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완결

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최근연재일 :
2019.07.12 16:22
연재수 :
134 회
조회수 :
22,140
추천수 :
411
글자수 :
1,432,999

작성
19.04.11 21:54
조회
270
추천
7
글자
45쪽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님의 침묵




DUMMY

제4장 이별과 만남




037.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는 그해의 여름을 유난히 더웠다고 기록한다.

1895년 8월 20일 새벽 4시 경복궁(景福宮) 내 향원정(香遠亭)은 적막감이 절정에 다다른 듯 달빛만이 교교하다. 수리부엉이가 향원정 처마 끝에 한 시간째 붙박인 채 앉아 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던 열대하의 대기도 달이 이지러지자 시나브로 동요를 하기 시작한다.

연꽃 위에서 졸고 있던 개구리가 수면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수면에 잔잔한 파장이 인다. 붕어가 떼를 지어 입을 내밀고 숨을 고른다. 달빛에 물든 물비늘이 출렁거릴 찰나 처마를 박차고 오른 수리부엉이가 낮게 활공하며 포식활동에 열중이던 붕어의 등지느러미를 낚아챈다.

사냥에 성공한 수리부엉이가 처마 끝에 앉아 붕어의 내장을 날카로운 부리로 파헤친다. 살점을 뭉텅 베문 수리부엉이의 주둥이가 피로 흥건하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놀란 수리부엉이가 고개를 모로 틀고 사위를 감시한다. 일순 불손한 검은 그림자들이 일사불란하게 건청전(乾淸展)의 담을 넘어 홀연히 사라진다.

잠결에 인기척을 감지한 중전 민 씨가 이불을 걷고 귀를 쫑긋 세운다.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비명이 몇 차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내전의 마룻바닥을 휘젓는 발자국 소리가 요란하다. 사색이 되어 침전으로 뛰어든 상궁은 부랴부랴 그녀를 부축하곤 뒷마당으로 몸을 숨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중전 민 씨는 몇 걸음도 도망가지 못한 채 검은 그림자에 포위되어 난도질을 당한다. 부지불식간에 맞닥뜨린 일이라 중전 민 씨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다. 장작더미 위로 옮겨진 시체에 매캐한 석유가 뿌려진다. 담배를 피우던 그림자가 장작더미에 꽁초를 던진다. 장작은 길찬 화염을 뿜어내며 활활 타오른다. 수리부엉이가 주린 배를 채우기도 전에 중전 민 씨는 허망한 불씨가 되어 공중으로 가뭇없이 사라진다.


‘미우라 고로’ 일본 공사가 낭인을 동원하여 한 나라의 왕비를 무참히 시해한 을미사변(乙未事變)을 겪은 이후 조선은 집단적인 공황상태에 빠진다. 조정은 일본의 만행을 알았다손 치더라도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없는 형편이다. 비분강개(悲憤慷慨)한 유생들과 백성들이 연일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하는 가운데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1896년 2월 일본의 노골적인 겁박에 위협을 느낀 왕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하는 일명 ‘아관파천(俄館播遷)’의 치욕을 감수하면서 목숨을 보전한다. 이를 계기로 정국의 주도권이 친러파로 넘어가고 내각도 그들 일색으로 꾸려진다.


무장한 병력이 각국의 공사관을 에워싸며 삼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즈음 경덕은 갑오개혁(甲午改革) 이후 시행된 관리임용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집주름의 권유를 받아 서촌에 셋방을 얻어 기거한다. 시국이 어수선하여 좀처럼 집중하기가 힘들었지만 경덕은 이를 악물고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관리임용시험에 박차를 가한다.

경덕은 늘 그렇듯이 성균관의 존경각(尊經閣)에서 하루일과를 마감한다. 존경각에서 공부를 마친 그는 책 보따리를 낀 채 행인들이 북적거리는 육조거리를 지나 서촌으로 방향을 튼다.


“아니, 이게 누구야? 미천골 경덕 아닌가?”

경덕은 자신을 알은체하는 사무엘을 알아보지 못한다.

“누구신지······?”

“나, 사무엘이야! 할아버지께서 목숨을 구해주신 신부!”

“아, 신부님!”

마침내 경덕은 사무엘을 알아보곤 힘껏 끌어안는다. 신부는 미천골에서와 달리 덥수룩한 수염은 말끔히 정돈된 상태고 깔끔한 군복을 입고 있다.

“전에는 예수회 소속 신부였지만, 지금은 프랑스 군대의 군종사관으로 파견된 몸이라네. 자네가 못 알아보는 것도 당연하지. 하하핫.”

두 사람은 제각기 변한 모습에 놀라며 환하게 웃는다.

“할아버지는 잘 계시지?”

“예, 연세가 있으셔서 거동이 전과 같진 않지만 아직도 정정하십시다.”

“이곳 일을 마치면 춘천으로 인사드리러 가려고 했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습니다.”

“프랑스에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속담이 있네. 어스름 해가 질 무렵에는 개나 늑대를 구별할 수 없다고 해서 나온 말이지. 지금 북안산 너머로 해가 기울고 있군. 내가 늑대가 될 시간인가 보네. 하하핫!”

“조선에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날이 이슥하여 늑대를 만났으니, 외나무다리에서 원수와 만난 격이군요. 하하핫!”

“하하핫! 늑대인지, 원수인지는 날이 밝아야 알겠군. 그나저나 이것도 인연인데 나랑 같이 좀 가세.”

경덕은 사무엘의 손에 이끌려 서촌 저잣거리로 자리를 옮긴다.


사무엘의 손에 이끌려 술집에 들어선 경덕은 잔뜩 주눅이 들어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한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생경한 모습 일색이다. 카이저수염을 한 외국인과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둘러앉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거무튀튀한 물을 홀짝거리며 마시는 것이 아닌가. 진하고 텁텁한 냄새가 훅 끼친 듯 경덕은 연신 욕지기를 참느라 얼굴이 사색이 된다.

잠시 뒤 말끔한 양복 차림의 사내가 사무엘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넨다.


“신기자, 전에 얘기하지 않았나? 하마터면 강원도 산골에서 죽을 뻔했다고 말이야.”

“아, 무당 패거리한테 감금되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는 얘기로군요.”

“맞아. 한 대감님이 아니었다면 난 지금쯤 주님 곁에서 복사 노릇을 하고 있겠지.”

사무엘은 독립신문의 신상원 기자를 경덕에게 소개한다.

“이쪽 청년이 바로 한 대감님의 손자라네. 한성 한복판에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네.”

“귀한 인연이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상원이 경덕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아관파천에 관해서는 불간섭주의로 대응하는 열강들이 철도부설권과 삼림벌채권, 금광채굴권 등의 국부침탈에만 관심을 두자 민심이 들끓고 있습니다. 임금이 궁궐을 비우고 러시아 공사관에 머무니 나랏일이 제대로 돌아갈 턱이 있겠습니까? 재정 악화와 국정 불안이 겹치면서 민심이 흉흉합니다. 전국에서 유생들이 상소 운동을 개시하기 시작했고, 한성에서도 독립협회를 중심으로 임금의 환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전 상인까지 가세하여 철시를 하겠다며 ‘친러’ 내각을 향해 으름장을 놓고 있는 형편입니다.”

“음, 우려하던 바가 터지고 말았군.”

사무엘은 옴팡눈을 슴벅거리며 한숨을 내쉰다. 경덕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본다.

“극동에 부동항을 마련하기 위해 혈안이 된 러시아는 온갖 빌미로 조선을 압박할 테지. 본국 훈령에 의하면 니콜라이 2세의 대관식에 참석한 일본 외상 야마가타와 러시아 외상 로바노프 사이에 모종의 협약이 있었다고 하네. 두 나라의 비밀 의정서 내용이 더 충격적일세. 두 나라는 일본이 제안한 북위 39도선 국토분할안을 철회하는 대신, 유사시에 러, 일 양국이 조선을 공동으로 점거한다고 돼 있네.”

“유사시에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다른 나라와 충돌이 생길 때, 두 나라가 연합하여 조선을 접수하겠다는 속셈이 아닙니까?”

“이를 말인가. 남하 정책을 꿈꾸는 니콜라이 황제와 대륙진출을 대업으로 삼는 다이쇼 천황의 합작품인 셈이지. 앞으로 조선의 앞날은 두 나라의 외교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될 텐데, 큰일이 아닐 수 없네. 다른 나라와의 통상은 뒷전으로 미룬 채 오직 친러파와 친일파만 존재하는 조정도 문제가 크네. 다자간 외교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게 국제 외교가의 철칙이거늘, 조선에서만 유독 그 철칙이 무시된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네. 이러다간 조선은 포악한 두 나라의 격전장이 될 테고, 그 승자가 조선을 독차지하게 될 것이 뻔하지 않겠나.”

고개를 주억거리던 신 기자가 로이드안경을 콧잔등에 올려놓는다.

“신부님, 다른 묘책이 없겠습니까?”

“지금으로선 속수무책일밖에. 일본이 청일전쟁의 전리품으로 요동 반도를 획득했을 당시 러시아가 주동하여 프랑스와 독일이 연합하여 거세게 반환을 주장했지 않나. 일명 ‘삼국간섭’으로 불리는 외교 동맹으로 일본은 국제 사회에서 큰 망신을 당했지. 원수지간이던 두 나라가 서구 세력을 따돌린 채 조선에서 뭔가를 도모한다는 사실은 머지않아 극동아시아의 판세에 크나큰 변화가 일어날 전조나 마찬가지일세.”

“지금이라도 서구 세력과 외교를 맺어 두 나라를 견제하면 아니 됩니까?”

“이미 때를 놓쳤네. 지금 유럽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을 놓고 식민지 개척에 혈안이 돼 있네. 대륙 곳곳에서 발생하는 무력충돌 때문에 서구 제국들은 극동으로 군대를 파견할 여유조차 없네. 유독 러시아와 일본만이 식민정책의 후발주자로 참여했는데, 그 시발점이 바로 조선이 아닌가. 조선 속담에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다고 하지 않나. 지금 조선에서 눈을 시퍼렇게 뜬 선무당은 바로 러시아와 일본일세.”

“신부님 말씀을 듣고 있자니, 일찍이 문호를 개방하지 않고 쇄국을 했던 대원군의 실정이 원망스러울 따름입니다.”

“이제 와서 한탄한들 뭐하겠나. 여기 경덕 군처럼 젊은 세대들이 세상에 눈을 뜨고 올바르게 나라를 바로 세우면 조선에도 희망이 있을 걸세.”


사랑방에서 낙담하던 할아버지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 내내 경덕의 표정이 비장하다.


“독립협회라는 곳은 누구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일을 한답니까? 태평양 건너 미국의 대통령제처럼 왕권이 아닌 공화정을 의미하는 것인지요.”

잠자코 있던 경덕이 호기심을 드러낸다. 두 사람이 서로 눈빛을 교환한다. 짐짓 대수롭지 않다는 듯 사무엘이 답한다.

“물론 종국에는 조선에서도 공화제가 수립되어 대통령이 탄생하리라 믿네. 하지만 지금으로선 요원한 미래의 얘기고, 당장 중요한 것은 외세로부터의 독립이 급선무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신부님께 한 가지 더 여쭙겠습니다. 신부님의 나라에선 백성들이 들고일어나 왕이 물러나는 ‘혁명’이라는 것을 겪지 않았습니까? 혁명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필시 전조가 있을 텐데, 지금 조선에서의 상황으로 볼 때 혁명의 기운과 가깝지 않은지요?”

사무엘은 당돌한 자세로 묻는 경덕의 눈빛을 애써 피한다. 그는 허공을 바라보며 잠시 눈동자를 되록거린다. 그에게 합당한 답을 찾기 위한 시간이 얼마간 주어진다.

“그럴 뻔했었지. 얼마 전 전라도에서 농민들이 봉기한 ‘동학’이 대표적인 혁명의 전조라 할 수 있지. 사실 동학이 들불처럼 번질 때 조선 왕조가 무너질 줄 알았다네. 그러나 청나라와 일본 군대가 진주하면서 혁명의 전조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치닫더군. 자주적으로 일어난 혁명이 외세가 개입하여 진압될 줄을 누가 예측이나 했겠나.”

사무엘은 옴팡눈을 되록거리며 설레설레 고개를 내젓는다. 상원이 커피를 홀짝거린 뒤 푸념을 늘어놓는다.

“조정 내에서도 사발통문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적지 않았더랬지. 세상이 뒤집힐 줄 알았으니 약삭빠른 정치인이 가만있었겠나? 그들은 어느 쪽이 이기든 상관없이 청나라와 일본 양쪽 모두에 줄을 대고 응원을 했다네. 아무튼 나라가 뒤숭숭할수록 힘없는 백성들만 죽어나고 윗대가리 놈들은 쥐새끼처럼 살아남는 법이지. 에잇, 더러운 세상! 혁명이라도 일어나 발칵 뒤집혀야 속이라도 후련할 텐데······”

신 기자의 볼멘소리가 도를 지나쳤다고 여긴 사무엘이 큼지막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독립협회 뒤를 캐고 다니는 눈이 있다고 들었네. 자네는 독립협회가 운영하는 독립신문의 기자가 아닌가. 보는 눈이 많으니 몸을 사리는 게 좋을 걸세.”

“아이쿠! 그렇지 않아도 일본 낭인들이 신문사 앞을 기웃거리던데······”

기자는 몸을 옹송그린 채 실눈을 뜨고 주위를 살핀다.

“밤이 깊었네. 나중에 또 만나도록 하지.”

신부는 종이에 주소를 적은 뒤 경덕에게 내민다.

“시간 날 때 프랑스 공사관으로 찾아오게.”

“네.”


세 사람은 술집이 즐비한 골목을 벗어나 제각기 갈 길로 흩어진다.




038.


출세는 무당으로부터 정신적 세뇌를 받고 무법자로 변신한다. 또래보다 덩치가 큰 그는 똘마니들을 이끌고 다니며 저잣거리를 주름잡는다. 그는 윤락가와 도박판을 뻔질나게 드나들면서 돈을 물 쓰듯 쓴다. 밑천이 떨어지면 그는 으레 패거리를 이끌고 저잣거리를 순회하며 막무가내로 자릿세를 요구한다. 좌판을 뒤엎고 손님을 내쫓으며 영세한 상인들의 쌈짓돈을 약탈하던 그는 이윽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도둑질과 폭력도 서슴지 않는 범법자로 성장한다.

성학은 선달과 어울려 개간지의 물꼬를 내고 씨앗을 뿌리며 농사일로 소일한다. 그는 귀가하면 우물가에서 물을 길어 세수를 하고 농기구를 말끔히 씻는다. 그러곤 마당을 서성거리며 붉게 물든 서녘 하늘을 망연히 바라본다.

경덕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 것일까. 성학은 낭랑한 독경의 환청에 이끌려 사랑채를 기웃거리곤 한다. 그가 사랑채 쪽으로 발길을 옮겨 섬돌을 딛는 순간 출세가 문을 열고 나온다.


“대감마님, 어인 일로?”

취기가 오른 듯 출세의 얼굴이 불콰하다.

“너야말로 늦은 시간에 웬일이냐!”

“서책을 빌릴까 해서······”

출세가 말을 잇지 못한 채 헤벌쭉 웃는다.

“아직도 책을 가까이하는구나! 그래, 학문을 가까이 하면 언젠가는 빛을 볼 날이 올 게야.”

“예, 대감마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그가 뒷걸음질로 섬돌을 내려서는데 그만 발을 헛딛는다. 허리춤에 도르르 말아 숨긴 두루마리가 땅바닥에 나뒹굴며 펼쳐진다. 눈을 슴벅거리던 성학이 초상화를 보곤 큰소리로 꾸짖는다.

“에잇, 천하의 못난 놈 같으니라고! 그래 사내로 태어나 할 짓이 없어서 남의 물건에 손을 댄단 말이더냐!”

일순 불호령이 떨어지며 집안이 발칵 뒤집힌다. 행랑채에서 나오던 김 서방 내외가 장면을 목격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응삼과 부인은 성학 앞에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아 싹싹 빈다.

“대감님, 모든 게 다 쇤네의 불찰입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시면 제가 당장에 저놈의 고약한 버릇을 고쳐놓겠습니다.”

응삼 내외가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선처를 구한다.

“쳇, 그까짓 게 뭐가 대수라고! 갖다 놓으면 될 거 아니우?”

출세 입에서 술내가 훅 끼치자 김 서방이 곳간으로 달려간다. 그러곤 도리깨를 손에 쥐고 출세에게 달려들어 힘껏 내리친다. 출세가 용케 피하며 엄마 뒤로 숨을 찰나 물푸레 열이 한 바퀴 휙 돌아 정수리에 명중한다. 머리를 매만지던 출세가 손에 묻은 피를 보곤 풀썩 주저앉는다.

“여보, 이러다 사람 잡겠수. 그만 하시구랴.”

부인은 출세를 끌어안고 목 놓아 울기 시작한다.

“남이 손대는 것보다 애비가 손을 대는 것이 낫지.”

응삼이 장부를 높이 들어 재차 가격하려고 한다. 부인이 출세를 가슴에 품고 고개를 숙인다. 성학이 응삼의 팔을 잡고 제지한다.

“이만 하면 됐다. 출세가 다시는 허튼짓하지 않도록 단단히 가르쳐라.”

“예, 대감님!”

응삼은 성학이 안채로 들 때까지 고개를 조아린다. 뒤돌아선 그는 분이 풀리지 않은 듯 매질을 멈추지 않는다. 선달이 달라붙어 간신히 도리깨를 빼앗는다.


한바탕 소란을 겪은 마당은 달빛만이 교교하다. 행랑채 안에는 응삼이 술병을 발로 차고 곯아떨어져 있다. 출세를 간호하던 여주댁은 핏물이 흥건한 수건을 손에 쥔 채 출세 옆에 고꾸라져 있다.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난 출세는 주섬주섬 봇짐을 꾸리며 중얼거린다.


“젠장, 그놈의 늙은이 초상화가 뭔 대수라고.”

어느 틈에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깬 여주댁이 출세의 등짝을 힘껏 내려친다.

“이놈아,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 초상화는 대감님의 아버님 영정이 아니더냐? 세상에 도둑질 할 것이 없어서 초상화에 손을 대는 작자가 세상에 어디 있더냐?”

부인이 재차 등을 때리며 울먹인다.

“그만하시우. 아파 죽겠소.”

출세가 발을 붙잡는 여주댁의 팔을 뿌리치며 봇짐을 들고 방을 나선다.


그가 씩씩거리며 대문 쪽으로 가는데, 그림자가 불쑥 나타난다.

“대체 늦은 시각에 어디를 가려는 게냐!”

출세는 성학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고 눈을 흘긴다.

“이놈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게로구나. 어른 말에 눈을 부라리다니!”

“이놈 저놈 하지 마십시오. 새터골에서 노비 문서가 불태워졌다는 소식도 듣지 못하셨습니까?”

“아니, 이놈이 아직도 신세타령을 할 셈이냐? 어찌, 네 잘못을 세상 물정과 빗대려 드느냐?”

“두고 보십시오, 대감마님. 곧 양반 쌍놈이 한데 어울리는 세상이 오고 말 테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출세는 성학을 밀치고 대문을 열어젖힌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둠 속으로 줄행랑을 친다. 인기척을 듣고 뛰어나온 선달이 대문 밖을 살펴보지만 공연히 개 짖는 소리만 요란하다.

성학은 빨랫돌에 주저앉으며 대퇴부가 으스러지는 부상을 입는다. 선달이 그를 번쩍 들어 안채로 옮긴다.


그 날 이후 성학은 바깥출입을 못한 채 앉은뱅이 신세로 겨울을 맞이한다. 나귀를 타고 온 이방이 성학의 집을 기웃거린다.

“아무도 없느냐?”

아궁이 앞에 앉아 여물을 끓이던 응삼이 눈을 비비며 밖을 내다본다.

“뉘시오?”

“춘천 관아에서 나온 이방일세. 안에 대감마님 계신가?”

“이방 나리가 이 추운 날 예까지 웬일이슈?”

이방이 들은 척도 않고 되묻는다.

“너랑은 볼 일이 없다. 안에 어르신 계시냐고 묻지 않더냐.”

“대감님께서는 거동이 불편하시니, 용무가 있으면 나한테 말하시구랴.”

“별 싱거운 놈을 다 보겠네. 옜다. 어르신께 춘천 관아의 원님께서 축하서찰을 보냈다고 전하거라.”

이방은 응삼에게 서찰을 건네곤 나귀에 올라 황급히 돌아간다. 응삼은 마침 뒷간을 다녀온 선달에게 서찰을 건넨다.

“춘천 관아의 원님이 이방을 통해 서찰을 보냈습니다.”

선달이 서찰을 펼쳐 중간쯤 읽다가 느닷없이 마루청으로 뛰어오른다.

“대감님, 대감님!”

선달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성학이 간신히 몸을 일으켜 사방침에 비스듬히 기댄다.

“대관절 무슨 일인데, 숨이 넘어가는 겐가.”

“대감님, 이걸 보십시오.”

선달로부터 서찰을 건네받아 읽던 성학이 눈시울을 붉힌다.

“경덕이가 큰일을 해냈구먼.”

“나으리, 경덕이가 약관에 관리임용시험에서 장원을 했다는데, 동네잔치를 열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르다 뿐인가. 가문의 영광인데, 돼지라도 잡아야지!”

모처럼 웃음이 끓긴 집에 훈훈한 온기가 감돈다. 여주댁이 미음을 담은 상을 들인다. 선달이 숟가락으로 미음을 뜬 뒤 입김을 불어 식힌다. 두어 숟가락을 받아먹던 성학이 밭은기침을 뱉어내며 미음을 게워내기 시작한다. 선달이 손수건으로 듬성듬성 난 수염에 달라붙은 찌꺼기를 닦아낸다.

“나으리, 곧 경덕이가 금의환향할 겁니다. 기운을 차리셔야 합니다.”

선달이 미음을 뜨자 성학이 넌지시 거절한다.

“그만하면 됐네.”

“금방이라도 경덕이가 대문을 활짝 열고 들어올 텐데, 대감께서 기쁘게 맞아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연신 기침을 하던 그의 입가에 피가 흥건하다. 선달이 수건으로 피를 닦으며 한숨을 내쉰다.

“난 틀린 것 같네. 비록 경덕이를 못 보더라도 희소식을 듣고 가니, 먼 걸음이 한결 수월할 것 같으이.”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입신을 했으니, 곧 혼사를 할 텐데, 대감께서 혼처를 정해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선달이 짐짓 능청을 떨어보지만 성학은 옅은 미소만 지을 뿐 말이 없다.

호롱불 앞에서 끔벅 졸던 선달이 체머리를 흔든다. 그는 게슴츠레한 눈을 비비며 누워있는 성학 쪽을 곁눈질한다. 이상한 낌새를 차린 듯 그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대감님, 대감님!”

선달이 무릎걸음으로 다가가 몸을 숙이곤 성학의 입에 귀를 댄다.

“대감님, 대감님!”

재차 묻는 그의 말투가 점점 격앙된다.

“대감님, 대감님! 아직 할 일이 태산입니다! 어서 눈을 떠보십시오.”

그는 성학의 손을 꼭 쥐고 흐느낀다. 그의 손등으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선달은 이불을 펴 시신을 덮는다. 그러곤 시렁에 걸린 도포를 들고 방을 나선다. 마당에 내려선 그는 눈발이 나붓나붓 날리는 허공에 대고 도포자락을 휘휘 내젖는다. 그러곤 큰소리로 부고를 알린다.

“동부승지 청주한씨 성학 부고요! 동부승지 청주한씨 성학 부고요!”

응삼 내외가 행랑채의 문을 박차고 나와 곡을 하기 시작한다.

“아이고, 아이고. 대감마님!”




039.


성학의 부고가 알려지자 춘천 일대가 술렁거린다. 춘천 관아에서는 성학의 선정을 기리기 위해 분향소를 세운다. 문상객이 몰려들어 분향소는 장사진을 이룬다. 장터를 전전하던 출세에게도 부고 소식이 전해진다.


“아무리 인두겁을 쓴 안하무인이라지만 저 사람 되라고 그렇게 애를 쓴 대감님 영정에 퇴주잔은 올려야 하는 거 아니야?”

주점에 앉아 국밥을 먹는 사내가 일행을 둘러보며 볼멘소리를 내뱉는다.

“에잇! 천하의 몹쓸 놈 같으니. 개도 자기를 키워 준 주인은 알아본다던데, 저놈은 애초에 글러 먹었다고. 저런 놈을 사람이라 거두신 대감님이 잘못된 거여.”

건너편 사내가 취한 채로 툇마루에서 엎어져 있는 출세를 흘겨본다. 주모가 술병을 들고 다가와 목소리를 낮춘다.

“쉿! 노름판을 뒤집어엎고 투전꾼들과 진탕 싸우더니만 좀 전에 곯아떨어졌다니까. 공연히 건드려서 좋을 게 없으니 모른 척 하시구려. 제까짓 놈도 맘이 상했는지, 저렇게 삼일 밤낮을 술 퍼마시고 있다지 않소.”

주모의 말에 술꾼들이 수곤거리며 등을 돌린다.


밤이 이슥해지자 주막을 찾는 술꾼들의 발길이 뚝 끊긴다. 하룻밤 신세를 지려는 나그네들만이 주막에 딸린 봉놋방으로 하나둘씩 모여든다. 숙객 십여 명이 봇짐을 베개 삼아 촘촘히 붙어서 잠을 청한다. 아랫목을 독차지한 출세가 배꼽을 드러낸 채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기 시작한다. 나그네들은 인상을 쓰며 일제히 반대쪽으로 등을 돌린다.


“저잣거리에 봉놋방이 여기 한 곳도 아니고, 올 때마다 저놈 때문에 아주 귀가 멀 것 같아 죽겠다니께.”

보부상이 투정을 늘어놓자 호기심이 동한 갖바치가 응수한다.

“주모 기둥서방이라도 되는 가보지?”

“신만 만드느라 땅만 보고 살아도 그렇지, 그렇게 세상 물색을 모르나? 주모 속이 어디 제 속이겠어? 밤마다 행패를 부리니, 아녀자가 무슨 수로 출입을 막겠느냔 말이여.”

갖바치가 출세를 물끄러미 바라보곤 고개를 주억거린다. 출세는 잠꼬대를 하는 척하며 벽을 향해 눕는다. 눈가에 차오른 눈물이 뺨을 타고 바닥을 적신다.


“해 뜨는 대로 미천골로 넘어가서 대감 영정에 퇴주잔이라도 올리세. 그래도 강원도 바닥에서 장돌뱅이로 떠돌면서 대감님 덕을 많이 보지 않았는가?”

“그러고말고. 대감님이 황무지를 개간한다며 우리네 쇠붙이, 날붙이 물건을 얼마나 많이 받아주셨나?”

“그러게, 첫닭이 홰를 치면 움직이도록 함세.”

“그러세.”

보부상들이 뜻을 모은 뒤 하품을 하며 잠을 청한다.


출세는 무릎까지 쌓인 눈을 헤치며 언덕에 오른다. 그는 거친 숨을 고른 뒤 소나무 곁에서 미천골을 굽어본다. 뉘엿뉘엿 해가 저물자 상가(喪家) 안팎으로 횃불이 치솟기 시작한다.

상복을 입고 굴건을 쓴 경덕이 지팡이를 짚고 성학의 영정을 지킨다. 문상객이 다녀갈 때마다 그는 엎드려 곡을 한다. 화로를 피운 마당은 문상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성학의 선행과 미담을 주고받으며 술잔을 기울인다.

추위에 떨던 출세가 주위를 경계하며 슬그머니 상갓집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출세는 담벼락 너머를 기웃거리며 흐느낀다. 왠지 자신만이 외톨이가 된 것 같아 설움이 복받친 까닭이다. 자신의 총명함을 인정하고 바르게 이끌어주던 의인을 배반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고 원망스럽다. 당장 달려가 목 놓아 용서를 빌고 싶었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가 담벼락에 기댄 채 흐느끼고 있을 무렵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경덕은 문상객을 대문 밖까지 배웅하며 상주로서의 예를 다한다. 출세는 돌담 뒤로 재빨리 몸을 숨긴다. 그가 가쁜 숨을 고른 뒤 고개를 빼꼼 내미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어디 갔다 이제야 나타난 거야?”

출세의 존재를 쭉 지켜봐 온 양 정곡을 찌르는 어투였다. 출세는 황망한 표정을 하곤 제자리에 철퍼덕 주저앉는다. 경덕은 그를 부축하며 일으켜 세운다. 경덕의 손에 이끌려 상가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의 모습과도 흡사하다. 출세가 상가의 문턱을 넘어서자마자 청지기 김 서방이 그를 가로막는다.

“이놈아! 어서 썩 물러나지 못할까!”

김 서방은 말없이 서 있는 출세의 가슴팍을 후려친다.

“이 몹쓸 놈아! 대감마님께선 네 놈 사람 만들겠다고 도둑질한 놈을 내치지 않으시고 받아주신 분이다. 그런 속도 모르고 앙심을 품고 도망친 놈이 무슨 낯짝으로 대감마님을 뵙겠다는 게냐? 에잇!”

김 서방의 주먹이 출세의 안면에 그대로 내리꽂힌다. 뒤미처 멱살을 거머쥔 손이 출세의 목을 옥죈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경덕이 응삼의 팔을 잡는다.

“출세도 마음 많이 상했을 텐데, 이제 그만 하세요.”

응삼은 씩씩거리며 자리를 뜬다.


경덕의 손에 이끌린 그는 위패를 모신 마루로 가서 고개를 조아린다. 그러곤 한동안 꺼이꺼이 목 놓아 통곡한다. 그의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성학의 장례는 일손을 놓은 주민들의 참여로 성대하게 치러진다. 그의 주검이 실린 상여가 남한강이 굽어보이는 묘지에 안착할 때까지 근동의 남녀노소들이 꺼이꺼이 목 놓아 울면서 그 뒤를 따른다.

경덕은 장례를 치른 뒤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출세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한 달간 미천골에 머물며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한 경덕은 관아에서 온 사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다. 경덕은 사랑채에 식솔들을 모아놓고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궁내부 내수사로 입직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하여 내일 한성으로 떠날까 합니다.”

경덕은 선달과 응삼과 마주 앉아 말문을 뗀다.

“내수사라 하면 궁내로 들고나는 물품을 관리하는 곳이 아닌가. 막중한 일이니, 여기 일은 걱정하지 마시게. 남은 일은 나랑 김 서방이랑 알아서 할 테니까.”

“예, 선달님과 김 서방이 있어서 마음 편히 떠날 수 있을 듯합니다.”

“대감님은 당신께서 떠날 날을 미리 아시고 준비를 하셨더군. 워낙에 꼼꼼히 정리를 해두셔서 따로 손을 볼 것이 없다네.”

선달은 경덕에게 유언장과 토지대장을 건넨다.

“할아버지께서 출세 앞으로도 땅을 떼놓으셨군요.”

김 서방은 계면쩍은지 쌍가마를 긁적인다.

“수양산 그늘이 오리를 간다고 하더니만 벌써부터 대감님이 그립습니다.”

경덕은 김 서방의 손을 잡는다.

“출세는 통 보이지 않던데······?”

“낸들 알겠습니까?”

“출세를 불러들이세요. 이제 땅이 생겼으니, 농사에 마음을 붙이고 장가를 들면 철이 들 겁니다.”

김 서방은 연신 굽실거리지만 선달은 못마땅한 듯 입을 실룩거린다.

“선달님께선 어찌하실 요량이십니까?”

선달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건성으로 답한다.

“뭘 하긴 뭘 하겠나? 평생 대감님을 모시기로 약조를 했으니, 미천골 귀신이 될 밖에야!”

“하늘에 계신 할아버님께서도 선달님이 계셔서 걱정을 더셨을 겁니다.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경덕은 일어나서 선달에게 큰절을 올린다. 절을 받은 선달은 그를 일으켜 세워 함께 방을 나선다.


그가 말에 오를 즈음 진만이 숨을 헐떡거리며 달려온다.

“서방님, 서방님!”

진만은 넙죽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아니, 이게 누구야? 진만이 아니냐?”

“네, 맞습니다요. 서방님께서 등과를 하셨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이제야 안부 여쭙니다요.”

“네 얘기는 익히 들어서 안다. 마을 궂은일을 도맡아 해서 칭찬이 자자하더구나!”

“부엽초 같은 떠돌이를 받아준 대감님의 은공이 있사온지라 제 어찌 감히 미천골의 일을 남의 일 보듯 하겠습니까요? 이 한 몸 미천골의 충견이 되기로 이미 굴뚝 같이 마음먹었습니다요.”

“하하핫! 구수한 입담은 여전하구나!”

“서방님! 보잘 것 없지만 상경하시는 길에 드십시오.”

경덕은 보따리를 받아들곤 냄새를 맡는다.

“이거 수수개떡 아니더냐?”

“맞습니다요. 헤헷!”

진만이 해맑게 웃자 그도 따라 웃는다.

“어릴 때 먹던 이 맛은 잊을 수 없지!”

경덕이 떡 하나를 꺼내 입에 넣고 오물거린다.

“이 맛이야, 이 맛! 바로 고향의 맛!”

“감사하고 고맙습니다요, 서방님!”

“그건 내가 너한테 할 말이다. 고맙다, 진만아! 넌 내 동생이나 진배없다!”

“서방님, 아니, 형님!”

“아우가 준 수수개떡을 먹었더니 오늘 중으로 한양에 닿을 듯 힘이 솟는구나! 하하핫!”


경덕이 환하게 웃으며 말머리를 돌린다. 모두들 말이 동구 밖으로 사라질 때까지 울먹거리며 손을 흔든다.




040.


1897년 10월 12일 고종은 원구단(圜丘壇)에서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황제즉위식을 거행한다. 아울러 국호를 ‘대한제국(大韓帝國)’으로 정하고 대한제국이 자주독립국가임을 내외에 천명한다. 이와 같이 일본의 위협을 피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했던 고종이 덕수궁으로 환궁하고 대한제국이 자주독립국가임을 선포할 수 있었던 계기는 독립협회로 대변되는 개화파와 정권을 잡은 수구파의 협조가 있어서 가능했다.

그러나 대한제국의 탄생 이후 정치체제를 두고 독립협회의 개화파와 친러수구파는 갈등을 빚기 시작한다. 개화파가 ‘전제군주제’를 폐지하고 의회 중심의 ‘입헌대의군주제’를 주장한 반면, 친러수구파는 ‘입헌대의군주제’는 황제의 지위를 약화시킨다는 이유를 들어 ‘전제군주제’를 고집한다.

고종은 황제의 지위를 강화하는 친러수구파의 주장에 동조하며 개화파의 의견을 묵살한다. 황제의 눈 밖에 난 독립협회가 장외투쟁을 선언하자 개화파와 수구파의 짧은 연정은 막을 내리고 정국은 혼탁한 양상으로 치닫는다.


궁궐을 나선 경덕은 배재학당과 이화학당이 있는 황화방(皇華坊, 지금의 정동)으로 접어든다. 덕수궁의 담장을 따라 행인의 왕래가 번잡한 돌담길은 울긋불긋 가을의 정취가 물씬하다. 황화방은 각국의 공사관과 교회, 학교 등이 몰려 있어 서양식 건물이 즐비하고 이국풍 일색이다. 맞배지붕이나 팔각지붕을 올린 청사에서 근무하는 것만으로도 걸음걸이가 늠름하던 관리들도 이상하게 황화방만 들어서면 어깨가 움츠러들고 오금이 저리기 일쑤다.

화강석으로 대석을 깔고 그 위에 장식기둥을 쌓아 층마다 큼지막한 아치창을 낸 복층 건물은 옥상에 돌출한 첨탑까지 있어 보는 이를 압도한다. 구경꾼들은 난생처음 본 바로크풍의 건물 앞에서 한동안 뒷덜미를 잡은 채 올려다보곤 한다. 구경꾼들은 계단 앞에서 장총을 메고 부동자세로 서 있는 경비병을 신기한 듯 둘러보고 나서야 비로소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프랑스 국기가 펄럭이는 공사관 앞은 퇴근을 서두르는 발길로 분주하다. 경덕은 가로수 옆에 빗긴 채 공사관의 입구를 주시하며 서성거린다. 어둠이 깔리자 장딴지에 목각(木脚)을 댄 소년 두 명이 뒤뚱거리며 가로등으로 다가간다. 그러곤 유리창을 열고 성냥을 켜서 심지에 불을 붙인다. 가로등 불빛이 점등되면서 황화방(皇華坊) 일대가 단풍과 어우러진 황금빛으로 물든다.

온화한 불빛 아래로 마차 여러 대가 분주히 오고간다. 마차가 멈춘 곳은 미국 공사관 앞이다. 연미복과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이 총총히 건물 안으로 사라질 즈음 사무엘이 거리로 나선다.


“신부님!”

“자네가 여긴 웬일로?”

“신부님이 찾아오라고 하셨잖아요?”

“물론 그랬지. 그러나 딱 오늘이라고 못을 박진 않았을 텐데······?”

그는 왼쪽 뺨을 실룩거리며 그만의 우스개를 구사한다.

“언제든지 오라고 하셨습니다. 못은 제가 박습니다.”

경덕이 당돌한 눈빛을 번뜩이며 대꾸한다. 사무엘은 한 방 얻어맞은 듯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관직에 오르더니만 언변에도 품위가 있는걸? 하하하!”

두 사람은 반갑게 얼싸안는다.

“마침, 잘 왔네. 자, 따라오게.”

사무엘이 성큼 앞장서면 경덕이 그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른다.

“어디를 가시려고요?”

“따라오면 안다네.”


사무엘은 황화방 어귀를 벗어나자마자 잰걸음으로 육조거리를 가로지른다. 그러곤 곧장 광통교 쪽으로 방향을 튼다. 광통교 인근은 무역으로 부를 이룬 거상들과 일본 상인들이 본점이나 상점을 연 탓에 한성의 새로운 명물거리로 떠오른 곳이다. 따라서 광통교 일대는 늘 행인들로 북적거린다.

사무엘은 번화한 광통교를 지나 독립협회의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로 들어간다. 사람들로 빼곡한 실내는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이화학당’, ‘배재학당’, ‘정동구락부(貞洞俱樂部)’, ‘건양협회(建陽協會)’ 등이 적힌 현수막이 연단과 벽에 덕지덕지 붙어있다.


“독립협회의 회원이 이천 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사회를 맡은 상원이 목소리를 높이자 장내에서 박수가 터져 나온다.

“서재필 박사께서는 평소에 ‘민중을 계몽하기 위해서는 독립협회의 회원부터 새로운 지식과 교양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원들 사이에 ‘효과적인 의사 표현의 방법과 민주적인 행동 성향을 체득하여야 한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오늘 모인 목적은 독립협회 회원의 신지식을 넓히고, 민주 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자 함입니다.”

우렁찬 박수와 함성이 밀물처럼 몰아친다.

“독립협회를 창립하시고 토론회의 도입을 주창하신 서재필 박사를 모셔서 말씀을 듣겠습니다.”

서재필이 말끔한 정장차림으로 등장하자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독립협회의 자주국권, 자유민권, 자강개혁사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여기 모인 여러분의 의식개조가 선행돼야 합니다. 관료나 농민, 상민, 노비 등 조선의 모든 백성이 하나로 똘똘 뭉쳐 외세의 침입으로부터 나라를 구해야 합니다. 모두가 평등한 나라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하겠습니까?”

앞줄에 앉은 이화학당과 배재학당의 학생들이 주먹을 쥔 손을 뻗으며 외친다.

“입헌대의군주제를 실시하라! 입헌대의군주제를 실시하라!”

“그렇습니다. 지금 대한제국은 서구열강의 이권다툼으로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특히 친러파는 러시아와 손잡고 절영도 앞바다에 석탄기지를 만들기 위해 조차지를 내달라고 생떼를 쓰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합작은행을 만들어 민족자본을 수탈하려고 공작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약탈은 모두 민의가 반영되지 않고, 오직 친러파가 장악한 중추원의 결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의 표정이 상기될수록 청중의 표정도 달아오른다.

“대한제국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중추원을 혁파하고 국민의 민의가 반영될 수 있도록 의회를 설립해야 합니다. 사전 작업으로 상원을 설치하는 ‘중추원신관제’를 선포할까 합니다. 상원 50명 중 25명은 황제가 임명하고 나머지는 인민협회에서 투표로 뽑아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의 대표인 하원은 국민 투표로 뽑는 민선의원으로 구성하여 국정의 독단을 막아내야 합니다.”

그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열혈 청년이 벌떡 일어나 구호를 외친다.

“친러파는 당장 입헌대의군주제를 수용하라!”

청중들이 한 목소리로 구호를 따라한다.

“친러파는 당장 입헌대의군주제를 수용하라!”


토론회가 막바지로 다다를 즈음 독립협회를 빠져나온 사내가 대기하고 있던 인력거에 올라 쏜살같이 광통교를 건넌다. 사내는 일본 공사관 소속의 정보장교 카지 류노스케 중위다.




42.


밤길을 달린 인력거는 남산의 예장자락 앞에서 멈춘다. 일본인이 집단으로 거주한 이후부터 예장자락은 왜성대(倭城臺)라 부른다. 인력거에서 내린 카지는 급히 적산가옥이 즐비한 골목으로 사라진다.


“서재필이 끝내 친러파와 결별할 생각인가 봅니다.”

독립협회가 설립될 당시에는 왕의 은사금까지 받으며 개화파와 수구파 모두가 참여했다. 카지의 보고를 듣는 내내 특명을 받고 파견된 무사시는 잠시 골몰한다.

“독립협회가 설립될 당시에는 왕의 은사금까지 받으며 개화파와 수구파 모두가 참여했었네. 그러나 이제는 두 세력이 결별을 할 때가 된 모양이군. 이번 기회에 친러수구파를 몰아내고 황실에 우리 쪽 사람을 심어야겠어. 그러려면 황제의 환심을 살만한 계책이 필요한데······”

무사시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고개를 도리질한다.

“굳이 우리 쪽에서 나설 필요가 뭐가 있겠습니까?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 쾌가 있는 데 말입니다.”

카지의 눈빛이 번뜩인다.

“떡이라? 무슨 좋은 수라도 있는 게야?”

“황국협회를 이용하는 방안이 있습죠.”

“황국협회라면 수구파들이 만든 어용단체잖아?”

“그렇죠. 독립협회는 지금 입헌대의군주제를 밀어붙일 생각인 것 같습니다. 중추원을 장악한 수구파들이 좋아할 리가 없죠. 게다가 독립협회에서는 부정, 부패, 무능을 내세워 보수파가 장악한 내각의 7대 대신을 탄핵하고자 합동 상소까지 올리지 않았습니까? 의회가 출범하면 자신들의 기득권이 사라질 텐데, 보수파가 가만히 앉아서 당하겠습니까?”

“황국협회가 우리 뜻대로 순순히 움직여줄까?”

무사시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카지가 금니를 번뜩이며 묘책을 내놓는다.

“독립협회의 간부를 염탐했는데, 곧 종로 인화문과 앞에서 대대적으로 시위를 벌인다고 합니다. 저들 말로는 ‘만민공동회’라고 하던데, 러시아가 요구한 절영도 석탄기지의 조차 계획을 철회하기 위해서랍니다. ‘만민공동회’가 열리면 여론이 비등할 테고, 황실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죠.”

“으흠······”

그의 속내를 간파한 무사시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자네 말인즉슨, 황실 안의 두 주축인 독립협회 소속의 개화파와 수세에 몰린 수구파를 이간질하여 어부지리를 얻자는 게지? 개화파가 지지하는 독립협회와 수구파가 뒷배를 봐주는 황국협회가 거리에서 피를 흘리며 서로 개처럼 물어뜯고 할퀴고 싸운다! 그것참 볼 만하겠는걸?”

무사시는 손가락을 튕기며 창가로 다가간다.

“맞습니다. 우리는 그저 황국협회한테 정보만 제공하면 되는 겁니다. 아마 종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 예장골에서 조만간 불구경을 보시게 될 겁니다.”

“하하핫! 역시 자네는 정보전의 대가답군. 외교라는 건 전쟁과 달리 총칼을 쓰지 않고도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아닌가?”

“감사합니다.”

“어디, 러시아 붉은 곰들이 어떻게 대처하나 보드카를 마시며 관전이나 할까?”

무사시는 장식장에서 보드카를 꺼내 잔에 따른다. 두 사람은 건배를 한 뒤 단박에 잔을 비운다.


군사고문인 무사시와 정보장교 카지 중위가 나눈 얘기는 예언서의 내용처럼 그대로 적중한다.

독립협회는 1898년 3월 10일 서울 종로에서 시민 1만여 명이 모인 ‘제1차 만민공동회’를 개최한다. 시민궐기대회에 모인 군중은 러시아의 절영도조차 반대와 한러은행 철거, 일본의 석탄고기지 철수 및 대한제국의 자주독립강화 등을 결의한다. 이틀 뒤 수만 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제2차 만민공동회’를 개최하여 외세의 침략과 자주국권을 주장한다.


만민공동회에 수만 명이 운집하자 정부는 지레 겁을 먹고 부랴부랴 민심을 달래기 위해 러시아와 일본과 맺은 협약을 철회한다. 러시아는 절영도조차요구를 철회하고 한러은행을 폐쇄한다. 일본도 석탄고기지를 본국으로 철수하기에 이른다.

또한 러시아는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의 저항에 굴복하여 부산과 마산 일대에 설치하려던 군사기지를 요동반도(遼東半島)로 옮기게 된다.




43.


종로의 ‘청진동’은 한성부 중부 ‘징청방’과 ‘수진방’의 가운데 자를 딴 이름이다. 이 일대는 일찍이 조선시대의 관료들이 모여 사는 북촌(北村)에 물을 대는 북청물장수들이 합숙하는 ‘물방’이 밀집되어 있던 곳이다. 따라서 이곳은 그들을 상대로 하는 국밥집이나 선술집이 연중무휴로 성업 중이라 일반인의 출입도 빈번하다.

어수선한 시국을 걱정하던 사무엘은 청진옥에서 모임을 주선한다. 청진옥 구석에 자리를 잡은 사무엘이 독립협회 신상원 기자와 궁내부 주임관(奏任官) 한경덕을 차례대로 맞이한다.


“어서들 오시게. 오늘은 내가 쏠 테니, 맘껏 드시게.”

사무엘이 선짓국과 내포수육을 앞에 놓고 두 사람에게 말걸리를 따른다.

“좋은 일이 있으시군요.”

상원이 묻자 그가 빙그레 웃는다.

“한 군이 관직생활을 하는 것도 축하할 겸 토론회까지 찾아와 주니 여간 기쁜 일이 아닌가. 그래서 겸사겸사 자리를 마련했네.”

세 사람이 잔을 들어 건배할 찰나 말쑥한 차림의 미라가 등장한다.

“신부님, 죄송합니다. 수업이 늦게 끝나서요.”

사무엘은 옆에 놓인 가방을 옮기며 자리를 내준다.

“여기 앉게.”

미라가 자리를 잡자 사무엘이 잔에 술을 따른다.

“막 토론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하려던 참이었네. 어서 들지.”

네 사람은 잔을 부딪고 단숨에 들이킨다. 대각선으로 앉아 있는 경덕은 미라 쪽을 힐끔거린다.

“아참, 술자리 법도를 깜빡 했군.”

사무엘은 소매로 수염을 쓱 닦은 뒤 거하게 트림을 하곤 말을 잇는다.

“여기는 궁내부 소속 한경덕 주임관이고, 이쪽은 이화학당에 다니는 박미라 양이네.”

두 사람은 머쓱한 표정으로 묵례를 나눈다.

“대감께서 생존해 계셨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사무엘이 넌지시 경덕을 바라본다.

“가문 대대로 당상관의 벼슬을 지내셨다고 해서 그런가? 자네를 처음 봤을 때, 몸가짐이 남다르다는 걸 느꼈다네. 앞으로 우리 친하게 지내자고. 하하핫!”

상원이 경덕에게 술잔을 돌린다.

“앞으로 궁내부를 다루실 때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이 술잔을 비우기를 기다린 뒤 사무엘이 끼어든다.

“참, 자네가 모르고 있었군. 신 기자는 독립협회의 조직을 관리하는 서기로 자리를 옮겼다네.”

“서기 자리가 기자보다 높은 거 아닙니까? 앞으로 부쩍 친하게 지내야겠습니다. 하하핫!”

경덕이 너스레를 떨자 웃음이 터진다.


술잔이 몇 순배 돈 뒤 사무엘이 작정이나 한 듯 무거운 주제를 꺼낸다.

“황제께서 러시아 공사관에서 환궁한 것도, 원구단에서 황제즉위식을 한 것도 모두 독립협회의 공이 크지. 그러나 앞으로 독립협회가 입헌대의군주제를 주장하면 할수록 수구파로부터의 견제가 심해질 것이네. 얼마 전 영국 공사관에서 외교관 모임이 있다고 해서 갔었네. 그곳에서 들은 얘긴데, 지금 수구파들이 전국적으로 연락망을 갖춘 보부상을 황국협회의 친위대로 키운다고 하더군. 훈련원에서 대대적으로 출정식까지 하고, 공공연히 나랏돈으로 지원까지 한다고 들었네.”

얼마간 골똘히 생각하던 상원이 동조한다.

“취재를 나간 기자까지 통제했다고 하더군요. 하나로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어용단체까지 등장하다니 큰일입니다. 아무래도 정부가 두 차례 있었던 만민공동회에 대하여 잔뜩 겁을 먹은 듯합니다.”

사무엘의 민낯이 불콰하다.

“그럴 만도 하지. 불과 이틀 만에 수만 명이 거리로 뛰어나와 친러정권을 성토하고 러시아의 이권 침탈을 규탄하지 않았나. 황국협회의 목적은 오로지 독립협회라네. 자네가 조직을 맡은 이상 협회의 불협화음이나 이탈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쓰도록 하게.”

“대한제국의 완전한 자주독립과 근대화를 위해서 할 일이 첩첩산중입니다. 무엇보다도 외세의 간섭을 뿌리치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도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사들을 영입하고자 하는데, 아직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특히 일본과 러시아의 농간으로 인재 영입이 수월하지 않습니다.”

상원은 한숨을 내쉬곤 단박에 술잔을 비운다.

“수백 년 동안 유교 전통을 지닌 나라가 막 허물을 벗고 근대화하려는 순간이 아닌가? 앞으로도 무수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야.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니, 차근차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협회를 이끌어야 하네. 그리고 여기 한 군과 박 양이 있는데, 자네가 무슨 걱정이 있나?”

사무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상원이 맞장구를 친다.

“하하핫! 그렇군요. 여기 두 젊은이야말로 대한제국의 미래를 끌고 갈 동량인데, 제가 뭘 걱정하겠습니까?”

사무엘이 자리를 마무리 짓는다.

“나는 신 서기와 함께 협회 사람들을 만나기로 해서 광통교로 가네. 오늘은 한 군이 미라 양을 기숙사까지 배웅해주게나.”

뜻밖의 제안을 받은 경덕은 싫지만은 않은 듯 선뜻 응한다.

“신부님의 말씀을 제 어찌 거역하겠습니까.”


국밥집을 나선 일행은 다음을 기약하며 두 갈레로 흩어진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님의 침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4 134화 악마의 최후 +3 19.07.12 166 1 16쪽
133 133화 고귀한 죽음 +1 19.07.11 90 1 12쪽
132 132화 무지개 +1 19.07.10 90 1 13쪽
131 131화 차관협정(借款協定) +2 19.07.05 98 1 14쪽
130 130화 반공포로석방 +1 19.07.01 112 2 13쪽
129 129화 한일회담 +1 19.06.29 110 2 15쪽
128 128화 폭탄테러 +1 19.06.26 120 2 13쪽
127 127화 카츄샤 +1 19.06.24 107 2 13쪽
126 126화 의사 왕룽 +1 19.06.23 106 3 17쪽
125 125화 빅터 한 재단 +2 19.06.19 116 3 13쪽
124 124화 인천상륙작전 +1 19.06.13 143 2 15쪽
123 123화 메모리 가든 +1 19.06.12 114 2 15쪽
122 122화 겹생 +3 19.06.10 112 2 16쪽
121 121화 하와이 +1 19.06.07 121 3 14쪽
120 120화 소령 맥나마라 +4 19.06.06 126 2 15쪽
119 119화 한초희 +1 19.06.05 130 2 14쪽
118 118화 맥아더 원수 +1 19.06.04 123 2 14쪽
117 117화 기만방송 +1 19.06.03 120 2 13쪽
116 116화 코리안 커넥션 +1 19.06.01 131 2 12쪽
115 115화 잠수함 +1 19.05.30 174 2 13쪽
114 114화 6.25 전쟁 +1 19.05.29 147 2 12쪽
113 113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특명 1호 ‘폭풍’ +1 19.05.21 128 2 11쪽
112 112화 금괴수송작전 +1 19.05.19 166 2 10쪽
111 111화 '암호명 A-1' +1 19.05.18 120 2 13쪽
110 110화 악연(惡緣) +1 19.05.17 120 2 14쪽
109 109화 마지막 미션 +1 19.05.16 120 2 12쪽
108 108화 애치슨 라인 +1 19.05.15 118 2 12쪽
107 107화 연적(戀敵) +1 19.05.15 137 2 12쪽
106 106화 독살(毒殺) +1 19.05.14 131 2 12쪽
105 105화 마돈나 다방 +2 19.05.13 137 2 15쪽
104 104화 한국은행 +1 19.05.11 138 2 14쪽
103 103화 비밀거래 +1 19.05.10 161 2 12쪽
102 102화 남미이주작전 +1 19.05.10 155 2 13쪽
101 101화 트루먼 독트린 +1 19.05.10 126 2 11쪽
100 100화 숙명의 라이벌 +1 19.05.10 132 3 18쪽
99 99화 Jane Doe +2 19.05.10 130 2 13쪽
98 98화 앙숙, 이승만과 김구 +1 19.05.10 130 2 12쪽
97 97화 반도호텔 +1 19.05.10 126 2 13쪽
96 96화 좌익과 우익 +1 19.05.09 126 2 13쪽
95 95화 조선인민공화국 +1 19.05.09 131 2 17쪽
94 94화 일본패망(日本敗亡) +1 19.05.09 137 2 12쪽
93 93화 원자폭탄 +1 19.05.09 127 2 13쪽
92 92화 김일성 +1 19.05.09 134 1 14쪽
91 91화 독수리 작전 +1 19.05.09 132 1 14쪽
90 90화 이승만 +1 19.05.09 120 1 14쪽
89 89화 비밀요원 나타샤 +1 19.05.09 114 2 15쪽
88 88화 OSS(미국전략사무국) +2 19.05.09 120 2 16쪽
87 87화 승전(勝戰) +1 19.05.09 114 2 14쪽
86 86화 진주만공습 +1 19.05.08 116 1 16쪽
85 85화 갈라예프 +2 19.05.08 115 2 16쪽
84 84화 채권(債券) +1 19.05.08 120 2 11쪽
83 83화 다카키 마사오 +1 19.05.08 133 2 12쪽
82 82화 광복군(光復軍) +1 19.05.08 114 2 13쪽
81 81화 육군정보학교 +2 19.05.08 115 2 11쪽
80 80화 홍콩행 +1 19.05.07 123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113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112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111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116 3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121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115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110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110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110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110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112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118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113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113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113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112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113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123 2 15쪽
61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114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113 2 13쪽
59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118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112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115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113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112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113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113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117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117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120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114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118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117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116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110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111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113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121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121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118 3 30쪽
39 39화 빅터 한 +1 19.04.25 122 3 49쪽
38 38화 박진만 +2 19.04.25 131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138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135 3 49쪽
35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137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133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131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134 3 47쪽
31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160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135 4 46쪽
29 29화 출산(出産) +3 19.04.20 145 4 43쪽
28 28화 밀항(密航) +2 19.04.20 134 4 45쪽
27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135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141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152 4 39쪽
24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140 5 44쪽
23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144 4 46쪽
22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147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146 5 49쪽
20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150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160 3 49쪽
18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165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161 4 49쪽
16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165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177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187 3 37쪽
13 13화 결혼(結婚) +3 19.04.12 267 6 42쪽
12 12화 돈버거 +9 19.04.12 245 7 44쪽
»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271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294 8 42쪽
9 9화 낙향(落鄕) +4 19.04.10 311 8 42쪽
8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324 9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378 12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381 12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430 13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525 11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645 12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942 13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1,821 19 1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최장르'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