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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고양이가 주워온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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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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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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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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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1화. 청룡의 고민

DUMMY

비늘 조각이 입에 다 들어가진 않았고 반 정도는 입 밖으로 나와 있었다. 끝부분을 물고 앙냥냥 오물거리는 청룡을 보고 나는 혹시 삼키기라도 할까 싶어 목소리를 차분하게 낮추고 손을 내밀었다.


“청룡아, 착하지? 그거 먹는 거 아니야. 이리 줄래? 자, 퉤 하자.”


청룡은 뱉는 대신 입에 힘을 주어 비늘 조각을 더 꽉 물었다. 뭔가 생각대로 되지 않았는지 당황스러운 얼굴이더니 나를 바라보며 아앙 하고 입을 벌렸다.


“!”


청룡의 송곳니에 비늘 조각이 걸려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위쪽 송곳니가 비늘 조각을 관통해서 꿰고 있었다.


“아, 이런······. 가만히 있어. 형이 빼 줄게.”

“삐이잉······.”


이갈이를 하고 새로 난 지 얼마 안 되는 영구치인데, 혹시 다치지나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다. 내가 청룡의 송곳니에 걸려 있는 비늘 조각을 조심조심 빼는 동안 청룡은 울상을 하고 치과 치료 받는 어린이처럼 입을 벌린 채 앉아 있었다.


내가 비늘 조각을 입에서 빼내자 청룡은 잇몸 부분이 간지러운지 고개를 숙이고 앞발로 콧등 아래를 계속 문질렀다. 그러면서도 눈을 살큼 올려뜨고 기대에 차서 내 반응을 살피는데 음성 지원이 된다. 칭찬해 줘, 칭찬해 줘! 칭찬, 칭찬!


나는 청룡의 침으로 축축한 비늘 조각을 내려다 보았다. 이거 진짜 훌륭하게 구멍을 뚫었네!

세모꼴 모서리에서 약간 안쪽으로, 딱 적당한 위치에 동그랗게 이빨 구멍이 뚫려 있었다. 옆으로 갈라진 균열 하나 없이 깔끔한 것이 사람이 도구로 뚫었다 해도 이보다 잘 뚫지는 못했겠다.


“우리 꼬맹이가 형아 대신 구멍을 뚫어 주려고 그랬구나. 고마워라. 안 되는 줄 알았는데 우리 꼬맹이가 해 줬네, 청룡이 새로 난 이빨 정말 강하구나!”


한껏 칭찬을 해 주자 청룡은 좋아서 삐로삐로 노래를 하며 날아올라 공중 2회전 옆비틀기를 선보였다.


그나저나 어려도 용은 용인가 보다. 내가 송곳으로 그 난리를 쳐도 흠집 하나 생기지 않던 비늘 조각에 구멍을 뚫다니. 용의 비늘을 뚫을 수 있는 것은 용의 이빨인가! 진짜 멋짐이 폭발할 뻔했는데 이빨에 걸리는 바람에 모양이 좀 빠졌다.


가끔 내 손을 깨물깨물할 때는 간지럽기만 한데 청룡이 정말 힘 조절을 잘하는 거였구나. 힘껏 물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어 나는 새삼 청룡이 기특했다.


청룡이 입에 물고 오물거리느라 비늘 조각이 침투성이가 되었기에 욕실에 가서 비늘 조각을 물로 씻어냈다. 마른 수건으로 닦고 있자니 비늘의 표면이 거울처럼 윤이 난다.


정말 예쁘다. 보석에 별로 관심이 없어 잘은 모르지만 진짜 사파이어라 해도 이렇게 예쁠까 싶다. 비늘을 눈 앞에 들고 보니 반투명한 비늘을 통해 청룡과 노을이가 백호의 꼬리를 갖고 노는 모습이 아른아른 비쳐 보였다.


******


“청룡아, 조심해, 노을이는 눈이 안 보이는데 그렇게 막 몰고 가면 안 돼.”

“삐양?”


청룡은 세리와 함께 놀았을 때처럼 노을이와 우다다를 하고 싶어하지만 노을이에게 우다다는 어려운 일이다. 살랑살랑 집 안을 다니는 데는 불편함이 없지만 가구 사이를 누비며 쫓고 쫓기는 놀이까지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가구라야 몇 개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노을이에겐 위험할 듯해서 나는 청룡에게 주의를 주고 노을이를 안아 올렸다.


“자, 뛰지 말고 형이 책 읽어 줄게. 노을이는 이쪽으로 앉자.”


책을 들고 소파에 앉아 노을이를 옆에 앉히자 백호가 발치에 엎드렸고 청룡은 조금 시큰둥하게 그 옆에 앉았다.


“오늘은 책 읽는 거 별로야? 그럼 빗질 해 줄까?”


고양이들 중에는 빗질을 좋아하지 않는 냥이들도 있는데 우리 집 냥이들은 어릴 때부터 빗질을 좋아했다. 내가 빗을 들면 바로 내 앞에 와서 회색 등과 푸른 등을 나란히 내밀고 엎드리곤 했는데 이제 노란 등이 하나 더 늘었다.


나는 백호와 노을이를 차례로 빗질해 주고 청룡의 등을 빗질하려다가 그냥 쓰다듬어 주기만 했다.


“우리 청룡이는 이제 털이 변해서 빗질은 안 해도 되겠는데?”


청룡의 등은 이제 털 대신 반들반들한 젤리 같은 비늘로 변했고, 비늘이 없는 얼굴이나 배의 보송보송한 털은 너무 짧아서 빗질을 할 것이 없다.


“삐루루······.”


자기 차례를 기다리던 청룡은 서운한 눈치였다.


“뭐가 아쉬워? 고양이를 키우면서 유일하게 힘든 점이 털빠짐인데 우리 청룡이는 털도 안 빠지니 얼마나 좋아?”


나는 웃으면서 청룡을 토닥여 주고 백호와 노을이의 빗질을 계속했지만 청룡은 아쉬운 눈으로 빗을 바라보았다.


******


“브로, 얘가 노을이냐? 언뜻 봐서는 눈이 안 보이는지 모르겠는데?”

“응, 후각도 굉장히 좋은 것 같고 머리도 영리해서 집안 구조도 벌써 다 익혔어.”


해인은 나의 SOS를 받고 청룡을 데리러 왔다. 본가 부모님이 이사한 집도 볼 겸 올라오신다고 하셔서 청룡을 해인네 집으로 피신시키는 참이다.


가기 싫다는 듯 삐루삐루루 투덜거리는 청룡을 이동장에 담아 해인의 차에 태워 보내고 나자 백호와 노을이만 남았다.


“어이구 우리 막둥이, 밥 잘 먹고 잘 있었어? 어디 아픈 데는 없고?”


아버지가 엉덩이를 툭툭 두드려 주고 계시는 ‘우리 막둥이’는 내가 아니고 백호다.

백호의 어미가 죽고 내가 처음 백호를 주워 왔을 때 가족들은 모두 그 사연에 분개하고 흔쾌히 백호를 우리 집 막둥이로 받아들였다. 평소 근엄하신 아버지도 유독 백호를 귀여워하셔서 진짜 막둥이인 내게는 하지 않는 오글거리는 표현도 백호에게는 잘 하신다.


“우리 아들 기특하네. 글 열심히 써서 이렇게 이사도 하고.”


어머니는 나를 칭찬해 주셨고 아버지도 말씀은 안 하셔도 흐뭇하신 눈치였다. 사실 아버지는 내가 취직을 하지 않고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셨다.

그냥 취직을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여러 번 말씀하셨는데, 이번에 SS 미디어와의 계약이나 실버북스와의 계약에 대해 설명해 드렸더니 마음을 좀 놓으신 듯하다.

나도 공모전 당선 전에는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이제 조금은 떳떳해진 기분이라 마음이 좋았다.


“얘는 눈이 보이지 않니? 가엾어라. 그런데 부딪치지도 않고 잘 다니고 사람도 잘 따르네.”

“그런데 청룡이라고 둘째가 있다면서, 백호가 주워 왔다는 냥이, 걔는 어디 갔어?”


처음에 멋모르고 부모님께 백호가 아기 고양이 주워 왔다고 말씀을 드린 덕분에 부모님은 청룡의 존재를 알고 계셨다.


“아, 지금 사정이 있어서 잠시 다른 집에 탁묘 가 있어요.”


아버지는 갖고 오신 가방에서 뭔가를 부스럭 부스럭 꺼내셨다. 한지에 반듯하게 靑龍 이라고 쓰신 종이였다.


“한 마리가 더 들어온 줄 알았으면 얘도 이름을 지어 올 걸 그랬구나. 백호, 청룡의 동생이니까 황료······.”

“아니, 아니에요. 아버지, 얘는 노을이, 노을이로 충분해요. 누나가 지어 준 이름이에요.”


******


부모님과 함께 누나네 집에서 저녁을 먹고 조카들과 놀고 있는데 누나가 갑자기 내게 말했다.


“오 사장님 기사 났다. 새로 고양이를 들였네.”


누나가 보여 주는 스마트폰을 보니, 동물 관련 기사를 주로 다루는 미디어에 환하게 웃는 오 사장과 삼색 고양이의 사진이 나와 있었다.


“저번에 화제가 되었던 후지마비 냥이를 입양하셨네, 눈 안 보이는 동물보다 훨씬 더 돌보기 힘든데 괜찮으려나? 진짜 큰맘먹고 입양하셨을 텐데 잘 돌봐 주기만 한다면 너무 고마운 일이지만······.”

“장애묘 입양을 결심하신 것만으로도 정말 큰 일이지. 그만한 각오가 있으니까 한 거 아니겠어?”


누나네 집에도 다리가 하나 없는 장애묘가 있지만 세 다리 고양이는 일상 생활에 거의 문제가 없다. 하지만 후지마비 고양이는 경우가 달라서 정말 헌신적인 사람 아니면 감당하기가 어려운데, 오 사장이 큰 결심을 했나 보다.


부모님은 누나네 집에서 주무시고 나는 집으로 왔다.

양쪽에 백호와 노을이를 끼고 누웠지만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반 년 동안 청룡이를 다른 곳에 보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해인과 아인이 잘 돌봐 주기는 하겠지만 걱정이 되었다. 이틀 뒤 부모님이 내려가실 때까지 겨우 2박 3일 맡기는 건데도 무척 긴 시간만 같았다.


- 까똑

- 오빠, 늦은 시간이지만 오빠가 청룡이 때문에 걱정할까봐 톡 보내요. 청룡이 좀 시무룩하긴 해도 잘 있어요. 사료도 먹고 물도 마셨고, 고등어 간식도 먹었어요. 잘 데리고 있을 테니 걱정 마세요.


아인의 톡을 보니 좀 안심이 되었지만 그래도 옆구리가 허전하기는 했다.


다음 날도 오랜만에 부모님 모시고 다니며 그동안 못한 효도를 조금이나마 하고 밤이 되어서야 집에 오는데, 아인의 톡을 보니 청룡이 밥을 잘 안 먹었다고 한다. 그 먹보가 밥을 안 먹다니. 자주 보던 해인과 아인이 함께 있는데도 집이 낯설어서 그런가.


부모님이 내려가시자마자 서둘러 해인네 집으로 갔는데, 청룡이 날 보자마자 달려와 안길 줄 알았더니 아인의 무릎에 엎드린 채 머리를 들지 않았다.


“꼬맹아, 왜 그래? 삐쳤어? 형이 데리러 왔잖아.”


청룡은 마치 오랜만에 엄마를 본 어린애처럼 울먹울먹하는 얼굴로 나를 보더니 삐애앵 울면서 뒤늦게 안겨 왔다.


“형이 설마 안 데리러 올 줄 알았어?”


생각해 보니 노을이가 온 후 눈이 안 보이는 노을이에게 신경을 쓰느라고 청룡에게 좀 소홀했던 것도 같다.

노을이가 집안 구조 익히는 데 방해가 될까봐 청룡이가 좋아하는 공중 사료잡기 놀이도 안 해 줬고, 우다다도 못하게 하고 노을이를 우선으로 챙기다 보니 청룡이 은근히 노을이에게 샘을 낼 때도 있었다.

그러다 청룡을 해인이네 집에 보냈으니 청룡 나름으로는 마음에 상처를 받았나 보다. 나 없이 집을 떠난 것도 처음이고.


“미안해 청룡아, 노을이가 눈이 안 보이다 보니 형이 청룡이한테 소홀했구나. 우리 꼬맹이가 이제 큰 애라서 이해해 줄 줄 알았는데, 형이 잘못했네.”


청룡은 동그란 눈에 아직 물기가 남은 채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 나, 다른 고양이랑 다르지? 그래도 괜찮아?

“그럼, 괜찮고 말고. 형한테 청룡이는 다른 고양이랑 달라서 더 특별해.”


응? 지금 나한테 말을 하지 않았나?


“아인아, 지금 청룡이가 뭐라고 말하지 않았니?”

“했죠, 삐양삐양 울었잖아요. 많이 섭섭했나봐요.”

“아니, 그거 말고······. 해인아 너는?”

“난 아무것도 못 들었는데.”


잘못 들은 걸까? 하지만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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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화. 노을이의 눈 +38 19.05.21 6,275 404 12쪽
43 43화. 비늘 속의 통로 +20 19.05.20 6,515 384 12쪽
42 42화. 청룡의 고민 (2) +29 19.05.16 7,575 440 12쪽
» 41화. 청룡의 고민 +32 19.05.15 7,489 455 12쪽
40 40화. 노을이의 입양 +33 19.05.14 7,006 405 12쪽
39 39화. 세룰리안의 비늘 +33 19.05.13 7,126 389 11쪽
38 38화. 소통의 힘 (3) +15 19.05.11 7,852 422 12쪽
37 37화. 소통의 힘 (2) +18 19.05.10 7,628 426 15쪽
36 36화. 소통의 힘 (1) +25 19.05.10 7,740 438 14쪽
35 35화. 꿈속의 거인 +20 19.05.09 8,002 439 12쪽
34 34화. 이빨 빠진 청룡 +19 19.05.09 8,524 436 12쪽
33 33화. 꿈속의 적 +17 19.05.08 8,892 452 11쪽
32 32화. 이사를 하다. +16 19.05.07 9,279 448 11쪽
31 31화. 백호의 과거 +49 19.05.06 9,863 474 12쪽
30 30화. 한 걸음 더 성장. +27 19.05.05 10,304 525 11쪽
29 29화. 수상한 만남. +27 19.05.04 10,632 505 12쪽
28 28화. 회색 털의 세리 (2) +33 19.05.03 11,027 454 11쪽
27 27화. 회색 털의 세리 +32 19.05.02 11,800 584 10쪽
26 26화. 힘숨냥의 결실 +22 19.05.01 12,242 528 10쪽
25 25화. 글 속의 통로 +29 19.04.30 12,686 525 10쪽
24 24화. 수상한 전화 +32 19.04.29 12,751 489 8쪽
23 23화. 청룡, 각성 (3) +24 19.04.28 13,876 528 8쪽
22 22화. 청룡, 각성 (2) +23 19.04.27 13,999 644 9쪽
21 21화. 청룡, 각성 (1) +30 19.04.26 14,499 547 10쪽
20 20화. 용과, 호랑이? +18 19.04.25 14,891 55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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