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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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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최근연재일 :
2019.07.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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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4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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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쪽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님의 침묵




DUMMY

83.


궁지에 몰린 군중이 한곳으로 몰리자 결국 부풀어 오를 대로 팽창한 풍선에 구멍이 뚫린다. 공백을 틈탄 군중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저지선이 붕괴된다.

시민들이 거리로 흩어지면서 잡히려는 자와 쫓는 자 사이에 추격전이 맹렬하다. 종로와 남촌, 정동으로 연결된 골목마다 호루라기 소리가 밤의 정적을 뒤흔든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총소리에 놀란 시민들이 대문을 열고 동정을 살핀다. 헌병대에 쫓기는 사람을 얼른 집안으로 숨겨주는 이도 있고, 일부러 골목으로 나와 서성거리며 도망자의 길을 터주기도 한다.


최 군을 따라가던 경덕과 시민대표들은 분산된 군중을 뒤로하고 피맛골로 숨는다. 일행은 전담반을 따돌리기 위해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된 골목을 마구 휘젓고 다닌다. 북청물장수들이 근거지로 삼는 청진동에 이르러서야 일행은 비로소 막간의 휴식을 취한다.

허리를 움켜쥔 채 얼마간 숨을 고르고 있을 즈음 국밥집 앞에 모여 있던 물장수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잠시 뒤 기마대들이 골목 양쪽에서 득달같이 달려온다. 말발굽소리가 요란하게 울리자 최 군이 고개를 빼꼼 내민 채 골목 밖의 상황을 염탐한다. 이내 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한다.


“선생님, 기마대가 길 양쪽을 막고 있습니다. 기마대를 분산시키려면 여기서 흩어지는 게 좋겠습니다.”

최 군의 제안에 시민대표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한 동지, 최 군의 말대로 여기서 헤어지는 게 상책입니다. 나는 동지들과 북촌으로 이동하며 기마대를 유인할 테니, 한 동지는 최 군을 따라 도주로를 확보하십시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시민대표가 동지 세 명과 함께 거리를 가로질러 북촌으로 내달린다. 기마대들이 그들을 뒤쫓는다. 경덕은 최 군의 안내를 받으며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전전한다. 얼마간 골목을 헤집던 최 군이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뒤를 따르던 경덕도 멈칫한다. 뒤로 돌아선 최 군이 뒷걸음질을 치며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이상한 낌새를 감지한 경덕이 그를 노려본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최 군! 지금 무슨 소리야?”

경덕이 그에게 다가가며 묻는다.

“뜻을 같이하는 동지 몇 명이 뭉친다고 기울대로 기운 나라가 바로 설까요? 전 일본으로 건너가서 신학문을 배우렵니다. 그리고 진정한 선각자로 귀국하여 나라의 기둥이 되기로 했습니다.”

“이 봐, 최 군!”

경덕이 큰 소리로 불러보지만 최 군은 이내 고개를 숙이고 만다.

“자네가 배반을 하다니······”


골목 양쪽에서 헌병대가 총을 겨눈 채 점점 좁혀온다. 최 군은 헌병 뒤로 자취를 감춘다. 경덕은 소금기둥이라도 된 양 제자리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말에서 내린 카지가 터벅터벅 걸어온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하기 마련이지. 그러나 똑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면 진정한 승부사라고 할 수 없지. 한경덕! 너는 실수를 반복해서 애송이 딱지를 떼지 못한 거고, 난 실수를 만회해서 승부사임을 증명된 거야. 지금 기분이 어떤가?”

카지가 잇몸을 드러내며 미소를 짓자 달빛을 받은 금니가 번뜩인다.

“비겁한 놈! 순수한 청년한테 유학을 미끼로 이간질을 하다니!”

“애송이는 남의 과오를 탓하는 법이고, 승부사는 자신을 탓하는 법이지. 신상원이 피맛골로 탈출한 후 나는 이곳을 이 잡듯 뒤지고 다니며 연구했다. 두 번 다시는 피맛골에서 망신을 당하지 않겠다고. 그런데 넌 피맛골을 마치 연기만 남기고 사라지는 마술 상자인 양 또 다시 숨어들었지. 재밌지 않나? 원수를 놓친 골목에서 원수를 다시 잡아들인다는 게. 하하핫! 넌 덫에 걸린 거야! 넌 나한테 적수가 되지 않아!”

호승심을 드러낸 그는 금니를 드러낸 채 비아냥거린다.

“적수로 삼았다면 너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내가 적수로 삼는 건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는 네까짓 놈이 아니라 오로지 독립국의 국권을 호시탐탐 노리는 침략국, 일본이다!”

그가 비웃자 카지가 이를 바득바득 간다.

“버러지 같은 조센징놈! 뜨거운 맛은 헌병대에 가서 보여주지. 당장 저 버러지을 말에 묶어 압송하라!”

“하이!”


경덕은 포박된 채 말에 끌려간다. 구경꾼들이 혀를 차며 안타까운 시선을 보낸다.







제7장 러일전쟁




84.


아리랑 단체가 계획한 춘투(春鬪)는 일진회의 계획적인 방해로 수포로 돌아간다. 헌병대의 총격으로 59명이 사망하고 6백여 명이 부상을 당한다. 이천여 명이 체포되어 시내 모든 경무서의 유치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다.

1급 주동자로 분류된 인사들은 헌병대의 밀실감옥에 수용된다. 언론은 헌병대에 각목을 휘두르며 몸싸움을 벌이는 시민들을 폭도로 다룬다. 춘투(春鬪)는 졸지에 황제를 폐위하고 정부를 전복하려는 폭거로 묘사되며 온건한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기에 이른다.

죄수번호를 들고 찍힌 사진이 대서특필되면서 경덕은 반란수괴의 유력한 주동자로 지목된다. 대한매일신보만이 ‘시민의 두 얼굴’이란 머리기사를 달아 평화로운 낮과 폭력적인 밤의 시위현장을 담은 사진을 싣는다. 갑작스럽게 폭도로 돌변한 건장한 사내들의 폭력 장면에서는 일진회의 조직이 동원되었을 개연성을 지적하며 조심스럽게 모종의 개입설을 언급한다.


“돈버거 박 사장이 꽤나 영업수단이 좋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그 남편은 어떤지 알아볼까?”

카지는 부하들을 뒤로 물린 뒤 만신창이가 된 경덕의 얼굴을 쳐다본다.

“지금부터 거래를 하나 제안할까 하네. 이문이 남는 장사니까 거절할 필요는 없을 거야.”

그가 실실 웃자 입술 사이로 금니가 빛을 발한다.

“간단하네. 아리랑의 수괴 신상원이 있는 곳을 말하면 당장 집에 보내주겠네. 보아하니 두 살 된 아들이 있던데, 어서 가서 안아줘야지. 가장이 집안을 등한시하면 되나?”

경덕은 고개조차 들지 않고 턱을 끌어당겨 가슴에 파묻는다.

“어차피 신상원도 머지않아 이곳으로 압송될 텐데, 그 전에 내가 제안한 패를 활용하는 게 낫지 않겠어?”

카지가 부하를 보곤 턱짓을 한다. 부하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그의 머리끄덩이를 잡아 뒤로 젖힌다.

“구름 따라, 바람 따라 발길 닿는 데로 살아온 사람의 행적을 내가 어찌 알겠나? 시간 낭비하지 말고 내 죄를 묻거든 달게 받을 테니, 정당한 재판을 받게 해다오!”

“미친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군! 조사관?”

“하이!”

카지가 눈짓을 하자마자 멜빵바지 차림의 조사관 두 명이 경덕을 천장에 거꾸로 매단다. 그러곤 코와 입에 물수건을 올려놓고 물고문을 시작한다.




85.


‘돈버거점방’에서 신문을 보던 미라가 풀썩 주저앉는다. 경단이 달려와 부축하여 겨우 의자에 앉힌다.


‘반란죄의 수괴 한경덕 전격 체포, 헌병대에서 수사 중’

‘궁내부 참서관 출신, 독립협회의 부활을 꿈꾸며 시위 주도’

‘황제를 폐위하고 서재필을 대통령으로 추대하려는 음모 드러나’


“언니, 어용신문에 난 기사를 뭘 신경쓰우? 지성인이면 이걸 보셔야지.”

경단은 대한매일신보를 그녀에게 내민다.

기사를 읽는 내내 미라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일진회가 개입된 건 세상이 다 알지. 그런데 반란을 주동했다는 걸 누가 안 믿겠니?”

미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별안간 돌이 여러 개가 날아와 유리창을 박살낸다. 경단이 부리나케 뛰어나간다. 불량배들이 그녀를 보곤 눈을 부라린다.

“아니, 이것들이 감히 백주대낮에 행패를 부려?”

“이 쪼깐한 년은 뭐야? 너한텐 볼 일 없고, 이집 사장이 반란을 꾀한 수괴의 마누라라며? 당장 나오라고 해. 어디 그 잘난 낯짝 좀 보자!”

우두머리가 다리 한쪽을 떤다. 경단은 가소로운 듯 콧방귀를 뀐다.

“에라, 이 한심한 불한당들아! 그래 누구는 나라를 구하겠다고 헌병대와 맞서 피를 흘리는데, 너희들은 고작 아녀자들이 장사하는 점방에 와서 행패를 부려?”

“고년 참, 말로 해서 안 듣네! 이걸 그냥 확!”

보기 좋게 망신을 당한 우두머리가 만회할 양으로 주먹을 쳐들고 어르는 순간 ‘이크, 이크’ 입소리를 내던 경단이 앞발을 높이 들어 그대로 사내의 뺨을 후려친다.

“아야!”

사내는 뺨을 싹싹 비비더니 분노를 폭발한다.

“고년 참 발바닥이 맵네. 주먹맛을 제대로 봐야 정신을 차리지!”

약이 오른 사내가 큼지막한 주먹을 휘두른다. 살짝 몸을 피한 그녀가 이번에는 다짜고짜 사내의 음낭을 냅다 걷어찬다. 두목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누워 떼굴떼굴 구른다. 패거리는 겁먹은 듯 섣불리 다가서려 하지 않는다.


“네놈이 두목이냐?”

“그래 두목이다, 어쩔래?”

“뭘 어쩌긴 어째? 산송장 치르기 싫으면, 어서 깨진 유리 값이나 변상하고 꺼져.”

남자들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두목의 속주머니에서 돈을 꺼낸다. 가게를 나선 미라가 경단을 부른다.

“살살 다루라고 했니, 안 했니? 유리 값 받아내려다 괜히 치료비가 더 든다고 했잖니? 제발 발보다 말로 하라고, 말로.”

“죄송해요, 언니! 앞으로 잘 할게요.”

“난, 오 기자님 좀 만나봐야겠어. 자초지종을 알아봐야지 속이 터져서 못 살겠다.”

“네, 언니. 여긴 걱정하지 마시고 다녀오세요.”


미라가 멀찌감치 사라질 때까지 불량배 패거리는 양손을 들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경단은 손가락에 침을 뱉어가며 넘겨받은 지폐를 센다.

“아니, 이것들을 봤나? 돈이 모자라잖아!”

경단이 윽박지르자 덩치 큰 우두머리가 굽실거리며 애원한다.

“누나, 말씀드렸잖아요. 그게 가진 거 전부라고.”

“정말이지?”

“그럼요, 저희는 주먹질은 해도 거짓말을 못 하거든요.”

“뒤져서 나오면 엽전 한 냥에 불알 한 대씩이다!”

“누나, 참 나쁜 버릇 있으시다. 사람을 못 믿으시면 어쩌라고요.”

경단이 당수로 치는 시늉을 하자, 우두머리가 잽싸게 손을 내민다.

“누나, 정말로 이게 다예요. 집에 빨리 가고 싶어요. 엄마가 기다린단 말이에요.”

경단은 돈을 마저 거둔 뒤 한 마디를 남긴다.

“너희들은 앞으로 주먹질도 하지 말고 거짓말도 하지 마라! 그냥 집구석에서 엄마 심부름이나 하고 살아라!”

“네, 분부대로 할게요.”


혼쭐이 난 패거리가 뒤꽁무니가 빠지게 정돌길을 내달린다.




86.


한국에 커피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알려진 ‘앙투아네트 손탁(Antoinette Sontag)’이 운영하는 ‘손탁호텔’은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손탁호텔이 일본의 탄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황제와의 인연에서 기인한다. 명성황후가 일본의 낭인들에게 시해된 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종과 왕세자는 손탁 여사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다. 이런 연유로 손탁 여사는 고종으로부터 황실 소유의 땅과 왕의 비자금인 내탕금(內帑金)을 하사받고 정동의 언덕길에 2층 규모의 서양식 호텔을 짓는다.

손탁호텔은 경성을 방문하는 각국의 외교사절이 묵는 영빈관의 기능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일본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조직한 ‘정동구락부(貞洞俱樂部)’의 상징으로 떠오르며 경성의 명소로 자리매김한다.

일본은 반체제인사들이 드나드는 손탁호텔을 눈엣가시로 여긴다. 그러나 외교관 신분을 지닌 귀빈들이 상주하는 곳이라 함부로 탄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본은 호텔 직원을 매수하여 정보를 빼낸다거나 호텔 주변에 밀정을 잠복시켜 염탐하는 것으로 손탁호텔을 관리한다.

미라는 주위를 살필 겨를도 없이 정동 언덕으로 황급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녀가 미행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곳은 손탁 여사와 친분이 있는 손탁호텔이 유일하다. 미라가 로비로 들어서자 손탁 여사가 반색하며 총총히 다가와 볼에 키스를 한다.


“어서 와, 미세스 박! 얼굴이 많이 상했네.”

손탁이 미라의 어깨를 쓰다듬는다.

“여사님, 별 일 없으셨죠?”

“일본의 간섭이 문제지, 나야 무슨 걱정이 있겠어?” 그나저나 일진회 깡패들이 행패를 부린다고 들었는데, 괜찮아?”

“이젠 이골이 나서 그러려니 해요. 호텔은 어떠세요?”

“여긴 깡패 따위는 없어. 밀정들이 날뛰고 있어서 난리지만······”

두 사람은 잠시 같은 처지임을 깨달은 듯 두 손을 꼭 잡는다.

“내 방으로 가자. 오 기자가 기다리고 있어!”

“네!”

귓속말을 나눈 뒤 두 사람은 2층으로 연결된 계단을 오른다.

커피를 마시던 오 기자가 인기척을 듣곤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가 미라에게 인사말을 건넨다.

“기사를 보고 많이 놀라셨을 겁니다.”

“죄명이 반란수괴라더군요. 남편한테 이번 시민궐기대회의 책임을 몽땅 뒤집어씌울 작정인가 봐요.”

미라가 핏기가 가신 입술로 한숨을 폭 내쉰다.

“헌병대로서는 그게 최선일 겁니다. 가뜩이나 민심이 흉흉하니 적당한 희생양이 필요하니까요. 아마도 일사천리로 재판이 진행될 겁니다.”

오 기자가 담배에 불을 붙이며 길게 연기를 내뱉는다.

“제대로 변론도 못 받고 재판이 끝날 텐데, 걱정입니다.”

미라가 도리질치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손탁이 그녀의 손을 꼭 잡는다.

“정동구락부 회원들도 자체적으로 의견을 수렴했어. 일본이 강경일변도로 나갈 것에 대비해서 말이야. 우리는 이번 시민집회를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행사로 규정하고 있네. 따라서 이번에 체포된 인사들에 대해 공정하고 공개적인 재판을 요구할 거야. 필요하다면 국제여론을 동원해서라도 외국 법률가가 재판에 참관인으로 입회하도록 압력을 가할 생각이야.”

“여사님,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코스모폴리터니즘, 즉 세계시민주의의 가장 근간이 되는 기본 권리잖아.”

그녀의 위로에 고무된 듯 미라가 미소를 짓는다.

“문제가 또 하나 있습니다.”

오 기자의 목소리가 냉정하다. 두 사람은 불길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헌병대 동향을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손탁이 미간을 찌푸리며 동조한다.

“고문이 심하다고 들었네.”

“그렇습니다. 항간에는 재판을 받기도 전에 옥사할 거란 추측도 있고, 일본으로 압송해서 그곳에서 재판을 하겠다는 소문도 돈다고 합니다.”

“증거도 없는데, 무슨 근거로 일본에서 재판을 한다는 거죠?”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미라가 황망한 표정을 짓는다.

“특무관으로 파견됐던 무사시 암살 사건의 배후에 이번 집회의 배후가 깊이 관여했다고 보는 거죠. 신상원 선생의 탈출 사건도 아리랑의 소행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 동지를 반란과 역모의 수괴이자 살인죄로 기소할 방침인 거죠. 자기 나라 국민이 살해되었으니, 응당 자기 나라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주장할 게 뻔합니다.”

오 기자의 말을 듣는 내내 미라의 얼굴이 새하얘진다. 손탁이 주먹을 불끈 쥔 채 카펫 위를 서성거리며 격앙된 어조로 일본을 성토한다.

“일본이 평화적인 시위를 한 선량한 시민을 폭도로 매도한 사실은 세상이 다 알고 있어. 증거도 없는 한 군을 반란죄로 기소한다고?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번만큼은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않겠다는 것이 각국의 외교관들의 중론이야. 만약 한 군이 일본으로 압송되는 일이 벌어지면 유럽에서 열리는 만국박람회에 일본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외교전으로 맞설 생각이야. 세계진출을 꿈꾸는 일본에게 만국박람회는 강대국으로 도약하는 새로운 도전일 테니, 우리의 견해를 절대 무시하지 못할 거야.”


세 사람은 커피를 마시며 일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골몰한다.




87.


나폴레옹 전쟁 이후 제1차 세계대전까지의 전쟁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육상전이 만주에서 발발한다. 1905년 2월 20일부터 3월 10일까지 약 이십일 동안 러시아군 31만 명과 일본군 25만 명이 압록강에서 맞붙은 직후 펑톈(奉天)에서 물러설 수 없는 단판을 벌인다.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일본군은 시베리아횡단철도가 단선인 점을 적극 활용한다. 수송열차가 지체되며 군수물자를 제때 공급받지 못한 러시아군은 전열을 상실한다. 절호의 기회를 잡은 일본군은 측면으로 기동하여 러시아군을 압박하며 대승을 거둔다.


1904년 10월 15일 발트해에 접한 리예파야항에서 황제가 참여한 가운데 성대한 출정식이 열린다. ‘Z.P.로제스트벤스키’ 사령관이 이끄는 발틱함대 소속의 수병들은 황제를 향해 일제히 경례를 한다. 함대는 거친 파도를 가르며 검푸른 발트해의 품으로 안긴다.

전함 8척을 포함하여 군함 34척과 지원함 38척으로 구성된 거대한 함대는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을 가로지른다. 말라카 해협을 벗어난 함대는 북북동으로 좌표를 잡고 태평양으로 접어든다.

발틱함대가 기항지를 떠났다는 첩보를 입수한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 ‘도고 헤이하치로’는 열악한 전력을 만회하기 위해 진해만에서 해상포격훈련에 전력을 쏟는다. 그가 열흘 동안 포격훈련에 사용한 포탄은 1년 치에 달한다. 막강한 함대가 블라디보스토크로 가기 위해선 협소한 쓰시마 해협을 지날 것이라고 예견한 도고 사령관은 무모한 도박에 일본의 운명을 내맡긴다.


하늘이 도운 탓일까, 아니면 기나긴 여정에 판단력을 상실한 것일까. 로제스트벤스키 발틱함대 사령관은 일본 연합함대 도고 사령관이 궁여지책으로 쳐놓은 덫에 제 발로 기어 들어간다. 대서양과 인도양 그리고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지구상의 모든 대양을 두루 거쳐 장작 37,000킬로미터를 항해한 발틱함대는 모항을 떠날 당시의 중량감을 상실한 뒤였다. 9개월에 걸친 항해 기간은 함대의 기동력에 치명타를 안긴다. 배 밑바닥에 붙은 따개비가 대량 번식하면서 속도는 반감된다.

때마침 쓰시마 해협에 안개가 자욱이 깔린다. 안개와 맞닥뜨린 양국의 함대 사령관은 숨을 멈춘 채 가슴을 졸인다.


“쓰시마 해협의 시계는 어떤가?”

해무가 거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도고 사령관의 미간이 움찔한다.

“난류가 북상하는 시기라 오후가 돼야 거칠 것 같습니다.”

“전 함대에 견시병의 감시를 강화하도록 지시하라!”

“하이!”



같은 시간 난류를 타고 북상하던 발틱 함대에도 비상이 떨어진다.

“소해함을 전방에 배치하여 기뢰를 감시하고, 구축함은 양 측방에서 본대를 호위한다.”

로제스트벤스키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소해함(掃海艦)이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함대의 선두로 나선다. 육중한 함포로 무장한 구축함 두 척이 지휘함과 나란히 배치된다.

“사령관님, 현재 함대는 작전대형을 유지하며 북상 중입니다.”

“알았다! 현 작전대형을 유지하라!”

“현 작전대형 유지!”

부함장이 복창하자 갑판에 대기하던 수병들이 각자 위치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사령관님, 해무가 심상치 않습니다.”

“신의 결정이 옳다면 함대가 안개 속을 무사히 통과할 것이다.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기도밖에 더 있는가?”

질끈 눈을 감은 그는 덥수룩한 수염을 가슴에 묻곤 기도문을 암송한다.


지휘관이 모여 있는 함교는 쥐 죽은 듯 고요하다.

‘띠띠디······, 띠띠······, 띠디······’

사령관과 참모들이 모스 부호를 주고받는 신호수에게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윽고 정보를 취합한 통신장교가 사령관에게 보고한다.

“전방 정찰함이 해협에 진입한 러시아 소해함과 구축함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전 함대 전투 위치!”

“전 함대 전투 위치!”


사령관은 모자를 푹 눌러쓴 뒤 해무가 낀 전방을 주시한다. 진해 앞바다에서 함포 사격술을 연마한 연합함대 소속의 전함들은 일제히 발틱함대의 예정 항로를 향해 함포를 배치한다.

1905년 5월 27일 진해만에 정박하고 있던 도고의 연합함대가 해무를 헤치고 칠흑 같이 어두운 바다로 진입한다. 아침햇살이 물비늘에 어지럽게 반사될 무렵 해무가 걷히기 시작한다. 서서히 실체가 드러난 발틱함대와 맞닥뜨린 도고 사령관은 어마어마한 규모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도고 사령관은 이를 악다물고 함대가 사정거리 안으로 접근하기만을 기다린다. 그렇게 삼십여 분이 지났을 때였다. 망원경으로 전방을 주시하던 견시병이 급히 함교 안으로 뛰어 들어온다.

“적의 본대가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습니다.”

망원경으로 적함의 함교를 관찰하던 도고의 손이 파르르 떨린다. 출렁거리는 파랑을 헤치며 전진하는 적함의 함교에서 빛이 반짝거린다. 소스라치게 놀란 그는 망원경을 땅에 떨어뜨린다. 수평선 너머로 기동하는 적함의 함교에서도 제 모습이 망원경에 포착되었을 것이란 데에 생각이 미치자 그의 관자놀이가 불거진다.

“전 함대 함포사격 실시!”

“전 함대 함포사격 실시!”


일순 함교에서 서로의 존재를 동시에 확인한 도고와 로제스트벤스키는 함대에 포격을 명령한다. 그러나 만반의 준비를 한 도고가 안일하게 무탈하기만을 기도한 로제스트벤스키보다 한발 빨랐다. 연합함대가 포탄을 장전하고 함선의 정중앙을 겨냥하고 있을 무렵 간발의 차로 위협을 감지한 발틱 함대의 수병들도 부리나케 포신을 이동하기 시작한다.

1905년 5월 27일 오후 2시. 해상전은 의외로 싱겁게 끝을 맺는다. 함포 사격 개시 30분 후 전함 8척을 비롯한 군함 34척과 공작선과 병원선 등의 지원함 38척의 함정 가운데 달랑 2척만 온전히 피격을 피해 블라디보스토크로 달아난다.



88.


일본이 만주대륙과 쓰시마 해협에서 러시아를 패퇴시켰다는 소식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그나마 내각에서 일본을 견제하던 대신들도 일본의 대세를 인정하며 친일노선에 가담한다. 외교전으로 국제사회에서 일본을 고립시키겠다고 호언하던 영국과 미국 등도 승자의 편에 서기로 작정한 듯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1905년 7월 미국은 ‘태프트·가쓰라밀약’을 통해 일본의 한반도 통치를 묵인한다. 같은 해 8월 영국은 일본과의 ‘제2차 영일동맹’을 체결하며 한반도에서의 일본의 지위를 사실상 인정한다. 미국과 영국을 우방국으로 끌어들인 일본은 일진회를 내세워 식민정책의 교두보인 ‘한일보호조약’을 체결하도록 정부를 압박한다.

1905년 11월 9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특명전권대신으로 한국에 파견된다. 그는 외교권을 장악한 뒤 통감부(統監府)를 설치하여 일본의 통치를 수용한다는 이른바 ‘을사조약’의 체결을 강요한다.

11월 15일 이토 히로부미는 황제를 알현하는 자리에서 ‘한일협약안’에 서명할 것을 종용한다. 황제와 정부는 조약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극구 반대한다. 17일로 연기된 어전회의에서도 협약안에 대한 서명이 지지부진하자 이토는 조선주차군(朝鮮駐箚軍)의 사령관 ‘하세가와 요시미치(長谷川好道)’를 대동하고 황제를 세 번이나 알현한다. 황제가 끝내 조약의 비준에 서명하지 않자, 이토는 무력을 동원하여 궁을 포위한다. 그러곤 대신을 한 사람씩 불러들여 조약에 서명할 것을 강요한다.

대신 가운데 학부대신 이완용(李完用)과 군부대신 이근택(李根澤), 내부대신 이지용(李址鎔), 외부대신 박제순(朴齊純), 농상공부대신 권중현(權重顯) 등은 자발적으로 조약에 날인함으로써 ‘을사오적(乙巳五賊)’에 이름을 올린다. 이렇게 하여 1905년 11월 17일 ‘을사보호조약’이 강제로 체결되며 대한제국은 일본의 보호국으로 전락하기에 이른다.


조약이 체결된 후 조야(朝野)는 발칵 뒤집힌다. ‘황성신문’의 사장 장지연(張志淵)은 11월 20일자 신문에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을 기고하며 일본의 침략을 규탄하고 조약체결에 찬성한 대신들을 공박한다. 국민은 일제히 궐기하여 조약의 무효를 주장하고 을사오적(乙巳五賊)에 대하여 규탄한다.

황제는 미국에 머무는 황실고문 헐버트(Hulburt, H. B.)에게 ‘짐은 총칼의 위협과 강요 아래 최근 양국 사이에 체결된 이른바 보호조약이 무효임을 선언한다. 짐은 이에 동의한 적도 없고 금후에도 결코 아니할 것이다. 이 뜻을 미국 정부에 전달하기 바란다’라는 밀지를 보내 일본의 침략행위를 만방에 선포하라고 지시한다.

외신들과 석학들도 일본의 만행을 고발한다. 1906년 1월 13일 런던타임스지가 이토의 협박과 강압으로 조약이 체결된 저간의 사정을 보도하며 일본을 압박한다. 프랑스의 석학 레이도 ‘국제공법’ 2월호에 특별기고문을 게재하며 일제의 침략을 강력히 비판한다.

시민들은 연일 덕수궁 앞에서 시위하며 을사조약의 원천무효를 주장한다. 각 경향에서도 전직 관료부터 평민을 아우르는 우국 인사들이 거병하여 본격적인 항일무장투쟁을 선언한다.




89.


대한제국의 합병절차가 일본의 계획대로 순탄하게 진행되던 1906년의 봄은 유난히 꽃샘추위가 기승을 떨친다. 맑은 날이면 시민들은 삼삼오오 볕이 든 마른 땅을 찾는다. 무성한 풍문을 바탕으로 뒤숭숭한 나라의 운명을 점치는 것이 그들에게 주어진 보릿고개를 잊는 유일한 소일거리다.

해가 질 무렵부터 진통을 느낀 미라는 일찌감치 안방에 이부자리를 깔고 눕는다. 마음이 급한 경단은 가마솥에 가득 물을 붓곤 군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이따금 안방의 동정을 살피는 그녀의 안색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자정을 넘기자 규칙적인 진통이 시작된다.

까무룩 혼절하기를 거듭하던 미라가 겨우 정신을 되찾는다. 그녀가 팔을 뻗어 벽에 기댄 채 코를 골고 자는 경단의 손을 잡는다. 쪽잠에서 깬 경단은 화들짝 놀란다. 양수가 터져 이미 바닥까지 흥건하다. 그녀는 서둘러 부엌으로 달려가 대야에 물을 받아온다.

먼동이 희붐하게 밝아 올 즈음 우렁찬 울음소리가 첫새벽의 정적을 가른다. 미라는 경단의 도움을 받아 둘째 아들을 출산한다. 잠에서 깬 인호는 부스스한 얼굴로 갓 태어난 아기를 망연히 바라본다.


“선생님이 계셨더라면 언니 고생이 덜할 텐데······”

부쩍 야윈 미라가 눈을 깜빡거리자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경단은 공연히 말을 꺼낸 것을 후회하며 얼른 말을 돌린다.

“아들을 두 명이나 뒀으니, 걱정이 뭐 있겠수?”

미라는 인호의 손을 잡고 살며시 갓난아이의 볼에 가져다 댄다. 인호는 선홍빛으로 발그레한 아기가 마냥 신기한 듯 눈을 떼지 못한다.

“아이들은 아버지 손에서 커야 하는데······, 면회가 되지 않으니 걱정이야!”

화제를 돌릴 양으로 인호를 무릎에 앉힌 경단이 그녀 옆으로 다가와 앉는다.

“시중에 나도는 소문에 밤마다 서울역으로 군인들이 집결한다고 하더라고요.”

“요새 몸이 무거워 출입을 삼갔더니 도통 바깥소식을 모르겠어.”

“전국이 난리예요. 전 공조판서 민종식은 충청도에서, 전 참찬 최익현(崔益鉉)은 전라도에서, 신돌석(申乭石)은 경상도, 유인석(柳麟錫)은 강원도에서 의병을 일으켰다고 해요.”

“혹시 거병한 사람 중에 신상원이란 이름은 못 들어봤어?”

경단은 황성신문과 대한매일신보를 펼쳐 머리기사를 훑는다.

“그런 이름은 없어요, 언니.”

“나라가 일본 수중에 떨어졌으니 구국지사에 대한 탄압도 가혹할 테지. 피는 피를 부르는 법이잖아. 어느 나라 백성이 나라를 빼앗기고 가만있겠니? 곧 의병운동이 들풀처럼 번져 독립의 날까지 큰 소용돌이가 불어 닥칠 게 분명해.”

그녀의 민낯에서 핏기가 걷힌다.

“저라도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 놈들을 가만두지 않겠어요.”

결기에 찬 경단이 이토와 나란히 선 을사오적의 사진이 실린 신문을 움켜쥔다.




90.


아침부터 진눈깨비가 추적거리며 내리는 바람에 거리는 온통 진흙투성이다. 군대가 전차가 오가는 광화문 네거리를 가로질러 열을 맞춰 행군한다. 철없는 아이들은 그 뒤를 쫓으며 제식훈련을 흉내 낸다.

누비옷을 입은 행인들이 어깨를 움츠린 채 좌판이 펼쳐진 행상을 구경하며 어슬렁거린다. 목도리를 칭칭 동여맨 지게꾼들은 소매에 양팔을 끼고 종종걸음을 치다 엉덩방아를 찧기 일쑤다.

학생과 시민들로 구성된 시위대가 어느 틈에 군대가 지나간 자리를 차지한다. 시위대는 을사오적을 규탄하는 푯말을 들고 가두시위를 펼친다. 말을 탄 헌병들이 나타나자 거리 곳곳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헌병대와 시위대가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진눈깨비는 눈으로 변한다. 이윽고 요란한 호루라기 소리와 격렬한 몸싸움으로 뒤섞인 현장은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다.

경덕은 쇠창살 너머로 들려오는 소음이 궁금한 듯 깨금발로 한 뼘 가량의 창가를 기웃거린다. 고문의 후유증으로 온몸이 성한 곳이 없는 그는 서글서글한 눈매만은 여전하다.


“105번 한경덕!”

간수의 목소리가 감옥서의 회랑을 타고 쩌렁쩌렁 울린다. 그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귓등으로 넘긴다. 그러곤 배시시 웃으며 폴폴 내리는 눈을 바라본다.

“105번 한경덕! 귀가 먹었나?”

간수가 감시창을 열고 냅다 소리를 지른다. 화가 난 간수들이 빗장을 풀고 감옥 안으로 성큼 들어온다.

“빠가야로! 내 말이 안 들리나?”

간수는 방망이로 경덕의 등짝을 때린다. 아득한 듯 그는 여전히 간수의 내방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완전 돌아버렸군!”

그는 간수를 멀거니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미친놈! 제 마누라도 못 알아보겠구먼.”

다른 간수가 그의 턱을 잡고 눈동자를 살핀다.

“맛이 완전히 갔습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이렇게 실성해서 뭐할꼬. 쯧쯧쯧!”

나이가 지긋한 간수가 혀를 차며 그의 팔에 수갑을 채운다.




91.


아기가 목 놓아 울기 시작한다. 아이를 등에 업는 미라는 동동거리며 아이를 달랜다. 인호는 집무실이 생경한 듯 미라의 치맛자락 뒤로 숨는다. 이윽고 집무실의 문이 열리고 카지가 후지하라를 대동하고 들어온다.


“조선 최고의 신식여성과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영광이군.”

카지가 빈정거리는 투로 말을 건넨다.

“조선의 여성을 함부로 구분 짓지 마라. 보시다시피 난 신식여성도 아니고 구식여성도 아닌, 그저 애 둘 딸린 부녀자일 뿐이다. 면회를 신청할 때는 콧방귀도 뀌지 않더니, 할 일이 태산인 부녀자를 왜 보자고 했는가?”

그녀가 또랑또랑한 눈동자로 쏘아보자 카지가 슬그머니 시선을 피한다.

“아줌마가 되면 눈에 뵈는 게 없다고 하더니만, 애를 낳은 게 벼슬이라도 되나보지? 어디서 감히 눈을 부라리는 거야!”

후지하라가 눈을 치뜨고 발끈한다. 카지가 넌지시 그를 다독인다.

“앞으로 조선과 일본제국은 내선일체로 화합을 할 상대인데, 그러면 쓰나?”

카지가 넌지시 후지하라를 나무란다.

“나라를 집어삼킨 작자한테 화합할 위인이 어디 있느냐? 볼 일이 있으면 을사오적의 가솔들한테나 알아 보거라!”

미라는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너를 부른 이유는 한 가지다. 죄수 번호 105번 한경덕을 동경 육군형무소로 이감하기로 했다. 일본 무관 무사시의 암살을 교사한 혐의로 본토에서 재판을 받을 것이다.”

“문명국임을 자처하는 너희들은 일사부재리의 원칙도 모른단 말이더냐? 증거불충분으로 이미 판명 난 사건을 거듭 재판하려는 의도가 무엇이더냐?”

“반란수괴란 특정 사안에 대하여 국한되지 않는다. 아리랑 조직의 수괴로서 무사시 암살을 사주한 죄까지 모두 포괄일죄가 적용돼 재판을 받는 것이다.”

“우리 남편이 아리랑 조직을 결성한 증거를 제시해 보거라!”

“수괴의 혐의를 벗어나는 길은 간단하다. 지금이라도 신상원을 넘겨주면 당장 석방시켜주겠다.”

“극악한 놈! 선량한 시민을 잡아다가 누명을 씌워 죄를 묻다니, 내가 좌시하지 않겠다.”

“이토 통감께서 이감 가기 전에 특별면회를 허락하셨다. 은사를 베푼 이토 통감님께 감사해야 할 거야!”


카지와 미라 사이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똑, 똑, 똑’ 노크 소리만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육탄전이라도 치를 기세다.


“대장님, 죄수번호 105번 한경덕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들어오라고 해!”

경덕이 포박된 채 간수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온다. 경덕을 보자마자 미라가 눈물을 터트린다. 인호는 여전히 치맛자락 뒤에 숨어 낯선 사내를 힐끔거린다.

“여보, 나에요! 여기 인호도 왔어요.”

경덕은 미라를 본체만체한다.

“새로 태어난 둘째도 왔어요.”

인호가 슬그머니 경덕에게 다가가 바지자락을 붙잡는다. 그러나 경덕은 눈 하나 깜짝 않고 창밖의 흩날리는 눈발에 시선을 고정한다.

“여보, 정신 좀 차려 봐요. 내가 왔다고요. 여기 당신 아들을 봐요.”


미라는 인호와 갓난아기를 번갈아가며 경덕에게 내보인다. 경덕은 잠시 아이들을 힐긋거린 뒤 시선을 창밖으로 옮긴다. 불안감이 엄습한 듯 미라의 행동이 어수선하다.

그녀는 경덕을 끌어안고 얼굴을 맞댄 채 체온을 나눈다. 경덕은 소금기둥이라도 된 양 뻣뻣한 자세로 끔쩍도 하지 않는다. 미라가 그의 가슴을 치며 울분을 터트리자 아이들도 덩달아 울기 시작한다.

카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담배를 꼬나문다. 후지하라는 혀를 빼물곤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92.


항일 의병전쟁은 총 3기로 분류된다. 제1기 의병전쟁은 1895년 명성황후시해사건과 단발령이 발화점이 되어 유생들이 거병하고 민중이 호응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제천의 유인석 부대와 춘천의 이소웅 부대, 서산의 허위 부대를 포함하여, 이인영·이강년·이춘영 등의 부대는 무기체계랄 것도 없는 구식총과 농기구로 신식무기로 무장한 일본군과 힘겨운 전투를 치른다. 그나마 아관파천 이후 친일정권이 무너지자 고종황제의 회유조칙에 동의하여 자진 해산하는 수순을 밟는다.

제2기 의병전쟁은 1905년 11월 체결된 을사늑약(乙巳勒約)이 도화선이 된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식자층이 전면에 나서서 농민군을 이끌고 출병한다. 강원도 원주에서 거병한 원용팔 부대를 선두로 충청도 홍주의 민종식 부대, 전라도 태인의 최익현 부대, 경상도 영천의 정용기 부대가 그 뒤를 따른다. 이례적으로 영해에서는 평민 출신의 신돌석이 거병하여 의병전쟁에 합류한다.

제법 구색을 갖춘 민종식 부대는 소총수 600명과 화포 6문을 갖추고 홍주성을 점령한다. 의병 900명을 거느린 최익현은 ‘의거소략(義擧略疎)’이란 일본의 만행을 열거하며 태인·순창·곡성을 공격한다. 평민 출신인 신돌석은 군사 3천 명을 이끌고 경상도와 강원도 일대에서 신출귀몰하는 유격전을 펼쳐 큰 전과를 올린다.


1차 때 해산하라는 황제의 조칙에 순응한 의병들과 달리 2차 때의 양상은 전과 사뭇 다르게 진행된다. 의병들이 보기에 을사늑약은 일본의 식민정책에 대신들이 부화뇌동(附和雷同)한 결과로 받아들여 황제의 조칙 따위는 무용지물로 치부한다.

전국에서 의병운동이 거세게 일어나자 위기의식을 느낀 일본은 즉각적으로 조선주차군(朝鮮駐箚軍)의 사령관 하세가와를 앞세워 의병대토벌작전에 착수한다. 한반도의 지리와 정보에 정통한 카지가 하세가와의 참모장으로 발탁된다. 신식무기로 무장한 일본의 정예군대가 대거 투입되면서 의병전쟁의 전세가 뒤집힌다. 거점도시에서 패퇴한 의병부대는 험준한 산악지대에 둥지를 튼 뒤 항일투쟁의 노선을 유격전으로 전환한다.


경성 한복판에서 탈주극을 벌인 뒤 자취를 감춘 상원은 신출귀몰하며 현상금 사냥꾼을 따돌리는 데에 성공한다. 그러나 각 지역마다 설치된 검문소가 그의 발목을 잡는다. 난관에 봉착한 그는 인적이 뜸한 험로를 따라 전국의 산하를 떠돌고 다닌다.

그가 헌병의 추적을 따돌리며 제천의 깊은 계곡에 은거할 즈음 한 무리가 숲을 헤치며 다가온다. 나뭇등걸 옆에 바짝 몸을 엎드린 동료가 상원에게 말을 건다.


“선생님, 보아하니 현상금 사냥꾼 같진 않습니다. 총을 든 것을 보면 호랑이 사냥꾼인 듯합니다.”

“조금 더 지켜보세.”

그는 쌍안경으로 이동하는 무리를 관찰한다.

“우리말을 쓰는 것으로 보면 혹시 의병들이 아닐까요?”

쌍안경으로 무리의 면면을 살피던 그가 반색한다.

“구 동지 말이 맞네. 무리를 이끄는 분은 다름 아닌 왕산 대감이시네.”

“왕산 대감이라면 비서원승을 지낸 허위 대감 아닙니까? 으이쿠, 이제 살았구나! 선생님, 대감님을 뵌 적이 있습니까?”

“독립협회 때 황제의 비자금을 직접 전해주러 오시곤 했었지. 그나저나 황제를 옆에서 보필해야 할 관료가 첩첩산중에 나타나다니 무슨 일이지?”

“적어도 현상금 사냥꾼이나 헌병은 아니란 증거니 빨리 뵙도록 하죠?”

상원이 고개를 주억거리자 구 동지가 냅다 내달리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가파른 산비탈을 미끄러져 내려와 오솔길로 접근한다. 일순 화들짝 놀란 무리가 자세를 낮추며 총을 겨눈다.

“쏘지 마십시오. 허위 대감을 뵈러 온 사람입니다.”

구 동지가 두 손을 쳐들고 헤벌쭉 웃는다. 총을 든 사내들이 다가가 두 사람의 몸을 수색한다. 권총과 쌍안경이 압수된다.

“어디서부터 미행을 한 게냐?”

사내가 퉁명스럽게 말을 건넨다. 상원이 성큼 앞으로 나와 대꾸한다.

“난 아리랑 조직 소속의 신상원이고, 이쪽은 구 동지요!”

“아리랑? 광화문 네거리에서 전차를 전복시키고 탈주한 그 장본인이 바로 당신이란 말이오?”

“그렇소! 바로 내가 그 장본인이오!”

고개를 갸웃거리던 대원들이 수군거린다.

“아리랑조직의 신상원이라고 했더냐?”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리자 대원들이 둘로 갈라지며 길을 터준다.

“대감님, 신상원 큰절 올립니다.”

그가 넙죽 큰절을 한다. 구 동지도 얼떨결에 따라 허리를 숙인다.

“아니, 자네가 이곳에 어인 일인가?”

허위가 손을 내밀며 반갑게 맞이한다.

“이강녕 의병장을 찾아 나선 길입니다.”

상원은 공손하게 목적을 밝힌다.

“자네 사진을 들고 다니는 헌병들이 방방곡곡을 이 잡듯 훑는다는데, 용케 이곳까지 오다니, 역시 신출귀몰하다는 소문이 헛소문은 아닌 게야.”

“인간 사냥꾼 때문에 백두대간을 아니 다닌 곳이 없습니다. 저야 쫓기는 몸이지만 대감께선 어인 일로 산간 오지에 현신하신 겁니까?”

“일본의 내정간섭을 열거한 격문을 살포한 혐의로 찬정 최익현, 판서 김학진과 함께 체포되어 4개월간 수감 됐었네. 석방된 직후 내각에서 칙임관으로 서품하며 회유하려 하더군. 황제는 손발이 묶인 상태고, 대신들은 일본과 결탁하였으니, 나라를 구할 방법은 무력투쟁만이 유일하지 않은가? 그래서 전국을 돌며 의병장들과 연대하여 구국항쟁을 구상 중이네. 내가 이곳에 온 것도 자네처럼 이강녕 의병장을 만나러 가는 길일세.”

“대감의 드높은 기개와 충정에 감복했습니다. 이 한 몸 기꺼이 바칠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부디 대감께 의탁하여 구국의 선봉장이 되고자 하니 거두어 주십시오.”

상원은 비장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는다.

“허허 이 사람아! 내가 산채를 튼 산적 두목이라도 된단 말인가? 나라를 구하겠다는데, 누가 누구한테 의탁하고 거둔단 말인가? 일본 헌병대와 맞서 싸운 경험이 있는 자네 같은 전사는 늘 대환영일세!”


허위는 상원을 일으켜 세운 뒤 힘껏 껴안는다. 나머지 사람들도 구 동지를 둘러싸고 어깨를 다독인다.



93.


남편을 면회한 뒤 미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두 아이의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제정신이 아닌 남편을 구해 원상태로 돌려놓는 방법뿐이다. 그녀는 단판을 하기 위해 카지를 찾아간다. 집무실에서 미라를 맞이한 카지는 예의 비열한 웃음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든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미라가 그의 속내를 파악하곤 단호하게 맞선다.

“당당한 걸 보니 거래를 하러 왔군. 그래, 신상원이 은신한 곳이라도 밝히겠는가?”

“너한테 바라는 건 없다. 단지 내가 주는 걸 받기만 하고 내가 원하는 걸 내주면 된다.”

“여전히 주제 파악 못 하고 큰소리치는 건 남편을 쏙 빼닮았군!”

“여기 모든 서류가 들어있다.”


카지는 봉투 속에서 서류를 꺼내 훑어본다. 그의 눈동자가 점점 휘둥그레진다. 돈버거의 모든 소유권과 권리를 무상 양도한다는 서류를 확인한 그는 내심 쾌재를 부른다. 사실 그는 한성 헌병대장 겸 의병토벌작전의 참모장을 맡고 있어 안팎으로 정보인력을 운용할 자금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돈버거를 무상으로, 그것도 자진해서 양도받는다면, 비자금 운용에 숨통이 트일 절호의 기회다. 그가 마다할 리가 없다.

그는 금방이라도 환호를 터트리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짐짓 평정심을 찾기 위해 표정을 관리한다.


“현명한 결단을 했군. 대일본제국에 자발적으로 헌금한 만큼 반대급부를 내줘야지 공정한 거래가 되겠지? 원하는 게 뭔가?”

“다른 말은 듣기 싫다. 남편을 석방하라!”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목도장으로 테이블 위를 힘껏 내려친다.

“이 도장만 찍으면 모든 건 네 앞으로 돌아간다.”

카지의 눈자위가 파르르 떨린다. 그는 얼마간 그녀와 눈싸움을 벌인다. 그러곤 시선을 접곤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반란수괴란 죄는 일개 헌병대장이 관여할 바가 아니다. 통감부와도 상의해야 하고 또 본국에도 보고할 사항이라 하루아침에 결정될 일이······”

그가 에둘러 변명을 늘어놓자 그녀가 목도장과 서류를 집어 든다.

“배짱이 두둑한 줄 알았더니만 실망스럽군. 소인배하고는 거래를 하지 않는 게 내 원칙이다. 직접 통감부를 찾아가서 거래를 트겠다.”

그가 이맛살을 잔뜩 찌푸린 채 미라의 손목을 낚아챈다.

“흥정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거래를 접어서야 쓰나.”

미라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밀어붙인다.

“한 달 안으로 남편을 석방하라! 남편이 석방되는 대로 우리 가족은 한성을 떠날 것이다.”


십여 초의 시간이 지루하게 흐른다. 눈동자를 바쁘게 되록거리던 그가 결심이 선 듯 입맛을 다신다.

“좋다! 한 달 뒤 한경덕을 석방하겠다.”

미라는 서류에 도장을 꾹 찍는다. 그러곤 서류를 찢어 그에게 반쪽을 건넨다.

“단, 조건이 있다.”

“말해라!”

“이번 돈버거 거래는 나와 너만 아는 비밀이다. 비밀이 지켜지지 않으면, 내 목도 그렇고 한경덕과 너 그리고 아이들의 신상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 못 한다.”

“돈버거가 뭐냐? 난 모르는 일이다. 됐느냐?”

쇠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 그는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한 달 뒤다. 약속을 지켜라! 그때 나머지 서류의 반쪽을 주겠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쾅 닫고 나간다.

카지는 반쪽 서류를 거머쥐고 펄쩍 뛰며 환호한다.

“됐어, 바로 이거야, 이거면 나도 대망을 이룰 수 있어!”


그는 허공을 바라보며 헤벌쭉 웃는다. 금니가 불빛을 받아 쨍하고 번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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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25화 빅터 한 재단 +2 19.06.19 115 3 13쪽
124 124화 인천상륙작전 +1 19.06.13 141 2 15쪽
123 123화 메모리 가든 +1 19.06.12 113 2 15쪽
122 122화 겹생 +3 19.06.10 111 2 16쪽
121 121화 하와이 +1 19.06.07 120 3 14쪽
120 120화 소령 맥나마라 +4 19.06.06 125 2 15쪽
119 119화 한초희 +1 19.06.05 128 2 14쪽
118 118화 맥아더 원수 +1 19.06.04 122 2 14쪽
117 117화 기만방송 +1 19.06.03 119 2 13쪽
116 116화 코리안 커넥션 +1 19.06.01 130 2 12쪽
115 115화 잠수함 +1 19.05.30 173 2 13쪽
114 114화 6.25 전쟁 +1 19.05.29 146 2 12쪽
113 113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특명 1호 ‘폭풍’ +1 19.05.21 127 2 11쪽
112 112화 금괴수송작전 +1 19.05.19 164 2 10쪽
111 111화 '암호명 A-1' +1 19.05.18 118 2 13쪽
110 110화 악연(惡緣) +1 19.05.17 118 2 14쪽
109 109화 마지막 미션 +1 19.05.16 118 2 12쪽
108 108화 애치슨 라인 +1 19.05.15 117 2 12쪽
107 107화 연적(戀敵) +1 19.05.15 136 2 12쪽
106 106화 독살(毒殺) +1 19.05.14 130 2 12쪽
105 105화 마돈나 다방 +2 19.05.13 136 2 15쪽
104 104화 한국은행 +1 19.05.11 136 2 14쪽
103 103화 비밀거래 +1 19.05.10 158 2 12쪽
102 102화 남미이주작전 +1 19.05.10 153 2 13쪽
101 101화 트루먼 독트린 +1 19.05.10 125 2 11쪽
100 100화 숙명의 라이벌 +1 19.05.10 131 3 18쪽
99 99화 Jane Doe +2 19.05.10 129 2 13쪽
98 98화 앙숙, 이승만과 김구 +1 19.05.10 129 2 12쪽
97 97화 반도호텔 +1 19.05.10 125 2 13쪽
96 96화 좌익과 우익 +1 19.05.09 125 2 13쪽
95 95화 조선인민공화국 +1 19.05.09 130 2 17쪽
94 94화 일본패망(日本敗亡) +1 19.05.09 136 2 12쪽
93 93화 원자폭탄 +1 19.05.09 126 2 13쪽
92 92화 김일성 +1 19.05.09 133 1 14쪽
91 91화 독수리 작전 +1 19.05.09 131 1 14쪽
90 90화 이승만 +1 19.05.09 119 1 14쪽
89 89화 비밀요원 나타샤 +1 19.05.09 113 2 15쪽
88 88화 OSS(미국전략사무국) +2 19.05.09 118 2 16쪽
87 87화 승전(勝戰) +1 19.05.09 113 2 14쪽
86 86화 진주만공습 +1 19.05.08 115 1 16쪽
85 85화 갈라예프 +2 19.05.08 114 2 16쪽
84 84화 채권(債券) +1 19.05.08 119 2 11쪽
83 83화 다카키 마사오 +1 19.05.08 132 2 12쪽
82 82화 광복군(光復軍) +1 19.05.08 113 2 13쪽
81 81화 육군정보학교 +2 19.05.08 114 2 11쪽
80 80화 홍콩행 +1 19.05.07 121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111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110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107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113 3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119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113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108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107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107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107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110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115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111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111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111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110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111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121 2 15쪽
61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112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111 2 13쪽
59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115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110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113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111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110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111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111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115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115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116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111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116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115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114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108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109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111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117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117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116 3 30쪽
39 39화 빅터 한 +1 19.04.25 117 3 49쪽
38 38화 박진만 +2 19.04.25 127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136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133 3 49쪽
35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135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131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129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131 3 47쪽
31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157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132 4 46쪽
29 29화 출산(出産) +3 19.04.20 143 4 43쪽
28 28화 밀항(密航) +2 19.04.20 132 4 45쪽
27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133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139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150 4 39쪽
24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137 5 44쪽
23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142 4 46쪽
22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145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143 5 49쪽
20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148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156 3 49쪽
18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162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159 4 49쪽
»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162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175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184 3 37쪽
13 13화 결혼(結婚) +3 19.04.12 264 6 42쪽
12 12화 돈버거 +9 19.04.12 243 7 44쪽
11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265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291 8 42쪽
9 9화 낙향(落鄕) +4 19.04.10 307 8 42쪽
8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319 9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373 12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378 12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424 13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520 11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642 12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932 13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1,809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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