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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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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최근연재일 :
2019.07.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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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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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4쪽

12화 돈버거

님의 침묵




DUMMY

44.


경덕과 미라는 새문안길을 지나 이화학당이 있는 황화방(皇華坊)으로 접어든다. 행인이 뜸한 가운데 간혹 인력거만이 달그락거리며 지나친다.


“부럽습니다.”

뜬금없는 말에 미라가 턱을 모로 튼다.

“뭐가요?”

“학당에서 신학문을 배우는 게 그렇단 말입니다.”

미라는 신이 나서 답한다.

“조선에는 세 가지 부류의 인간이 있다면서요? 양반과 쌍놈 그리고 남정네.”

경덕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무슨 말인지?”

“양반과 쌍놈 그리고 남정네! 유교 사회에서 여자는 인간 부류에도 못 낀다는 얘기죠.”

“그렇군요.”

“할아버지께서 늘 무릎에 저를 앉혀 놓곤 귀가 따갑도록 말씀하셨죠. 앞으론 신분에도 고하가 없고 남존여비도 없는 평등한 세상이 온다면서 여자도 신학문을 배워야 한다고 그러셨죠.”

몇 걸음 나선 미라가 뒤를 돌아보며 당돌하게 말을 잇는다.

“신식 여성을 양성하는 이화학당을 다닌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동안 조선의 여성들은 애나 낳고 살림이나 하는 부엌데기 신세였잖아요. 담장 안에서만 존재하는 불완전한 부류라고나 할까? 이제는 대한제국으로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여자들도 당당히 사회활동에 참여해야지요.”

“독립협회에서 여성 회원들의 공로가 크다고 들었습니다.”

“여성분과위원회를 발족해서 여성의 인권을 향상하고자 노력 중에 있어요.”

“곧 그렇게 될 세상이 오겠죠.”

“다리가 아파서 그런데, 잠시 앉았다 가죠.”

미라는 벤치에 뒤 넙죽 앉는다. 그러곤 손지갑에서 담배를 꺼낸다.

“한 대 하실래요?”

미라는 얇은 종이 위에 연초를 올려놓고 침을 발라 능숙하게 만다. 그 모습을 지켜본 경덕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혹시, 여자가 담배 피우는 거 처음 본 건 아니죠?”

“할머니가 골초긴 하셨죠. 하지만 거리에서 본 건 처음입니다.”

“전 실천주의자거든요. 남녀가 평등하다는 걸 몸소 익혀야 언행일치를 강조하는 독립협회의 정신과도 부합하죠.”

미라는 잔기침을 하며 연기를 길게 내뿜는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콜록콜록······, 담뱃잎이 덜 말라서 그런 거니, 신경 쓰지 마세요.”

골목 어귀에서 순검 두 명이 등을 비추며 다가온다.

“어이, 거기서 뭣들 하는 게야?”

미라는 담배꽁초를 잽싸게 땅바닥에 비벼 끈 뒤 입을 크게 벌려 숨을 내쉰다.

“성가시게 생겼네.”

미라가 갑자기 뛰기 시작하자 경덕도 얼떨결에 같이 뛴다. 순검이 호루라기를 불며 두 사람의 뒤를 쫓는다.


순검을 따돌린 두 사람은 기숙사 근처의 골목 안으로 숨는다.

“휴우! 다행이네. 괜히 순검한테 걸리면 호랑이 사감이 가만있지 않거든요.”

경덕은 한숨을 쉬는 미라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늘 이렇게 순검과 숨바꼭질하며 뛰는 건 아니죠?”

“가끔씩 냅다 달리곤 해요. 1896년에 아테네에서 올림픽이란 국제대회가 처음 열렸는데, 경기 가운데 마라톤이란 종목이 있어요. 42,195킬로미터를 냅다 달리는 경기인데······”

미라는 경덕의 알쏭달쏭한 표정을 보곤 흥미가 동한 듯 말을 잇는다.

“참, 킬로미터가 생소하시구나. 말하자면 백 리가량을 냅다 달음박질하는 종목인데, 언젠가는 꼭 참여하고 싶어서요.”

“백 리요? 그러면 심장이 터질 텐데, 그걸 왜 하죠?”

경덕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미라는 씁쓸한 듯 고개를 까닥거린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두 사람은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한 채 두리번거린다. 때마침 담장 너머에서 소리가 들린다.

“야, 미라야!”

그녀가 기겁하며 담장을 올려다본다.

“이 미친 것아, 빨리 넘어와! 지금 사감이 방마다 돌고 있어!”

미라는 서슴없이 치맛단을 걷어 올린다. 그러곤 종아리를 드러낸 채 경덕에게 눈을 흘긴다.

“뭐해요?”

“예?”

“사감이 온다잖아요?”

“그런데요?”

“빨리 엎드려요. 이번에 걸리면 정학 당한단 말이에요.”

경덕은 담장 앞에서 머뭇거린다.

“어서요.”

경덕은 얼떨결에 무릎을 꿇는다. 미라가 그의 등을 밟고 올라 담장을 기어오른다.

경덕이 손을 털며 일어나다가 바닥에 떨어진 손수건을 발견하곤 줍는다. 담장 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민 미라가 인사말을 남긴다.

“오늘 고마웠어요. 다음 토론회 때 오실 거죠?”

“아, 네! 그리고 이거······”

그가 손수건을 내밀려고 하는 찰나 미라는 감쪽같이 담장 너머로 모습을 감춘다.

“그럼, 그 때 봅시다.”

경덕은 물끄러미 담장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카랑카랑한 사감의 목소리가 담장 밖까지 들린다.

“밤마다 이슬을 맞고 다니는 고양이가 있다는데, 바로 너지?”


경덕은 손수건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으며 골목을 빠져나간다.




45.


덕수궁의 동쪽에는 일명 내각(內閣)이라 불리는 궐내각사(闕內各司)가 자리한다. 황제의 경호 및 각종 행사와 업무를 보조하기 위한 관청은 주로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궁궐 내에 두곤 한다. 특히 황제의 경호를 맡은 친위대와 황실업무를 총괄하는 궁내부는 내각(內閣)의 중추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아침부터 궁내부 앞마당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관원들이 궁내부 앞뜰을 쓸며 수군거린다. 관원들이 기침소리를 듣곤 솟을삼문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궁내부대신이 문지방을 넘어서자 관원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넙죽 절을 한다. 궁내부대신은 관원들을 일별한 뒤 잰걸음으로 댓돌에 올라 수옥헌(漱玉軒)으로 들어간다.

수옥헌에 모인 관료들은 삼삼오오 머리를 맞댄 채 소곤거린다. 궁내부대신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관료들이 벌떡 일어나 그가 앉을 때까지 선 채로 기다린다.


“곧 함녕전에서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다.”

궁내부대신이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눈동자를 되록거린다. 관료들은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주억거린다. 말석에 앉은 경덕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살핀다.

“독립협회가 의회를 설립하기 위해 ‘중추원신관제’를 공포할 것이란 익명서가 도성 곳곳에 나붙었다고 한다.”

궁내부협판이 혀를 찬다.

“쯧쯧쯧! 독립협회가 민선의원을 뽑는 선거날짜를 곧 정한다더군요. 수구파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큰일입니다. 대신께선 익명서 내용을 알고 계십니까?”

대신의 눈 밑 와잠이 바르르 떨린다.

“이르다 뿐인가. 박정양을 대통령으로, 윤치호를 부통령으로 하는 공화제를 설립한다고 하네. 이는 곧 황제를 폐위하겠다는 게 아닌가? 어전회의에 참석한 황제께서도 크게 노하셨네.”

대신이 숨을 길게 내쉬자 구리텁텁한 내가 훅 끼친다. 경덕이 넌지시 대신을 바라본다.

“주임관 한경덕 말씀 올립니다.”

대신은 말석에 앉아 있는 경덕 쪽으로 삐딱하게 고개를 돌린다.

“말해 보게.”

“익명서는 노골적으로 독립협회를 음해하려는 내용 일색인데, 이를 뿌린 자들을 검거하여 불순한 의도를 먼저 밝히는 것이 우선이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경무청에서 수사에 돌입했다고 들었다. 곧 그 진위가 밝혀지겠지만, 이번 일로 황제의 의중이 개화파에서 수구파로 돌아선 듯하다.”

경덕이 재차 의문을 재기한다.

“대감님, 지금도 ‘자유민권운동’과 ‘의회설립’을 요구하는 상소가 빗발친다고 들었습니다. 국민들의 뜻이 이와 같이 비등한데, 황제께서 수구파를 옹호하시면 봄에 들불처럼 번졌던 만민공동회가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소문에 의하면 익명서는 수구파세력들이 독립협회를 모략하기 위해 뿌렸다고 합니다. 부디 대감께서 민의를 공정히 반영하는 계를 올리시어 수구파의 전횡을 막는 것이 어떠하옵니까?”

대신이 고리눈을 부릅뜨고 경덕을 노려본다. 관료들은 경덕의 결기에 놀라 혀를 내두른다.

“주임관, 올해 춘추가 어찌 되시는가?”

대신이 경덕을 대놓고 비아냥거린다.

“올해 스물셋이옵니다.”

“약관에 장원급제했다고 하여 주임관의 총기를 높이 산 게 사실이야. 그런데 정치란 듣고 본 것을 이실직고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야. 감히 누구한테 계를 올리라고 충고를 하는 게야? 정녕 하고 싶으면 관직을 내려놓고 직접 상소를 올려! 혈기 방장하여 오냐오냐 했더니, 이제는 상투를 잡고 흔들려고 하다니, 세상 말세군.”

협판이 대신을 달랜다.

“대신대감, 고종하십시오. 주임관이 아직 어려 뭘 몰라서 하는 것이니 너그럽게 봐주십시오.”

“아무리 책만 읽어 문리만 트면 뭐에 쓰겠나? 세상 돌아가는 물정은 하루아침에 터득되는 게 아니야!”

경덕이 대꾸를 하려고 하자 협판이 얼른 그의 소매를 획 잡아챈다.

“대신대감, 이만 조회를 마치시는 게 좋겠습니다.”

“앞으로 독립협회의 위상이 전과 같지 않다는 게 대소신료들의 중론이네. 궁내부는 황실의 안위를 우선하는 부서이니만큼 시류에 휘둘리지 않도록 협판 이하 모든 관원은 언행에 조심하도록 하게. 특히 주임관은 궁내부에 누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입조심을 하라!”

대신이 엄중히 경고하자 경덕을 제외한 관료들이 고개를 조아린다.

“명심하겠습니다.”




46.


민의원 선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초조해진 황제는 독립협회에 대하여 금압령(禁壓令)을 내린다. 칙령을 받든 경무청과 친위대는 선거 당일 새벽에 독립협회를 급습하여 간부들을 전격 체포한다. 개화파는 졸지에 습격을 당하고 정국의 주도권을 상실한다. 황제의 비호 하에 정권을 잡은 수구파 정권은 독립협회가 주장한 ‘입헌대의군주제’를 철폐하고 ‘전제군주제’를 강화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에 격분한 시민들은 1898년 11월 5일부터 만민공동회를 전개하며 철야시위에 돌입한다. 수구파를 등에 업은 황국협회 소속의 보부상들은 만민공동회가 열리는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독립협회와 고의적으로 충돌을 일으킨다.


1898년 12월 25일 시민대표들은 황국협회의 감시를 피해 원구단과 독립관 등으로 집회 장소를 옮기며 산발적으로 만민공동회를 개최한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이 2만여 명을 육박하자 정부는 발칵 뒤집힌다.

같은 해 3월 10일 1만여 명이 모인 시민궐기대회가 종로에서 개최되었을 당시 수구파는 자신들이 추구하던 러시아의 절영도조차 요구와 한·러은행 설립, 일본의 석탄고기지 등을 철회해야만 했다. 아픈 기억이 떠오른 탓일까. 개화파를 몰아내고 재집권한 수구파는 성탄절 아침부터 시시각각 변하는 경무청의 보고를 받고 전전긍긍한다.

눈이 소복이 쌓인 중화전 주위로 친위대 군인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선다. 중추원 대신들이 속속 중화전으로 들어간 뒤 하야시 공사가 군인들의 경호를 받으며 등장한다. 하야시 곤노스케 일본 공사 일행은 박석 위에 어지럽게 발자국을 남긴 뒤 중화전으로 사라진다.


황제는 침통한 표정으로 어좌에 앉아 있다. 궁궐 밖에서 함성 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의 미간이 움찔한다.


“시위대가 궐 밖까지 당도한 것 같구려. 내가 친히 대안문으로 나가 시민대표를 만나야 할 것 같소!”

내무대신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선다.

“아니 되옵니다, 폐하. 이만 명을 헤아리는 시위대는 굶주린 승냥이와 같아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옵니다.”

황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가로 다가간다. 함성소리가 더욱 격하게 들린다.

“한성 인구가 이십만 명인데, 그 십분의 일인 이만 명이 엄동설한에 나왔다는 것은 짐에게 과오가 있다는 게 아니오. 내가 친히 그들의 요구사항을 들어봐야겠소.”

이번에는 법무대신이 황제를 만류한다.

“폐하! 모든 것은 때가 있다 하옵니다. 지금은 그때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폭설이 내릴 때, 잠시 피하셨다가 눈발이 잠잠해지면, 다시 일을 도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맹자가 말하지 않았소. 배를 띄우는 것도 물이고 배를 가라앉히는 것도 물이라고. 자고로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이치를 따르지 않소. 민심도 이와 같아서 물의 순리대로 위에서 아래로 흘러야 하는 법이오. 짐이 친히 시민의 대표를 만나보겠소. 내무대신은 시민대표와 접촉하여 짐의 뜻을 전하시오.”

대신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는 동안 하야시 일본 공사가 고개를 조아린다.

“일본국 공사, 감히 폐하께 충언을 올립니다.”

황제가 시큰둥한 목소리로 답한다.

“들어나 봅시다.”

“독립협회의 지휘부가 체포된 상태라서 지금 시위대는 구심점이 취약합니다. 말하자면 시위대는 공룡처럼 덩치만 컸지 뇌가 없어 커다란 몸체를 통제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단 하루만 저에게 시간을 허락해주신다면 친위대와 경무청을 동원하여 저들의 수뇌부를 마저 체포하여 함성을 잠재우겠습니다.”

황제는 10초가량 하야시 일본 공사를 쏘아본다. 턱을 끌어당긴 하야시도 황제와의 눈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단 하루라고 했소! 만약 내일까지 함성이 수그러들지 않으면, 짐이 친히 대안문을 열고 시민대표와 회동하겠소.”


황제가 어좌를 박차고 편전을 나선다. 대신들은 한동안 딱딱한 바닥에 머리를 맞댄 채 눈치를 살핀다. 허리를 편 하야시 공사만이 당당하게 편전을 빠져나간다.





47.


말 네 마리가 입김을 내뿜으려 눈으로 뒤덮인 남산의 오르막길을 오른다. 일본인이 집단 거주하는 예장골에 도착하자 마부가 고삐를 당긴다. 말들이 적산가옥 앞에서 발을 구르며 멈춘다. 마차에서 내린 하야시 공사가 적산가옥 안으로 총총히 사라진다.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무사시와 카지가 하야시를 맞이한다.


“공사님 어떻게 됐습니까? 황제의 승낙이 떨어졌습니까?”

무사시가 다급하게 묻자 하야시가 카이저수염을 매만지며 배시시 웃는다.

“황제한테 단 하루만 승낙을 받았네. 이번에야말로 하늘이 내린 절호의 기회이니만큼 절대 실수해서는 안 되네.”

“독립협회 해산 작전은 이미 짜놓았습니다. 우선 친위대로 하여금 독립협회 본부와 지부를 원천 봉쇄하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리고 이단계로 경무청을 동원하여 중간 간부를 모조리 색출할 예정입니다. 카지 중위가 심어놓은 첩자들이 체포조에 포함되어 지금쯤 간부들의 동선을 뒤쫓고 있습니다. 마침 오늘이 성탄절인데, 그들에게는 가장 혹독한 날이 되겠죠. 공사님께서는 여느 성탄절처럼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리시면 됩니다.”

넙데데한 턱살이 움직일 때마다 무사시의 입가에 웃음이 번들거린다.

“이번 참에 자주독립세력을 완전히 뿌리 뽑고, 조정에 친러파를 대신해서 친일파를 심어놓아야 하네. 그래야 조선 침략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가 있어.”

“차질 없이 해산 공작을 완수하겠습니다. 공사님께서는 외빈들을 초청하여 성탄절파티를 하고 계십시오. 늦지 않게 낭보를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야심을 드러낸 하야시와 무사시는 서로 굳은 약수를 나누며 결의를 다진다. 카지가 보드카를 들고 다가온다.

“오늘 축배는 특별히 보드카로 준비했습니다.”

하야시가 흔연히 웃는다.

“오늘 같은 날 축출당할 친러파를 위해 위로주를 마셔야겠지? 역시 자네는 특별한 구석이 있는 친구야!”

하야시가 카지를 추켜세운다.

“조선에 욱일기가 펄럭일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야시가 술잔을 높이 들고 외친다.

“대일본제국 만세!”

술잔을 단숨에 비운 무사시와 카지가 따라 외친다.

“대일본제국 만세! 만세! 만세!”





48.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거센 눈보라도 숨을 고른다. 명동성당은 환하게 불을 밝히며 신도들을 맞이한다. 본당 안은 은은한 성가가 흐르는 가운데 동방박사로 분장한 신도들이 구유 주변에 모여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합창을 한다.

연극이 최고조로 치달을 즈음 지하실에 숨은 독립협회의 간부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서성거린다. 곧이어 신부복을 입은 사무엘이 눈을 뒤집어쓴 채 들어선다.


“신부님, 동지들의 소식은 좀 들었습니까?”

상원이 퀭한 눈으로 사무엘의 손을 잡고 묻는다.

“시내 곳곳에서 검거 열풍이 대대적으로 불고 있네. 전과 달리 황국협회 소속의 보부상들이 뒷짐 쥔 채 구경만 하더군. 이번 검거는 아무래도 일본군이 주도하는 게 틀림없어. 벌써 협회 본사와 독립문, 원구단 쪽은 친위대가 봉쇄했다네. 경무청 소속의 체포조가 간부 검거령에 동원됐다고 하니, 모두 조심해야 할 걸세.”

사무엘이 절망에 빠진 뭇시선을 일별한다.

“앞으로 만민공동회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미라가 마른침을 삼키며 사무엘을 주시한다.

“당분간 잠자코 있는 게 상책이야. 섣불리 만민공동회를 개최했다간 독립협회를 탄압하려는 정부에게 빌미를 주는 꼴이 될 수 있어. 그렇게 되면 호시탐탐 조선 침략을 꾀하는 일본한테 밥상을 차려주는 셈이지. 황제와 하야시 공사가 면담한 직후 친위대와 경무청이 독립협회 탄압에 동원된 것으로 짐작컨대 일본의 입김이 작용한 게 틀림없어. 내 생각으로는 모두 몸을 사리고 있다가 춘투를 하는 게 좋을 듯해.”

사무엘의 말을 듣는 내내 지하실의 공기가 급속히 냉각된다.

“투쟁방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심이 선 듯 상원이 무거운 입을 뗀다.

“체포조가 노리는 대상은 서기 이상의 간부급일 겁니다. 아직 하부조직에 대한 신상을 파악하지 못했을 거로 파악됩니다. 따라서 앞으로 연락망은 하부조직을 활용할까 합니다.”

상원은 독립협회의 조직을 관리하는 서기의 입장에서 결단을 내린다.

“청년단은 경덕 군이 맡아주고, 여성단은 미라 양이 관리해주게.”

경덕과 미라는 상원을 보곤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저는······”

상원이 말을 이으려는 순간 지하실로 연결된 계단이 요란하게 삐걱거린다. 사무엘은 재빨리 문으로 다가간다. 그러곤 쪽문을 열고 밖을 살핀다. 그는 계단을 내려서는 군홧발을 발견하곤 소스라치게 놀란다.

“놈들이야. 어서들 피해!”

사무엘과 상원은 장롱을 옮기곤 지하통로로 사람들을 피신시킨다. 소총 개머리판으로 문짝을 부수는 소리가 지하통로의 회랑을 타고 공명된다. 간부들을 먼저 비밀통로로 내보낸 뒤 사무엘은 경덕과 미라의 손을 꼭 붙잡는다.

“조금 전 서기가 말했듯이 앞으로 협회의 일은 자네들 손에 달렸네. 부디 몸조심하고 춘투를 준비하게.”

경덕이 사무엘의 소매를 잡아끈다.

“같이 가셔야 합니다.”

사무엘이 경덕의 손을 뿌리친다.

“시간이 촉박해. 어서 미라를 데리고 몸을 피하게.”


경첩이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사무엘과 상원이 억지로 경덕과 미라를 비밀통로로 떠민다. 그러곤 장롱을 옮겨 통로를 막는다.

문짝이 바닥에 나뒹군 뒤 카지가 헌병들을 동원한 채 들이닥친다.

“신부님을 여기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성탄절에 신부가 성당에 있는 게 뭔 대수냐?”

“신부님 말씀이 응당 옳습죠. 그러나 본당이 아닌 지하실에 계신 게 문제죠. 그리고······”

카지는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저벅저벅 상원에게 다가간다.

“독립협회 조직 서기가 성당 지하실에서 신부를 만난다?”

상원이 고개를 꼿꼿이 쳐들고 호통을 친다.

“난 모태부터 천주교신자다. 성탄절을 맞이하여 신부님을 뵙는데, 그게 본당이건 지하건 무슨 상관이란 말이더냐?”

카지가 담배를 삐딱하게 빼물곤 서성거린다.

“당신들의 문제가 뭔지 알아?”

카지는 사무엘과 상원을 번갈아 쏘아본다.

“당신들은 한마디로 주제도 파악 못하는 선동꾼에 불과해.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이십세기가 코앞인데, 조선이 살아남을 것 같나? 천만의 말씀! 줄을 서려면 잘 서야지. 지는 노을에 숨어서 태양을 그리워하는 꼴이라니······, 쯧쯧쯧!”

카지는 혀를 빼문 채 비웃는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사무엘이 일갈한다.

“집회, 결사의 자유를 탄압하는 일본제국이 영원할 줄 아나? 과연 이십세기에도 민주주의를 짓밟는 일본이 살아남을까? 내 두 눈 부릅뜨고 똑똑히 지켜보겠다!”

주먹을 부들부들 떤 카지가 분통을 터트린다.

“아직도 똥오줌을 못 가리다니 안타깝군. 당신들의 목에 걸린 죄목이 뭔 줄 알아? 반역죄야! 어디 한번 감옥에 갇혀서도 그 잘난 세 치 혀를 놀리는지 두고 보지. 뭣들하나? 당장 경무청으로 압송해!”

헌병들이 달려들어 두 사람을 좁은 계단으로 끌고 간다. 사무엘은 프랑스 국가인 ‘라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를 부르기 시작한다.

“일어서라 조국의 젊은이들, 영광의 날은 왔다. ······자아, 진군이다. 놈들의 더러운 피를 밭에다 뿌리자······”

사무엘의 울부짖음은 지하통로의 벽을 타고 얼마간 공명된다.


명동성당으로 이어진 언덕길은 신자들과 구경꾼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포박된 사무엘과 상원이 헌병에 이끌려 마차에 오르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진다. 경덕과 미라는 구경꾼 틈에서 두 사람의 연행 장면을 목격한다.

경덕은 흐느끼는 미라를 낚아채곤 인파속으로 파고든다. 그러곤 맞은편 골목으로 방향을 튼다. 두 사람을 알아본 체포조 세 명은 인파를 밀치며 뒤를 쫓는다. 골목으로 사라진 발자국이 나붓나붓 내리는 눈에 시나브로 지워진다. 골목으로 뛰어든 체포조들은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고 허둥지둥한다.





49.


한성(漢城)은 성탄절에 전격 시행된 독립협회의 간부체포사건으로 발칵 뒤집힌다. 대안문(大安門) 앞과 원구단에서 시위를 하던 군중은 친위대와 경무청, 황국협회 등의 정부세력에 포위를 당하며 정동으로 내몰린다. 각국의 공사관이 밀집한 정동은 성탄절 연휴로 한껏 들뿐 분위기다.

군중은 호루라기 소리와 말발굽 소리가 뒤섞일 때마다 포식자에 쫓기는 물고기 떼처럼 흩어졌다 뭉치기를 반복하며 거리를 헤맨다. 결국 갈 곳을 잃은 이탈자들은 경비병의 제지를 뚫고 각국의 공사관으로 피신한다. 외국인들은 파티를 하던 중 뜻밖의 상황을 직면하곤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외국인들은 곤봉에 맞고 말발굽에 밟히는 아수라장을 바라보곤 입을 다물지 못한다. 진압부대는 말 위에서 위협사격을 가하며 득달같이 시위대를 몰아붙인다. 거리에 나뒹구는 희생자들이 속출할수록 눈 덮인 거리는 붉은 피로 물든다. 연미복과 드레스를 입은 외국인들은 저마다 팔을 걷어붙이고 부상자들을 공사관 안으로 대피시킨다.


시위를 주동한 경덕과 미라는 군중에 한데 뒤섞여 추격을 당한다. 두 사람은 외교관들과 부상자들이 뒤죽박죽된 틈을 탄 이화학당으로 달음박질친다. 이화학당과 배재학당의 학생들은 나란히 어깨동무를 한 채 시위대를 보호하며 진압부대와 팽팽히 맞선다.


말에 탄 부위가 육혈포를 뽑아 들고 시위대를 향해 일갈한다.

“당장 해산하지 않으면 학당을 폐쇄하겠다.”

학생 대표가 성큼 앞으로 나선다. 그러곤 장교를 향해 대거리한다.

“일개 친위대 부위가 감히 황제의 은사금으로 설립한 학당을 폐쇄한다고 협박을 한단 말이더냐! 당장 대안문 앞에 가서 황제 폐하께 직소를 할 테니, 폐쇄할 테면 하라!”

당황한 부위는 고삐를 당겨 터벅터벅 한 바퀴를 돈다. 그러곤 입을 앙다문 뒤 가소로운 듯 웃는다.

“책만 파는 버러지들 같으니! 세상 물정도 모르는 것들이 함부로 지껄여? 마지막 경고다! 자신 해산하고 시위대를 넘기지 않으면 전원 체포하겠다.”

학생 대표는 주저하지 않는다.

“저들은 우리의 형제며 누나다. 외세에 부합하는 매국노들을 몰아내고 자주독립을 하자는데, 뭐가 잘못이더냐. 저들을 체포하려면 우리를 짓밟고 가라!”

대표가 부르짖자 남녀 학생들은 서로 팔짱을 낀 채 견고한 인간 사슬을 형성한다.


‘탕’, 단발의 총소리가 눈 내리는 겨울밤을 단숨에 휘젓는다.

“머저리 같은 것들! 당장 체포해!”

총칼을 앞세운 군경들이 밀어닥치자 결사적으로 대항하던 대열이 순식간에 무너진다. 총칼에 찔리고 군화에 짓밟힌 사상자가 눈밭 위에 널브러진다.

유탄을 맞은 미라의 왼쪽 가슴이 벌겋게 피로 물든다. 경덕은 그녀를 부축하여 골목으로 피신한다. 피를 본 군경은 과격하게 시위대를 진압한다. 간헐적으로 총소리가 들릴 때마다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학당 앞에 도착한 경덕은 사감의 도움을 받아 미라를 기숙사로 옮긴다. 사감이 저고리를 벗기자 왼쪽 가슴에 피가 흥건하다.


“상처가 깊네요. 의사를 모셔 와야겠어요.”

사감이 황급히 기숙사를 나선다. 경덕은 미라의 손을 꼭 그러쥔다. 피가 몽글몽글 솟을 때마다 그녀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경덕은 안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이마에 맺힌 구슬땀을 닦아준다.

“눈에 익네요.”

미라가 고개를 들어 손수건을 바라보곤 힘없이 웃는다. 경덕은 계면쩍은 듯 딴청을 피운다.

“땅에 떨어진 물건은 주운 사람이 임자 아닙니까?”

그는 손이 닿을 어름에 있는 협탁 위에서 ‘열하일기(熱河日記)’를 발견한다. 미라는 고통이 재발한 듯 경덕의 손을 움켜쥔다. 그는 열하일기에서 시선을 거두고 안절부절못한다.

사감은 피범벅이 된 서양인 목사와 함께 들어온다. 광혜원의 의사를 겸하던 목사는 마침 미국 공사관에서 성탄절 파티에 참여하던 중이었다. 총격전이 발생하자 그는 와이셔츠 차림으로 피가 흥건한 눈길을 헤치며 부상자를 돌보고 있었다.


“다행히도 파편이 깊숙이 박히지 않았군요. 파편을 제거한 뒤 출혈만 막으면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야에다 물을 받아온 경덕은 수술 장면을 어깨너머로 바라본다. 몇 차례 신음하던 미라는 마침내 혼절하고 만다. 파편을 제거한 의사는 이마의 땀을 닦은 뒤 다시 거리로 나선다.

“기숙사 규정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이만 돌아가 주셔야겠습니다. 미라 학생은 저희가 간호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가 잠시 머뭇거리자 사감이 안경 너머로 궁금증을 드러낸다.

“그런데······, 미라 학생과는 어떤 사이?”

난감한 그는 대충 얼버무린다.

“오······, 오······”

“오······, 오빠요?”

사감이 말을 맞추자 그가 냉큼 되받는다.

“그렇죠. 오빠죠. 맞습니다. 오······빠!”

‘오빠’란 표현이 맘에 든 까닭일까. 그는 흡족한 표정을 짓곤 협탁 위에 놓인 열하일기를 슬쩍 집어 뒤로 숨긴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미라 오빠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밖에 아직 순검들이 깔렸으니,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네.”


경덕이 떠나고 난 뒤 미라가 중얼거리며 잠꼬대를 한다. 사감이 그녀를 조심스럽게 흔들어본다. 미라는 날숨을 고르곤 이내 까무룩 혼절한다. 사감은 슬그머니 그녀의 손아귀에 꼭 쥐어진 손수건을 잡아당긴다. 재차 손수건을 잡아당기려는데, 그녀의 손이 움찔한다. 미라는 살갗이 돋은 까칠까칠한 입술로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오······, 빠······”


사감은 넌지시 미라를 굽어보며 손아귀에 손수건을 꼭 쥐어준다.








제5장 돈버거





50.


성탄절에 감행된 대대적인 검거 작전으로 독립협회의 간부급 지도자 430여 명이 투옥된다. 독립협회는 집행부가 와해되면서 강제 해산의 수순을 밟는다. 고종 황제는 ‘관인(官人)만이 정치를 논할 수 있으며, 인민들의 정치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금한다’라는 칙령을 내려 만민공동회의 개최를 원천봉쇄한다.

이듬해인 1899년 8월 17일 정부는 ‘대한국국제(大韓國國制)’를 공포한다. 이를 계기로 독립협회와 같은 시민단체가 다시는 체제 개혁운동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장치를 마련한다. 즉, 대한제국의 정치 제제는 ‘황제가 무한한 군권을 가지는 전제군주제(專制君主制)이고, 전제 군권을 침해하거나 감손하는 행위는 반역행위’임을 선언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백성들의 갈망을 송두리째 꺾어버린다.

대한국국제를 발표한 직후 대한제국은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황제는 결국 일본과 결탁한 친일파의 장막에 갇혀 온순한 꼭두각시로 길들여진다.


한성 주재 각국의 공사들은 내무대신을 항의 방문한다. 그 자리에서 공사들은 하야시 일본 공사가 주도한 독립협회의 탄압을 규탄하며 사무엘과 독립협회의 간부를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한다. 내무대신은 경무사를 불러 사무엘을 석방하라고 지시를 내린다. 그러나 하야시 일본 공사는 내무대신의 지시를 묵살한다.

외신들은 독립협회의 탄압을 일본의 공작에 의한 내정간섭이라며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다. 마침내 국제적인 압박에 시달리던 일본은 사무엘에게 시민협회와 일체 접촉하지 않을 것과 위반 시에는 한국을 떠난다는 단서 조항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며 한발 물러선다.


프랑스 공사는 특별면회를 허락받고 옥중에서 사무엘을 면담한다. 사무엘은 공사로부터 단서 조항을 듣곤 격노한다.

“일본 공사한테 똑똑히 전하십시오. 나는 프랑스 국적의 자유인이자 세계시민으로서 한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했으며, 출국 여부도 일본의 결정이 아닌, 내 자유의지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말입니다.”

공사는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신부님! 일단 단서 조항에 서명을 하고, 석방된 다음에 외교적으로 일본에 책임을 묻는 방법을 생각해봅시다.”

신부는 단호히 맞선다.

“내 뜻은 변함이 없습니다. 우선 일본이 한국에 대한 내정간섭을 철회하고, 만민공동회가 요구한 결사, 집회의 자유를 수용하라고 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어떠한 협상도 응하지 않을 겁니다. 난 이미 민주주의의 뜻이 관철될 그 날까지 동지들과 함께 옥중 투쟁을 계속할 각오가 서 있습니다.”


프랑스 공사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한숨을 내쉰다. 이윽고 면회시간이 끝나자 간수들이 사무엘을 끌고 나간다. 사무엘은 ‘라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를 소리 높여 부르기 시작한다. 노랫소리가 회랑을 타고 감옥 깊숙한 곳까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사무엘은 밤마다 ‘라마르세예즈’를 부르며 옥중 농성을 이어간다. 전염이라도 된 듯 수감자들은 밥그릇으로 벽을 두드리며 ‘라마르세예즈’를 따라 부른다.

나라 안팎이 독립협회의 강제해산사건으로 들끓는다. 고심을 거듭하던 고종 황제는 결단을 내린다. 황제는 흉흉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독립협회의 지도부를 제외한 시위대를 전원 석방한다.


경덕과 미라는 석방 소식을 듣고 아침 일찍 서린방(瑞麟坊, 현재 종로구 서린동)의 경무청 앞에서 만난다.

“다행히 혈관을 피해서 큰 탈은 없다고 하던데, 괜찮으신지?”

경덕이 다정한 눈길을 던지며 묻는다. 미라가 샐쭉하며 대꾸한다.

“혈관을 피한 건 어떻게 알았대요? 오빠도 참!”

“하하핫! 참, 난 오빠였지?”

그가 웃자 그녀가 입술을 삐죽이 내민다.

“학당에 몇 번 찾아갔는데, 독립협회해산 이후 경무청의 감시가 하도 삼엄해서 접근할 수가 없었습······, 아니, 없었어.”

그가 슬쩍 눈치를 보며 말을 맺는다. 그녀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주뼛거린 뒤 고개를 끄덕인다.

“우연히 사감을 길에서 만났어. 그래서 동생의 안부를 듣게 됐지.”

그는 여전히 어색한 듯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그녀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오빠, 이거나 받으세요.”

미라가 경덕에게 희미하게 얼룩이 남은 손수건을 건넨다.

“아니, 이걸 내가 왜?”

“행커치프는 신사의 상징이잖아요.”

“행커치프?”

“참, 이제 영어는 만국공통어라고요.”

“아하? 손수건이지?”

“오빠가 간호해준 뒤로 이 얼룩만 보면 왠지 손수건 임자가 오빠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맙단 말 꼭 전해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돼서 정말 다행이에요.”

“‘기이브 앤드 테크’라고 하나?”

“‘기브 앤 테이크’겠죠.”

서툰 발음이 무안했을까. 그는 곧바로 그녀의 유창한 발음을 따라한다.

“알아, 안다고. ‘기브 앤 테이크’.”

그는 머쓱한 웃음을 짓곤 안주머니에서 ‘열하일기’를 꺼낸다.

“어머나! 도둑놈 같으니! 얼마나 찾았는데, 이게 왜 오빠 품에서 나와요?”

미라는 얼른 책을 낚아챈다. 그러곤 짐짓 화를 내는 척한다.

“자고로 책을 훔치는 것은 도둑 축에도 못 낀다고 하는데, 뭘 고까짓 것 같고 그래?”

“도둑놈······, 아니 이 도둑 오빠야! 이게 나한테 어떤 의미인지 알기나 해? 이건 우리 조상님이 남긴 유서란 말이야!”

“뭐? 그럼 미라가 연암 박지원의 후손이란 말이야?”

“그럼!”

그녀는 책을 가슴에 품은 채로 어리광을 부린다.

“그렇다면 박규수 대감이 할아버지겠네?”

“당연하지. 박지원의 손자 박규수를 모르는 사람도 있어?”

“정말 박규수 대감의 후손이 맞아?”

“사실 할아버님은 자식 복이 없으셨어. 슬하에 1남을 두셨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았어. 그래서 양자를 얻으셨는데도 일찍 요절하셨다고 하더라고. 할아버님께서 삼정문란이 극에 달해 진주민란이 일어났을 당시 그곳에 안핵사로 파견되셨어. 그때 내 아버지는 민란에 참여한 노비였는데, 일찍이 조실부모한 딱한 사정을 헤아리시곤 한성으로 데려와 아들로 삼으셨어. 물론 노비라 호적엔 올리지 않으셨지만, 무척 아끼셨다더라고. 그 이후로 아버지는 정사로 발탁된 할아버님을 따라 청나라 사행길을 수행하시기도 했지. 훗날 내가 태어나자 할아버지는 나를 손녀딸처럼 끔찍이 아끼시며 신학문을 접하도록 길을 열어주셨지.”


가족사에 대한 일련의 일들을 전해들은 경덕은 얼마간 넋을 잃고 멀거니 허공을 주시한다. 그의 얼굴에 눈물이 흐른다.

“오빠도 참! 딱하시네. 격동기에 이만한 가족사쯤이 뭐가 대수라고.”

경덕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점잖게 말을 잇는다.

“우리 할아버지께서도 늘 박규수 대감님을 언급하셨지. 참다운 충신이자 선각자인 분이 시대를 잘못 만나서 그 고매한 뜻을 펼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안타까워하셨어.”

“혹시 할아버님이 한성학 대감님?”

경덕은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설마······”

미라의 눈가에 물기가 어룽거린다.

“할아버지께서도 늘 한 대감님을 그리워하셨어. 나라를 바로 세울 인재가 도성을 떠나셨다며 한숨을 쉬곤 하셨지. 우리 아버지한테도 항상 춘천에 가서 한 대감님을 꼭 찾아뵈라며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하셨는데······”

경덕은 미라를 와락 끌어 앉곤 울먹인다.

“너와 나의 인연이 각별하다고 느끼긴 했다마는 이렇게 인연이 조부님까지 닿을 줄이야!”

미라는 경덕의 품에 안겨 흐느낀다.

“오······, 빠! 어쩐지 처음 봤을 때부터 뭔가에 이끌린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럴 수가······”


두 사람이 부둥켜 울고 있을 즈음 서성거리던 사람들이 경무청 옆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경덕은 미라의 뺨을 닦아준 뒤 인파 틈에 뒤섞여 고개를 꼿꼿이 들고 두리번거린다.

순검들이 감옥소의 철문을 열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진다. 이윽고 석방자들이 감옥소문을 벗어나 저마다 가족의 품에 안긴다. 경덕은 인파를 헤치며 감옥소 쪽으로 다가간다. 석방자들과 가족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감옥소 앞은 휑하다.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경덕이 고개를 떨굴 즈음 미라가 그의 팔을 잡아끈다.

“오빠, 저기 선생님 맞지?”

경덕이 고개를 내밀고 육중한 철문 안을 기웃거린다. 저만치 한 남자가 구부정한 자세로 다리를 절며 다가온다. 경덕은 상원임을 알아채곤 뛰어간다.

“선생님!”

상원은 깨진 안경 너머로 두 사람을 확인하곤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포옹한다.

“선생님, 고생 많으셨죠.”

경덕과 미라는 그의 양쪽 팔을 부축하곤 종로통으로 방향을 튼다.





51.


세 사람은 원구단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줄곧 만민공동회가 개최되던 원구단은 독립협회의 해산 이후 인적이 뜸하다. 파손된 집기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고 잡동사니들이 나뒹굴며 살풍경하기 짝이 없다.

세 사람은 낡은 의자에 나란히 앉는다. 거센 바람이 무자비한 진압에 맞서 저항하던 민심처럼 웅웅거리며 바닥을 휩쓸고 지나간다.


“신부님은 어떠세요?”

“독방에 갇힌 이후로 계속 단식투쟁을 하고 계시네. 정말 걱정이야. 철창 너머로 뵐 때 무척 여위셨거든.”

“프랑스 공사가 면회를 갔다고 들었습니다만······”

“신부님 뜻이 워낙 완곡해서 협상안이 불발됐다고 하더군. 일본 측이 외국의 눈치를 보며 회유를 시도한 모양인데, 신부님께선 오히려 일본에게 한국에서의 내정간섭을 포기할 것과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타협안을 제시했다고 하네.”

상원은 갑자기 마른기침을 하기 시작한다. 퀭한 눈에 핏기가 선명하다.

“선생님, 일단 음식 좀 드시고 말씀하세요.”

미라가 보자기를 풀고 한지로 포장된 음식을 상원에게 건넨다. 상원은 두 손으로 잡아도 두툼한 크기를 보곤 놀란다.

“이거, 어떻게 먹는 건가? 보아하니 녹두 지짐이에 속은 너비아니와 고사리나물 등의 푸성귀를 얹은 것 같은데?”

미라가 한지를 반쯤 접은 뒤 양손으로 먹는 시범을 보인다.

“이렇게 드시면 되요. 얼마 전에 미국 선교사 댁에 초대받아 갔었는데, ‘햄버거’라고 각종 육고기를 갈아서 구운 ‘햄버그스테이크’란 걸 넣고 야채를 얹어서 먹더라고요. 우리한테도 비슷한 산적이나 나물이 있잖아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 부랴부랴 선생님께 드리려고 만들어봤어요.”

상원은 입을 크게 벌려 한입 베어 문 뒤 우적우적 단숨에 먹어치운다. 그

“이거 정말 대물인걸! 뭐라고? ‘햄버거’라고 했나? 이거 완전 한식으로 만든 햄버거잖아? 정동 서양인촌에 점방 하나 내서 팔면 어떨까?”

“하하핫! 그거 기막힌 생각인데요. 요즘 북촌 먹자거리에서도 서양인들을 종종 보는데, 한식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경덕이 거들자 상원이 한술 더 뜬다.

“인천이나 부산 등 외국 배들이 드나드는 항구에도 분점을 내는 건 어떨까?”

“당장 할까요? 하하핫!”

“가만있어 보자?”

상원은 목이 멘 듯 꺼억 소리를 낸다.

“이거 드세요.”

미라가 액체가 담긴 병을 내민다.

“원래 미국인들은 코카란 잎으로 만든 ‘코카콜라’란 걸 마시더라고요. 탄산이 있어서 톡 쏘는 맛이 일품인데, 그 맛을 낼 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명색이 색깔만 내봤습니다.”

“이거 뭐지? 시금털털한 게 오디 같기도 하고.”

“오디를 발효시킨 진액에 물을 탄 거예요.”

“음······, 좀 기름지다 싶었는데, 달큼한 게 들어가니 한결 낫군! 그나저나 이름을 뭐라고 한다?”

상원은 무릎을 친다.

“아핫! ‘햄버그스테이크’란 걸 넣어서 ‘햄버거’라고 하는 거라며? 그럼 돼지고기를 넣었으니 ‘돈버거’가 어떨까?”

“‘돈버거’라······, 침샘이 확 솟는데요?”

상원과 경덕은 서로 손바닥을 마주친 뒤 미라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미라는 수줍은 듯 턱을 모로 튼 뒤 바스스 웃는다.


모처럼 세 사람이 현실의 짐을 내려놓고 화기애애할 즈음, 스산한 바람이 휘몰아친다.

“신 선생님,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경덕이 돌연 심각한 표정으로 묻는다. 상원은 턱을 괸 채 얼마간 골몰한다.

“선생님은 건강을 생각하셔서 당분간 쉬셔야 해요.”

미라가 상원을 힐끔거린다.

상원은 앙상한 가지가 나부끼는 나무를 바라본다.

“자네들의 걱정은 고맙네만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야. 서재필 박사님이 미국으로 추방당한 이후 독립협회의 지도부는 철저하게 와해됐잖아. 이대로 물러설 순 없어. 당분간 외국 공관을 찾아다니며 신부님과 지도부들은 반역죄가 아닌 양심수라는 사실을 부각시켜 석방되도록 힘을 쓸 생각이야. 그리고 다음에는······”

그는 두 사람과 번갈아 시선을 교환한 뒤 말을 잇는다.

“다음은 두 사람의 힘이 필요해.”

경덕과 미라는 비장한 각오로 입을 굳게 다문다.

“청년이 주축이 된 독립단체를 만들 생각이야. 국민 계몽을 위해 신문도 다시 출간할 거고. 그리고 필요하다면 무력 항쟁도 불사할 거야. 더는 총칼 앞에 무방비로 상태로 당할 수만 없잖아? 프랑스 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뭔지 알아? 그건 바로 자유란 나무는 피를 먹고 산다는 대전제가 있어서 가능했지. 진정한 자유와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희생은 감수해야하네! 자네들 생각이 어떤지 궁금하군!”

상원의 말에 경덕이 동조한다.

“지금 내각은 친일파로 넘어간 상태입니다. 벌써 일본의 입김이 전국 방방곡곡에 미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들을 막아 국토와 민생을 보우할 수만 있다면 이 한 몸 기꺼이 밀알이 되겠습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미라가 거든다.

“저도 자주, 자강, 독립의 정신을 받들어 현장으로 뛰어들어 국민 계몽에 앞장설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학당에 앉아 신학문만 배운들 뭐가 바뀐단 말입니까? 이론보다는 실천의 정신으로 임하겠습니다.”

한껏 고무된 상원이 두 사람의 손을 꼭 잡고 당부의 말을 남긴다.

“자네는 공직에 몸담고 있으니 각별히 행동에 유의하도록 하게. 친일파들은 머지않아 대대적으로 반역자를 숙청할 걸세. 독립협회와 결탁한 인사들을 내각 안에서 색출함으로써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려 들 게 뻔해.”

“명심하겠습니다.”

“미라 양은 뜻을 같이하는 여성 동지들을 규합하여 야학 활동을 전개해주게. 그리고······, ‘돈버거’가 생각보다 맛있고, 영양가도 높은 듯하니, 이걸 팔아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건 어떨까 하는데······”

“대찬성입니다. 외국인들도 한식에 관심이 큽니다. 공관이 있는 정동 일대에다 점방을 내는 방법을 고려해 보겠습니다.”

미라가 반색하며 자신감을 드러낸다.

“난, 옛 동지를 찾아서 와해한 조직을 재건하도록 하겠네. 그리고 또 하나, 달포에 한 번씩 정기 모임을 가질까 하는데, 자네들도 참여했으면 하네.”

“당연히 참여해야죠.”


세 사람은 손을 뻗어 겹친 뒤 허공을 향해 번쩍 든다. 그러곤 덤불이 나뒹구는 을씨년스러운 원구단을 빠져나간다.





52.


정동 교회에서 이화학당으로 가는 길가에 ‘돈버거’란 간판이 내걸린다. 세 평 남짓한 점방(店房)은 탁자 두 개와 당시로써는 획기적으로 선 채로 먹을 수 있도록 입석을 갖춘다. 서양인촌이라 불리는 정동은 별칭에 걸맞게 외국인의 왕래가 빈번한 지역일 뿐만 아니라 학교와 교회, 신문사가 밀집하여 이국적인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다양한 문화 교류가 잦은 거리의 특성상 양식과 한식이 조화를 이룬 ‘돈버거’는 삽시간에 세간의 이목을 끈다.

그야말로 ‘돈버거’는 불티가 난다. 덕수궁 돌담 너머로 밀행을 나온 황제가 친히 ‘가비’라 불리는 커피와 함께 ‘돈버거’를 즐긴다는, 믿는 둥 마는 둥의 일명 ‘둥둥 통신’이 퍼지면서 점방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인력거와 마차를 타고 온 고관대작의 자녀들도 서양인 틈에 뒤섞여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선뜻 돈을 낼 형편이 못 되는 서민들은 그저 신기한 듯 줄을 선 광경을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기 일쑤다. 넉살이 좋은 아이들은 껑충한 외국인들의 허리춤을 붙잡고 늘어지면서 ‘돈버거’의 한 귀퉁이를 얻어먹는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서대문에서 홍릉까지 운행하는 전차를 탄 인파는 정동에서 내려 서양식 건물이 즐비한 덕수궁의 돌담길을 걷는 것으로 한성 구경의 정점을 찍는다. 나들이객까지 합류하면서 ‘돈버거’를 맛보기 위한 줄이 정동교회까지 길게 늘어선다.

길 건너편에서 ‘돈버거점방’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독립협회의 잔존 회원들을 추적하던 카지 중위는 수시로 정보원을 파견하여 돈버거의 동향을 매일 염탐한다. 사실 그는 이화학당의 학생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신학문을 배운 이화학당의 학생들은 독립협회가 해산한 직후에도 사회 곳곳에서 계몽운동을 펼쳤는데, 정보를 담당한 그에게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이화학당에 침입하거나 여학생을 검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섣불리 건드렸다간 민주탄압이란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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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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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화 악마의 최후 +3 19.07.12 194 1 16쪽
133 133화 고귀한 죽음 +1 19.07.11 106 1 12쪽
132 132화 무지개 +1 19.07.10 100 1 13쪽
131 131화 차관협정(借款協定) +2 19.07.05 110 1 14쪽
130 130화 반공포로석방 +1 19.07.01 121 2 13쪽
129 129화 한일회담 +1 19.06.29 125 2 15쪽
128 128화 폭탄테러 +1 19.06.26 132 2 13쪽
127 127화 카츄샤 +1 19.06.24 117 2 13쪽
126 126화 의사 왕룽 +1 19.06.23 118 3 17쪽
125 125화 빅터 한 재단 +2 19.06.19 125 3 13쪽
124 124화 인천상륙작전 +1 19.06.13 160 2 15쪽
123 123화 메모리 가든 +1 19.06.12 124 2 15쪽
122 122화 겹생 +3 19.06.10 121 2 16쪽
121 121화 하와이 +1 19.06.07 130 3 14쪽
120 120화 소령 맥나마라 +4 19.06.06 135 2 15쪽
119 119화 한초희 +1 19.06.05 140 2 14쪽
118 118화 맥아더 원수 +1 19.06.04 132 2 14쪽
117 117화 기만방송 +1 19.06.03 128 2 13쪽
116 116화 코리안 커넥션 +1 19.06.01 139 2 12쪽
115 115화 잠수함 +1 19.05.30 188 2 13쪽
114 114화 6.25 전쟁 +1 19.05.29 156 2 12쪽
113 113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특명 1호 ‘폭풍’ +1 19.05.21 134 2 11쪽
112 112화 금괴수송작전 +1 19.05.19 175 2 10쪽
111 111화 '암호명 A-1' +1 19.05.18 127 2 13쪽
110 110화 악연(惡緣) +1 19.05.17 126 2 14쪽
109 109화 마지막 미션 +1 19.05.16 127 2 12쪽
108 108화 애치슨 라인 +1 19.05.15 124 2 12쪽
107 107화 연적(戀敵) +1 19.05.15 145 2 12쪽
106 106화 독살(毒殺) +1 19.05.14 140 2 12쪽
105 105화 마돈나 다방 +2 19.05.13 143 2 15쪽
104 104화 한국은행 +1 19.05.11 146 2 14쪽
103 103화 비밀거래 +1 19.05.10 169 2 12쪽
102 102화 남미이주작전 +1 19.05.10 164 2 13쪽
101 101화 트루먼 독트린 +1 19.05.10 134 2 11쪽
100 100화 숙명의 라이벌 +1 19.05.10 140 3 18쪽
99 99화 Jane Doe +2 19.05.10 139 2 13쪽
98 98화 앙숙, 이승만과 김구 +1 19.05.10 136 2 12쪽
97 97화 반도호텔 +1 19.05.10 134 2 13쪽
96 96화 좌익과 우익 +1 19.05.09 134 2 13쪽
95 95화 조선인민공화국 +1 19.05.09 141 2 17쪽
94 94화 일본패망(日本敗亡) +1 19.05.09 145 2 12쪽
93 93화 원자폭탄 +1 19.05.09 134 2 13쪽
92 92화 김일성 +1 19.05.09 143 1 14쪽
91 91화 독수리 작전 +1 19.05.09 142 1 14쪽
90 90화 이승만 +1 19.05.09 129 1 14쪽
89 89화 비밀요원 나타샤 +1 19.05.09 122 2 15쪽
88 88화 OSS(미국전략사무국) +2 19.05.09 127 2 16쪽
87 87화 승전(勝戰) +1 19.05.09 122 2 14쪽
86 86화 진주만공습 +1 19.05.08 124 1 16쪽
85 85화 갈라예프 +2 19.05.08 123 2 16쪽
84 84화 채권(債券) +1 19.05.08 130 2 11쪽
83 83화 다카키 마사오 +1 19.05.08 140 2 12쪽
82 82화 광복군(光復軍) +1 19.05.08 121 2 13쪽
81 81화 육군정보학교 +2 19.05.08 123 2 11쪽
80 80화 홍콩행 +1 19.05.07 132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119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118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118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125 3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128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123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116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116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116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116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123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126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119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120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119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119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120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129 2 15쪽
61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121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119 2 13쪽
59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124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118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122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120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119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120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122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126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129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132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121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126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127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124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118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119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127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135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132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133 3 30쪽
39 39화 빅터 한 +1 19.04.25 139 3 49쪽
38 38화 박진만 +2 19.04.25 144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147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147 3 49쪽
35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145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143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140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143 3 47쪽
31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168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142 4 46쪽
29 29화 출산(出産) +3 19.04.20 154 4 43쪽
28 28화 밀항(密航) +2 19.04.20 143 4 45쪽
27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142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149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159 4 39쪽
24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150 5 44쪽
23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151 4 46쪽
22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154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154 5 49쪽
20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161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169 3 49쪽
18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172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169 4 49쪽
16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174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186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202 3 37쪽
13 13화 결혼(結婚) +3 19.04.12 279 6 42쪽
» 12화 돈버거 +9 19.04.12 261 7 44쪽
11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282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305 8 42쪽
9 9화 낙향(落鄕) +4 19.04.10 323 8 42쪽
8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338 9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396 12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400 13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446 14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549 12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674 13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985 14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1,911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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