안은 크게 웃었다.


“제플린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것을 취할 자격을 왜 너희들이 정하는 건데? 그런 오만함은 신출내기 모험가들도 비난할거다.”

“우리는 네가 비난할 정도로 못나지는 않았단다. 하지만, 착각하는 게 있어. 우리는 우리를 위해 제플린을 찾는 게 아니야. 우리는 제플린의 주인은 오직 한명. 오르곤 콸리시뿐이라 생각해. 그분을 위해서라도 경쟁자들을 제거할 필요가 있지.”

“오르곤이 시킨 일이라고? 그렇다면 대상을 잘못 말했네. 그자가 뭔데 자격을 운운하는 거지?”

“말조심해. 대선배님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렴. 그리고 우리는 오르곤님이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른단다. 물론, 그분이 우리가 하는 일도 모르겠지. 알면 별로 좋아하지도 않을 것 같고.”


넬라안의 말에 주리테는 더욱더 화가 났다. 제플린이라는 보물의 경쟁자를 늘리지 않게 모험가들을 사냥한다고? 정말 터무니없는 이야기였다.


“생각한 것보다 더한 쓰레기였어. 오르곤을 위해? 그딴 어처구니없는 이유가 타당키나 할 것 같아? 너희의 말들은 스스로 능력이 없으니 경쟁자를 제거한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너도 제플린에 대한 정보를 조금만 더 알고 있다면 우리를 이해할거야.”

“난 너 같은 친구들을 보면 가여워 죽겠어. 진실을 모르니 길이 엇나갈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지.”


하벤과 넬라안은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너도 크면 모든 걸 알게 된다고 말하듯이 말이다.


“가엽다고? 난 너희 같은 부류들이 역겨워.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마냥 으스대는 꼴을 보면 당장이라도 찢어 죽이고 싶어져.”


주리테는 그들을 경멸하듯 쳐다보았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분류였다. 스스로 벽을 허물생각을 하지 않고, 선망하는 대상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가기만 하는 자들. 그렇다고 자신들이 대단하다는 것 마냥 고개를 들고 남을 깔보는 자들. 그런 자들이 남에게 자격이 없다고 다른 모험가들을 비하하는 것은 너무나 우스운 일이었다.


하지만, 주리테가 위협적인 소리를 내어도 구스위스더 남매에게는 그저 철부지 어린애가 세상물정 모르고 떠드는 소리와 같았다.


“이걸 어쩌나? 네가 남들보다 조금 더 한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우리한테... 아니, 나 혼자한테도 안 돼. 너 같이 정상을 목표로하는자들이 얼마나 많다고 생각해?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정점에 가까워진 건 결국 우리야.”

“시간이 좀 지나면 어떨지 모르지. 그거 알아? 우리가 왜 너한테 제플린에 대한 언질을 해주었는지?”


하벤은 상처 입은 어깨를 붙잡고 있는 주리테에게 한걸음 다가오며 말했다.


“왜지?”

“제플린에 대한 건 극비야. 정점에 가까운 모험가들 사이에서만 오고가는 이야기지.”


하벤의 말. 그것은 주리테는 어차피 죽을 사람이니 알려줘도 상관없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네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말이 달라질 수 있지.”


하벤은 주리테 앞에 다가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와 함께해. 그러면 제플린의 모든 것을 알려주마. 너의 재능은 확인했어. 다른 모험가들과 다른 ‘자격’이 있다는 것을.”

“웃기지마! 자격? 나는 네년 놈들이 인정하는 자격 따위, 평가받고 싶지 않아!”

“.... 틀려먹었네. 고집이 강해.”

“스스로 정점에 올라갈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아이. 이 얼마나 가여운 일인가.”


주리테의 단호한 거절에 하벤과 넬라안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그럼 너 스스로는 자격이 된다는 소리야? 그것만큼 오만한 게 없지.”


하벤이 비웃으며 하는 말에 주리테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너나 우리나 다를 게 없어. 겉으로는 아닌척하지만, 속으로는 남들을 깔보지. 어쩌겠어? 남들과 다른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인데? 우리도 오르곤님을 일찍 만나지 않았더라면 너와 비슷한 길을 갔을 수도 있지.”


넬라안은 정신을 잃은 제라의 몸을 발로 찼다. 그의 팔은 완전히 부러진 듯 덜렁거렸고, 처참하게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래도 기회를 준건데. 아쉽게 됐어. 하지만 그거 알아?”


하벤의 손에 타오르는 불꽃이 일렁거렸다.


“네가 조금 재능이 있다는 것도 이유였지만, 에덴님과 같은 길드라서 한번 기회를 준 것뿐이야.”

“!!... 그걸 어떻게?”


놀랍게도 하벤은 에단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에단이 스스로 정체를 밝혔을 때 그가 영웅이라는 사실을 쉽게 믿지 못한 주리테였지만, 하벤과 넬라안은 말하지 않아도 그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보았다.


“우리가 에덴 퀀트의 얼굴을 모를 거라 생각해? 그분이 내 변신 마법을 알아챌까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하게도 관심조차 없었지.”

“이상한 가면을 쓰고 다녀서 하마터면 못알아볼뻔했다니까?”


하벤과 넬라안은 자신들이 초보자 티를 막 벗어났던 시절에 오르곤과 함께 있는 에단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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