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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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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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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프레드릭 페라그리

DUMMY

18. 프레드릭 페라그리


헌터 길드 단장 집무실, 아니, 이제는 천마신교 교주 집무실 내부.

유현은 업무용 책상에 앉아있었다. 그 옆에선 란돌이 시립해 있었고, 회의용 탁자 주변에 프레드릭과 카리오가 앉아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유현이 입을 열었다.


“결사는 이제 없다. 천마신교만이 있을 뿐이다. 결사에 소속돼있던 헌터들은 란돌, 네가 지휘한다.”


갑작스레 지명을 당하자 란돌이 어찌할 바를 몰랐다.

비록 자신이 A급이긴 했지만, 그건 결사에 소속돼있던 대부분의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자신의 아버지뻘인 사람들까지 있었다.


“제.. 제가 감히 어찌..”

“네 자신을 믿어라. 그리고 나를 믿어라.”

“교주님..”


유현을 바라보며 잠시 고심하던 란돌이 이내 마음을 굳혔다.


“알겠습니다. 란돌 스키우스, 교주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좋다. 네가 이끌 부대의 이름은 이제 신풍대다. 너는 이제부터 신풍대주다.”

“신풍대.. 알겠습니다!”


라미라 대륙에 부는 새로운 바람, 천마신교의 첫 부대인 신풍대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때 잠자코 있던 프레드릭이 말했다.


“그럼 나는 무슨 역할을 하면 되는 건가?”

“흠. 너는 아직 정식 교도가 아니라 예비 3번 교도다.”

“예비.. 3번? 그게 무슨..”


프레드릭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하자 카리오가 나섰다.


“프레드릭님 저도 예비 1번 교도였어요. 이제는 아니지만요. 헤헤. 그리고 제가 아는 드워프 아저씨도 아직 예비 2번이에요.”

“허허..”


그제야 예비 교도의 의미를 알게 된 프레드릭이 허탈한 음성을 흘렸다.

그러다 유현을 보며 말했다.


“근데 나는 왜 아직 정식교도가 아닌 겐가?”


유현 깊은 눈으로 프레드릭을 응시했다.


“그건 나한테 물어볼 일이 아니다. 너 자신에게 물어볼 일이지.”

“...”


프레드릭은 말을 잃었다.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렴풋이 몇 가지 답이 떠올랐다. 아마 믿음에 대한 문제이리라.


생각에 잠겨있는 프레드릭을 내버려 둔 채, 유현이 란돌에게 말했다.


“신풍대주에게 내리는 첫 번째 명령이다. 우선 신풍대의 전력을 파악해 보고서를 올려라. 보고서엔 대원들의 나이와 등급, 사용하는 무기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다음 대원들 중 분대를 이끌만한 인물들을 추천해라. 네 개인적인 추천 이유와 함께. 즉시 수행해라.”

“알겠습니다.”


란돌이 묵례한 후 집무실을 나섰다.


프레드릭은 여전히 고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유현이 입을 열었다.


“답을 알고 있다 해도, 당장 해결된 일은 아니다.”

“허허.. 그렇겠구먼.”

“흠. 아직 예비 교도이긴 하지만 너에게 맡길 일이 있다.”

“자네 능력을 확인하면 도와주기로 약속했으니, 얼마든지 말하게.”


아직 정식 교도가 되진 않은 프레드릭이었다. 하지만 지난 밤, 땅을 되찾을 방법을 확인시켜 주면 유현을 돕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기꺼이 응했다.


“일단, 네가 수련한 마나 수련법부터 확인해야겠다.”

“..뭐?”


마나 수련법을 확인한다니. 프레드릭의 얼굴이 멍해졌다.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거라 생각했다.

예상대로의 반응에 유현이 피식 웃으며 재차 말했다.


“못 들었나? 네가 지닌 비전 마나 수련법을 보여 달라고 했다.”


유현의 요구가 또다시 반복되자 프레드릭이 얼굴을 붉혔다. 헛것을 들은 게 아니었다.


“이이..! 그건 절대 불가네!!”


프레드릭의 당연한 반응에도 유현은 태평했다.


“제3군단장의 명예가 이 정도였나? 분명 성심성의껏 도와준다고 했을 텐데.”


지난밤의 약속이 프레드릭을 짓눌렀다. 하지만 이건 별개의 문제였다.


“그렇긴 하지만! 비전 수련법은 각 가문의 뿌리와도 같은 걸세! 조금이라도 남에게 함부로 전하면 가문을 갖다 바치는 꼴이나 마찬가지지!!”

“흠.”


유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곳에선 가문의 비전 수련법이 중원 문파의 내공심법보다 중요한 취급을 받는 모양이었다.

적어도 중원에선, 심법을 수정해 문파 소속 무인들에게 전해주기라도 했으니까.


눈치를 살피던 프레드릭은 유현이 잠잠해지자 자신의 의지가 먹혀들었다고 여겼다.

고조된 목소리가 한껏 가라앉았다.


“게다가 보여주고 싶어도 보여줄 수가 없네. 비전 수련법은 직계를 통해 구전으로 전달되니까.”

“그렇군. 그러면 나한테 말로 전달해주면 되겠군.”


유현은 여전히 태평했다. 별거 아니라는 말투였다.

프레드릭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이익!! 절대 불..”

“나에게 알려주면 수련법을 개량시켜주지. 더 효율적으로.”


화를 내던 프레드릭은 자신의 말을 자르고 들어오는 유현의 말에 순간 멈칫했다. 너무 당연하다는 말투여서 순간적으로 사고가 정지한 것이었다.

그러다 이내 뜻을 깨닫고 놀란 눈으로 소리쳤다.


“그런 게 가능할리가!!”


유현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나에겐 손바닥 뒤집는 거 보다 쉬운 일이다.”


마공, 어쩌면 모든 무공의 정점에 있던 천마신공을 개량한 유현이었다. 이 차원의 비전 수련법이 지닌 고유한 원리만 파악한다면, 프레드릭이 지닌 수련법을 개량하는 것 또한 어렵지 않을 터였다.


프레드릭은 꿀 먹은 벙어리였다. 눈빛엔 의구심이 깃들었다.

과연 이자가 하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든 게 헷갈려졌다.


잠시 프레드릭을 응시한 유현이 말을 이어갔다.


“날 믿든 안 믿든, 그것은 네놈 의지다. 하지만 천마로서의 능력을 의심하지는 말아라.”

“...”


오만한 말이었다. 프레드릭이 멍하니 유현을 쳐다봤다.

동시에 유현이 지금껏 보여준 능력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강대한 무력부터 단 하루 만에 카일룸을 둘러싼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 능력, 지도자로서의 위엄, 블랙스톤을 손짓 한 번에 찾는 능력까지.

확실히 세상에 이 같은 능력을 지닌 자가 또 있을까 싶었다.


프레드릭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한껏 누그러진 말투였다.


“자네의 능력을 의심할 리가 있는가. 나는 단지.. 가문의 비전을 함부로 공개하는 게 걱정돼서 그런 걸세. 가문은 배신할 수는 없지 않은가.”


확실히 프레드릭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오랜 세월 비전을 지켜온 것만 봐도 비밀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놓친 게 있었다. 유현이 그걸 짚고 넘어갔다.


“그런데, 너희 가문은 지금 어디에 있지?”

“그야.. 가주인 나는 여기 있네. 살아남은 다른 식솔들은 대부분 자유도시 리베라 근방 모처에..”


유현이 말을 잘랐다.


“아니, 장소를 물은 게 아니다. 제국이 망한 지금, 너희 가문은 어느 울타리 안에 있냐는 말이다.”

“아..”


페라그리 가문은 제국 공신가문 중 하나였다. 물론 지금으로선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제국 위에 가문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프레드릭은 고민에 빠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현의 눈이 깊어졌다.


유현이 비전 수련법을 요구한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이 차원에서 단전을 형성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대다수 교도들이 마나홀을 지닌 지금으로선 무공을 전파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비전 수련법이 지닌 원리부터 파악해야 했다.


두 번째는 카리오와 관련된 일이었다.


끝으로 중원과는 다른 이 세계의 환경 탓이었다. 여러 국가의 난립, 국가에 충성을 맹세한 가문들, 이종족의 존재 등 여러모로 달랐다. 중원에선 힘 있는 세력 아래 문파나 가문이 귀속되는 게 흔했다.

하지만 과연, 이곳에서도 그럴까? 천마신교란 울타리 안에 모두를 하나로 만들기 위해선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블랙스톤을 회수하는 구원자로서의 모습을 보인 것도 그 일환이었다.


유현은 지금, 프레드릭을 통해 그 일면을 확인하고 있었다.

제국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가문을 존속시킬 것인가? 가문의 뿌리인 비전을 천마인 자신에게 내줄 수 있을까? 그리고, 잃어버린 충성심은 과연 어디로 향할까?

답을 내는 건 온전히 프레드릭의 몫이었다.


프레드릭은 두 눈을 감고 깊은 고뇌에 빠져들었다. 가문의 존속에 대한 고민,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었다. 진즉 해야 했을 고민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진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제국을 점령하고 있는 몬스터 무리와 블랙스톤, 카일룸에 산재해 있는 문제, 군단을 잃었다는 죄책감, 제국 국민에 대한 걱정과 군인으로서의 책임감. 모든 게 자신을 옥죄고 있었다.


유현은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기다렸다.


잠시 후, 프레드릭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허허. 먼저 자네에게 감사를 표해야겠군. 고맙네.”


느닷없는 말이었지만, 유현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프레드릭이 말을 이어갔다.


“생각해보니 이것도 행복한 고민이더군. 자네가 없었다면 당장의 생존조차 급급했을 테지.”

“그래서, 결론은?”

“제국이 없는데 가문이 무슨 소용이겠나. 허허. 페라그리 가문은 이제 없네. 대신!”


잠시 뜸을 들이던 프레드릭이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크흠. 페라그리 가족이 그 자리를 차지할 걸세.”


미묘한 단어 차이에 유현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의미의 차이는 매우 컸다. 국가에 대한 충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다.

이제, 가족의 마음이 어디로 향할지는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었다.


페라그리는 한결 홀가분해진 얼굴이었다.

멋쩍게 웃으며 은근슬쩍 말을 흘렸다.


“허허. 이거 우리 가족을 어이할꼬. 이 험난한 세상에 든든한 울타리 하나 없이.. 나 정도면 아스트로 왕국에서 받아주지 않으려나? 아니면 자유도시로 가서 용병질이나 해야 하나.. 허허, 이것 참.”


그러더니 유현의 눈치를 살폈다. 천마신교의 그늘로 들어오고 싶다는 말을 돌려서 전한 것이었다. 아직 예비 교도인 탓에, 차마 대놓고 말하기엔 뭐 했다.


“가족의 일을 혼자 독단적으로 처리할 셈인가?”

“허허.. 그도 그렇구먼.”


더 이상 가문의 중대사를 결정할 수 있는 가주가 아니었다. 이젠 가장이었다.

자신의 지위를 실감한 프레드릭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비전 수련법은 지금 일러주면 되겠는가?”


이제 가문의 규율 따윈 없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남들에게 알려주진 못하겠지만, 어차피 자신의 상관이 될 유현이었다. 문제 될 건 없었다. 게다가 개량까지 해준다면야.


“그게 좋겠지. 그 전에.”


말을 멈춘 유현의 시선이 카리오를 향했다.


“카리오. 가까이 와서 앉아라.”

“어.. 네네! 사부님!”


멀찍이 앉아 조용히 경청하고 있던 카리오는 갑작스러운 부름에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러다 이내 일어나 프레드릭 맞은편에 앉았다.


프레드릭 역시 영문을 알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카리오는 왜..?”


유현은 묵묵부답이었다. 눈을 감은 채 고심 중이었다.


갑작스레 바뀐 분위기에 프레드릭과 카리오가 눈치를 살폈다.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이유를 알아내려 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영문을 모른다는 얼굴이었다.


잠시 후, 굳게 다물어있던 유현의 입이 열렸다.


“비전 수련법의 내용을 듣기 전에, 우선 한 가지 묻고 싶군.”

“그게 뭔가? 얼마든지 물어보게.”


무거워진 분위기에 프레드릭은 긴장한 눈치였다. 유현이 말을 이어갔다.


“그 비전 수련법이 엘프와 관련 있는 거, 맞나?”


느닷없는 엘프 타령이었지만, 프레드릭과 카리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프레드릭이 놀라서 소리쳤다.


“그걸 어찌 알았는가?!”


반면 카리오는 움찔할 뿐이었다. 하지만 두 눈엔 알 수 없는 떨림이 가득했다.


유현의 깊은 눈이 카리오를 응시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선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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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 성장 +1 19.04.15 138 3 10쪽
» 18. 프레드릭 페라그리 +1 19.04.15 111 3 13쪽
18 17. 구원 - 2 +1 19.04.14 127 3 12쪽
17 16. 구원 - 1 +1 19.04.14 133 3 13쪽
16 15. 영웅이라는 이름의 가면 - 2 +1 19.04.13 145 4 14쪽
15 14. 영웅이라는 이름의 가면 - 1 +1 19.04.13 141 4 14쪽
14 13. 스톤 헌터 길드 - 2 +1 19.04.12 160 5 15쪽
13 12. 스톤 헌터 길드 - 1 +1 19.04.12 150 4 14쪽
12 11. 남매 +1 19.04.11 156 3 12쪽
11 10. 벨라룸 아이언해머 - 2 +1 19.04.11 160 3 17쪽
10 9. 벨라룸 아이언해머 - 1 +1 19.04.10 161 5 15쪽
9 8. Artificial Island 인공섬 - 2 +1 19.04.10 167 5 12쪽
8 7. Artificial Island 인공섬 - 1 +1 19.04.09 192 6 14쪽
7 6. 카리오 +1 19.04.09 189 6 13쪽
6 5. 카일룸 - 2 +1 19.04.08 204 8 13쪽
5 4. 카일룸 - 1 +1 19.04.07 186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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