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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모이
작품등록일 :
2019.04.07 11:35
최근연재일 :
2019.04.1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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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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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 라미아 대륙 - 3

DUMMY

3. 라미아 대륙 - 3


카리오의 마력총을 살피던 유현의 눈에 빨간색 보석이 들어왔다. 총의 몸통 앞쪽에 붙어있는 화염계열 룬이었다. 룬의 표면에는 유현이 알 수 없는 문자가 가득했다.


유현이 룬을 잡고 돌리자 마력총에서 룬이 분리됐다.


“이건 무엇이냐?”

“그건 화염계열 룬이에요. 표면에 각인된 건 룬문자라고 하는데, 저도 잘은 몰라요.”

“모르는데 어떻게 사용하지?”

“어..”


유현의 질문에 카리오가 당황했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했던 것이라 그저 받아들이고, 그냥 사용할 뿐이었다.


잠시 대답을 생각하던 카리오가 본인이 알고 있는 바를 유현에게 설명했다.


“룬문자는 원래 마법을 구동할 때 쓰던 문자였대요. 그런데 마법공학이 발달하고 마나를 담을 수 있는 마나-셀이 개발되자 그걸로 마법을 발동시킬 방법을 찾았대요. 그래서 나온 게 룬이에요..”


대답을 마친 카리오가 눈치를 봤다. 여전히 유현을 무서워하는 그는 자신의 대답이 만족스러웠기를 기도했다.

그런 눈치를 느낀 유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쁘지 않은 대답이었다. 한마디로 룬이란 게 마법을 몰라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물건이라는 거군.”


유현이 나름 만족한 반응을 보이자 카리오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헌터와 군대가 쓰던 날카로운 바람이나, 이 비행선을 띄우는 힘 같은 게 마법이란 소리고..’


유현은 마나, 즉 내공이 이 세계에선 중원과 다른 방향으로 쓰이는 모습에 흥미를 느꼈다.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카리오가 알 것 같지는 않아 묻지 않았다.


유현이 분리한 화염계열 룬을 손에 쥐고 전방을 향해 손을 뻗은 후 내공을 주입했다. 룬에 새겨진 룬문자가 옅은 빛을 발했다.


피융!


전방으로 작은 불꽃이 피어오르더니 빠르게 날아갔다.


‘흠.. 이런 방식인가.’


유현은 더 많은 내공을 끌어올려 서서히 룬에 주입했다.

처음엔 내공이 많아질수록 불꽃이 점점 커졌으나, 나중엔 변화가 없었다.


‘한계가 있나 보군.’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카리오가 얼른 나서서 유현에게 말했다.


“룬의 크기마다 구동할 수 있는 한계가 있어요! 그건 C급 룬인데 제 마력총 최대출력으로 연속해서 20번을 쓰면 마나-셀이 바닥나요. 그러니까.. C급 마나-셀이 2마나력을 담고 있으니까.. 0.1마나력이 그 룬의 최대치에요!”


카리오가 주저리주저리 말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현이 익숙한 상황에 피식 웃었다.

사실 유현은 중원에서 있던 시절에도 궁금한 것이 많았다. 그래서 유현의 분위기에 압도당한 교도들은 그의 앞에만 서면 묻지도 않은 말을 주절거리곤 했다.


어쩌면 유현의 호기심이 그의 무력과 지력, 통찰력을 만든 원동력일지도 몰랐다.

신을 만나게 해준 조화공 역시 호기심 덕에 얻은 무공이었다.


“그렇군. 그러면 다 쓴 마나-셀은 교체하는 건가?”

“아뇨.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차오르는데.. 왜 그런 건지는.. 그.. 저도 잘..”


유현의 물음에 카리오가 또다시 눈치를 보며 답했다.


사실 카리오는 몰랐지만, 유현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다.

마나-셀을 관조하는 과정에서 내부에 하얀색 룬이 박혀있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 룬에 적힌 룬문자가 지속해서 빛날 때마다 대기에 퍼진 마나를 조금씩 흡수했다.

유현은 그냥 카리오가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봤을 뿐이었다.


마법공학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한 유현이 카리오에게 총을 건넸다.


그러 둘의 나름 화기애애한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있었다. 비행선의 갑판 한쪽에 모여 있던 헌터들이었다.

란돌이 헌터들에게 무언가 얘기를 나눈 후, B급 헌터 한 명과 함께 유현과 카리오 쪽으로 걸어갔다.


두 명의 헌터가 다가오자 카리오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자신을 오우거 무리 속에 버리고 간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카리오의 앞에 선 란돌이 복잡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카리오, 괜찮은 거냐.”

“네, 저는.. 괜찮아요..”

“내겐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낙오자까지 살필 여유가 없었다. 그냥.. 네가 이해해줘라..”


란돌에겐 무언가 사연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유현에겐 그저 핑계로만 들렸다.


특별한 사연? 사연은 누구에게나 있다.

상황에 따라 동료의 목숨에 우선순위를 부여한다는 건, 다급한 상황이 오면 언제라도 다시 동료를 버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유현이 천마로 있을 당시의 천마신교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유현이 강조하는 지론 중 하나는 모든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힘과 판단력을 길러야 한다는 점이었다.


유현이 어처구니없다는 시선을 보내자, 그것을 느낀 란돌이 유현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카리오를 도와주셨다고.. 감사합니다.”


란돌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유현은 대꾸도 없었다.


유현이 할 말이 없다는 듯 등을 돌려 전방을 바라보자 란돌의 옆에 있던 B급 헌터가 발끈했다.


“흥. 꼴에 한 성격 한다 이거지? 복장이 특이한 걸 보니 남쪽 촌에서 온 용병인가 본데. 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여기까지 온 거지? 빌어먹을 블랙스톤 때문에 별게 다 꼬이는군!”

“어윈, 하지 마라.”


B급 헌터, 어윈이 유현에게 시비를 걸자 란돌이 말렸다. 하지만 이미 늦어 보였다.

유현이 뒤를 돌아 어윈을 응시했다. 두 눈은 칠흑같이 깊어져 있었다.


“귀찮게 하지 말고 꺼져라.”

“뭐? 이놈 보게? 촌놈이라 부르니까 열 받았나 보네. 너 몇 급인데..”


어윈은 채 말을 마칠 수가 없었다. 천마성검이 뽑혀 나와 그의 몸을 베었다. 눈 깜짝할 새에 일어난 일이었다.


란돌이 상황을 인지했을 땐 이미 천마성검이 검집에 들어간 후였다.


어윈이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커어억.”


갑작스러운 상황에 갑판 한쪽에 앉아있던 헌터들이 일어나 각자 무기를 꺼냈다.

하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현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어윈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유현의 몸에서 마기가 넘실거린다거나 하진 않았지만, 헌터들은 유현에게서 알 수 없는 위압감을 느꼈다.


어윈은 유현이 점점 다가오자 왠지 모를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쓰러진 채 손으로 바닥을 밀어 유현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팔뚝에선 상처로 인해 피가 줄줄 쏟아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바닥을 밀며 뒤로 갔다.

처음 겪어본 형태의 공포심이 고통을 마비시켰다.


“으으.. 제.. 제발..”


어윈이 바닥을 쓸며 만들어놓은 혈로(血路) 밟으며 유현이 걸어갔다. 그리곤 쓰러져서 바들바들하고 있는 어윈 앞에 섰다.

헌터들은 무기를 들고 서 있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에 모두 손을 떨고 있었다.


란돌은 자신의 뒤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지도 못했다. 그는 여전히 천마성검이 어윈을 베던 상황에 사로잡혀 떨리는 눈으로 전방만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뽑는 것.. 아니 베는 것조차 보지 못했다. 아니야.. 검을 다시 집어넣는 것까지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검으로 공격한 게 맞는 건가? 왜 검이라 느꼈지.. 그래, 소리야. 검집에 검이 들어가는 소리를 들어서.. 최소한 마스터. 아니, 그 이상이다!’


사실 단순히 내공의 양은 유현과 란돌이 같았다. 유현 내공을 잃은 탓에 2갑자였고, 란돌은 4마나력을 지닌 A급 헌터였으니까. 하지만 내공의 양이 무력의 전부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깨달음의 깊이가 달랐다.


란돌의 상념을 깬 건 유현의 목소리였다.


“다시는 본좌 앞에서 건방 떨지 마라.”


유현의 말에 본인이 살았다는 걸 느끼자 어윈이 공포에서 해방됐다. 공포가 빠져나가자, 대신 통증이 그의 몸을 지배했다.


갑작스레 밀려드는 고통에 몸이 말을 듣지 않자, 어윈이 미친 듯이 고개만 끄덕이며 외쳤다.


“네.. 네! 헉.. 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유현이 이제 관심 없다는 듯 몸을 돌려 카리오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무기를 들고 서 있던 헌터들은 감히 어찌할 바를 몰랐다.

먼저 정신을 차린 란돌이 다급히 말했다.


“어서 무기부터 집어넣어라! 재생 룬이 있는 사람은 어윈을 치료해! 서둘러!”


그러고는 유현이 점점 다가오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무척 떨리는 목소리였다.


“저.. 죄.. 죄송합니다..”


란돌은 유현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감히 다른 말을 꺼내지 못했다.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도 몰랐지만, 그저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유현은 란돌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를 지나쳐갔다.


란돌이 유현의 뒷모습에 대고 고개를 숙인 후 다른 헌터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헌터들은 초록색 룬, 재생마법이 각인된 룬으로 어윈을 치료하고 있었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본 카리오는 놀란 얼굴이었지만, 헌터들에 비하면 담담한 모습이었다. 유현이 발산한 무형의 기운, 패기(覇氣)가 헌터들에게만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었다.


유현의 경지는 이미 기운에 감정을 실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헌터들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감정이 담긴 패기를 카리오는 느끼지 못했다.


란돌이 죄송하다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린 이유도 패기에 실린 유현의 감정을 어렴풋이 느낀 탓이었다.


유현이 다가가자 카리오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카리오의 놀란 눈엔 왠지 모를 열망이 담겨있었다.


“와.. 그.. 그게 도대체 뭐였죠? 뭔가.. 파바박! 하더니 갑자기 날아가던데.. 검술인가요?”

“무공이란 거다.”

“무공! 혹시 저도.. 배울 수 있을까요?”

“흠.”


카리오가 눈치를 보며 물었지만 유현은 말을 아꼈다. 아직 이 세계를 완전히 파악하지도 못했고, 카리오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었다.

추후 천마신교를 세우면 무공을 전파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였다.


“일단은 좀 더 두고 보도록 하지.”

“네에..”


카리오가 급격히 시무룩해지자 유현이 피식 웃었다.


어차피 천마신교를 세울 작정이라면 그를 따를 교도들이 필수적이었다.

카리오는 이 차원으로 넘어와 처음 말을 나눈 사람이니, 교도로 받아들인다면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좋아. 너는 이제부터 예비 1번이다.”

“예비.. 1번이요? 그러면 나중에 무공을 배울 수 있는 건가요?”

“물론이다.”

“와! 감사합니다!”


카리오는 유현이 말한 의미를 정확히 알진 못했지만, 무공을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냥 기뻐했다.


라미아 세계의 첫 번째 교도, 아니, 예비 1번 교도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선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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