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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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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최근연재일 :
2019.07.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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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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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쪽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님의 침묵




DUMMY

105.


카지가 당당한 걸음으로 통감부의 계단을 오른다. 후지하라가 가방을 들고 잰걸음으로 그를 따른다. 카지가 집무실에 들어서자 이토 통감이 반갑게 맞이한다.


“어서 오게나!”

“의병섬멸작전에 대한 계획이 수립되어 보고 드리러 왔습니다.”

“어디 한번 들어볼까!”

“예!”

카지가 턱짓으로 명령을 내린다. 후지하라가 가방에서 서류뭉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이토는 서류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집중한다. 카지가 한 발 나서서 보고를 시작한다.

“의병의 공격목표는 한성인 것이 확실합니다. 이번 의병섬멸작전의 관건은 적의 공격 경로를 파악한 뒤 사전에 원천봉쇄하는 것입니다. 의병부대의 정찰대가 한성 외곽에 잠입하여 경비가 허술한 곳을 타격원점으로 삼아 한성진입을 시도하도록 유인할 계획입니다. 따라서 동대문 경비대를 철수시킬까 합니다.”

이토가 습관적으로 담배를 손에 들고 손등을 두드린다. 후지하라가 재빨리 불을 켜 붙여준다. 이토는 길게 연기를 내뿜으며 말을 잇는다.

“동대문 경비대를 철수시킨다? 북악산으로 둘러싼 자하문을 넘거나 인왕고개를 우회하여 서대문 쪽으로 공격해올 수도 있지 않은가?”

카지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바로 그것을 노리기 위해 동대문 경비대를 철수시키는 겁니다.”

“한마디로 동대문을 텅텅 비워놓는 미끼로 동대문 쪽으로 유인하려는 거로군!”

“정확히 보셨습니다. 의병의 규모가 족히 만 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유격전을 작정하지 않은 이상에 대규모 전면전으로 공격할 것이라 사료됩니다. 따라서 동대문의 경비대를 청계천 준설현장에 위장으로 파견하면 놈들은 필시 동대문의 허점을 이용하려 들 것이 뻔합니다.”

“동대문으로 유인한 뒤 미리 매복해둔 병력으로 일망타진하겠다?”

“하이!”

“듣던 바대로 공작의 귀재답게 작전도 완벽하구만! 의병섬멸작전이라······, 아주 마음에 쏙 들어!”

“감사합니다.”

“이번에 동경에서 육군성 수뇌부들과 만찬이 있었는데, 관동군에 정보국을 설립한다더군. 마침 정보참모를 뽑는다고 하기에 내가 자네를 추천했네. 이제 자네도 소좌로 승진할 때가 됐지?”

“통감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 은혜 죽는 그 날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카지는 뒷발금치를 붙인 뒤 거수경례를 한다.

“무슨 그런 말을······. 정보참모 자리가 어디 일개 통감이 추천해서 될 일인가? 육군성 장관과 관동군 장군들이 결정하는 일이니만큼 기다려 보게!”

“대일본제국과 통감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이토 통감으로부터 결재를 받은 카지는 이튿날 최소한의 경비 병력만 남겨두고 동대문경비대를 청계천 준설 현장에 투입한다. 청계천은 동대문과 인접하고 있으므로 철수와는 거리가 멀다. 다만, 대규모 병력이 한꺼번에 행군하는 것 자체가 보는 이로 하여금 철수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준설현장에 도착한 군인들은 한술 더 떠서 삽과 곡괭이를 들고 수북이 쌓인 모래를 퍼내기 시작한다. 누가 보아도 군인이 총을 놓았다는 사실은 전선의 이탈과 전력의 공백을 의미한다.

이를 지켜보던 정찰병은 양주 계곡으로 말을 달린다. 그리고 자신이 목격한 것을 그대로 지휘부에 보고한다. 이인영 총대장와 허위 군사장은 긴급 지휘관회의를 열고 전군에 소집령을 하달한다. 그리고 병력을 24진으로 나누어 동대문 밖 30리 지점까지 급파할 것을 명령한다. 한성진격작전의 서막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다.




106.


1월로 접어들면서 한강은 부피를 급속히 팽창시킨다. 손등이 부르튼 아이들은 꽁꽁 얼어붙은 얼음 위에서 입김을 내뿜으며 썰매를 타느라 정신이 없다. 거적을 두른 채 곳곳에서 얼음낚시를 하는 강태공들은 아이들이 성가신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으며 내쫓는다.

저만치 눈에 뒤덮인 한강이 굽어보이는 공덕동 언덕에서도 털모자를 눌러쓴 아이들이 연을 날리며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우왕좌왕한다.


“아버지, 나도 연 날리고 싶어!”

경덕은 인호의 손에 이끌려 엉거주춤 아이들 쪽으로 다가간다.

“형아, 나도 연 한 번 날리면 안 돼?”

인호의 성화에도 돌아오는 답은 매한가지다.

“어, 안 돼!”

울상이 된 인호가 발을 동동거리며 울먹이는데도 경덕은 그저 모른 척헌다.

소년이 코를 훌쩍거리는 인호에게 다가간다.

“아버지랑 산책 나왔네?"

“엉!”

“아저씨, 안녕하세요?”

뒤를 돌아본 소년이 넙죽 고개를 숙인다. 경덕은 따따부따 말이 없다.

소년은 인호에게 줄이 감긴 얼레를 건넨다.

“형이 하라는 대로 따라 하면 돼! 이렇게 해 봐! 옳지! 얼레를 풀었다 감았다 하면서 연을 조종하는 거야! 옳지 잘 한다!”

신이 난 인호는 연을 따라 옆걸음질을 치기 시작한다. 어느새 인호는 저만치 아이들 틈에 뒤섞인다. 물끄러미 연을 바라보는 경덕에게 슬그머니 장사꾼이 접근한다.

“아저씨? 따끈한 번데기 국물 맛보시려우?”

귀마개까지 한 번데기 장수가 수레에 얹은 솥뚜껑을 열자 김이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흩어진다. 사내가 국물을 국자로 떠서 건넨다.

“날도 찬데, 이거 한 모금 하시구랴! 속이 다 풀릴 것이오!”

장사꾼은 국자를 건네면서 슬쩍 주위를 한 바퀴 일별한다. 별다른 징후를 발견하지 못한 장사꾼이 경덕에게 귓속말로 속삭인다.

“한 군! 날세!”

경덕은 얼마간 사내를 바라본다. 자신을 알아보기를 간절히 원하는 장사꾼의 눈매가 서글서글하다.

“이 사람아, 날세!”

여전히 경덕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나, 신상원일세!”

상원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사람이 이 지경이 됐단 말이야!”

경덕이 마른기침을 연거푸 내뱉는다. 상원은 목도리를 풀어 경덕의 목에 걸어준다.

“한 동지! 나야, 나라고! 흐흐흑!”

경덕의 두 손을 꼭 잡은 그가 흐느끼기 시작한다.

“아버지, 번데기 사줘!”

인호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다.

“네가 인호로구나!”

인호는 고개를 요리조리 틀면서 아리송한 표정이다.

“아저씨기 번데기 많이 줄 테니, 천천히 먹어라!”

끝내 눈물을 터트린 상원은 울먹이며 번데기를 담는다. 인호는 번데기를 받아들고 허겁지겁 먹는다. 경덕이 주섬주섬 뭔가를 꺼낸다.

“번데기가 참 맛있네요. 얼마 드리면 될까요?”

뜬금없이 그가 돈을 내밀자 상원은 놀란 나머지 말을 얼버무린다.

“아······, 그게······, 얼마더라?”

“이거면 되겠죠?”

경덕은 돈을 수레 위에 올려놓곤 인호의 손을 잡는다.

“이제 가자! 엄마 올 시간이야!”

경덕은 거스름돈도 받을 생각도 않고 인호와 함께 뒤돌아서 언덕을 내려간다.


어둠이 물들기 시작하는 서녘 하늘로 부자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상원은 흐느끼며 주먹을 깨문다. 그러곤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한 동지! 자네를 이렇게 만든 원흉을 가만두지 않겠네! 꼭 자네 몫까지 복수를 해주겠네!”



107.


한파가 맹위를 떨칠 즈음 24진으로 편성된 ‘13도의병연합부대’가 양주의 계곡을 벗어난다. 야밤을 틈타 전진한 부대는 경비가 허술한 동대문 밖 30리 지점까지 진군한다. 지휘관들이 폐가에 모요 회의를 한다.


“선발대는 동대문으로 진입하여 경비 병력을 제압한 뒤 연기를 피우도록 하라! 연기가 오르는 것을 기점으로 24진의 부대는 각자 맡은 지역을 공격하며 진공작전을 개시한다.”

총대장 이인영의 명령에 모두들 복창한다.

“예!”

“각 진의 대장은 연락병을 수시로 군사장한테 보내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라!”

“예!”

“한성에 진공한 직후 1군과 2군은 경무청과 헌병대 본부를 급습한다. 3군과 4군은 덕수궁을 포위하고 황제를 옹위한다. 그리고 5군과 6군은······”

군사장 허위가 각 지휘관에게 명령을 하달하는데, 폐가 밖에서 말울음소리가 들린다. 전령이 다가와 부관에게 귀띔을 한다. 부관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는 작전회의를 지켜보는 총대장을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한다. 마침내 군사장의 명령을 받은 지휘관들이 폐가를 빠져나가자 비로소 부관이 총대장에게 나직이 속삭인다.

“총대장님, 댁에서 연통이 도착했습니다.”

예견을 한 듯 총대장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한다.

“아버님이 작고하셨다고 합니다!”

보고를 들은 총대장의 민낯이 창백하게 변한다.

“군사장!”

이인영은 지도를 보고 있는 허위를 부른다.

“예!”

“이번 작전은 군사장이 맡아주시오!”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금 막 아버님이 작고했다는 부음을 받았소!”

허위는 난감한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한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를 신봉하는 유교적 관점에서 아버지의 죽음은 곧 군주를 잃은 것과 같고, 임종을 보지 못한 불효는 임금을 잘 못 모신 불충과 등가다. 따라서 유생의 신분으로 의병을 일으킨 이인영이 총대장직을 사임한다는 것은 유생으로서는 이해할 만한 일이다. 전쟁을 목전에 두고 대장이 사임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관혼상례를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유교사회에서는 능히 있을 법하다. 임전무퇴(臨戰無退)를 전가의 보도로 삼은 군인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총대장 이인영은 군사장 허위에게 모든 전권을 넘기고 서둘러 고향으로 내려간다. 하루아침에 대장을 잃은 군대는 사기가 저하됨은 물론이고 목적의식을 상실한다.


설상가상으로 동대문으로 잠입한 선발대는 매복한 일본군에게 형편없이 패배한다. 심지어 포로로 잡힌 의병으로부터 연기가 신호라는 자백을 받아낸 일본군은 동대문 망루에 올라 연기를 피운다.

연기가 피어오르자 각 방향에서 의병부대가 진격하기 시작한다. 동대문을 점령했다는 소식을 접한 의병들은 승리감에 도취되어 허공에 총을 쏘면서 의기양양하게 진군한다. 동대문을 중심으로 사방에 매복한 일본군들은 손쉬운 표적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한다. 얼떨결에 기습을 받은 의병들은 총 한 번 쏴보지 못하고 길거리에 널브러진다.

종로에서 선발대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던 상원의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일방적인 총소리가 점점 낯설게 다가온다. 일본군의 기관총을 본 적이 있는 그는 본능적으로 일이 틀어졌음을 직감한다. 청계천 일대에 매복하고 있던 일본군이 일제히 동대문 밖으로 진격하는 것을 목격하곤 그의 입에서 낙담이 새어 나온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몇 년을 준비한 거사가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다니!”


그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사이렌 소리를 피해 슬그머니 골목으로 숨는다. 대로를 질주하는 기마대를 지켜본 그의 동공이 팽창한다. 선두에 서서 말을 달리는 카지를 본 것이다. 그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가늠쇠를 겨눈다. 그러곤 총을 발사한다.

기관총 소리가 하도 요란하여 빈약한 권총의 총성이 허공에 묻힌다. 이상한 낌새를 차린 카지가 뒤를 돌아본다. 그러곤 이내 어깨를 으쓱하며 동대문으로 말을 달린다.




108.


‘13도의병연합부대’는 일본군의 위장 작전에 속아 철저하게 궤멸한다. 그나마 탈주에 성공한 잔존 세력만이 뿔뿔이 흩어져 산세가 험한 골짜기로 숨어든다.

한성진격작전이 물거품이 되자 낙담한 상원은 거리를 배회한다. 그에게는 접선할 조직뿐만 아니라 낙오된 동지조차 남아 있지 않다. 오로지 가슴속에 품은 육연발 리볼버만이 그가 의지할 대상이다.

한성 전역에 특별경계경보가 내려지고 통행금지가 실시된다. 이따금 무리를 지어 거리를 떠도는 들개들이 공포탄 소리에 놀라 자지러지게 짖어댄다. 주요 도로에 바리게이트가 설치되어 검문이 강화되고, 반일인사들은 가택에 연금된다.


헌병의 검문을 피해 다니던 상원은 각설이패들이 거주하는 움막으로 피신한다. 다음날 밤새 치러진 유혈사태의 흔적들이 거리 곳곳에 고스란히 방치된다. 고의적으로 시신과 전투 현장을 전시함으로써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자극하기 위한 기만전술인 셈이다.

상원은 각설이패에 끼어 남대문 시장 일대를 전전한다. 그는 국밥집 앞에서 동냥하던 패거리를 뒤로하고 뒷골목으로 숨는다. 그러곤 얼기설기 물건들이 쌓여있는 담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가 눈밭을 헤치며 도착한 곳은 남산 기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둔덕이다. 그는 폴폴 날리는 눈을 맞으면서 한곳을 응시한다. 두어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덧 해가 저물며 사위는 어둠에 휩싸인다.

일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예장동 일대는 간밤의 혈전이 펼쳐진 한성과는 동떨어진 듯하다. 불을 훤히 밝힌 집집마다 저녁밥을 짓는 냄새가 굴뚝을 통해 솔솔 피어오른다.

밤새 내린 함박눈은 가장자리로 치워져 있어 거리는 질퍽거리는 여느 동네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말끔하다. 눈을 이고 있는 적산가옥이 즐비한 예장동의 풍경은 엽서에나 나올법한 온화한 기운으로 감돈다. 기슭에 낮게 엎드려 예장동을 바라보는 상원의 눈빛에 살기가 번뜩인다.

그의 머리 위로 눈이 소복이 쌓인다. 그는 부르르 몸을 떨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곤 여기저기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윗도리 주머니에서 꾸겨진 담뱃갑을 꺼낸다. 꼬깃꼬깃한 담뱃갑 안에는 담배 한 개비가 달랑 들어있다.


“젠장, 누가 박복한 놈 아니랄까 봐, 담배까지 간당간당하네.”

마치 그는 옆에 누구라도 있는 양 중얼거린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곤 깊이 들이마신다. 그러곤 앙상한 가지가 걸린 달을 보며 연기를 천천히 내뿜는다.

“담배 한 모금의 연기보다 더 짧은 나의 인생이여! 훌훌 날아올라 자유의 몸이 되어라!”

알사탕이라도 입에 문 듯 그는 담배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손가락 마디에 불씨가 닿을 때까지 음미한다. 이윽고 아쉬운 마지막 한 모금을 깊숙이 들이마신 그가 공중에 불씨를 흩뿌리며 자리를 뜬다. 수북이 쌓인 눈을 헤치면서 나아가는 그의 등 뒤로 아리랑의 선율이 나직이 울려 퍼진다.


예장동으로 접근하는 길은 골목을 포함하여 여러 군데가 있다. 그러나 마차나 인력거가 다니기 위해서는 잘 닦인 오르막길 외에는 따로 없다. 상원은 통감 관저의 맞은편에 있는 골목으로 몸을 숨긴다. 밝은 빛으로 수놓은 1층에 비해 2층은 암흑 일색이다. 아직 이토 통감이 귀가하지 않는 성싶다.

경비 병력이 기관총을 배치한 채 관저를 에워싸고 있다. 그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혈혈단신으로 경비 병력을 상대한다는 것은 명분 없는 죽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는 고개를 모로 틀고 완만한 경사로를 주시한다.

추위 속에서 한 시간가량을 기다렸을까. 초조하게 기다리던 그가 곱은 손으로 박동하는 심장을 움켜쥔다. 말 두 마리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예장동 어귀로 방향을 튼다. 말 두 마리가 경쟁하듯 머리를 내밀 때마다 장딴지의 근육이 불끈불끈 치솟는다.

뒤미처 수레바퀴의 요란한 마찰음이 들리면서 마차가 경사로를 힘겹게 오른다. 가슴속에 묻어둔 오른손이 움찔한다. 그의 눈매가 점점 가늘어진다. 마침내 심장의 온기를 품은 육연발 리볼버의 총신이 달빛을 받아 번뜩인다.


마차가 모퉁이를 돌 즈음 후방을 경호하던 말 네 마리 사이에 거리가 벌어진다. 상원은 총구를 앞세우고 거리로 뛰어든다. 그러곤 마차를 향해 총을 발사한다. 두 발의 총탄 가운데 한 발이 마부의 흉부를 관통한다. 마부의 통제를 벗어난 마차는 얼마간 관성을 유지하며 거리의 가장자리로 쏠린다.

상원은 잽싸게 달리는 마차에 몸을 던진다. 발판에 의지한 그가 손잡이로 유리창을 깬다. 여러 발의 총탄이 마차 안으로부터 발사된다. 그가 간신히 몸을 피하는 순간 중심을 잃은 마차가 눈길 위로 고꾸라진다. 뒤따르던 후지하라와 부하들이 그를 향해 총격을 퍼붓는다. 쓰러진 마차를 엄폐물 삼아 몸을 숙였지만 두 발이 각각 그의 오른쪽 어깨와 복부에 명중한다. 그는 가까스로 몸을 숙여 땅바닥에 떨어진 총을 왼손에 쥔다.

뒤집힌 마차 안에서 발버둥 치던 카지는 밖으로 빠져나와 이토 히로부미를 구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이토가 카지의 손에 이끌려 반쯤 몸을 내밀 즈음 상원이 바퀴를 잡고 몸을 일으킨다. 상원과 눈을 마주친 이토 통감이 황망한 표정으로 카지의 손을 뿌리치곤 마차 안으로 도로 숨는다. 화들짝 놀란 카지가 몸을 돌려 바퀴에 비스듬히 기댄 상원을 바라본다.

얄궂은 악연에 대한 연민이라도 느낀 탓일까. 빗발치는 총탄 세례 속에서도 두 사람은 총구를 겨눈 채 5초가량 머뭇거린다. 통감이 마차 안에서 손수건을 흔들자 경비병들이 사격을 중지한다. 생과 사를 가르는 묘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사위는 얼마간 적막이 감돈다.


“지독한 놈이군! 여기까지 숨어들다니 그 용기가 가상하다!”

카지가 비열한 웃음을 짓는다. 상원이 그러쥔 총구가 떨리는 것을 본 것이다.

“나라를 빼앗은 놈은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간다.”

상원과 카지가 마지막 눈빛을 교환하려는 찰나 한 발의 총성이 차디찬 밤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진다.

“흐흨······”

총알은 정확히 상원의 목을 관통한다. 피가 사방으로 솟구친다. 기도가 찢겨나간 탓에 단말마의 비명조차 온전하게 들리지 않는다.

‘탕······’


총성이 한차례 더 울린다. 총소리는 산기슭에 닿아 얼마간 메아리친다. 가슴에 총격을 받은 상원은 신음조차 내지 않는다. 경비병들이 총구를 겨누고 마차 주위를 포위한다. 카지가 바퀴에 등을 기대고 있는 상원에게 다가간다. 카지가 팔을 뻗어 관자놀이에 정조준하려는 순간 꼼짝도 하지 않던 그가 몸을 비스듬히 누우며 왼손을 든다. 그러곤 두 발의 총을 연사한다.

한 발은 그대로 카지의 왼쪽 눈에 박힌다. 다른 총탄은 후지하라의 정수리를 관통한다. 경미한 부상을 입은 이토 히로부미 통감은 경비병에 둘러싸여 관저로 옮겨진다. 데굴데굴 구르며 고통을 호소하던 카지는 마차에 실려 병원으로 호송된다.


이튿날 총격전이 벌어진 예장동은 밤새 내린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다. 거적때기로 덮어진 시신은 말에 이끌려 이토 통감이 탄 마차의 뒤를 따른다. 이토 통감은 헌병대의 호위를 받으며 창덕궁으로 입궐한다.

이토는 순종 황제가 아침 수라상을 물리기도 전에 침전을 둘러싸고 알현을 청한다. 순종 황제가 불쑥 나타난 불경을 지적하기도 전에 헌병 두 명이 거적때기를 침전 앞에 내려놓는다.


“통감의 나라에서는 황실의 법도도 없소?”

순종 황제가 머리를 절레절레 내두르며 부릅뜬 눈으로 이토를 노려본다.

“왜 없겠습니까? 다만 폭도가 들끓는 시국에서 법도를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사료됩니다.”

그는 상처투성이의 얼굴을 뻣뻣이 쳐들고 황제를 노려본다. 질겁한 황제는 그와 거적을 번갈아 본다.

“대관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리도 무례를 범하는 거요?”

“소신, 하마터면 간밤에 황천길에 오를 뻔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말하시오!”

“황제의 선량한 백성께서 어제 소신을 암살하려고 시도했습니다만, 운 좋게도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습니다. 이번 암살미수사건은 비밀에 부치기로 했습니다. 단, 극비리에 암살 배후세력을 조사하여 일망타진하고자 합니다. 황제께서도 도와주셔야 할 겁니다.”

“누가 암살을 사주했다고 협박하는 게요?”

“황실의 은사금이 항일단체에 유입된다는 소문이 시중에 파다합니다.”

“황실의 은사금이 항일단체에 전달됐다는 증거라도 있소? 경이 아침나절에 입궁해서 고작 한다는 말이 시중에 나도는 소문을 들먹거리는 소이가 자못 불손하구려. 지금 짐을 능멸하겠다는 거요?”

순종 황제와 이토 통감 사이에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진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 이토가 침전을 방문한 목적을 완수한다.

“증거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티끌만큼이라도 관여된 자는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극형으로 다스릴 테니, 그리 아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아니, 저 자가 지금······”


뒷목을 잡은 황제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을 잇지 못한다. 이토는 한껏 거들먹거리며 황제에게 욕을 보이곤 궁을 떠난다.

통감이 돌아간 뒤 순종 황제는 시종을 시켜 거적을 걷게 한다. 온몸에 총탄이 박힌 시신이 피범벅인 채로 놓여있다. 황제가 다가가자 시종들이 뒤로 물러선다. 황제는 무릎을 꿇고 시신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흐느낀다. 황제의 눈물이 피딱지에 떨어지며 얼룩이 생긴다.


제 무릎 위에 얼굴을 올려놓은 황제는 꺼이꺼이 통곡하기 시작한다.

“짐이 부덕하여 백성의 울분을 어루만지지 못하고, 이렇게 싸늘한 주검으로 맞이하다니, 흉억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하다! 이 참담함을 목격하고 어찌 하늘을 우러러 백성 앞에 서겠는가! 흐흐흨!”

얼마간 곡(哭)을 하던 황제가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시종들은 들으라!”

“폐하, 하명을 내려주십시오!”

시종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인다. 황제는 어의를 벗어 시신 위에 덮어주곤 어좌로 돌아와 명을 내린다.

“당장 시신의 신분을 파악하라!”

“예, 그리하도록 하겠나이다.”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서 나라를 구한 의절과 구국의 장본인이니, 그를 구국대신으로 추서하여 황실의 격식에 따라 장례를 치르도록 하라!”

“분부대로 시행하겠나이다!”

“단, 극비리로 진행해야 할 것이야. 통감부에서 알게 되면 묘를 파헤쳐 또다시 의인을 욕보이려 들 것이니, 아무도 모르게 처리토록 하라!”

“당장 명을 받들겠나이다!”

시종들이 시신을 거두어 물러간다. 홀로 남겨진 황제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눈물을 훔친다.

“제국의 황제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제 백성 하나 지켜주지 못하고 고작 묻어주는 것밖에 할 수 없다니······, 내 신세가 처량하기 그지없도다!”


황제는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짱짱한 하늘을 바라보며 울먹거린다.



109.


신상원이 거행한 이토 히로부미 통감에 대한 암살미수는 흔적도 없이 묻힌다. 예장동 일대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은 알 길이 전무하다. 그저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이토 통감이 암살미수사건을 비밀로 부치기로 한 속셈은 따로 있다. 한성 한복판에서, 그것도 일본인의 거주지인 예장동에서 이토 통감에 대한 암살시도는 비록 미수로 그쳤다손 치더라도 항일단체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이토는 모방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사건을 덮기로 결정한다.


암살미수사건 이후 예장동 일대에 경비 병력이 보강된다. 일본은 암살의 배후를 일망타진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교육기관과 종교시설에 대해 대대적인 탄압을 가한다. 이토는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대한제국을 복속국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암살미수사건을 불순세력을 솎아내는 구실로 삼는다.


왼쪽 눈에 총상을 입은 카지는 이토 통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본국으로 이송된다. 동경의 육군병원에서 다섯 시간에 걸친 대수술이 진행된다. 실명만큼은 막으라는 이토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수술은 겨우 총탄을 제거하는 데에 그친다. 시력을 되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집도의는 안구를 적출하기로 결정한다. 의료진은 뇌막에 박힌 총탄을 제거하는 2차 수술에 돌입한다. 총탄을 그대로 두면 뇌에 손상을 입혀 뇌기능의 저하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다. 다만 뇌기능의 회복은 신의 선택에 맡겨진다.


한성의 소문이 무성하다. 신상원의 죽음이 공공연히 입소문을 타면서 와해되었던 아리랑의 조직원들이 결속하기 시작한다. 순종 황제는 태극기에 친히 신상원을 기리는 휘호를 써서 하사한다. 황제의 특명을 받은 시종은 시신 위에 태극기를 덮어주고 입관한다.

구국대신으로 추서된 신상원의 묘지는 황량한 겨울 풍광과는 판이하다. 시종들은 궁리 끝에 봉분 주변에 겨울보리를 심기로 한다. 파릇한 겨울보리가 싹을 틔우면서 황량한 묘지에 온화한 기운이 감돈다.

망우리 둔덕에 자리한 망자를 위한 정원은 암암리에 방문하는 참배객의 발길로 눈밭에 길이 날 정도다. 온정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절개(節槪)의 징표인 매화나무가 심어진 후 산소에 이르는 길가에 연분홍 매화꽃이 만개한다.


육군병원이 아침부터 부산하다. 본국을 방문한 이토 통감이 카지를 문병하러 온 것이다. 의료진을 대동한 이토는 곧장 병실을 찾는다. 애꾸눈이 된 그는 이토와 반갑게 포옹한다.

“기적이 아니고서야, 내가 어찌 자네를 다시 만날 수 있겠는가?”

“모두 통감님의 보살핌 덕분입니다.”

“몸은 좀 어떤가?”

“병원에만 있어서 그런지, 보시는 바와 같이 전보다 살이 올랐습니다.”

왼쪽 눈에 씌운 가죽 안대가 불편할 탓일까. 그는 연신 이맛살을 찌푸리며 만지작거린다.

“듣자 하니 벌써 복귀신청을 했다고? 좀 더 안정을 취하는 게 좋겠네. 아직 한쪽 눈으로 적응하기에는 조선의 상황이 좋지 않네.”

이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부동자세를 취하며 일성한다.

“군인은 전장에 있어야 비로소 그 목숨 값을 한다고 배웠습니다. 당장 통감님 곁으로 복귀하겠습니다!”

“그 사람, 참, 성미도 급하군!” 누가 무사 집안의 핏줄이 아니랄까 봐서 서두르긴······, 하하핫!”

이토가 흡족한 웃음을 짓는다. 그러나 카지는 여전히 부동자세로 제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

“비록 애꾸눈이 됐지만, 크게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두 눈으로도 못 보던 세상이 애꾸눈이 되자 온전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쪽 눈으론 의심을 품고, 다른 쪽 눈으론 직시하던 세상은 줄곧 제게 혼란을 가중시키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의심을 유발하는 왼쪽 눈을 잃고 나니, 오직 오른쪽 눈의 직관만으로 세상을 보게 됐습니다.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심미안으로 거듭났다고 생각합니다. 통감님! 부디 복귀할 수 있도록 명을 내려주십시오!”

“하하핫! 그건 좀 곤란하네. 내가 벌써 자네에 대해 조치를 취해 놓았거든.”

“예?”

다소 실망한 듯 카지의 표정이 굳어진다.

“이번에 조선에서는 크나큰 정변이 일어날 것이야. 곧 한일합방이 체결될 것이네. 나는 조선총독부 초대 총독으로 이미 다이쇼 천황의 칙명을 받은 몸이네. 자네는 내 정치경력의 동반자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래서 말일세. 내가 자네를 독일 육군정보학교에 입교할 것을 추천했네. 그러니 독일에 가서 선진 정보학을 익히고 와서 조선뿐만 아니라 만주의 정보를 관장해 주게!”

의외의 제안을 받은 카지는 얼마간 말이 없다. 막간의 셈법이 작용한 듯 오른쪽 눈가가 파르르 떨린다.

“자네한테 기대하는 바가 크네. 이번에 가족들과 함께 해외에 거주하면서 추억도 쌓고, 선진 정보 분야도 습득한 뒤에 복귀하도록 하게. 그동안 자네의 자리는 공석으로 남겨놓겠네!”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던 그가 큰 소리로 거수경례를 한다.

“통감, 아니 총독 각하! 명을 받들어 당장 독일로 떠나겠습니다.”

“기다리겠네.”


두 사람은 굳은 악수를 나누며 환하게 웃는다.




110.


요코하마항의 부둣가에 정박한 독일 상선 카이저호가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요란한 기적을 연달아 울린다. 유학생으로 선발된 의사와 군인, 학생들이 친지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아쉬운 작별을 한다. 배에 오른 유학생들과 가족들이 탄 배가 기적을 울리며 서서히 선착장을 벗어난다. 배웅 나온 사람들이 건승을 기원하며 꽃다발을 바다 위에 던진다.


카이저호가 항구를 벗어날 즈음 경덕의 가족이 눈 덮인 언덕을 오른다. 매화나무로 단장된 오르막길을 오르자 파릇한 봉분이 그들을 맞는다. 미라는 준비해 온 돈버거를 꺼내 묘 앞에 놓는다. 부부가 큰절을 하면 아이 두 명이 따라 절을 한다.

경덕은 담배에 불을 붙인 뒤 묘에 꽂는다. 경덕과 미라는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를 망연히 바라본다.

전과 달리 경덕의 건강은 많이 호전된 듯하다. 다리를 살짝 저는 것 말고는 눈빛도 또렷하고 말투도 안정적이다.


“선생님, 어찌 이렇게 홀로 떠나셨단 말입니까?”

미라가 눈물을 흘리며 푸념한다.

“선생님, 이젠 조선총독부가 들어선답니다. 대한제국은 일본제국의 복속국으로 전락한다는 뜻이죠. 이제 저희 가족은 한성을 떠날 준비를 한답니다. 선생님의 뜻을 따르지 못한 저희들 용서하십시오. 부디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경덕은 얼마간 묵념을 올린다. 그는 애써 눈물을 참아보지만 흐르는 눈물은 막을 도리가 없다.

“선생님, 부디 편히 쉬십시오. 그 날이 오면 다시 선생을 뵈러 오겠습니다.”

미라의 오열이 한동안 이어진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경덕은 미라의 어깨를 감싼다. 경덕의 품에 안겨 넋 놓고 울던 미라가 천진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을 껴안는다.

“인호, 인서야! 선생님한테 인사드려야지!”

두 아이가 덥석 무릎을 꿇고 절을 한다. 눈물을 훔친 미라가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선다. 경덕은 담배에 불을 붙여 묘소에 꽂아두곤 뒤돌아선다.


며칠 뒤 경덕의 가족은 단출한 봇짐만 챙겨 공덕동의 초가집을 떠난다. 그들이 진눈깨비를 맞으며 공덕동 고개를 넘을 무렵 일본의 사주를 받은 불량배 한 무리가 망우리 둔덕을 오른다. 해가 산허리로 넘어가자 그들은 일제히 횃불을 밝혀 주위를 환히 비춘다.

횃불을 뒤로하고 덩치 큰 장정들이 묘로 달려들어 곡괭이를 내리꽂는다. 순식간에 봉분은 막무가내로 파헤쳐진다. 관이 드러나자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우두머리가 나선다. 담배를 빠끔빠끔 피우던 그는 옆에 있는 장정에게 횃불을 건네받곤 그대로 관 위에 내던진다.


“하나도 남기지 말고 깡그리 태워버려!”


우두머리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장정들은 횃불을 들고 주변에 불을 놓기 시작한다. 불기둥이 치솟고 나무들이 뿌리째 뽑힌다. 구름떼처럼 몰려든 구경꾼 가운데 사내 여러 명이 불을 끄려고 언덕을 오른다. 사내들은 불량배의 주먹질에 무방비로 나뒹군다. 주민들과 불량배 사이에 언성이 오갈 즈음 망자의 정원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한 줌의 재로 사라진다.







2권






제9장 亡國




111.


존왕양이운동(尊王攘夷運動)이 고양되던 당시 청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는 문무를 겸비한 요시다 쇼인(吉田松陰)과 교류를 가지면서 사상적으로 큰 영향을 받는다. 이 무렵 미국의 페리 제독은 흑선(黑船) 4척을 이끌고 에도만(江戶灣) 앞에 진을 치며 개항을 요구한다.

에도시대(江戶時代) 말기인 1858년 막부(幕府)는 서구의 압력에 굴하여 ‘수호통상조약(修好通商條約)’을 체결한다. 하층 무사들로 이루어진 반대파는 존왕양이의 기치를 옹호하며 황실이 거주하던 교토를 거점으로 막부와 대립한다.

막부와 반대파는 몇 차례의 충돌을 빚은 뒤 결국 1866년 막부 세력은 몰락한다. 그러나 일본의 주요 항구는 서양의 함선과 상선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으므로 양이론(攘夷論), 즉 서양 세력을 배척하려는 운동은 의미를 상실한다. 이에 신진세력 사이에 개국론(開國論)이 급부상한다.

1863년 이토 히로부미는 영국 상선에 올라 런던으로 밀항한다. 런던에 도착한 이토 히로부미 일행은 서구의 문물에 눈을 뜨게 된다. 유학을 다녀온 직후 이토 히로부미는 개국론의 선봉이 되어 아직도 양이론을 주장하는 번주들을 찾아 개국의 당위성을 역설한다. 시모노세키에서 벌어진 외국 선박에 대한 포격 사건 이후 영국과 프랑스, 미국, 네덜란드로 구성된 4개국 연합함대가 일본에 도착한다. 시모노세키 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설치된 포대는 삽시간에 쑥대밭이 된다.

포격을 주도했던 조슈 번은 결국 항복을 선언하고, 4개국 공사들과 강화 논의를 하기 시작한다. 이때 통역관으로 참여하게 된 이토 히로부미는 영국공사관원인 어네스트 사토와 교류하게 된다.


1867년 국왕을 중심으로 하는 메이지 정권이 탄생한다. 메이지 정부는 학제와 징병령, 지조개정(地租改正) 등의 일련의 개혁을 추진하며, 구미(歐美) 근대국가를 모델로 하는 부국강병책을 내세운다. ‘메이지유신(明治維新)’으로 일컬어지는 메이지 정권의 개혁안은 민심이 반영되지 않은 채 관주도로 이루어지며 자본주의 육성과 군사적 강화에 역점을 둔다.

메이지 정부가 본격적으로 틀을 짜기 시작하면서 이토 히로부미는 관료이자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한다. 1870년 미국을 방문한 그는 ‘신화조례(新貨條例)’를 제정하여 화폐 개혁을 주도한다. 1871년 10월에는 미국 및 유럽 각국과 맺은 불평등조약을 개정하기 위해 전권부사로 임명되어 미국 및 유럽을 돌며 외교적 역량을 발휘한다.

1872년 하나부사 요시모토 외무대승(外務大丞)이 군함을 타고 부산을 방문한다. 조선은 군함을 타고 나타난 외무대승을 불쾌하게 여겨 여러 달 동안 외면한다. 이후에 일본 조야에서는 정한론(征韓論)이 대두된다.

메이지 정부의 참의(參議) 사이고 다카모리가 이끄는 강경파들은 조선에 군대를 파병하여 무력행사를 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우대신(右大臣) 이와쿠라 도모미를 수장으로 하는 비정한파(非征韓派)는 국력을 배양하고 내치의 안정을 주장하며 강경파에 맞선다. 사이고 다카모리를 포함한 강경파 다섯 참의가 사퇴하며 정계는 양분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정한파가 승리함으로써 정한론이 무효화 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1875년 ‘운요호(雲陽號)’를 동원하여 강화도를 침공하는 이른바 ‘운요호(雲陽號事件)’을 일으켜 ‘강화도조약’을 체결한다.


불과 4년 전인 1871년에 일본은 미국 및 유럽 각국들과 맺은 조약이 불평등조약이라며 대사절단을 파견한 바 있다. 대사절단을 이끈 특명전권대사가 바로 비정한파(非征韓派)의 수장인 이와쿠라 도모미다. 그가 정한론(征韓論)을 두고 강경파와 정쟁을 벌인 것은 국제법상 무력침공의 부당성을 따지기보다는 한낱 반대파를 숙청하기 위한 명분 찾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873년 귀국한 이토는 정한론으로 정쟁이 심한 틈을 타고 참의(參議) 겸 공부경(工部卿)으로 영전하면서 메이지유신을 주도한 오쿠보 정권의 중심인물로 떠오른다. 이듬해 자유민권운동이 고양되면서 일본 정국은 입헌정제의 이행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다.

근대화와 산업화의 일선에서 정책 기반자로 참여하면서 막후 실력자로 성장한 이토는 1877년 38세의 나이로 참의 겸 내무경(內務卿)에 오르며 명실공이 오쿠보 정권의 최고의 반열에 오른다.

1878년 원로원은 헌법 초안인 ‘일본국헌안(日本國憲按)’을 작성한다. 입법권은 황제와 국회가 공유한다는 이른바 영국식 자유주의사상을 근간으로 천황의 주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명시된다. 이와쿠라 도모미와 이토 히로부미는 천황 밑에 관료지배체제를 두어 초헌법적인 절대주의를 주창하려던 계획이 무산되자 헌법 초안을 폐기하기에 이른다.


정치 거물로 성장한 이토 히로부미는 1883년 독일을 방문하여 ‘철혈재상(鐵血宰相)’으로 일컬어지는 비스마르크를 만난다. 그가 비스마르크를 방문한 것은 강력한 철권통치를 바탕으로 유럽의 강자로 부상한 독일의 입헌체제를 일본의 헌법에 구현하려는 야심이 작용한 까닭이다. 비스마르크로부터 값비싼 과외를 받은 그는 절대 권력의 초석을 다진 독일헌법학자들의 이론 또한 꼼꼼히 챙긴다.

귀국하기 바로 직전 그의 정치적 선배이자 스승인 이와쿠라 도모미가 병사한다. 그는 천황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정계 서열 1위의 자리를 거머쥔다. 일개 무사의 신분으로 권력의 울타리를 기웃거리던 소년이 마침내 권력 핵심부를 쥐락펴락하는 최고의 지위를 획득한 것이다. 이후 그는 전권을 휘두르며 헌법 초안의 기초를 주도한다.

1888년 독일 공법학자 뢰슬러의 조언을 받으며 극비리에 진행된 헌법 초안이 마무리된다. 그러나 천황을 등에 업고 권력을 독점한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그는 이를 무마할 목적으로 잠시 내각을 떠난다. 천황은 자신의 고문기관으로 추밀원(樞密院)을 신설하면서 이토 히로부미를 초대 의장에 앉힌다. 고문기관의 설치는 입헌정치에 반대하는 세력을 무마하려는 전형적인 꼼수에 불과하다. 헌법 초안은 추밀원에서 신속히 처리된다. 이로써 1889년 2월 11일 대일본제국헌법이 공포된다.

자유주의적인 입헌군주제를 바탕으로 하는 영국식 입헌체제는 일본의 국체(國體)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영되지 않는다. 결국 절대주의에 입각한 독일식 입헌체제가 채택됨과 동시에 천황에게 막대한 권력이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그야말로 초헌법적인 절대 권력이 탄생하기에 이른다.


최고의 실세에게도 시련은 비껴가지 않는 법이다. 총리대신인 그가 이끄는 내각이 여러 차례 입각과 사퇴를 반복하면서 20세기가 도래한다.

어느덧 중앙정치에서 밀려난 노회한 정객은 제 역량을 발판으로 재기를 꾀한다. 귀족원의 원로로 전락한 그는 러시아의 남하에 주목한다. 극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팽창기류는 곧 국제사회에서의 일본의 몰락을 의미한다. 러시아의 남하로 궁지에 몰린 일본은 급기야 승산이 없는 러일전쟁을 불사한다.

가쓰라 타로 수상은 러시아와의 강화조약을 원만히 이끌 적임자로 이토 히로부미를 낙점하곤 전권위원에 임명한다. 루즈벨트의 알선으로 회담장에 나선 그는 일본에 유리한 강화조약을 성사시킨다. 여순 및 대련의 조차권을 얻어낸 것은 물론 사할린 남반부를 할당받는다. 또한 한반도에서의 일본의 정치, 군사, 경제상의 우월한 지위를 인정받는다.

러일전쟁의 승리로 막대한 전리품을 챙긴 그는 중앙정치무대로의 화려한 복귀를 꿈꾼다. 그는 곧장 한성으로 달려가 고종을 협박한다. 1905년 10월 대한제국의 특파대사로 파견된 그는 한일협약(韓日協約)을 체결하고, 12월에 초대 통감에 오른다. 마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라도 하듯이 그는 대륙진출의 발판인 조선에서 못다 한 야망을 푼다.

한반도에서의 식민지정책은 그의 주도하에 철저하게 진행된다. 서구 열강에 의해 문호를 개방해야 했던 굴욕적인 불평등조약의 과정과 미국과 유럽을 넘나들며 익혔던 각종 식민정책이 고스란히 그의 구상대로 한반도에 응용된다.


1907년 일본은 동경 한복판에서 노회한 정객에서 개선장군으로 거듭난 그를 위해 화려한 환영식을 베푼다. 그는 공작(公爵) 작위를 받는 자리에서 대륙진출을 위한 마지막 사명을 불태우겠다며 천황 앞에서 머리를 조아린다.

1909년 그는 조선의 통감을 그만두고 네 번째 추밀원 원장이 된다. 그는 서둘러 만주 시찰을 떠난다. 호시탐탐 만주진출을 꾀하는 미국을 견제함과 동시에 지지부진한 만주 경영에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다.

만주 시찰은 하얼빈에서 러시아 재무장관 코코프체프를 만나는 데에 더 비중이 할애된다. 일본과 러시아는 1907년 7월 만주를 양분하기 위한 협정에 조인한 적이 있다. 따라서 양국은 공히 새로운 적으로 등장하는 미국과 맞설 이유가 생긴 것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다는 국제외교가의 전술은 암암리에 양국 간에도 적용된다. 신흥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이토 히로부미와 코코프체프 사이에서 체결된다.




112.


조국에서 반일운동을 한 혐의로 수배된 안중근은 북간도로 도주한다. 그곳에서 이범윤을 만난 그는 무장투쟁만이 독립을 위한 길임을 깨닫고 의병에 적극 가담한다. 지원병이 300여 명에 육박하자 대한의군을 조직하여 김두성과 이범윤이 각각 총독과 대장으로 추대된다. 안중근은 대한의군에서 참모중장을 맡는다.

대한의군은 1908년 함경북도 홍의동에서 일본의 정규군과 맞서 승리를 거둔다. 경흥에서는 일본군의 정찰대를 격파한다. 그러나 제3차 회령전투에서는 관동군 5천여 명에게 처참하게 패배를 당한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그는 주로 만주와 러시아의 국경에 접한 노브키에프스크와 하바로프스크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 등을 전전하며 훈련교관으로 활동하며 독립군 양성에 힘쓴다.


시베리아의 겨울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5월이 되어야 비로소 우수리강을 뒤엎고 있던 얼음이 풀리기 시작한다. 국경 마을인 노브키에프스크까지 숨어든 항일투사들은 1909년 3월 2일 일명 단지동맹(斷指同盟)을 결성하여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와 매국노 김태운과 이완용을 처단할 것을 혈서로 다짐한다.

사실 이역만리 떨어진 러시아 땅에서 국토를 찬탈한 원흉을 암살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나라를 빼앗은 혹은 헌납한 원흉들은 반대급부로 이미 귀족의 반열에 오르며 최고의 지위를 보장받은 상태다. 자신들만의 제국을 건설하려는 의도라면 혹시 모를까, 그런 그들이 허허벌판 시베리아에 나타날 확률은 전무하다.

단지회(斷指會)의 결연한 의지가 하늘에 닿았는지도 모른다. 한때 정계를 은퇴했던 노회한 정객이 대륙진출의 야망을 불태우기 위해 하얼빈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블라디보스토크에 본사를 둔 원동보(遠東報)의 기사를 통해 보도된다. 정보를 접한 안중근은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와 규합하여 본격적으로 암살 작전을 수립한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은 이른 아침부터 아시아 최고의 정치 거물을 맞이하기 위해 떠들썩하다. 꽃을 든 화동 뒤로 환영인파가 플랫폼을 가득 메우고 있다. 기차역 주변으로는 헌병들과 군인들이 삼엄한 경비를 하므로 낯선 그림자조차 얼씬거리지 못한다.

특별열차가 도착하자마자 증기터빈이 내뿜는 수증기로 역사 안은 안개에 갇힌 듯 시계가 뿌옇다. 마침내 만주를 횡단한 철마의 숨 가쁜 기적이 마지막 사자후를 토해낸다. 육중한 몸체가 궤도 위에 길게 늘어선다.

열차회담은 25분간 지속된다. 협상 테이블에서 흡족한 결과를 얻은 이토 히로부미는 코코프체프의 안내를 받으며 계단을 내려선다. 꽃을 든 화동을 본 이토 히로부미는 허리를 숙여 가볍게 화동의 볼에 키스한다. 뒤미처 이토는 코코프체프의 소개를 받으며 러시아 장교단의 사열을 받는다.

얼추 공식적인 환영식이 끝날 즈음 히로부미는 만주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에게 다가간다.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일본인들에게 악수하려는 순간 저만치 군중 속에서 사내가 뛰어나오며 총을 발사한다. 경호원들이 달려드는 찰나에도 사내의 총부리는 이토 히로부미의 가슴을 겨냥한다. 세 발이 총탄이 히로부미의 가슴팍에 명중한다.




113.


현장에서 체포된 안중근은 하얼빈 철도경찰서에서 러시아 검찰관으로부터 예비 신문을 받는다.


“자신의 신분을 밝혀라!”

지그시 눈을 감은 그가 평온한 눈빛으로 검찰관을 바라본다.

“난 대한의용군 소속 참모중장 안중근이다. 나이는 서른한 살이고, 황해도 해주 출신이다.”

“이토 히로부미 추밀원장을 암살한 동기가 뭔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안중군이 러시아 검찰관을 노려본다. 검찰관은 주눅이 든 듯 눈을 깜빡거린다.

“이토 히로부미는 대한의 독립주권을 침탈한 원흉이자 동양의 평화를 교란한 자이므로 대한의용군사령의 자격으로 사살한 것이다. 사사로운 개인의 원한에 의해서 사살한 것이 아님을 밝힌다.”


딱히 취조할 것이 마땅치 않던 러시아 검찰관은 배석한 일본 헌병에게 안중근의 신병을 인계한다. 그날 밤 안중근은 일본 총영사관으로 후송된 뒤 28일 관동군이 관할하는 뤼순(旅順)으로 압송된다.

뤼순에 도착한 안중근은 곧바로 감옥에 투옥된다. 관동도독부지방법원의 주관으로 재판이 신속하게 열린다. 법원장 마네베가 주심이 되어 여섯 차례의 재판이 이루어진다.

재판이 열릴 때마다 법원 안팎은 외신 기자들과 참관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세기의 암살사건이란 타이틀로 재판의 전 과정이 외신을 통해 세계로 퍼져나간다. 소식을 접한 한국의 국민뿐만 아니라 해외의 동포까지 앞 다투어 안중군의 구명운동과 함께 모금운동을 펼친다.

변론을 자청하는 변호인단이 뤼순에 도착하지만, 법원은 끝내 그들의 변호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안중근이 선임한 영국과 러시아의 변호사조차 변론을 금지를 당하여 법원출입이 봉쇄된다.


“나는 대한의용군 참모중장 안중근이다. 따라서 일반 살인자가 아닌 전쟁포로의 지위로 재판을 받게 해 달라!”

재판정에 선 안중근은 참다운 군인의 자세로 자신을 변론한다. 그러곤 총 열다섯 개 조항을 조목조목 나열하며 이토 히로부미의 죄상을 낱낱이 밝힌다. 정연한 논리와 의연한 자세로 일관하는 기계에 탄복한 탓일까. 재판을 주관하는 법관뿐만 아니라 관선 변호를 맡은 변호사조차도 단순한 암살자가 아닌 의사(義士)로서 그에게 존경을 표한다.


관선 변호인 미즈노는 안중근의 범행을 국가의 독립을 위해 참다운 정성에서 비롯되었다고 다음과 같이 변론한다.

“피고인의 범죄의 동기는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을 독립시키기 위해서는 이토 히로부미를 죽여야 한다는, 조국에 대한 적성에서 그의 의지가 발현된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졸속으로 진행된 절차를 두고 외국의 비난이 빗발치자 재판부는 재판을 비공개로 전환한다. 의로운 투사의 죽음이 자칫 항일운동의 기폭제가 될 것을 우려한 일본은 안중근을 순국열사로 만들기보다는 일반 범죄자로 규정지으려 한다.

일본은 그에게 사형을 감형해준다는 조건을 내걸어 저격의 대상이 이토 히로부미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하도록 강요한다. 그러나 조국의 독립만을 원하던 참다운 투사는 결연히 생을 마감하기로 작정한다.

1910년 2월 14일 안중근에게 사형이 언도된다. 그는 정근과 공근 두 동생에게 유언을 남긴다.


“나를 하얼빈에 묻어라. 우리나라가 독립이 되기 전에는 절대 반장하지 말라.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울리면 나는 마땅히 춤을 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3월 26일 오전 10시 뤼순감옥의 형장에서 대한의용군 참모중장 안중근은 당당히 죽음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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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화 악마의 최후 +3 19.07.12 161 1 16쪽
133 133화 고귀한 죽음 +1 19.07.11 89 1 12쪽
132 132화 무지개 +1 19.07.10 88 1 13쪽
131 131화 차관협정(借款協定) +2 19.07.05 96 1 14쪽
130 130화 반공포로석방 +1 19.07.01 111 2 13쪽
129 129화 한일회담 +1 19.06.29 108 2 15쪽
128 128화 폭탄테러 +1 19.06.26 118 2 13쪽
127 127화 카츄샤 +1 19.06.24 106 2 13쪽
126 126화 의사 왕룽 +1 19.06.23 105 3 17쪽
125 125화 빅터 한 재단 +2 19.06.19 115 3 13쪽
124 124화 인천상륙작전 +1 19.06.13 141 2 15쪽
123 123화 메모리 가든 +1 19.06.12 113 2 15쪽
122 122화 겹생 +3 19.06.10 111 2 16쪽
121 121화 하와이 +1 19.06.07 120 3 14쪽
120 120화 소령 맥나마라 +4 19.06.06 125 2 15쪽
119 119화 한초희 +1 19.06.05 128 2 14쪽
118 118화 맥아더 원수 +1 19.06.04 122 2 14쪽
117 117화 기만방송 +1 19.06.03 119 2 13쪽
116 116화 코리안 커넥션 +1 19.06.01 130 2 12쪽
115 115화 잠수함 +1 19.05.30 173 2 13쪽
114 114화 6.25 전쟁 +1 19.05.29 146 2 12쪽
113 113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특명 1호 ‘폭풍’ +1 19.05.21 127 2 11쪽
112 112화 금괴수송작전 +1 19.05.19 164 2 10쪽
111 111화 '암호명 A-1' +1 19.05.18 118 2 13쪽
110 110화 악연(惡緣) +1 19.05.17 118 2 14쪽
109 109화 마지막 미션 +1 19.05.16 118 2 12쪽
108 108화 애치슨 라인 +1 19.05.15 117 2 12쪽
107 107화 연적(戀敵) +1 19.05.15 136 2 12쪽
106 106화 독살(毒殺) +1 19.05.14 130 2 12쪽
105 105화 마돈나 다방 +2 19.05.13 136 2 15쪽
104 104화 한국은행 +1 19.05.11 136 2 14쪽
103 103화 비밀거래 +1 19.05.10 158 2 12쪽
102 102화 남미이주작전 +1 19.05.10 153 2 13쪽
101 101화 트루먼 독트린 +1 19.05.10 125 2 11쪽
100 100화 숙명의 라이벌 +1 19.05.10 131 3 18쪽
99 99화 Jane Doe +2 19.05.10 129 2 13쪽
98 98화 앙숙, 이승만과 김구 +1 19.05.10 129 2 12쪽
97 97화 반도호텔 +1 19.05.10 125 2 13쪽
96 96화 좌익과 우익 +1 19.05.09 125 2 13쪽
95 95화 조선인민공화국 +1 19.05.09 130 2 17쪽
94 94화 일본패망(日本敗亡) +1 19.05.09 136 2 12쪽
93 93화 원자폭탄 +1 19.05.09 126 2 13쪽
92 92화 김일성 +1 19.05.09 133 1 14쪽
91 91화 독수리 작전 +1 19.05.09 131 1 14쪽
90 90화 이승만 +1 19.05.09 119 1 14쪽
89 89화 비밀요원 나타샤 +1 19.05.09 113 2 15쪽
88 88화 OSS(미국전략사무국) +2 19.05.09 118 2 16쪽
87 87화 승전(勝戰) +1 19.05.09 113 2 14쪽
86 86화 진주만공습 +1 19.05.08 115 1 16쪽
85 85화 갈라예프 +2 19.05.08 114 2 16쪽
84 84화 채권(債券) +1 19.05.08 119 2 11쪽
83 83화 다카키 마사오 +1 19.05.08 132 2 12쪽
82 82화 광복군(光復軍) +1 19.05.08 113 2 13쪽
81 81화 육군정보학교 +2 19.05.08 114 2 11쪽
80 80화 홍콩행 +1 19.05.07 121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111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110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107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113 3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119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113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108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107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107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107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110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115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111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111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111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110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111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121 2 15쪽
61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112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111 2 13쪽
59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115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110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113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111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110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111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111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115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115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116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111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116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115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114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108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109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111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117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117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116 3 30쪽
39 39화 빅터 한 +1 19.04.25 117 3 49쪽
38 38화 박진만 +2 19.04.25 127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136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133 3 49쪽
35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135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131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129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131 3 47쪽
31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157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132 4 46쪽
29 29화 출산(出産) +3 19.04.20 143 4 43쪽
28 28화 밀항(密航) +2 19.04.20 132 4 45쪽
27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133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139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150 4 39쪽
24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137 5 44쪽
23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142 4 46쪽
22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145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143 5 49쪽
20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148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156 3 49쪽
»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163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159 4 49쪽
16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162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175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184 3 37쪽
13 13화 결혼(結婚) +3 19.04.12 264 6 42쪽
12 12화 돈버거 +9 19.04.12 243 7 44쪽
11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265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291 8 42쪽
9 9화 낙향(落鄕) +4 19.04.10 307 8 42쪽
8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319 9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373 12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378 12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424 13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520 11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642 12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933 13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1,810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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