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기사의 병단과 마법의 갑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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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라
작품등록일 :
2019.04.08 05:27
최근연재일 :
2019.06.0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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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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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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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DUMMY

“길리안?”


르네는 놀란 얼굴로 나동그라진 길리안을 바라보았다. 문이 부서지며 튄 나뭇조각을 털어내며 일어난 길리안은 곧장 검을 빼들었다. 상황이 좋지 않음을 느낀 르네는 서둘러 카운터를 두드리며 직원에게 외쳤다.


“경비! 경비를 좀 불러주세요!”


“아, 앗! 네!”


수리 의뢰를 받던 직원이 뒷문으로 달려 나가자, 남아있던 직원이 가게 안에 있던 손님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외쳤다.


“여러분, 이쪽으로 대피해 주세요!”


우왕좌왕하던 가게 안의 손님들이 직원의 안내에 따라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부서진 문으로 검은 복면을 쓴 이들이 뛰어 들어왔다. 저마다 철퇴나 검, 혹은 묵직한 둔기 등을 들고는 있었지만 움직임에 체계가 잡혀있는 것이 시정잡배는 아닌 듯했다. 오히려 그렇게 보이려고 건들거리는 꼴이 더욱 어색하게 보였다.


“가, 강도..? 사장님! 어서 좀 나와 보세요!”


직원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뒷문에 대고 외치자,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대장간 쪽에서 건장한 중 장년의 남성들이 저마다 무기를 하나씩 쥐어들고 뛰어 들어왔다. 대장간의 대장장이인 듯한 남성들은 나이도 있고 체격도 저마다 다 달랐지만, 대장질로 단련된 근육은 무시할 수가 없어보였다.


“사, 사장님!”


직원은 그 중에서도 가장 앞 쪽에 서있던, 머리가 하얗게 센 머리만큼이나 고집스러워 보이는 남자를 보고는 반색하며 그에게 달려갔다. 남자는 달려오는 직원에게 얼른 어디로든 들어가라는 듯 손을 휘휘 흔들고는 한 손에 들기 힘들어 보이는 묵직한 망치를 붕붕 휘둘렀다.


직원이 고개를 꾸벅하곤 서둘러 뒷문으로 뛰쳐나가자, 사장이라고 불린 남자가 분노로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복면을 한 남자들을 하나하나 노려보며 카운터 너머로 나섰다. 그를 따라 우루루 카운터를 넘어오는 대장장이들의 모습에 복면인들이 움찔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흥, 감히 우리 가게를 넘봐? 이 지역 놈들이라면 그렇게 멍청한 짓을 할 놈들이 없을 텐데, 외지놈 들이냐?”


엄포를 놓듯 망치를 쿵,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하는 사장의 말에 합을 맞추듯 뒤쪽에 서있던 대장장이들도 각자의 무기를 쿵쿵 소리를 내며 내려놓기 시작했다.


‘바닥이 맨 바닥인 이유가 있었군요.’


무기의 무게에 푹푹 패여 가는 흙바닥을 보며 기사는 생각했다. 여유롭게 구경을 하는 기사완 다르게 복면인들은 상황이 귀찮게 돌아가는 것을 경계하는 듯했다. 상대해야할 인원이 늘어나는 것도 성가신데, 나타난 대장장이들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닌 듯 했다. 길리안은 대장장이들의 등장만으로도 상황이 훨씬 매끄럽게 풀리자 다행이라는 듯 르네 쪽으로 다가왔다.


“길리안, 어디 다치진 않았어요?”


걱정스레 흙을 털어주는 르네의 말에 길리안은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어.. 어어.. 뭐 그냥 습격을 당해서 문 쪽으로 굴렀을 뿐이라..”


“하하, 굉장한 박치기였네요.”


웃으며 머리에 붙은 나뭇조각을 떼 내는 기사의 말에 길리안은 문 듯 식사 때의 기사의 모습이 떠올라 발끈하며 기사를 바라보았다.


“아! 로크! 당신!”


“거기 손님들! 괜히 휘말려서 귀찮은 일 만들지 마시고 나가쇼!”


카운터 앞에서 얼쩡거리는 길리안들의 모습에 사장이 성가시다는 듯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그 말에 길리안은 움찔하곤 검을 허리춤에 걸어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복면들은 목표인 길리안이 도망치게 두고 싶지 않은 듯 했지만, 그런 동시에 대장장이들을 경계해야해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잠깐, 이거 우리가 합세해서 같이 물리쳐 주면 훨씬 편해질 거 같은데.”


길리안은 적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에 그냥 도망치는 것보다 더 좋은 방향을 떠올리곤 허리춤의 검에 손을 얹었다. 그 목소리를 들은 건지 검은 복면들 중 검을 든 자는 별수없다는 듯이 혀를 차며 손을 번쩍 들었다.


“쯧, 이걸로 끝이라 생각하지 마라!”


검을 든 검은 복면의 말이 끝나자마자 검은 복면들은 몸을 홱 돌려 문 밖으로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엇, 저것들이!”


사장이 땅에 놓아둔 망치를 집어 들고 서둘러 쫓아갔지만 검은 복면들은 지붕 위로, 사람들 속으로, 담 너머로 뿔뿔이 흩어져 도망쳐 버렸다. 사장은 도망치는 검은 복면들의 모습에 칫, 하고 잇소리를 내며 길리안 쪽으로 다시금 돌아왔다.


“이보게 손님. 방금 전 놈들의 모습을 보아하니 원래 목표는 손님이었던 거 아뇨?”


사장의 말에 길리안은 처음부터 배상할 생각이었던지 면목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그.. 문은 변상하겠습니다.”


“아, 문만으로는 안 되지. 있던 손님들이 전부 빠져나갔으니 배상은 해 주셔야겠어!”


사장은 바닥에 흩어진 문의 파편들을 툭툭 발로 차서 모으며 말했다. 북적거릴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손님이 빠져나가 생긴 손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길리안은 휑해진 가게 안을 둘러보곤 그 말도 일리 있다 싶은지 고개를 끄덕이곤 자신의 금전 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돈은 있습니다만.. 얼마정도면 될까요?”


길리안의 손 안에 들린 금화 주머니가 제법 좋은 소리로 짤랑거리는 것을 들은 사장은 아직도 우루루 몰려있는 대장장이들에게 이제 됐다는 듯 손짓을 했다. 어깨를 풀거나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내며 작업장으로 돌아가는 대장장이들을 바라보던 사장은 흠, 하고 길리안을 올려다보곤 카운터에 기대섰다.


“뭐어, 나도 상인이기 전에 장인이오. 방금 보니까 거기 제국 양반, 손에 든 게 흑철 아뇨? 어차피 그걸 그대로 살리긴 힘들어. 소재 값이랑 쳐서 이쪽에 맡기쇼.”


기세를 누그러뜨리며 사장은 기사의 손에 들린 검을 가리켰다. 기사는 눈이 동그래져서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이 곳에 맡기려던 물건이었으니 손해 볼 얘기도 아니었다. 기사는 그렇게 하자는 듯 눈을 반짝이며 허락을 구하듯 르네와 길리안을 바라보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거친 숨결과 재촉하는 듯한 손짓에 길리안은 기사에게 조금 떨어져 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뭐 저흰 괜찮습니다만.. 정말 괜찮습니까?”


“아아! 물론이지! 대신 비싼 재료를 잔뜩 들여서 만들 테니깐 말야!”


흥, 하고 콧바람을 내뿜으며 거칠게 말하긴 했지만 그 내용은 무척 공을 들여서 수리해준다는 것이나 진배없었다. 소재가 비싸단 것은 그만큼 좋은 소재라는 말이기도 했고, 좋은 소재는 다루기가 어려웠다. 길리안은 이게 대체 좋은 얘기인지 나쁜 얘기인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그걸로도 괜찮다면 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금액은 얼마나 들어도 상관없으니 그렇게 해주시죠.”


금화주머니를 내려놓으며 길리안이 말하자,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르네가 길리안의 옷깃을 끌었다.


“응? 왜 그래, 르네.”


“길리안, 잠시 좀..”


주저하듯 길리안의 소매를 잡아끄는 르네의 손길에 길리안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의 뒤편으로 향했다. 르네는 기사가 따라오지 않는지 한번 뒤를 돌아보곤 길리안을 올려다보았다. 따라와야되는 걸까 걱정스레 길리안을 바라보는 기사의 모습에 길리안은 손을 흔들어 괜찮다는 표를 하곤 르네를 바라보았다.


잠시 고민스레 뜸을 들이던 르네가 먼저 입을 열었다.


“길리안, 그렇게까지 해줄 필요가 있나요?”


“응? 가게에 손해를 끼친 건 배상을 해야지.”


타이르듯 말하는 길리안의 말에 르네는 고개를 크게 내저었다.


“가게에 배상을 하는 건 괜찮지만, 로크에게 그렇게까지 돈을 투자할 필요가 있냐는 거에요.”


기사에게 제법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던 르네였기에, 길리안은 예상 외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르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걸.”


“아니, 로크가 싫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잖아요? 조금 비싼 장비나 무기를 사도 괜찮고요. 그런데 로크에게 너무 과하게 지원을 해주는 게 아닌가 해서 말하는 거에요. 저는 그.. 로크가.. 완전히 아군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르네는 마지막 말을 상당히 뜸을 들여가며 말했다. 길리안은 르네의 말에 크게 부정을 할 생각은 없었다. 길리안도 르네와 같은 생각이었으니 부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길리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르네의 머리를 토닥이며 말했다.


“확실히 로크는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하지 않고, 수상한 점도 많지. 하지만 실력은 분명 우리 중 누구보다도.. 아니, 어쩌면 왕국 내에서도 상대할 자가 없을 거야.”


길리안의 말에 르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뜨며 기사를 바라보았다. 수리 견적을 내듯 사장과 대화 중이던 기사가 시선을 느낀 듯 르네를 바라보자, 르네는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길리안도 왕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실력자 중 하나인데, 그 보다도 더 강하다니. 기사의 싸움을 한 번도 본적이 없을뿐더러, 어설픈 모습만 보이던 기사를 생각하면 도저히 상상이 안가는 모양이었다.


“지금 모습으로 보면 안 믿기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사실이야, 르네.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우리 편을 들고 있는 동안에는 좋은 무기를 쥐어 줘도 괜찮다고 생각해.”


르네는 아직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리더로써의 길리안에 대해서는 신뢰를 하고 있었기에, 입술을 삐죽이는 것으로 작게 불만을 표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알겠어요. 리더의 말이니까. 따를께요.”


“리더가 아닌 길리안의 말이라면 안 따랐을 거다, 그런 얘기로군?”


농을 던지듯 길리안이 말하자, 르네는 괜스레 길리안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기사에게로 돌아갔다. 감정이 실린 듯 제법 세게 찔러 들어온 르네의 손날에 길리안은 옆구리를 틀어쥐고는 잠시 끙끙대다 자신도 기사에게로 돌아갔다.


“아, 손님. 수리하는 동안 쓸 칼도 한 자루 필요하지 않나?”


제법 이야기가 잘 풀린 것인지 완전히 기분이 좋아진 듯 싱글벙글 웃으며 사장이 길리안에게 말했다.


“또, 또 한 자루의 에스폴리크! 원해.. 원한다고요오!”


벌써부터 기대감에 들뜬 것인지 광기인지 모를 표정으로 외치는 기사의 모습에 길리안은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칼을 사주지 않으면 저 광기가 어디로 표출되는 것일까. 길리안은 이 이상의 민폐는 끼치고 싶지않았기에 별수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추천하는 거라도 있을까요?”


길리안이 사장에게 물어보자마자, 기사는 진열대를 향해 돌진했다. 그 기세에는 사장 또한 조금 질린 기색이었다.


“저 친구, 제 정신은 맞는 거지? 나도 일이 일이다보니 장비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건 싫지 않네만..”


걱정스레 묻는 사장의 말에 길리안은 어디선가 고삐라도 사야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비평, 쓴소리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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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6. 황금의 기사와 사교의 동굴 19.06.01 40 1 8쪽
42 6. 황금의 기사와 사교의 동굴 19.05.29 32 1 12쪽
41 6. 황금의 기사와 사교의 동굴 19.05.28 35 1 7쪽
40 6. 황금의 기사와 사교의 동굴 19.05.19 41 1 7쪽
39 6. 황금의 기사와 사교의 동굴 19.05.15 70 1 8쪽
38 6. 황금의 기사와 사교의 동굴 19.05.14 56 1 10쪽
37 6. 황금의 기사와 사교의 동굴 19.05.10 56 1 11쪽
36 5. 황금의 기사와 금빛의 용 19.05.10 52 1 8쪽
35 5. 황금의 기사와 금빛의 용 19.05.10 47 1 10쪽
34 5. 황금의 기사와 금빛의 용 19.05.09 54 1 10쪽
33 5. 황금의 기사와 금빛의 용 19.05.09 72 1 9쪽
32 5. 황금의 기사와 금빛의 용 19.05.09 49 1 8쪽
31 5. 황금의 기사와 금빛의 용 19.05.09 43 1 8쪽
30 5. 황금의 기사와 금빛의 용 19.05.09 43 1 7쪽
29 5. 황금의 기사와 금빛의 용 19.05.08 87 1 10쪽
28 5. 황금의 기사와 금빛의 용 19.05.08 38 1 8쪽
27 4. 황금의 기사와 복면 뒤의 비겁자 19.05.07 36 1 8쪽
26 4. 황금의 기사와 복면 뒤의 비겁자 19.05.07 41 1 11쪽
25 4. 황금의 기사와 복면 뒤의 비겁자 19.05.06 27 1 8쪽
24 4. 황금의 기사와 복면 뒤의 비겁자 19.05.05 19 1 9쪽
23 4. 황금의 기사와 복면 뒤의 비겁자 19.05.05 18 1 9쪽
22 4. 황금의 기사와 복면 뒤의 비겁자 19.05.05 48 1 8쪽
21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5.04 25 1 8쪽
20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5.03 25 1 11쪽
19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5.02 46 1 8쪽
»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5.01 35 1 11쪽
17 3. 황금의 기사와 강 아래의 도시 19.04.29 4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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