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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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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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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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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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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쪽

13화 결혼(結婚)

님의 침묵




DUMMY

53.


남산 예장자락의 오르막길을 힘겹게 넘은 말이 무사시의 집 앞에 멈춘다. 말에서 내린 정보원은 부리나케 집안으로 사라진다.

일본육군성의 특명을 받고 파견된 군사고문 무사시와 정보통의 귀재로 불리는 카지 중위가 서재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다. 서재로 들어온 정보원이 염탐한 내용을 쉴 새 없이 보고한다.


“‘돈버거’의 동향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습니다. 겉으론 이화학당의 여학생들이 지방에 학교를 건립하기 위한 비용 마련이라지만 수상쩍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리고 경무청에 체포된 적이 있는 신상원이 가끔 나타나는데, 손님 같지가 않습니다. 바쁠 때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설거지를 하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가까운 곳으로 배달도 가더군요. 주말의 경우 매상이 이백인분을 넘기도 합니다.”

카지가 의자를 바짝 당겨 앉는다.

“수고했네. 신상원한테 사람을 붙이도록 하게. 그가 움직인다는 것은 곧 사람이 모인다는 의미니까.”

“하이!”

정보원은 절도 있게 절을 하곤 서재를 나간다.

“신상원이라면 독립협회의 조직 서기를 맡았던 자잖아? 신상원을 주축으로 잔당들이 슬슬 기지개를 펴려고 하는 모양이군!”

무사시의 눈주름이 미세하게 떨린다.

“맞습니다. 수뇌부들이 전부 투옥되거나 추방당한 상태에서 신상원이 새로운 조직의 우두머리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돈버거’는 조직 재결성을 위한 자금조달처가 확실합니다.”

카지는 확신에 찬 듯 잇몸을 드러내며 웃는다. 금니가 조명을 받아 반짝인다.

“돈줄을 잘라버려야 놈들이 꼼짝하지 못할 텐데······. 그렇다고 영업을 정지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여간 성가신 게 아니야. 흠······”

무사시가 짧게 탄식을 터트린다.

“신상원과 이화학당 주변에 전담반을 붙여놨으니, 머지않아 꼬투리가 잡힐 겁니다. 자칫 심증만으로 영업을 못 하게 하면 외국 언론이 들고 일어설 게 뻔합니다. 물증을 잡는 게 중요합니다. 다만, 물증이 나왔는데도 외국 언론이 딴죽을 걸까 봐 그것이 문제입니다.”

카지가 걱정을 드러내자 무사시가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든다.

“치안을 들먹이며 경무청이 나서봐야 외국 언론을 막기엔 역부족이야. 군대를 동원해서 국가전복을 꾀하는 반역자로 몰아붙여야만 저들도 감히 나서지 못할 게야. 황제가 육해군을 직접 통수하기 위해 원수부를 신설했어. 속히 원수부 내에 헌병대를 설치해서 조선의 군대를 우리 수중에 넣어야 해. 그리고 그 다음에 헌병대를 전면에 내세워 국가전복을 획책하는 반역자를 모조리 잡아들이는 거야. 경찰병력으론 정국안정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친일파를 통해 황제에게 보고하도록 공작을 펴야 해. 나도 공사와 이 문제를 협의 중이네.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야. 자네는 놈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게.”

“하이!”

“이번에야말로 외국 공사들한테 본때를 단단히 보여 대일본제국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각인시켜야 하네. 그들 스스로 이 땅을 떠나게 만들고 말거야!”

“고문님 말씀에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두 사람은 적의를 드러낸 채 굳은 악수를 나눈다.





54.


사무엘은 ‘라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를 부르며 쓸쓸한 독방에서 숨을 거둔다. 그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무청 앞으로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한다. 구름처럼 모여든 추모 물결을 목격한 내각은 즉시 통행금지령을 선포한다. 내각이 발 빠르게 강경책을 내세운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만민공동회 이후로 결사와 집회의 자유를 엄금한 터라 그의 죽음이 격발장치가 되어 시위가 재발할 것을 우려한 탓이다. 내각은 프랑스 공사와 시민단체가 합의한 장례절차를 전격 수용하며 성난 민심을 다독인다.

영결식은 수천 명이 참여한 가운데 원구단에서 시민장으로 엄수된다. 전찻길을 따라 이동하던 상여가 경희궁 앞에서 정동 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윽고 상여 행렬은 프랑스 공관 앞에서 멈추고 노제(路祭)를 지낸다.

장례준비위원장을 맡은 상원은 말끔한 두루마리 차림으로 영결식의 사회를 본다. 그가 ‘라마르세예즈’를 선창하자 옥고를 함께 치른 동지들이 눈물을 흘리며 따라 부른다.

사무엘의 장례식은 외신 기자들을 통해 고스란히 글로 묘사되고 카메라에 담긴다. 일본 공사관의 정보원은 요주의 인물이 대거 참석한 만큼 현장을 낱낱이 채록한다.

혹여 돌발적인 시위가 발생할 것을 대비하여 헌병대가 정동 일대를 겹겹이 에워싼다. 말에 오른 카지는 주위를 돌며 장례식을 예의주시한다. 특히 그의 시선은 시종일관 장례를 주관하는 상원을 좇는다.

어느덧 어둠이 내리덮인 정동길에도 가로등이 하나둘씩 불을 밝힌다. 사무엘의 시신이 안치된 프랑스 공사관의 계단을 오르던 문상객의 발길도 뜸하다. 상원과 경덕과 미라는 마지막 문상객이 떠날 때까지 영정 앞을 지킨다. 프랑스 공사관의 영사가 상원에게 다가온다.


“오늘 문상은 끝났으니, 내일 다시 오십시오.”

상원은 영사에게 정중히 부탁한다.

“신부님 곁에 머물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영사가 난색을 표한다.

“그건 곤란합니다. 황국협회 쪽 사람들이 들이닥치는 것을 우려하여 공사님이 문상 시간을 엄수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상원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공사관 밖에서라도 밤을 샐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공사관 밖은 치외법권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우리하고는 상관이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상원은 경덕과 미라와 함께 향로에 향을 꽂은 뒤 절을 하곤 공사관을 빠져나간다. 세 사람은 공사관 근처의 공원에 앉아 숨을 고른다.

“선생님, 돈버거점방에 잠자리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잠시라도 눈을 붙이셔야 내일······”

상원이 경덕의 입을 틀어막고 사위를 경계한다. 그림자가 그들 곁으로 길게 드리운다. 살기를 느낀 탓일까. 상원은 본능적으로 턱을 끌어당긴 채 어둠속 그림자를 쏘아본다. 그러곤 경덕과 미라에게 나직이 소곤거린다.


“밤이 늦었군. 밤길 잘 살펴 가시게.”

두 사람이 뒷걸음질을 치자 가로수 뒤편에서 기척이 들린다.

“어이, 젊은이들? 낯선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하는 게 조선의 풍습이 아니던가?”

카지가 밝은 쪽으로 나오면서 너스레를 떨자 상원이 가로막는다.

“문상객을 욕보이지 말라!”

“대관절 무슨 꿍꿍이가 있기에 이 늦은 시간에 문상객을 맞는단 말이지?”

상원은 등을 돌려 두 사람에게 정중히 인사를 한다.

“오늘은 너무 늦었습니다. 내일 다시 오십시오.”

경덕과 미라는 꾸벅 고개를 숙이곤 뒤돌아선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카지는 가늘게 숨을 들이쉬며 멀어져가는 뒷모습에 관심을 보인다.

“자네가 문상하러 올 일은 없을 테고······, 용건이 있는 모양인데, 괜한 사람 붙들지 말고 나한테 말해라!”

상원의 대거리에 구미가 당긴 듯 그는 어슬렁거리며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역사는 늘 승자의 편이지. 그래서 난 항상 승자의 편에 서길 원했어. 공사관 안의 시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약자의 전형적인 나약함이 드러나지 않나?

카지는 채찍으로 공사관을 가리키며 금니를 번뜩인다.

“이쯤 하면 석양을 바라보며 하던 일도 접을 때가 되지 않았나? 지금이라도 해가 뜨는 쪽에 서서 승자로 기억되는 게 어떻겠나? 저렇게 이역만리 외국 땅에서 초라하게 죽음을 맞이하면 얼마나 쓸쓸하겠어.”

두 사람이 벗어날 틈을 주기 위해서 상원은 카지의 말을 끝까지 들어준다. 발자국 소리가 멀어질 때를 기다려 그가 말문을 연다.

“역사에 남기 위한 승자라면 차라리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무명씨가 되어 떳떳이 사는 쪽을 택하겠다. 그리고 감히 남의 나라를 넘보는 너 같은 자가 고결한 죽음을 택한 신부님을 언급하다니, 지나가는 개가 다 웃을 노릇이군! 하하핫!”

이를 바들바들 떨던 카지가 총을 뽑아 든다.

“신상원! 너 같은 악질 반역자는 당장 쏴 죽여도 죄책감조차 들지 않아. 다만, 대일본제국의 원대한 대업을 위해 참고 있는 줄만 알아! 언젠가는 내 앞에서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는 날이 올 거다. 그 때까지 짧은 인생을 즐길 시간을 주지!”

상원은 주저 없이 그에게 성큼 다가간다. 그러곤 옷고름을 풀어헤치고 가슴을 내보인다.

“내가 네까짓 놈의 협박에 굴복할 줄 아느냐? 어디 한번 쏠 테면 쏴 봐라!”

상원은 서슴없이 총부리를 쥐고 가슴팍에 가져다 댄다. 아연한 카지가 뒤로 물러선다.

“빠가야로!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나?”

총신이 빈 것을 알아챈 상원은 행동에 거침이 없다. 그는 순식간에 총을 빼앗아 공중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철컥. 빈 총신에서 나는 소리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새하얗게 질린 카지는 무르춤하더니 한쪽 발을 벌벌 떤다. 오줌을 지린 탓에 그의 사타구니가 물기로 흥건하다.

“명색이 대일본제국의 장교란 작자가 허언만 일삼더니 빈총에 절절매는 꼴이라니. 역사에서 승자가 되는 것만 바라지 말고 담력이나 키우도록 하거라!”


상원은 큰소리로 나무라곤 총을 땅바닥에 팽개친다. 총을 줍던 카지가 별안간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만다. 하필이면 고개를 들다가 그만 가로수에 나붙은 신부의 부리부리한 눈매가 도드라진 추모 사진과 정면으로 맞닥뜨린 것이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에 올라 박차를 가한다.

반대편으로 걸어가던 상원은 요란한 말굽 소리가 멀어져가는 것을 들으며 고개를 내젓는다. 가로수 뒤에 숨어서 지켜보던 경덕과 미라가 한숨을 내쉰다.


“악랄하기로 소문난 헌병 장교 아닙니까? 행여나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걱정했습니다.”

경덕이 안도하며 묻자 상원은 대수롭지 않은 듯 너털웃음을 짓는다.

“카지 중위란 작자인데, 당분간 나랑 친하게 지내야 할 듯하네. 하하핫!”

영문을 모르는 두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를 멀거니 바라본다.

“헌병대에서 귀찮게 따라붙을 거야. 다음 지령은 ‘돈버거’에 남기겠네. 당분간은 각별히 뒤를 조심해야 하네. 자네는 미라 양을 잘 데려다주게. 그럼!”

“네, 선생님! 조심히 살펴 가십시오.”

세 사람은 주위를 살핀 뒤 서둘러 흩어진다.





56.


1900년 한성에서 인천까지 ‘경인철도’가 개통되면서 대한제국에도 서양의 신문물이 대중화된다. 이즈음 경덕의 공직생활도 5년 차로 접어든다. 그는 궁내부(宮內府)에서도 요직인 왕실의 보물(寶物)과 세전(世傳), 장원(莊園)을 관리하는 내장원(內藏院)의 2등주임관(二等奏任官)으로 승진한다. 그에게는 왕실의 세비를 관리하는 특별 임무가 부여된다.

그는 광산과 철도, 홍삼제조, 수리관개사업 등의 국가독점사업에 깊숙이 관여한다. 여기에서 얻는 수입은 정부의 예산과 상관없이 황제만이 전용할 수 있는 비자금인 ‘내탕금(內帑金)’이기 때문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다만 내장원의 상급기관인 궁내부대신(宮內府大臣)만이 그의 기밀 사무에 대하여 감독권이 주어진다.


일본 관리들이 고문으로 상주하면서 서양식 부기개념이 모든 부서에 도입된다. 선교사로부터 수학과 회계를 배운 터라 경덕의 업무 능력은 내장원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이전 책임자는 매월 말 보고되는 출납장을 검토하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그는 창고를 방문하여 장부상의 수치와 재고량을 꼼꼼하게 확인한다. 장부상으로만 존재하는 물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는 처음에는 그저 이월하거나 입고하는 물품이 누락된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이월되거나 입고된 물품이 특정한 날에 반출되는 것을 눈여겨본 그는 일 년 치 장부를 책상에 쌓아놓고 검토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그는 국고가 새고 있음을 확인하곤 장부를 들고 내정원의 2인자인 칙임관(勅任官)을 찾아간다.


“칙임관님, 장부와 재고 사이에 차이가 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성가신 듯 칙임관은 장부를 건네받고 꼼꼼히 살핀다. 그러곤 장부를 책상 위에 툭 던지며 내뱉는다.

“대한제국이 선포된 후로 뒤죽박죽이 된 장부가 어디 궁내부뿐이겠는가? 내각을 개편하면서 전 부서와의 인수인계 중에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일게야.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올해 회계부상의 궁내부 물동량이나 차질 없이 파악해서 보고하게!”

“칙임관님, 단순히 수량 부족만이 아닙니다. 궁내부 소속의 자금이 원수부 쪽으로 흘러가는 정황을 파악했습니다.”

“그거야 당연하지 않은가? 원수부에 자금을 보전해주는 것은 모든 기관이 관련된 일인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원수부로 흘러간 자금이 종국에는 육군헌병대 운영비로 쓰이고 있습니다. 어찌하여 일본의 헌병대가 주둔하는 비용까지 궁내부의 자금으로 충당한단 말입니까?”

“어허, 이 사람아! 정녕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단 말인가? 내각은 이미 친일인사 일색으로 채워지고 있네. 어차피 나나 자네나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인데, 황제께서 윤허하신 사안을 들먹거려 좋을 게 뭐가 있나? 이는 자칫하면 역린을 건드리는 일일세. 주임관 따위가 논할 일이 아니네.”

칙임관은 황제를 들먹이며 겁박한다. 그러나 경덕이 꼼짝도 하지 않자 넌지시 회유한다.

“창고가 텅 빈 것도 아닌데, 좋은 게 좋은 거니,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그냥 덮어두게!”

칙임관이 혀를 차며 눈을 흘긴다. 그는 주장을 굽힐 생각이 없는 듯하다.

“내탕금도 거의 고갈됐습니다. 출처를 알지 못하는 자금이 막대하게 새 나가고 있다는 반증 아니겠습니까?”

“어허, 이렇게 콱 막힌 사람을 봤나! ‘내탕금’이야말로 황제의 비자금이거늘 그걸 캐서 무슨 화를 당하려고 하는 게야! 그리고 지금 황제의 명을 받들어 도성에서 기차와 전화, 상수도 등 국책사업이 시행 중이니, 얼마나 많은 돈이 지출됐겠어? 정 캐고 싶다면 자네 뜻대로 하게. 단, 내장원에 불똥이 튀는 일만은 없도록 해야 할 걸세. 내장원에 목멘 식구가 어디 자네 하나뿐인 줄 알아?”

칙임관은 붉으락푸르락한 표정으로 문을 세차게 닫고 나간다.


경덕은 장부를 챙겨 곧장 국가재정을 총괄하는 탁지부(度支部)를 방문한다. 그는 내장원의 회계장부와 탁지부의 결산내역이 맞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라의 재정을 쥐락펴락하는 탁지부의 관료가 타 부서의 관료를 선뜻 만나줄 리가 없다. 그는 여러 날 동안 탁지부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지만 헛걸음만 하고 돌아선다.

그는 내장원의 상급기관인 궁내부의 문을 두드린다. 사실 그는 황제의 비자금인 내탕금(內帑金)을 관리하는 만큼 궁내부대신의 지휘감독을 받는 입장이다. 따라서 그는 각 계정의 대차대조를 완벽히 조사하여 그 결과를 궁내부대신에게 보고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장원의 비협조와 탁지부의 회피로 여의치 않게 되자 곧바로 궁내부대신을 찾아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감독을 받기 위해 찾아간 궁내부조차도 ‘대신께서 퇴청하셨다’, ‘내각회의에 참석하셔서 공석 중이다’라며 끝내 그를 외면한다. 동료들은 쓸쓸하게 돌아선 그를 보곤 수군거릴 뿐 누구 하나 그의 충정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른 아침 경덕은 궁내부대신이 등청하기만을 기다리며 청사를 기웃거린다. 드디어 궁내부대신이 탄 인력거가 청사 앞뜰로 들어선다. 그는 두 팔을 벌린 채 인력거 앞을 가로막는다.

“내장원 이등주무관 한경덕, 궁내부대신께 청이 있어 왔사옵니다.”

비스듬히 앉아 있던 대신이 수염을 매만지며 입을 실룩거린다.

“아침부터 한 주무관이 무슨 일이더냐?”

경덕은 두 손으로 장부를 들어 건넨다.

“내장원의 장부와 수장고의 재고를 여러 차례 검토하여 결손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대신은 대충 장부를 훑어본다.

“그래서?”

“부기란 각 계정의 덧셈과 뺄셈이 정확히 일치하도록 짜인 대차대조표입니다. 결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국가재정을 총괄하는 탁지부와 왕실업무를 총괄하는 궁내부의 입출금전표를 열람해야만 가능한데, 탁지부나 궁내부에서 협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황실재정의 결손을 바로잡을 분은 대신님뿐이라 이렇게 무례를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대신은 눈을 부릅뜬 채 그를 내려다본다.

“내장원의 봉세관이 몇이더냐?”

“열세 명입니다.”

“그럼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세금을 징수하는 봉세관이 보낸 계는 도착했느냐?”

“일부가 아직 도착하지······”

대신이 버럭 화를 낸다.

“봉세관이 전국에서 징수한 세금의 합산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부기 상으로 결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니더냐?”

경덕은 고개를 꼿꼿이 들고 또박또박 말을 잇는다.

“물론 대신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허나 예년에 비하여 결손액이 터무니없이 늘어나서······”

“그럼 누가 횡령이라도 했단 말이더냐?”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뭣이? 이제는 국가와 황실의 재정을 담당하는 탁지부와 궁내부를 의심하는 것도 모자라 횡령한 내부자가 있다고 모함하려는 게냐?”

“국가와 황실의 재정이 바로서야 나라가 강건하고 국민이 평온한 법입니다. 부디 소신의 충견을 굽어 살펴주십시오.”

“어제 내각회의의 주제가 뭔지나 알고 하는 말이더냐? 네가 속한 내장원의 봉세관들이 제주에서 세금을 부풀려 민초들에게 탐학을 저질렀다고 한다. 제주 곳곳에서 민란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장계가 올라왔다. 내장원이 없어지기 전에 문단속이나 잘 하거라. 설령 부기 상에 결손이 생겼다면, 이는 탁지부와 궁내부가 아니라 내장원 내부의 착복과 횡령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곧 감사를 받게 될 테니, 준비가 철저히 하라고 일러라!”


궁내부대신이 지적한대로 내장원의 봉세관(封稅官)들이 세금을 징수하는 과정에서 물의를 일으켜 제주에서 민란이 발생한다. 경덕이 몇 달 동안 잠을 설치며 조사한 황실재정의 결손은 결국 타락한 봉세관이 착복과 횡령을 저지른 선에서 일단락된다.

경덕은 첩첩이 가로막힌 관료주의의 폐단 앞에서 한없이 움츠러든 자신을 발견하곤 깊은 상처를 받는다. 이미 부패의 고리는 궁중 곳곳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상명하복의 엄중한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조직에서 한낱 중간관리에 불과한 그의 탄원 따위는 반향을 일으키기는 고사하고 도리어 조직적인 은폐를 시도하려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의 보고서는 반려되고 그는 조직의 골칫거리로 낙인찍힌다.

쥐들이 곳간을 제멋대로 들락거리는 것을 알면서도 쥐덫을 놓지 않는 현실과 맞닥뜨린 그는 상실감에 휩싸인다. 일종의 집단적 공황(恐慌)에 빠진 난파선에서 홀로 제정신인 기분이랄까. 나라의 기둥이 좀 쓸 듯 안으로부터 썩어들어 가는 것을 목격한 후로 그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다.


조직의 속살이 파헤쳐지는 것을 꺼린 수뇌부는 그를 한직으로 전출시킨다. 눈 밖에 난 그는 납품업자를 만나는 허드렛일이 고작인 구매부로 발령된다. 과거를 통해 등용된 인재에게 그것은 곧 사직하라는 무언의 압박인 셈이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그는 늘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다닌다. 하지만 언젠가는 잘못된 기회를 바로잡을 날만을 기대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조회를 마친 그가 막 대안문을 빠져나올 즈음 마차 한 대가 멈춘다. 말끔한 차림의 하야시 곤노스케 일본 공사가 마차에서 내린 뒤 일행이 뒤를 따른다. 그가 무심코 지나가려는데 누군가 성큼 앞길을 가로막는다.


“어디서 봤더라? 낯이 익은걸. 보아하니 궁에서 나온 것 같은데, 젊은이께서 황제를 곁에서 보필하는 관리일 줄이야!”

카지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본다. 경덕은 자신을 유심히 쏘아보는 눈빛에서 살기를 감지한다. 그는 정색하며 모르쇠로 일관한다.

“사람 잘 못 봤소!”

그가 비켜서 걸어가자 카지가 뒤돌아 재차 묻는다.

“난 내 눈을 의심한 적이 없어. 한성에서 낯이 익다는 것은 인서 물망에 오를 수도 있다는 뜻인데······, 관리께서 기억에 오르내리다니 앞으로 무척 기대가 되는군.”

하야시와 무사시가 짜증을 내며 카지를 호출한다.

“뭐 하는 게야? 황제를 기다리게 할 셈인가?”

“죄송합니다.”

무사시에게 넙죽 고개를 숙인 그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경덕에게 한 마디를 남긴다.

“황제를 알현하게 돼서 너무 긴장한 게야. 다음번에는 기필코 너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다.”

그가 비아냥거리며 경덕을 향해 고개를 까딱거린다. 그러곤 공사 일행과 함께 대안문 안으로 사라진다.

“저자가 공사를 뒷배 삼아 황제까지 알현하다니, 앞으로 기세가 하늘을 찌르겠군!”


경덕은 입엣말을 내뱉곤 이내 행인 틈에 뒤섞인다.




57.


정동은 여러 나라 출신의 외국인이 대거 유입되면서 서양인촌(西洋人村)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다. 의료와 교육을 목적으로 입국한 선교사들이 정동에 정착한 1세대라면 철도와 전기, 우편, 전화 등의 사회간접사업에 뛰어든 사업가들은 2세대라 할 수 있다.

각국의 공사관과 학교, 교회, 호텔이 즐비한 정동은 저마다의 목적에 따라 모여든 사람들로 늘 북적거린다. 정동 거리가 명물로 떠오르면서 ‘돈버거’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1900년 3월에 공중전화사업이 시행되면서 시범적으로 운용된 곳도 덕수궁을 중심으로 한 정동 거리다. 이후로 시내 곳곳에 공중전화가 가설된다. 사무실에 출근한 경덕은 상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저녁에 여섯 명이 모이기로 했다’는 짤막한 통화는 곧 6시에 돈버거를 방문하라는 지령이다. 그들은 일본에 매수된 교환수가 관료들을 염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항상 짧은 통화를 할 수밖에 없다.


경덕은 퇴근한 뒤 덕수궁 돌담을 따라 정동의 번화가로 잰걸음을 놓는다. 분주히 오고가는 외국인들과 뒤섞여 걷던 그는 문뜩 ‘외세의 간섭이 없는 진정한 독립국가란 무엇인가’란 화두를 곱씹는다. 일순 그의 머릿속에 ‘부패’, ‘수구’, ‘개혁’, ‘개방’ 등의 단어가 어지럽게 부유한다. 어느덧 그는 정동교회를 지나 ‘돈버거점방’에 다다른다. 손님들이 길게 늘어선 가운데 그도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경덕의 차례가 되자 미라는 기다렸다는 듯 미리 포장해둔 꾸러미를 건넨다. 두 사람은 눈짓 인사만 나누고 헤어진다. 허투루 인사말을 건네는 것조차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두 사람은 감정을 극도로 자제한다. 꾸러미가 손과 손으로 넘겨질 때 손끝에 닿는 온기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포장을 벗긴다. 먹음직스러운 돈버거를 싼 한지 안쪽에 낯익은 글씨체가 눈에 띈다.


‘일요일 도성으로 통하는 요처에서 점심이나 하는 게 어때?’


그는 점심을 먹자는 문구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곤 돈버거를 뭉덩 한 입 베물고는 중얼거린다.

“뭐지? 일요일 도성으로 통하는······? 요처?”

목이 멘 그는 미라가 함께 싸준 오딧물을 벌컥벌컥 마신 뒤 골몰한다.

“도성으로 통한다?”

얼마간 눈동자를 궁굴리던 그가 손가락을 튕긴다.

“옳거니, 바로 이거구나! 도성으로 통한다. 즉 ‘통하다, 이르다’를 나타내는 달할 ‘달’에 도읍 ‘성’. 그리고 요처라면 도성 안에서 ‘궁’만 한 곳이 없지. 따라서 합자하면 ‘달성궁’에서 일요일 점심 때 보자는 뜻이 되니까, 달성궁에 있는 상동교회에서 만나자는 암호가 틀림없어!”


그는 돈버거를 마저 먹은 뒤 한지로 입을 쓱 닦는다. 그러곤 성냥을 켜서 포장지가 재가 될 때까지 지켜본다.




58.


주일을 맞은 달성궁(達城宮, 지금의 한국은행 자리)은 교인의 왕래로 부산하다. 상원은 쫓기는 처지라 부쩍 수척한 모습이다. 그는 잠시 첨탑에 솟은 십자가를 바라본 뒤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 회당 안으로 사라진다. 미라가 성경을 들고 바로 뒤를 따른다. 멀찌감치 떨어져 주위를 경계하던 경덕도 교인과 어울려 회당 안으로 들어간다.


청년회관은 상원을 제외하곤 전부 젊은이들뿐이다.

“구면도 있고 초면도 있을 테니, 서로 인사부터 나누는 게 좋겠군.”

처음 온 청년들은 쭈뼛거리며 눈인사를 나누는 반면 구면들은 악수하며 반갑게 알은체를 한다.

“독립협회가 해산됐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자네들한테 제안을 하나 하겠네.”

상원은 한껏 고무된 눈빛들을 일별하곤 말을 잇는다.

“‘아리랑’은 철저하게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비밀결사단체일세. 한민족의 정서를 담은 아리랑은 전국 어디에서나 애창되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아리랑’의 조직은 전국 곳곳에 지부를 개설하게 될 걸세. 자네들의 힘이 필요하네. 일본은 전국에 헌병대를 설치하여 대한제국의 영토를 지배하려고 할 게 뻔해. 우리는 이에 맞서 평상시에는 계몽운동을 통해 민중을 개화해 나갈 것이고, 유사시에는 일본제국에 맞서 무장투쟁도 불사할 것이야.”

그가 좌중을 둘러본 뒤 마침표를 찍는다.

“비밀결사단체 ‘아리랑’에 입단한 것을 축하하네!”

참석자들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주변의 눈치를 본다. 경덕이 세차게 손바닥을 마주치며 박수를 유도한다. 이내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진다.

“중앙조직과 자금은 나와 한경덕, 박미라 동지가 맡을 것이야. 자네들은 지방으로 내려가서 조직을 결성해주게. 그리고 자금 조달은 조직마다 독자적으로 해결해야 하네. 외국인들의 출입이 잦은 부산, 인천, 원산, 군산 등의 항구도시에 돈버거 분점을 내줄 것이니, 조직의 자금줄과 연락망으로 활용하도록 하게. 참, 헌병대에 정보를 총괄하는 자리에 카지 류노스케 중위가 임명됐다고 들었네. 그놈은 호시탐탐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옥죄어 올 것이 분명해. 여기 모인 동지 외에는 그 누구와도 불필요한 접촉을 삼가도록 하고, 자, 궁금한 점이나 건의 사항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개진해보게.”


선발 주자로 나선 미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일별한다.

“돈버거 운영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고기를 대주던 푸줏간 주인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다짜고짜 앞으로 고기를 대주지 못한다며 다른 곳을 찾으라고 하더군요. 아마도 일본의 사주를 받은 상인조합이 푸줏간 주인을 협박한 듯합니다.”

모두가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상원만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지그시 감았던 눈을 뜬다.

“한성에 물자를 대는 상인조합은 일본 상인과 결탁한 어용단체야. 일본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나려면 우리도 앞으로 조합을 결성하여 자급자족을 실현해야만 해. 그 길만이 일본에서 수입되는 값싼 공산품으로부터 국산품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야.”

“전국적으로 계몽활동을 소개하려면 언론의 도움이 필수적인데, 독립신문을 다시 창간하는 건 어떨까요?”

배재학당의 학생이 의견을 제시하자 잠자코 듣고 있던 경덕이 나선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황제께서는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외국에 밀사를 파견하는 방법을 강구한다고 들었습니다. 독립협회를 만들 당시에도 은사금을 내리신 분이 바로 황제이십니다. 영국인 어니스트 베델이 황제의 명을 받고 입궁했다는 것은 곧 일본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영국을 앞세워 모종의 계획을 꾀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상원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한 주임관이 말한 바대로 황제는 홀로 친일파 일색인 내각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네. 얼마 전 박은식 선생을 만났는데, 영국인이 신문을 발행할 것이라 귀띔을 해주더군. 물론 나에게도 참여해달라고 부탁을 하셨네. 영국인이 신문을 발행한다면 일본이라도 영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관계이니만큼 함부로 간섭할 수 없겠지.”

재중원의학교의 대표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반색한다.

“그것참 묘수군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역할을 영국에게 맡기면 여러모로 이득이지 않겠습니까? 망나니처럼 날뛰는 일본을 견제할 수도 있고, 일본의 탄압을 만천하에 고발할 수도 있고 말입니다. 모처럼 희소식을 들으니 눈물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 땅에 다시 봄이 오려나봅니다. 하하핫!”

대표가 손뼉을 치자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는다.

“다음 회합 시간은 따로 지령을 내릴 테니, 미행당하지 않도록 조심들 하게!”


회의를 마친 상원이 비장한 각오로 두루마리를 꺼내 펼친다. 그러곤 새끼손가락을 깨문 뒤 혈서를 쓰기 시작한다. 참석자들이 차례로 나와 두루마리를 붉게 물들인다. 상원은 피로 흥건한 두루마리를 돌돌 말아 가방에 넣고는 창가로 다가간다. 그는 살며시 커튼을 열고 바깥을 살핀다. 헌병대의 기마대가 지나가는 것을 본 그가 커튼을 내리고 나직이 말한다.


“밖에 헌병대들이 깔렸으니 뒷마당으로 이동하는 게 좋겠네!”

장식장을 옮기자 뒷마당으로 이어진 쪽문이 나온다. 회원들이 빠져나가자마자 상원과 경덕이 장식장을 제자리로 옮긴다.

“선생님, 얼마 전 대안문 앞에서 일본 공사와 입궐하던 카지와 마주쳤습니다.”

상원이 화들짝 놀라며 되묻는다.

“그자가 알아보던가?”

“일행이 황제를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성화를 하는 통에 발걸음을 돌리는데, 정체를 밝히겠다고 한마디를 남기더군요.”

상원은 걱정 어린 듯 나직이 말한다.

“그자가 자네를 알아봤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약삭빠른 놈이라 집요하게 자네 뒤를 캐고 다니겠지. 헌병대 정보과장으로 승진했더군. 눈에 불을 켜고 전과를 올리려 할 테지. 당분간 몸조심하는 게 좋을 걸세.”

“내장원의 회계자료가 부실해서 궁내부대신에게 보고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조직에서 저를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눈 밖에 난 이상 운신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사직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황실의 자금이 친일파로 흘러가는 걸 엿봤으니, 가만둘 리가 없지. 자네의 결정을 존중하겠지만 신중히 처신하도록 하게!”

“네!”


경덕은 황제의 비자금이 술술 새는 내역이 고스란히 기록된 내탕금(內帑金)의 장부를 상원에게 건넨다. 상원은 장부를 속주머니에 넣은 뒤 경덕과 함께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59.


‘금일매진(今日賣盡)’과 ‘Sold Out’이란 표가 나란히 돈번거점방 앞에 내걸린다. 고객들이 볼멘소리를 터트리며 돌아선다.


“임신한 아내가 꼭 돈버거가 먹고 싶다고 해서 전차 타고 왔는데······, 하나만 싸주면 안 되겠소?”

울상인 사내가 애걸복걸하자 미라가 상냥하게 대한다.

“죄송합니다, 손님! 그날그날 싱싱한 걸 준비하다 보니 재료가 다 떨어졌네요. 내일 오시면 제가 부인을 위해 특별히 포장해 놓겠습니다.”

“임산부 입맛이 구미호처럼 하도 요사스러워 내일 당장 뭘 찾을지 누가 알겠소?”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다시는 헛걸음하시지 않도록 점방을 더 낼게요.”

“전차 종점이 있는 홍릉에도 꼭 분점을 내주겠다고 약조하시오.”

“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미라는 웃음으로 손님을 돌려보낸 뒤 점방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경덕이 밖에 내놓은 가판대를 들고 들어온다.

“헛걸음하는 손님이 많네.”

미라가 반색하며 경덕을 맞이한다.

“아니, 오빠가 이 시간에 웬일이셔!”

“일자리 하나 구할까 해서······”

그녀가 뜬금없는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뭐라고요?”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배고프다.”

그녀가 입술을 실룩거리며 알쏭달쏭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경덕은 의자를 들어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두 사람은 정동을 벗어나 종로 쪽으로 방향을 튼다. 전차가 ‘딸랑딸랑’ 기적을 울리며 속도를 줄인다. 두 사람은 전차의 뒤꽁무니로 훌쩍 뛰어올라 난간에 몸을 기댄다. 미라가 슬쩍 경덕의 몸에 기댄다.

“오빠, 오늘 메뉴는 뭐야?”

목에 두른 스카프가 바람에 휘날린다.

“북촌물장수들이 즐겨 먹는다는 장국 어때?”

“또 청진동이야? 요즘 신세대 연인들은 무교동으로 간다던데······”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경덕을 본체만체한다. 전차가 종로로 진입하자 저만치 화려한 무교동의 풍경이 스쳐지나간다.

“일본 앞잡이들이 판치는 무교동이 뭐가 좋다고 저 난리들인지, 내 원 참!”

머쓱한 티가 동공에 맺힌 경덕이 공연히 너스레를 떤다.

“공직에 계신 분이 오죽하시려고요.”

그녀가 내뱉은 말이 바람에 흩날린다.

“뭐라고? 죽이 먹고 싶다고?”

“됐네요. 구수한 선짓국이나 드시죠.”

미라는 체념한 듯 입술을 비죽이 내민다.


전차가 기적을 울리며 종각의 정거장에서 멈춘다. 전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마치 제가끔 갈 길을 가는 듯 보폭이 다른다. 경덕이 뒤돌아서서 미라의 손을 그러쥐고 청진동 골목으로 들어선다. 미라는 마지못해 뚱깃걸음으로 그의 뒤를 따른다.

북청물장수의 물지게가 골목 어귀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휘황찬란하게 불 밝힌 요정 앞으로는 인력거가 수시로 드나들며 기생과 손님들을 실어 나른다. 가마솥에서 뿌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청진옥은 여전히 손님들도 북적거린다.

경덕과 미라는 청진옥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경덕이 종업원에게 턱짓을 하자마자 국밥 두 그릇을 담은 뚝배기와 깍둑이를 수북이 담은 종지가 두 사람 사이에 놓인다. 경덕은 돌아서려는 종업원에게 한쪽 눈을 질끈 감는다. 뒤미처 종업원이 막걸리를 담은 술병과 잔을 비좁은 탁자 위에 내려놓는다.


술잔을 기울이던 경덕이 고개를 숙인 채 밥을 먹고 있는 미라 앞으로 슬그머니 봉투를 내민다.

“뭐야?”

미라는 무심히 묻는다. 그는 눈짓으로 봉투를 가리킨다. 그녀는 슬그머니 봉투를 들고 안에 든 서류를 꺼내 읽는다.

“사직서잖아!”

그는 대꾸도 하지 않고 뒷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봉투 위에 올려놓는다.

“이건 또 뭐야?”

“풀어봐!”

그는 눈동자를 되록거리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미라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매듭을 풀기 시작한다.

“아니, 웬 가락지야? 오빠 설마 나한테······?”

술잔을 내려놓는 그의 각오가 새롭다.

“맞아.”

“사직서랑 가락지를 두 개 내놓고선 내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거야?”

“응.”

그녀는 사직서와 가락지를 번갈아보곤 피식 웃는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이 오빠 정말 대책 없네? 도대체 두 가지를 내놓고 나한테 뭘 요구하는 건데?”

혀를 빼문 그녀의 입가에서 실소가 새어 나온다.

“어떤 것부터 대답해줄까?”

“결혼하자!”

그녀의 시선이 잠시 허공을 휘젓는다.

“백마 탄 기사한테 프러포즈를 받으리란 꿈은 애초에 부질없다고 생각했어. 그렇다고 이건 아니잖아? 사직서를 낸 백수가 프러포즈를 한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울어야 되는 거야, 웃어야 하는 거야? 오빠가 결정해.”

“가락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내게 남긴 유일한 유품이야. 그리고 사직서는 부패한 정부에 던진 나의 유일한 유품이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뭐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어.”

“대안이 나뿐이었어?”

“응.”

“대안이 나밖에 없다? 험한 세상에 딱하기도 하지. 그래 우리 결혼하자. 설마 내가 오빠 하나 먹여 살리지 못하겠어?”


미라가 대차게 나오자 그가 오히려 당황한다.

“신중히 결정해! 나 심각해!”

그녀가 샐죽거리며 한술 더 뜬다.

“내가 지금 장난하는 걸로 보여?”

그녀는 잔이 넘치도록 술을 가득 채운 뒤 건배를 제안한다.

“오빠, 결혼을 축하해!”

경덕은 두 손으로 공손히 잔을 들어 건배를 한다.

“내 부인이 되어주어서 감사합니다.”

그녀가 잔을 부딪는다.

“내 남편이 되어주어서 감사합니다.”


경덕과 미라는 연이어 건배하며 서로를 축하한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손님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를 지른다. 머쓱한 두 사람은 연신 고개를 숙여 손님들에게 답례를 한다. 종업원이 수육 한 접시를 쓱 내밀곤 헤벌쭉 웃는다.




60.


카지는 중위로 승진하며 헌병대에 신설된 정보과의 과장으로 부임한다. 집무실의 벽에는 쇼군의 투구와 갑옷이 일본도와 나란히 걸려 있다. 멜빵을 풀어헤친 그는 후지하라 소위와 한 시간째 머리를 맞댄 채 탁자 위에 펼쳐놓은 사진을 솎아내고 있다. 그의 손에는 사무엘의 영결식에 참여한 주요 인사들의 사진이 쥐어져 있다.


“희미하긴 하지만 왠지 이놈이 마음에 걸려.”

후지하라가 고개를 삐죽 내밀고 기웃거린다.

“아는 놈입니까?”

“특정할 순 없지만 얼마 전 대안문 앞에서 마주쳤거든. 관직에 있는 놈이 사무엘 영결식에 참여했다는 건 불손한 세력과 연계되었단 반증 아닌가?”

“옳은 판단이십니다!”

“덕수궁 내에서 근무하는 관리 전부를 전수 조사하도록 해!”

“하이!”

“신상원 주위에 얼씬거리는 놈들은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된다. 알겠나?”

“하이! 분부대로 실행하겠습니다.”


그는 담배를 피우며 창문 밖의 덕수궁을 주시한다. 무료하게 피어오른 담배연기가 천장에 닿으면서 면사포처럼 퍼진다.



61.


개나리와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 정동길은 나들이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봄의 향연은 만개한 수수꽃다리가 그윽한 향을 풍기는 정동교회 앞에서 절정에 달한다.

정동교회의 앞뜰은 하객들과 구경꾼들로 북적북적하다. 연미복을 차려입은 경덕과 드레스차림으로 꽃은 든 미라가 단상 앞에서 서양인 목사의 주례를 듣고 있다.


“미라 양이 총탄의 파편에 맞아 부상당했을 때가 기억납니다.”

주례를 맡은 서양인 목사는 유창한 한국어롤 구사하며 하객들의 환심을 산다.

“금남의 집으로 유명한 이화학당 기숙사에서 신랑 한경덕 군을 처음 봤을 때, 나는 귀신이 나타날 줄 알았습니다.”

목사의 재치 있는 입담에 하객 사이에서 박장대소가 터진다.

“그때 보쌈을 하지 그랬어?”

“장원급제했다더니 월담도 잘 하는구먼!”

“완전 도둑놈이 따로 없네.”

뒤미처 경덕의 동지들이 짓궂은 야유를 퍼붓는다. 하객들은 배꼽을 잡고 한바탕 껄껄 웃는다.

“백수가 된 신랑이 이번에는 신부를 훔친 도둑이 된 답니다. 서양 속담에 용감한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경덕 군은 용감한 자가 틀림없습니다. 이렇게 어여쁜 미인을 아내로 맞아 자신의 용감함을 입증하지 않았습니까?”

목사의 능청에 일순 결혼식장은 왁자지껄하다.

“미래를 약속한 한경덕 군과 박미라 양이 하객들을 향해 인사를 올린다고 합니다. 힘찬 박수로 두 사람의 앞길을 축복해주십시오.”


신랑과 신부는 풍금소리에 맞춰 나란히 하객 속으로 걸어간다. 수수꽃다리 옆에 서서 구경하던 상원이 큰가지를 쥐고 흔들다. 수수꽃다리의 보랏빛 꽃잎이 신랑과 신부의 머리 위로 우수수 떨어지며 진한 향기를 내뿜는다.

교회 한편에서는 하객을 맞을 준비로 부산하다. 육수가 끓어 넘치는 솥단지와 지짐이가 노릇하게 구워지는 번철 주위로 아이들이 침을 삼키며 올망졸망 앉아 제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이윽고 하객들이 야외 식탁으로 몰려든다. 고명을 얹은 잔치국수와 지짐이를 얹은 돈버거가 식탁 가득 차려진다.


신랑과 신부를 가운데 두고 지인들이 교회를 배경으로 층계참에 겹겹이 서 있다. 사진사가 신랑과 신부를 중심으로 하객들의 위치를 지정해준다. 키가 훤칠한 상원이 맨 위에 선다. 사진사는 ‘김치’를 외치며 마그네슘 조명을 터트린다.

기념촬영은 끝으로 결혼식을 막을 내린다. 신랑과 신부는 하객들 사이를 누비며 일일이 인사를 나눈다. 신혼부부가 상원이 앉은 상 앞에서 멈춘다.


“격동이 휘몰아치는 난세에 옳은 결정을 내린 두 사람의 용기에 감복했네!”

상원이 축하를 건네자 경덕이 되받는다.

“선생님께서 험한 세상에 밀알이 되라고 늘 말씀하셨잖아요. 우리, 두 사람 힘을 합쳐 온 세상에 밀알을 퍼트리기로 작정했습니다.”

뒤미처 미라가 끼어든다.

“밀알은 나중 일이고, 백수를 구원하기 위해 달리 선택할 길이 없었습니다.”

미라가 샐쭉거리며 정색하는 척한다. 상원은 활짝 웃으며 덧붙인다.

“세상의 밀알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를 구원하는 게 우선 아닌가?”

경덕이 넉살스럽게 대꾸한다.

“졸지에 백수에다 도둑놈까지 됐으니, 앞으로 뭐가 두렵겠습니까? 하하핫!”

상원이 두 사람을 일별하며 우스갯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런 범죄자라면 더 늦기 전에 나도 도전해봐야겠는걸.”


옆에서 듣고 있던 남학생이 헤벌쭉 웃으며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의 손을 슬그머니 붙잡는다. 여학생이 손을 뿌리치고 남학생의 옆구리를 치며 입술을 비죽 내민다.

“도둑도 도둑 나름이지.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고 제발 정신 차려.”

남학생이 코를 벌름거리며 발끈한다.

“쳇! 정신을 차릴 쪽이 누군데? 제발 집에 가서 색경 좀 들여다봐!”

여학생은 송곳눈을 치뜬 채 남학생을 노려본다.

“누가 할 소리를? 백수, 도둑 다 상관없지만 당신만큼은 정중히 사절하렵니다. 알겠습니까?”

여학생은 화가 덜 풀렸는지 아랫입술을 깨문 채 남학생의 손등을 사납게 꼬집는다.


주거니 받거니, 두 학생의 만담으로 피로연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정동교회 건너편에서 수상쩍은 기척이 감지된다. 후지하라는 가로수 뒤에 몸을 숨긴 채 연신 사진기의 여닫개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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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6화 좌익과 우익 +1 19.05.09 54 2 13쪽
95 95화 조선인민공화국 +1 19.05.09 58 2 17쪽
94 94화 일본패망(日本敗亡) +1 19.05.09 53 2 12쪽
93 93화 원자폭탄 +1 19.05.09 52 1 13쪽
92 92화 김일성 +1 19.05.09 56 1 14쪽
91 91화 독수리 작전 +1 19.05.09 54 1 14쪽
90 90화 이승만 +1 19.05.09 52 1 14쪽
89 89화 비밀요원 나타샤 +1 19.05.09 52 2 15쪽
88 88화 OSS(미국전략사무국) +2 19.05.09 54 2 16쪽
87 87화 승전(勝戰) +1 19.05.09 53 2 14쪽
86 86화 진주만공습 +1 19.05.08 54 1 16쪽
85 85화 갈라예프 +2 19.05.08 51 2 16쪽
84 84화 채권(債券) +1 19.05.08 56 2 11쪽
83 83화 다카키 마사오 +1 19.05.08 65 2 12쪽
82 82화 광복군(光復軍) +1 19.05.08 51 2 13쪽
81 81화 육군정보학교 +2 19.05.08 52 2 11쪽
80 80화 홍콩행 +1 19.05.07 55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52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50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48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55 2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56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49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49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50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53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52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56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55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55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55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56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55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56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57 2 15쪽
61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57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57 2 13쪽
59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61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57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59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58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60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58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58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60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61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60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60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66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62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63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62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60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61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66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64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62 3 30쪽
39 39화 빅터 한 +1 19.04.25 64 3 49쪽
38 38화 박진만 +2 19.04.25 67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75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70 3 49쪽
35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71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70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71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72 3 47쪽
31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80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77 4 46쪽
29 29화 출산(出産) +3 19.04.20 83 4 43쪽
28 28화 밀항(密航) +2 19.04.20 78 4 45쪽
27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77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82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96 4 39쪽
24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82 5 44쪽
23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86 4 46쪽
22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84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83 5 49쪽
20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85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94 3 49쪽
18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94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97 4 49쪽
16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98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100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108 3 37쪽
» 13화 결혼(結婚) +3 19.04.12 161 6 42쪽
12 12화 돈버거 +9 19.04.12 145 6 44쪽
11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159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173 8 42쪽
9 9화 낙향(落鄕) +4 19.04.10 179 7 42쪽
8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183 7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224 10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221 11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248 12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314 11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402 12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574 12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1,117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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