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해서 딜탱힐 혼자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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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준
작품등록일 :
2019.04.0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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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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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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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7화

DUMMY

세계수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자 불길한 기운이 우리를 덮쳐왔다.


“왜 이렇게 조용하죠...?”


리레르는 불안한 눈빛으로 세계수로 걸어갔다.


“저기!”


갈리아가 가리키는 곳에 쓰러진 엘프 전사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급하게 달려갔다.


“슬립(Sleep)마법...?”


다행이 엘프 전사들은 외상으로 다치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모두 슬립마법에 걸려 잠에 든 것.


“슬립은 최소 5서클 마법인데...”


도대체 누가...?

물론 나야 안 걸려서 상관이 없다만.


“세계수로 가 봐요, 빨리!”


리레르의 외침에 발바닥에 불난 것처럼 세계수로 향한 우리 세 사람은, 안에서 쇠들이 부딪치는 소음과 파괴된 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곧바로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니!”

“리레르! 여긴 위험...!”


-챙!


“크윽...”

“루시엔... 크억!”


루시엔의 소리에 뒤돌아본 엘프 전사는 그대로 대검에 목이 잘려나갔고, 동시에 거대한 대검은 루시엔을 노리고 쇄도하기 시작했다.


-채앵!


묵직하게 내려오는 대검을 막아낸 가느다란 창.

표정변화 없이 막아낸 모습을 보고 당황한 기색이 로프 밖으로 새어나왔다.


“갈리아님. 공주님을 지킬 수 있죠?”

“당연한 말을.”


갈리아가 확답을 주기 무섭게 내 몸 주변에 붉고 푸른 오로라가 생성되었다.


“마창...!”


눈앞에 정체불명의 무리들은 내가 끌어올린 마나를 발견하고는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기 시작했다.


“이곳에 왜 온 거지?”


한마디에 주변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 질문을 하면 안 되는구나. 그럼 한마디만 하자.”


창날을 로프를 뒤집어쓴 자들에게 겨눴다.


“너희와 같은 종족인 것에 대해서 매우 불쾌하군. 이곳에서 그 누구도 살아 돌아갈 생각하지 마라.”


로프를 뒤집어쓴 정체불명의 무리 한편에서 마나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마침 이럴 때 좋은 마법이 있지.


“멀티 안티 매직 쉘.”


세계수 내부에 있었던 엘프들 주변에 노란 막이 생겨났고, 그 노란 막의 정체를 알아챈 로프인들은 당혹감을 내새웠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무슨 목적으로 온 것이지?”


끝까지 침묵을 지키는 무리들.


“말하기 싫다? 좋아. 그럼 팔다리 하나씩 자른 다음에 물어보지.”


순식간에 그 자리에 나의 인영은 찾아볼 수 없었고, 로프를 뒤집어쓴 녀석들 뒤에 나타났다.

눈치를 챘지만.


“이미 늦었다.”


대검을 들고 있었던 오른팔이 날아갔다.

그 반동으로 두 손으로 잡고 있었던 대검을 놓쳤다.

불구가 된 검사 녀석을 뒤로한 채 나는 바스타드 소드 모양의 검들을 쥐고 있는 녀석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커억!”

“처음 기회는 팔 하나씩...”


한 놈. 두 놈.

이내 열 명 모두가 오른팔을 잃은 채, 제 자리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로프를 뒤집어쓰고 고개를 숙인 괴인들에게 다가가 로프를 벗기는 엘프 전사들.

벗겨진 로프에서는 새하얀 피부를 자랑하는 백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물론 저들은 영어로 말하고 있었지만, 각성하면서 생기는 이점으로 모든 언어가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로 들린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무엇을 위해 이곳으로 왔고, 누구의 사주를 받은 거지?”

“다... 다 말하겠습니다...”

“토마스 이 멍청한 자식!!!”


-콰앙!


창대로 땅을 내려치자 그 중심부터해서 울림이 퍼져나갔고, 그 안에 있었던 모든 존재들은 몸을 흠칫하고 떨었다.


“저... 저희는 스벤 님의 명령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스벤...

엘프 여성들을 납치해서 노리개로 판매하는 악질이었다.


“아마도 지시 받은 내용은 엘프 여성들의 납치겠지?”


그럼 그렇지 하고 반응하는 엘프 전사들.


“이번에는 아닙니다.”


토마스라는 녀석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세계수의 정수와 성배를 훔쳐오라고 명령을 받았습니다.”

“읍읍!!!”


옆에서 손은 속박 당해있었고, 이미 한참 전에 루시엔에 사일런스(Silence)스킬에 당한 녀석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

“네... 모릅니다...”

“참고로. 나는 죽이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는 인간들의 세상도, 나의 세상도 아니다. 너희들의 판결은 여기 엘프들이 직접 한다.”


토마스의 표정에는 당했다는 얼굴이었고, 그런 멍청한 녀석에게 씨익 웃어주고는 세계수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였다.


“정말인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나를 붙잡았다.

루시엔이었다.


“제가 생각하기에 엘프들이 사는 곳에서 일어난 일은 엘프들이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발걸음을 옮기다가 다시 한 번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세라핌 족 설득은... 제가해보겠습니다.”


그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나왔다.


* * *


흙먼지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두 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멀쩡하게 서있는 한 그림자에 반해, 다른 한 그림자는 바닥에 처박혀있었다.


“페가수스들의 왕이여... 어쩌다 이런 불행한 삶은 살게 되었는가...”


쓰러져있는 그림자를 바라보는 미카엘.

육체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찢겨져 있었고, 남아있는 혈흔이 그의 주인을 알려주고 있었다.

새하얀 페가수스의 피.


“다음에는 꼭... 행복하길 빈다. 페가수스의 왕 세에레여.”


엘프의 숲을 집어삼키고 있던 칠흑 같은 어둠이 거치고, 숲에도 밝은 아침이 찾아왔다.

동시에 슬립마법에 당한 엘프 전사들 또한 하나둘씩 머리를 움켜쥐며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으으...”


* * *


“김재민!”


세계수 밖으로 나오자 헐레벌떡 뛰어오는 영민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왔냐?”

“헉헉... 왔냐? 왔냐아아? 그게 지금 나한테 할 소리냐?”


영민이 녀석이 급 팔짱을 끼고는 나를 지긋이 쳐다봤다.


“왜. 뭐.”

“설명해보시지. 어떻게 된 일인지.”

“스벤이 시켜서 성배랑 정수 가지로 왔댄다.”

“뭐?”

“정확히는 몰라. 그래서 제압한 뒤 엘프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넘기고 왔다.”


이 정도만 말해도 뭐 잘 알아들었겠지. 워낙 영민한 녀석이 바로 영민이니까.

피곤해. 나 좀 쉬고 싶다.


“재민님!”


제바알! 쉬고 싶다고오오.

뒤에서 들려오는 리레르의 목소리.

다급하게 뛰어오는 모습을 보니 할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보였다.


“오와! 재민의 그녀다! 그녀!”


그녀는 무슨...

레이는 뭐가 신났는지 싱글벙글 웃으면서 내 주변을 날아다녔다.

저렇게 예쁜 엘프가 무슨 나 같은 인간을...

리레르는 급하게 달려와서 그런지 잠시 숨을 고르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헉헉... 무슨 걸음걸이가 그렇게 빨라요!”

“늦었군. 좋은 시간 보내라.”


야.

야! 한영민!

그 녀석을 부르기도 전에 이미 자리를 벗어났다.

곧바로 그 녀석의 뒤를 따라 날아가면서 손을 흔드는 레이.


“하아...”

“레이도 먼저 가있을게. 천천히 대화 나누고 와, 재민 쿤!”


저저... 윙크까지 하는 거 보소. 콱 쥐어박을 수도 없고.


레이까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두 입이 떨어지는 리레르였다.


“저... 오늘 여러 가지로 감사했습니다.”


작게 목례까지 해주는 모습이 우아하기 짝이 없었다.

아름다움 그 자체.


“맘 같아서는 절까지 하고 싶지만...”

“그랜 절까지 하신다면이야 받아드리겠습니다.”

“무, 무슨 절이요...?”

“그랜드 절 모르십니까? 절중의 절! 최고의 절이라는 그 자세를...”

“...알려주신다면 할게요, 그, 그랜 절이라는 거.”

“...”

“...”


농담인데 이 여자가 왜 이리 진지하게 받아드리는 거냐.


“농입니다...”

“예...?”

“농담이라구요. 진짜 절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데...”

“...”

“...”

“후훗. 정말 감사했어요.”


리레르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자. 그 자리에서 심장마비로 죽을 뻔했다.


“그리고...”


뒤돌아서 도망가려는데 나를 불러 세웠다.


“어머니께서 성배 관련 되서 내일 아침에 이야기 하고 싶어 해요.”


아 맞다. 나 성배 받으려고 여기 왔지.


“그럼... 오늘은 푹 쉬세요.”


다시 한 번 고개를 조아리는 리레르의 모습. 나도 모르게 같이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저런 미인을 마주하면서 이야기 할 날이 언제 또 올려나...


뒷목을 긁적이면서 나는 영민이와 레이가 있는 숙소로 향했다.

두 손에 힘을 꽉 쥔 채로.

그리고 그런 나의 모습을 부담스럽게 바라보는 리레르의 시선은 모르는 척 피했다.


숙소로 돌아오자 자기들끼리 하하호호 거리면서 놀고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주먹이 먼저 나갈 뻔했다.


‘후...’


잘 참았어, 재민아. 잘 참았어.


“왔냐?”

“왔냐? 지금 네 입에서 왔냐 소리가 나오냐...?”

“친구가 연애 좀 하겠다는데 밀어줘야지. 나 같은 친구 또 없다.”

“뭐, 레이는 살짝 서운하지만... 저 정도 미모에 저 정도 커리어우먼이면 레이는 물잔 안 뿌릴게. 돈다발도 안 던질게!”

“레이 너 이번엔 막장드라마에 빠진 거냐...”


이것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사람을 보자기로 보이나.

사람이 그래그래 하니까 그래그래 대마왕으로 보이는 거냐!


맘 같아서는 머리에 주먹을 한 대씩 때려주고 싶지만...

앞에 있는 이 녀석들이 어린아이도 아니고. 나이 먹을 대로 먹은 녀석들인데 매가 약이 될 런지.

내가 참아야지 원... 피곤해 죽겠어서 화낼 기운도 안 난다.


“누가 찾아오면 잔다고 전해 줘.”

“이쁜 언니가 와도? 그래도 자?”

“어. 제발 좀 자자.”


저기서 말하는 이쁜 언니가 누구일지 다 예상이 됩니다.

이젠 정말 지쳤다고. 좀 쉬자,

방 안에 들어오자 깨끗한 침대가 나를 반겨주었다.

보고 싶었다, 침대야!

2인용 침대라 그런지 대단히 넓었고, 옆에 여유분으로 있는 베개를 품에 앉고 침대 위를 굴러다녔다.

대충 정리됐으니 잠깐 눈 붙여도 되겠지.


* * *


“여긴 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세에레를 처리하고 돌아온 미카엘은 부서진 세계수의 문을 멀뚱멀뚱하고 바라보았다.


“여기서 뭐하세요, 미카엘님?”


리레르였다.

미카엘은 리레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전후사정을 물어봐도 되겠지?”

“그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웃고 있었던 리레르의 표정에는 깊은 어둠의 그림자가 씌어졌다.

리레르는 힘겹게 아까 전에 있었던 상황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렇군... 재민이라고 했던가?”

“네?”


고개를 갸우뚱하는 리레르의 모습을 바라본 미카엘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보내며 말했다.


“뭐... 그자정도면 아깝지 않겠군.”

“뭐... 뭐가요?”


미카엘의 말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리레르.


“세라핌 위원들은 내가 설득하마. 인간들의 처벌은 엘프인 그대들이 하여라.”

“저... 정말요?”


물게 물든 얼굴을 식힐 여유도 없이 몰아치는 미카엘.

그런 미카엘을 빨갛게 물든 얼굴로 바라보는 리레르.


“원래는 이게 맞는 거겠지... 우리가 너무 자만에 빠져있었어.”


미카엘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시간이 별로 없구나. 나는 먼저 가보겠다. 계승자 녀석과 그 친구 녀석에게는 못보고 가서 미안하다고 전해주게. 다음에는 길게 대화해봤으면 좋겠군.”


세계수를 등지고 떠나려는 미카엘의 발걸음이 다시 한 번 멈춰 섰다.


“그리고 그곳에 리레르. 당신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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