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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완결

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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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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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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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쪽

23화 여걸(女傑) 수잔

님의 침묵




DUMMY

149.


성에꽃이 핀 유리창 너머로 간간이 움직이는 모습이 내비친다. YMCA회관 강당에 모인 학생단 대표들은 동계 활동에 대한 계획을 다듬고 있다.


“곧 총독부의 포고령이 발효될 거라고 합니다. 각 면에 초등교육기관을 두고 도마다 1개의 중등교육기관을 설립한다는 게 이번 포고령의 골자입니다.”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단장에 이어 영채가 발언권을 갖는다. 그녀는 호흡을 가다듬고는 신문 한 장을 들어 펼친다.

“이건 동경에서 발행되는 ‘저팬 애드버타이저’란 신문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막을 내린 후 미국의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은 1919년 1월 파리 강화회의에서 이른바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합니다. 즉, 각 나라의 독립문제는 당사자 민족 스스로 결정을 짓도록 하자는 것이 민족자결주의의 골자입니다.”

총독부의 검열이 엄격하다 보니 해외에 대한 정보는 주로 풍경이나 미담 또는 풍습을 소개하는 만물경 수준에 머문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원천적으로 봉쇄된 상황에서 ‘민족자결주의’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를 접한 청중들은 한껏 달아오른다.

“재미동포들 사이에서 민족자결주의에 입각한 독립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동경에 체류하는 조선유학생 학우회도 웅변회와 토론회를 개최하며 항일독립사상을 전파하고 있다고 합니다.”

새로운 내용이 소개될 때마다 청중 사이에서 탄성이 새어 나온다.

“따라서 이번 총독부의 기습적인 포고령 발포는 세계 도처의 식민지 국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민족자결주의에 기반을 둔 독립운동을 사전에 차단하여 식민화 정책을 고착화하기 위한 수술에 불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선인을 무기력한 황국신민으로 만들어 일본제국의 노예로 전락시키려 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한글을 말살시켜 어릴 때부터 식민지의 노예로 세뇌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죠.”

영채의 연설을 듣던 학생이 벌떡 일어나 격앙된 목소리로 발언한다.

“일제의 말살 정책에 내몰려 해외로 이주한 동포들도 독립운동을 전개하는데, 우리는 도대체 뭘 하는 겁니까? 우리도 거리로 나가 민족자결주의에 입각한 독립을 주장합시다!”

학생의 발언이 도화선이 되어 장내는 술렁거린다.

“거리로 나섭시다!”

“민족자결주의를 알려야 합니다!”

“탁상공론으로는 독립이 안 됩니다. 거리로 나섭시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학생단 대표가 나선다.

“동지들의 의견에 동조합니다. 다만, 모든 일에는 순서와 시기가 있는 법입니다. 다음에는 학생연합과 각계 종교지도자를 초청하여 시국 토론회를 개회할까 합니다. 여러 의견을 다양하게 수립한 후 학생단의 입장을 정하겠습니다. 그 전까지 동지들은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 시국 토론회에서 뵙겠습니다.”


상기된 대표들은 서로 굳은 악수를 나눈 뒤 강당을 빠져나간다. 거리는 패싸움의 여파로 헌병들의 순찰이 강화된 상태다. 인호와 영채는 종로거리를 벗어나 서대문 방향으로 접어든다.

한산한 거리에 전차가 지날 때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잔설이 날린다. 목도리를 풀어 영채의 목에 걸어준 인호가 말을 건넨다.


“깜짝 놀랐어.”

“뭐가?”

“사람 입맛이라는 게 말이야.”

“생뚱맞기는······, 느닷없이 웬 입맛 타령이래?”

“인서가 돈버거 얘길 꺼냈을 때 사실 놀랐거든.”

“왜?”

“나도 어려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거든. 그런데 인서 녀석은 그때 그 맛을 정확히 기억하더란 말이지.”

“그럼 옛날에 돈버거를 먹었었단 말이야?”

“어. 어렴풋하긴 하지만 분명히 엄마가 가끔 싸오곤 하셨어.”

“너, 춘천에서 살았다면서? 그런데 엄마가 어떻게?”

영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궁금증을 드러낸다.

“어릴 때 경성에서 산 적이 있어. 그나저나 넌 언제부터 돈버거에서 일한 거야?”

“선배들한테 듣기론 예전에 돈버거는 ‘카지 류노스케’란 일본인이 경영했대. 그런데 그 작자가 아리랑 조직원한테 테러를 당한 후 일본으로 귀국하면서 흐지부지 되었대. 몇 년 전부터 선교사가 인수해서 지금까지 오게 됐고. 예전에 돈버거는 아리랑 조직의 자금줄을 담당하던 유서 깊은 곳이었는데, 영광스럽게도 우리 학교 출신의 대선배께서 최초로 돈버거를 창업하셨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 맥을 잇기 위해 일하게 됐어. 물론 돈벌이도 꽤 짭짤하고.”


영채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인호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특히 아리랑이란 단어가 언급되던 순간에 그의 눈빛은 방향을 상실한 듯 맹탕 허공을 맴돈다. 과거의 상처를 일부러 피하려는 일종의 방어기제라도 작용한 성싶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호기심이 동한 그가 어렴풋이 떠오른 기억의 조각을 꿰맞춘다.


“혹시 대선배 이름이 누군지 알아?”

“그럼, 우리 학교에서는 전설이지. 박미라 선배님을 모르는 동문은 없을 거야.”

“박······, 미······, 라? 확실해?”

“어. 근데 얘가 왜 아까부터 예민하게 반응하지? 돈버거가 먹고 싶으면 말해, 하나 사줄게!”

한 대 얻어맞은 듯 그는 얼마간 입을 다물지 못한다.

“엄마야!”

“누가?”

찬바람에 코끝을 훔친 그녀가 무심히 답한다.

“우리 엄마라고.”

“그러니까 누가?”

“박······, 미······, 라!”

영채가 인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우리 학교의 전설이신 선배님이 네 엄마라고?”

“어, 맞아!”

“야, 지금 장난치는 거야?”

“지금 그럴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어.”

인호는 혼이 빠진 아이처럼 고개를 주억거린다.

“무슨 소리야? 그 선배님은 돈버거를 류노스케한테 뺏기고 홀연히 사라졌다고 들었어!”

“맞아! 아버지가 출옥한 뒤 가족 모두 아버지 고향인 춘천으로 낙향했어. 지금도 춘천에서 살고 계시고.”

어안이 벙벙한 영채가 허공에 대고 양손을 휘젓는다.

“정말? 그럼 네 아버지가 한경덕이란 사람, 아니 그분 맞아?”

“그렇다니까!”

그녀는 갑자기 씩씩거리며 흥분하기 시작한다.

“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고 닮고 싶었던······”

성에 안 찬 듯 얼마간 숨을 고른 그녀가 영어를 섞어가며 말을 잇는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워너비’ 하고자 하는 로망의 아들과 사귄다는 거야? 그럼 난 ‘드림스 컴 트루’ 했다는 얘기잖아!”

영채는 와락 인호를 껴안고 키스를 퍼붓는다. 그러곤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낸다.

“워메, 느그 집이 어디냐? 당장 앞장서 야!”

그녀를 빤히 쳐다보는 인호는 아무 말이 없다.

“호호홋! 전라도 사투리가 나와 부렀네. 엄니가 경성에서 사투리 함부로 나불대지 말라 했는디······, 신세대 교육받는 여자가 촌스러워 뭐에 쓰겄냐고. 이놈의 주둥이가 하필이면 이럴 때 지랄이네!”

인호는 질펀한 사투리에 그만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일정 거리를 두려고 하자 영채가 바투 다가온다.

“넌 이미 내 것이여! 입술 도장도 수시로 찍는 관계에 뭔 놈의 토끼 눈깔을 뜨고 그란디여?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겄다. 워메!”


성큼 앞서가는 영채 뒤를 인호가 말없이 따른다. 한산한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 불빛이 유난히 밝다. 어느새 두 사람은 정동 거리로 접어든다. 학교가 서로 이웃하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잠시 갈림길에서 멈춘다.

영채가 인호의 목에 목도리를 걸어주려는 찰나 그림자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다.


“그림 좋네!”

인서가 혀를 빼물고 짓궂게 웃고 있다.

“이 녀석이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 돌아다녀?”

제법 형 노릇을 하려는 인호에게 동생이 직격탄을 날린다.

“자유연애를 하는 작자들은 통금시간을 어겨도 되고, 나 같은 따라지는 독수공방하며 방에 콕 처박혀 있으라고? 춘천에 급전을 넣어서 확 불어버릴까 보다!”

“호호홋! 오메, 서방님도 참! 성질이 급하시구먼!”

“예?”

인서가 생경한 사투리에 놀라며 정색한다. 영채가 얼른 말투를 바꾼다.

“시간이 늦었네요. 사감 선생께서 알면 큰일 납니다. 그럼 저는 이만······”

그러곤 영채는 치맛단을 걷어 올린 뒤 담벼락에 선다.

“뭐혀요? 언능 잽싸게 하드라고!”

인호가 슬금슬금 뒷걸음질로 다가가 허리를 숙인다. 영채가 능숙하게 발을 딛곤 담장을 훌쩍 넘는다. 광경을 목도한 인서가 머리를 도리질하며 혀를 내두른다. 도저히 못 믿겠다는 표정이다.

“이거 뭐지? 형! 저 여자 뭐야? 사투리가 너무 구수하잖아? 이화학당 다니는 거 맞아? 요새 신여성 흉내를 내는 꽃뱀들이 장안에서 활개를 친다고 하던데, 혹시?”

“시끄러! 그나저나 너 이게 뭐야?”

인서의 손등에 피딱지가 덕지덕지 엉겨 붙어 있다.

“어, 별 거 아니야. 전차에서 내리다가 넘어졌어.”

“그걸 내가 믿겠니? 오늘 무교동에서 일본학생과 조선학생이 한 판 붙었다고 하던데······”

“지금 시국이 엄중한데 어떤 얼뜨기들이 패싸움을 하고 다녀?”

“그렇지? 매표소에서 자유연애 소설에 푹 빠져 있을 네가 그럴 시간이 어디 있겠어? 그나저나 조선학생들이 밀렸다면서?”

인호가 슬쩍 눈치를 보자 인서가 발끈한다.

“에잇, 씨! 누가 밀렸대?”

“싸움 안 하고 다닌다면서?”

“그게 아니라 나도 들은 게 있어서 그렇지.”

“용산학교 깡패들한테 뒤꽁무니 빠져라 도망쳤다는데, 뭘?”

“에이, 정말. 그게 아니라니까! 그 새끼들 쪽수로 밀다가 우리한테 오히려 되치기 당했다니까! 참 나! 현장에서 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마!”

그가 인서의 귓바퀴를 잡아채며 빈정거린다.

“그러니까 지금 ‘눈도 오고 방학도 해서 몸이 근질근질 하던 차에 푸닥거리 한 판 했수다’라고 내 귀엔 그렇게 들리는데?”

“이 여우같은 인간아! 그래, 한 판 붙었다! 어쩔래?”

인호가 어깨를 툭 치면서 위로한다.

“싸움할 거면 맞지는 마라!”

“맞을 거면 나서지도 않는다!”

“자식!”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형제는 훌쩍 담장을 넘어 기숙사 안으로 사라진다.




150.


제1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27개국 대표는 승전국의 자격으로 1919년 1월 18일 파리에서 ‘강화회의’를 개최한다. 승리에 고취된 대표들은 패전국에 대한 전후 처리 원칙 14개 조항에 합의한다. 그러나 승전국의 대표들은 저마다 욕심을 드러내며 14개 조항의 테두리 안에서 전리품을 더 차지하기 위해 갈등을 빚는다.

패전의 멍에를 쓴 독일과 오스트리아, 터키 등에 부역했던 식민지에 대한 문제가 중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1918년 1월 미국의 대통령 ‘우드로 윌슨’이 제기한 ‘민족자결주의(民族自決主義)’가 대안으로 채택된다.

사실 윌슨 대통령이 주창한 ‘민족자결주의’는 과도한 식민지개척에 열을 올리는 제국주의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복안이었다. 뒤늦게 식민지개척에 뛰어든 미국은 아프리카나 아시아, 중남미 등에서 뒷짐을 지고 구경하는 형편이었다. 고심 끝에 미국이 꺼내든 카드는 ‘실용주의(實用主義)’의 노선이다.

식민지경쟁에 뛰어들어 서구 열강과 대립하는 것보다는 식민지를 신흥독립국으로 편입시켜 합법적인 교역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자는 것이 미국이 표방하는 실용주의의 주요 골자다. 즉, 대외적으로는 신흥독립국의 탄생을 도와 ‘코스모폴리타니즘(Cosmopolitanism)’에 입각하여 국제사회에서의 ‘만민평등사상(萬民平等思想)’을 구현하고, 대내적으로는 제국주의의 팽창을 견제함과 동시에 신흥국에 대한 원조 및 교역을 강화하여 미국의 영향력을 높이고자 함이다. 말하자면 실용주의는 미국이 민족자결주의를 실천하는 데에 있어 철학적이고 이론적인 배경을 담당하는 행동강령인 셈이다.


전리품을 챙기기에 혈안이 된 나머지 승전국은 윌슨이 제기한 대의명분을 쌍수 들어 환영한다. 30여 개국에서 15억 명이 참전한 전쟁은 최초로 탱크와 원거리 대포가 등장하고 심지어 독가스까지 살포되면서 900만 명이 사망하고 2,200만 명이 부상하는 대재앙을 야기한다. 전쟁의 공포가 휩쓸면서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상실감에 인류는 몸서리를 친다. 염세주의와 비관론이 전염병처럼 창궐하면서 지구촌은 집단 공황에 빠져 무기력증에 시달린다.

이런 와중에 등장한 민족자결주의는 마치 전쟁의 후유증을 치료할 백신처럼 일파만파의 파괴력을 발산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핍박받던 민족에게 민족자결주의는 구원의 등불과도 같다. 속박을 벗어나기 위해 투쟁하던 식민지의 민족들은 민족자결주의를 내세워 독립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식민지개척에 열을 올리던 제국주의는 강경일변도로 선회하며 신생독립국을 탄압한다.


1910년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뒤 망국의 한을 품고 중국과 만주, 미국 등을 떠돌던 동포와 일본에서 유학하던 학생들에게 민족자결주의의 훈풍은 독립의 불씨를 틔우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한다.

윌슨이 통치하는 미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재미동포들이 격한 반응을 보인다. 그들은 ‘재미한인대표자회의(在美韓人代表者會議)’를 소집하여 이승만(李承晩), 민찬호(閔瓚鎬), 정한경(鄭翰景)을 대표로 선출한다. 한인대표들은 즉각 민족자결주의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국 민족의 자결권을 주장한다. 후속 조치로 강화회의(講和會議)가 열리는 파리로 대표단을 급파하여 독립을 호소하려는 계획을 세우지만, 미국 정부가 여권을 발급하지 않는 바람에 실패하고 만다.


이러한 소식이 도쿄(東京)에 기반을 둔 ‘저팬 애드버타이저(Japan Advertiser)’와 ‘아사히신문(朝日新聞)’에 보도되자 조선 유학생 학우회가 즉각 실력행사에 돌입한다. 한편 상하이(上海)에서 활동하던 신한청년단(新韓靑年團)도 민족자결주의를 접하곤 김규식(金奎植)과 장덕수(張德秀), 여운형(呂運亨) 등을 각각 일본과 시베리아로 파견한다. 또한 경성으로 급파된 김철(金澈), 선우혁(鮮于赫)은 종교계 및 사회지도층을 만나 민족 독립운동을 계획한다.

민족자결주의에 대한 반향은 해외에서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외면당한다. 언론을 장악한 총독부의 검열로 철저하게 봉쇄된 까닭이다. 기껏해야 선교사가 전하는 신문이나 유학생이 귀띔해주는 소식이 고작이다. 그나마 독립의 움직임을 접한 항일 운동가나 학생들도 쉬쉬하며 함부로 입에 담지 않는다. 비밀리에 소수의 집단만이 공유하던 정보가 성난 종기처럼 불거진 계기는 도쿄에서 일어난 ‘2·8 독립선언’이다.




151.


정동 거리는 온통 눈으로 뒤덮여 한산하다. 교회 앞을 돌아선 인서와 수잔이 종종거리며 돈버거 쪽으로 향한다. 두 사람이 점방 안으로 들어서자 영채가 적이 놀란다. 그녀는 인서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보이며 나지막이 속삭인다.


“여자친구?”

인서가 도리질을 친다.

“No, No. Not yet!”

뒤질세라 영채도 영어로 되묻는다.

“Really? Just friend?”

“네.”

“하여튼 연구 대상이라니깐!”

“뭐가요?”

“공부 말고는 죄다 도가 텄어. 공부 머리 따로 있고, 노는 머리 따로 있다더니, 딱 그 짝이네.”

인서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무심히 주문한다.

“돈버거 두 개 주세요. 형한테는 비밀로 하고요.”


돈버거를 받아든 뒤 두 사람은 주전자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난로 주위에 앉는다.

“미국에서 먹던 햄버거보다 정말 더 맛있어. 겨울엔 양상추가 없어서 퍽퍽한데, 한국에선 나물을 넣으니, 한결 부드럽고 식감이 좋아!”

인서는 흡족한 수잔을 보곤 덩달아 신이 난 듯 싱글벙글한다. 그러곤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 마디 툭 내뱉는다.

“양상추가 뭐야?”

“배추와 상추 중간 정도 되는 야채야.”

“그런 건 토끼한테나 주는 건데?”

“토마토, 오이도 함께 넣어.”

“고거 참, 무슨 맛일까?”

“하하! 그래서 토마토로 만든 케첩을 가져왔지! 외갓집에서 전통적으로 만드는 방법인데, 엄마만의 비법이 있어. 후추도 넣어서 매콤한 게 특징이야! 먹어 봐!”

수잔이 유리병의 뚜껑을 열고 돈버거 위에 듬뿍 뿌리자 인서는 뒤로 발라당 넘어진다.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버럭 화를 낸다.

“야, 이게 뭐야? 음식에다 피를 부으면 어떻게?”

수잔은 아랑곳하지 않고 케첩을 얹은 돈버거를 한 입 베어 물곤 우물거린다. 그녀의 입가에서 흘러넘친 빨간 점액이 뚝뚝 바닥에 떨어진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손님들도 동작을 멈춘 채 눈살을 찌푸린다.

“하하핫! 놀라지 마! 이게 바로 토마토로 만든 케첩이란 거야. 피랑 좀 비슷하긴 하지? 그렇지만 맛은 절대 피 맛과 달라!”

수잔이 제가 먹던 것을 건넨다. 인서가 잔뜩 찡그리며 억지로 한 귀퉁이를 베문다. 깨작거리던 그의 눈이 일순 휘둥그레진다.

“야! 이거 희한한 맛이네!”


손님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관심을 보인다. 수잔은 손님들이 쥐고 있던 돈버거 위에 케첩을 듬뿍 끼얹는다. 맛을 본 손님들은 엄지를 척 내밀며 ‘Thank you very much!’를 연발한다. 때마침 성에로 뿌연 유리창이 드르륵 열리며 인호가 황급히 들어선다. 그러곤 다짜고짜 영채에게 다가간다.


“비밀연락망이 가동됐어! 일급이래.”

나지막이 속삭이는 그에게 영채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는 앞치마를 벗으면서 한 마디 던진다.

“그나저나 가게는 어쩌지?”

“급해! 그냥 다 내보내!”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저기 인서가 와 있는데, 부탁 좀 할게.”

인호는 뒤를 돌아보곤 인서를 발견한다. 수잔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은 희희낙락하며 어눌한 영어로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대화 중이다. 인호는 느닷없이 다가가서 인서의 머리를 툭 건드린다.

“야,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내가 뭘?”

“입에 웬 피냐고? 또 싸웠어?”

수잔이 놀라자 인서가 수습한다.

“걱정하지 마! 우리 형이야!”

“만나서 반갑습니다.”

수잔이 인사를 한다. 인호가 얼떨결에 웃음을 짓는다. 곁으로 다가온 영채가 인서에게 말을 건다.

“인서 씨! 가게 좀 부탁해. 열쇠는 사감님한테 맡기면 돼.”

인서가 거들먹거린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담? 맨입으론 안 되지!”

“저기 만든 것만 팔고 문 닫으면 토요일마다 두 개 공짜로 줄게. 됐지?”

인서가 벌떡 일어나 무릎을 꿇은 채 정중히 답한다.

“알아서 처리할 테니, 걱정일랑은 붙들어 매고 자유연애에 몰입하러나 가시죠!”

인호가 입술을 깨문 채 인호를 노려본다. 영채가 그의 팔을 잡아챈다.

“형, 서로 피장파장이잖아. 아버지한테는 서로 퉁치는 거다?”

“저걸 그냥!”


영채는 돌아서려는 그를 억지로 떠밀며 서둘러 점방을 빠져나간다.




152.


YMCA 강당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청중들로 북적거린다. 잔뜩 상기된 청중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떠도는 정보를 짜깁기하느라 어수선하다. 마침내 학생단 대표부가 강단에 등장한다. 일순 술렁거리던 장내에 침묵이 흐른다.


“이미 소식을 접하신 줄로 알고 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동경에서 ‘2·8 독립선언’을 한 뒤 현해탄을 건너 탈출에 성공한 ‘조선청년독립단’ 동지가 이 자리에 오셨습니다. 열렬한 박수로 환영해주십시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고 단상에 오른 유학생 대표가 청중을 둘러본다.

“이광수 동지 외 십여 명이 지금 동경교도소에 구금된 채 옥고를 치르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조국의 동지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으니, 우리가 한 ‘2·8 독립선언’이 자랑스럽게 여겨집니다.”

한 차례 함성과 박수가 장내에 빗발친다.

“‘조선청년독립단’은 2월 8일 10시에 조선기독교청년회관에 모여 조선독립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천명하고, 단원들이 서명, 날인한 선언문을 동경 주재 각국 대사와 일본 정부와 의회, 언론사, 지식인 등에 발송했습니다. 경시청에서 출동한 경찰대에 체포되기까지 ‘조선청년독립단’은 조선의 독립을 만천하에 선포했습니다.”

어느새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함성이 장내에 쩌렁쩌렁하다.

“이제는 외국에서가 아닌 우리 땅에서 조선의 독립을 부르짖을 때가 도래했습니다. 천도교의 오세창, 기독교의 이승훈, 불교의 한용운, 그리고 연희전문학교의 이병주 등이 모여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들도 이번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조직을 규합하고 봉기를 준비해야 합니다.”

갑자기 앞줄에 앉은 학생이 질문을 던진다.

“지금도 거리에 헌병대들과 밀정들이 쫘악 깔렸습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발각이라도 되면 수포로 돌아갈 텐데, 지금이라도 당장 거리로 나서야 하는 거 아닙니까?”

중간에서 벌떡 일어난 학생이 동조한다.

“맞습니다. 선장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 하지 않았습니까? 당장이라도 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가면 시민들도 뒤를 따를 텐데, 대관절 뭐가 두려워 미루는 겁니까?”

얼마간 침묵이 흐른다. 잠시 단장이 유학생 대표와 귓속말을 나눈 뒤 청중 앞에 선다.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지금은 고종 황제의 상중이라 지도부에서도 봉기 일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고종 황제의 인산일인 3월 3일을 봉기 일자로 택하자고 주장합니다. 인산일에 모인 수많은 군중 앞에서 독립선언을 하면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황제의 붕어를 욕되게 할 수 없다는 유림의 반대로 일단 보류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청중들이 동요한다.

“아니, 나라의 독립을 하자는 마당에 망국의 황제 장삿날이 웬 걸림돌이 된다는 말입니까?”

“옳소! 저승에 있는 황제도 하루속히 독립을 원하고 있을 거요. 당장 거리로 나섭시다!

“당장이라도 헌병대가 들이닥칠 텐데, 지체할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내가 앞장설 테니 뒤를 따르시오!”

흥분한 청년이 문을 박차고 나서려는 순간 청중들이 가까스로 만류한다.

“동지 여러분! 제가 왜 현해탄을 건너 경성까지 온 줄 아십니까?”

유학생 대표가 나서 청중을 설득한다.

“세가 적어서 그랬던 겁니다. 독립선언은 단순한 단체행동이 아닙니다. 섣불리 나섰다가는 저들에게 빌미를 제공할 뿐입니다. 보다 조직적이고 결단 있는 봉기가 필요합니다. 제발 조금만 자제해주십시오. 곧 봉기 일자가 잡힐 겁니다.”

단장이 거든다.

“동지들께서는 학교로 돌아가 조직을 규합하십시오. 봉기 일자가 잡히면 비밀연통망을 통해 연락하겠습니다.”




153.


의견이 분분하던 민족대표 33인은 재동 손병희의 집에 모여 3월 1일을 최종 봉기 일자로 결정한다. 독립선언서 2만여 장이 비밀리에 전국에 배포된다.

마침내 1919년 3월 1일의 아침이 밝는다. 인사동 태화관(泰華館)에 모인 민족대표들은 독립선언을 하기로 한 오후 두 시가 되기를 초조하게 기다린다. 같은 시각 탑골공원에는 학생 5천여 명이 운집한다. 그들은 태화관에 모인 민족대표들이 속히 독립선언문을 낭독되기만을 애타게 고대하고 있다. 일촉즉발의 시간이 시나브로 흐른다.

독립을 갈망하는 이들의 손에 땀이 찰 무렵 일본경찰대 병력이 태화관을 포위한다. 뒤탈을 우려한 태화관의 주인 안순환이 조선총독부에 밀고한 것이다. 드디어 약속된 시간이 되자 한용운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한다. 경찰대가 태화관으로 밀려드는 순간 한용운은 의연하게 ‘대한독립만세’를 선창한다. 민족대표들도 그를 따라 ‘대한독립만세’를 제창한다.

독립만세의 외침이 밖으로 새어 나가기도 전에 민족대표들은 줄줄이 경찰서로 연행된다. 민족대표들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탑골공원에 흐르던 엄숙한 분위기가 삽시간에 와해한다. 길 잃은 양 떼처럼 군중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학생대표들이 긴급회의를 갖는다. 강행하자는 측과 추이를 지켜보자는 측이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한 청년이 단상에 오른다.

청년은 격앙된 목소리로 독립선언서를 낭독한다. 공원에 급파된 경찰대가 포위망을 좁혀온다. 학생들은 저마다 제모를 허공에 던지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친다.


깨금발로 고개를 들고 단상을 바라보던 영채가 중얼거린다.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지만 인서 씨 같은데?”

인호가 두리번거리며 단상을 살핀다.

“저놈의 오지랖하고는······, 저긴 언제 올라간 거야?”

“맞지?”

“휴······”

인호의 한숨 소리가 이내 함성에 묻힌다.


대열을 형성한 학생들은 대한문 쪽으로 시위행진을 한다. 마침 대한문 앞에는 고종황제의 빈전(殯殿)이 차려져 있다. 삼례(三禮)를 하며 문상 중인 군중이 합세하면서 ‘대한독립만세’의 외침은 경성 일대로 퍼져나간다. 대열은 두 갈래로 나뉘어 각국 공사관이 밀집한 정동과 총독부가 자리한 왜성대(矮城臺)로 진출한다. 미국 영사는 영사관의 문을 활짝 열고 시위행렬을 환영한다. 해 질 무렵 시위행진은 종로에 운집하여 강연회를 개최한다.

독립선언서의 공약 3장에서 밝힌 바와 같이 군중은 평화적 시위를 펼친다. 더 이상 사태를 방관할 수 없었던 헌병대와 기마대가 무력 저지에 나서지만 역부족이다. 지휘관의 경고사격을 기화로 수많은 총탄이 밤하늘에 불꽃을 수놓는다.

강제해산조치가 취해지자 체포조가 투입되어 주동자를 색출하기 시작한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끝에 인서가 붙잡힌다. 현장에 있던 수잔이 달려들어 헌병대와 실랑이를 벌인다.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사람을 왜 체포하는 거냐?”

뜻밖에 서양 여성이 나타나자 헌병대는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저리 비켜! 지금은 비상사태다! 방해하면 체포하겠다!”

수잔은 미국 여권을 내밀며 대항한다.

“난 치외법권을 인정받은 외교관의 신분이다! 당장 저 사람을 풀어주지 않으면 언론에 제보하겠다!”

“말로 하면 안 되겠군!”

헌병이 개머리판을 휘두른다. 턱을 맞은 그녀가 땅바닥에 나뒹군다. 옥신각신하던 끝에 가까스로 풀려난 인서가 달아나려다 그만 주춤한다. 헌병대가 그를 포위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인호가 넘어지는 척한다. 헌병 세 명이 나란히 다리에 걸려 서로 얽혀 고꾸라진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영채가 인서에게 귀띔을 한다.

“뒷일은 우리한테 맡기고 어서 몸을 피해!”

인서는 쓰러져 있는 수잔을 보곤 망설인다.

“수잔 양은 우리가 보살필 테니 제발 도망가!”

영채와 수잔을 번갈아 보던 인서가 마지못해 뒷걸음질을 친다. 헌병대가 총을 발사한다. 총알이 인서의 넓적다리에 박힌다. 피를 흘리던 그가 발 한쪽을 질질 끌며 간신히 골목으로 피신한다. 호루라기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간간이 총성이 울려 퍼진다. 피 냄새를 맡은 수색견이 컹컹거리며 쏜살같이 그의 뒤를 쫓는다.


영채와 인호는 바닥에 널브러진 수잔을 부축하여 일으켜 세운다.

“걱정하지 마세요! 골목 뒤로 우리만이 아는 통로가 있거든요. 거기로 갔다면 추적은 따돌릴 수 있을 거예요.”

수잔이 골목을 바라보며 안도한다.

“피가 많이 나네요.”

영채는 목도리를 풀어 그녀의 턱을 감싼다.

“따라오세요.”

수잔이 발을 절룩거리며 두 사람을 이끈다.


두 사람은 수잔을 따라 어둠 속으로 재빨리 몸을 숨긴다. 헌병대를 따돌린 수잔은 인서가 숨을 만한 창고로 다가간다. 수색견의 짖는 소리가 저만치 멀어져간다.

“인서, 나 수잔이야!”

얼마간 정적이 흐른 뒤 창고 안에서 신음이 들린다. 세 사람은 대퇴부의 과다출혈로 기진맥진한 그를 발견하곤 놀란다. 그러나 정작 웃음으로 맞이하는 그를 보곤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총이란 게 이런 거였어. 맞을 땐 아프더니 지금은 뜨듯하기만 해!”

인서는 말을 마치자마자 입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정신을 잃는다.

“얼른 옮겨야겠어요.”

수잔이 인서의 맥박을 확인하곤 서두른다.

“사방에 헌병대가 설치고 다니는데, 어디로 옮겨야 하지?”

다급한 인호가 안절부절못한다.

“영사관이요.”

수잔은 턱짓으로 성조기가 나부끼는 영사관을 가리킨다.

“영사관에서 민감한 사건에 연루되길 바라지 않을 텐데······”

영채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수잔이 되받는다.

“아버지가 영사라면 말이 달라질 거예요. 어서요!”


인호와 영채는 수잔의 말에 놀랄 겨를도 없이 인서를 부축하여 그녀의 뒤를 따른다. 풀숲에서 열쇠를 찾은 수잔은 능숙하게 뒷문을 열고 영사관 뒤뜰로 그들을 안내한다.

자정이 넘도록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전개된다. 밤새도록 진행된 강제해산 과정에서 시위를 주동한 지도부 130여 명이 체포되어 유치장에 수감된다.




154.


경성에서 촉발된 ‘3·1독립만세운동’은 억압과 착취로 짓눌린 망국민의 울분에 도화선이 되어 전국적으로 연쇄 폭발을 일으킨다. 조선총독부는 독립운동에 가담한 학교에 대해 전면 휴교령을 내린다. 학교가 폐쇄된 직후 학생들은 각자의 고향으로 내려가서 독립만세운동을 전개한다.

탑골공원에서 최초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신원미상의 학생에 대한 몽타주가 도처에 나붙는다. 헌병대는 시내의 병원을 샅샅이 뒤지며 총상을 입은 환자를 수소문하지만, 번번이 헛물만 켠다.


‘3·1운동’의 여파는 비단 한반도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언론을 통해 세계로 보도되자 저명한 지식인들과 양심 있는 사상가들이 ‘3·1운동’의 독립정신을 찬양하는 기고문을 연달아 기재한다. 각국의 학생들과 지도자들도 ‘3·1운동’에 한껏 고무되어 자체적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한다.

베이징 대학의 학생들은 친일파 처단을 요구하며 ‘5·4운동’을 일으키고, 마하트마 간디는 ‘비폭력불복종운동’을 펼치며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한다. 불굴의 독립정신은 걷잡을 수 없는 질풍노도가 되어 각 대륙의 식민지로 퍼져나간다.

조선총독부는 ‘3·1독립만세운동’을 ‘조선만세소요사건(朝鮮萬歲騷擾事件)’으로 규정한다. 망국민의 입장에서 ‘3·1운동’은 결사·집회의 자유 정신에 따라 평화적으로 이행한 권리행사라는 정치적 해석이 정당하다. 그러나 통치자의 견해로 보자면 그것은 엄연한 공공질서(公共秩序)를 문란케 하는 소요행위로써 자위권 발동을 요하는 법률적 해석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사항이기도 하다. 따라서 조선총독부는 추가적인 사태를 막기 위해 군대에 총동원령을 내려 살벌한 탄압정치를 실시한다.

‘3·1독립만세운동’ 이후 전국적으로 200여만 명이 평화적 독립시위에 참여한다. 갈수록 일제의 폭정이 거세지면서 사상자도 속출한다. 7,509명이 사망하고, 15,850명이 부상했으며, 45,306명이 체포된다. 주동자를 색출한다는 이유를 들어 민가 715채, 교회 47개소, 학교 2개소가 화염에 휩쓸려 폐허가 된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그 실상을 알게 된 세계 언론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각국의 유력 언론은 일제를 겨냥하여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다. 외국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언론의 등쌀에 넌더리를 치던 일제는 특별히 언론인과 외교관이 밀집한 정동을 일급 관리대상 지역으로 선정한다. 행인뿐만 아니라 자동차나 인력거 등의 탈것에 대한 수색도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다.


팔짱을 낀 부부가 라일락꽃이 흐드러진 정동 거리를 다정히 걷는다. 그러곤 미국영사관 근처에서 신부가 포즈를 취하고 신랑이 사진을 찍는다. 헌병 장교가 알쏭달쏭한 눈으로 서양 부부를 관찰한다. 이윽고 부부가 영사관 앞으로 다가온다.


“이곳은 출입금지지역이오.”

무뚝뚝한 장교 앞에 선 남편이 어눌한 어투로 말한다.

“우리는 미국 사람입니다. 결혼한 부부입니다. 영사관에서 결혼증명서를 받아 금강산으로 신혼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의심의 눈초리로 부부를 살피던 장교가 턱짓을 한다. 졸병 두 명이 접근하여 부부가 든 가방을 샅샅이 뒤진다. 남편의 가방에서는 사진기와 성경책 그리고 담배와 술병이 나오고, 부인의 가방 안에는 양산과 화장품이 들어있다. 졸병이 대수롭지 않은 듯 고개를 도리질하자 장교의 명령이 떨어진다.

“통과!”

바리케이드가 걷어지자 부부는 총총히 영사관의 계단을 오른다.




155.


수잔은 침대에 누워 있는 인서의 식은땀을 닦아주고 있다. 그는 이따금 헛소리를 하다가 이내 까무러친다. 영사와 함께 방에 들어온 신혼부부가 서둘러 윗옷을 벗고 의사와 간호사로 변신하다. 간호사의 윗옷 안감에는 주사기와 수술용 칼과 겸자, 가위 등이 매달려 있다. 의사는 곧바로 청진기를 대고 환자를 진찰하기 시작한다.


“열이 심한 걸 보니, 파상풍에 의한 이차 감염이 의심됩니다. 빨리 수술을 해야 합니다. 목숨이 위태롭습니다.”

대퇴부에 박힌 총알을 제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뜻대로 안 되는 성싶다.

“근육에 깊이 박혀 총알 제거가 쉽지 않습니다. 잘못 건드리면 근육이 손상되어 괴사가 일어날 수도 있고······, 그러면 다리를 절단해야 합니다. 물론 전신으로 감염되면 목숨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영사가 낙담한 의사에게 말을 건넨다.

“아직 젊은 친구인데, 다리를 절단하는 방법 말고는 없습니까?”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수잔이 끼어든다.

“선생님! 무조건 살려주세요.”

수잔은 고개를 숙인 채 흐느낀다.

“무슨 방법이라도 좋으니, 당장 수술을 해주십시오.”

“이곳에선 불가능합니다.”

“이곳에서 불가능하다니, 무슨 말씀인지?”

“수술 장비가 있는 하와이의 종합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흠······”

포기한 듯 영사가 한숨을 짓는다. 수잔이 영사의 팔을 잡으며 하소연한다.

“아빠! 내가 만약 빼앗긴 나라의 독립을 위해 나섰다가 총을 맞았다면?”

영사는 말을 아낀다. 수잔이 다그친다.

“제발, 아빠! 오로지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몸을 던진 청년이라고!”

영사는 수잔의 어깨를 감싸곤 의사를 바라본다.

“일단 목숨을 구합시다. 그리고 하와이에는 내가 연락해 보리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가 도와줄 일이 뭐가 있을까요?”

수잔이 장갑을 끼던 의사에게 말을 건넨다.

“검문을 통과할 때 긴장해서 그런지, 배가 고프네요. 정동하면 돈버거라는데, 가능할까요?”

모처럼 그녀가 웃는다.

“뭐가 걱정입니까? 이래봬도 ‘말괄량이 수잔’ 하면 정동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걸요?”

간호사가 수잔을 향해 배시시 웃는다.

“저도 부탁드릴게요!”

“곱빼기로 드릴게요.”

“곱빼기?”

“아하, 더블로 드린다고요.”


수잔은 애완견 보더콜리를 데리고 영사관을 빠져나간다. 헌병들이 제지하려고 하면 보더콜리가 으르렁거린다. 수잔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태연하게 정문을 나선다. 비딱한 자세로 보고 있던 장교가 묻는다.

“어디 가십니까?”

“돈버거 사러 가요. 사다 줄까요?”

“뭐,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장교가 깍듯하게 인사를 하며 길을 내준다. 그녀는 꼬리를 흔들며 질주하는 보더콜리의 뒤를 따라 길을 건넌다. 돈버거 점방은 여전히 단골들로 북적인다.

주문을 마친 뒤 수잔은 영채와 인호에게 나지막이 속삭인다.

“고비는 넘겼어요. 하지만 총탄이 근육에 박혀 제거하지는 못했어요.”

“그럼, 다리를 절단할 수도 있단 뜻입니까?”

“아마 그럴 확률도 있나 봐요. 일단 아버지께서 하와이 종합병원에 연락을 취하신다고 했으니, 기다려봐야죠.”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이지 인서가 복 받은 놈은 놈인가 보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수잔 양께서 곁을 지켜주시니 말이에요.”

“한국 속담에 자기 복은 다 자기가 타고 난다면서요?”

“그런 속담은 처음 들었는데?”

“인서가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자기는 이 세상에 걱정할 게 없다고.”

어이없는 듯 인호가 영채를 바라본다. 그녀가 어깨를 들썩인다.

“인서 씨는 정말 엉뚱한 구석이 있다니까. 아무도 못 말려! 호호홋!”

영채가 웃자 수잔도 영문도 모른 채 따라 웃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어요. 열심히 기도하는 수밖에요. 그럼 이만 가볼게요.”

수잔이 돈버거 포장을 들고 인사말을 건넨다.

“네, 언제든지 오세요!”


영채가 그녀를 점방 밖까지 배웅한다. 보더콜리가 목을 내밀고 거리를 횡단한다. 포장을 든 수잔이 종종걸음으로 보더콜리의 뒤를 따른다.




156.


학교와 교회, 외교가가 밀집된 정동 일대는 검문검색이 강화된다. 일몰 후에는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3·1운동에 참가했던 학교는 휴교령이 내려지고 교회는 잠정폐쇄된다. 현상금을 내걸고 가담자에 대한 체포령이 떨어진 후 정국은 급속도로 냉각된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돈버거를 찾는 발길로 이어져 개점휴업상태를 맞는다.

인서는 총알이 박힌 채로 영사관에서 머문다. 날이 저물고 헌병의 감시가 뜸한 틈을 타서 비밀 통로로 들어온 인호와 영채가 인서를 방문한다.


핼쑥해진 인서가 휠체어를 밀면서 접견실로 들어온다. 인호와 영채가 반갑게 맞이한다.

“힘든 수술이라고 들었는데, 고생 많았다!”

인호가 어깨를 다독이며 동생을 위로한다.

“이만하길 천만다행이에요, 인서 씨! 형이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르죠?”

“네!”

예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모두 웃는다.

“돈버거가 바로 코앞인데도, 문병은 그렇다 치고 돈버거도 보내지 않으니, 우리 형제 맞아?”

인서가 눈초리를 추켜올린 채 인호를 바라본다. 인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넌 눈이 없냐, 귀가 없냐? 영사관 앞에 겹겹이 헌병대가 깔린 걸 보고서도 그런 말이 나와?”

“응!”

수잔이 차를 내오며 화제를 돌린다.

“거처를 옮겨야겠어요. 아버지께서 3·1운동 때 영사관 문을 열고 시위행진을 환영했다는 이유로 총독부로부터 경고장을 받았어요. 아직까진 치외법권이란 외교적 특권으로 버티고 있긴 하지만, 언제 쳐들어올지는 아무도 모르죠.”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잔을 채운다.

“때를 봐서 춘천으로 내려갈까 합니다. 부모님께서도 걱정이 크시다는 전보를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영사님과 수잔 양에게 더 이상 민폐를 끼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춘천이요?”

“네!”

수잔이 인서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이 몸으로 이동하는 것은 무리예요. 금방 검문에도 걸릴 테고······. 방법을 찾아볼게요.”

“으윽!”

인서가 갑자기 고통을 호소하며 허리를 숙인다.

“아직 총알이 뼛속에 박혀 있어서 간헐적으로 고통이 수반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녀는 진통제와 물을 인서에게 건넨다.

“총알을 제거해야 한다는데, 여기선 수술 장비가 없어 불가능하다네요. 하와이에서 빨리 연락이 와야 할 텐데.”

인서가 의자에 기댄 채 식은땀을 흘린다.

“너무 무리했나 봐요. 조만간 방법을 찾으면 연락드릴게요. 인서도 부모님을 뵙고 싶은가 봐요. 요새 부쩍 잠꼬대를 심하게 하네요.”

인호가 물끄러미 동생과 수잔을 번갈아 본다.

“동생한테 너무 잘 해주셔서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뭘! 얼마나 멋져요. 젊은이가 나라를 위해 독립을 외치다 총까지 맞았잖아요!”

인서의 입에서 연신 신음이 새어 나오자 수잔이 휠체어를 조정하며 문 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러곤 고개를 돌려 한 마디 말을 남긴다.

“참, 지금 나가시면 안 돼요. 30분 후 헌병대가 교체하니까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네!”


덩그러니 남겨진 인호와 영채는 얼마간 차를 홀짝거리며 침묵으로 일관한다. 영채가 먼저 말을 건넨다.

“인서 씨가 빨리 쾌차해야 할 텐데······. 부모님이 보시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어.”

“총알이 박혔다니 얼마나 고통스럽겠어. 형이 돼서 아무것도 못 해주는 내 마음도 이런 데, 부모님은 오죽하실까!”

“그래도 부모님을 봬야지. 많이 걱정하실 텐데.”

“그럼, 방법을 찾아서 찾아봬야지. 그나저나 자기는 어떻게 할 거야?”

인호가 물음에 영채는 잠시 머뭇거린다.

“그러게. 나도 광주에 내려가기 전에 자기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싶은데······”

“같이 가자.”

인호가 동행할 것을 제안한다. 영채가 흔쾌히 수락하며 또 다른 제안을 한다.

“그럼, 경성을 떠나기 전에 나랑 같이 갈 데가 있어. 같이 갈 거지?”

“응.”




157.


듬성듬성 꽃이 핀 망우리 언덕 위로 새들이 지저귀며 날아다닌다. 오르막길을 오르는 영채의 손에는 국화꽃이 들려 있고, 저만치 뒤따르는 인호의 손에는 낫과 술병이 들려 있다. 낯설지 않은 듯 인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무릎까지 자란 풀이 봉분 주위로 무성하다. 인호는 낫을 들고 능숙하게 봉분 주변을 말끔히 정리한다. 영채는 돗자리를 깔고 잔에 술을 가뜩 채운 뒤 절을 한다. 뒤에 있던 인호가 술잔을 받아 봉분에 뿌린 뒤 자리를 잡고 절을 한다.

두 사람은 봉분 앞에 나란히 앉는다. 그러곤 저만치 우뚝 솟은 동대문과 그 주변으로 야트막히 덧대어 있는 초가집을 바라보면서 음복을 한다. 인호는 술잔을 만지작거리며 넌지시 주변을 둘러본다.


“아까부터 이상하이!”

“뭐가?”

“이곳 풍광이 너무 익숙하단 말이야. 저기 보이는 나무하고 동대문도 낯설지가 않아.”

“공동묘지에 누가 묻히기라도 했어?”

“아니.”

“그런데, 어떻게 우리 아버지 묘가 익숙하다는 거야?”

“그러게. 그건 그렇고 아버님은 언제 돌아가셨어?”

“난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태어나자마자 전라도 외갓집으로 보내졌거든. 외할머니 말씀으로는 독립신문기자였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해직한 이후 독립협회로 옮겨 독립운동을 하시다 옥고를 치르기도 하셨다고 하더라고.”

“그럼 전에 말한 것처럼 우리 부모님도 적을 두었던 아리랑조직과 상관이 있는 거야?”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경성에 온 후 지난 독립신문을 뒤적거린 적이 있거든. 아리랑조직이 총감암살사건에 연루됐다는 기사가 달랑 한 줄 실렸는데, 그 수괴가 신상원이라고 나와. 그런 거 보면 아리랑조직과 관련이 있다고 추측할 수 있겠지.”

그녀가 무심히 늘어놓는 말을 듣던 그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뭐라고? 신······, 상······, 원이라고?”

“어!”

그는 입을 비죽 내밀고 여전히 기억을 되새김질한다, 그러나 여의치 않은 듯 이내 체념한다.

“생각이 날 듯 말 듯 한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

“독립 운동하다가 돌아가신 분이 어디 우리 아버지뿐이겠니? 벌써 해가 진다. 내려가자.”


두 사람은 분묘를 향해 절을 올린 뒤 노을에 물든 언덕을 내려간다.




158.


‘3·1운동’ 이후 국제 사회로부터 뭇매를 얻어맞은 일제는 강권 통치의 오명을 벗기 위해 연막전술을 편다. ‘헌병경찰제’란 제도가 ‘보통경찰제’로 바꾸면서 다소 완화된 몇몇 정책이 시행되지만, 그것은 계획된 기만에 불과하다. 군복을 벗고 경찰복으로 갈아입은 헌병들은 면죄부를 받은 양 음지에서 더욱 활개를 친다.

총독부의 민간인사찰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방대해진다. 총독부의 증서를 발급받지 않으면 통행도 제한된다. 딸의 성화에 못 이긴 영사는 위험을 무릅쓰고 관용차를 내주기로 한다. 단, 총독부의 허가가 문제다. ‘금강산 시찰’이란 명분을 내세워 겨우 통행증을 발급받는 데 성공한다.

출발을 목전에 두고 기사로 분장한 의사가 ‘금강산 시찰’에 합류한다. 굽이굽이 오르막길을 넘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보면 바퀴가 남아나질 않는다. 인서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이 달려들어 반나절을 매달려 씨름한 뒤에야 비로소 다음 여정을 소화하곤 한다.

간혹 주재소가 설치된 읍을 지날 때면 으레 검문을 받기 십상이다. 그럴 때마다 인서는 병색이 완연한 폐병환자를 흉내 내며 미리 준비한 피 묻은 손수건에 각혈하는 척한다. 심지어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를 만날 때는 혀를 깨물고 피를 내비쳐야만 간신히 검문소를 통과하기도 한다.


온통 흙먼지를 뒤집어쓴 차가 춘천 군내로 진입한다. 군내를 천천히 주행하던 차가 일본인이 경영하는 상점 앞에서 멈춘다. 아이들이 달려와 차를 에워싸고 구경하느라 서로 몸싸움을 벌인다. 차에서 내린 서양인이 기지개를 켜자 아이들이 똑같이 따라 하며 키득거린다.

꼬마들을 뒤에 남겨둔 채 수잔과 기사는 상점 안으로 들어간다. 수잔이 트렁크에 물과 식료품들을 챙기는 동안 기름 두 통을 들고 온 기사는 연료통에 기름을 가득 채운 뒤 나머지 통을 차량 뒤에 매단다. 영채는 차 안을 청소하며 자리를 정돈한다. 인서가 덮고 있던 담요를 받아든 인호가 먼지를 털고 있는 순간 맞은편으로 지나가던 차량이 속도를 줄인다.


“천천히 가!”

얼굴에 칼자국이 선명한 타이요우가 진구의 어깨를 툭 치며 창밖을 내다본다. 먼지를 풀풀 날리며 담요를 털고 있는 인호의 모습이 눈에 띈다. 전과 달리 체격도 커지고 수염까지 길러 쉬이 알아보기 힘들 지경이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유독 한 사람만이 매의 눈빛으로 그를 주시한다.

“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였는데, 잘 됐군!”

진구가 무심히 묻는다.

“뭘 말입니까, 위원장님?”

“경성에 유학 간 한인호가 나타났단 말이야!”

“이미 춘천에서도 만세 운동자들을 모두 색출했는데, 그까짓 놈이 온들 뭔 대수겠습니까?”

타이요우가 진구의 말을 무시하고 명령을 내린다.

“네가 상대할 놈이 못 되니 잠자코 내 지시에 따라. 넌 지금부터 경성으로 가서 한인호, 한인서 두 형제의 뒤를 캐 봐! 서양인들까지 동행한 것을 보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

“예!”


그가 탄 차가 보아란 듯이 속도를 높이며 질주한다. 흙먼지가 허공에 뿌옇게 일어난다. 담요를 털던 인호가 입을 가린 채 질주하는 차를 바라본다. 차는 거리 모퉁이를 지나 꽁무니를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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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화 악마의 최후 +3 19.07.12 155 1 16쪽
133 133화 고귀한 죽음 +1 19.07.11 87 1 12쪽
132 132화 무지개 +1 19.07.10 86 1 13쪽
131 131화 차관협정(借款協定) +2 19.07.05 94 1 14쪽
130 130화 반공포로석방 +1 19.07.01 109 2 13쪽
129 129화 한일회담 +1 19.06.29 106 2 15쪽
128 128화 폭탄테러 +1 19.06.26 115 2 13쪽
127 127화 카츄샤 +1 19.06.24 103 2 13쪽
126 126화 의사 왕룽 +1 19.06.23 103 3 17쪽
125 125화 빅터 한 재단 +2 19.06.19 113 3 13쪽
124 124화 인천상륙작전 +1 19.06.13 139 2 15쪽
123 123화 메모리 가든 +1 19.06.12 111 2 15쪽
122 122화 겹생 +3 19.06.10 109 2 16쪽
121 121화 하와이 +1 19.06.07 118 3 14쪽
120 120화 소령 맥나마라 +4 19.06.06 123 2 15쪽
119 119화 한초희 +1 19.06.05 126 2 14쪽
118 118화 맥아더 원수 +1 19.06.04 120 2 14쪽
117 117화 기만방송 +1 19.06.03 117 2 13쪽
116 116화 코리안 커넥션 +1 19.06.01 128 2 12쪽
115 115화 잠수함 +1 19.05.30 170 2 13쪽
114 114화 6.25 전쟁 +1 19.05.29 145 2 12쪽
113 113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특명 1호 ‘폭풍’ +1 19.05.21 126 2 11쪽
112 112화 금괴수송작전 +1 19.05.19 163 2 10쪽
111 111화 '암호명 A-1' +1 19.05.18 117 2 13쪽
110 110화 악연(惡緣) +1 19.05.17 116 2 14쪽
109 109화 마지막 미션 +1 19.05.16 117 2 12쪽
108 108화 애치슨 라인 +1 19.05.15 116 2 12쪽
107 107화 연적(戀敵) +1 19.05.15 133 2 12쪽
106 106화 독살(毒殺) +1 19.05.14 129 2 12쪽
105 105화 마돈나 다방 +2 19.05.13 134 2 15쪽
104 104화 한국은행 +1 19.05.11 135 2 14쪽
103 103화 비밀거래 +1 19.05.10 156 2 12쪽
102 102화 남미이주작전 +1 19.05.10 151 2 13쪽
101 101화 트루먼 독트린 +1 19.05.10 124 2 11쪽
100 100화 숙명의 라이벌 +1 19.05.10 130 3 18쪽
99 99화 Jane Doe +2 19.05.10 128 2 13쪽
98 98화 앙숙, 이승만과 김구 +1 19.05.10 128 2 12쪽
97 97화 반도호텔 +1 19.05.10 123 2 13쪽
96 96화 좌익과 우익 +1 19.05.09 124 2 13쪽
95 95화 조선인민공화국 +1 19.05.09 129 2 17쪽
94 94화 일본패망(日本敗亡) +1 19.05.09 135 2 12쪽
93 93화 원자폭탄 +1 19.05.09 125 2 13쪽
92 92화 김일성 +1 19.05.09 130 1 14쪽
91 91화 독수리 작전 +1 19.05.09 129 1 14쪽
90 90화 이승만 +1 19.05.09 117 1 14쪽
89 89화 비밀요원 나타샤 +1 19.05.09 112 2 15쪽
88 88화 OSS(미국전략사무국) +2 19.05.09 117 2 16쪽
87 87화 승전(勝戰) +1 19.05.09 112 2 14쪽
86 86화 진주만공습 +1 19.05.08 114 1 16쪽
85 85화 갈라예프 +2 19.05.08 113 2 16쪽
84 84화 채권(債券) +1 19.05.08 118 2 11쪽
83 83화 다카키 마사오 +1 19.05.08 130 2 12쪽
82 82화 광복군(光復軍) +1 19.05.08 112 2 13쪽
81 81화 육군정보학교 +2 19.05.08 113 2 11쪽
80 80화 홍콩행 +1 19.05.07 119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110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109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106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112 3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118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112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107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106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106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106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109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112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110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110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109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109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110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120 2 15쪽
61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111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110 2 13쪽
59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114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109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112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110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109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110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110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114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114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112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110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115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113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113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107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108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110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116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116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114 3 30쪽
39 39화 빅터 한 +1 19.04.25 115 3 49쪽
38 38화 박진만 +2 19.04.25 121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130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130 3 49쪽
35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134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130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128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130 3 47쪽
31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153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131 4 46쪽
29 29화 출산(出産) +3 19.04.20 141 4 43쪽
28 28화 밀항(密航) +2 19.04.20 130 4 45쪽
27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132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137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148 4 39쪽
24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136 5 44쪽
»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140 4 46쪽
22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144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142 5 49쪽
20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147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155 3 49쪽
18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160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158 4 49쪽
16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160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174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181 3 37쪽
13 13화 결혼(結婚) +3 19.04.12 263 6 42쪽
12 12화 돈버거 +9 19.04.12 242 7 44쪽
11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263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289 8 42쪽
9 9화 낙향(落鄕) +4 19.04.10 305 8 42쪽
8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317 9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371 12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376 12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423 13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516 11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638 12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927 13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1,795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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