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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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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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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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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7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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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쪽

22화 3·1 만세운동

님의 침묵




DUMMY

138.


헌병대 청사 내 회의장은 정복 차림의 장교와 민간인들로 빼꼭하다. 동양척식회사 강원도 지부장 요다가 카이토 중좌에게 감사패를 전달한다.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총재 우사카와 중장님께서 카이토 대장에게 감사패를 전하라며 금일봉과 함께 친서를 보내주셨습니다.”

박수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진다. 상기된 카이토가 화답한다.

“이번 사냥대회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던 것은 헌병대의 헌신이 있어서 가능했다. 앞으로 더욱 분발하여 조선의 최고 정예부대가 되길 바란다!”

부관이 카이토에게 상자를 건넨다.

“그리고 이번에 수고를 아끼지 않은 아카키 타이요우 지회장에게 총독부 경무총감님께서 친히 민간교류에 앞장선 노고를 치하하는 뜻에서 훈장을 추서하셨다. 아키키 지회장은 앞으로 나오시게.”

말쑥하게 차려 입은 타이요우가 단상으로 올라선다. 카이토가 목에 훈장을 걸어준다.

“제 이름이 타이요우, 즉 태양입니다. 태양 같은 은혜를 미천한 저에게 내려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내선일체를 위해 목숨을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대일본천황폐하 만세! 대일본제국만세! 조선총독부만세!”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진다. 격앙된 타이요우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만세 삼창을 외친다.


석방된 경덕은 후유증으로 몸져누워 있다. 들창으로 스민 바람에 호롱불이 흔들린다.


“바람이 예사롭지 않네. 그나저나 밤이 깊었는데, 인호와 인서는 왜 이리 늦는 거지?”

경덕이 화로 위에 놓인 약탕기를 살피는 미라에게 넌지시 묻는다.

“강습소에 갔어요. 당신이 쾌차하실 때까지 나한테 병구완하라는 임무를 내리더군요. 자기들이 임시교사를 맡겠다고 하도 성화를 부려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녀석들도 이제 다 컸네. 엄마를 도울 줄도 알고 말이야. 그나저나 때가 때인지라 각별히 조심해야 할 텐데······”

“당신이 얼른 털고 일어나셔야, 나도 강습소에 다시 나가고 애들도 어깨를 펴죠.”

“내일부터 당장 산에 올라 체력을 길러야겠어.”

“당신의 빈자리가 컸나 봐요. 아이들이 한동안 넋을 잃고 지내더라고요.”

모처럼 내외간의 정담이 화롯불처럼 피어오른다. 댓돌 아래 웅크리고 있던 누렁이가 갑자기 자지러지게 짖기 시작한다. 미라가 빼꼼 열린 들창으로 고개를 비죽이 내밀고 바깥을 살핀다.

“이 밤중에 뉘시오?”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진만 내외가 넙죽 인사한다.

“서방님, 진만입니다.”

들창을 활짝 연 미라가 반갑게 맞는다.

“아니, 이 시간에 어인 일이세요. 어서 들어오세요.”

진만 내외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경덕 부부에게 큰절을 올린다. 미라는 수척한 얼굴을 보곤 원주댁의 뺨을 연신 어루만진다. 경덕은 진만의 손을 붙잡는다.

“박 서방! 어디 안 좋은 일이라도 겪었는가! 자네 얼굴이 많이 상했네!”

진만 내외의 옆에는 짐 보따리가 놓여 있다.

“아니, 행색이 어디 야반도주라도 하는 사람들 같구먼!”

원주댁이 소리 죽여 눈물을 훔친다. 진만이 원주댁의 손을 꼭 쥐곤 앙다문 입을 뗀다.

“서방님께 하직 인사를 드리지 않고 떠나면 평생 마음에 남을 것 같아서······, 이렇게 늦은 밤에 법도를 여기며 찾아뵙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그게 무슨 말이야? 떠나다니!”

“그렇게 됐습니다, 서방님! 부디 몸 건강하시고 도련님들 성장하실 때까지 미천골을 꼭 지켜주십시오.”

“오밤중에 어디로 가겠다는 말이야?”

“정처 없이 떠나는 길입니다. 나중에 꼭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 사람아! 자네야말로 미천골의 진정한 주인인데, 어디를 간단 말이야?”

경덕이 그의 두 손을 낚아채듯 끌어당긴다.

“장돌뱅이 신세로 저잣거리를 떠돌며 동냥치로 살던 저에게 베푸신 은혜, 죽어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애써 눈물을 감춘 내외는 경덕과 미라에게 하직 인사를 올린다. 내외는 경덕의 손을 뿌리치고 교교한 달빛이 어른거리는 마당으로 자리를 옮긴다.

“부디 몸 건강히 계십시오!”

진만 내외는 꾹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낸다. 경덕은 아내의 손을 잡고 마당 밖까지 배웅한다.

“어디든지 도착하자마자 꼭 기별을 해야 하네!”

“네.”


한 줄기 소슬바람이 거리를 휩쓸고 지나간다. 진만은 아내를 꼭 부둥켜안고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미라는 달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139.


‘둥기둥 둥둥······’ 가야금소리가 웃음소리와 뒤섞여 담장 밖까지 들린다. 춘천옥은 두둑한 포상을 받은 카이토와 타이요우의 축하연으로 들썩거린다. 훌쩍 담장을 뛰어넘은 검은 그림자가 처마 밑으로 숨어든다.

보름달이 교교하게 정원수 사이를 파고들어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거나하게 취한 타이요우가 섬돌을 내딛는다. 월향이가 조르르 다가와 시중을 든다.


“오라버니도 참! 나를 두고 오밤중에 어딜 가려는 거유?”

기생은 콧소리를 내며 잡아채듯이 그의 손을 제 젖가슴 쪽으로 이끈다. 풀어헤쳐진 옷고름 사이로 달빛을 받은 봉긋한 젖무덤이 새하얗게 드러난다.

“소피가 급하면 내 방에서 보시유! 요강에다 대야에 물까지 받아놨수. 호호홋!”

젖가슴에 얼굴을 묻던 그가 교태를 부리는 기생을 뿌리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요강이 두 동강 나면 어쩌려고? 넌 오라비의 정력을 아직도 못 믿는 게냐?”

“어찌, 오라비를 의심하겠수? 잠시라도 떨어지기가 싫어서 그런 게지.”

“뒷간 들렀다 바로 갈 테니, 어서 이부자리나 녹여놓고 있어!”

“그럼, 알몸으로 녹여놓고 있을 테니, 어서 드시우!”

기생은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별채로 사라진다. 월향이의 뒤태를 보며 실실거리던 그는 담배를 한 대 꼬나문 뒤 비트적거리며 뒤뜰로 향한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오줌을 눈 그가 뒷간의 거적을 걷고 나온다. 거나하게 취한 그가 연거푸 트림을 하며 바지춤을 챙긴다. 취한 탓에 손놀림이 서툴다. 허리띠를 잡아매는 손이 엇박자가 나기 일쑤다.


“살이 쪄서 그런가? 왜 이렇게 꽉 쪼여?”

그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뱉으며 혼잣말로 구시렁거린다. 그 앞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동포의 피와 살로 배를 채웠으니, 뱃살이 뒤룩뒤룩 찔 수밖에······”

타이요우는 술에 취한 나머지 불청객의 핀잔도 웃어넘긴다.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곤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려는 듯 목을 뒤로 젖힌다.

“원래 남의 것을 취해야 맛도 나고 살이 찌는 법이지. 하하핫! 그런데 넌 누구냐?”

고개를 내밀고 상대를 확인하던 그가 화들짝 놀라 무르춤한다.

“아니, 진만이, 네놈이 여긴 어떻게······”

진만은 뒤춤에 차고 있던 낫을 빼든다. 달빛에 노출된 날이 시퍼렇게 빛을 발한다.

“예전에 얘기했지? 피로 흥한 자, 피로 망한다고. 과부제조기로 흥한 놈한테 과부가 된 숱한 여인들의 한을 되갚아주고자 왔다.”

살기를 느낀 타이요우의 동공이 팽창한다. 뒷걸음질하며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한다.

“진만이! 왜 이래! 그까짓 땅이라면 내가 더 줄 수도 있어!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우리 사이에 피를 봐서야 쓰겠어? 진만이! 제발, 그 낫부터 내려놓고 우리 차근차근 말로 풀자!”

앞뜰로부터 수하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순간 그의 얼굴에 교활한 미소가 번진다. 시간을 벌 깜냥으로 그는 목소리를 높이며 공세를 취한다.

“너는 절대 사람을 죽이지 못해! 살인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너는 돼지 한 마리 잡을 때조차 장독대에 물을 떠놓고 절을 했었지. 그런 배짱으로 사람을 죽이겠다고? 어림없는 소리!”

발걸음이 점점 가까이 들린다.

“위원장님 못 봤어?”

“네!”

“뒷간에 가 봐!”

“예!”

들개의 명령에 따라 부하들이 뒤뜰 쪽으로 접근한다. 다급해진 진만은 눈동자를 되록되록 굴리며 주위를 살핀다. 타이요우가 이를 놓칠 리 없다.

“얘들아! 나 여기에 있다.”

타이요우는 제법 여유를 부리며 감정을 돋우기까지 한다.

“어때? 자신 있으면 어디 한번 휘둘러보시지!”

그는 두 팔을 벌린 채 윗도리를 풀어헤치고 성큼 다가선다. 일순 당황한 진만이 움찔한다.

“버러지 같은 놈! 돼지 멱 하나 따는 데도 손사래를 치는 놈이, 감히 나한테 날붙이를 들이대?”


타이요우가 가소로운 표정으로 냉소를 머금는다. 수하들의 발소리가 귓바퀴에 감지된다. 곧바로 안채의 계자각 난간을 떠받든 기둥을 끼고 돌면 뒤뜰로 연결된다. 궁지에 몰린 진만은 손을 부르르 떨며 안절부절못한다.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어둠 속을 바라볼 때, 마주친 두 사람은 마치 한 사람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달을 등진 진만의 그림자가 타이요우를 가린 형상인 탓이다.


“저기 계시네. 위원장님!”

수하들이 성큼 다가오는 순간 진만의 손이 허공으로 솟구친다. 날붙이의 번뜩이는 날을 본 수하들은 낌새를 차리고 산개하여 뒤뜰을 포위한다. 간신히 몸을 낮춘 타이요우가 일성을 터트린다.

“살인은 아무나 하는 줄 알아?”

“넌 인간이 아니니 상관없다. 에잇!”

한차례 광풍이 휘몰아치듯 ‘휙’ 소리가 밤공기를 가른다. 외마디 신음을 내뿜은 타이요우가 바닥에 고꾸라진다.

“괴한이다!”

“위원장님이 습격을 받았다!”


진만은 부리나케 나무 뒤에 숨어 담장을 기어오른다. 발을 헛디뎌 기와들이 와장창 떨어지면서 그도 나뒹군다. 얼굴에 피가 범벅된 타이요우가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허리춤에 차고 있던 총을 뽑아든다. 그러곤 담장 쪽을 향해 총을 난사한다. 진만이 재차 담장을 기어오르려는 찰나 총알이 그의 오른쪽 정강이를 관통한다. 진만은 담장을 겨우 기어올라 담장 밖으로 사라진다.



아닌 밤중에 살인귀라도 출몰한 듯 춘천 일대가 발칵 뒤집힌다. 횃불과 총을 든 헌병들이 군내 곳곳을 샅샅이 수색한다.

가까스로 나루터에 도착한 진만은 숨을 헐떡거리며 주변을 배회한다. 출혈이 심해 걷기가 불편하다. 그는 입으로 소매를 찢는다. 그러곤 오른쪽 다리의 무릎을 단단히 묶는다. 당산나무 뒤에 숨어서 동정을 살피던 원주댁이 그에게 다가온다.


“여보, 웬 피예요?”

“오다가 넘어졌소. 어서 서두릅시다.”

진만은 절름거리며 아내의 짐을 들고 선착장으로 다가간다. 피에 흥건한 다리를 본 그녀가 걸음을 멈춘다.

“여보, 이러다간 강을 못 건넌요. 이리 내 보세요.”

진만은 아내의 손길을 뿌리친다.

“괜찮아. 어서 배에 올라! 놈들이 뒤쫓아 오고 있어.”

언덕을 넘은 사냥개들이 쏜살같이 선착장으로 달려온다. 이윽고 헌병 보조원 십여 명이 횃불을 들고 나타나자 나루터 주변이 훤하다. 진만은 뱃머리에 짐을 싣는다. 그러곤 대수롭지 않은 듯 피를 씻어낸다.

“여보, 나중에 얘기할 테니, 어서 타!”

사냥개들이 선착장까지 달려와 으르렁거린다. 겁에 질린 원주댁이 진만의 손에 이끌려 배에 오르는 순간 총성이 울려 퍼진다.

“으······흑.”

“여보, 여보! 정신 차려!”

진만은 흘수선 아래로 점점 가라앉는 아내의 손을 꼭 붙잡는다. 사냥개가 물속으로 뛰어들어 원주댁의 등과 어깨를 물어뜯는다. 총탄 십여 발이 사방에서 빗발친다. 진만은 끝내 아내의 손을 놓지 않는다.

“여보! 내 눈을 똑바로 봐요!”

진만은 아내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다한다.

“여보! 너무 행복했어요. 난 지금도 너무 행복해요. 당신을 바라볼 수 있어서.”

“조금만 참아! 이제 강만 건너면 우린 자유의 몸이야!”

진만이 아내를 뱃전까지 끌어올릴 즈음 총알이 그녀의 등에 박힌다.

“으윽! 여보 난 늦었어요. 어서 강을 건너요.”


원주댁은 잠시 서글서글한 눈매로 진만을 바라본 뒤 손을 뿌리친다. 진만은 가까스로 아내의 손을 부여잡고 안간힘을 다한다. 총탄 여러 발이 뱃전을 강타한다. 총알이 진만의 팔에 명중한다. 그는 끝까지 아내의 손을 놓지 않는다. 그러나 부상을 입은 팔은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 근육이 이완되면서 아내의 손을 놓치고 만다. 원주댁은 검은 물속으로 서서히 침잠한다.

조류에 휩쓸린 배는 선착장에서 점점 멀어진다. 선착장에 포진한 헌병대들이 쪽배를 향해 집중 사격을 가한다. 진만의 절규가 잔잔한 물비늘을 따라 한동안 호숫가에 울려 퍼진다. 이윽고 쪽배는 어두운 강심 저편으로 사라진다.




140.


일찍 저녁상을 물린 경덕 내외는 화로를 사이에 두고 진만에 대하여 얘기를 나눈다.

“점점 날이 추워지는데, 만주로 간다는 진만 부부가 걱정이네요.”

미라가 화로 위에서 주전자를 꺼내 빈 주발에 따른다. 경덕이 숭늉을 후후 불면서 마신다. 입을 헹군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허허벌판에서 새로운 터전을 마련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어? 떠날 때 노잣돈이라도 보태줘야 했는데, 마음이 편치 않아.”

“제가 원주댁한테 은가락지를 쥐어줬어요. 큰 건 아니지만 급할 때 요긴하게 쓰일 거예요.”

“정말 잘했어.”

“참, 점심 때 우체부가 다녀갔어요.”

미라는 반짇고리함에서 전보를 꺼내 그에게 건넨다.

“이게 뭐야?”

경덕은 전보를 안팎으로 살펴보곤 내용을 읽는다.

“배재학당에서 온 입학 허가서잖아?”

“네! 곧 아이들이 보통학교를 졸업하잖아요. 마침 선배님이 배재학당에서 교편을 잡고 계셔서 입학을 문의했었죠.”

“나라의 동량이 되기 위해서는 더 큰 세상에서 공부할 필요가 있지. 잘 선택한 일이야.”

기쁨도 잠시 미라가 한숨을 푹 내쉰다.

“입학을 허락받고서도 한숨만 나오네요. 달랑 한 뙈기 남은 논을 팔 수도 없고······”

“흠! 아이들 뒷바라지하는 데 그까짓 땅뙈기가 무슨 대수겠어. 집문서라도 맡기고 돈을 변통해야지.”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다급하게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방에 들어온 형제는 책 보따리를 내려놓고 숨을 고른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인호가 말문을 열기 시작한다.

“아버님! 큰일 났습니다.”

“생뚱맞게 무슨 말이야?”

“지금 춘천에 헌병대가 쫙 깔려 아녀자들 속곳까지 검문하고 있어요.”

“그게, 어디, 어제오늘 일이어야 말이지.”

“전단지를 뿌리며 춘천 구석구석을 이 잡듯 뒤지고 있어요.”

“당최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네. 자초지종부터 차근차근 얘기해 봐!”

“들리는 소문으로는 어제 타이요우가 습격을 받았대요. 지금 헌병대 의무실에 있다는데, 한쪽 눈을 실명했다는 소문이 파다해요!”

“습격이라니?”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어요.”

“혹시 우리 쪽에서 움직인 건 아니겠지?”

“그럼요! 어제 단원 모두가 강습에 참여했어요!”

“그럼, 도대체 누가 타이요우를 습격했다는 거야? 경비가 삼엄했을 텐데······”

경덕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을 채 잊지 못한다.

“장돌뱅이가 하는 말로는 아낙 한 명이 헌병대가 쏜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고 하기도 하고, 또 우체부는 독립단이 춘천옥을 급습해서 여럿이 죽어 나갔다고도 하기도 하고······, 소문이 하도 중구난방이라 아직 진위는······”

경덕이 말허리를 자르고 끼어든다.

“아낙이 총에 맞아 죽었다고?”

“예”

사건의 전말을 짐작이라도 한 것일까. 경덕은 한일자로 입을 굳게 다문다.


경덕은 간밤에 있었다는 습격의 주인공으로 진만을 지목한다. 남다른 예지력을 타고났다거나 혹은 특이한 징후를 감지한 바가 있어서 그런 결론에 이른 것은 아니다. 뭐랄까. 그것은 일종의 ‘약자의 반격’을 의미한다. 이른바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생태계에서 간혹 약자가 천적에게 대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양이만 보면 움츠러드는 쥐의 타고난 생리가 어느 날 돌연 변질된 것과 같은 이치다. 궁지에 몰린 쥐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발악은 자만에 빠진 고양이에게 사즉생의 각오로 달려들어 허점을 노리는 것뿐이다. 굳이 말하자면 쥐가 의표를 찔러 고양이로 하여금 놀란 나머지 황망 중에 실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동냥치로 시장을 전전하던 진만이 한 씨 문중에 들어오면서 출세의 성격이 빗나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그저 짓궂은 장난으로 여겼지만 그의 가학적 성향은 갈수록 그 정도를 넘어서기 일쑤다.

특히 둘만 있을 때면 으레 출세는 표독스러운 고양이로 돌변하고, 진만은 겁에 질린 쥐가 되어 천적의 관계가 형성된다. 출가한 뒤 제 영역을 만들며 천적의 공포로부터 간신히 벗어난 그에게 땅이란 외부의 환경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어막이었다. 그런 땅을 하루아침에 빼앗기게 된 진만은 사즉생의 각오로 ‘약자의 반격’을 꾀하기에 이른다.

출세와 진만의 천적 관계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경덕은 습격 사건을 전해 듣곤 본능적으로 약자의 역습을 확신한다. 진만의 품성을 아는 모든 사람은 그의 용기에 감복한다. 진만은 어느덧 성실하고 순박한 존재에서 악당에게 징벌을 가한 춘천의 영웅으로 거듭난다.

습격 사건 이후 춘천의 치안은 강화된다. 공공장소에서 두 명 이상의 출입이 금지되고, 밤 7시를 기점으로 통금이 실시된다.



며칠 후 두 형제는 나란히 앉은 부부에게 큰절을 올린다. 절을 받고 나서 마주 앉은 부부와 형제는 얼마간 시선을 교환하며 말을 아낀다. 그렁그렁 차오른 눈물이 또르르 뺨을 타고 흘러내리자 미라는 냉큼 훔치며 배시시 웃는다.


“남자는 집을 떠나야 철이 든다고 하더구나. 막상 이렇게 닥치고 보니, 너희들이 다 컸다는 생각에 어미 마음이 파란 하늘처럼 넉넉하다.”

미라는 두 아들의 손을 연신 쓸어내며 번갈아 눈을 맞춘다. 경덕은 보료 밑에서 봉투를 꺼내 인호에게 건넨다.

“부족할 게야. 둘이 상의해서 허투루 쓰는 일이 없도록 해!”

봉투를 받아든 인호가 답한다.

“명심할게요.”

“인서는 형 말 잘 듣도록 하고.”

인서의 답이 걸작이다.

“아버님의 말씀을 받자와 매사 상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인호가 동생의 어깨를 툭 친다.

“어쭈! 아버지께서 내 말 잘 들으라고 하셨지, 언제 상의하라고 하셨냐? 조그만 게 버릇없이······”

“분명 아버지께서 돈 쓸 때 상의하라고 하셨잖아?”

“하하하!”


미라와 경덕은 옥신각신하는 형제를 바라보며 함박 웃는다. 봇짐을 진 형제가 방을 나선다. 부부는 대문 밖까지 형제를 배웅한다. 뒤를 돌아보며 넙죽 절을 한 형제는 서로 경쟁하듯이 걸음을 재촉한다.

대문에 기댄 미라가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다. 경덕이 다가와 어깨를 감싸며 다독거린다.


“둘이 함께 가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네.”

“잘 지내야 할 텐데······”

“아직 인서가 촐싹거리는 구석이 있긴 하지만, 의젓한 인호가 잘 돌봐줄 거야. 자, 바람이 차네. 들어갑시다!”

마당으로 들어선 부부는 대문을 닫고 안채로 든다.








제12장 3·1 만세운동




141.


진만의 영웅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춘천 전역으로 퍼져나간다. 타이요우는 일체 외출을 삼가며 집에 칩거 중이다. 거울을 보던 그가 재떨이를 냅다 집어 던진다. 곁에 있던 월향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뒤로 젖힌다.


“아이고머니나! 간 떨어질 뻔했소.”

타이요우는 부릅뜬 눈으로 거울 속 제 얼굴을 노려본다. 이마로부터 콧잔등을 거쳐 입꼬리까지 사선으로 베인 칼자국이 선명하다.

“내 이 새끼를 그냥······!”

울화가 치민 그가 벌떡 일어나 총을 빼 들고 휘젓는다.

“여보! 참으시오. 그놈을 나라도 잡으면 당장에 닭 모가지 마냥 목을 비틀어줄 테니, 제발 참으시오. 화병에 목숨 잃을까 걱정이오. 아직 청상과부가 되기에 내 나이가 너무 아깝소. 흐흐흑.”


월향은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씩씩거리던 타이요우는 등을 돌린 채 주먹으로 거울을 내려친다. 그는 피가 흥건한 손을 수건으로 감싸곤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간다. 그러곤 허공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한다. 별안간 총소리가 울리자 나무에 앉아 있던 까마귀 떼가 일제히 창공으로 날아오른다.


“들개야! 들개야!”

잔뜩 긴장한 진구가 굽실거리며 달려온다.

“위원장님, 부르셨습니까?”

“당장 진만과 교류한 놈들의 신상을 파악해! 이런 수모를 다신 당하지 않으려면 본때를 확실히 보여줘야 해.”

“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부리나케 마당을 빠져나가는 진구를 뒤로하고 대청마루에 선 타이요우가 얼굴을 실룩거린다. 새살이 돋은 탓에 선홍색이 도드라진 칼자국은 마치 지렁이가 꿈틀거리듯이 흉물스럽다.



이화학당과 배재학당이 이웃한 정동 거리는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활기를 띤다. 팥빙수와 떡볶이를 파는 가게 앞은 왁자지껄하고 우산을 내건 잡화점 주인은 자판에 쪼그리고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제모를 쓴 인호와 인서는 제법 의젓한 모습이다. 돌담길을 걷던 인서가 멈칫한다.


“형, 공식적으로 상의할 게 있어!”

생뚱맞은 듯 인호가 입을 비죽거린다.

“뭘, 또 배가 고픈 게냐? 거지새끼가 뱃속에 들어앉았나!”

길 건너편의 돈버거란 가게 앞에 이십여 명의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저게 뭐가 맛있다고 저렇게들 줄까지 서서 기다린다니?”

인호는 무심히 걸음을 재촉한다.

“형! 저 가게가 한때 독립단체 아리랑이 운영하던 곳이라잖아?”

인서는 인호를 가로막곤 변죽을 올린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 큰 사람이 되라면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고 말이야! 나 오늘 저 돈버거를 꼭 먹고야 말겠어! 그러니까 지출 내역에 대한 상의를 공식적으로 제안할게.”

인호는 유리창에 붙은 가격표를 보고 흠칫 놀란다.

“정신 차려! 오십 전이면 우리 나흘 치 쌀값이야!”

“이렇게 사람이 막혀서야! 큰일 할 사람이 어찌 밥만 먹고 살아? 차라리 나흘 밥을 굶을 테니, 내 몫을 떼 줘. 난 기필코 돈버거를 먹고 말 거야!”

잠시 망설이던 인호가 군침을 삼키며 굳게 다문 입을 뗀다.

“좋아, 네 상의를 공식적으로 접수한다. 나흘 동안 굶을 자신은 있겠지?”

“그럼, 그까짓 밥이 뭔 대수라고!”

“한 입으로 두 말하기 없기!”

“형이나 두 말하지 마!”

“좋다! 가자!”


형제는 도로를 씩씩하게 건넌다.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를 피해 돈버거 가게에 도착한 형제는 고개를 곧추세운 채 으스댄다. 형제는 차례를 기다린 후 돈버거 두 개를 호기롭게 주문한다.

돈버거를 건네는 점원과 눈이 마주친 인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가게를 나선 형제는 정동교회 안 벤치로 자리를 옮긴다. 인호가 포장을 벗기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숟가락도 없이 어떻게 먹으란 거지?”

인서가 혀를 차며 시범을 보인다.

“무식하긴······, 잘 봐. 종이로 반쯤 접어서 손으로 잡고 이렇게 먹는 거외다!”

인서가 우적우적 한 입 베문다. 인호가 힐끔거리며 인서를 따라한다. 인호는 목이 멘 듯 오미자음료를 한 모금 마시며 슬쩍 운을 뗀다.

“인서야! 아까 그 처자 어때?”

“어쩐지, 조금 전 눈 돌아가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더니만, 큐피드가 형의 심장에 화살을 쏜 모양이군!”

“보아하니 이화학당 학생인 거 같은데······”

벌써 다 먹은 인서가 음료를 벌컥벌컥 마시곤 거하게 트림을 한다.

“꺼······억! 내일 또 먹자고 하는 거 아니야?”

인호가 정색을 하며 맞받는다.

“야! 일주일 굶어야 한다니까?”

“그럼 일주일 뒤에 또 먹을 수 있는 거지?”

“음! 그건 그때 가 봐야 알지.”

갑자기 인호의 표정이 붉으락푸르락한다. 그가 엉덩이 한쪽을 들고 방귀를 뀐다.

“야, 근데 왜 배가 살살 아프냐?”

뒤미처 인서도 인상을 쓰며 배를 쓸어내린다.

“나도 배가 살살······”

인호는 인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허리춤을 잡고 정동교회로 뛰어간다. 인서도 뒤질세라 조르르 그 뒤를 따른다. 형제가 나란히 교회의 변소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한차례 요란한 폭풍이 지나고 난 뒤 폐부 깊숙한 곳으로부터 날숨이 새어 나온다. 간신히 복통에서 벗어난 인서가 형을 부른다.


“형!”

“왜!”

“전차 정거장에서 매표원을 구한다는데, 일할까 봐!”

“얘가 정말 보자 보자 하니까, 혼날래? 부모님이 아시면 불호령이 떨어질 게 뻔한데······, 꿈도 꾸지 마!”

“사실 생활비도 쪼들리고 주말에 딱히 할 일도 없잖아. 주말만 일하도록 허락한다면 나는 할 거야!”

“주말만?”

“응. 주말에 일하면 형이나 나나 일주일에 돈버거 한 번 정도 먹을 수 있잖아. 형도 이화학당 여학생도 볼 수 있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 아니겠어?”

“자식이, 정말!”


변소 밖에서 엉거주춤하던 노인이 형제의 한담을 듣곤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야, 이놈들아! 변소를 전세 냈냐? 냉큼 나오지 못해!”


형제는 키득거리며 주섬주섬 옷을 추어올리고 교회를 떠난다.



142.


주인이 떠난 살림채는 살풍경하기 짝이 없다. 처마 곳곳에 치렁치렁 엉킨 거미줄과 마당에 우부룩하게 자란 덤불은 금방이라도 귀신이 나올 듯 괴괴하다. 자지러지게 우는 매미 소리만이 주인 없는 빈집의 공허함을 달랜다.

인적이 끊긴 폐가 쪽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간다. 헌병 보조원들에게 강제로 소집된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두려움에 떤다. 이윽고 요란하게 굉음을 내며 비탈길을 기어오른 트럭이 폐가 앞에서 멈춘다. 트럭에서 내린 타이요우가 주민들을 닦달하기 시작한다.


“예상대로 놀라는 표정이군!”

그는 턱관절이 움직일 정도로 입을 크게 벌려 안면 근육을 자극한 뒤 말을 잇는다.

“내가 진만이 놈한테 살해됐다는 소문을 듣고 떡을 돌렸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가?”

촌장은 연신 허리를 굽실거리는 안절부절못한다.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입니다요. 미천골 출신으로 춘천 제일의 지체 높으신 위원장님한테 감히 누가 험담을 늘어놓겠습니까? 안 그런가?”

촌장이 뒤를 돌아보며 주민들에게 동의를 구한다.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주억거린다.

“저희 같은 촌것들은 그저 위원장님이 시키는 대로 할 뿐입니다요.”

“이르다 뿐입니까.”

주민들이 맞장구를 치자 용기를 낸 촌장이 목소리를 높인다.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부렁이를 고하겠습니까? 위원장님께서 땔감을 지원해주셔서 겨우내 고뿔 하나 안 걸리고 잘 지냈습니다요. 제발 역정이랑은 거둬들이시고 모자란 것이 있다 하시면 촌것들이려니, 여기시고, 한 번만 아량을 베풀어주십시오.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촌장의 아부를 듣는 내내 일그러졌던 그의 표정이 한결 밝아진다.

“진만이 놈과 내통하는 자가 있으면 내가 직접 총살하겠다!”

그가 총을 쏘며 으름장을 놓는다. 주민들은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이번 한 번만 너그럽게 봐주시면······”

“내 두 눈 뜨고 똑똑히 지켜볼 테니, 허튼짓했다간 마을 전체를 몰살시킬 줄 알아!”

“감사합니다요, 위원장님!”

그는 촌장의 말을 듣는 둥 둥 마는 둥 하곤 진구에게 명령을 내린다.

“시작해!”

헌병 보조원들이 집 안 구석구석에 불을 놓기 시작한다. 골짜기를 거슬러 불어온 바람을 타고 살림채는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다.

“잘 봐! 대일본제국에 대항하면 어떤 결과가 돌아오는지 말이야!”




143.


형제는 주말마다 서대문 전차 매표소에서 교대로 일을 한다. 슬그머니 다가온 인서가 매표소 안을 기웃거린다. 매일신보(每日申報)를 보던 인호가 묻는다.

“어디까지 가세요?”

장난기가 동한 인서가 나지막이 답한다.

“춘천 한 장이요.”

“예? 춘천 가는 표는 안 팝니다.”

“그럼 미천골 가는 직행 한 장 주시오.”

그제야 눈치를 챈 인호가 쪽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인서의 볼때기를 꼬집어 비튼다.

“미천골 가는 건 없고, 지옥 가는 건 여기 있다!”

“아야!”

동생의 꾀병을 지켜본 뒤 그는 서둘러 매표소를 떠난다.

“인서야, 오늘 좀 늦을 거야. 기다리지 말고 먼저 밥 먹도록 해!”

“형, 요새 부쩍 수상하이! 자유연애라도 하는 거야?”

“그래, 영채 만나러 간다. 이제 속이 후련하냐?”

인호가 공연한 말로 약을 올린다. 인서는 인호의 손에 든 신문을 보곤 버럭 화를 낸다.

“뭐야? 총독부의 혀가 달린 매일신보잖아? 이제 형이랑 형제 관계를 의절할 거야!”

“그러든가 말든가요.”

인호는 무심히 받는다.

“자유연애소설을 보려면 하는 수 없지.”

인서가 신문 한 귀퉁이에 눈독을 들인다. 인호가 신문을 돌돌 말아 손에 쥔다.

“왜, 매일신보에 총독부의 혀가 달렸다며?”

인호가 눈을 흘끔거린다.

“누가 그 더러운 매일신보의 선동기사를 본대?”

인서가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자식, 보는 눈은 있다니까.”

“뭐야? 기생이 된 영채가 순결을 잃고 사라졌잖아? 그런데 형식이랑 다시 만나는 거야? 야, 이거 정말 자꾸 심장을 오그라들게 만든단 말이야.”

인서는 신문을 빼앗은 뒤 ‘이광수’가 연재한 장편소설 ‘무정’을 펼친다. 그러곤 눈동자를 되록거리며 신문을 훑기 시작한다.

“아하!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운명의 장난. 흠모하던 연인이 타인의 여인이 되어 기차 안에서 조우할 줄이야······. 나도 이런 자유연애 한 번 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인서는 변사라도 된 양 읊조리며 소설에 몰입한다. 전차가 경고음을 내며 미끄러지듯이 정거장으로 진입한다. 인호는 승객들 틈에 뒤섞여 전차에 오른다. 인서가 매표소에 자리를 잡고 앉을 즈음 수잔이 창틈으로 고개를 빠끔 내민다.

“인서야!”

별안간 벽안의 소녀가 얼굴을 내밀자 인서는 놀란 나머지 잽싸게 신문을 치운다.

“오늘은 여기서 수업을 해야 할 것 같아!”

“여기서?”

“저녁에 기도회가 있어서 좀 바빠.”

수잔은 그의 허락도 받지 않고 비좁은 매표소 안으로 들어온다.

“자, 오늘은 태평양을 건너온 ‘뉴욕타임즈’로 수업하자!”


수잔이 ‘뉴욕타임즈’를 펼쳐든다. 미국의 대통령 ‘우드로 윌슨’이 파리 강화회의에서 연설한 ‘민족자결주의’의 전문이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소개된다. 현기증이라도 난 듯 인서는 눈을 깜빡거리며 수잔을 따라 문장을 독해하기 시작한다.




144.


전차를 타고 종로에서 내린 인호는 곧장 기독청년회관이 입주하고 있는 YMCA 건물로 향한다. 강당에는 학생단 대표들이 돌아가면서 시국 강연을 하고 있다. 맨 뒷줄에 서서 강연을 듣던 인호는 연단에 오른 뜻밖의 연사를 보곤 사색이 된다.


“이화학당에 재학 중인 신영채라고 합니다.”

그녀가 인사말을 건네자마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진다.

“맞아요! 요새 항간에 유행하는 자유연애의 상징인 소설 무정의 주인공과 동명이인이랍니다. 호호홋!”

수줍게 웃는 그녀에게 박수가 쏟아진다. 그러나 인호는 조각상이라도 된 양 붙박인 채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소설을 더 언급할게요. 소설에서도 기차 안에서 만난 주인공들이 삼랑진의 수해현장을 보곤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수재민들의 안타까운 삶을 체험하잖아요. 그들은 처참하고 낙후한 현장에서 수재민들을 도울 진정한 해결방안으로 과학에 근거한 계몽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우리도 이제 학교에서 배우고 익힌 신학문을 현장에서 실천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무장투쟁을 함께 준비할 것을 제안합니다.”

청중은 두 갈래로 나뉜다. 순수한 계몽운동을 지향하던 쪽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하다. 반면에 무장봉기의 필연성을 강조하는 강경파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터트린다. 줄곧 영채의 손동작이나 입술의 움직임까지 뚫어지게 관찰하던 인호는 여전히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145.


영사관과 교회 건물이 즐비한 정동거리에 노을 자락이 기우듬히 내걸린다. 이윽고 가로등이 점등되면서 정동거리를 밝히 비춘다. 행인들은 한가롭게 덕수궁 돌담길을 거닐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한다.

오토바이 네 대에 탄 패거리가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정동거리를 휘젓고 다닌다. 사사건건 행인들에게 시비를 걸던 패거리가 정동교회 앞에서 멈춘다.


“얘들아! 쟤, 무도장에서 본 수잔, 맞지?”

패거리의 우두머리 나카다가 수잔을 향해 손가락질을 한다. 옆에 있던 청년이 맞장구친다.

“맞네! 허구한 날 무도장에서 뾰족구두가 닿도록 춤을 추는 계집애가 어울리지 않게 정동에 웬일이래?”

나카다가 오토바이의 앞바퀴로 수잔과 인서 앞을 가로막는다.

“나를 퇴짜 놓은 인연을 이렇게 여기서 만날 줄이야······”

수잔이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선다. 수잔과 함께 걷고 있던 인서가 한발짝 앞으로 나선다.

“숙녀한테 무례한 행동은 곤란하지!”

“푸하하하하! 곤란하다네?”

오토바이에서 내린 나카다가 웃음을 터트린다. 졸개들이 배꼽을 잡고 한참 따라 웃는다.

“저리 꺼져! 조센징하고는 말 섞을 일이 없다!”

나카다가 수잔의 손을 낚아채며 등을 돌린다. 인서가 점잖게 둘 사이에 끼어든다.

“어허! 이러면 상황이 더 곤란해지는데······”

인서가 수잔의 손을 잡아챈다.

“이 손 못 놔? 개망신당하기 전에 당장 눈앞에서 사라져!”

나카다가 눈을 부라리며 인서를 몰아붙인다. 수잔이 나카다를 꾸짖는다.

“무례하게 이게 무슨 짓이야?”

“약속을 어긴 주제에 예의를 찾다니, 우습군!”

수잔은 패거리를 둘러보며 응수한다.

“비켜!”

“푸하하핫! 애들아 말괄량이 수잔 공주께서 길을 내라신다!”

나카다가 실소를 터트리며 비아냥거린다. 졸개들이 굽실거리며 길을 터주는 시늉을 한다.

“소인들이 감히 어찌 소공녀의 앞길을 막겠나이까? 저를 밝고 가시옵소서!”

한 명이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너스레를 떤다. 인서가 나카다를 노려보며 대거리한다.

“시간 없으니까, 한꺼번에 다 덤벼!”

윗옷을 벗어던진 인서가 주먹을 쥐고 대련 자세를 취한다. 패거리들이 가소롭다는 듯 웃는다. 나카다가 턱짓으로 신호를 보내자마자 졸개들이 인서를 둘러싼다.

“남자답지 않게 이게 무슨 행패야?”

수잔이 나카다를 바라보며 쏘아붙인다. 수잔과 나카다가 5초가량 눈싸움을 벌린다.

“사무라이는 양아치를 상대하지 않는다! 조센징한테 전해! 숙녀가 오늘 네 목숨을 살렸다고.”

나카다가 수잔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인서의 몸이 움찔하자 수잔이 그의 손을 잡는다.

“애들아, 가자! 오늘은 나마비루나 실컷 마셔야겠다!”

“나마비루? 좋지!”


요란한 굉음을 남기며 패거리가 저만치 사라진다. 인서는 수잔이 챙겨준 옷을 입고 돌담길을 따라 걸어간다.




146.


어느덧 강연회가 끝나고 종로통으로 학생들이 쏟아져 나온다. 일행들과 작별인사를 한 영채가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 정동으로 방향을 튼다. 인호는 종종걸음으로 그녀의 뒤를 밟는다.

돈버거점방으로 들어간 영채는 앞치마를 두르고 업무를 시작한다. 잠시 뒤 인호가 들어와서 돈버거를 주문한다. 그녀는 예견한 듯 돈버거 포장을 내놓는다.

“여기 있어요!”

인호는 당돌하게 포장을 내놓는 그녀 앞에서 우물쭈물한다. 그러곤 엉겁결에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면서 수줍어한다.

“미행이 서투르시네요.”

“네?”

“종로에서부터 따라온 거 아니에요?”

“아, 그게 아니라······”

그는 잽싸게 겉옷을 들추어 학교 배지를 보여준다.

“배재학당에 다녀요. 요 앞을 지나다가 돈버거 사려고······”

“보아하니 부잣집 도련님 행색은 아닌 듯한데······, 돈버거를 자주 드시네요.”

“우리 집 가훈이 ‘큰일을 하려거든 세상을 넓게 경험해야 한다’입니다. 그래서······”

그가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 중간에 별안간 익숙한 목소리가 끼어든다.

“물론 우리 집 가훈이 그렇긴 하지. 그렇다고 가훈을 자유연애에 활용하라는 얘기는 못 들어봤는데?”

인호가 뒤를 돌아본다. 인서가 어께를 으쓱거리며 히죽거린다.

“왜, 내가 틀린 말 했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인호가 서둘러 민망한 상황을 수습한다.

“영채 씨! 쟤 말은 못 들은 걸로 하세요.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는 폭력성이 드러날 수도 있거든요. 입만 열면 죄다 가식과 거짓뿐이거든요. 실체 없는 존재, 다시 말해 허구에 사로잡힌 영혼 없는 존재니까요.”

“영채 씨? 벌써 두 사람이 그런 관계야!”

인서는 인호와 영채를 번갈아 보며 의아해한다.

“신기하네? 무정 속 주인공인 영채를 현실에서 만난다? 이거, 정말 믿어야 하는 상황이야? 꿈은 아니겠지?”

인서는 제 볼을 꼬집어본다.

“아야! 꿈은 아닌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인서와 입술을 깨물고 윽박지르는 형제를 보곤 영채가 웃음을 짓는다.

“두 분이 형제라는 거 다 압니다.”

“네?”

동그랗게 눈을 뜬 형제는 한 입으로 되묻는다.

“정동 근처에서 두 사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게예요.”

“왜요?”

“말하긴 곤란한데······”

영채는 애써 웃음을 참는다.

“우리 형제가 뭘 잘못했기에 입소문이 났을까요?”

인호가 입을 실룩거리며 의아해한다.

“정동교회 벤치에서 늘 돈버거를 드시잖아요.”

“그게 어때서요?”

인서가 거슬린 듯 곧장 따져 묻는다.

“다 먹자마자 두 형제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디론가 뛰어간다던데요? 호호호!”

그녀가 꾹 참았던 웃음을 터트린다. 형제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른다.

“그건 말이죠. 그게······”

“이게 워낙 기름져서 그래요.”

영채는 주위를 둘러본 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곤 넌지시 귀띔한다.

“저녁 8시 마감 전에 오세요. 그러면 반값에 살 수 있어요. 잘 하면 덤으로 하나 더 드릴 수도 있고요.”

“정말요?”


밀약을 성사시키기라도 한 듯 세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147.


겨울방학을 맞아 신이 난 학생들이 서둘러 교정을 빠져나간다. 한차례 썰물이 휩쓴 듯 학생들이 빠져나간 정동거리는 한산하다. 인적이 뜸한 뒷골목에 대여섯 명의 학생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용산공립중학교 애들이 무교동 술집 하나를 전세 냈대. 단합대회를 한다나봐? 그나저나 두고만 볼 거야?”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인서에게로 쏠린다. 삐딱한 자세로 담배를 피우던 인서가 꽁초를 바닥에 던지곤 발로 비벼 끈다.

“쪽바리 놈들이 종로통에서 활개 치는 꼴은 절대 볼 수 없지. 겨울방학이라 몸도 근질근질한데, 몸 좀 풀자!”

인서가 손을 내밀자 그 위로 손들이 포개진다. 짐짓 비장한 각오로 인서가 무리를 독려한다.

“대한의 독립은 우리가 지킨다. 대한의 여자는?”

나머지 일행이 힘주어 외친다.

“우리가 보호한다!”

그 중에 앳된 소년이 보자기를 내민다.

“자, 형아들! 모자와 배지는 다 여기다 넣어. 내가 잘 보관할게!”

한 학생이 모자와 배지를 넣으며 한 마디 충고를 남긴다.

“이거 잃어버렸다가는 우리 모두 감방 가는 거 알지?”

“응! 바로 헌병대로 가져가서 일러바쳐야지!”

장난기가 동한 소년이 보따리를 돌리면서 골목길을 빠져나간다. 나머지 일행이 호방하게 웃는다. 어깨에 힘을 주고 거리를 활보하는 일행 건너편으로 인호와 영채가 나란히 걷고 있다.

“인호야! 저기 인서 아니야?”

영채가 인서를 발견하곤 인호의 팔을 잡는다.

“어, 맞네!”

“쟤네들 종로에서 꽤나 말썽 피우는 ‘독립당파’잖아?”

“독립당파?”

“응.”

“가운데 있는 걸 보면 인서가 대빵인가 본대?”

“설마! 인서는 시간만 나면 매표소에서 일하느라 놀 시간이 없어!”

“정말?”

“하라는 공부는 내팽개치고, 허구한 날 매표소 골방에 웅크리고 앉아 자유연애소설에 푹 빠져서 지낸다니까!”

“아, 부럽다! 질풍노도와도 같은, 다시 안 올 사춘기 시절이여!”


그녀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린 채 빙빙 도는데, 거짓말처럼 하얀 눈꽃송이가 나붓나붓 내리기 시작한다. 어느새 머리에 하얗게 눈이 내려앉는다. 인호는 눈을 털어주기 위해 그녀에게 바투 다가선다. 양 볼이 발그스레한 그녀가 갑자기 깨금발로 매달려 인호의 입에 키스한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입술을 맞댄 인호는 어안이 벙벙하다.


“참, 내 정신하곤······, 오늘 중대한 발표를 할 작정인데······, 사사로운 자유연애 사상에 빠져서 허우적대다니. 이러다 모임에 늦겠어!”

영채가 소매로 입술을 쓱 문지르곤 정색한다.

“선교사한테 받았다는 신문을 공개할 거야?”

인호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묻는다.

“응!”

“아직은 위험하지 않을까?”

“더 지체하다가는 때를 놓치고 말아!”

영채는 단호한 입장을 고수한다.


저만치 전차가 속도를 줄이기 시작한다. 영채가 먼저 정거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인호가 재빠르게 그녀를 따라잡는다. 두 사람은 출발하는 전차에 겨우 올라탄다.




148.


유흥가가 밀집한 무교동 거리에 어둠이 깔린다. 반짝이는 간판과 가로등 불빛 사이로 함박눈이 내리면서 전형적인 겨울밤의 여흥이 펼쳐진다. 달뜬 여인들과 흥에 겨운 행인들은 이따금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맞춰 어깨를 들썩인다.

일본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경구락부(東京俱樂部)’는 술꾼들로 시끌벅적하다. 이곳은 화려한 조명 아래 인력거 십여 대가 항상 대기하고 있고, 화류계 여성들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무교동 한복판에 자리한 동경구락부(東京俱樂部)의 유리창이 와장창 깨지며 파편이 거리로 쏟아진다. 부지불식간에 봉변을 당한 행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진다. 두 명이 연달아 현관 밖으로 내동댕이쳐진다. 뒤미처 밖으로 뛰쳐나온 인서와 일행이 우르르 몰려나온 용산공립중학교 학생들과 대립한다.


“조센징 놈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와서 물을 흐려?”

나카다가 교복을 벗어 던지며 일성을 터트린다. 곧바로 인서가 맞받아친다.

“쪽바리 놈들이 남의 땅에 와서 큰소리친다! 하하핫!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더니, 개가 웃을 일이군!”

한차례 고성이 오간 뒤 나카다가 턱을 비틀며 인서를 노려본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바로 네 놈이었군!”

인서도 나카다를 알아보곤 턱을 좌우로 뒤튼다.

“정동에 얼씬도 못 하더니만, 무교동으로 나와바리를 옮기셨군!”

나카다가 가소로운 듯 웃는다.

“야쿠자 노릇을 제대로 하려거든 똘똘한 애들을 뽑든지, 아니면 쪽수를 늘리든가. 아직 수염도 안 난 애들을 데리고 다니는 꼴하곤······. 쯧쯧쯧! 야쿠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다!”

나카다가 조롱하자 일본 학생들이 폭소를 터트린다.

“별 볼 일 없네. 술맛 떨어지기 전에 들어가자.”

교복을 입은 나카다가 일행을 거느리고 술집의 계단을 오르는 순간 턱을 바짝 끌어당긴 인서가 매섭게 노려보며 도발한다.

“눈이 내리는 걸 감사히 여겨라! 비겁한 너희 놈들 피가 금방 덮어질 테니까.”

잔뜩 약이 오른 나카다가 성큼 나서며 패거리를 부추긴다.

“아, 열 받아! 저런 잔챙이를 상대하고 신문에 나오면 쪽팔린데······. 하는 수 없지! 자, 살살 손 좀 봐줄까?”


나타가의 말을 신호로 용산공립중학교 학생 십여 명과 한국 학생 여섯 명이 한데 뒤섞여 패싸움을 벌인다. 유도기술을 구사하는 일본 학생들에게 번번이 눈밭에 내동댕이쳐지면서도 한국 학생들의 선전이 눈부시다.

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가 하면 등에 올라타 목을 조르며 상대를 넘어뜨리기 일쑤다. 아쉽게도 헌병대가 출동하면서 승부는 다음을 기약하기에 이른다.

한국 학생들은 훌쩍 난간을 뛰어넘어 광통교 아래로 피신한다. 뒷걸음치던 나카다가 눈밭에서 번쩍거리던 물체를 발견하곤 줍는다. 그러곤 주차해둔 오토바이에 올라 시동을 걸곤 대로변으로 쏜살같이 사라진다.


“오호, 배재학당이라? 곧 다시 마주치게 될 거다!”


헌병대가 호루라기를 불며 무교동을 샅샅이 뒤진다. 나카다는 일행과 함께 골목으로 줄행랑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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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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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화 악마의 최후 +3 19.07.12 60 1 16쪽
133 133화 고귀한 죽음 +1 19.07.11 29 1 12쪽
132 132화 무지개 +1 19.07.10 34 1 13쪽
131 131화 차관협정(借款協定) +2 19.07.05 47 1 14쪽
130 130화 반공포로석방 +1 19.07.01 51 2 13쪽
129 129화 한일회담 +1 19.06.29 68 2 15쪽
128 128화 폭탄테러 +1 19.06.26 67 2 13쪽
127 127화 카츄샤 +1 19.06.24 65 2 13쪽
126 126화 의사 왕룽 +1 19.06.23 63 3 17쪽
125 125화 빅터 한 재단 +2 19.06.19 83 3 13쪽
124 124화 인천상륙작전 +1 19.06.13 98 2 15쪽
123 123화 메모리 가든 +1 19.06.12 78 2 15쪽
122 122화 겹생 +3 19.06.10 77 2 16쪽
121 121화 하와이 +1 19.06.07 84 3 14쪽
120 120화 소령 맥나마라 +4 19.06.06 90 2 15쪽
119 119화 한초희 +1 19.06.05 92 2 14쪽
118 118화 맥아더 원수 +1 19.06.04 91 2 14쪽
117 117화 기만방송 +1 19.06.03 87 2 13쪽
116 116화 코리안 커넥션 +1 19.06.01 96 2 12쪽
115 115화 잠수함 +1 19.05.30 124 2 13쪽
114 114화 6.25 전쟁 +1 19.05.29 106 2 12쪽
113 113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특명 1호 ‘폭풍’ +1 19.05.21 100 2 11쪽
112 112화 금괴수송작전 +1 19.05.19 122 2 10쪽
111 111화 '암호명 A-1' +1 19.05.18 91 2 13쪽
110 110화 악연(惡緣) +1 19.05.17 90 2 14쪽
109 109화 마지막 미션 +1 19.05.16 91 2 12쪽
108 108화 애치슨 라인 +1 19.05.15 90 2 12쪽
107 107화 연적(戀敵) +1 19.05.15 98 2 12쪽
106 106화 독살(毒殺) +1 19.05.14 93 2 12쪽
105 105화 마돈나 다방 +2 19.05.13 101 2 15쪽
104 104화 한국은행 +1 19.05.11 101 2 14쪽
103 103화 비밀거래 +1 19.05.10 111 2 12쪽
102 102화 남미이주작전 +1 19.05.10 114 2 13쪽
101 101화 트루먼 독트린 +1 19.05.10 91 2 11쪽
100 100화 숙명의 라이벌 +1 19.05.10 94 3 18쪽
99 99화 Jane Doe +2 19.05.10 92 2 13쪽
98 98화 앙숙, 이승만과 김구 +1 19.05.10 94 2 12쪽
97 97화 반도호텔 +1 19.05.10 90 2 13쪽
96 96화 좌익과 우익 +1 19.05.09 90 2 13쪽
95 95화 조선인민공화국 +1 19.05.09 93 2 17쪽
94 94화 일본패망(日本敗亡) +1 19.05.09 93 2 12쪽
93 93화 원자폭탄 +1 19.05.09 90 2 13쪽
92 92화 김일성 +1 19.05.09 94 1 14쪽
91 91화 독수리 작전 +1 19.05.09 92 1 14쪽
90 90화 이승만 +1 19.05.09 90 1 14쪽
89 89화 비밀요원 나타샤 +1 19.05.09 84 2 15쪽
88 88화 OSS(미국전략사무국) +2 19.05.09 90 2 16쪽
87 87화 승전(勝戰) +1 19.05.09 86 2 14쪽
86 86화 진주만공습 +1 19.05.08 87 1 16쪽
85 85화 갈라예프 +2 19.05.08 82 2 16쪽
84 84화 채권(債券) +1 19.05.08 90 2 11쪽
83 83화 다카키 마사오 +1 19.05.08 101 2 12쪽
82 82화 광복군(光復軍) +1 19.05.08 82 2 13쪽
81 81화 육군정보학교 +2 19.05.08 82 2 11쪽
80 80화 홍콩행 +1 19.05.07 88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83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82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80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86 3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90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83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81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80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80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81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83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84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84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86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85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86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86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97 2 15쪽
61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87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85 2 13쪽
59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90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85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87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85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86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84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85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90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90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87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86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92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86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86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83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84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86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90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88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86 3 30쪽
39 39화 빅터 한 +1 19.04.25 88 3 49쪽
38 38화 박진만 +2 19.04.25 94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101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100 3 49쪽
35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98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97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100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100 3 47쪽
31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112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104 4 46쪽
29 29화 출산(出産) +3 19.04.20 108 4 43쪽
28 28화 밀항(密航) +2 19.04.20 105 4 45쪽
27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105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110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122 4 39쪽
24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110 5 44쪽
23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109 4 46쪽
»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111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111 5 49쪽
20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115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123 3 49쪽
18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126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128 4 49쪽
16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128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136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143 3 37쪽
13 13화 결혼(結婚) +3 19.04.12 218 6 42쪽
12 12화 돈버거 +9 19.04.12 195 6 44쪽
11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215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236 8 42쪽
9 9화 낙향(落鄕) +4 19.04.10 254 7 42쪽
8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265 8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312 11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312 12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355 13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441 11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542 12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785 12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1,507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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