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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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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최근연재일 :
2019.07.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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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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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쪽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님의 침묵




DUMMY

제13장 회자정리(會者定離)




159.


총독부는 헌병경찰통치의 대안으로 이른바 ‘문화정치’를 전면에 내세워 국제사회의 압력과 고립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안달한다. 군인이 아닌 문관을 등용하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한글 신문의 발행도 허가한다. 그러나 조선총독부의 총독은 여전히 군인 출신이 차지했으며, 사전검열을 통해 언론을 철저하게 통제한다. 그뿐만 아니라 친일파와 어용단체를 양성하여 민족을 분열하는 이간책에 동원한다.

헌병과 헌병 보조원이 순사로 채용되고 일본에서 3,000여 명이 긴급 투입되면서 경찰관이 1만 명으로 증원된다. 1911년 이후로 본토에서 채용되던 특별고등경찰제가 조선총독부에 안착하면서 ‘특고과(特高課)’가 설치된다. 각 지방의 경찰서에는 ‘특고계(特高係)’를 두어 민간인에 대한 사찰 및 사상검증을 강화한다.

춘천에서도 경찰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다. 타이요우는 특고계의 특고형사(特高刑事)로 임명되면서 고등경찰이 지닌 무소불위의 권력을 양손에 거머쥔다. 헌병 보조원으로 악명을 떨치던 그의 수하들도 순사로 특채되어 ‘보조원’이란 반쪽짜리 완장을 벗어 던진다. 정복을 착용한 그들은 총독부와 완전체라도 된 듯 특고형사 타이요우의 지휘에 따라 충실한 사냥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160.


매연을 쏟아내며 언덕을 오르는 자동차 주위로 아이들이 경쟁하며 따라붙는다. 온통 거무튀튀한 검댕을 뒤집어쓴 아이들이 내리막길을 내달려 이방인의 출현을 알린다. 곤두박질한 아이를 발견하곤 차가 멈춘다. 의사는 얼른 덮개를 열고 엔진을 식힌다.

엔진에 물을 붓자 하얀 연기가 치솟는다. 수잔과 영채는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운 뒤 눈물을 닦아주며 다독인다. 인호는 인서를 부축하고 탁 트인 미천골의 전경을 둘러본다.


형제는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켠다.

“얼마만이냐! 엄마 숨결 같은 이 공기!”

“형!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는 것 같아!”

형제는 새라도 된 양 양팔을 펼쳐 나는 시늉을 한다. 아이를 사이에 둔 수잔과 영채도 멀거니 산 아래 똬리를 튼 미천골을 굽어본다.

“구릉과 비탈길 모두 정말 아름답네요. 내 고향 나파벨리와 쏙 빼닮았어요.”

감격한 듯 수잔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산세가 넉넉해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말썽꾸러기 형제가 자라기에 말이죠.”

영채와 수잔은 서로 시선을 교환한 뒤 함박웃음을 짓는다.


서양인이 탄 차량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마을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근심 어린 표정으로 골목에 모여든 주민들은 경적을 울리며 언덕을 내려오는 차량을 보곤 소스라치게 놀란다. 이윽고 흙먼지를 날리던 마을로 접근하던 차량이 굉음을 내며 멈춘다. 주민들은 뒷걸음질하며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 차례대로 내리는 승객들 가운데 인호를 본 아낙이 경계의 눈초리를 거둔다.

“아니, 서방님댁 큰 아들 아니여?”

인호가 목발을 짚은 인서를 부축하며 천천히 주민 곁으로 다가간다. 아낙이 반갑게 맞는다.

“네, 맞습니다. 저희가 돌아왔습니다.”


형제가 왔다는 소식이 퍼지자 삽시간에 마을 입구는 주민들로 빼꼭하다.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을 나누는 것도 잠시, 주민들이 두 갈래로 나뉘면서 길을 내준다. 부모와 자식 간의 인력이라도 작용한 탓일까. 형제는 서서히 고개를 돌린다.

경덕과 미라는 장승이라도 된 듯하다. 형제를 보고도 얼마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지켜보는 이들도 숨을 죽인 채 양쪽을 번갈아 보며 추이를 살핀다.

먼저 인력에 끌린 쪽은 인서다. 그는 목발을 짚고 절룩거리며 경덕과 미라를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선다. 그의 눈가에 물기가 흥건하다. 이를 악물고 눈물을 삼키고 발을 옮기던 그가 돌부리에 채여 넘어진다. 뒤를 따르던 인호가 그를 일으켜 세운다. 어깨를 들썩이던 미라가 입술을 깨물고 울음을 참는다. 경덕은 좀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인서는 서너 발자국 앞으로 다가서며 미소를 짓는다. 마침내 미라가 치맛자락을 쥐고 있던 양손을 풀면서 인서에게 와락 달려들어 껴안는다. 눈물을 참던 경덕도 양팔을 벌려 인호를 품에 안는다.

지켜보던 아낙들은 옷고름으로 연신 눈물을 훔치고, 허공에 시선을 고정한 사내들은 등을 돌려 모른 척한다. 수잔과 영채는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흐느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모처럼 한데 모인 한 씨 가족이 집으로 향할 즈음 자전거에 올라탄 밀정이 동구 밖 둔덕에서 미천골을 내려다본다.




161.


집안이 시끌벅적하다. 마당 구석에 놓인 화로에서는 고기가 익어가고, 평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오순도순 저간의 일들을 꿰맞추며 단란한 시간을 보낸다.


“인서를 보살펴줘서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미라가 서글서글한 눈매로 수잔을 지그시 바라본다.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영사님께서 3·1운동을 지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타국의 내정에 개입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참으로 용감한 결단을 내리신 영사님께 존경을 표합니다.”

경덕이 수잔에게 인사말을 건넨다.

“평소 아버지께서는 ‘민주주의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늘 말씀하십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저도 인서의 행동이 용감하게 보이더라고요. 두 분께서도 갑자기 탑골공원 연단에 우뚝 서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아드님을 보셨더라면 자랑스러워하셨을 거예요.”

말을 마친 수잔이 인서 쪽으로 온화한 시선을 보낸다.

“하라는 공부는 뒷전이었던 모양이구나!”

경덕은 짐짓 핀잔하는 투로 인서를 흘겨보지만 아무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다. 얼마간 잔잔한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인호는 고기를 접시에 담아 내놓는다. 미라가 능숙한 손으로 나물 위에 고기를 얹으며 돈버거를 만든다. 영채가 바투 다가와 거든다. 기사로 분장한 의사가 합세하여 호들갑을 떤다.

“와! 이게 말로만 듣던 ‘오리지날 돈버거’구나!”

의사의 호들갑에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미라가 의사에게 돈버거를 건넨다.

“많이 드세요. 제가 바로 돈버거를 만든 장본인이랍니다.”

돈버거를 건네받은 의사가 너스레를 떤다.

“내가 태어난 곳이 ‘뉴 해븐’이란 곳입니다. 지나가는 행인이 다짜고짜 빨리 되는 음식을 시키자 ‘루이스 라센’이란 주인이 구운 빵 사이에 소고기로 만든 패티를 구워 양파와 토마토, 치즈를 얹어 준 것이 미국 최초의 햄버거죠. 어릴 때부터 무척 많이 먹었는데, 솔직히 지금 먹는 돈버거가 훨씬 더 맛있습니다. 넘버원입니다!”

의사는 어눌하지만 또박또박한 어법으로 듣는 이들을 매료시키곤 한다. 사람들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게걸스럽게 먹는 의사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주위를 둘러본 뒤 미라가 영채 곁으로 다가간다.

“이화학당에 다닌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두메산골에서 후배를 만나게 될 줄이야, 꿈에도 생각 못 했네. 정말 반가워요.”

돈버거를 받아든 영채가 공손히 답한다.

“말씀 놓으세요. 한참 후배인걸요.”

“그렇지? 그게 편하지?”

“그럼요!”

“돈버거 가게에서 일 했다고 들었어.”

“네!”

영채가 돈버거를 한 입 배물곤 오물거린다.

“아리랑조직에 가담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선배님은 학교뿐만 아니라 의식 있는 청년층 사이에서 돈버거의 전설로 통합니다. 그런 곳에서 일한 제가 오히려 영광입니다.”

“그만해. 부끄러운 일이야. 관리를 못 해 일본인한테 넘긴 장본인한테 전설이란 말은 가당치도 않아!”

“겸손하시기까지 하시니, 역시 전설의 반열에 오르실만합니다! 호호홋!”

칭찬이 싫지 않은 듯 미라도 덩달아 웃는다.

“그나저나 아리랑조직은 해체된 지도 오래됐고, 총독부가 철저하게 은폐한 탓에 아는 사람이 드물 텐데?”

“아버지 행적을 뒤쫓다가 알게 됐어요.”

주변을 정리하던 미라가 뜻밖의 말에 관심을 나타낸다.

“그때 많은 동지가 희생됐지. 워낙 은밀하게 운영되던 조직이라 단원 이름조차 대부분 모르고 지냈어. 그게 더 안타까워!

“사실 저도 아버지 얼굴을 뵌 적이 없어요. 첫돌 지나고 바로 외할머니 손에 맡겨졌거든요. 나중에 외할머니로부터 아버지 이름을 전해 들었어요.”

“쯧쯧쯧! 동지 대부분이 현상수배가 내려져 가족과 등을 져야만 하는 기구한 삶을 사셨지. 그런데 아버지 성함이······, 혹시 아는 분일지도 몰라서 말이야.”

“성은 신 씨시고, 상 자, 원 자를 쓰십니다.”

그릇을 쟁반에 담던 그녀가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뭐라고?”

“신······, 상······, 원.”

미라가 바닥에 쟁반을 떨어뜨린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릇들이 바닥에 널브러진다. 놀란 뭇시선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미라에게 쏠린다.

“여······, 보······!”

미라가 아랫입술을 덜덜 떨며 경덕을 부른다. 경덕이 다가와 영채에게 캐묻듯 다그친다.

“지금 뭐라고 했지? 다시 한 번 말해 봐!”

“신······, 상······, 원.”

영문을 알 수 없는 영채는 아연한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면서 잔뜩 겁먹은 표정을 짓는다.


부부는 영채를 부둥켜안고 한동안 흐느낀다. 마치 실성이라도 한 양 부부는 연신 그녀의 뺨과 어깨를 보듬으며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한다.

“그럼, 아버지 묘가 어디 있는지도 알아?”

경덕이 묻자 인호가 대꾸한다.

“이제야 알겠어요. 경성을 떠나기 전에 망우리 묘지를 방문했는데, 낯익은 곳이었거든요.”

“아리랑을 이끌던 신상원 단장이 바로 네 아버님이라고? 여보! 이런 기가 막힌 인연이 어디 있단 말이요!”

경덕과 미라는 믿기지 않은 듯 영채를 요리조리 뜯어본다.

“단장님은 우리 부부한테 정신적인 은인이자 구세주셨어!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청년들에게 희망의 등불이셨지.”

“아버님과 함께 항일투쟁하신 분들을 만나다니,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돼요.”

미라는 글썽거리는 영채를 안채로 안내한다.

“아버지야말로 전설이셨어! 암울하던 시기에 진정한 영웅이셨지. 일화가 하도 많아서 백일 밤을 지새워도 모자랄 판이야.”


미라와 영채의 뒤를 따라 모두 안채로 발걸음을 옮긴다.




162.


홰에 올라앉아 졸던 닭이 날개를 푸덕거리며 움츠렸던 목을 길게 뻗는다. 그러곤 목을 젖히며 우렁차게 첫울음을 터트린다. 집집마다 잠에서 깬 닭들이 연달아 울기 시작하면서 미천골의 새 아침이 밝는다.

부스스한 머리를 질끈 동여맨 미라가 부엌에서 밥을 짓는다. 경덕과 인호는 마당을 쓸고 있고, 건넛방에서는 인서가 의사로부터 진찰을 받는다. 잠시 뒤 영채와 수잔이 부산을 떨면서 아침상을 본다.

아침이 차려진 안방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서양인 두 명이 동석한 자리라서 그런지 짐짓 서먹한 기운이 감돈다. 인서가 눈짓을 하자 수잔이 기도문을 외운다.

“사랑하는 하느님 아버지! 이 시간 저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함께 모인 우리 모두에게 하느님께서 주신 음식을 먹음으로 인하여 육신이 강건하여지고 우리 삶이 더욱 풍성할 수 있도록 은혜를 내려 주시옵소서······”

모두 두 손 모아 고개를 조아리는 동안 경덕만이 흡족한 표정으로 주위를 일별한다.

“······오늘 하루도 주신 음식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며, 이 식탁에 복 내려 주시기를 원하옵니다. 그리고 특별히 저희를 이곳 미천골까지 인도해주신 의사 선생님이 경성으로 돌아가시는 날입니다. 부디 사고 없이 도착하기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식사를 마치고 마당에 모인 사람들은 돌아가면서 의사와 포옹을 하며 인사말을 나눈다. 제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던 미라가 보따리 하나를 건넨다.

“경성까지 먼 길을 가실 텐데, 중간에 요기라도 하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돈버거의 맛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겁니다. 미국에 돌아가면 새로운 돈버거 가게를 낼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이별하는 순간까지 유쾌하게 웃던 의사는 수잔과 작별을 고한다.

“하와이에서 연락 오는 대로 전보를 칠 테니, 그때까지 인서는 무리하면 안 됩니다.”

의사의 당부를 듣던 수잔이 고개를 끄덕인다.

“경성까지 먼 길인데, 조심하시고요!”

“드라이브는 나의 유일한 취미랍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차에 오른 의사가 시동을 건다. 서너 차례 접촉이 불량하던 엔진에 시동이 걸린다. 차는 매캐한 매연을 내뿜으며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른다. 커브를 틀면서 미천골을 바라보던 의사가 손을 흔들자 멀거니 바라보던 사람들도 일제히 손을 흔든다. 경적 소리가 길게 산에 울려 퍼지고, 이윽고 차는 고개를 넘어 사라진다.




163.


타이요우가 다리를 꼬고 앉아 경성을 다녀온 진구로부터 보고를 듣고 있다.


“인호, 인서 두 형제는 배재학교에 적을 두고 있었습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탑골공원에서 있었던 ‘3·1만세운동’ 당시 연단에 올라 기습적으로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자가 배재학당에 재학 중인 학생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여겨 볼만한 사건이 있습니다. 기습적으로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자가 도주 중에 헌병대가 쏜 총알에 피습을 당했다고 하는데, 배재학당이 있는 정동 쪽에서 가뭇없이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그자의 수배 전단이 사대문 안에 깔렸기에 한 장 뜯어 왔습니다.”

등에 거스러미가 돋기라도 한 것일까. 전단을 손에 든 타이요우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피는 못 속이는 법! 지 애비를 쏙 빼닮은 형제 놈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지.”

한동안 뚫어져라 전단을 주시하던 그가 마저 말을 잇는다.

“험상궂게 생긴 게 꼭 산적놈 같군! 총을 맞았다면 죽거나 중상을 당했을 텐데, 이후의 소식은 못 들었나?”

“배재학교 일대를 백방으로 수소문한 결과 인호를 봤다는 진술은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인서의 행방은 ‘3·1만세사건’ 이후 묘연하다고 합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인서가 서대문 전차 매표소에서 일한 모양인데, 간혹 서양 여자가 와서 영어를 가르쳤다고 들었습니다.”

“서양 여자라고? 흠······”

사냥의 본능이 꿈틀거린 듯 칼자국이 선명한 뺨이 파르르 떨린다. 폐부 깊은 곳에서 거슬러 나온 숨결이 주위에 훅 끼친다.

“자네가 경성에 간 사이에 막내도 밥값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어. 자······”

타이요우가 턱짓을 하자 잔뜩 긴장한 막내가 손에 쥔 도리고찌 모자를 쥐락펴락한다.

“저, 저기, 서양 여자를 봤습니다. 그리고 목발을 짚고 다닙니다.”

“확실해?”

진구가 의심쩍은 시선으로 막내를 다그친다. 막내는 부동자세를 취하며 대꾸한다.

“목발을 짚고 서양 여자의 부축을 받고 다니는 걸, 제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습니다.”

입가에 미소가 번들거리던 타이요우가 일침을 가한다.

“목발을 짚고 나타난 절름발이와 그 옆을 그림자처럼 따르는 금발의 숙녀라······? 이거 왠지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한 편의 활동사진 같지 않나?”

“딱 맞아떨어지는 구석이 있네요. 형사님께서 크게 한 건 올리시라고 하늘이 기회를 준 모양입니다! 하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늘이 준 기회를 놓쳐서야 쓰나?”


타이요우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걷힌다. 그는 턱을 바투 끌어당긴 뒤 눈을 감는다. 눈꺼풀로 덮인 눈동자가 되록거릴 때마다 칼자국이 가늘게 경련한다.




164.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나른하던 운동장에 생기가 돈다. 민소매와 반소매 차림의 아이들이 교실을 뛰어나와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간다. 길모퉁이에 자리를 잡은 수레 앞은 시장 어귀까지 길게 줄이 이어져 있다.


“팥빙수 두 개 주세요.”

줄 맨 앞에 선 학생 두 명이 주문을 한다. 인서가 얼음 조각을 빙수기계에 올려놓고 재빨리 돌린다. 투명한 얼음 조각은 이내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눈덩이처럼 곱게 갈린다. 수잔은 그릇에 얼음 입자를 수북이 담은 뒤 팥과 시럽을 얹어 건넨다.

“팥빙수 나왔습니다.”

여 학생 두 명이 주문을 넣는다.

“수박빙수랑 복숭아빙수요.”

주문을 받은 수잔은 인서에게 빙수가 든 그릇을 건네받곤 수박과 복숭아로 만든 과즙을 얼음 알갱이 위에 뿌린다. 얼음 알갱이가 발그스름하게 물드는 과정을 지켜본 여학생들이 환호를 터트린다.

“와, 정말 대단해요! 어쩜 맛도 이렇게 복숭아랑 똑같은지, 뱃속에서 도화꽃이 만발한 듯해요.”

여학생들이 빙수를 나눠 먹으며 감탄한다. 뒤에 있던 남학생이 돈은 내밀며 주문을 한다.

“팥빙수 하나랑 수박빙수요.”

수잔이 팥이 든 빈 그릇을 들곤 한숨을 내쉰다.

“손님, 죄송합니다. 오늘 재료가 다 떨어졌어요.”

남학생이 입을 비죽이 내밀고 투정한다.

“한 시간이나 기다렸단 말이에요.”

“정말 죄송해요. 내일은 더 많이 준비해서 올 거요.”


수잔은 낙담한 손님들을 돌려보내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다. 장사를 마친 수잔은 양 갈래로 땋은 머리를 밀짚모자 안으로 틀어넣는다. 발그레한 얼굴에 주근깨가 흩뿌려져 있는 것이 천생의 말괄량이 소녀를 연상시킨다.

그녀는 팔을 걷어붙이고 천변으로 향한다. 그러곤 풀을 뜯고 있는 소를 몰고 와서는 능숙하게 소등에 길마를 얹는다. 인서가 목발을 올려놓고 수레 끄트머리에 걸터앉는다.


수레가 장터를 지날 즈음 인서가 수잔을 불러 세운다.

“수잔, 잠깐!”

“왜?”

수잔이 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뒤를 돌아본다. 인서는 절룩거리며 어물전으로 다가간다. 그러곤 큰소리로 중얼거린다.

“어머니가 고등어자반을 좋아하시잖아. 오늘 저녁반찬은 고등어자반으로 하려고.”

인서가 고등어자반 두 손을 들고 온 뒤 수레 귀퉁이에 걸쳐 놓는다.

“어머니가 그동안 팥 쑤시느라 고생 많으셨는데, 아주 탁월한 선택이야!”


인서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덜커덩거리는 수레에 몸을 맡긴다. 시장 어귀에서 이쑤시개를 입에 문 밀정이 우마차가 군내를 벗어날 때까지 뒤쫓는다.




165.


봉긋한 산으로 둘러싸인 미천골의 석양은 유난히 짧고 강렬하다. 밥을 짓는 연기가 집집마다 몽실몽실 피어오를 무렵 온통 붉게 물든 기운도 이내 어둠 속에 묻힌다. 모깃불을 피운 마당으로 수레가 들어선다. 식구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더워서 고생 많이 했을 텐데, 뭘 이런 걸 다 사와!”

미라가 인서에게 고등어자반을 건네받는다.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모두 좋아하시잖아요! 그런데 아버지는······?”

“조금 전까지 계셨는데, 뒤뜰에 가셨나?”

미라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경덕을 찾는다. 헛기침을 하며 나타난 경덕이 우물가에 앉아 손을 씻는다.

“아버지, 저희들 왔습니다.”

“욕봤다. 어서 씻고 밥 먹자!”

“네!”

“수잔도 왔습니다.”

소를 외양간에 묶고 온 수잔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든다. 미라는 해사한 웃음으로 대하지만 경덕은 무심히 고개만 까딱한다.

“많이 시장할 텐데, 조금만 기다려!”

미라의 말에 수잔이 다소곳이 대꾸한다.

“네!”


건넛방에서 나온 인호가 인서를 부른다.

“어서 와! 형이 시원하게 등목 시켜줄게!”

인서가 웃옷을 벗고 우물 옆에 엎드린다. 인호가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물을 등짝에 끼얹는다.

“우아! 너무 차잖아!”

“남자 녀석이 뭐가 춥다고, 엄살은?”

“형도 한 번 해볼래?”

“참아!”

인호가 수세미로 등을 빡빡 문지른다. 인호가 비명을 터트린다.

“너무 아프잖아! 살살해!”


옥신각신하는 형제를 지켜보던 영채와 수잔이 키득거리며 곁눈질한다.

“오늘 날씨가 엄청 더웠는데, 장사는 잘 됐어?”

영채가 전대를 보면서 묻는다. 수잔이 전대에서 돈을 꺼내 보이며 자랑한다.

“‘솔드 아웃’했어요. 다 팔았다고요!”

“수잔은 못 하는 게 없네. 얼굴도 예쁘고, 장사 수완도 좋고!”

“원래 내가 쫌 예쁘잖아요. 벌써 단골도 많이 생겼어요.”

“맛으로 승부를 봐야지, 미인계를 쓰면 되나?”

“미인계? 그게 뭐예요?”

순간 부엌에서 난감한 영채를 구원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등어 다 타겠어. 어서들 와!”


평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 한 씨 일가. 지글거리는 고등어와 고봉밥을 사이에 두고 숟가락과 젓가락이 분주히 구르며 달그락거린다. 상을 물린 뒤 이번에는 솥단지 한가득 찐 옥수수가 김을 내뿜으며 등장한다. 옥수수를 먹는 내내 눈치를 살피던 영채가 슬그머니 화두를 꺼낸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녀가 꺼낸 뜬금없는 말에 모두들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짐작한 듯 인호만이 고개를 반쯤 숙이고 있다.

“그동안 신세를 너무 져서 무슨 말로 시작할까, 많이 고민했어요. 곰곰이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말이 ‘고맙습니다’와 ‘사랑합니다’밖에 없더라고요.”

이제야 감을 차린 식구들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무슨 소리! 우리야말로 영채 양을 만나서 얼마나 뜻 깊었는데······”

미라가 넌지시 영채의 손을 잡곤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린다. 경덕이 짐짓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는다.

“인연이란 연줄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서로 뒤엉켜 이어지는 것이라고, 늘 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지. 이렇게 인호와 영채 양이 대를 이어 연을 맺은 걸 보면, 신 선생 때부터 맺어진 끈끈한 연이 지금껏 유지되는 것 같아. 곧 다시 만나 게 될 것이니, 너무 마음 쓰지 말게!”

경덕의 말이 끝나자마자 영채는 왈칵 울음을 터트린다.

“비록 생전에 아버님을 뵙진 못했지만, 두 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아버님의 성품과 기개를 알게 돼서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모르고 살았을 뻔했는데······, 저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겨서 너무 행복하고 든든해요.”

미라가 묻는다.

“뭘 할지 결정은 했고?”

“아무래도 경성에서의 학업은 어려울 듯해요. 일단 고향 광주로 내려가서 계몽에 힘쓰며 독립운동을 하려고요.”

“언니, 걱정하지 마! 우리 모두 다 함께 모여 살날도 머지않았어.”

서글서글한 수잔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힌다.

“장담할 수 있니?”

“응! 곧 대한의 땅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날이 올 테니까! 내가 말하면 다 이루어지는 거 알지?”


모두들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트린다. 다소 억지스럽고 생뚱맞긴 하지만 수잔의 언변은 주위의 관심을 끄는 묘한 매력을 지닌다. 그녀의 발랄한 언행은 무뚝뚝한 아들만 있는 집에 훈풍처럼 다가와 단비를 뿌리곤 한다.




166.


‘3·1만세운동’ 탄압 이후 태극기의 물결은 숨고르기에 돌입한다. 검거령을 피해 간도로 피신한 독립투사들은 무장단체를 결성하고 일본군과의 독립전쟁을 불사한다. 1920년 6월 봉오동에서 홍범도가 이끄는 ‘대한북로독군부군(大韓北路督軍府軍)’의 연합부대는 일본군 제19사단의 월강추격대대를 맞아 승리를 거둔다. 같은 해 10월 만주 화룡현 청산리에서 김좌진이 이끄는 ‘북로군정서군(北路軍政署軍)’과 홍범도가 이끄는 대한독립군(大韓獨立軍) 등이 주축이 된 연합부대가 일본의 정규군을 맞아 1,200여 명을 사살하는 혁혁한 성과를 올린다.

‘간도지역불령선인초토계획(間島地方不逞鮮人剿討計劃)’을 세워 3개 사단을 출병시킨 일본은 봉오동과 청산리에서 연거푸 참패의 쓴맛을 맛본 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독립군을 토벌하는 말살작전을 펼친다. 독립군은 이미 중·소 국경지역으로 이동하고 민간인만 남은 상태에서 한국인 마을을 대상으로 방화와 약탈이 공공연하게 일어난다. 1910년 10월부터 이듬해인 1921년 4월까지 이른바 ‘간도참변’으로 일컬어지는 대학살을 통해 한국인 3,700여 명이 피살되는 참극이 벌어진다.

만주에서 거점을 확보하려는 일본은 대대적인 출병과 병참을 위한 철도 부설에 공을 들인다. 특히 경성과 원산을 잇는 경원선은 군수물자를 나르도록 고안된 산업철도의 성격을 띤다. 따라서 중간 기착지인 연천역을 지나는 기차들은 대부분 광물과 목재를 나르는 화차가 주를 이루고, 객차는 고작 한 량이다.


숨을 고르는 기관차가 이따금 기적을 울린다. 다급해진 인호가 영채에게 다짐을 한다.

“건강해야 해! 무리하지 말고.”

“내 걱정은 마!”

서서히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영채가 객차에 오르면 인호가 가방을 건네준다.

“인서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다시 복학할 예정이야.”

움직이는 기차를 따라 인호의 발걸음도 빨라진다.

“편지할게.”

“응! 나도 틈날 때마다 편지할게.”

“사랑해!”

“사랑은······?”

인호가 거의 뛰면서 묻는다.

“서로의 약속을······, 지키는 거!”

열차는 역을 벗어난다. 플랫폼 난간에 선 그가 간신히 손을 뻗쳐보지만 영채의 손은 저만치 멀어진다.

“사랑은······, 영원히······”

인호의 말이 기적 소리에 묻힐 즈음 영채로부터 대답이 돌아온다.

“서로의······, 약속을 영원히······, 사랑해!”


가속이 붙은 기차가 역사를 벗어날 때까지 플랫폼에 홀로 남은 인호가 손을 흔든다.




167.


시장 어귀의 점방은 여전히 붐빈다. 수잔과 인서는 손님을 맞이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주문한 학생들에게 빙수를 건네려는 순간 껄렁껄렁한 사내들이 들이닥친다.


“백발마녀가 와서 장사를 한다더니만, 어디, 그 잘난 상판대기 좀 볼까?”

사내 가운데 두목이 얼굴을 내민다. 얼음을 갈던 인서가 그를 노려본다.

“어라! 백발마녀가 아니라 요정이군! 이거, 뭐, 활동사진에서나 나오는 서양 요정이잖아?”

두목이 수잔의 손목을 낚아챈다. 인서가 목발을 짚고 두목 앞으로 다가온다.

“백발마녀를 찾아온 거라면 주소를 잘못 짚은 거 같은데?”

두목은 이죽거리며 부하들을 향해 허탈하게 웃는다.

“이건 또 뭐냐? 선녀와 나무꾼은 들어봤지만, 미녀와 병신은 처음 듣는데? 푸하핫!”

인서가 절룩거리며 두목의 코앞에 바짝 턱을 들이댄다.

“그 잘난 자릿세를 받는 거라면 정식으로 협상을 하자!”

“어쭈, 이거 봐라! 경성 물을 먹었다더니만, 제법인데?”

“그래, 나 경성 물 좀 먹었다. 깡패, 양아치, 야쿠자라면 아주 이골이 난다. 어쩔 건데?”

“아니, 이 자식이 보자 보자 하니까, 절름발이 주제에 눈깔에 보이는 게 없나?”

두목이 주먹을 날리려는 순간 목발이 그의 턱을 가격한다.

“어라? 굼벵이도 꿈틀한다더니, 목발을 쓸 줄도 아네. 에잇!”


두목이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든다. 인서는 살짝 비켜서곤 뒤미처 당수로 그의 목을 후려친다.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두목이 악다구니를 쓰며 부하들을 부추긴다.

“야, 뭣들 해! 다 때려 부수지 않고!”


부하들이 일제히 수레에 달라붙어 그릇과 간판을 내던진다. 인서와 수잔이 팔을 걷어붙이고 패거리들과 한바탕 패싸움을 벌인다. 어느 틈엔가 호루라기를 불며 나타난 순사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싸움을 정리한다. 양쪽 모두 옥신각신하며 주재소로 연행된다.


차 안에서 싸움을 목격한 동양척식회사의 신임 춘천지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러곤 기사의 어깨를 툭 건드리며 출발신호를 보낸다. 기사가 경적을 울리자 순사들이 길을 터준다. 서서히 차량이 인파 사이를 빠져나갈 즈음 신임 지사장 옆에 앉아 있던 나카다가 외마디 소리를 지른다.

“아버지, 잠깐만요!”

기사는 지사장의 눈치를 살핀다. 지사장이 고개를 끄떡거리며 정차할 것을 허락한다. 나카다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그는 고개를 빼 들곤 순사들에게 연행되는 서양 여성을 유심히 관찰한다.

“수잔이 여기에? 그럴 리가······”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린 뒤 다시 차에 오른다.




168.


타이요우가 주로 순사가 근무하는 주재소(駐在所)에 등장하는 일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그런 그가 주재소에 나타났다는 것은 곧 그의 관심사가 반영된 모종의 사건이 개입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난동을 부렸던 패거리들이 굽실거리며 한쪽 구석에 처박힌다. 적막이 감도는 주재소는 얼마간 타이요우의 구둣발 소리만 천장에 울려 퍼진다. 주변을 일별하며 서성거리던 그가 삐딱하게 의자에 앉는다. 순사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그에게 서류를 내민다.


“흠······. 외국 여성이 낀 폭력 건이라······”

그는 포마드를 잔뜩 발라 번들거리는 머리를 연필로 긁적인다. 그러곤 인서를 주시한다.

“한인서!”

인서는 귀에 익은 목소리에도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선명한 칼자국이 먼저 눈에 띄어 알쏭달쏭한 탓이다. 하지만 재차 묻는 목소리를 듣곤 그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한경덕의 둘째 아들, 한인서 맞지?”

“네.”

“배재학교에 다닌다고 들었는데, 춘천엔 무슨 일이지?”

“‘3·1만세운동’ 이후 학교가 휴교령이 내려서 춘천으로 내려왔습니다.”

“주재소에 잡혀 들어온 주제에 감히 ‘3·1폭동’을 ‘3·1만세운동’이라고 부르다니, 역시 춘천 바닥에서 그럴만한 배짱이 있는 집구석은 미천골의 한 씨밖에 없지!”

타이요우와 인서 사이에 얼마간 눈싸움이 이어진다.

“저 여자는 누구야! 동업자야? 아니면 장래를 약조한 사이라도 되나?”

“저를 도와주는 친구입니다. 저자들이 시비를 걸어와서 싸움이 일어난 것일 뿐 이번 사건과는 무관합니다. 방면해주세요!”

“건방진 놈! 주재소에 들어온 이상 방면을 결정하는 건, 네가 아니라 나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타이요우가 터벅터벅 수잔 쪽으로 걸어간다.

“국적은 미국이고, 이름은 ‘수잔 커티스’라······, 맞나?”

“맞습니다!”

수잔은 고개를 꼿꼿하게 들고 대꾸한다.

“지금 정국이 경색되어서 함부로 다닐 수 없는데, 춘천까지 어떻게 왔지?”

수잔은 주머니에서 통행증을 꺼내 건넨다.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증명서로군! 목적지가 금강산인데, 춘천에 머무는 것 자체가 불법 아닌가?”

그가 수상쩍은 눈길로 수잔을 노려본다. 수잔은 주눅이 들기는커녕 오히려 뚫어져라 응대한다.

“차도 고장 났고, 돈도 떨어져서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머문 거예요. 정 내키지 않으면 당신이 경비를 빌려주면 되겠네요. 단, 이자는 넉넉히 쳐 들일 용의가 있어요.”

“참으로 당돌한 신세대 여성이군! 하지만 나한테 걸리면 쉽게 풀려나지 않을 테니, 미리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엄연히 통행증까지 발급받은 여행자를 함부로 대하다간 당신도 곤란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하하핫! 간만에 호승심이 동하는걸!”


타이요우가 담배를 꼬나물고 실실 웃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받던 진구가 다가와 그에게 귀띔한다.

“형사님! 새로 부임한 동양척식회사 지사장이시랍니다.”

그가 전화기를 들고 부동자세를 취한다. ‘네’, ‘네’를 연발하던 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그는 전화를 끊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배경이 상당하신가 보군! 하지만 춘천에서 내 손아귀를 벗어날 수는 없어! 오늘은 자술서만 받고 보내주지. 아직 조사할 게 남았으니, 순사를 보내면 곧장 주재소로 출두해야 할 거야!”

수잔이 인서를 부축하고 나가는 찰나 그가 인서를 부른다.

“한인서! 아버지한테 안부 전해! 머지않아 다시 볼 일이 있을 거라고!”


인서와 수잔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재소를 등진다.




169.


스산한 바람이 거리를 휩쓴다. 덤불이 바람결에 따라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책보를 둘러맨 학생들이 ‘돈버거’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는 쪽으로 잰걸음을 놓는다. 덮개를 씌운 좌판 안은 손님들로 빼곡하다. 수잔은 혼자서 돈버거를 능숙하게 만들며 손님들을 대한다.

수잔은 북적거리던 손님들이 빠져나간 뒤에야 비로소 한숨을 돌린다. 그녀가 기름이 범벅이 된 번철을 닦고 있는데, 덮개가 젖혀지는 기색이 들린다. 그녀는 예의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린다.


“어서 오세······”

수잔은 말을 잊지 못하고 얼마간 상대와 시선을 교환한다.

“나······, 카······, 다!”

나카다는 못 들은 척하며 들고 있던 책을 좌판에 올려놓는다.

“정동에서 그 유명하던 ‘돈버거’를 춘천에서 맛보게 될 줄이야! 곱빼기로 하나 주문할게!”

당황한 탓일까. 척척 재료를 다루던 그녀의 손이 어수선하다.

“홀연히 사라져서 영영 못 볼 줄 알았지!”

그녀가 돈버거와 수정과를 건네며 묻는다.

“여긴 어쩐 일이야!”

한 입 뭉덩 베물고 씹던 그가 수정과를 마신 뒤 말을 잇는다.

“아버지가 춘천지사장으로 발령을 받았어. 내가 힘이 있어야지! 아버지가 하라면 무조건 따를 수밖에!”

“학교는······?”

“무교동에서 조센징 학생과 패싸움하다가 정학 당했어! 내년에 춘천에 고보가 생긴다고 하더라고. 한마디로 유배 온 거나 마찬가지야.”

수잔은 그의 말을 듣는 중 둥 마는 둥 하곤, 좌판에 놓인 책에 관심을 보인다. 영문으로 ‘Daimyo Democracy’란 제목이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이묘 데모크라시? 처음 듣는데······”

수잔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나카다가 무심히 책을 들어 보인다.

“정학을 당한 뒤 도쿄 본가로 돌아갔었어. 집에서 빈둥빈둥하다가 대학에 다니는 형 방에서 책을 보게 됐지. 영어공부도 할 겸해서 보고는 있는데, 뭐랄까, 좋은 내용이긴 한데, 머릿속에 딱 꽂히지는 않더라고.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그는 머쓱해 하며 머리를 긁적거린다. 책을 건네받은 수잔이 훑어보며 한 마디 던진다.

“오호! 제국주의의 사고방식에 물든 너 같은 애가 민주주의에 관심이 갖다니, 뜻밖인걸!”

“나 같은 까막눈이 뭘 알겠니? 그냥 멋으로 들고 다니는 거지! 그나저나 팥빙수가 그렇게 유명했다는데, 맛을 못 봐서 아쉽다!”

엄살을 부리는 그를 찬찬히 살피던 수잔이 뭔가 떠오른 듯 되묻는다.

“혹시······?”

목멘 듯 수정과를 마시던 그가 어깨를 으쓱한다.

“뭘······?”

“혹시, 여름 무렵에 주재소로 전화한 적 있어?”

나카다가 수정과를 마시다말고 그릇을 좌판에 내려놓는다. 그는 공연히 딴청을 피운다.

“무슨 소리야? 난 여기에 온 지 얼마 안 됐어! 지나가다가 ‘돈버거’란 간판이 눈에 띄어서 들어온 거라고!”

“거짓말!”

“정말이야!”

“그럼 여름에 팥빙수 판 것을 어떻게 알았어?”

“아, 그거야, 그냥 소문을 들었지. 예전에 팥빙수로 유명했다고······”

그가 얼버무리자 수잔이 매섭게 쏘아붙인다.

“내 인생에 어쭙잖게 끼어들 생각이라면 오산이야! 난, 너 잊은 지 오래됐어! 다시는 찾아오지 마!”


두 사람이 신경전을 벌일 즈음 천막이 열리면서 목발을 짚은 인서가 들어선다.

“힘들었지?”

“아······, 니······”

수잔이 머뭇거리는 순간 나카다가 등을 돌려 나간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터라 인서는 나카다를 첫눈에 알아보지 못한다.

“손님, 책을 놓고 가셨네요!”

좌판 위에 놓인 책을 들어서 건네는 순간 인서의 손이 파르르 떨린다.

“용산고보에 다니던······”

인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카다는 책을 받곤 고개를 숙인다.

“사람 잘못 봤습니다. 그럼, 이만!”

그가 나간 뒤 인서가 수잔에게 묻는다.

“나카다랑 너무 닮았는데?”

“엉뚱하긴! 경성에 있는 사람이 여기에 무슨 일로?”

수잔은 서둘러 좌판을 정리한다.




170.


휘황찬란한 불빛과 간드러진 노랫소리나 넘실거리는 춘천옥은 멀리서 보면 마치 기와지붕이 푸르스름한 기운을 품어 고래가 숨을 고르는 것처럼 보인다.

솟을대문의 양 옆으로 자동차와 인력거들이 즐비하다. 막 도착한 인력거에서 타이요우가 내린다. 그는 집사의 안내를 받으며 솟을대문을 지나쳐 안채로 향한다.

헌병대장 카이토 중좌와 전임 지사장 요다가 동양척식회사의 춘천지사장으로 부임한 혼다 쇼를 위해 마련한 술자리가 질펀하게 벌어진다. 타이요우가 들어서자 카이토가 신임 지사장에게 소개한다.


“아카키 형사입니다. 춘천의 숨은 실력자죠! 타이요우 아카키!”

“하이!”

“새로 부임한 혼다 지사장이시다.”

“전에 전화를 주셔서 놀랐습니다. 아무쪼록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타이요우가 넙죽 엎드려 인사를 한다. 자리에 앉기를 기다린 혼다가 그에게 알은체한다.

“듣던 바대로 아카키 형사한테 연락하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더군요. 하하핫!”

카이토와 요다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본다. 그러곤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제가 부탁할 일이 있어서 연락한 적이 있습니다. 자, 후배가 선배님들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

혼다가 요다와 카이토에게 정중히 술을 따른다. 그런 다음 한 손으로 타이요우의 술잔에 술을 붓는다. 네 사람은 ‘일본천황만세’를 외치며 잔을 비운다.

“자······, 자! 성원이 된 관계로 풍악을 울리겠습니다. 윌향아! 뭐 하냐? 어서 들라 해라!”

카이토가 걸걸한 목소리로 재촉한다. 기생들이 조르르 들어와 손님 옆에 앉는다. 청아한 가야금 소리를 뒤로하고 카이토와 요다가 기생을 품에 안고 춤을 추기 시작한. 혼다는 타이요우를 불러 옆에 앉힌다.

“수잔이란 아이는 미국 영사의 딸이다.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거야!”

“영사라면······?”

타이요우는 의심쩍은 눈으로 혼다를 본다.

“미국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지! 사사건건 시위대 편을 들어 총독부에서도 골칫거리로 여기는 인물일세.”

“그럼, 제 나라로 추방하면 되지 않습니까?”

“무식하긴······. 국제 정치라는 게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게 아닐세!”

면박을 당한 타이요우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혼다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곤 속삭인다.

“내년에 춘천고보가 설립된다네. 우리 아들놈이 입학하게 되어있어. 자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네. 잘 부탁해!”

그가 잔에 술을 가득 붓는다. 타이요우가 공손히 받아 뒤돌아서며 마신다.

“그런데 경성에 있어야 할 영사의 딸이 여기엔 왜 왔을까요?”

타이요우가 궁금증을 드러내자 혼다가 나직이 귀띔한다.

“아들놈이 한때 좋아했던 모양인데······. 나도 그게 궁금하긴 해! 자네가 뒤를 좀 캐주게!”

“흠······.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그거라면 춘천 바닥에서 저를 따라올 자가 없습죠!”


타이요우는 가야금 연주에 맞춰 흥을 돋는 기생의 춤사위를 본체만체한다. 번뜩이는 그의 눈매가 맹탕 허공을 휘젓는다.



171.


나카다가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찻집에서 창가 쪽에 비스듬히 앉아 책을 보고 있다. 무료했던지 턱을 괴고 있던 그가 창밖으로 한눈을 판다. 달구지를 타고 지나가던 수잔을 발견한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러곤 찻집을 뛰쳐나가 몰래 수레 뒤를 밀기 시작한다. 이상한 낌새를 차린 그녀가 뒤를 돌아본다. 그는 가지런한 치열을 살짝 드러내며 샐쭉 웃는다.


“경성 제일의 멋쟁이 숙녀께서 수레를 다 몰다니, 보고도 못 믿겠는걸!”

“칫! 겉치레가 뭐가 중한데? 난 이래봬도 실용주의의 거두, 존 듀이 교수님한테 사사받은 몸이라고?”

“존 듀이의 제자라고?”

나카다가 귀를 의심하며 되묻는다.

“껄렁껄렁, 무도회장만 다닌 애가 언급할 분이 아닌데?”

수레에서 짐을 꺼내 좌판을 벌이는 수잔이 성가신 듯 툭 내뱉는다. 의자를 나르던 나카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1919년 동경대학에서 공개 토론회가 있었어. 실용주의를 확립한 교수가 초빙되었다는 말에 만사를 제쳐두고 갔었지. 존 듀이! 그의 강연을 듣는 내내 뭔가 뇌리 깊은 곳에 엉켜있던 실타래가 풀리는 것만 같았어. 뭐라고 설명할까? 마치 풀리지 않은 숙제를 해결한 느낌?”

그가 혼잣말로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동안 수잔이 귀를 쫑긋 세운다.

“사실 일본 사회는 군국주의가 득세하는 가운데 개성과 자유를 주장하는 민주주의 세력이 탄압을 받아 온 것이 사실이야. 그래서 ‘다이묘 민주주의’도 태동한 것이고. 그런 와중에 존 듀이 교수의 강연은 신세대들에게 가뭄에 단비나 마찬가지였던 셈이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안을 제시하는 철학이라! 나도 존 듀이 교수님의 강연을 듣고 실용주의에 눈을 뜨게 됐어.”

어느새 팔짱을 낀 채 말을 경청하던 수잔이 따지듯 묻는다.

“그래서 네가 느낀 실용주의란 뭔데?”

“실용주의라? 음······,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개인은 더 나은 삶을 추구할 테고······, 그렇다면 모든 구성원이 만족할 만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실용주의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봐.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소수의 극우파 정치가에 의한 결정보다는 국민 개개인의 의사가 반영되는 민주주의적인 절차가 보장되어야겠지.”

고개를 주억거리던 수잔이 반론을 가한다.

“천황을 등에 업은 군 출신의 엘리트와 귀족은 줄곧 다수가 지배하는 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파당과 부패에 발목이 잡혀 망할 것이라며 비판해왔잖아. 과연 그런 경직된 군국주의사회에서 서구의 자유와 평등사상이 인정될 수 있을까? 난 단호히 반대하는 데에 한 표! 한국에서 시행되는 총독부의 각종 정책을 보더라도 군국주의에 빠진 일본 정부의 속셈을 간파할 수 있어!”

나카다는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인 뒤 제 의견을 제시한다.

“물론 당장에 바뀔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아직 일부이긴 하지만 지식층과 젊은이 사이에서 ‘다이묘 민주주의운동’이 확산하면서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강조하는 민주주의의 이념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 물론 ‘다이묘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현장에는 언제나 경찰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주동자들을 모조리 체포했지. 우리 형도 체포되고 강제 징집당해 만주로 발령 났고, 그나마 난 겨우 아버지의 도움으로 조선으로 건너오게 된 거야.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잖아? 탄압이 심해질수록 앞으로 저항의 수위도 더 높아질 게 분명해.”

“너 많이 변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더니, 제법인걸!”

수잔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나카다는 샐쭉거리며 대꾸한다.

“사람은 시류에 맞게 변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그게 동물이지, 사람이니? 하하!”

수잔은 그의 넉살에 차마 웃고 만다.

“맞다, 맞아! 사람이 변해야 세상이 바뀌지!”


두 사람이 일정 거리를 두고 어색하게 웃고 있는데, 지나가던 차가 멈춘다. 타이요우가 창문을 내리고 고개를 내민다. 그러곤 수잔을 향해 손가락질한다.


“아잇! 재수 없어!”

“누군데?”

“넌 신경 쓸 거 없어!”

수잔이 허리를 곧추세우고 당당하게 차 쪽으로 걸어간다.

“미천골에 가는 길인데, 마침 잘 됐군! 인서는 잘 있지?”

타이요우가 구리텁텁한 구취를 풍기며 거들먹거린다. 수잔이 그동안 쌓인 불만을 털어놓는다.

“당신이 뭔데, 사람을 오라 가라 손짓하는 거죠? 그리고 왜 나한테 인서의 안부를 물어요? 불쾌하네요.”

“예쁜 아가씨가 그러면 쓰나? 역시 뼈대 있는 영사님의 따님이라서 고개가 뻣뻣하군! 잔소리 말고 내일 인서와 같이 경찰서로 당장 출두해!”

흠칫 놀란 수잔 앞으로 타이요우가 서류 한 장을 휙 던진다. 차가 지나가면서 그녀의 옷에 흙탕물이 튄다. 수잔은 차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내보인다. 그러곤 허리를 숙이고 서류를 줍는다.

나카다가 다가와 묻는다.

“저 사람 누군데, 왜 이렇게 무례하게 굴어?”

“누구는 누구겠니! 총독부 앞잡이 노릇하는 형사놈이지!”


나카다는 점방으로 돌아가는 수잔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의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차오른다. 잊힌 줄 알았던 첫사랑에 대한 기억과 연민이 교차한 듯 그는 질끈 아랫입술을 깨물고 달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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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131화 차관협정(借款協定) +2 19.07.05 98 1 14쪽
130 130화 반공포로석방 +1 19.07.01 112 2 13쪽
129 129화 한일회담 +1 19.06.29 110 2 15쪽
128 128화 폭탄테러 +1 19.06.26 120 2 13쪽
127 127화 카츄샤 +1 19.06.24 107 2 13쪽
126 126화 의사 왕룽 +1 19.06.23 106 3 17쪽
125 125화 빅터 한 재단 +2 19.06.19 116 3 13쪽
124 124화 인천상륙작전 +1 19.06.13 143 2 15쪽
123 123화 메모리 가든 +1 19.06.12 114 2 15쪽
122 122화 겹생 +3 19.06.10 112 2 16쪽
121 121화 하와이 +1 19.06.07 121 3 14쪽
120 120화 소령 맥나마라 +4 19.06.06 126 2 15쪽
119 119화 한초희 +1 19.06.05 130 2 14쪽
118 118화 맥아더 원수 +1 19.06.04 123 2 14쪽
117 117화 기만방송 +1 19.06.03 120 2 13쪽
116 116화 코리안 커넥션 +1 19.06.01 131 2 12쪽
115 115화 잠수함 +1 19.05.30 174 2 13쪽
114 114화 6.25 전쟁 +1 19.05.29 147 2 12쪽
113 113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특명 1호 ‘폭풍’ +1 19.05.21 128 2 11쪽
112 112화 금괴수송작전 +1 19.05.19 166 2 10쪽
111 111화 '암호명 A-1' +1 19.05.18 120 2 13쪽
110 110화 악연(惡緣) +1 19.05.17 120 2 14쪽
109 109화 마지막 미션 +1 19.05.16 120 2 12쪽
108 108화 애치슨 라인 +1 19.05.15 118 2 12쪽
107 107화 연적(戀敵) +1 19.05.15 137 2 12쪽
106 106화 독살(毒殺) +1 19.05.14 132 2 12쪽
105 105화 마돈나 다방 +2 19.05.13 137 2 15쪽
104 104화 한국은행 +1 19.05.11 138 2 14쪽
103 103화 비밀거래 +1 19.05.10 161 2 12쪽
102 102화 남미이주작전 +1 19.05.10 155 2 13쪽
101 101화 트루먼 독트린 +1 19.05.10 126 2 11쪽
100 100화 숙명의 라이벌 +1 19.05.10 132 3 18쪽
99 99화 Jane Doe +2 19.05.10 131 2 13쪽
98 98화 앙숙, 이승만과 김구 +1 19.05.10 130 2 12쪽
97 97화 반도호텔 +1 19.05.10 126 2 13쪽
96 96화 좌익과 우익 +1 19.05.09 126 2 13쪽
95 95화 조선인민공화국 +1 19.05.09 131 2 17쪽
94 94화 일본패망(日本敗亡) +1 19.05.09 137 2 12쪽
93 93화 원자폭탄 +1 19.05.09 127 2 13쪽
92 92화 김일성 +1 19.05.09 134 1 14쪽
91 91화 독수리 작전 +1 19.05.09 132 1 14쪽
90 90화 이승만 +1 19.05.09 120 1 14쪽
89 89화 비밀요원 나타샤 +1 19.05.09 114 2 15쪽
88 88화 OSS(미국전략사무국) +2 19.05.09 121 2 16쪽
87 87화 승전(勝戰) +1 19.05.09 114 2 14쪽
86 86화 진주만공습 +1 19.05.08 116 1 16쪽
85 85화 갈라예프 +2 19.05.08 115 2 16쪽
84 84화 채권(債券) +1 19.05.08 120 2 11쪽
83 83화 다카키 마사오 +1 19.05.08 133 2 12쪽
82 82화 광복군(光復軍) +1 19.05.08 114 2 13쪽
81 81화 육군정보학교 +2 19.05.08 115 2 11쪽
80 80화 홍콩행 +1 19.05.07 123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113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112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111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116 3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121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115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110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110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110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110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112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118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113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113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113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112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113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123 2 15쪽
61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114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113 2 13쪽
59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118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112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115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113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112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113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113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117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117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120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114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118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117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116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110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111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113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121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121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118 3 30쪽
39 39화 빅터 한 +1 19.04.25 122 3 49쪽
38 38화 박진만 +2 19.04.25 131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138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135 3 49쪽
35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137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133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131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134 3 47쪽
31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160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135 4 46쪽
29 29화 출산(出産) +3 19.04.20 145 4 43쪽
28 28화 밀항(密航) +2 19.04.20 134 4 45쪽
27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135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141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152 4 39쪽
»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141 5 44쪽
23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144 4 46쪽
22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147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146 5 49쪽
20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150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160 3 49쪽
18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165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161 4 49쪽
16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165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177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187 3 37쪽
13 13화 결혼(結婚) +3 19.04.12 267 6 42쪽
12 12화 돈버거 +9 19.04.12 245 7 44쪽
11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271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294 8 42쪽
9 9화 낙향(落鄕) +4 19.04.10 311 8 42쪽
8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324 9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378 12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381 12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430 13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525 11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645 12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942 13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1,821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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