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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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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최근연재일 :
2019.07.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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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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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52쪽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님의 침묵




DUMMY

123.


이장(移葬)까지 언급한 것은 유교적인 사고방식으로 볼 때 천륜을 어긴 자나 마을에 액을 입힌 자에게 가해지는 최상위의 관습법의 적용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다시는 상종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지주들의 일관된 입장인 셈이다.

궁궐 내에서도 보수적인 강경파와 맞서 뜻을 굽히지 않은 경덕이었다. 촌로(村老)의 협박과 엄포 따위에 회유를 당할 그가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지주들의 집요한 방해 공작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사주를 받은 시정잡배들이 이따금 찾아와 강습소를 발칵 뒤집어 놓는가 하면, 그와 뜻을 같이하는 청년들과 마주치면 뭇매를 때리기 일쑤다. 심지어 그의 가족들이 외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리들이 순번을 돌아가며 대문 밖에 진을 친다.

땅거미가 내려앉을 즈음 무리 중 한 명이 목을 길게 빼고 집안을 기웃거린다. 저녁상을 내온 미라는 부엌에서, 짚을 엮는 경덕은 마루에서 각자 소일거리에 전념한다. 별다른 기미가 보이지 않자 무리들은 동네를 떠난다. 서낭당 뒤에 숨어 있던 철규가 휘파람을 불자 대여섯 명이 수수밭에서 불쑥 머리를 내민다. 철규는 일행을 이끌고 경덕의 집으로 향한다.


“선생님, 저희 왔습니다.”

철규가 나지막이 인사를 건넨다. 놀란 미라와 경덕이 얼른 그들을 안채로 이끈다.

“야심한 시간에 여긴 웬일이야? 깡패를 만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미라가 근심어린 눈으로 철규를 바라본다. 그는 주먹을 내보이며 으스댄다.

“저잣거리에서나 껄렁대는 깡패 따위는 이 한 주먹감도 못 됩니다.”

“그렇고말고. 우리 청년회 회장의 기개가 그 따위 놈들하곤 비할 바가 아니지.”

미라는 맞장구를 슬쩍 쳐주곤 그의 어깨에 붙어 있는 잎사귀를 떼어낸다.

“근데 왜 수수 이파리가 여기 붙었지?”

일행들이 난처해하는 그를 빤히 쳐다본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키득거린다.

“그나저나 보는 눈이 한둘이 아닌데, 무슨 용무로 찾아온 거야?”

경덕은 청년들을 찬찬히 일별한다.

“당분간 강습소를 폐쇄한다고 들었습니다. 참말이신지요?”

철규가 다소 격앙된 어투로 묻자 경덕이 대꾸한다.

“자네 말이 틀리진 않아.”

잠시 숨을 고른 경덕이 작정한 듯 얘기를 쏟아낸다.

“깡패까지 동원해서 강습소를 방해하고 주민들을 겁박하는 일이 단지 지주들만의 생각이겠나?”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지주들도 우리와 같은 백성이 아닌가? 같은 피를 나눈 백성으로는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하지.”

“그럼 배후에 누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헌병대가 그들의 뒷배를 봐주고 있어. 강습소를 임시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도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선택할 일이야. 지금까진 깡패들이 행패나 부리고 해코지하는 게 고작이지만, 만약 헌병대가 전면에 나서면 앞일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

미라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경덕의 손을 맞잡는다.

“맞아, 선생님이 말씀이 옳아. 젊은 혈기로 나섰다가는 보기 좋게 먹잇감이 되고 말아. 모든 일은 때가 있는 법이야. 섣불리 덤벼들었다간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나와 이이가 경성을 떠나온 것도 헌병대의 등쌀에 못 이겨 결국 낙향을 하게 된 거야.”

그녀가 눈물을 훔치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본 철규가 목청을 돋운다.

“우리들은 익히 선생님의 투쟁 정신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옥고를 치르신 것도 들었고요. 그래서 미천골을 중심으로 샘터골과 양천골의 젊은이들이 모여 비밀리에 청년회를 조직했습니다. 그 수가 백여 명을 헤아립니다. 부디 저희 청년회를 이끌어주십시오. 나라를 되찾는 날까지 죽을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저희를 거두어 주십시오, 선생님!”

철규를 따라 일행들도 바닥에 고개를 파묻는다.

“이제 너희들의 뜻을 알았으니 그만 고개를 들어!”

고개를 든 청년들과 경덕은 일일이 악수를 나눈다. 대견한 듯 미라도 그들의 손등을 어루만지며 울먹인다.

“그래, 아직 조국은 망하지 않았어. 이렇게 용감한 너희들이 있잖아. 대한의 미래는 곧 새 시대를 맞게 될 거야!”


부부와 청년들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124.


경덕과 등을 진 출세는 저잣거리의 뒷골목을 장악하며 시정잡배들의 우두머리로 성장한다. 산간지역에서 벌채된 나무들은 뗏목의 일종인 떼배로 엮어 물길을 타고 경성까지 운반된다. 춘천을 에두르는 소양강의 오미 나루터에 떼배가 닿는 날이면 동네가 떠들썩하다.

광나루까지 이어진 물길의 중간 기착지인 오미 나루터에서 떼꾼들은 잠시 거친 물살과 씨름한 피로를 보상받는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진 상에 둘러앉은 떼꾼들은 저마다의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밤새 술을 마신다. 젊은 떼꾼들은 아녀자를 품고 아침을 맞기를 원하는데, 그럴 때마다 출세는 분내를 풍기는 작부들을 봉놋방에 투숙시킨다.

매춘으로 꽤나 짭짤한 수입을 올린 그는 강이 얼어 떼꾼이 발이 묶이면 그들을 상대로 도박장을 연다. 그러곤 노름빚을 대주고 고리를 뜯어 부를 축적한다.

군내에 열 칸짜리 집까지 장만한 그는 춘천의 암흑가를 쥐락펴락하며 악명을 떨친다. 월향의 품에서 깜박 졸던 그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일어난다.


“도대체 누가 날 깨우는 거야?”

몽롱한 듯 그는 월향의 가슴골에 머리를 처박고 허우적댄다.

“서방님, 어여 일어나시와요.”

간드러진 콧소리에도 그는 좀체 정신을 못 차린다.

“딱 십 분만 더······”

혼곤히 잠에 취한 그는 쿨쿨거리기까지 한다.

“서방님, 들개가 한 시간째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번 물면 상대를 절대로 놓지 않기 때문에 ‘들개’란 별명을 얻은 진구가 인기척을 듣곤 넌지시 문안 인사를 올린다.

“형수님, 형님, 아직 기침 안 하셨습니까?”

그녀가 흔들어 깨우자 그가 부스스 일어난다. 이부자리를 대충 뒤로 물린 그녀가 자리끼를 내민다. 그는 벌컥벌컥 단숨에 사발을 비운다.

“손바닥만 한 나와바리를 관리하는 데도 이렇게 피곤하니, 참 나! 몸이 열 개쯤은 돼야 오야붕 소리를 듣겠군.”

그가 고개를 까딱거리며 너스레를 떤다. 우두둑하는 소리가 경추를 따라 연달아 난다.

“들개야, 와서 짖어봐라!”

그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진구를 찾는다. 진구가 달착지근한 내가 풍기는 방안으로 들어온다. 월향이는 머리를 다듬으며 방을 나간다. 윗입술이 찢어진 자국이 선명한 진구가 코를 실룩거리며 입맛을 다신다.

“형님, 아침에 시장통을 돌며 수금을 하는데, 집채만 한 철마 네 대가 쌩하고 지나가더라고요.”

눈을 치뜬 그가 담배를 집는다. 진구가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성냥을 켠다. 한 모금 길게 연기를 내뿜은 그가 툭 내뱉는다.

“철마? 혹시 바퀴가 네 개 달린 거 아니야? 끄는 말은 없고.”

“네, 형님!”

“무식한 놈을 봤나? 그건 경성에서 일명 ‘도라꾸’라고 부르는 차다. 서양인들은 뭐라더라? 트룩, 아니 트럭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그게 왜 아침 댓바람부터 춘천에 나타났는데?”

“모르는 게 없으신 형님은 과연 최고이십니다!”

진구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엄지를 추켜세운다.

“형님, 참말로 재밌겠는데. 타 보셨나요?”

“타 보긴 뭘 타 봐! 선교사 가방에서 사진을 슬쩍해서 본 거야.”


진구가 본 것은 포드사의 8인용 무개차를 군사용으로 개조한 트럭이다. 경성에서 출발한 트럭 네 대는 꼬박 이틀을 달려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춘천에 도착한다. 난생처음 자동차를 목격한 사람들은 아침부터 날벼락을 맞은 듯 눈이 휘둥그레진다. 매캐한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질주하는 트럭에는 완전무장한 헌병대가 잔뜩 타고 있다.

병력이 보강된 뒤 춘천 헌병대는 무단통치의 발판을 마련한다. 헌병대장으로 부임한 카이토 중좌는 강원도의 경무부장을 겸직하며 무소불위의 철권을 휘두른다. 한 손에 이미 경제적인 기반을 거머쥔 출세는 놀고 있는 빈손이 늘 마뜩치 않았다. 카이토의 등장으로 호시탐탐 권력의 칼을 쥐려던 그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


“서방님, 해장하셔야지요.”

월향이는 동치미가 담긴 사발과 죽이 든 주발을 개다리소반에 받쳐 들고 들어선다.

“지금 해장이 문제가 아니야! 어서 출타하게 의관 좀 챙겨!”

그는 동치미가 담긴 사발을 단숨에 비우곤 월향이가 건넨 옷을 주섬주섬 입는다.

“들개는 당장 시장통을 돌며 애들을 집결시켜!”

“네, 형님!”

진구가 나가고 난 뒤 출세는 보료 밑을 들추어 지폐 한 다발을 집어 허리춤에 챙긴다.

“오늘도 늦으우?”

월향이 콧소리가 섞인 애교를 부리며 입을 맞추려고 달려든다. 그는 단호히 뿌리치며 버럭 화를 낸다.

“어허, 아침부터 재수 없게시리, 저리 비키지 못해!

그가 방문을 박차고 나간다. 그녀가 뒤에다 대고 주목을 든 채 혼잣말로 군소리를 한다.

“제까짓 게 무슨 벼슬아치나 되는 줄 아나? 에라, 이거나 먹어라!”

“뭐라고?”

그가 갑자기 뒤돌아서자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는다.

“아이쿠 맙소사! 우리 서방님은 참 귀도 밝으시지. 잘 다녀오세요!”

그녀가 넙죽 큰절을 하는 시늉을 하며 상황을 모면한다. 출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당에 세워둔 자전거에 올라 황급히 집을 떠난다.


군내에 도착한 출세는 국밥집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총총 걸어간다. 어느새 나타난 진구가 졸개를 인솔하며 양쪽으로 길을 터준다.


“형님, 곧 헌병대장이 연설할 것이라고 합니다.”

진구의 설명에 그는 대꾸조차 않는다. 헌병대 청사로 다가갈수록 그의 눈가에서 광채가 이글거린다.

“대일본제국의 한일합방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데라우치 총독의 특명을 받고 카이토 중좌님께서 헌병대장 겸 경무부장으로 부임하셨다. 앞으로 강원도의 치안을 담당하실 카이토 대장님께 충성을 다해야 한다.”

부관이 신임 헌병대장에 대한 소개를 마친다. 장도를 허리춤에 찬 카이토가 연단에 오른다. 완장을 찬 헌병 보조원 십여 명이 쌍수를 들어 박수를 유도한다.

“카이토 대장님의 부임 연설을 듣기 전에 식전 행사로 대일본제국의 기미가요 제창식이 있겠다. 일동 차렷!”

일장기가 서서히 게양된다. 부관이 우렁차게 노래를 부른다. 완전무장한 헌병대가 기미가요를 열창하자 카이토가 일장기를 향해 거수경례를 한다. 다소 고압적인 자세에 주눅이 든 탓일까. 뭇시선은 그저 입을 벌린 채 펄럭이는 일장기를 바라보며 눈동자만 끔벅거린다. 이윽고 국기게양식이 끝나고 카이토가 군중 앞에 꼿꼿한 자세로 등장한다.

“조선의 선진화 작업을 착수하기 위해 부임한 카이토 중좌다. 내 직위는 헌병대장과 경무부장이다. 그러나 강원도의 치안은 그대들의 행동에 달렸다. 즉, 그대들이 솔선수범하여 조선총독부의 내규사항을 준수하면 나는 그대들의 삶에 일체 간섭하지 않겠다. 다시 말해 내 권력은 최소한에 그치기를 바라며, 오직 그대들의 손으로 강원도의 발전을 이루기를 희망한다.”


다부진 카이토는 연설 내내 군중을 일별하며 거만한 자세로 일관한다. 절도 있는 목소리가 청중을 압도한다. 연설이 막바지에 이를 즈음 군중 틈에 끼어있던 출세가 성큼 연단 쪽으로 다가간다. 경비병이 총칼을 앞세워 그를 저지한다.

“내버려 둬라!”

카이토가 명령하자 경비병이 뒤로 물러선다.

“카이토 대장님의 부임을 환영합니다!”

출세의 선창을 신호로 졸개들이 군중을 선동하며 복창한다.

“카이토 대장님의 부임을 환영합니다!”

뜻밖의 환대를 받자 카이토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대일본제국 만세! 메이지 천황 만세! 데라우치 총독 만세!”

출세가 양팔을 번쩍 들고 만세 삼창을 한다. 뒤미처 졸개들이 양손을 들고 요란하게 따라한다.

“대일본제국 만세! 메이지 천황 만세! 데라우치 총독 만세!”

한껏 고무된 카이토가 손을 들어 자제를 시킨 뒤 출세에게 묻는다.

“자, 자, 그만하면 됐고······, 그대는 누군가?”

출세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선다. 그러곤 진흙탕에 넙죽 엎드려 큰절을 한다. 얼굴과 옷이 진흙으로 범벅이 된다.

“춘천 군민대표 김출세라고 합니다.”

그는 일고의 망설임도 없이 춘천의 군민대표를 자처한다. 군중 뒤쪽에서 야유가 쏟아진다. 이를 놓칠세라 진구와 졸개들이 군중에게 눈을 흘기며 윽박지른다. 이내 막간의 소동은 잠잠해진다.

“춘천에 이토록 대일본제국에 충성하는 군민이 있다니 반가운 일이군!”

카이토가 손수건을 건넨다. 출세가 울먹거리는 척하며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는다.

“대장님의 은혜와 같은 성정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강원도의 치안을 위해 이 한 몸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


그는 다시 진흙탕에 고개를 박고 큰절을 한다. 졸개들도 덩달아서 진흙탕에 엎드린다.




125.


취임식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출세는 카이토 중좌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은 터라 헌병 보조원의 대장으로 채용되는 특권을 누린다. 그토록 염원하던 신분 상승을 거머쥔 그는 한술 더 떠서 고리대금업을 하던 사무실에 ‘일조합방추진위원회(日朝合邦推進委員會)’란 간판까지 내건다.

그의 수하는 두 부류로 나눠 출세의 성공가도를 돕는다. 들개가 지휘를 맡은 머리가 굵은 부류는 주로 헌병(憲兵)이란 완장을 찬 ‘헌병 보조원’들이다. 똘마니들로 구성된 ‘밀정’들은 춘천 일대를 정탐하며 캐온 정보를 취합하여 들개에게 전달한다. 물론 보고의 최종 단계는 출세다.

출세는 이를 바탕으로 불령선인(不逞鮮人)을 색출하여 카이토에게 보고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출세의 막후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제 입맛에 따라 복수의 대상을 불령선인의 명단에 올려 욕을 보이기도 하고, 뒤가 구린 자들을 불령선인이라 엄포를 놓곤 뒷돈을 챙기기도 한다.

호가호위하는 그의 전횡은 주민들에게 총칼로 무장한 헌병대의 권력보다 더 두려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철저하게 일본제국의 사냥개로 변모한다. 보잘것없는 망국의 백성으로 사느니, 차라리 2등 신민(臣民)이 되어 일본천황의 노예가 되기로 작정한 성싶다. 그는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되겠다는 의미에서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로 이름까지 개명한다.


타이요우의 하루 일과는 늘 빠듯하다. 그가 문밖에 대기하고 있는 인력거에 오르는 시간은 정확히 아침 7시 30분이다. 그가 회중시계를 다시 꺼내 보면 시계는 정확히 8시 정각을 가리킨다. 그가 인력거에서 내리자마자 헌병대 청사에서 나팔소리가 울려 퍼진다. 일장기가 오르는 내내 그는 가슴에 팔을 올리고 기미가요를 읊조린다. 그는 종종걸음을 치며 등교를 서두르는 아이들을 보곤 가만두지 않는다.


“아니, 저 어린 것들이 돌았나? 천황의 보호를 받고 산다는 것에 무한한 감사함을 느껴도 모자랄 판에 일장기를 보고도 등을 돌려?”

그의 불호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졸개들이 게양식에 참여토록 아이들을 강제로 붙잡는다.

“빠가야로! 주소와 아버지 이름을 대!”

타이요우의 겁박에 주눅이 든 아이들은 훌쩍거리며 주소와 이름을 댄다.

“대일본제국과 천황을 위해 만세 십 창, 시작!”

그가 툴툴거리며 사무실로 들어가면 들개가 아이들에게 만세를 복창시킨다.


헌병대에 보고할 특정 사안이 없으면 그는 주로 사무실에서 민원업무를 본다. 오전과 오후, 두 번에 걸쳐서 십여 명 안팎의 민원인들이 그와의 면담을 위해 발을 동동 구른다.


“형님!”

“이놈이 아직도 그 천한 습성을 못 버리네!”

그가 호통을 치자 진구가 얼른 말을 거둔다.

“아니, 위원장님!”

“그래, 바로 그거야! 얼마나 듣기 좋으냐?”

“부르기도 한결 편하고 고급집니다요.”

진구가 양손을 번쩍 들어 엄지손가락을 내보이며 아부를 떤다. 존재감을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타이요우의 오전 업무가 본궤도에 오른다.

“오늘은 누구야?”

“한밭터에 사는 장 씨 일족이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일족?”

“예, 문중의 땅이 걸린 문제라 일족이 찾아왔습니다.”

“흠! 성가시게 생겼군! 일단 들어오라고 해!”

문중의 최고 어른인 문장(門長)과 종가의 장손 그리고 문중의 대소사를 담당하는 유사(有司)를 중심으로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 십여 명이 사무실로 들어온다. 장 씨 일족은 타이요우 앞에서 연신 굽실거린다.

“위원장님! 부디 장 씨 문중의 선산만은 지키고 싶습니다.”

흰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문장이 구부정한 허리를 숙인다.

“선산이라고요? 선산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게 헌병대의 철칙인 걸로 알고 있는데?”

“선산이 군대의 훈련장과 철도부지로 편입됐다면서 며칠 전에 ‘동양척식회사’란 데에서 사람들이 나왔습니다. 기가 막히게도 그들은 묘지를 이장하라는 최고장까지 놓고 갔습니다.”

뜬금없이 ‘동양척식회사’란 단어가 등장하자 굳게 다문 그의 입술이 비죽 튀어나온다.

“지금 ‘동양척식회사’라고 했소?”

그나마 나이가 적어 보이는 유사가 한 발 나와 서류를 내민다.

“듣기로도 ‘동양척식회사’라 했고, 여기 서류에도 큼지막하게 ‘동양척식회사’의 직인이 찍혀 있습니다.”

그는 물끄러미 서류를 훑어본 뒤 고개를 휘휘 내젓는다.

“‘동양척식회사’에서 나선 일이라면 내 소관과는 무관한 일이오. 그건 총독부 직권 사항이므로 나로서도 뾰족한 수가 없소.”

그가 비관적으로 말하자 문장과 종손은 급기야 눈물을 터트린다. 문장은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한다.

“위원장님의 입김이 닿으면 모든 게 일사천리로 해결된다는 소문은 이미 춘천 군내에 자자합니다. 부디 장 씨 문중의 혈통을 지켜주십시오. 선산이 없어진다면 어찌 조상을 별 면목이 서겠습니까? 이번 일만 무마시켜주시면 내 소출이 좋은 종답 십여 마지기를 떼서 위원장님께 바치겠습니다.”

노인의 변을 듣는 내내 그의 입꼬리가 실룩거린다. 그는 얼른 미소를 거두고 표정을 관리한다.

“어르신 말씀은 십분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제 능력 밖의 일이라 장담을 드릴 수는 저도 안타깝습니다. 내가 직접 농사를 지을 만큼 한가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요즘 누가 소작인을 두고 농사를 짓는답니까? 속만 썩는 데 말입니다.”

그의 속내를 갈파한 유사가 뒤춤에서 보자기를 하나 꺼내 내민다.

“물론 그러시겠지요. 그래서 이번 건만 무마시켜주시면 땅을 팔아서라도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약소합니다만, 선조께서 하사하신 백자올시다. 가문 대대로 내려온 유물인지라 저희도 함부로 본 적이 없는데, 문중 회의를 거쳐 위원장님께 징표로 드리고자 이렇게 갖고 왔습니다. 부디 거두어 주십시오.”

보자기를 풀어본 그가 백자를 보곤 눈을 끔벅거린다. 그러곤 노인들을 일별하면서 한 마디를 남긴다.

“장 씨 문중에 딱한 일이 남의 일 같지 않군요. 내 힘닿는 데까지 노력해보겠습니다. 일주일 뒤 이 백자가 인편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무마된 것으로 알고 돌아가십시오.”

“위원장님! 이 은혜는 두고두고 갚겠습니다.”

“하하! 성질도 급하시긴! 아직 장담하긴 이릅니다.”


문중 사람들이 돌아가자마자 그는 병풍을 걷는다. 병풍 뒤 문갑 위에는 백자와 화첩, 함, 장신구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얼굴 가득히 미소를 머금은 채 흡족한 표정을 짓던 그가 진구의 기침소리를 듣곤 잽싸게 병풍을 치고 자리에 앉는다.

“형님, 오늘 점심은 뭐로 할까요?”

진구의 질문에 그는 책상에 다리를 올려놓고 삐딱하게 앉아 답한다.

“벌써 점심이라고? 민원 처리하랴, 불령선인 색출하랴 몸이 두 개라도 남아나질 않는구나. 공사라는 게 말이야? 이게 다 총독부하고 선이 닿은 거라서 여간 골치가 아픈 게 아니야!”

타이요우는 뒷목을 주무르며 거들먹거린다. 진구가 다가와 목덜미를 안마하며 아양을 떤다.

“그야 모든 게 형님의 수완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죠. 감히 춘천 바닥에서 어느 누가 헌병대와 동양척식회사를 상대하겠습니까? 하하핫!”

“그건 그렇지. 내가 아니면 누가 카이토 헌병대장과 요다 지사장을 상대하겠어?”

“옳습니다.”

“뭐, 몸에 좋은 것쯤 없나?”

“요새 하도 형님 안색이 안 좋으신 것 같아서 심마니한테 산삼 좀 챙기라 했습니다. 산삼을 넣고 씨암탉을 미리 잡아놨습니다.”

“역시 넌 내 입안의 혀로구나! 며칠 전부터 닭이 그렇게 땡기더라니! 어서 가자!”

“네!”


회중시계가 정확히 1시를 가리키면 여지없이 점심을 마친 타이요우가 사무실로 돌아온다. 이윽고 이어지는 오후 일과. 이번에는 농부 부부가 굽실거리며 들어온다. 성가신 듯 타이요우는 저열한 눈빛으로 그들을 훑어본다.


“이번엔 또 뭐야?”

“한사코 형님과 안다고 성화하기에 그만······”

진구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머뭇거린다.

“듣자 하니 청년단 문제로 온 것 같은데······”

“헌병대의 허가를 받지 않은 단체라면 모두 불법 아닌가? 도대체 청년단이 뭐길래 여기까지 민원을 들고 온 게야?”

그가 호통을 치자 남루한 겉옷에 상투를 튼 영감이 손을 싹싹 빌며 사정한다.

“이보게, 출세! 날세 나야!”

콧구멍을 파던 그가 턱을 치켜들고 영감을 쏘아본다.

“누가 출세라는 거야? 춘천 땅에 태양 말고 출세가 아직도 있나?”

“아이쿠, 아카키 상! 미안하네. 나 양지골 오 서방일세!”

불편한 기억이라도 떠오른 듯 타이요우의 관자놀이가 불거진다.

“오 서방? 나를 아시우?”

“알다마다. 자네가 한 씨 문중에서 쫓겨난 뒤로 시장통을 전전할 때 내가 돈을 변통해주지 않았나?”

그는 한방 얻어맞기라도 한 듯 머리채를 흔든다.

“지금 와서 무슨 돈을 변통했다고 그러는지······”

“내가 자네한테 대준 노름빚만 얼추 논 다섯 마지기가 넘을 걸세. 여기 자네가 수결한 차용증도 있네!”

과거의 치부가 드러나자 그는 불같이 화를 낸다.

“아니, 이 영감탱이가 어디서 엄한 소리를 하는 거야?”

“내 손자가 친구끼리 모여 놀다가 그만 헌병대로 끌려갔다네. 자네가 보는 앞에서 차용증을 당장 찢어버릴 테니, 손주 놈만 살려주게!”

“정말 짜증나는구먼. 좀 유명세를 탄다고 별의별 인간들이 다 찾아오네. 야, 들개야! 양지골 영감 나가신단다! 어여 길 내드려라!”

그는 회전의자를 빙그르 돌린 채 창 너머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기다렸다는 듯 진구는 영감의 손에 쥔 차용증을 빼앗아 찢어버리곤 문밖으로 내쫓는다. 타이요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진구에게 속삭인다.

“저 영감탱이 손자가 누군지 알아봐! 손을 써서 풀어줄 테니, 그 뒤에 밀정을 붙여 하루 종일 감시하고. 뭔가 냄새가 나. 잘 하면 월척을 낚을 수도 있겠어! 흠!”

그의 눈가에 음흉한 기운이 스치고 사라진다.


오후 여섯 시가 넘어서자 나팔 소리가 나른한 저녁의 시작을 알린다. 일장기가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타이요우와 졸개들은 부동자세로 벅찬 표정을 짓는다. 얼마간 최면에 걸린 시간이 해제되면 하루를 마감하는 소음이 동시에 곳곳에서 쏟아져 나온다. 타이요우는 대기하고 있는 인력거에 오르며 진구에게 명을 내린다.


“춘천관으로 가자! 요다 지사장께서 기다리신다.”

진구와 네 명의 경호원이 인력거의 양옆을 호위하며 거리를 달린다. 춘천관 앞에는 인력거 여러 대가 줄느런히 서 있다. 안족(雁足)에서 터지 듯 튕겨 나온 가야금 소리가 담 밖까지 들린다. 인력거에서 내린 그의 손에는 큼지막한 보자기가 들려 있다.

동양척식회사의 강원지사장 요다는 기생 두 명을 양팔로 껴안고 거나하게 취해 있다. 타이요우는 넙죽 절을 올린 뒤 보자기를 상 위에 올려놓는다.

“아니, 이런 걸 매번 주면 어쩌라는 게야? 또 부탁할 게 있구먼!”

타이요우는 맞은편에 앉으며 배시시 웃는다.

“다 상부상조하고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저 약조한 표시일 따름입니다.”

“약소하다니? 이런 담백한 빛깔은 세상 어느 곳에서도 찾을 볼 수 없지!”

“조선의 보잘것없는 백자 따위를 조예 깊은 사장님께서 알아봐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 사람아! 임진년에 있었던 조선 정벌 당시 최대의 전리품이 뭔지 아나? 바로 도예일세. 우리는 그때 이후 지극히 담백한 것 보면 ‘조선의 빛과 색’이라 표현한다네.”

요다는 양손으로 백자를 들고 입과 굽, 유약의 상태 등을 꼼꼼히 살피며 감탄한다.

“선물을 받았으니 보답을 해야겠지. 말해 보게?”

타이요우는 민원서류가 작성된 봉투를 그에게 건넨다. 요다 옆에 있던 기생이 봉투를 받아 옷걸이에 걸려 있는 양복 상의에 넣는다.

“언제까지 처리하면 되는가?”

“이번 주까지만 처리해주시면 됩니다.”

“그거야 내일이라도 당장! 자, 자······, 선물까지 주고받았으니, 이보다 더 훈훈한 자리가 어디 있나? 얘들아, 어서 풍악을 울리고 술잔을 돌려라!”


기생의 가슴에 코를 킁킁거리던 요다가 안채로 들 때까지 질펀한 술자리는 밤새도록 이어진다. 온갖 비위를 맞추며 술시중을 다 든 다음에야 타이요우는 비로소 집으로 돌아가는 인력거 안에서 하루를 마감한다. 거나하게 취한 그는 몸을 기댄 채 회중시계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또 다른 내일의 몽상을 꿈꾼다.




126.


경덕과 미라는 계몽운동을 전면 수정하여 강습소의 운영과 청년단의 활동을 점조직의 형태로 손을 본다. 기존의 사찰 대상은 계몽운동을 주도하는 수뇌부에 한정되었다. 그러나 헌병대의 감시가 말단 조직까지 전방위로 확대되자 은밀한 접선을 통한 회합으로 선회한다.

계몽운동이 궁지로 내몰리게 되면서 헌병대의 탄압과 동양척식회사의 약탈은 더욱 노골화된다. 특히 동포를 향한 타이요우의 만행은 악랄하기 짝이 없다. 제 몫을 착복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상부에서 할당한 목표치를 상회하는 수탈의 대상이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그가 챙기는 땅과 돈, 불상, 자기 등의 착취 품목이 늘어날수록 피탈자의 생활은 궁핍을 면치 못한다.


능선을 넘은 먹장구름은 이내 소나기를 뿌리며 대지의 열을 식혀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습도가 차오르면서 주춤했던 매미가 다시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한다. 경덕은 불어난 논물을 빼기 위해 봇물을 정리한다. 쟁기를 들고 두렁을 정리하는 형제는 예전과는 달리 소년으로 웃자랐다. 도롱이를 쓴 철규가 주위를 힐끔거리며 삐뚤빼뚤한 논두렁으로 다가온다.


“선생님, 그간 무고하셨는지요?”

“백주에 여긴 웬일인가? 혹여 밀정이 뒤를 밟으면 어쩌려고!”

“산허리를 일부러 두 번이나 돌아 확인했습니다. 뒤를 밟는 밀정은 없었습니다.”

철규는 허리를 펴는 척하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선생님! 거사 일자를 정했습니다.”

“아직 때가 아니라고 했을 텐데······”

경덕은 허리를 숙인 채 쟁기질을 하며 답한다.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청년단의 거사가 아니더라도 개별적인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철규의 손이 부르르 떨린다.

“저희 집 땅도 이미 동양척식회사에서 나와 측량을 하고 갔습니다. 양지골, 한밥골, 가마터에 사는 동지들 모두 타이요우, 그 놈의 농간에 빠져 땅문서를 빼앗겼습니다. 요다 지사장이 헐값에 사들인 땅들을 경성에서 온 일본 지주들에게 넘겼다고 들었습니다.”

경덕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은 채 도랑에 물길을 낸다.

“선생님도 대감님이 개간한 황무지를 뺏겼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간 우리 모두 일본 지주의 소작농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철규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그가 한일자로 굳게 다문 입을 뗀다.

“섣불리 나섰다가는 소작농이 아니라 철창신세를 지게 될 거야. 그들이 노리는 게 바로 분노를 조장하여 도발을 유도하려는 게야. 그래야 무력으로 진압할 꼬투리를 잡을 테니까!”

“청년단 일부는 마음이 돌아섰습니다. 앉아서 당하느니 차라리 무력을 행사하는 쪽을 택하겠다고 아우성입니다. 저도 동지들을 더 이상 만류할 수가 없어서 이렇게 선생님을 찾아온 겁니다.”

“물론 분노가 치솟을 게야.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돌발행동을 해서는 안 돼. 조직원이 일탈하게 되면 청년단 자체가 와해될 수 있어.”

단호한 그의 충고에도 철규는 여전히 물러설 뜻이 없는 듯하다.

“선생님! 상황을 직시해야 합니다. 지금 젊은 동지들의 혈기가 들끓는 것은 놈들의 만행이 단순히 착취에 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타이요우의 끄나풀들이 몰려다니면서 부린 온갖 행패를 보셨으면 선생님도 이렇게 한가하게 쟁기질이나 하지 않으실 겁니다! 좀 있으면 강습회 부녀자들도 그들의 노리개가 될 겁니다. 박 선생님의 안위도 장담 못 할 거라고요!”

“자네, 이러면 안 돼. 철규! 철규!”


적의로 가득 찬 청년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탈진 다랭이논을 성큼성큼 내려간다. 경덕은 저만치 발아래로 사라지는 청년을 보면서 한숨을 푹 내쉰다. 말없이 아버지를 바라보는 인호와 인서의 눈에도 분노의 빛이 역력하다.


철규가 다랭이논을 달리며 눈물을 삼킬 즈음 트럭 한 대가 양지골을 휘감아 도는 두 갈래 물길 앞에서 멈춘다. ‘헌병’ 완장을 찬 십여 명의 장정들이 트럭의 화물칸에서 내린다. 그들은 실개천이 합수되는 양수리 앞에서 두 개조 나뉘어 마을로 진입한다.

예로부터 양지골은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리적 여건 덕에 풍수가로부터 큰 부자가 나올 금싸라기 땅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볕까지 잘 들고 땅심이 기름져 심는 대로 거둬들여 매년 풍성한 잔치를 여는 곳으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진구가 이끄는 무리가 천변을 낀 아랫마을로 들이닥친다. 아랫마을은 주로 논농사를 짓는 터라 밭농사를 짓는 윗마을보다 형편이 나은 편이다. 촌장의 집에 도착한 진구가 다짜고짜 마당을 쓸고 있는 상머슴에게 반말을 내뱉는다.


“여기가 양지골 촌장이 사는 곳이 맞지?”

나이가 지긋한 상머슴은 기분이 상한 듯 말꼬리를 흐린다.

“그렇긴 합니다만······, 뉘신지?”

“촌장한테 ‘일조합방추진위원회’에서 공무 차 방문했다고 일러라!”

반말이 거슬린 듯 상머슴이 빗자루를 들고 일갈한다.

“이런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을 봤나! 어디다 대고 함부로 반말지거리야?”

진구는 졸개들을 일별하며 짐짓 엄살을 떤다.

“아이쿠 무서워라! 어디서 똥개가 들개 앞에서 주름을 잡나? 얘들아, 뭐하니?”

졸개들이 머슴에게 득달같이 달려든다. 들일을 보고 귀가하던 머슴들이 합세하면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다. 깜짝 놀란 부인이 버선발로 마당으로 뛰어나온다.

“아니, 이게 웬 날벼락이래? 평생 개싸움도 구경 못 하는 동네에서 불이라도 난 게야?”

호들갑을 떠는 부인 뒤로 촌장이 곰방대를 물고 나타난다.

“정 서방! 무슨 일인데, 왜 이리 시끄러운 겐가?”

연기를 빠끔빠끔 내뱉는 촌장 앞으로 상머슴이 쪼르르 달려간다.

“추진위원인지 뭔지 공무 차 왔다며 반말지거리를 하기에 그만······, 죄송합니다요, 촌장님!”

촌장은 제 귀를 의심하듯 재차 묻는다.

“뭐라? 추진위원회라고?”


머슴이 채 답을 하기도 전에 뒷짐을 진 진구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성큼 나선다.

“일전에 저희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으실 텐데요.”

눈을 끔뻑거리며 진구를 살피던 촌장이 댓돌을 훌쩍 뛰어넘어 굽실거린다.

“아니, 이게 누구신가? 아카키 상 오른팔인 들개, 아니 진구 아닌가? 하, 이 사람아! 먼 걸음을 하기 전에 연통이라도 주면 오죽 좋았을라고. 그럼 내가 미리 돼지 한 마리라도 잡지 않았겠나?”

촌장이 반색을 하며 맞이하자 부인과 머슴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양쪽을 번갈아 관찰한다.

“정 서방, 뭐하나? 어서 닭이라도 잡지 않고. 부인은 냉큼 술상을 내오시구려!”

촌장의 말 한 마디에 서성거리던 사람들이 일제히 부산을 떤다.

“어서, 이리 들게!”

촌장이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진구의 손을 잡아끈다. 하지만 진구는 거만하게 선 채로 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그는 윗도리 안주머니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촌장에게 내민다.

“내가 어디 민가에 찾아와 술상이나 받는, 그런 민폐를 끼치는 사람으로 보인답니까? 그리 한가한 사람이 아니니, 어서 약조한 대로 여기에 도장이나 찍으시죠.”

촌장은 진구의 윽박을 들은 뒤 이내 울상을 짓는다.

“세상일이란 게 다 순서가 있는 법이지 않나! 비록 내가 양지골 촌장이라지만 어디 내 맘대로 땅을 쪼갤 수 있느냔 말일세.”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네. 내 별명이 한번 물면 안 놓는다는 들개란 걸 모르시나? 얘들아, 뭐 하냐!”


진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졸개들이 촌장에게 달려든다. 머슴들이 반사적으로 촌장을 에워싼다. 으름장이 통하지 않자 졸개들은 곧장 실력행사에 나선다. 장독대와 집기들이 마당에 내팽개치고, 봉변을 당한 닭들이 사방으로 날아올라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머슴들이 처참히 제압당하자 촌장은 슬금슬금 뒷걸음치며 울먹인다. 졸개들이 그의 양팔을 잡곤 억지로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펴서 인주를 찍는다. 촌장은 힘껏 뿌리쳐 보지만 완력에 압도당해 서류에 지장을 찍고 만다.


아랫마을을 발칵 뒤집어놓은 소란은 산 중턱에 터를 잡은 윗마을까지 생생하게 전해진다. 주민들이 힘을 합쳐 돌을 고르고 비탈을 깎아 과수원으로 생계를 잇는 윗마을은 대개 떠돌이 생활을 하던 화전민들이 모여 산다.

평생 척박한 산비탈을 일군 화전민들은 하루아침에 텃밭이 헐값으로 빼앗길 처지에 놓이자 낫과 쟁기를 들고 맞선다. 화전민들의 저항은 예상 밖으로 강렬하다. 졸지에 아랫마을까지 내몰린 부하들이 전전긍긍하며 진구를 바라보며 답을 구한다.

사태가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진구는 허리춤에 찬 육혈포를 빼든다. 비록 척박한 땅뙈기라지만 목숨을 담보로 일군 화전민에게 육혈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그들은 곡괭이와 쇠스랑을 들고 약탈자를 향해 맹렬한 기세로 덤벼든다.

당황한 진구가 뒷걸음질을 치며 허공에 대고 총 한 발을 발사한다. 총소리에 놀란 대다수의 주민들은 바닥에 바짝 엎드리거나 줄행랑을 치며 저항을 포기한다. 그러나 화전민들은 곡괭이와 쇠스랑을 마치 망나니가 휘두르는 참수검인 양 양손으로 번쩍 들어 허공에 휘두른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진구가 선봉에 선 장정을 향해 총 두 발을 발사한다. 곡괭이를 휘두르며 화전민을 이끌던 윗마을 촌장의 아들이 그만 고꾸라지면서 산비탈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일순 이 광경을 지켜본 화전민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남자들은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일제히 산기슭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둔덕에는 아이들을 보듬고 있는 부녀자들과 윗마을 촌장만이 남아 발을 동동 구르며 산기슭 아래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진구가 고갯짓으로 졸개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졸개 여러 명이 촌장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어 양팔을 제압한다. 그러곤 지장을 찍기 위해 오른팔을 펼치려는 순간 촌장이 우악스러운 팔뚝을 비집고 고개를 들이민다.

촌장은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깨문다. 입가에 피가 흥건하다. 그러나 그는 호통하게 웃으며 진구를 노려본다.


“차라리 죽음을 택하면 택했지, 너희 놈들한테 밭뙈기를 넘길 것 같으냐? 흐흐흣!”

거의 실성한 듯 그는 재차 자신의 엄지를 질겅질겅 씹어댄다. 아연한 졸개들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선다. 약이 바싹 오른 진구가 굴피로 지붕을 얹은 초막이 옹기종기 모인 마을을 두리번거린다. 그는 장작이 수북이 쌓여 있는 곳간과 수수깡으로 담장을 두룬 뒤꼍을 숨바꼭질을 하는 술래가 되어 샅샅이 헤집고 다닌다.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촌장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옥단아! 어여 도망가!”

장작더미 뒤에 숨어 있던 옥단은 아비의 부름을 듣곤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녀가 치맛단을 걷어붙이고 막 수수깡으로 엮은 담장을 넘어설 즈음 투박한 손이 그녀의 등덜미를 낚아챈다. 진구는 옥단을 질질 끌고 곳간 안으로 들어간다.

“옥단아, 옥단아! 놈들한테 잡히면 안 돼!”

촌장의 울부짖음이 무색하게 바투 딸의 비명이 처절하게 들린다. 부녀의 절규와 비명이 얼마간 한적한 산골마을에 불안한 기류를 드리운다. 한껏 딸을 범한 진구가 허리춤을 올리며 걸어 나온다. 이어서 실실거리던 졸개가 곳간으로 달려간다.

“저런 버러지만도 못한 놈들! 내 딸을 건드리다니 다 죽을 줄 알아라!”

촌장이 있는 힘을 다해 양팔을 붙잡고 있는 졸개들을 물리쳐보지만 헛수고일 뿐이다. 딸의 비명은 점차 잦아든다. 두 번째 사내가 침을 흘리고 나온 뒤 세 번째 장정이 부리나케 뛰어간다.


어느덧 산중에 뉘엿뉘엿 해가 지고 삽시간에 어둠이 짙게 깔린다.

“진즉에 말을 들었어야지. 이왕지사 헐값에 넘길 걸 공연히 용을 쓰다 딸까지 시집 못 가게 만드나? 자, 가자!”

“형님, 다음에는 아녀자가 많다는 한밭골이 어떨까요?”

“한밭골이면 어떻고 미천골이면 또 어떠냐. 봉긋한 가슴골과 실팍한 엉덩이만 있다면 황천골이라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냐. 하하핫!”


처녀를 겁탈한 악당들의 웃음소리가 마을 아래 산기슭으로 잦아든다. 만신창이가 된 촌장이 곳간으로 기어간다. 그러곤 옷고름이 풀리고 머리가 헝클어진 딸을 끌어안고 목 놓아 통곡한다.




127.


출세가 춘천의 자취위원장이 된 지도 3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난다. ‘타이요우(太陽)’란 이름에 걸맞게 그는 춘천 일대를 주름잡으며 태양 같은 존재로 성장난다. 부와 권력을 거머쥔 그의 앞길에 거칠 것이란 없는 듯하다. 다만 권력자를 꿈꾸는 그에게 ‘머슴’이란 신분상의 열등감은 손톱에 난 거스러미처럼 성가실 뿐이다.

타이요우가 승승장구할 즈음, 경덕은 헌병대의 압제를 피해 청년단의 조직을 새로 편성한다. 조선의 얼을 일깨우는 계몽사업에 역점을 두면서도 한편으론 독립운동을 위한 힘을 키우는 데 열중한다.

무장투쟁을 주장하며 경덕과 이견을 빚었던 철규도 춘천으로 돌아와 경덕과 뜻을 같이한다. 경성을 방문한 철규가 돌아온 후 청년단원들이 폐허가 된 숯가마에서 모임을 갖는다.


“경성은 어떤가?”

“광화문뿐만 아니라 종로 네거리도 온통 왜풍 일색입니다.”

“정치 상황은?”

“경성은 이미 조선총독부가 완전히 장악한 터라, 주요 도로마다 헌병대가 진을 치고 있습니다. 일본 본토로부터 한국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관료와 군인, 상인, 기술자들이 대거 입국했다고 들었습니다. 남산 왜성대의 총독부가 비좁아 새로운 터를 마련한다는 소문이 무성한데,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광화문 일대가 거론된다고 하더군요.

“소문이 아닐 걸세. 식민정책을 정착하기 위해 총독부는 더한 일도 저지를 거야. 조선의 정기인 북한산의 명맥을 끊기 위해 광화문을 헐고 그 자리에 총독부 청사를 새로 짓는 것 따위는 그들에게 아무 일도 아닐 테니까.”

경덕과 철규의 대화를 듣던 단원들의 입가에서 한숨이 새어 나온다.

“그건 그렇고 경성에 다녀온 일은 잘 됐겠지?”

경덕이 묻자 철규가 득의에 찬 미소를 지으며 가방 속에서 두루마리를 꺼내서 펼친다.

“헌병들의 감시가 워낙 철저해서 암시장을 찾는 데도 애를 먹었습니다. 그냥 돌아올까도 싶었는데, 군자금을 모아준 단원들의 얼굴이 떠올라 도저히 발을 돌릴 수 없었습니다. 겨우 광통교에 암시장이 선다는 정보를 얻고 삼일 밤낮을 지켜본 끝에 드디어 장물아비를 만나 겨우 총 한 자루를 구했습니다.”

그가 두루마리에서 총을 꺼내 손아귀에 그러쥔다. 단원들이 얼마간 입을 다물지 못한다.

“우와! 이게 말로만 듣던 육혈포란 거지?”

“반딱반딱 광나는 것 좀 보소! 살기가 훅 끼친다!”

“이 쪼깐한 총알이 사람을 뚫는단 말이야?”

입이 벌어진 채 단원들은 권총 한 자루를 서로 돌려보며 감탄을 쏟아낸다.


멋쩍게 웃던 철규가 정색하며 총을 건네받는다. 그러곤 회전식 약실에 총알 여섯 개를 꽂는다. 그가 휙 돌리자 약실이 ‘촤르륵’ 소리를 내며 이내 멈춘다.

“백문이 불여일견! 잘 보라고!”

그가 총구를 들고 주위를 살핀다. 장작더미에 놓인 낡은 주전자를 발견한 그가 방아쇠를 당긴다. 일순 굉음과 함께 주전자 표면에 파공이 생기면서 허공으로 솟구친다.

“야, 이거 정말 대단하다. 나도 한 번 쏴보자!”

단원들은 돌아가면서 한쪽 눈을 질끈 감은 채 가늠쇠를 겨냥하며 총을 발사한다. 철규가 단원들의 엉거주춤한 자세를 바로잡아 준다.

“총이 발사될 때 충격으로 총구가 들린단 말이야. 그렇게 되면 표적에 명중될 확률이 떨어져. 가까이 겨냥할 때는 총구를 이렇게 살짝 아래로 두고 방아쇠를 당겨!”

“탕!”

주전자가 공중으로 치솟자 단원들은 아이들처럼 환호를 터트린다. 뒤에서 단원들을 바라보는 경덕의 민낯에 수심이 가득하다. 이산화탄소를 머금은 날숨이 폐부로부터 길게 뿜어져 나온다.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기껏 육혈포로 덤볐다간 헌병대의 기관총이 불을 뿜을 텐데······, 제발 총이 사용되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권총 한 자루를 획득한 청년단은 폐허가 된 폐가나 가마터를 돌며 사격 연습에 열중한다. ‘헌병(憲兵)’ 완장을 찬 타이요우의 수하들은 여전히 민심동향파악이란 명분을 내세워 마을마다 들쑤시고 다닌다. 홀로 사는 과부나 과년한 딸을 둔 집안은 호구조사를 한답시고 수시로 찾아가 희롱하기 일쑤다. 또한 돈깨나 있다는 집안은 분탕질의 대상이 되어 각종 헌납금이란 명목으로 돈과 물품을 착취한다.

삼정이 문란하던 때보다 약탈이 날로 심해지자 고향 땅을 등지는 가구가 부지기수로 늘어난다. 주민들이 이탈하면서 촘촘하던 마을은 듬성듬성 이가 빠진 듯하고, 인심도 흉흉하여 예전 같지 않다.


“형님, 방금 총포 놓는 소리 아닙니까?”

부하가 진구를 힐끔거리며 묻는다. 연달아 ‘탕’, ‘타-앙’, ‘탕탕탕’하는 소리가 얼마간 산등성이를 타고 메아리를 친다. 귀를 쫑긋 세우고 맞은편 산허리를 둘러본 진구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한다.

“포수들이 산 너머 계곡에서 호랑이사냥을 하나보군. 어쩐지, 어제 팔도에서 내로라하는 포수들이 주막을 독차지하고 질펀하게 술판을 벌인다 했다.”

“아, 그렇군요. 저도 어제 호피를 입고 화승총을 어깨에 둘러멘 사냥꾼을 봤습죠. 헤헤! 저게 바로 화승총 놓는 소리로구나!”

계면쩍은 듯 졸개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진구의 뒤를 따른다.


총소리가 빈번해지자 헌병대에 신고가 접수된다. 모처럼 타이요우가 헌병대를 방문한 날이다. 카이토는 창가로 스며든 볕뉘를 받으며 당번병으로부터 면도를 받는 중이다. 타이요우가 노크를 하곤 집무실로 들어온다. 인기척을 느낀 그가 눈을 뜨고 거울을 바라본다. 거울을 통해 카이토와 시선을 맞닥뜨린 순간 타이요우가 도리우찌를 벗고 꾸벅 인사한다.

“오랜만이네, 타이요우!”

“언제든지 연락만 주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춘천옥에 새로 들어온 큰애기가 참하다던데······, 대장님께서 머리를 올려주셔야지요.”

“그래? 여자와 술은 처음 접할 때가 제 맛이지. 하하핫!”

호탕하게 웃던 그가 움찔한다. 면도칼이 목 부위를 스쳐서 피가 흐른다. 카이토가 안절부절못하는 당번병에게 흘깃거리며 혀를 찬다. 새하얗게 질린 당번병이 면도도구를 들고 집무실을 나선다. 타이요우가 쪼르르 달려와 수건을 건넨다. 기분이 상한 카이토가 의자에서 일어난다.

“요새 산간 지역에서 총소리가 난다고 신고가 접수되었네. 그까짓 일로 헌병대를 움직일 수야 없잖나? 자네가 좀 알아봐 주게!”

“당연히 치안의 공백을 감수하면서 헌병대가 움직일 수야 없습죠. 그렇지 않아도 자치회 부하들이 민심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산골을 자주 방문하는데, 지금이 호랑이 사냥철이랍니다. 군내에서도 팔도에서 모여든 엽사들이 심심치 않게 목격됩니다.”

“그러면 다행이지. 그나저나 예부터 조선 땅에 호랑이가 많다고 들었네. 그게 사실인가?”

카이토가 목줄기에서 피를 닦으며 호기심을 드러낸다. 타이요우의 눈동자가 매의 눈빛으로 번뜩인다.

“호랑이 하면 조선 팔도에서 강원도가 최고지요. 백두산에서부터 발원한 백두대간이 지나는 중심지가 바로 강원도가 아닙니까? 말이 나온 김에 호랑이 사냥을 준비하겠습니다.”

“하하핫! 역시 자네의 실천력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중좌님, 이번 참에 아예 경성에 계신 총독부와 헌병대의 고위 인사를 모셔서 대대적으로 호랑이사냥대회를 여는 게 어떨까요? 고관대작들이 참여하면 강원도의 치안을 담당하는 중좌님께서도 당연히 윗분들에게 눈도장을 받을 일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미끈한 턱을 매만지던 카이토가 5초가량 흰자위를 드러내며 눈을 되록거린다. 이윽고 그가 손가락을 튕기며 환하게 웃는다.

“조선의 영물인 호랑이를 사냥한다? 그것참 기가 막힌 발상이군! 당장 경성에 ‘호랑이사냥대회’에 대한 기획안을 올려야겠어! 역시 자네는 내 인생의 동반자야! 안 그런가? 하하핫!”


두 사람은 끌어안은 채 호탕하게 웃는다. 타이요우가 음흉한 미소를 짓는 모습이 고스란히 거울에 비친다.




128.


들녘에 황금빛으로 익은 작물들이 바람을 따라 출렁거린다. 가을걷이로 손길이 바쁜 마을의 풍경을 뒤로하고 청년단원 네 명이 인근 야산을 오른다. 은신처로 쓰이는 숯가마터에 모인 단원들의 모습이 전과 달리 비장하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선생님 귀에 들어가면 절대 안 돼!”

철규의 당부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며칠 전 주막에서 국밥을 먹다 우연히 들었어.”

권총을 만지작거리던 봉식이 무심코 되묻는다.

“뭘?”

“헌병 보조원들끼리 귓속말로 그러더라고. 헌병대 카이토 중좌가 조선총독부와 헌병부대의 고관들을 초청해서 호랑이사냥대회를 연다고 말이야.”

“뭐라고? 미친놈들! 조선의 영물인 호랑이를 무슨 잔칫날 돼지 잡듯이 사냥을 하겠다고? 고릿적부터 사람을 해하는 식인호랑이가 아닌 이상 포획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인데, 대회를 열어 사냥을 한다니 어이가 없군.”

한 덩치 하는 달호가 씩씩거리며 분통을 터트린다. 잠자코 듣던 철규가 나선다.

“놈들 말로는 타이요우가 총독부에 선을 대기 위해 제안했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놈들한테 호랑이를 생포해서 사냥터에 풀어놓으라고 한 모양이야. 귓속말로 타이요우를 욕하더라고.”

“미친놈들! 감히 산신령을 건드렸다 뭔 급사를 맞으려고.”

철규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동지들을 일별한다.

“달포 뒤에 대회가 열린다니까······”

눈치가 빠른 준수가 맞장구를 친다.

“총독부와 헌병대의 고위급 관료가 모이니까 그날을 거사일로 삼자는 거잖아?”

철규가 그의 어깨를 툭 친다.

“그러니까, 그날이란 거지. 어때?”

“어차피 대한의 남아로 태어나 한 번 굵게 살다 가야잖아? 난 찬성!”

달호가 손을 들면 봉식이 거든다.

“경성까지 갈 필요가 없어서, 나도 찬성!”

한껏 고무된 철규가 마무리한다.

“이 거사는 무덤까지 갖고 가는 거다!”

달호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아이처럼 따라한다.

“무덤까지!”

“선생님한테는 절대 비밀이다!”

철규의 말에 준수가 손가락으로 입을 닫는 시늉을 한다.

“나랑 준수는 타이요우 근처를 정탐하며 정보를 얻어낼 게. 너희 둘은 헌병 보조원들의 뒤를 쫓도록 해. 분명 사냥터를 물색하러 다닐 게 뻔해.”


주먹을 불끈 쥐며 결의를 다진 단원들이 은신처를 벗어난다. 그들이 막 마을 인근 야산으로 접을 들 때다. 어디선가 여자의 비명이 새되게 울려 나온다.


“무슨 소리 못 들었어?”

준수가 귀를 쫑긋 세운 채 주위를 살핀다.

“멧돼지들이겠지.”

쭉정이를 입에 문 달호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한다.

“아니야, 잘 들어 봐! 여자 목소리야.”

봉식이 수풀에 몸을 바짝 엎드리곤 물레방앗간 쪽을 주시한다. 일행도 몸을 낮추고 소리의 진원지를 탐색한다.


물레방앗간 주위에서 헌병 보조원 세 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내 여자의 새된 신음이 주춤하고 옷을 풀어헤친 사내가 문짝을 걷어차고 밖으로 나온다. 바지춤을 잡고 있던 보조원이 사내와 손뼉을 마주치곤 삐꺽거리는 문짝을 쾅, 닫는다.


“저런 금수만도 못한 새끼들!”

달호가 벌떡 일어나 두 주먹을 불끈 쥔다.

“대장, 어떡할래?”

준수가 철규는 물끄러미 바라본다.

“뭘 어떡해? 4 대 4잖아. 서로 대보지, 뭐.”

한 명이 선 채로 아랫도리를 움직이며 얕은 호흡을 하는 시늉을 한다. 앉아 있던 두 명이 낄낄거리며 배꼽을 잡는다. 철규가 성큼성큼 다가간다. 그 뒤를 나머지 세 명이 따른다. 서 있던 헌병 보조원이 뒤를 돌아볼 찰나 철규의 주먹이 그의 아래턱에 꽂힌다. 삽시간에 서로 뒤엉킨 패싸움은 청년단의 일방적인 우세로 끝나는 듯하다. 상대를 제압한 뒤 철규와 달호가 방앗간으로 향한다.


둔부를 드러낸 채 여자를 범하던 사내가 짐짓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 수상쩍은 낌새를 차린 그가 몸을 추스르고 주섬주섬 바지춤을 올린다. 그러곤 안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든다.

달호가 방앗간의 문짝을 열어젖히는 순간 총이 발사된다. 가슴에 총을 맞은 달호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고꾸라진다. 큰 덩치가 쓰러지는 바람에 방앗간 밖에까지 진동이 감지된다. 철규가 총을 뽑아 대치한다. 이윽고 여자의 목에 총을 들이댄 보조원이 밖으로 나온다.


“가까이 다가오면 이년은 죽은 목숨이여! 저리 비켜!”

철규는 총상을 입은 달호를 부축하고 뒷걸음질을 친다.

“여자가 죽으면 네 동료들도 죽는다! 어서 풀어줘!”

“육혈포를 쥔 놈을 숲속에서 만날 줄이야.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육혈포를 쥔 투사가 어디 나 하나인 줄 아나? 여기서 총소리가 나면 장총을 든 의병들이 너희를 포위할 거다! 잠자코 여자를 풀어주는 게 좋을 텐데······”

철규는 무릎을 꿇은 헌병 보조원의 머리에 총부리를 겨누고 대거리한다. 겁을 먹은 사내가 사위를 둘러보며 움찔한다.

“내가 그까짓 엄포에 주눅이라도 들 줄 아나?”

무릎을 꿇은 헌병 보조원이 울상으로 사내를 쳐다본다. 사내의 눈빛이 흔들린다.

“좋다! 여자를 풀어주겠다. 대신 조건이 있다!”

철규는 잠시 머뭇거린다. 봉식의 무릎에서 피를 흘리는 달호를 보곤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조건이라면?”

“동구 밖까지 인질들을 데리고 간다. 그곳에서 인질을 맞교환하자!”

준수가 칼을 뽑아 헌병 보조원의 목을 겨눈다.

“교환은 없어! 이 짐승만도 못한 놈들을 풀어줄 수는 없어!”

제 목덜미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본 헌병 보조원이 사내에게 애원한다.

“이러다 다 죽게 생겼어! 여자를 풀어줘!”

“야, 새끼야! 너 하나 살자고 여자를 풀어줘? 그럼 우린 다 죽어!”

얼마간 대치 상황이 지속된다. 여자가 흐느끼며 철규를 바라본다.

“난 이미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에요. 제발 이놈들을 죽여서 한을 풀어주세요.”

여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내가 목덜미를 잡아챈다.

“아가리 닥치고 있어!”

출혈이 심한 달호는 까무룩 정신을 잃는다. 사내는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철규를 자극한다.

“지금쯤 피 냄새를 맡은 늑대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겠지. 너나 나나 총알은 단 열 두 발! 서로를 죽이고도 남지만 득달같이 달려들 늑대 떼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하지! 자,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서로 갈 길을 가는 게 어때?”

철규는 천천히 단원들을 둘러본 뒤 용단을 내린다.

“좋다! 여자를 풀어주면 세 명을 보내겠다.”


노을에 물든 서녘 하늘이 유난히 붉다. 여자를 데리고 뒷걸음질을 치는 사내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걷는 철규. 동구 밖에 이르자 여자와 사내의 실루엣이 길게 드리운다. 서로 총을 겨눈 상태에서 여자와 보조원 세 명이 교환된다. 철규가 옷고름이 풀어헤쳐진 여자를 품에 안는다. 보조원들은 검붉은 기운이 감도는 고개 너머로 줄행랑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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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화 악마의 최후 +3 19.07.12 239 1 16쪽
133 133화 고귀한 죽음 +1 19.07.11 123 1 12쪽
132 132화 무지개 +1 19.07.10 114 1 13쪽
131 131화 차관협정(借款協定) +2 19.07.05 125 1 14쪽
130 130화 반공포로석방 +1 19.07.01 135 2 13쪽
129 129화 한일회담 +1 19.06.29 138 2 15쪽
128 128화 폭탄테러 +1 19.06.26 147 2 13쪽
127 127화 카츄샤 +1 19.06.24 129 2 13쪽
126 126화 의사 왕룽 +1 19.06.23 133 3 17쪽
125 125화 빅터 한 재단 +2 19.06.19 137 3 13쪽
124 124화 인천상륙작전 +1 19.06.13 174 2 15쪽
123 123화 메모리 가든 +1 19.06.12 138 2 15쪽
122 122화 겹생 +3 19.06.10 133 2 16쪽
121 121화 하와이 +1 19.06.07 145 3 14쪽
120 120화 소령 맥나마라 +4 19.06.06 147 2 15쪽
119 119화 한초희 +1 19.06.05 152 2 14쪽
118 118화 맥아더 원수 +1 19.06.04 144 2 14쪽
117 117화 기만방송 +1 19.06.03 143 2 13쪽
116 116화 코리안 커넥션 +1 19.06.01 153 2 12쪽
115 115화 잠수함 +1 19.05.30 208 2 13쪽
114 114화 6.25 전쟁 +1 19.05.29 163 2 12쪽
113 113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특명 1호 ‘폭풍’ +1 19.05.21 144 2 11쪽
112 112화 금괴수송작전 +1 19.05.19 185 2 10쪽
111 111화 '암호명 A-1' +1 19.05.18 135 2 13쪽
110 110화 악연(惡緣) +1 19.05.17 136 2 14쪽
109 109화 마지막 미션 +1 19.05.16 136 2 12쪽
108 108화 애치슨 라인 +1 19.05.15 132 2 12쪽
107 107화 연적(戀敵) +1 19.05.15 153 2 12쪽
106 106화 독살(毒殺) +1 19.05.14 148 2 12쪽
105 105화 마돈나 다방 +2 19.05.13 151 2 15쪽
104 104화 한국은행 +1 19.05.11 158 2 14쪽
103 103화 비밀거래 +1 19.05.10 177 2 12쪽
102 102화 남미이주작전 +1 19.05.10 172 2 13쪽
101 101화 트루먼 독트린 +1 19.05.10 142 2 11쪽
100 100화 숙명의 라이벌 +1 19.05.10 147 3 18쪽
99 99화 Jane Doe +2 19.05.10 147 2 13쪽
98 98화 앙숙, 이승만과 김구 +1 19.05.10 143 2 12쪽
97 97화 반도호텔 +1 19.05.10 141 2 13쪽
96 96화 좌익과 우익 +1 19.05.09 141 2 13쪽
95 95화 조선인민공화국 +1 19.05.09 150 2 17쪽
94 94화 일본패망(日本敗亡) +1 19.05.09 154 2 12쪽
93 93화 원자폭탄 +1 19.05.09 142 2 13쪽
92 92화 김일성 +1 19.05.09 150 1 14쪽
91 91화 독수리 작전 +1 19.05.09 150 1 14쪽
90 90화 이승만 +1 19.05.09 139 1 14쪽
89 89화 비밀요원 나타샤 +1 19.05.09 131 2 15쪽
88 88화 OSS(미국전략사무국) +2 19.05.09 138 2 16쪽
87 87화 승전(勝戰) +1 19.05.09 131 2 14쪽
86 86화 진주만공습 +1 19.05.08 133 1 16쪽
85 85화 갈라예프 +2 19.05.08 131 2 16쪽
84 84화 채권(債券) +1 19.05.08 138 2 11쪽
83 83화 다카키 마사오 +1 19.05.08 148 2 12쪽
82 82화 광복군(光復軍) +1 19.05.08 131 2 13쪽
81 81화 육군정보학교 +2 19.05.08 130 2 11쪽
80 80화 홍콩행 +1 19.05.07 139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128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125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126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132 3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140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131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127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126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124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128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132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135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128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130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128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128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129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142 2 15쪽
61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134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129 2 13쪽
59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134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128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133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133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131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132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133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133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136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139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128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136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135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132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125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127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135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143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140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142 3 30쪽
39 39화 빅터 한 +1 19.04.25 147 3 49쪽
38 38화 박진만 +2 19.04.25 161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158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160 3 49쪽
35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158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154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150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153 3 47쪽
31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181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154 4 46쪽
29 29화 출산(出産) +3 19.04.20 166 4 43쪽
28 28화 밀항(密航) +2 19.04.20 153 4 45쪽
27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153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159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170 4 39쪽
24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160 5 44쪽
23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162 4 46쪽
22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165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163 5 49쪽
»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173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179 3 49쪽
18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181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178 4 49쪽
16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184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197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212 3 37쪽
13 13화 결혼(結婚) +3 19.04.12 292 6 42쪽
12 12화 돈버거 +9 19.04.12 275 7 44쪽
11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296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321 8 42쪽
9 9화 낙향(落鄕) +4 19.04.10 343 8 42쪽
8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362 9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426 12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428 13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474 14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581 12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713 13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1,054 14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2,080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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