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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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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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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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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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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쪽

9화 낙향(落鄕)

님의 침묵




DUMMY

제3장 낙향(落鄕)




025.


1866년 3월 8일 오전부터 불손하던 대기는 마침내 태양을 가려 사방천지를 어둡게 만든다. 물비늘이 출렁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사나운 바람이 한강변을 할퀴고 지나간다. 먹장구름의 틈을 비집고 나타난 형형한 빛줄기가 형틀이 줄느런히 늘어선 새남터의 모래사장에 내리쬔다.

베르뇌 주교를 포함하여 브르트니에르, 볼리외, 도리 신부가 형틀에 묶인 채 모래톱에 고개를 처박고 있다. 이윽고 북소리에 맞춰 칼춤을 추던 망나니 두 명이 호리병을 들고 술을 마신다. 거나하게 취한 망나니들이 한 입 가득 머금은 술을 칼등에 뿌리곤 칼을 휘두르며 형틀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북소리가 휘모리장단으로 접어들 즈음 망나니가 두 손으로 번쩍 칼을 쳐든다. 한 줄기 빛이 칼등에 부딪는 순간 구경꾼들은 눈이 부셔 고개를 돌린다. 망나니가 칼을 휘두를 때마다 핏줄기가 사방으로 치솟으며 산발한 머리가 모래톱에 나뒹군다.

베르뇌 주교의 참수를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쳐 8천여 명이 살육되는 ‘병인박해(丙寅迫害)’의 서막은 그렇게 한강변 모래사장에서 비롯된다. 핏빛 광풍은 곧장 남종삼, 홍봉주, 전장운, 최형 등의 교인들에게 불어 닥친다. 주모자로 몰린 남종삼, 홍봉주, 전장운, 최형의 머리는 도성 밖 군문(軍門)에 효시된다.


암울하던 시기에 대원군이 교류한 인사들은 정치나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소외된 계층은 구태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차츰 서양의 신문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이러한 자생적인 운동은 중인의 신분으로 역관(譯官)이나 무역을 하며 서양의 문물을 익힌 실학자들의 사회참여와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따라서 이들과 교류하던 대원군은 천주교에 대하여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 부대부인(府大夫人) 민 씨가 일찍이 천주교에 귀의한 것을 보더라도 천주교에 대한 대원군의 입장을 알 수 있다.

정권을 잡은 뒤 대원군이 내리는 ‘대원위분부(大院位分付)’는 곧 왕의 ‘칙명(勅命)’과 같은 의미로 통용된다. ‘대원위분부(大院位分付)’를 내려 혁파안을 밀어붙이던 그도 암초와 맞닥뜨려 발목이 잡힌다.

서원철폐령을 내리자 전국의 유생들이 상소를 올려 승정원의 기능이 마비될 지경이다. 경복궁 중건을 위해 발행한 원납전, 당백전이 물가 급등을 일으켜 백성의 원성이 전국 각지에서 빗발친다. 게다가 인재를 선발할 때 종실을 중용하고 조대비의 인사를 홀대하여 든든한 후원자들마저도 등을 돌린다.

이렇듯 안으로는 혼탁한 정치상황에 발목이 잡히고, 밖으로는 외세의 통상 압력에 시달리던 대원군은 마침내 반격을 꾀한다. 그는 반대세력의 공세를 무마할 목적으로 회심의 팻감을 꺼내든다.


편전(便殿)에 모인 신하들이 눈을 감고 앉아 있는 대원군을 흘깃거린다. 자지러지게 우는 매미 떼가 대원군의 쪽잠을 방해한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조대비가 혀를 차며 눈살을 찌푸린다. 그가 부스스한 눈을 끔뻑거리며 정신을 가다듬는데, 내시가 조르르 들어와 큰 목소리로 고한다.


“주상 전하 납시오!”

왕이 어좌(御座)에 오를 때까지 신하들이 고개를 조아린다.

“평안도관찰사 박규수가 장계를 보냈사옵니다.”

도승지가 공손히 다가와 장계(狀啓)를 올린다. 목젖이 보일 정도로 늘어지게 하품을 하던 임금이 장계를 훑어본다. 어좌의 좌우에 시립(侍立)한 지밀상궁들이 땀을 흘리며 대원선(大圓扇)을 흔들어 바람을 일으킨다.

“칠월 스무하룻날 이양선 한 척이 대동강을 거슬러 평양까지 출몰했다 하오이다. 다행히도 대포로 무장한 이양선을 불태워 무찔렀다고 하니, 여간 다행이 아닐 수 없소. 평안도관찰사 박규수 덕분에 짐이 한 시름 놓았소.”

어깨가 구부정한 좌의정이 임금을 향해 고개를 튼다.

“주상 전하, 서양 오랑캐가 대동강을 거슬렀다면 곧 한강으로 침입하려 들 것입니다. 평안도관찰사 박규수를 한성판윤으로 제수하여 도성의 나들목인 한강을 단단히 지키는 것이 옳은 줄 아뢰오.”

“짐 또한 그리 생각하오. 평양의 추이를 지켜본 뒤 경의 의견에 따르도록 하겠소.”

임금은 내시가 건넨 손수건을 받아 이마에 찬 땀을 닦는다.

“역관한테 출몰한 배의 국적을 물었더니, 미국의 상선이라고 하옵니다. 내강항행을 금하는 조선의 국법을 어긴 명백한 국토침탈행위에 해당합니다. 당사국에 엄중한 책임을 물으심이 옳은 줄 아뢰옵니다.”

핏대를 올린 이조판서에 이어 격앙된 예조판서가 목소리를 높인다.

“당장 북경에 특사를 파견하여 미국 공사한테 외교적 항의를 해야 한다고 사료됩니다.”

“의정부는 특사를 선정하고, 승문원은 항의 문서를 작성하라!”

“즉각 조치를 취하겠나이다!”

대소신료들이 한목소리로 명을 받든다.

“추국청에서 올린 추안을 보았소. 천주교도가 아직도 창궐하고 있다던데······”

왕이 잠시 숨을 고를 즈음 의금부판사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답한다.

“의금부로 압송된 잔당들에 대하여 추국청에서 국문하고 있사옵니다. 머지않아 발본색원될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이미 전국 감영에서는 천주교를 금압하라는 칙명을 받들어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교회를 폐쇄하고 교인을 체포하여 씨를 말리고 있사옵니다.

“잘 하셨소!”

왕이 등받이에 몸을 비스듬히 기댄다. 대원군이 턱을 내밀며 어좌를 바라본다.

“전하! 이번 참에 서양 오랑캐의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조선 팔도의 길목과 포구마다 외국과의 교통을 금하는 척화비를 세우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만······?”

“아바마마 뜻대로 하십시오.”


왕은 늘 대원군의 주청(奏請)에는 따따부따 토를 달지 않는다. 비록 국왕의 신분이지만 아버지를 거역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왕은 어좌에 기댄 채 부채 바람에 몸을 내맡긴다.

기다린 듯 조대비가 서너 차례 기침을 삼키곤 좌중을 훑어본다. 대원군과 눈을 마주치자 조대비의 눈동자가 표독스럽게 변한다.


“듣자 하니, 경들의 좋은 의견도 참 많습디다. 그러나······”

대원군이 조대비를 노려보던 시선을 거둔 채 헛기침으로 응수한다.

“어험!”

조대비의 눈두덩이 바르르 떨린다.

“언제는 아라사국의 남하를 막기 위해 미국이나 법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하더니만, 어찌 일이 이렇게 배배 꼬이는지 모르겠구려!”

임금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조대비의 목소리를 귓등으로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좌중이 고개를 숙인 가운데 대원군만이 조대비를 꼬나본다.

“대왕대비마마,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지나칠 게 뭐가 있답니까?”

“껑충한 남정네가 장옷을 푹 뒤집어쓴 채 마마님의 침전을 들락거린다던데, 사실이옵니까? 사악한 종교가 조선의 질서를 좌지우지하여 그 법통을 바로세우는 마당인데, 마마님께서도 협력하셔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대원군이 실실 웃으며 귀에 거슬리는 말투로 비아냥거린다. 조대비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부들부들 떤다. 하지만 굳게 다문 입술은 좀처럼 움찔하지 않는다.

“벽안의 사내가 아마 선교사라지요?”

대원군은 궁궐 내에서 쉬쉬하던 공공연한 비밀을 털어놓는다. 두 눈을 질끈 감고 듣고 있던 조대비가 가소롭다는 듯 실실거리며 반격한다.

“그렇소이다. 장옷을 걸친 남정네는 서양 신부가 맞소. 그것도 의금부에서 잡아들인 법국 출신이외다. 그게 뭐가 어떻소?”

“어떻다니요? 어전회의에서 지금껏 다룬 것이 법국 신부에 대한 금압을 논하고 있는데, 잠시 졸기라도 하셨습니까? 옥체를 보전하실 연세가 되셨으니 침전으로 드셔서 쉬시는 것이······”

조대비는 조롱하는 대원군의 말허리를 단박에 자른다. 조대비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머문다.

“그 사내는 신부가 맞소. 대원군께서도 잘 아실 텐데······? 요셉이란 신부가 아니오?”

기습을 당한 듯 대원군이 움찔한다.

“신부를 몰래 궐에 들인 데에는 이유가 있소. 대원군과 함께 의논했던 아라사국의 남하를 막기 위해 묘책을 얻고자 불러들인 것이외다. 만약 그게 죄라면 대원위합파께서도 국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테지요. 남종삼 등 천주교도가 건의한 이이제이 방아책을 아라사국의 남침을 막을 수 있는 계책이라며 주상께 상계를 올린 장본인이 뉘십니까?”

대원군의 낯빛이 붉으락푸르락하다.

“그야, 국가의 안위가 달린 문제라 외교적인 정책으로······”

“그렇소? 나도 그렇소! 국가 안위를 논했을 뿐이오.”

조대비가 윗니를 드러내며 노골적으로 약을 올린다. 등골이 오싹한 듯 대원군이 눈을 껌뻑인다.

“좋소이다! 다 국가를 위한 일이라 칩시다. 그런데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소!”

조대비가 일격을 가할 채비를 갖춘다. 얼마간 조대비와 신경전을 벌이던 대원군이 슬그머니 눈길을 거둔다.

“운현궁 안채에 십자가가 놓여있고, 저녁때마다 천주교 교인들이 모여 노래를 한다는데, 그건 어찌 다스려야 하는지요?”

대원군은 좀체 말을 삼간다.

“의금부판사는 듣거라!”

추상같은 호령이 떨어지자 의금부판사가 화들짝 놀라며 목을 뺀다.

“하명하십시오.”

“의금부판사는 당장 운현궁을 드나드는 무리를 체포하는 게 어떠하신가?”

“음, 그게 고변이 있어야······”

단박에 불호령이 떨어진다.

“국법을 다스리는 데 고변을 따지다니? 지금 청나라 천진에 있는 법국의 극동함대가 조선으로 출항했다는 소식을 들었소. 이렇듯 국사가 막중한데 고변을 따져서야 쓰겠소?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운현궁의 무리들을 냉큼 잡아들여야 천주교를 금압하는 국왕의 칙명에 영이 서는 게 아니겠소!”


대원군과 조대비를 번갈아보던 왕은 허리를 곧추세우곤 손사래를 친다. 이내 어좌 뒤에 시위한 지밀상궁이 대원선(大圓扇)을 거두어들인다. 사가(私家)의 아버지와 궁궐의 할머니가 천주교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와중에 자신을 낳아준 부대부인(府大夫人) 민 씨에게로 불똥이 튀자 모골이 서늘해지고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 까닭이다.

일순 왕의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고 동공이 희번덕거린다. 용안(龍顔)에서 분기탱천(憤氣撐天)한 기운을 처음 목도한 신하들이 일제히 머리를 바닥에 조아리고 자세를 낮춘다. 멋쩍은 듯 조대비와 대원군도 고개를 숙인다.


“왕가의 할머님과 사가의 아버님이 짐의 생모를 두고 언쟁을 벌이시니, 짐이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대왕대비 마마! 어전회의에서 생모가 능욕당하는 것도 모자라 극형으로 다스려야만 하겠나이까?”

왕이 흐느끼며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다. 조대비가 전전긍긍한다.

“왕가의 할미가 되어 어찌 주상의 생모를 능욕하겠소. 다 내 부덕의 소치이니 부디 통촉하구려.”

조대비가 손바닥으로 마룻바닥을 치며 눈물로 호소한다. 신하들도 따라 읍소한다.

“주상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대원군만이 머리를 조아린 채 꼼작도 하지 않는다. 조대비가 팔소매로 콧물을 훔친 뒤 왕을 위로한다.

“주상, 할미의 마음은 그저 풍전등화에 놓인 나라의 처지가 안타까워 한 말이니 유념하지 마시오.”

조대비가 말을 마치자마자 대원군이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주상 전하! 이럴 때가 아닙니다. 한 시가 급합니다. 당장 각 군영에 군령을 내려 외세의 침략에 방비해야 하옵니다. 부디 사사로운 감정을 거두어들이시어 서양 오랑캐를 물리치는 데 전념하소서.”

왕은 코를 팽 푼 뒤 숨을 고른다. 그러곤 대소신료를 일별하면서 제법 위엄을 갖춘 목소리로 영을 내린다.

“문무백관들은 들으라! 작금에 조선이 처한 상황은 백척간두에 선 형국이다. 법국의 함대가 쳐들어오고 있다 한다. 전 수군은 포구마다 진을 치고 이양선의 내강항행을 금하는 조선의 국법을 준엄히 시행토록 하라.”

“예이, 왕명을 받들겠나이다!”


조대비와 대원군의 승부는 조정(朝廷)의 허락 없이 이양선의 내강항행(內江航行)을 금하는 국법을 준수하라는 준엄한 왕명이 내려지면서 대원군의 완승으로 일단락된다.

이날 이후 조대비는 수렴청정(垂簾聽政)을 거두고 어전회의에서 모습을 감춘다. 대원군은 왕을 등에 업고 쇄국정책(鎖國政策)의 토대를 마련하며 막대한 전권을 거머쥔다.




026.


1866년 10월 텐진(天津)에 기항하던 프랑스 극동함대 소속의 순양함(巡洋艦) ‘게리에르호’는 전함 여섯 척을 이끌고 인천 앞바다에 정박한다. 전함에 타고 있던 해병대 6백여 명은 강화도에 상륙하여 금괴와 서적, 무기, 보물 등을 닥치는 대로 약탈한다. 파죽지세로 강화도를 점령한 프랑스군은 결국 정족산성에서 관군에게 패배한다. 그들은 패퇴하기 직전 강화성을 파괴하고 장녕전(長寧殿)을 비롯하여 모든 관아를 불태운다.

프랑스의 극동함대가 물러간 뒤 대원군의 쇄국 의지는 더욱 노골화된다. 그는 쇄국양이정책(鎖國攘夷政策)을 표방하며 천주교도를 대대적으로 숙청한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처마를 타고 흘러내려 대조전의 안뜰이 진흙투성이다. 조대비 앞에 나란히 앉은 박규수와 한성학의 표정이 시무룩하다.


“대동강을 거슬러 침입한 미국 철갑선을 침몰시켜 나라에 큰 공을 세운 박 대감의

노고를 치하하는 바이네.”

규수가 머리를 조아린다.

“대왕대비 마마, 황공하옵니다. 나라의 녹을 먹는 관리로서 응당 할 일을 한 것뿐이옵니다.”

조대비가 이내 표정을 바꾼다.

“신부를 처형하자 법국에서 철갑선을 보내 강화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지 않은가. 그런데 미국이라고 뒷짐만 지고 구경만 하겠는가. 이번엔 또 덕국이 통상을 요구했다고 하던데······”

규수가 답을 한다.

“덕국의 ‘옵페르트’란 자가 두 번씩이나 통상을 요구했으나, 대원군대감께서 일체 응하지 말라는 지엄한 분부를 내려 거절되었사옵니다.”

조대비는 마치 대원군이 앉아 있는 양 허공에 대고 눈을 부라린다.

“언제는 아라사국의 남하를 막기 위해 양이로 양이를 잡는 이이제이가 국시라더니만, 인제 와서는 아예 대문을 닫아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작정이군.”

“아편전쟁으로 자국의 군인이 죽은 것을 문제 삼은 영국은 청나라 조정에 엄청난 배상금을 요구했습니다. 청나라는 배상금을 물어주는 것도 모자라 결국 북경까지 내주고 말았습니다. 조선에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루속히 문호를 개방하여 외국의 왕래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길만이 특정 국가의 횡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사료됩니다.”

성학의 고견을 듣던 조대비의 입에서 장탄식이 새어 나온다.

“이르다 뿐인가. 삼척동자도 알만한 이치를 운현궁에 똬리를 튼 염소수염만이 모르쇠로 일관하지 않더냐? 그 작자가 나를 수렴 뒤에서조차 내쫓아 버렸으니, 조정은 그자의 손아귀에서 놀아날 것이 뻔해. 무슨 수를 써야 하는데, 이렇게 뒷방 할망구 신세가 되었으니, 철 지난 호박이 따로 없구려!”

마침내 조대비가 분에 못 이겨 눈물을 터트린다.

“마마, 통촉하소서! 이럴 때일수록 조정의 큰 어른이신 대왕대비 마마께서 중심을 굳건히 잡으셔야 합니다.”

규수와 성학은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머리를 조아린다.




027.


땅거미가 내려앉자 운현궁 외곽에 횃불이 놓이고 방책(防柵)이 설치된다. 군졸들이 지나가는 행인이나 가마를 철저히 검문한다. 노안당(老安堂) 앞마당에 놓인 화로가 불씨를 내뿜으며 사위를 훤히 밝힌다.


“대조전의 움직임이 수상쩍다고 합니다.”

이조판서가 고한다. 대원군은 턱을 주무르며 눈살을 찌푸린다.

“털 빠진 여우가 둔갑술을 부린다한들 무슨 용처에 쓰겠나. 기껏해야 아이들 오줌밖에 더 지리겠는가?”

“지당하신 지적이옵니다. 하하핫!”

이조판서가 큰소리로 웃으면 좌중들이 따라 웃는다.

“대원군마마, 의금부에 동부승지 한성학에 대한 고변이 여러 차례 올라왔습니다.”

병조판서가 비열한 미소를 머금는다.

“이미 들었다. 예전부터 재목이라 눈여겨 봐왔는데······, 아까운 구석이 있다. 동부승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그리 알라!”

“예. 다음으로는······”

‘히히힝’, 다급한 말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대화가 단절된다. 대원군이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짓곤 귀를 쫑긋 세운다.

“대원군마마! 충청도 감영으로부터 파발이 당도했나이다.”

대원군의 왼쪽 눈이 치켜 올라간다.

“올리거라!”


문을 열고 들어온 집사가 무릎을 꿇고 두루마리를 바친다. 촛불 곁에서 장계를 읽던 대원군이 뒷덜미를 잡고 바르르 떤다.

“대원군마마, 대관절 무슨 일입니까?”

땅바닥에 떨어진 두루마리를 들고 읽던 좌의정이 이를 부딪치며 황망한 표정을 짓는다.

“마저 읽게!”

대원군이 사방침에 기대어 관자놀이를 어루만진다. 좌의정으로부터 두루마리를 건네받은 이조판서가 턱을 떨기 시작한다.

“큰일 났사옵니다. 전에 통상을 요구해온 덕국의 ‘오페르트’란 작자가 철선 두 척을 이끌고 충남 덕산 구만포에 상륙하여 남연군을 모신 능을 도굴하였다고 합니다.”

정착 대원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 말이 없다. 주변의 신하들은 분노를 터트리며 노발대발한다.

“대원군마마! 당장에 이 땅의 모든 서양 오랑캐를 잡아다 절두산에서 목을 쳐 효수해야 합니다.”

“서양 오랑캐들과 부화뇌동하는 자들도 이참에 삼대를 멸해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당장 덕국의 철선을 침몰시켜 쇄국을 하려는 조선의 법통이 엄중함을 만천하에 알려야 합니다.”


아뜩한 듯 대원군은 물을 한 잔 마신 뒤 마음을 다잡는다.


“더는 호락호락 당하지 않겠다. 즉시 전국 포구에 쇄국령을 내려 이양선의 접근을 막도록 하라. 또한 그들과 내통한 천주교도들을 포박하여 참수하라! 천주교 잔당을 죄다 잡아들여 절두산 앞 한강물이 붉게 물들도록 내 친히 목을 벨 것이야!”


힘을 너무 준 탓일까. 손아귀에 쥔 호두 두 알이 바지직 으깨진다.




028.


조대비와 대원군이 새소리를 들으며 창덕궁의 부용정(芙蓉亭) 앞을 거닐고 있다. 그 뒤를 따르는 상궁과 신하들의 모습이 낙엽이 부유하는 연못의 수면에 어른거린다.


“이제 주상도 어른이 되었으니, 뒷방으로 나앉을 생각이오.”

조대비가 앙상한 나무를 보며 말문을 연다. 대원군이 곁눈질하며 대꾸한다.

“마마, 무슨 말씀이옵니까? 사가에 있다 입궁한 주상이라 아직 왕가의 법도에 서툰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옵니다. 마마님께서 왕가의 법도를 하교하셔야 하옵니다.”

자격지심이 동했을까. ‘사가(私家)’란 말에 조대비의 미간이 움찔한다. 자신을 여염집의 뒷방늙은이로 기정사실화하며 왕실의 법도나 가르치라는 투로 들린 탓이다.

“호가호위하려거든 여우도 젊어야 하는 법이오. 털 빠진 여우가 둔갑한들 호랑이가 될 턱이 어디 있겠소? 내명부 소속 궁중 아낙들과 소일거리나 찾아볼 요량이오.”

“정녕, 마마님의 의중이 그러시다면야······”

간신히 화를 억누르던 조대비가 기회를 엿본다.

“그렇게 하리다. 다만······”

대원군이 턱을 모로 틀고 귀를 기울인다.

“의금부 고변장에 동부승지의 이름이 올랐다고 들었소. 내 이번 참에 깨끗이 뒷방으로 나앉겠소. 조정에 충정을 다한 동부승지만큼은 고변장에서 빼주시오!”

첩지(疊紙)를 움켜쥔 듯 대원군이 거들먹거린다.

“그게 어디 제 맘대로 되는 일이랍니까? 고약스럽게도 고변 중에 동부승지가 사행길에 사무역을 통해 자금을 축적하여 한강변에 별채까지 두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사행 중에 사무역은 국법으로 엄격히 금하는 터라 의금부의 추문을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내가 따로 별사금까지 챙겨주었는데도 한 푼도 쓰지 않고 수행원들의 노잣돈으로 썼다고 하오. 한때 대원군도 그를 곁에 두었으면서도 그리 모르오? 그동안 동부승지와의 정리를 봐서라도 그를 방면하시고, 무고를 한 자들을 엄히 다스리시오.”

대원군은 바람에 일렁이는 연못을 바라보며 한숨을 짓는다.

“마마님의 뜻이 정히 그러하시니, 금부도사한테 일러 재조사를 하라 이르겠습니다.”

“그리 알고 갑니다.”

“다시는 이런 일로 뵙지 않기를 간청하나이다.”

“이제 남은 수족이라곤 내명부 나인밖에 남아있지 않은데, 다시 볼 일이 어디 있겠소.”

조대비가 들으라는 듯 일부러 일침을 가한다.


조대비의 일행이 저만치 사라질 때까지 대원군은 허리를 숙여 정중히 예를 다하는 척한다. 고개 숙인 그의 입가에서 저속한 웃음소리가 비어져 나온다.




029.


의금부(義禁府)가 자리한 한성부 중부 견평방(堅平坊) 일대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로 늘 장사진을 이룬다. 여염집 아낙들은 의금부 관아 앞을 지키는 나장의 팔에 매달려 남편이나 아버지의 안부를 묻는다.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간 나장들은 어지간한 뇌물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민원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경력소(經歷所)에서 방면(放免) 절차를 마치고 나온 성학은 다리를 절며 솟을삼문으로 다가간다. 그는 관원들이 드나드는 중앙통로를 빗겨 나장이나 백성이 출입하는 오른쪽 문으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꾀죄죄한 차림의 그를 훑어보던 나장들이 장창으로 길을 가로막는다. 그는 나장에게 방면장을 내민다. 그가 삼문을 통과하여 거리로 나설 즈음 선달이 그의 소매를 낚아챈다.


“당최 어찌 된 일이십니까? 어젯밤에야 방면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세상 인심이 손바닥 뒤집듯 하니, 의금부로 끌려가 주리를 틀리고 목에 칼을 찬다한들 뭐가 대수겠는가?”

“대감 배포는 알아줘야 합니다.”

선달이 슬쩍 성학의 눈치를 살핀다.

“대감께서 옥고를 치르고 계실 때, 미천골에서 김 서방이 다녀갔습니다.”

불길한 낌새를 알아차린 성학이 지릅뜬 눈길로 재촉한다.

“농사일로 바쁜 김 서방이 어인 일로?”

“그게······”

선달이 말끝을 흐린다.

“혹시······?”

성학의 부르튼 입술이 경련을 일으킨다.

“도백 대감님께서 하직하셨다고······”


선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학은 담벼락에 기대 통곡하기 시작한다.


“부모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자식이 어디 자식이라 할 수 있는가?”

그가 주먹으로 담벼락을 치며 머리를 찧는다. 선달이 그를 부둥켜안는다.

“대감, 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제 어찌 헤아리겠습니까. 허나 속히 슬픔을 추스르셔서 남은 식솔을 건사하시는 길만이 도백 대감님께 못 다한 효를 다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성학은 한동안 멍하니 동녘 하늘을 바라보곤 눈물을 거둔다.

“알았네. 두 번 다시 불효를 저지르지 않겠네.”

“대감, 뵙자는 분이 계십니다.”

“어딜 가자는 겐가?”

“대감을 조용히 모시라는 영을 받았습니다. 자, 가시죠.”

선달은 육조거리를 벗어나 가회방 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는 틈틈이 주변을 경계하며 몸을 사린다.

“대감님, 다 왔습니다.”

“여기가 어딘가?”

“평안관찰사 대감의 댁입니다요.”


대문을 들어선 두 사람은 곧장 사랑채로 발걸음을 옮긴다.

“재산을 축적했다는 무고까지 받았다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겠네.”

규수는 성학을 얼싸안으며 자리를 권한다.

“많은 인사들이 변론도 못 한 채 무고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성학은 눈시울을 붉힌다.

“내포 지방에서 천주교인에 대한 대대적인 살육이 가해지고 있다네.”

규수의 말에 성학은 혀를 내두른다.

“대원군은 이미 총기를 잃은 지 오래된 듯합니다.”

규수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며칠 전 대전에서 어전회의가 있었네. 신료들이 합세하여 대원군의 주화를 주창하더군. 내가 주상께 외국에 문호를 개방하여 개화하자고 주청을 드렸네만, 아무도 귓등으로도 듣지 않더군. 한마디로 소귀에 경 읽는 분위기였네. 한때 개혁을 하자며 입버릇처럼 떠들던 대원군이 아니었나. 변해도 저렇게 변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원군은 쇄국에 경도되었네.”

“대감은 앞으로 어떻게 하실 의향이십니까?”

성학의 질문에 규수가 망연히 허공을 바라본다.

“주상께서 곧 한성판윤을 제수한다고 하더군. 출생한 곳이 한성 가회방이라 딱히 내려갈 고향도 마땅치 않네. 개화만이 조선을 살리는 길이라며 제자들의 성화가 이만저만이 아니네. 칭병하여 조야를 떠나기도 면이 서질 않네. 그저 보는 눈들이 부끄러울 따름이야. 그나저나 동부승지는 어찌할 생각인가?”

“권고사직을 받은 몸이 도성에 더 머물러야 뭘 하겠습니까? 춘천으로 낙향할까 합니다.”

성학은 체념한 듯 덤덤하게 말한다.

“동부승지 같은 충신이 가긴 어딜 간다는 말인가? 내가 대왕대비 마마께 다시 등용될 수 있도록 길을 터보겠네.”

“이번 방면에도 대왕대비 마마께서 힘을 써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더는 마마께 누를 끼치고 싶지 않습니다.”

성학의 뜻이 하도 완고하자 규수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아무쪼록 좋은 세상이 올 때까지 몸을 사려야 하네.”

“예, 그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030.


1871년 5월 미국은 5년 전 평양 대동강에서 전소된 ‘제너럴셔먼호’의 보복으로 아시아함대를 동원하여 조선 원정길에 나선다. 기함 ‘콜로라도호’를 포함하여 군함 5척으로 구성된 함대는 조선에 강화해협의 수로를 탐색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고한 뒤 탐문항행(探問航行)을 시작한다.

미국의 함대가 손돌목을 지날 무렵 강화포대가 기습적으로 포격을 가한다. 로저스 사령관은 즉각 포격사건에 대한 사죄 및 손해배상을 요구한다. 조정은 강화도의 탐문항행은 조선에 대한 명백한 주권침해이자 영토침략행위로 규탄하며 미국의 요구를 거절한다.

평화협상이 결렬된 직후 사령관은 함포사격으로 초지진(草芝鎭)을 초토화시키고 해병대를 상륙시킨다. 로저스 사령관은 여세를 몰아 함대와 해병대의 수륙양면작전을 펼쳐 광성보(廣城堡)를 함락한다. 로저스 사령관은 영문(營門)의 뜰에 걸린 수자기(帥字旗)를 떼어내고 성조기를 내걸어 승리를 자축한다.

‘포함책략(砲艦策略)’이란 강대국이 함포로 무장한 함대를 동원하여 약소국에게 개항을 요구하는 외교적 전술을 일컫는다. 미국은 포함책략을 통해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미국은 이러한 선례를 바탕으로 조선을 무력으로 굴복시키고자 했으나 흥선대원군의 쇄국양이정책(鎖國壤夷政策)에 부닥쳐 결국 철수하기에 이른다.


미국의 함대가 철수한 사건인 ‘신미양요(辛未洋擾)’ 이후 조선은 많은 변화를 겪는다. 대원군은 전국 요소에 ‘서양 오랑캐의 침입에 맞서서 싸우지 않는 것은 화평하자는 것이며, 싸우지 않고 화평을 주장하는 자는 매국노다(洋夷侵犯非戰則和, 主和賣國)’라는 ‘척화비(斥和碑)’를 세워 강경한 쇄국정책을 천명한다.

그러나 당백전의 발행으로 제정이 고갈되고 쇄국정책과 서원철폐 등의 실정(失政)이 잇따르자 전국 도처의 유생들이 집단적으로 궐기하기 시작한다. 22세가 된 고종은 중전 민 씨와 합작하여 흥선대원군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계략을 꾸민다.

고종과 중전 민 씨는 흥선대원군과 사사건건 맞서다가 파면당한 최익현(崔益鉉)을 권력투쟁의 적임자로 선택한다. 최익현은 실정과 독재를 낱낱이 열거하며 흥선대원군을 탄핵하자는 상소를 올린다. 그의 탄핵상소는 일파만파로 퍼져 전국의 유생과 백성을 들끓게 만든다.

1873년 11월 고종과 중전 민 씨는 흥선대원군의 전용문인 창덕궁의 ‘공근문(恭覲門)’을 폐쇄함으로써 권력투쟁에 마침표를 찍는다. 권좌에 오른 지 십년 만에 졸지에 하야하게 된 흥선대원군은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을 되뇌며 정든 운현궁을 떠난다.


고종이 정권을 잡은 후 조선은 1876년 ‘강화도조약(江華島條約)’을 필두로 조문, 조규, 장정 등의 이름으로 일본과 미국, 영국,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 프랑스와 잇달아 조약을 체결한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는 여명이 밝기도 전에 빗장이 풀린다. 박규수 등의 개화파들이 주장한 자주적인 개방과 통상은 철저하게 외면당한다. 외세와 결탁한 대신들은 이권 챙기기에 혈안이 된 나머지 교섭 당사국의 국기를 거꾸로 단 채 각종 조약에 옥새를 찍는 우스꽝스러운 촌극을 벌이기까지 한다.

국운이 기운 것을 목도한 성학은 궐 앞에서 망궐례(望闕禮)를 다한다. 그는 얼마간 땅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통한의 눈물을 흩뿌리곤 일어나 미련 없이 발길을 돌린다. 인재를 키우는 길만이 나라를 구하는 일이라 여긴 성학은 마침내 아버지가 황무지를 개간하며 터를 닦은 춘천으로 낙향한다.


살림살이를 가득 실은 소달구지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저잣거리를 지난다. 달구지 뒤에는 부인과 아들이 쓰개치마를 뒤집어쓴 채 걸터앉아 있다. 성학과 선달은 삿갓과 도롱이를 걸친 채 덜컹거리는 달구지를 따라 걷는다. 두 사람은 이따금씩 코뚜레에 맨 고삐를 주고받으며 웅덩이를 피해 소를 몬다.

사내들이 주막집 처마 밑에 둘러앉아 술판을 벌이고 있다. 단숨에 잔을 비운 사내가 소매로 입가를 훔치며 툭 내뱉는다.


“소문 들었어?”

주모가 빈대떡을 내오면서 끼어든다.

“백정이 뭘 안다고?”

백정이 주모의 엉덩이를 발로 냅다 걷어찬다.

“이런 몹쓸 여편네를 봤나! 소 잡는 날 잡뼈나 챙겨줘야, 그놈의 백정 소리가 쏙 들어가지.”

숯을 굽는 난쟁이가 거무튀튀한 얼굴을 내민다.

“나도 들었네. 대감님 식솔들이 미천골로 내려온다더군. 나도 처음에 정착촌을 만든다고 했을 때 콧방귀도 뀌지 않았지. 벌거숭이 민둥산에 나무가 웬 말이냐고. 쳇! 고래가 뭍에 올라와 쟁기를 끈다면 모를까, 그 말을 누가 믿겠냐고. 그런데 해를 지날수록 숲이 살아나는 게야. 화전민들도 점차 대감님의 말을 듣고 황무지를 개간하여, 지금은 번듯하게 살고 있지 않은가. 요즘 사재를 털어 백성들한테 베푸는 양반이 어디에 있나? 대감님이 살아계셨다면 어찌나 좋아했을꼬. 당신이 개간한 땅에서 오곡백과가 주렁주렁 달린 것을 보시고 돌아가셨어야 했는데······”

난쟁이가 눈물을 훔친 뒤 벌컥벌컥 탁배기 한 사발을 단박에 비운다.

“앉아서도 백 리 밖 세상일까지 훤히 꿰뚫는 재주만 있는 게 아니라, 마음씨도 저리 고우니, 아깝다 아까워! 저잣거리 쏘다니는 아낙들은 눈을 어디다 붙이고 다니는지 원! 허우대만 멀쩡한 사내는 말짱 도루묵인걸. 비록 땅에 붙어 다니지만 이런 사내가 진정한 남자 구실을 하는데, 말이여!”

주모가 혀를 차며 빈대떡을 손으로 뭉떵뭉떵 떼어낸다. 그러곤 한 뭉텅이를 집어 난쟁이 입속에 쏙 넣어준다.

“자고로 선정은 백 년을 간다고 하지 않나. 그게 다 미천골에 터를 잡은 한 씨 문중을 두고 한 얘기가 아닌가 싶네. 청승맞게 비까지 내리니, 대감님이 더욱 그립구만!”

난쟁이가 처마 끝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그 양반 몰골은 흉하지만 문자 속은 기특하네.”

취기가 오른 장돌뱅이가 입을 벌린 채 트림을 쏟아낸다.

“거 참! 누가 장돌뱅이 아니랄까 봐 입이 걸구만. 우리 난쟁이가 뭐가 어때서 몰골이 흉하다는 거유?”

주모가 퉁방울눈으로 꼽추 편을 들며 장돌뱅이를 쏘아본다. 장돌뱅이는 들은 척 않고 빈대떡을 우적우적 씹어 먹는다.

“대감님을 알면 얼마나 안다고들 입을 함부로 놀리기에 하는 소리지.”

“이 양반이 꼭 비싼 술 퍼마시고 싼 말을 지껄인다니까?”

주모가 볼멘소리를 하자 모두 껄껄 웃는다.

“어디, 꼭 한양 땅을 밟아봐야 도성이 신천지라는 걸 아우? ‘쿵’ 하면 호박 떨어지는 소리고, ‘착’ 하면 젖가슴에 손댔다가 귀싸대기 맞는 소리라 하지 않았수. 주막에 하루 드나드는 발길이 몇인 줄 아슈?

“시끄러, 냉큼 술이나 더 내와!”

장돌뱅이가 공연히 말싸움에 끼어든 걸 뒤늦게 후회하며 주모를 다그친다. 술병을 든 주모가 손차양으로 비를 피하며 부엌으로 잰걸음을 놓는다. 기분이 언짢은 난쟁이가 장돌뱅이를 노려본다.

“미천골 근처도 못 가봤지만 먼발치에서 뵌 적이 있어서 하는 소리요. 대감님을 욕보이는 것도 아니고 선행을 칭송하자는 건데, 뭐가 그리 못마땅한 거요?”

장돌뱅이가 대꾸도 않고 툇마루에 걸터앉는다. 그는 곰방대에 쌈지 담배를 비벼 넣곤 빡빡 빨아댄다.

턱을 내밀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백정이 버럭 화를 낸다.

“이놈의 장돌뱅이가 주먹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그런 넌 대감님을 얼마나 잘 아는데?”

장돌뱅이가 웅크린 채 자세를 낮춘다.

“아이쿠, 성질도 참 거시기 하네. 춘천 바닥에서 감히 누가 대감님을 칭찬하는 걸 타박하겠나? 단지, 청렴한 대감님께서 허망하게 떠나셔서 속이 상해서 한 말일세.”

주모가 엉덩이를 살살 흔들며 술병을 들고 온다. 장돌뱅이가 얼른 술병을 받아 백정의 잔에 술을 가득 따른다.

“내가 생각이 짧았네. 한 잔 하고 풀게나.”

그가 난쟁이에게도 술을 따른다.

“내가 실수했구려. 오늘은 내가 살 테니, 대감님을 기리며 코가 삐뚤어져 봅시다.”

질펀하게 술판이 벌어진 주막 앞으로 달구지가 지나간다. 주모가 코를 팽 푼 뒤 덜컹거리며 지나치는 달구지를 보며 혀를 찬다.

“별꼴이네.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이사를 가는 사람도 다 보고. 그나저나 대감님이 떠나셔서 그런가, 하늘도 슬퍼하는 것 좀 보소.”


도롱이가 축 늘어질 정도로 흠뻑 젖은 성학과 선달이 묵묵히 달구지의 뒤를 따른다.




031.


춘천에서도 십리 떨어진 두메에 자리 잡은 미천골은 황량한 여느 산골과 달리 수목이 무성하다. 화전과 숯막으로 민둥산이던 산세는 수풀이 조성되어 제법 푸르다.

소달구지가 미천골의 언덕을 넘자 밭을 갈던 응삼이 알아보곤 한걸음에 달려간다. 응삼은 글썽거리며 땅바닥에 엎드린다.


“나으리, 뵐 면목이 없습니다. 대감님을 잘 보필했어야 했는데······, 그만······”

성학은 곡을 하는 그를 부축하며 일으켜 세운다.

“자네가 무슨 죄가 있겠나. 임종을 지키지 못한 내가 잘못이지. 아버님은 어디에 모셨나?”

“대감님의 유지대로 황무지를 개간한 텃밭에 모셨습니다.”

“앞장서게.”


무덤은 비석하나 없이 초라하다. 그러나 미천골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다가 봉분은 파릇파릇한 떼로 둘러있어 응삼이 쏟은 저간의 노고가 온전히 가늠이 된다. 성학은 식솔들과 묘 앞에 나란히 선다. 그러곤 예를 다해 절을 올린다. 선달과 응삼도 고개를 조아려 고인을 추모한다.


성학은 잘 가꿔진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융숭한 인심에도 적이 놀란다. 황무지를 개간하여 정착한 화전민들이 넉넉잡아 백 호를 헤아린다. 집터를 고른다는 소식을 접한 이웃들이 갖가지 음식을 싸들고 초가집으로 모여든다. 기왓장을 올리는 집터에는 품앗이를 하는 일손이 보태지면서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 모든 게 도백 대감님이 베푸신 선정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선달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공사를 감독하는 성학에게 말을 건넨다.

“그렇다마다. 모든 게 조부님과 아버님의 선견지명이 있으셔서 가능한 일이지.”

“아버님이 살아계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요.”

“해가 짧네.”

성학이 마당에 널브러진 기구를 곳간으로 옮긴다. 선달은 공연한 말을 꺼낸 것을 후회하며 빗자루를 들고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한다.


한 달가량 지난 후 구색을 갖춘 집이 완성된다. 성학은 선달과 함께 들로 나가 밭을 일구며 소일한다. 황무지를 개간하여 만든 텃밭은 푸성귀들이 우거져 있다. 성학과 선달은 이웃들과 어울려 여름이면 개울가에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고, 겨울이면 눈밭을 헤치며 멧돼지를 사냥한다.


“녹을 먹을 때보다 농사일이 힘은 들지만, 쉴 새 없이 몸을 놀리는 통에 잡념도 사라지고 심사가 편안하구나.”

선달이 허리를 편 채 산등성이를 둘러보며 중얼거린다.

“예로부터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농부가 잘 살아야 나라가 평안한 법일세.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지.”

성학은 서녘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지게를 둘러맨 응삼이 헐떡거리며 밭두렁을 건너온다.

“대감님, 아기씨께서 산통을 시작하셨다 합니다요.”

물끄러미 바라보던 성학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첫 아이라 힘들 텐데······, 아범은 도착했더냐?”

“예, 서방님이 약재를 구해 와서 탕약을 내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만 접어야겠네. 해가 지기 전에 내려가세.”

세 사람은 쟁기를 챙겨 밭을 떠난다.


대문 앞에 금줄이 내걸려 있다. 성학은 금줄 가운데 고추가 달린 걸 보곤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성학이 대문 안으로 들어선다. 핼쑥한 병기가 맨발로 뛰어나와 성학을 맞이한다.


“아버지, 아들입니다.”

“산모는 어떠하냐?”

“건강합니다.”

“수고가 많았다. 며늘아기 건강에 각별히 신경 쓰도록 해라.”

“예, 아버님!”



한 씨 가솔이 춘천에 낙향한 해에 성학의 장남 병기가 장가를 들고 이듬해 경덕을 낳는다. 경덕이 태어나던 1877년은 삼남지방에 대흉년이 들고, 하동·진양지역에 역병이 창궐하여 만여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다.

역병은 강원도까지 휩쓸며 쇠약하던 병기에게까지 마수(魔手)를 뻗친다. 성학은 백방으로 명의를 수소문하여 아들을 살리고자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이미 병이 완연한 아들은 곡기를 끊은 지 보름 만에 허망하게 세상을 등진다.

원양 못지않게 금실이 좋았던 아들 내외는 이승에서의 부부의 연을 끝까지 지킨다. 병구완을 하던 며느리마저도 역병에 걸려 남편의 뒤를 따른다. 졸지에 부모를 잃은 갓난아기는 성학의 등에 업혀 동네를 떠돌며 동냥젖으로 연명한다.


두메산골에서의 삶이란 농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절기(節氣)에 따라 맞춤한 곡물을 심고 수확하면 어느덧 한 해를 넘기기 십상이다. 성학은 미천골로 낙향한 후 여러 해 동안 농사에 몰두하며 자연의 문리를 터득한다. 거무스름한 외모조차도 제법 촌부의 티가 물씬하다. 살쩍이 희끗희끗하고 질끈 동여맨 상투머리도 이미 반백이다.

동네 아낙들의 가슴팍에 안겨 빈 젖을 빨던 경덕은 다행히도 병치레 없이 순탄하게 자란다. 경덕이 여섯 살이 될 무렵 한성에서는 연체된 급료에 모래를 섞어 지급한 사건이 빌미가 되어 구식 군대가 봉기한, 이른바 임오군란(壬午軍亂)이 발생한다.


1882년 발생한 임오군란은 여러모로 격변을 맞이하는 조선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1876년 조선은 인천항과 부산항, 원산항을 개항하고, 개항지에 치외법권을 부여하며, 일본 화폐의 통용과 무관세 무역까지 인정함으로써 일본과 불평등하고 치욕적인 ‘강화도조약(江華島條約)’을 체결한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청나라는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서구열강과 조약을 맺도록 조선을 압박한다.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던 청나라는 임오군란을 계기로 반전을 꾀한다. 반군과 결탁한 흥선대원군은 중전 민 씨를 살해하려고 반란군을 궁궐로 잠입시킨다. 궁녀로 변장한 중전 민 씨는 가까스로 궁궐을 탈출한 후 청나라에게 도움을 청한다.

청나라는 즉각 군대를 파견하여 반란군을 진압하고 군란을 사주했다는 죄목으로 흥선대원군을 톈진(天津)으로 압송한다. 이로써 대원군의 재집권은 한여름의 소낙비로 허망하게 끝을 맺는다.

중전 민 씨가 수구파를 등에 업고 청나라와 손을 잡자 일본에서 유학한 김옥균, 박영효, 서광범, 서재필 등의 개화파는 일본의 지원을 받고 갑신정변(甲申政變)을 일으킨다. 청나라는 3일 만에 정변을 진압하고 조선의 내정에 깊이 관여한다.

서구 열강의 포함책략(砲艦策略)을 흉내 내며 조선을 집어삼키려던 계획이 무산되자 일본은 병풍 속 호랑이로 얕잡아보던 청나라에게 구미가 당기는 조약안을 제안한다.

일본은 조선에 주둔 중인 양국의 군대를 철수하고 만약 출병할 때는 상호간에 통고하기로 하자고 청나라를 설득한다. 청나라는 눈엣가시를 뽑아낸 것처럼 기뻐하며 흔쾌히 수락한다. ‘톈진조약(天津條約)’이 체결됨으로써 일본은 일단 조선의 침략을 유보한 채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에 만족한다.

그러나 청나라는 위안스카이(遠世凱)를 조정에 상주시키며 내정간섭을 통해 조선에서의 패권을 유지하려고 한다. 이에 격분한 일본은 조선에서 청나라를 몰아낼 기회를 엿보며 무력증강에 힘을 쏟는다.

자고 일어나면 권좌의 주인이 뒤바뀌는 한성(漢城)의 변화무쌍한 시계추와는 달리 미천골의 시간은 창공의 구름처럼 유유히 흐른다. 성학은 곡식을 내다팔 때가 되면 소달구지를 타고 읍내로 나가곤 한다. 그럴 때마다 세상 밖의 소식을 접하지만 그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에 서녘 하늘을 향해 한숨을 내쉴 뿐이다.

성학은 경덕을 각별히 아끼고 보살핀다. 할아버지를 쏙 빼닮은 경덕은 총명하여 주위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일찍 글에 눈을 떴으며 범절 또한 깍듯하다. 같은 또래의 아이들과도 서슴없이 어울리는데, 게 중에는 머슴의 자식도 있다. 어린 경덕은 사람을 대함에 있어 신분고하를 따지지 않는다.

개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신분타파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성학은 어린 손자의 행동을 눈여겨본다. 경덕은 하루가 다르게 부쩍 성장한다. 성학의 슬하에서 재롱을 부리던 아이는 어느덧 초롱초롱한 눈매를 가진 열세 살 소년으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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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108화 애치슨 라인 +1 19.05.15 90 2 12쪽
107 107화 연적(戀敵) +1 19.05.15 98 2 12쪽
106 106화 독살(毒殺) +1 19.05.14 93 2 12쪽
105 105화 마돈나 다방 +2 19.05.13 101 2 15쪽
104 104화 한국은행 +1 19.05.11 101 2 14쪽
103 103화 비밀거래 +1 19.05.10 112 2 12쪽
102 102화 남미이주작전 +1 19.05.10 115 2 13쪽
101 101화 트루먼 독트린 +1 19.05.10 91 2 11쪽
100 100화 숙명의 라이벌 +1 19.05.10 94 3 18쪽
99 99화 Jane Doe +2 19.05.10 92 2 13쪽
98 98화 앙숙, 이승만과 김구 +1 19.05.10 94 2 12쪽
97 97화 반도호텔 +1 19.05.10 90 2 13쪽
96 96화 좌익과 우익 +1 19.05.09 90 2 13쪽
95 95화 조선인민공화국 +1 19.05.09 93 2 17쪽
94 94화 일본패망(日本敗亡) +1 19.05.09 93 2 12쪽
93 93화 원자폭탄 +1 19.05.09 90 2 13쪽
92 92화 김일성 +1 19.05.09 94 1 14쪽
91 91화 독수리 작전 +1 19.05.09 92 1 14쪽
90 90화 이승만 +1 19.05.09 90 1 14쪽
89 89화 비밀요원 나타샤 +1 19.05.09 84 2 15쪽
88 88화 OSS(미국전략사무국) +2 19.05.09 90 2 16쪽
87 87화 승전(勝戰) +1 19.05.09 86 2 14쪽
86 86화 진주만공습 +1 19.05.08 87 1 16쪽
85 85화 갈라예프 +2 19.05.08 82 2 16쪽
84 84화 채권(債券) +1 19.05.08 90 2 11쪽
83 83화 다카키 마사오 +1 19.05.08 101 2 12쪽
82 82화 광복군(光復軍) +1 19.05.08 82 2 13쪽
81 81화 육군정보학교 +2 19.05.08 82 2 11쪽
80 80화 홍콩행 +1 19.05.07 88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83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82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80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86 3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90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83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81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80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80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81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83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84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84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86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85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86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86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97 2 15쪽
61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87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85 2 13쪽
59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90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85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87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85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86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84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85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91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91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88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87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93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87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87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84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85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87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91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89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87 3 30쪽
39 39화 빅터 한 +1 19.04.25 89 3 49쪽
38 38화 박진만 +2 19.04.25 95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103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101 3 49쪽
35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99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97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100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100 3 47쪽
31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112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104 4 46쪽
29 29화 출산(出産) +3 19.04.20 108 4 43쪽
28 28화 밀항(密航) +2 19.04.20 105 4 45쪽
27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105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110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122 4 39쪽
24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110 5 44쪽
23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109 4 46쪽
22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111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112 5 49쪽
20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115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123 3 49쪽
18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127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128 4 49쪽
16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128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136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143 3 37쪽
13 13화 결혼(結婚) +3 19.04.12 218 6 42쪽
12 12화 돈버거 +9 19.04.12 196 6 44쪽
11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216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236 8 42쪽
» 9화 낙향(落鄕) +4 19.04.10 256 7 42쪽
8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265 8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313 11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314 12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357 13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444 11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545 12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790 12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1,517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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