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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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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최근연재일 :
2019.07.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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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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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쪽

8화 혁파안(革罷案)

님의 침묵




DUMMY

021.


대조전의 상궁이 궁중의 가마와 마필을 관리하는 사복시(司僕寺)를 방문한다. 사복시의 제조(提調)가 대조전의 상궁을 깎듯이 맞이한다.


“대왕대비 마마님께서는 옥체가 강녕하신지오.”

제조가 수염발을 다듬으며 인사말을 건넨다.

“회춘이라도 하신 듯 강녕하십니다. 요새 증기자동차에 푹 빠지셔서 마냥 어린애처럼 원기가 넘치십니다. 호호홋!”

상궁은 입을 오므린 채 간드러지게 웃는다.

“그나저나 다망하신 대조전 상궁마마께서 사복시에는 어인 일이십니까?”

제조가 본론을 묻는다.

“대왕대비 마마의 영을 받들고자 왔습니다.”

“무슨······”

상궁이 배래 안에서 두루마기를 꺼내 제조에게 건넨다.

“곧 한성학 동부승지께서 특가를 가신답니다.”

두루마리를 펼친 제조는 조대비의 수결을 보곤 고개를 주억거린다.

“예, 대왕대비 마마의 분부를 받자와 판관에게 일러 특가에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이튿날 사복시 판관이 말 두 마리를 끌고 승정원의 관아를 방문한다. 관원의 전언을 듣고 관아 밖으로 나온 성학은 판관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는 정중히 거절한다. 그날 오후 행장을 짊어진 그는 목마장이 있는 마장리로 가서 늙은 말 두 필을 임대한다.

선달은 마상 무예로 최고점을 받아 무과에 급제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런 그에게 갈기털이 듬성듬성 빠진데다가 마른버짐처럼 속살이 희끄무레한 늙은 말의 잔등에 올라타라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나으리, 이 말은 백리도 못 가 거품을 물고 주저앉고 맙니다. 말죽거리에서 여각을 크게 하는 대행수가 동무이온데, 갓 거세한 수말 두 필 정도는 구할 수 있습니다.”

성학은 볼멘소리를 늘어놓는 선달을 본체만체하고 고삐를 당기며 길을 재촉한다.

“나으리, 나으리! 이 늙은 말로는 한강을 넘기도 전에 땅을 파서 묻어줘야 할 판이라니까요.”

성학이 고삐를 낚아채 뒤돌아선다. 그러곤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나직이 속삭인다.

“선달은 황희 정승과 농부의 일화도 모르나! 어찌 등에 올라타 신세를 지는 마당에 말을 평가하려는 게야. 투정부릴 양이면 냉큼 말머리를 돌리고, 동행하려거든 군말 없이 따라나서게.”


한강변은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양으로 온통 자줏빛 일색이다. 말에 의탁한 두 사람은 사위어가는 노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처럼 잠시 또렷한 형상을 남기곤 이내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미천골은 격동의 수레바퀴에서 저만치 벗어난 느낌이다. 성학은 바쁜 공직생활과 두 차례의 사행으로 춘천을 찾지 못했지만 이따금 인편을 통해 돈을 부쳐왔다. 큰돈은 아니지만 집을 한 채 지을만한 땅뙈기와 목재를 마련할 정도는 되었다.

두 사람은 꼬박 이틀을 달린 뒤 미천골이 굽어보이는 동구 밖에 닿는다. 말들은 거품을 토해내며 투레질을 한다. 성학과 선달은 말들을 풀어주고 고목 밑동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는다.


“저기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까지만 가면 되네.”

“연기가 폴폴 피어오르는 것을 보니, 아직 저녁 전인가 봅니다.”

“이곳은 첩첩산중이라 해가 일찍 저문다네. 그래서 해 있을 때 얼른 밥을 지어먹고 설거지를 해두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졌네.”

해가 봉우리에 간당간당하게 걸려있는 것을 본 선달이 서두른다.

“나으리, 해가 있을 때 얼른 밥을 먹는다고 하셨소?”

“뭐든지 해가 있을 때 일과를 매조지 짓는다네.”

“나으리, 서두르시지요. 솥단지에 누룽지라도 남아있을 때 냉큼 가서 숟가락을 얹어봅시다!”

선달이 풀을 뜯고 있던 말에 올라 박차를 가한다. 뒤미처 성학도 말에 오른다. 말들은 경쟁을 하듯 쏜살같이 내리막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말에서 내린 성학은 까치발로 조심스럽게 마당으로 접근한다. 손바닥에 침을 뱉으며 장작을 패던 응삼이 말이 투레질하는 소리를 듣곤 뒤돌아본다.


“아니, 이게 누구시랍니까?”

성학이 호들갑을 떠는 응삼을 저지한다.

“쉿! 아버님이 들으시면 어쩌려고 그래? 조용히 해!”

“서방님, 아니, 이젠 당상관이 되셨으니, 대감님으로 불러드리는 게 옳습죠. 대감님!”

“무슨 놈에 대감이야? 그냥 편하게 서방님으로 불러!”

성학은 멋쩍은 듯 배시시 웃는다. 응삼이 능청을 떨며 넙죽 받는다.

“그럼요, 한 번 서방님은 영원한 서방님이죠! 조선 팔도에서 감히 누가 주상의 명을 관장하는 승정원 동부승지께 서방님이라 칭하겠습니까?”

옆에서 지켜보던 선달이 입술을 깨문다.

“어허! 이놈, 말본새를 보게?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대감께 농지거리를 거는 게냐?”

응삼은 비굴하게 성학의 뒤로 숨는다.

“서방님, 관운장처럼 생긴 저 양반은 뉘신지······?”

“무과에서 장원급제한 선달님이시다!”

성학이 제법 근엄한 어투로 소개를 하자 선달은 어깨를 으쓱하며 도리질을 친다.

“무과에서, 그것도 장원급제를 한 몸이시다.”

성학이 선달의 비위를 맞춘다. 응삼이 땅바닥에 바짝 엎드린 채 슬금슬금 곁눈질을 한다.

“선달님! 죽을죄를 졌습니다. 부디 목숨만은······”

“그놈 참, 엄살도 어지간하구나! 꼭 산적질하다 관아에 붙잡혀 온 산채 똘마니 같구나. 허허헛!”

선달이 비아냥거리며 호탕하게 웃는다. 슬그머니 일어난 응삼이 먼지를 툴툴 털며 한 마디 툭 내뱉는다.

“선달님도 참, 박하시구랴! 이왕지사 말로 인심 쓰는 김에 산채 두령이면 두령이지, 똘마니가 뭐유? 쳇, 한성 물 자셔서 그런가? 짜긴 더럽게 짜네! 퉷!”

“이놈이 혼쭐을 당해봐야······”

선달이 주먹을 번쩍 드는 순간 성학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다.

“어허! 아버님이 들으실라, 이제 그만들 하게.”

“네!”

“그나저나 왜 집이 그대로냐?”

응삼이 긴 숨을 내쉬며 볼멘소리를 들어놓는다.

“올 봄 아랫마을에 양지바른 땅이 매물로 나와서 거래를 트려고 했습니다만, 대감님께서 파투를 내셨습니다. 이놈의 팔자에 무슨 새집은 새집입니까요.”

“자초지종을 말해 보거라.”

“대감님께서 서방님이 돈을 보내는 걸 알아채시곤 불호령을 내렸지 뭡니까요. 한 푼도 땅을 사는 데 썼다가는 쇤네를 내쫓으시겠고 엄포를 놓으시면서 역정을 이만저만내신 게 아닙니다요.”

“대관절 아버님께서 그 돈으로 뭘 하셨단 말이더냐?”

“미천골 근동 십리 내의 화전민들한테 황무지를 개간하여 정착하라시며 땡전 한 푼 남기지 않고 탈탈 털어 나눠주셨습니다요.”

성학이 고개를 끄덕일 즈음 안채에서 밭은기침이 새어 나온다.


“김 서방, 밖에 뉘 왔느냐?”

응삼이 입엣말로 우물거리자 성학이 성큼 나선다.

“아버님, 소자 왔습니다.”

“뭐라고? 누가 왔다고?”

응삼이 성학에게 귀띔을 한다.

“요즘 들어 대감님 기력이 많이 쇠하였습니다. 밤새 헛소리도 하시기도 하고······. 군불을 지펴드려도 역정만 내시고, 끼니도 거르시기 일쑤입니다요.”

한숨짓는 응삼을 뒤로하고 성학이 방으로 들어간다.

“아버님, 큰절 올립니다.”

“많이 수척했구나. 나랏일이 바쁠 텐데 뭐 하러 여기까지 온 게냐.”

병색이 짙은 대순은 연거푸 마른기침을 내뱉는다.

“아버님, 이젠 제발 편히 지내십시오. 소자가 당상관이 됐는데, 이렇게 몸도 돌보시지 않고, 초라하게 지내시면 오히려 주위에서 소자에게 손가락질을 합니다.”

성학이 대순의 어깨를 주무르며 서운한 속내를 내비친다.

“초야에 묻혀 사는 늙은이가 이만하면 잘 사는 게지, 뭐 하러 남의 시선 따위에 신경 쓰느냐. 다 부질없는 일이니 개의치 말거라.”

대순은 한차례 기침을 한 뒤 등을 곧추세운다.

“그래, 주상은 강녕하시더냐?”

성학도 자세를 고쳐 앉는다.

“대왕대비 마마와 대원군대감께서 주상을 대신하여 친정을 하고 계시는데, 다방면으로 개혁인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계십니다. 머지않아 새로운 혁파안이 발표될 듯합니다.”

“다시는 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세의 기강을 바로잡아 삼정을 혁파해야 할 게야. 배를 곯는 백성은 언제 폭도로 돌변할지 모르느니라. 늘 백성의 편에서 시책을 돌봐야 나라가 안정되는 법이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그나저나 같이 온 일행이 있는 듯하구나. 날이 찬데 들어오라고 청해라!”

“예. 선달 밖에 계신가?”

바투 걸걸한 선달의 목소리가 방문 너머로 들린다.

“소인, 밖에 있사옵니다.”

“어서 들어오시게.”

껑충한 선달은 허리를 숙인 채 문지방을 넘는다.

“대감님, 훈련원 판관 김사맹 문안 인사드리옵니다.

선달은 대순을 향해 두 손을 높이 올려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린다.

“무관을 양성하는 훈련원에서 판관이라면 무관 중의 으뜸 아니신가? 그런 귀인께서 어찌 일개 동부승지의 곁을 지키시는 겐가?”

“소인, 대왕대비 마마의 명을 받들 뿐입니다. 동부승지를 모시면서 기품이 남다르다 여겼는데, 모든 게 대감님의 본을 닮으신 거로군요. 하하핫!”

호탕하게 웃는 선달을 보곤 대순도 따라 웃는다.

“대왕대비 마마께서 친히 천거하시어 이번 사행에 종사관직으로 소자의 경호를 담당했습니다.”

성학의 설명을 듣는 내내 대순이 흡족한 미소로 선달을 바라본다.

“육척 장신에 얼굴이 홍시처럼 붉고 인자하며, 날카로운 봉황의 눈매에 독수리의 날갯죽지를 닮은 눈썹으로 보아하니, 가히 풍모가 남달라 내 집에 관운장이라도 납신 줄 알았네. 장차 조선 팔도를 호령할 상장군감이 틀림없네 그려. 김 판관, 만나서 반갑네!”

대순으로부터 상찬을 들은 선달이 호기롭게 답례한다.

“대감님 칭찬에 소인,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왕에 무반에 적을 둔 몸이니, 상장군까지는 해볼까 합니다.”

“아버님, 이번 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선달 덕분입니다.”

부자가 연달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선달은 이를 드러내며 싱글벙글한다.

“사행을 다녀온 직후 판관으로 승진하였으나, 지금은 그저 무임소직을 수행하는 터라 선달이라 불러주십시오. 그게 편합니다.”

“알았네, 김 선달!”

“대감님이 그렇게 불러주시니, 이제야 소인한테 맞는 옷을 찾은 듯합니다.”

“그 사람 참, 요새 사람 같지 않고 호기롭구먼!”

적막하던 초가집에 모처럼 걸걸한 웃음소리가 대문 밖까지 짱짱하게 울려 퍼진다.

“먼 길을 오느라 많이 시장할 텐데······”

대순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응삼을 찾는다.

“김 서방, 손님을 굶길 생각이더냐? 날이 어스름한데 저녁상이 늦는구나!”

“대감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제야 저녁상 올립니다요.”

덩달아 신이 난 듯 응삼의 목소리도 또박또박하다.

“어서 들이게!”


응삼이 상을 들고 방으로 든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를 가운데 두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고봉밥과 나물, 김치가 차려진 상이 식욕을 돋운다. 밖으로 나간 응삼이 불씨가 홧홧 타오르는 화로를 들고 들어온다.

응삼이 다리쇠에 간고등어를 올려놓는다. 기름기가 반지르르 배어나며 고소한 비린내가 훅 끼친다. 꼴깍······, 선달이 침을 넘기는 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 나오는 통에 모두들 배꼽을 잡고 웃는다. 네 사람이 둘러앉은 안방에는 한동안 ‘달그락달그락’ 젓가락질소리만이 요란하다.


“아버님, 화전민들과 정착촌을 꾸리셨다면서요?”

성학이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대순을 바라본다.

“도성을 떠나 촌부로 살다보니 안 보이던 것이 보이더구나.”

대순이 숭늉을 마시곤 말을 잇는다.

“작년 여름에도 큰 홍수를 맞았는데, 그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땔감을 장만하느라 나무를 베고, 불을 내 화전을 일구다 보니, 산이란 산은 죄다 민둥산이 될 수밖에 없더구나. 비가 오자 산사태가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거리로 내앉았다. 그래서 궁리 끝에 묘목을 사다 나무를 심고, 목재를 사다 초가를 짓고, 농기구를 사다 황무지를 일궜다. 십 년을 일구면 지반이 튼튼해질 것이고, 그리하면 홍수가 나도 무턱대고 하늘만 원망하는 일은 없겠다, 싶었다.”

선달은 솥단지에 있는 누룽지를 긁어먹으면서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건 대감님 말씀이 전적으로 옳다고 봅니다.”

성학이 덧붙인다.

“벌채를 금하고 황무지를 개간하는 것은 현령이 할 일인데, 굳이 아버님이 나설 연유가 없지 않습니까?”

“산사태가 나서 당장에 터전을 잃은 사람이 눈에 밟히는데, 언제 관아에 이를 알려 대책을 세운단 말이냐? 자고로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다. 조선이 부국하려면 조림을 잘 해야 하느니라. 살림은 후대로부터 빌려다 쓰는 채무가 아니더냐. 살림을 보호하는 것만이 후손에게 빚지지 않는 일임을 명심해라.”

성학은 공연한 말을 한 것을 후회한다.

“아버님 뜻이 정히 그러하시니 그리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거처를 새로 꾸미려고 마련한 돈입니다. 이미 돈의 용처가 정해진 것 같으니, 아버님 뜻에 따라 쓰십시오.”

대순은 성학이 건넨 어음을 받아 보료 밑에 밀어 넣는다.


며칠 후 싸리문 밖에서 남루한 차림의 화전민들이 곡괭이와 가래, 쟁기 등을 들고 서성거린다. 마루에 걸터앉아 짐을 꾸리던 성학과 곳간에서 말들에게 여물을 주던 선달이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응삼아, 제법 볕이 따가우니 서둘러야겠다.”

허름한 옷을 입은 대순이 마당을 딛고 서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뒤뜰에서 쟁기를 든 응삼이 조르르 달려온다.

“대감님, 준비됐습니다요.”

대순은 성학과 작별인사를 나눈다.

“애비는 할 일이 산더미라 배웅하지 못한다. 조심히 올라가거라.”

“예, 아버님. 부디 옥체 보전하십시오.”

“늙은 몸으로 욕심을 부려서 쓰겠냐. 노느니 염불하는 양 쉬엄쉬엄한단다.”

성학이 허리를 숙여 절을 한다. 뒤이어 선달이 예를 갖춘다.

“대감님, 다음에 꼭 다시 찾아뵙고 문안인사를 여쭙겠습니다.”

“만나서 반가웠네. 도성에서 좋은 소식이 오길 기다리겠네.”

“예!”

“서방님, 아니 동부승지나으리! 쇤네 대감마님 잘 모시게 있을 테니, 걱정 붙들어 매시고 나랏일에 매진하시길 바랍니다요.”

“그래, 김 서방! 자네만 믿고 맘 놓고 떠난다. 아버님, 잘 보살펴다오. 무슨 일이 있으면 곧바로 연통을 넣도록 하고.”

“예, 이르다 뿐입니다.”

성학의 손을 붙잡은 응삼의 눈매가 물기로 흥건하다. 성학과 맞잡은 손을 놓은 응삼이 이번에는 선달을 보곤 훌쩍거린다.

“나으리! 우리 서방님, 잘 보필하십시오. 선달님만 믿습니다요.”

선달도 그렁그렁한 눈시울을 애써 감추며 인사말을 건넨다.

“걱정하지 말게. 자네 간고등어는 내가 먹어 본 생선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드네. 다시 먹으러 내려오기 위해서라도 나으리는 내가 그림자처럼 보필할 걸세.”


선달과 응삼은 궂은 악수를 나눈다. 선달이 손등을 꽉 쥐자 응삼이 엄살을 피우며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 밖으로 나선다.

대순이 앞장서고 응삼과 화전민이 뒤를 따른다. 성학은 저만치 대순과 일행들이 비탈길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놓지 않는다. 말에 오른 성학과 선달은 흙먼지를 휘날리며 서낭당 고개를 넘는다.




022.


창덕궁(昌德宮)의 희정당(熙政堂)에서 어전회의(御前會議)가 열린다. 삼정승(三政丞)과 육조(六曹)의 판서 등 종3품 이상의 관료들이 옥좌(玉座)를 중심으로 마주한다.

대원군은 영의정보다 옥좌 쪽에 가까이 앉아 있다. 곤룡포(袞龍袍)를 입은 임금은 어좌에 의젓하게 등을 기대고 앉는다. 임금은 뾰루지가 난 뺨을 버릇처럼 매만지며 하품을 늘어지게 한다.


“승정원과 이조에서 혁파안을 다듬었다고 들었소. 경들은 안을 상정하시오.”

사춘기를 맞이한 왕은 변성기가 온 탓에 목소리가 전과 달리 굵직하다.

“주상전하! 도승지 아룁니다.”

도승지가 한 무릎 앞으로 나와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삼정을 혁파하기 위해 조세안을 마련했사옵니다.”

옥좌에 비스듬히 앉아 상계(上啓)를 훑어본 임금이 슬쩍 대원군을 힐끔거린다. 임금과 시선을 교환한 대원군이 고개를 끄덕인다.

“불철주야 수고한 경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긴 듯하오. 그동안 노고가 크오.”

“모든 것이 전하의 은덕이 있어서 가능하였나이다!”

임금이 도승지의 안을 윤허한다. 사초들이 분주하게 붓을 놀리며 실록을 작성한다.

“조세안을 혁파하라!”

임금의 말이 끝나자마자 도승지가 우렁찬 목소리를 낸다.

“조세안을 혁파하랍신다!”

“예, 왕명을 시행하겠나이다.”

신하들이 복창한다.

이번에는 형조판서가 고개를 내민다.

“왕명을 실행코자 ‘대전회통’과 ‘육전조례’의 편찬을 마쳤사옵니다.”

임금은 고개를 조아린 신료들을 일별한 뒤 대원군 앞에서 시선을 고정시킨다. 역시 고개를 조아린 대원군이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인다.

“형조의 안대로 선포하라!”

도승지가 목청을 높인다.

“‘대전회통’과 ‘육전조례’를 선포하랍신다!”

신하들이 한목소리를 낸다.

“왕명을 받들겠사옵니다.”


갑자기 편전 밖에서 ‘뛰뛰, 빠앙~~~’ 하는 소리가 들린다. 임금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행각(行閣) 너머 쪽으로 귀를 쫑긋 세운다. 턱을 모로 틀고 지켜본 대원군이 성에 차지 않은 듯 혀를 차며 회의를 이끈다.

“주상 전하! 연안에 외선들이 자주 출몰한다 합니다. 최근에는 대동강 인근에 정박한 채 통상을 요구해왔다는 평안도관찰사의 장계도 올라왔습니다.”

임금은 외선의 출몰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여전히 귓바퀴는 행각 쪽을 향한다.

“국토를 지키는 건 국사 중에 으뜸 아닙니까? 아바마마 뜻대로 하세요.”

대원군은 임금에게 고개를 조아린 뒤 신하들을 향해 고개를 꼿꼿이 세운다. 그러곤 꼬장꼬장한 어투로 주위를 일별한다.

“지돈녕부사 박규수를 평안도관찰사로 제수하여, 양이의 무단침입을 엄중히 다스리고자 하는데, 경들은 어떻게 생각하오?”

대원군의 제안에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평안도관찰사로 제수(除授)된 박규수만이 한 발 앞으로 나와 어전을 향해 큰절을 올린다.

“지돈녕부사 박규수, 왕명을 받들어 평안도관찰사의 소임을 다하겠나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임금은 어전회의가 끝나자마자 희정당(熙政堂)을 총총히 빠져나간다. 요셉은 창덕궁의 후원으로 쓰이는 부용정(芙蓉亭) 앞에 증기자동차를 세워놓고 사진기를 설치한다. 마침내 임금이 나타나자 요셉은 부용정과 증기자동차를 배경으로 구도를 잡는다. 그러곤 적당한 자세를 취하도록 주문을 한 뒤 임금을 상대로 사진 여러 장을 찍는다.



023.


고종(高宗)이 왕에 오른 지 3년째 되던 1866년은 새해 벽두부터 나라 안팎에서 크나큰 재앙이 연달아 몰아닥친 한 해로 기록된다. 다급한 사정을 반영하듯 재갈에 거품이 허옇게 말라붙은 파발마(擺撥馬)가 운현궁을 끼고 있는 구름재를 쉴 새 없이 넘나든다.

청국과의 파발길은 중차대한 국사(國事)가 달린 탓에 25리마다 참(站)을 두고 찰방으로 하여금 마필을 관리하도록 했다. 청국에서 위난이 발생하면 국경을 접한 의주에서 파발을 띄워 평안도와 황해도로 연결된 파발길을 따라 한성까지 당도하는 데 꼬박 하루가 소요된다.


잉걸불이 아궁이속으로 끊임없이 빨려 들어가고 백동화로에 놓인 부젓가락이 벌겋게 달아오를지언정 세밑 동장군의 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노안당(老安堂)의 처마에 매달린 고드름이 사나운 송곳니를 드러낸 채 주렁주렁 둘러붙어 있다.

풍양조씨와 안동김씨 등의 세도가문이 국정을 농단하는 것에 환멸을 느낀 대원군은 집권하자마자 오백년의 금기를 깨고 종실들을 중용함으로써 왕권을 강화한다. 대원군은 주요 사안이 있을 때마다 종실들과 가신들을 노안당으로 소집하여 국정의 대소사를 의논한다.


“대원위합파, 의주에서 파발이 도착했나이다. 작년에 파견된 북경사신이 서찰을 보내왔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경천동지할 만합니다.”

대원군의 친형이자 의금부판사인 흥인군은 ‘대원위합파’란 경어를 쓰며 대원군을 깍듯이 대한다.

“대관절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서태후가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인다는 이유를 들어 서양인 선교사를 포함하여 자국민의 신부, 신자들까지 닥치는 대로 살육했다고 합니다. 부대부인마마께서도 신부를 청하여 미사를 집전한다는 소문이 장안에 파다한데, 아무래도 법국과 천주교 문제로 교섭을 하고 있는 일에 신중을 기하심이 옳은 줄 아룁니다.

대원군은 끙, 앓는 소리를 내곤 흥인군을 노려본다. 그의 말속에 가시가 돋친 탓이다.

“형님께서는 그리 한가합니까? 아녀자들이 안채에 모여 뭘 하든 뭐가 그리 궁금합니까? 형님께서는 그저 시키는 일이나 잘 하세요.”

어금니를 질끈 깨문 흥인군이 눈을 부릅뜬 채 대원군과 신경전을 벌인다.

“대원위합파, 제가 아뢰는 말씀은 의금부판사로서가 아니라 종실을 대표해서 드리는 것이니, 부디 경청하여 주십시오. 원납전의 폐단을 지적하던 대왕대비 마마와 고관들이 이번에는 천주교의 세가 확장되는 것을 빌미로 대원위합파의 혁파안에 딴죽을 걸어올 것이라 하더이다.”

대원군이 콧방귀를 뀐다.

“광통교와 수표교에서 무지렁이를 상대로 괘서를 유포하는 전기수놈들이 하는 말 따위에 신경 쓸 여력이 없습니다.”

흥인군이 맞받아친다.

“그렇다면 조선의 유교사상을 지탱하는 성균관에서 유출된 말이라면 믿으시겠소!”

가르랑거리던 대원군이 턱을 모로 틀곤 재떨이에 가래를 내뱉는다. 흥인군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천주교가 제사를 꺼리며 관혼상제를 중시하는 유교의 전통을 헤친다 하여 성균관과 향교의 유생들이 연합하여 상소를 올렸다 하더이다. 승정원에서 곧 주상 전하께 상소를 전달할 터인데, 대소신료가 모인 어전회의에서 천주교를 두고 격론이 예상되는 바입니다. 따라서 종실에서는 주상 전하의 옥체와 대원위합파의 안위를 걱정하여 소인에게 주청을 들릴 것을 일임했사옵니다.”

대원군은 흥인군의 걱정을 일축한다.

“가서 이르십시오. 종실은 어디까지나 조선왕조 오백년의 종묘사직을 관장하는 일에만 몰두하라고 말입니다. 내가 종실을 입직시킨 것은 세도가문을 견제하고 왕가의 법통을 보필하라는 뜻이지, 사사건건 국사에 관여하란 게 아닙니다!”

결기 가득한 대원군의 목소리가 천장에 쩌렁쩌렁 울린다.

“그럼,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군요. 그럼, 이만 저는 물러나겠나이다.”

흥인군이 뒷걸음으로 문을 열고 나간다. 막간에 사나운 바람이 휘몰아쳐 서찰꽂이가 바닥에 나뒹군다. 대원군이 험악해진 공기를 전환하기 위해 화제를 돌린다.

“공조판서, 경복궁 중건은 잘 진행되는가?”

대원군이 사방침에 팔을 괸 채 공조판서 이경하를 지적한다.

“한파가 난관이기 하옵니다만 영건도감의 모든 관원들이 합심하여 기일을 맞추기 위해 불철주야로 임하고 있나이다.”

“날이 풀리는 대로 주상께서 친히 중건 현장을 시찰하신다 하셨네. 차질 없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야.”


대원군은 종실과 가신들이 돌아간 뒤 침소에서 부대부인을 맞이한다.

“청계천 일대의 다리에서 떠도는 이야기가 사실인 듯하오.”

경대 앞에 앉은 부대부인 민 씨가 첩지를 뺀 뒤 머리를 매만진다. 그러곤 거울에 비친 대원군에게 말을 건다.

“대감도 참, 한가하구려. 전기수들이 하는 일이라야 눈만 뜨면 말을 지어내는 것인데, 뭘 그리 귀에 담으십니까.”

“조대비가 고관들과 부인을 입에 담았다고 하더이다.”

부대부인이 코웃음을 친다.

“대조전을 무시로 들락거리는 서양신부는 어떻고요?”

대원군이 정자관(程子冠)을 벗은 뒤 상투를 다듬는다.

“아무튼 세상이 하 수상하니 행동거지에 조심하도록 하시오.”

“영감······, 그런데······”

부대부인이 정자관을 받아 사방탁자 위에 놓으며 우물쭈물한다.

“사람을 불렀으면 말이 있어야 하지 않소.”

대원군이 이부자리에 손을 뻗으면서 말을 건넨다. 부대부인이 장롱에서 겹겹이 접은 종이뭉치를 꺼내 펼친다.

“이게 뭐요?”

“글쎄, 아침 일찍 청지기가 벽에 붙은 벽서를 떼서 갖고 왔더군요. 내 얘기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영감 내용이 하도 고약스러워 아궁이에 불쏘시개로 쓸려다가 말았습니다.”

대원군이 등롱 곁에서 벽서(壁書)를 펼쳐 읽는다. 그의 얼굴이 취기가 오른 듯 점점 불콰하게 달아오른다.


벽서에는 경복궁의 중건으로 도탄에 빠진 백성의 심경과 대원군의 혁파안을 조롱하는 내용이 격문(檄文)의 형식으로 작성되어 있다.



병인년(丙寅年) 새해 벽두에 조선의 만백성은 상가구(喪家狗)에게 고하노라.

무릇 그릇된 것을 바로잡는 것을 혁(革)이라 하고, 낡은 것을 폐하는 것을 파(罷)라 한다. 하여 전정(田政), 군정(軍政), 환정(還政)으로 피골만 남은 만백성은 상가구(喪家狗)가 탐관오리를 척결하고 삼정(三政)을 혁파하여 개과천선하길 바랐다. 허나 만백성의 기대는 상갓집 개에게 무참히 짓밟혀 시궁창에 빠진 형국이다.

경복궁을 중건한다며 기부금을 납부하는 원납전(願納錢)은 종실이나 왕실에게는 원하는 만큼 내는 원납(願納)일지언정 만백성에게는 원성을 사는 원납(怨鈉)임을 밝히노라.

또한 경복궁 중건에 동원된 부역자들은 부지기수가 죽거나 골병이 들었고, 민가의 묘까지 파헤치며 비석까지 징발하는 통에 만백성으로 하여금 조상을 뵐 낯짝이 없게 만들었다.

만백성에게는 유교를 국시로 삼아 숭상할 것을 강권하면서 운현궁 안뜰에서는 부대부인 민 씨가 벽안(碧眼)의 신부를 맞아 기도문을 읊조리고 있지 않은가.

이에 격노한 만백성은 엄중히 고하느니, 상가구(喪家狗)는 볼품없이 개먹은 귀때기를 쫑긋 세워 듣거라.


一, 만백성의 원성을 사는 경복궁 중건을 작파하라.

二, 원납전과 부역으로 도탄지고에 빠진 백성을 구휼하라.

三, 천주교와 동학 등 민가의 종교를 허하여 민심을 위무하라.


이를 어길 시, 만백성이 조선팔도에서 분연히 일어나 백성의, 백성에 의한, 백성을 위한 나라로 개벽을 꾀할 것이니, 상가구(喪家狗)는 필히 명심하도록 하라.



벽서를 움켜쥔 대원군은 심한 경련을 일으키며 까무러친다. 부대부인이 그를 이부자리에 옮겨 눕히곤 수건으로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는다.

결기가 짱짱한 그가 그토록 소심하게 위축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상가구(喪家狗)’라 함은 그가 파락호 시절에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상갓집 개’처럼 구차하게 살아온 삶을 ‘안동김씨’ 일족들이 조롱하며 부른 별명이다. 또한 ‘백성의, 백성에 의한, 백성을 위한’ 나라로 개벽한다는 뜻은 군주제를 폐지하겠다는 협박이 아닌가.

그날 밤 대원군은 횃불을 든 성난 백성들에게 쫓기는 들개가 되어 풀숲을 헤매는 악몽에 시달린다. 부대부인은 끙끙 앓는 그를 간호하며 긴긴 겨울밤을 하얗게 지새운다.


이튿날 대원군은 부대부인이 내온 잣죽을 먹는 시늉만 하고 상을 물린다.

“영감, 이러다가 병을 얻을까 걱정입니다. 오늘은 칭병하시고 쉬시는 게······”

부대부인이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대청마루에서 기척이 들린다.

“대원군마마, 남종삼 나으리가 입궁하셨습니다.”

부대부인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명한다.

“대원위합파께서 편찮으시다. 오늘 모든 일정을 취소하라!”

집사의 목소리가 문틈으로 들려온다.

“부대부인마마, 분부 받잡겠습니다.”

대원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친다.

“곧 나갈 테니, 차비를 하거라!”

“영감, 정말 이러다가 큰 변고를 당할까 무섭습니다. 색경을 보시구랴! 간밤에 반쪽이 되었소이다.”

대원군은 부대부인의 손을 뿌리치며 의관을 갖춘다. 부대부인은 하는 수 없이 그에게 정자관을 건넨다.

“나이가 들면 아녀자의 말을 들어야 편히 산다는데, 영감은 갈수록 황소고집이니, 이를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소. 주상께 아뢰어 당분간 휴가를 얻어야 할까 보오.”

대원군이 호통을 친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마시오. 주상께 이까짓 일로 누를 끼쳐서는 아니 되오.”

대원군이 어눌한 걸음으로 대청마루로 나선다. 집사와 청지기가 그를 부축한다.

“노한당으로 가자.”


대원군이 노한당으로 들어선다. 기다리고 있던 남종삼(南鍾三)이 벌떡 일어나 굽실거린다.

“대원군마마, 간밤 편히 주무셨습니까? 남종삼, 아침 문안드리옵니다.”

대원군은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보료에 자리를 잡는다.

“그대가 약조했던 법국 주교와의 면담은 어찌 돌아가는 게야?”

그의 눈동자에 노기가 가득하다. 남종삼이 납작 엎드려 고한다.

“지방을 순회하며 전교하고 있다 합니다. 연통을 넣었으니, 곧 한성에 도착할 것입니다.”

“내 일찍이 그대와 김면호, 홍봉주 등 천주교도가 건의한 이이제이 방아책을 수용하여 법국으로 하여금 아라사를 견제하고자 하지 않았느냐? 지금 아라사 군대가 두만강 넘어 연해주에 진을 치고 수시로 통상을 요구한다고 한다. 프랑스 군대에 도움을 청하여 아라사를 막겠다는 법국 주교는 도착한다는 게 벌써 달포를 지나 한 달이 다 되어 가지 않더냐? 그가 조선 땅에 머무르는 게 확실하더냐?”

하응은 타액을 분출시키며 노발대발한다. 종삼은 고개를 숙이고 꺼져가는 목소리로 답한다.

“대원군마마, 아라사의 통상만은 막을 터이니, 조금만 말미를 주시옵소서. 이 몸이 흙이 되더라도 아라사의 월경만은 막겠습니다.”

대원군이 손아귀를 펴고 벼루가 그러쥔다. 그가 벼루를 들어 막 던지려던 찰나 노안당 밖으로부터 말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대원군마마, 함경도 병마절도사의 파발이 도착했습니다.”

집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고한다.

“들라하라!”

문을 열고 들어온 집사가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장계를 건넨다. 두루마리를 펼쳐 들고 읽던 대원군의 눈동자에 핏발이 선다.

“온다는 주교는 깜깜무소식이고, 아라사 군대는 두만강을 건넜다 하니, 이래저래 벽안인들 손에 놀아난 꼴이구먼!”

하응은 두루마리를 냅다 바닥에 내던진다. 종삼은 몸은 움츠리며 안절부절못한다.

“아라사 놈들이 기어코 국경을 넘었다는 장계다. 똑똑히 보아라! 내 이번 일만큼은 절대로 조용히 넘어가지 않을 것이야!”


뒤미처 콧구멍에 하얗게 서리발이 서린 파발마가 운현궁의 문턱을 넘는다.

“이건 또 어디서 온 겐가?”

울상인 집사가 말에서 내린 파발꾼을 다그친다.

“의주 목사가 보내신 장계이옵니다.”

두루마리를 받아든 집사가 장탄식을 한다.

“주상을 자식으로 둔 대원군이면 뭐하나! 간당간당 숨이 언제 넘어갈지 모를 판이니, 내 원 참나! 파락호로 지내실 때가 봄날이자 천당이었지! 암만, 그렇고말고!”

청지기가 코를 실룩거리며 끼어든다.

“집사 어르신! 천당이 어떻다굽쇼?”

집사가 이를 깨물며 윽박지른다.

“네까지 속을 뒤집을 판이냐? 당장에 멍석말이 당하기 전에 파발꾼한테 냉큼 장국밥 한 그릇 말아서 내줘. 말도 마구간에 데리고 가서 여물도 주고. 나라가 뒤숭숭하니, 파발을 뛰는 꾼이나 말이나 제명을 살긴 그른 듯허이.”


집사가 푸념을 늘어놓고 발길을 돌린다. 파발꾼이 말의 고삐를 쥐고 청지기의 뒤를 따른다. 솟을대문을 넘은 집사가 무르춤한다. 얼음장을 쪼갤 듯한 쩡한 목소리가 냉기로 가득한 대청마루에 잠시 머물다 사라진다.


“대원군마마, 의주목사가 장계를 올렸습니다요.”

“올리거라!”



024.


요셉은 쓰개치마를 뒤집어쓰고 구부정하게 허리를 굽혔지만 워낙 키가 큰 탓에 행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그러나 그는 주위를 살필 겨를도 없이 쌩하니 바람을 일으키며 광통교를 건넌다. 그가 막 운종가(雲從街)로 방향을 틀 즈음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길을 가로막고 웅성웅성 모여 있다.

요셉은 빼꼭한 구경꾼들을 비집고 나아가는데 좀처럼 여의치가 않다. 그는 인파 속에 한데 뒤섞여 오도 가도 못한 채 엉거주춤한다. 그가 뭇시선이 향한 담벼락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전기수(傳奇叟)는 벽서(壁書)을 등진 채 열변을 토한다. 그가 일인 다역으로 표정을 바꿀 때마다 구경꾼들은 훌쩍거리기도 하고 깔깔깔 배꼽을 잡기도 한다. 그가 양손을 입가에 붙인 채 인상을 쓰며 깽깽거리며 개를 흉내 낸다.


“주상을 자식으로 둔 ‘대원위합파’자리가 제아무리 높다지만 만백성들한테 원망을 듣고 사느니, 차라리 상갓집 개로 사는 게 심간 편하도다. 깽깽깽!”

구경꾼들이 박장대소를 터트린다.

“제아무리 금관조복에 금량관을 쓰고 산해진미에 감로주를 마신다한들 파락호 시절 저잣거리를 떠돌며 시정잡배들과 어울려 질펀하게 놀던 시절이 그립구나. 깽깽깽!”


전기수가 헥헥거리며 혀를 날름거린다. 그러곤 세태를 풍자하고 대원군을 조롱하는 손바닥만 한 괘서(掛書)를 구경꾼들에게 돌리며 판매한다. 요셉도 얼떨결에 엽전을 건네고 괘서를 구입한다. 전기수와 구경꾼 사이에 괘서와 엽전이 오고 갈 즈음 느닷없이 호각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역도를 포박하라!”

포도청의 종사관이 일성을 터트리자 육모방망이를 든 포졸들이 득달같이 달려든다. 새하얗게 질린 전기수가 괴나리봇짐에 괘서를 마구잡이로 쑤셔 넣는다. 포졸들이 그를 덮친다.

“괘서를 유포한 자를 당장 포도청으로 압송하라! 그리고 괘서 또한 구입한 자도 포박하라!”


포졸들이 구경꾼들의 몸을 수색하기 시작한다. 요셉은 쓰개치마로 얼굴을 가리고 자세를 낮춘 채 잰걸음을 놓는다. 간신히 포박을 면한 요셉은 뒤돌아보지 않고 곧장 창덕궁으로 향한다.

그는 돈화문 앞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담장을 끼고 걸어간다. 그는 종실(宗室)이나 상궁의 전용문인 단봉문(丹鳳門) 앞에서 머뭇거린다. 나인 두 명과 기다리고 있던 상궁이 그를 알은체한다.


“대왕대비 마마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서 드시지요.”

요셉이 상궁의 뒤를 따라 단봉문를 막 지나치려는데, 금군청의 군관이 일행을 가로막는다.

“상궁마마님, 나가 실 때는 나인까지 셋이더니, 드실 때는 넷이군요. 뉘신지······?”

“일개 군관한테 일일이 고할 의무라도 있더냐? 어서 길을 내거라!”

군관이 코를 실룩거리며 이죽거린다.

“궐에 잡인을 들이지 말라는 주상 전하의 추상같은 영이 내려왔소이다. 신원이 확실치 않으면 궐 안으로 한 발짝도 드릴 수 없소.”

군관이 허리춤에 찬 환도를 매만지며 턱짓을 한다. 별장 두 명이 들고 있던 장창으로 길을 막으며 상궁과 요셉을 저지한다. 군관이 보아란 듯 터벅터벅 걸어가서 쓰개치마를 들추려고 한다. 일순 얼굴이 사색이 된 상궁이 그를 가로막고 역정을 낸다.

“단봉문은 왕가의 인척이 드나드는 곳임을 모르더냐!”

“알다마다요. 상궁마마님들도 포함이 됩죠.”

군관이 아니꼽다는 투로 빈정거린다.

“군관 나부랭이가 감히 대왕대비 마마께서 애타게 뵙고 싶어 하는 질녀의 입궐을 막으려는 게냐?”

군관의 동공이 바삐 움직인다. 그는 마른기침을 삼킨 뒤 뒤로 한 발짝 물러선다.

“그래도 입궐을 하기 위해서는 절차라는 게······”

“듣기 싫다. 썩 비키지 못할까!”

상궁이 부릅뜬 눈으로 군관을 노려본다. 두 사람의 짱짱한 눈빛이 칼날이 되어 합을 겨룬다. 십여 초가량이 지났을까. 눈을 깜빡거린 군관이 한 발 물러선다. 얼이 빠진 군관이 전립(戰笠)이 흔들릴 정도로 두어 차례 턱짓을 한다. 잔뜩 주눅이 든 별장들이 냉큼 장창을 거두고 길을 낸다.

상궁은 나인을 거느리고 유유히 단봉문을 지나친다. 요셉은 쓰개치마를 휘날리며 그 뒤를 따른다.


괘종시계가 두 시를 알린다.

“신부님이 늦으시는군.”

무료한 듯 조대비가 다과상에 손을 뻗친다. 그러곤 쟁첩에 담겨진 꿀타래를 집어 한 입 베물곤 오물거린다. 성학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조대비에게 말을 건넨다.

“포도청 종사관들이 포졸들을 거느리고 도성 곳곳에서 검문을 하는데, 아무래도 걱정이 됩니다.

“걱정하지 말게. 신출귀몰하며 무사히 국경을 넘나드는 분이 아니신가.”

조대비가 입가에 하얗게 묻은 분가루를 닦아낸 뒤 말을 잇는다.

“요새 도성 안팎에 대원군을 조롱하는 벽서가 나붙었다고 들었네. 심지어 운형궁의 벽에도 큼지막한 벽서가 나붙었다더군. 벽서 때문에 충격을 받아 대원군의 총기가 흐려졌다는 풍문까지 나도는데, 동부승지는 들은 바가 없는가?”

성학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요새 의금부에서 베르뇌 주교를 포함하여 신부 네 명을 국사범으로 간주하여 국문하고 있다고 합니다. 남종삼과 김면호, 홍봉주 등의 천주교도가 대원군대감께 법국으로 하여금 아라사를 견제하자는 ‘이이제이 방아책’을 제시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천주교도들이 아라사의 남침을 부추겼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의금부에서 추문을 당하고 있답니다.”

“아니, 상갓집 개라고 조롱받던 망나니를 종실이랍시고 입궁을 시켰더니, 이제서야 본심을 드러내는군! 외교에 문외한인 흥선군이 제 과오를 덮기 위해 무고한 천주교도를 제물로 삼는 게야. 이번 인사에서도 내가 천거한 사람은 모두 낙마를 시켰더군. 결국에 나를 뒷방 늙은이로 앉히겠다는 속셈이 아니고 뭐겠는가?”

조대비는 얼마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씩씩거린다.


상궁이 대조전(大造殿) 행각의 문턱을 넘곤 숨을 고른다. 그러곤 단박에 섬돌에 올라 신부의 도착을 아뢴다.

“대왕대비 마마, 신부님을 모시고 왔사옵니다.”

창살 너머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린다.

“어서 모시게.”

쓰개치마를 걸친 요셉이 안으로 들어선다. 대왕대비와 성학이 웃음으로 맞이한다.

“예까지 오시느라 욕보셨구려!”

책상을 사이에 두고 세 사람은 머리를 맞댄다.

“운현궁에 파발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네.”

요셉과 성학은 굳게 입을 다문다.

“서태후가 서양 신부와 자국의 신도들을 대상으로 박해를 벌이고 있다더군.”

조대비가 수심 가득한 얼굴로 한숨을 폭 내쉰다. 요셉이 설명을 덧붙인다.

“얼마 전 북경을 방문하고 돌아온 선교사를 만났습니다. 아무래도 서태후가 불안정한 정국을 타파하기 위한 방책으로 천주교를 희생양으로 삼은 듯합니다.”

조대비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듣기로는 귀국의 함대가 천진에 기항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소?”

“서태후가 박해를 가한 직후 파견된 함대입니다. 더 이상의 살육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요셉에 이어 성학이 발언권을 얻는다.

“천진에 있는 법국의 동양함대가 주교를 처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가만있지 않을 텐데,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조대비의 눈빛이 흔들린다.

“의금부도사들이 서촌 일대를 쥐 잡듯 뒤진다고 하니, 신부는 잠잠해질 때까지 도성을 떠나 있는 게 좋을 듯하오.”

결심이 선 듯 요셉이 콧김을 내뿜는다.

“상황을 지켜본 뒤 직접 북경의 대사관을 방문하여 대왕대비 마마의 뜻을 전하겠습니다.”

“조정의 뜻이 대원군과 다르다는 것을 설명할 필요가 있소. 신부의 뜻대로 하는 게 좋을 듯하오.”

요셉이 소매 안에서 손바닥만 한 괘서를 꺼내 서안(書案) 위에 올려놓는다.

“우연치 않게 운종가에서 전기수가 펼친 판에 끼어들게 되었습니다. 하도 재미있어 넋을 놓고 보다가 이 책을 구입했습니다.”

조대비가 괘서를 펼쳐보곤 파안대소를 터트린다.

“대원군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을 게야. 이걸 보시게.”

조대비가 성학에게 괘서를 건넨 뒤 말을 잇는다.

“‘만백성이 조선 팔도에서 분연히 일어나 백성의, 백성에 의한, 백성을 위한 나라로 개벽을 꾀할 것이니, 상가구는 필히 명심하도록 하라’고 하지 않는가. 상갓집 개가 꽁무니를 내리고 마루 밑에 숨는 꼴이 눈에 선하구먼.”

성학은 괘서에 실린 벽서를 보곤 눈동자를 되록거린다.

“아무리 격문이라지만 군주제를 노골적으로 거부하고 있어 심히 걱정이 됩니다.”

“그럴 테지. 의금부나 포도청으로 하여금 주모자들을 잡아들여 역모로 다스리려 할 게 뻔해. 그런데 ‘백성의, 백성에 의한, 백성을 위한’ 나라로 개벽을 꾀한다? 이게 무슨 말인고?”

발이 저린 듯 요셉이 자세를 바꾸며 설명한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연설한 내용 가운데 한 구절입니다. 많은 나라의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명문장이기도 하고요. 군주제를 폐지하고 국민의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는 선거제를 주장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입장이 상반된 것일까. 조대비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세상이 개벽한들 조선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지. 임금은 하늘에서 내야지, 어디 백성의 손으로 뽑는 게 말이 되는가?”

조대비는 요셉과 껄끄러운 시선을 교환한 뒤 성학에게 고개를 돌린다.

“천주교를 믿거나 신부와 내통하는 자에 대하여 의금부에 고변이 줄을 잇는다고 하네. 주상이 임시로 추국청까지 열어 국문한다 하니, 동부승지도 당분간 몸을 사리는 게 좋겠네.”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조대비가 안석(案席)에 등을 기댄 채 결단을 내린다.

“조만간 대원군과 단판을 질 셈이야.”


종주먹을 쥔 조대비의 양손이 바르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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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12화 금괴수송작전 +1 19.05.19 125 2 10쪽
111 111화 '암호명 A-1' +1 19.05.18 92 2 13쪽
110 110화 악연(惡緣) +1 19.05.17 91 2 14쪽
109 109화 마지막 미션 +1 19.05.16 92 2 12쪽
108 108화 애치슨 라인 +1 19.05.15 91 2 12쪽
107 107화 연적(戀敵) +1 19.05.15 100 2 12쪽
106 106화 독살(毒殺) +1 19.05.14 94 2 12쪽
105 105화 마돈나 다방 +2 19.05.13 102 2 15쪽
104 104화 한국은행 +1 19.05.11 103 2 14쪽
103 103화 비밀거래 +1 19.05.10 113 2 12쪽
102 102화 남미이주작전 +1 19.05.10 117 2 13쪽
101 101화 트루먼 독트린 +1 19.05.10 93 2 11쪽
100 100화 숙명의 라이벌 +1 19.05.10 95 3 18쪽
99 99화 Jane Doe +2 19.05.10 93 2 13쪽
98 98화 앙숙, 이승만과 김구 +1 19.05.10 96 2 12쪽
97 97화 반도호텔 +1 19.05.10 91 2 13쪽
96 96화 좌익과 우익 +1 19.05.09 91 2 13쪽
95 95화 조선인민공화국 +1 19.05.09 94 2 17쪽
94 94화 일본패망(日本敗亡) +1 19.05.09 96 2 12쪽
93 93화 원자폭탄 +1 19.05.09 92 2 13쪽
92 92화 김일성 +1 19.05.09 96 1 14쪽
91 91화 독수리 작전 +1 19.05.09 93 1 14쪽
90 90화 이승만 +1 19.05.09 93 1 14쪽
89 89화 비밀요원 나타샤 +1 19.05.09 86 2 15쪽
88 88화 OSS(미국전략사무국) +2 19.05.09 91 2 16쪽
87 87화 승전(勝戰) +1 19.05.09 88 2 14쪽
86 86화 진주만공습 +1 19.05.08 89 1 16쪽
85 85화 갈라예프 +2 19.05.08 84 2 16쪽
84 84화 채권(債券) +1 19.05.08 92 2 11쪽
83 83화 다카키 마사오 +1 19.05.08 103 2 12쪽
82 82화 광복군(光復軍) +1 19.05.08 84 2 13쪽
81 81화 육군정보학교 +2 19.05.08 85 2 11쪽
80 80화 홍콩행 +1 19.05.07 90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85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84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82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88 3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92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87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83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82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82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82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86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86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86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87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87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88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88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98 2 15쪽
61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89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87 2 13쪽
59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92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87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89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88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88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86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88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92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91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89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88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93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88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88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85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86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88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91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90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88 3 30쪽
39 39화 빅터 한 +1 19.04.25 90 3 49쪽
38 38화 박진만 +2 19.04.25 96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104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101 3 49쪽
35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100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99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100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100 3 47쪽
31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112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104 4 46쪽
29 29화 출산(出産) +3 19.04.20 108 4 43쪽
28 28화 밀항(密航) +2 19.04.20 105 4 45쪽
27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105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110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122 4 39쪽
24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110 5 44쪽
23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109 4 46쪽
22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111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112 5 49쪽
20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115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124 3 49쪽
18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127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128 4 49쪽
16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128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136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143 3 37쪽
13 13화 결혼(結婚) +3 19.04.12 218 6 42쪽
12 12화 돈버거 +9 19.04.12 196 6 44쪽
11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219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236 8 42쪽
9 9화 낙향(落鄕) +4 19.04.10 257 7 42쪽
»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270 8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317 11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318 12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360 13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449 11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551 12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800 13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1,540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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