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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완결

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최근연재일 :
2019.07.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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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9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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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3쪽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님의 침묵




DUMMY

199.


책상에 다리를 걸친 채 담배를 피우는 경찰서장이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타이요우를 다그친다.


“도대체 민간인사찰은 건성으로 하는 건가? 춘천고보의 자랑인 유도부가 조선학생의 택견부한테 망신을 당했다는 소식이 파다하네.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히로시의 물음에 바짝 긴장한 타이요우가 전전긍긍하며 간신히 변명을 늘어놓는다.

“주동자를 특정해두었습니다. 명령만 내리시면 당장 체포해서 본때를 보이겠습니다.”

히로시는 담배를 비벼 끈 뒤 손사래를 친다.

“문명통치를 내세우는 마당에 그러면 쓰나? 택견부를 이끄는 녀석이 한경덕의 아들이라며?”

“춘천에서 제일 골칫덩이 집안입죠!”

“단지 철부지 학생들의 패싸움으로 치부하기에는 자존심이 용납지 않아! 내 아들이 그 학교의 선도부장이 아닌가? 더는 조센징이 활개 치지 못하도록 조선학생의 교내활동을 금지하도록 교장한테 조치를 취했네! 대대로 불령선인의 피를 물려받은 악질을 더 이상 두고 볼 순 없지.”

“밀정을 붙여 철저히 감시토록 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히로시가 응접실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러곤 멜빵을 만지작거리며 능청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오늘 목도 칼칼한데, 간만에 춘천옥에서······”

질책을 만회하려는 듯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타이요우가 아부를 떤다.

“경성에서 새로 온 큰 애기가 가히 압권이라고 들었습니다. 얼굴이 갸름하고 허리가 잘록한데다가 젖가슴도 봉긋하여 금강산과 필적할 만하다고 합니다. 서장님의 취향에 제격이라고 사료됩니다. 당장 대령시키겠습니다.”

“쯧쯧쯧······”

서장이 혀를 차며 그를 노려보다. 성적 취향까지 언급한 것이 빈축을 산 듯하다. 타이요우가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하고 맹탕 허공을 바라본다.

“격무에 시달리는 나를 위해 자네가 위로하는 걸로 치겠네.”

히로시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음흉한 미소를 흘린다. 눈치를 보던 타이요우가 비로소 한숨을 돌린다.

“이르다 뿐입니까? 격무에는 분내 폴폴 나는 큰 애기가 따르는 위로주가 최고지요. 오늘밤은 제게 맡겨주십시오.”

자신감에 충만한 그가 나직이 속삭인다.

“특별히 안채에 아무도 들이지 말도록 조치하겠습니다.”

“하하핫! 벌써 밤이 그리워지는군!”

히로시는 수화기를 들고 비서를 호출한다. 비서가 노크를 한 뒤 서장실로 들어온다.

“관사에 전화하게. 비상경계령 때문에 철야해야 한다고. 그리고 자네도 퇴근하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비서가 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히로시가 아랫배를 쿨렁거리며 호탕하게 웃는다. 타이요우는 비위를 맞추느라 진땀을 뺀다.




200.


거센 바람이 휑한 운동장을 휩쓸고 지나간다. 제멋대로 나뒹구는 낙엽들이 허공에 치솟아 정처 없이 떠다닌다. 메마른 바깥 공기와는 달리 더벅머리 청년들이 빼꼭한 교실은 성장기의 호르몬이 확산되어 단내가 폴폴 난다.

주눅이 든 학생들이 교단을 서성거리는 교사를 주목한다. 장교 복장에 장도까지 찬 훈육 교사 쥰페이는 일장기를 가리키며 황국신민으로 살아가야 할 의무와 사명에 대하여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매사에 한눈을 팔지 않는 인호였지만 이 시간만 되면 어찌 된 일인지 자세가 흐트러지고 주의가 산만해지기 일쑤다. 앙상한 나뭇가지가 바람결에 따라 창가에 부딪는다. 저만치 황량한 민둥산을 바라보던 그에게 쥰페이가 다가간다.


“한 군! 지금 무슨 시간이지?”

인호는 얼마간 쥰페이와 시선을 교환한다. 쥰페이의 눈이 번뜩인다.

“지금 나한테 대항하는 건가?”

인호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다. 몹시 화가 난 교사는 뒤돌아서며 큰 소리로 명령한다.

“한인호! 방과 후에 검도장으로 오도록!”


인적이 뜸한 교정은 을씨년스럽다. 교실을 빠져나온 인호는 무심히 검도장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도장 안에는 죽도를 앞에 놓고 호구(護具)로 무장한 쥰페이가 좌정하고 있다. ‘삐걱’ 소리가 나며 문이 열린다. 인호는 발뒤꿈치를 끌면서 헛기침을 한다. 그는 천장에 공명된 기침소리가 의외로 크게 들리자 짐짓 놀란다.

마룻바닥은 얼음장보다 더 차갑다. 냉기가 뼛속 깊숙이 파고든다. 그가 호구로 무장한 쥰페이 앞에 멈춘다. 묵묵히 눈을 감고 있던 쥰페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라를 찾고 싶은가?”

생뚱맞은 질문에 그는 딱히 할 말을 잊는다.

“나라를 찾기 위해선 힘을 길러야 한다. 상념에 젖은 나약함으로 어찌 나라를 되찾겠단 말인가! 네가 진정으로 나라를 되찾고 싶다면 나를 이 바닥에 쓰러뜨려라!”

말이 끝나자마자 쥰페이는 반들반들한 바닥 위를 맨발로 사뿐사뿐 내딛는다. 그러곤 잰 손놀림으로 상대의 정수리를 톡톡 건드린다.

“당하고만 있을 건가? 방어를 하든지, 공격을 하든지, 해 봐!”


무방비상태로 맞던 그가 뒷걸음질을 치자 쥰페이는 상단세를 취하며 정확히 머리와 목덜미를 연달아 가격한다. 가만히 제자리에 서 있을 뿐 인호는 어떤 대응도 하지 않는다. 마치 짚단을 상대로 공격하는 자세가 십여 차례 이어진다.

쥰페이가 기합을 넣는 소리가 체육관에 쩌렁쩌렁 울린다. 가슴 쪽으로 찌르기 공격이 들어오는 순간 인호의 숨이 멎는다. 간신히 피한 그는 만신창이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무릎을 꿇지 않겠다고 내심 다짐한다. 그는 비트적거리면서도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한다. 어느새 두 주먹을 불끈 쥔 그가 이를 부들부들 떨면서 홉뜬 눈으로 쥰페이를 노려본다.


“하룻강아지 같은 놈! 뒷발차기로 나카다를 쓰러뜨렸던 그 무술을 쓰란 말이다!”

죽도를 높이 쳐든 그가 내려치려는 순간 참았던 인호가 사자후(獅子吼)를 터트린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고 배웠습니다. 한 번 스승과 제자의 연으로 맺은 이상 스승을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분이 풀릴 때까지 때리십시오. 맞겠습니다.”

제자의 결기에 놀란 탓일까. 상단세의 최고점에서 죽도를 거머쥔 양손이 바르르 떨린다.

“난 너의 그런 태도가 싫다! 덤빌 용기도 없으면서 결코 순응하지도 않는 미련한 인내심! 일본이 만주까지 진출하며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뭔지 아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조선과 달리 우리한테는 범도 꼼짝 못 하게 하는 ‘일격필살’의 전술과 ‘필사즉생’의 전략이 있다. 그러나 너희 조센징은 툭하면 불평불만만 쏟아내고 개기기만 하지. 난 일본인이든 조센징이든 구별하지 않고 제자로 받아들인다. 단, 용기가 없고 나약한 자는 내 제자가 될 자격이 없다! 명심하라! 나라를 되찾고 싶거든 필사즉생을 외친 조선의 명장, 이순신을 닮아라!”

이윽고 쥰페이의 죽도가 아래로 향한다. 대련을 그만두겠다는 의사표시다. 그는 탈의실로 향한다. 인호만이 휑한 도장에 홀로 남겨진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바닥에 흥건하다.




201.


길을 걷던 인호가 당산나무 아래 빼꼭하게 모인 주민들의 곁을 지나친다. 동백기름을 발라 머리를 빗어 넘긴 사내가 콧수염을 움찔거리며 열변을 토하고 있다.


“이까짓 것이 어디 사람 사는 집이랍니까?”

그는 건너편 초가집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어디 손바닥만 한 땅뙈기가 농토라고 할 수 있겠냔 말입니다!”

이번에는 그의 손가락이 구불구불한 밭고랑을 지적한다. 마침 질펀한 땅에 박혀 오도 가도 못 하는 소와 씨름하는 농부가 허리를 펴고 한숨을 쉬고 있다. 그가 큼지막한 사진을 펼치자 앞줄에서 탄성이 터진다. 뒷줄에 있는 사람들은 깨금발을 딛고 사진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여기가 바로 만주라는 곳입니다. 보시다시피 이런 대궐 같은 집에서 하루 삼시 세끼 등 따습게 먹을 수 있고, 또 농토는 이토록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드넓습니다. 이번에 저희 인력송출회사에서는 단 한 푼도 받지 않고 주택과 땅을 무상으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이주비까지 특별히 지급하기로 했으니까 관심 있는 분들은 군청으로 와서 이주신청서를 작성만 하면 됩니다. 자, 궁금한 점이 있으면······”


모집책은 호기심이 동한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말을 잊지 못한다. 광경을 지켜보던 인호는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누렁이가 대문으로 들어선 인호에게 다가가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부엌에서 상을 들고 나오던 미라가 누렁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인호를 발견한다.


“일찍 왔네. 어서 손 씻고 들어와.”

“네!”

경덕이 안채로 들어온 인호를 의아하게 바라본다.

“점심을 같이 먹은 게 하도 오래돼서 새까맣구나.”

“죄송합니다, 아버지!”

사진을 보는 미라를 곁에 두고 부자가 머리를 맞대고 밥을 먹는다. 인호가 미라를 보곤 말을 건넨다.

“어머니, 사진 닳겠어요. 국 식기 전에 드시고 나중에 보세요.”

“일없다. 나는 산해진미도 부럽지 않고, 임금 수라상도 눈에 차지도 않아. 이 아이만 보고 있으면 모든 걱정도 눈 녹듯 사라지니, 어쩌면 좋누!”

미라의 눈시울은 어느새 그렁그렁하다.

“요즈음 부쩍 늦게 귀가하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게야?”

경덕이 숭늉을 홀짝거리며 묻는다.

“당분간 늦을 거예요.”

인호는 경덕의 눈치를 살피곤 말을 덧붙인다.

“며칠 동안 집을 비울 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경덕이 고개를 숙인 채 밥을 먹는 인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의 눈가에 수심이 가득하다.

“요새 모집책이 들쑤시고 다니는 통에 마을 인심이 예전 같지 않구나. 도회지에서는 자원입대자를 모집한다는데, 학교에는 별일 없느냐?”

“이틀이 멀다하고 장교와 찾아오곤 해요. 벌써 십여 명이 관동군에 지원했어요. 참, 오는 길에 봤더니, 당산나무에서도 모집책이 연설을 하고 있더라고요.”

“나라 잃은 백성이 오죽하면 허허벌판으로 떠나겠느냐마는······, 집과 땅을 무상으로 준다는데, 어디 그것이 공짜겠느냐?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그들의 감언이설에 속는 순박한 주민들이 불쌍한 따름이다.”

입맛을 잃은 듯 경덕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한숨을 내쉰다. 침울한 분위기를 바꿀 요량으로 미라가 나선다.

“인호야! 얘는 누굴 더 닮은 것 같니?”

요리조리 사진을 뜯어보던 그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참, 그 녀석 누구 집 자식인지 잘 생겼네요. 콧날이 오뚝한 건 틀림없이 제 엄마를 닮았고, 툭 튀어나온 앞짱구는 제 아빠를 닮았는데······. 확실히 다부지게 앙다문 입가는 아버님을 쏙 뺐네요. 그리고 서글서글한 눈매로 볼 때 조카는 천생 어머니의 손주가 확실합니다.”

“그렇지? 우리 집 자손 맞지?”

“그럼요. 서양인의 피가 섞였다손 치더라도 한 씨 가문의 피가 어디 간답니까? 하하!”

인호의 너스레를 듣던 부부가 환하게 웃는다.

“인서가 많이 걱정할 텐데, 우리도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할 방법이 없을까?”

걱정하는 미라를 보곤 경덕이 위로를 한다.

“무소식이 희소식이지라 하잖소. 괜히 나서면 아이들한테 동티가 날 수도 있으니, 더 두고 봅시다.”

“두 분 모두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가끔 기독교인들을 뵐 기회가 있으니까 방법을 찾아볼게요.”


모처럼 세 식구가 모여 담소를 나눈다. 싸리문 밖에서 허리를 낮춘 밀정이 집안을 기웃거리다가 그만 누렁이에게 다리를 물린다. 밀정은 다리를 절룩거리며 이내 종적을 감춘다.




202.


어느덧 1925년의 새해가 밝는다. 중위로 진급한 쥰페이는 관동군 헌병대사령부로 배속되어 전출을 명받는다. 눈발이 나붓나붓 날리는 연천역에 춘천고보의 학생들이 플랫폼에서 대기하고 있다. 정복을 입고 쥰페이가 등장하자 나카다와 미나토가 학생을 대표해서 꽃다발과 감사패를 전달한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나카다가 쥰페이와 악수를 나눈다.

“선생님의 사무라이 정신을 이어 받겠습니다.”

쥰페이가 미나토의 어깨를 다독인다.

“내 인생에서 제군들과 나눈 시간은 절대 잊을 수 없다. 앞으로 일본제국의 동량으로 태어나서 다시 만나자!”


쥰페이가 짧은 답사를 남긴다. 학생들이 그를 번쩍 들어 헹가래를 친다. 학생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그가 객차에 올라탄다. 시동을 건 기차가 기적과 함께 연기를 내뿜으며 예열을 하기 시작한다.

기차가 철로를 미끄러져 나갈 즈음 학생들이 역사를 빠져나간다. 휑한 역사를 둘러보는 쥰페이의 눈가에 아쉬움이 역력하다. 그가 막 뒤돌아서는 순간 먼발치에서 기척이 들린다.


“선생님, 선생님!”

인호가 플랫폼을 벗어나는 열차를 향해 달려온다. 인호를 발견한 그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선생님! 한 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입니다. 그동안 남자의 자격을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군인은 적과 아군으로 나뉜다. 그러나 스승과 제자는 설령 적일지라도 서로에게 적대적일 수는 없다. 자네의 의지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필사즉생’의 정신! 가슴 깊이 명심하겠습니다.”


인호와 쥰페이가 움직이는 열차 창가로 손을 뻗어 악수를 나눈다. 잔뜩 기세가 오른 기차는 마지막 포효를 내뿜곤 선로를 박차고 나간다.





203.


1924년 5월 19일 조선총독부의 간담을 서늘케 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한다. 임시정부의 참의부 소속 13명의 특공대는 압록강 기슭에 매복한다. 함경도와 평안도를 순시 중이던 사이토 마코토 총독 일행이 탄 배 두 척이 압록강을 거슬러 오른다. 특공대를 이끄는 소대장 장창헌의 모젤 권총이 불을 뿜는 것을 기화로 대원들이 일제히 총을 난사한다.

총독 순시선이 불시에 기습공격을 당한 그날 이후 총독부는 독립군의 국내진공작전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비상경계령을 내린다. 삼엄한 경계령에도 불구하고 1924년도에 국내진공작전은 총 560여 차례나 발생한다. 가뜩이나 무장독립군의 빈번한 출몰로 신경이 곤두선 총독부는 1925년의 봄이 다가오자 전국에 ‘갑호(甲號) 비상경계령(非常警戒令)’을 선포한다.


겨우내 언 땅이 녹으면서 새싹을 움 틔우듯이, 춘천에서도 춘투의 바람은 시나브로 달아오른다. 3월 1일을 앞둔 춘천 경찰서는 자체적으로 최상위의 경비태세를 갖추고 요주의 인물에 대한 사찰과 민심 동향 파악에 전 병력을 투입한다.

타이요우가 지휘하는 대책반의 사무실은 드나드는 형사와 순사들로 분주하다. 진구가 서류 뭉텅이를 들고 나타나 주변에 돌린다. 뒤미처 대책회의가 곧바로 시작된다.


“노동자들과 소작농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내부에 침입한 밀정에 따르면 근래 들어 노동자와 소작농의 대표가 주재하는 간부급 회의가 빈번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민단체와 종교단체 등이 나서 독립자금을 모금한다는 정보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진구의 보고를 듣는 내내 바짝 턱을 끌어당긴 타이요우가 오른손의 검지를 까딱거린다.

“학생들의 동향은 어떤가?”

“춘천고보와 춘천농고 그리고 야학단체에 심어둔 끄나풀의 말로는 별다른 특이사항은 관찰된 바가 없다고 합니다. 아마도 봄방학 중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타이요우가 상황판 앞을 서성거린다.

“별다른 조짐이 없을 리가 있나. 몸이 근질근질한 쥐새끼들이 어디 방학이라고 쉬고 있을라고? 천만의 말씀······, 쥐새끼들이 연막작전을 쓰는 게 분명해! 만약 이번 춘투가 벌어진다면 학생들이 주축이 될 것이 확실하다! 밀정들을 총동원해서 학생들을 면밀히 감시하도록!”

타이요우가 상황판을 힘껏 친다. 놀란 뭇시선이 눈동자를 깜박거리며 엉거주춤한다.

“여기서 이렇게 멀뚱멀뚱하고 있으면, 어디 쥐새끼들이 제 발로 기어들어 온단 말인가? 당장 나가서 쥐새끼들을 박멸할 묘책을 찾아와!”


소스라치게 놀란 형사들이 황급히 빠져나간다. 타이요우와 진구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상황판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타이요우가 분필로 인호의 이름을 긁적인다.

“한인호! 이놈한테는 특별전담반을 붙여! 이놈이 움직이면 곧 춘투가 가까워졌다는 걸 의미하니까. 각별히 신경 쓰도록 해!”

“당장 시행하겠습니다.”




204.


마침내 춘투(春鬪)의 서막이 오른다. 동맹파업을 하루 앞둔 저잣거리는 평상시처럼 이문을 남기려는 상인과 에누리를 깎으려는 손님의 흥정으로 왁자지껄하다. 시장 어귀로 들어선 인호 뒤로 사내 서너 명이 딴청을 피우며 따라붙는다.

어물전 앞을 서성이던 조합대표와 포목점에서 치마를 매만지는 야학대표, 대장간을 기웃거리는 불교청년회장, 그리고 성경책을 들고 상인과 인사를 나누는 목사 언저리에도 염탐꾼들이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그림자처럼 뒤쫓는다.

폭풍 전야를 앞둔 시장통은 평온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놓치지 않으려는 자와 따돌리려는 자의 불안한 긴장감이 잉걸불에 달궈진 숯가마처럼 맹렬한 기세로 끌어 오른다. 평온을 가장한 긴장은 봄을 맞아 풍년을 기원하는 남사당패가 등장하면서 와르르 무너진다.


현장에서 사복경찰과 밀정들을 지휘하던 진구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가 부하를 다그친다.

“아니, 저것들이 여긴 웬일이야?”

부하가 무심히 대꾸한다.

“시장 상조회에서 봄을 맞아 액을 쫓기 위해 부른 모양입니다.”

꼭두쇠의 꽹과리를 필두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 적힌 깃발을 따라 풍물패가 요란한 장단을 맞추며 길을 낸다. 뒤미처 샌님, 취발이, 말뚝이, 먹중, 꺽쇠 등의 탈을 쓴 단원들이 차례대로 등장한다. 구경꾼들이 구름떼처럼 그 뒤를 따른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려도 유분수지! 당장 저것들을 시장에서 내쫓아!”


진구의 명을 받은 부하가 호루라기를 불며 손을 내젓는다. 경찰들이 시장 양쪽에서 득달같이 달려든다. 어느새 시장 한복판은 남사당패와 구경꾼들이 한데 뒤엉켜 신명 난 춤판이 벌어진다.

꽹과리와 북, 징, 장구, 날라리, 땡각을 손에 쥔 잽이들이 서로 호응하며 합주한다. 한바탕 우레에 같은 소리가 최고조에 다다들 즈음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는 가뭇없이 묻힌다.

구경꾼 틈에서 홀로 서 있는 인호 곁으로 시장을 서성거리던 시민대표들이 용케 모여든다. 먼발치에서 인호를 발견한 진구가 호루라기를 불며 손짓으로 지시를 내린다. 하지만 버나쇠의 막대 위에서 돌아가는 사발과 풍물패가 돌리는 현란한 상모에 가려 보일 듯 말 듯하다.

경찰들이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접선을 끝낸 시민대표들은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춘다. 결국 남사당패는 경찰들에게 쫓겨난다. 휑한 빈자리에 홀로 선 진구가 황망한 표정을 지으며 수하들에게 분풀이를 한다.


“시장을 뒤덮어서라도 찾아내! 하늘로 솟은 것도 아닐 테고, 땅으로 꺼지지 않은 이상, 해가 지기 전에 당장 잡아오란 말이다!”




205.


병원을 다녀온 후 용만은 인서에 대하여 깊은 인상을 받는다. 그는 ‘3·1만세운동’을 다룬 해외기사는 물론 일본의 신문까지 모조리 입수하여 당시의 기록을 검토한다. 산더미처럼 쌓인 신문을 밤새도록 검토하던 중에 그가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 함성을 지른다.

경성에서 일어난 ‘3·1만세운동’을 폭거로 규정한 일본의 신문 가운데 기사 두 줄이 그의 눈을 사로잡는다.


‘독립선언문 낭독자로 추정되는 인물, 헌병대의 총격을 받고 정동으로 잠적’

‘부상당한 낭독자, 추적 실패! 혈흔만 남겨놓고 행방불명!’


기사를 본 그는 확신에 찬 듯 병원 주위를 배회한다. 완고한 인서보다는 상냥한 수잔을 인터뷰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로비에서 기웃거리던 그가 병원을 나서는 수잔을 뒤쫓는다. 인근 상점에서 꽃을 사들고 나오는 그녀를 기다리던 그가 지나가는 척하며 접근한다.


“아, 누구시더라? 어디서 뵌 적이 있는데······?”

눈썰미가 좋은 그녀가 그를 모를 리 없다.

“전에 남편 병실에 잘못 찾아온 분 아니신가요?”

“아, 맞다! 병실에서 뵌 적이 있군요.”

“병실은 찾으셨나요?”

“아직······”

이상한 낌새를 차린 수잔이 적의를 드러낸다.

“혹시 일본영사관 쪽 사람이나 기자 아닙니까?”

가까스로 얻은 기회를 놓칠 것을 우려한 그가 방향을 선회한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미국 정부의 직인이 찍힌 주민증을 건넨다. 주민증을 건네받은 수잔은 출신국가 항목에서 선명한 ‘KOREA’란 문자를 발견하곤 안도한다. 그러나 아직도 석연치 않은 듯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런데, 왜, 그이를 찾는 거죠?”

“민족의 영웅이니까요!”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묻는 말에 곧바로 답이 돌아오자 수잔이 흠칫 놀란다.

“어떻게 아셨죠? 어느 누구한테도 발설한 적이 없는데······”

“아시다시피 하와이에는 일본인이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일본영사관에서 알게 된다면 남편의 안위는 보장할 수 없습니다.”

수잔의 민낯이 점점 어두워진다.

“민족의 영웅은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용만은 ‘신한국보(新韓國報)’의 명함을 건네면서 자신을 소개한다.

“‘대한인국민회(大韓人國民會)’의 단장 박용만입니다. 신한국보의 주필도 겸하고 있습니다.”

명함을 본 그녀가 대꾸한다.

“신문에서 본 적 있어요. 독립자금을 모금해 학교도 짓고 본국에 송금한다고요.”

“아직 부족합니다. 남편과 같은 영웅이 필요합니다. 도와주십시오.”


결국 수잔의 마음을 돌린 용만은 그녀로부터 경성을 탈출하여 춘천과 그리고 하와이에 오게 된 저간의 사정을 듣게 된다. 그는 인서의 이야기를 ‘독립투사 망명기’란 제하로 ‘신한국보(新韓國報)’에 연재한다. ‘독립투사 망명기’는 하와이뿐만 아니라 본토에까지 크나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단, 신분 노출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최근의 동정은 여백으로 남겨둔다. 인서는 퇴원한 후 용만을 집으로 초대한다.


“자네 같은 영웅과 마주하다니······, 하와이 동포를 대표해서 감사의 뜻을 전하는 바이네!”

“가당치 않은 말씀입니다. 단장님을 포함해서 동포들의 성원으로 병원비도 해결해주셨으니, 저야말로 어떻게 감사하단 말씀을 드릴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후학에게 그 투철한 애국심을 전수해주게! 그러면 되네.”

“사탕수수농장에 곧 야학이 설립된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아주 훌륭한 생각일세.”

용만은 잠시 머뭇거린 뒤 말을 잇는다.

“아무래도 일본영사관 쪽에서 냄새를 맡은 것 같네. 자네와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동포들이 거주하는 농장 쪽으로 이사를 하는 게 어떤가?”

인서와 수잔은 얼마간 시선을 교환한 뒤 고개를 주억거린다.

“선생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인서는 용만의 결단력과 추진력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그는 어느 날 문득 나타난 그에게 적의를 드러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경로로 ‘대한인국민회(大韓人國民會)’와 ‘신한국보(新韓國報)’를 수소문한 결과, 현지의 평판과 조국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곤 ‘대조선국민군단(大朝鮮國民軍團)’의 단원이 되기로 결심한다. 특히 그가 결심을 굳히게 된 계기는 용만이 세운 ‘대조선국민군단(大朝鮮國民軍團)’이 군사학교란 데에 있다.

1914년 용만은 농장을 임대하여 군사학교를 설립했다. 동포들 가운데 청년으로 구성된 학생들은 낮에는 사탕수수를 재배하고 밤에는 학업과 군사훈련을 병행하며 독립의 날을 꿈꾼다. 130여 명에 달하는 졸업생까지 배출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폐교되는 비운을 맞이하지만, 그가 하와이에 세운 초기의 군사학교는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전설로 기억된다.




206.


산등성이를 넘은 희미한 여명이 춘천 시내에 드리운다. 목울대를 빳빳하게 세운 첫닭이 홰를 치며 1925년 3월 1일의 시작을 알린다. 건넛방에서 몰래 나온 인호가 신발을 신는다. 그러곤 마당에 넙죽 엎드려 안채를 향해 큰절을 하며 흐느낀다. 눈물을 훔친 그가 마당을 벗어날 즈음 목털을 곤두세운 수탉이 날개를 퍼덕거린다. 미라는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늘어지게 울부짖는 수탉의 울음에 잠을 깬다. 인기척을 느낀 그녀가 들창을 열어 밖을 살핀다. 휑한 마당을 두리번거리다가 섬돌에 시선이 고정되자 그녀의 민낯이 일그러진다.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그녀가 버선발로 뛰어나온다.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 앞에 선 그녀가 목을 길게 빼고 동구 밖을 살핀다. 그러나 사위는 안개에 갇혀 인호의 형체는 어렴풋이 드러낼 뿐이다.


경찰서를 포함한 관공서에는 증원된 병력이 겹겹이 경비를 서고 있고, 거리마다 바리게이트가 설치되어 행인들을 검색한다. 검문이 강화된 직후 사람들은 발길을 돌려 시내 출입을 삼간다.

지루한 시간이 시나브로 흐른다. 신참들은 완전무장을 한 채 깜빡 졸기 일쑤다. 악몽이라도 꾼 듯 곳곳에서 소스라치게 깨는 병사들이 부지기수다. 오전을 넘기면서 대열이 와해되기 시작한다. 무료함을 달랠 요량으로 군인들에게 주먹밥이 배달된다. 군인들이 교대로 끼니를 때울 즈음 서점 앞에서 잠을 자던 개가 귀를 쫑긋 세운다. 그러곤 꼬리를 내린 채 골목을 향해 사납게 짓기 시작한다.

군내의 지리를 꿰뚫고 있는 시위대는 대로가 아닌 골목길로 이동하며 추적을 따돌린다. 골목마다 쏟아져 나온 태극기 물결이 순식간에 거리를 가득 메운다. 곳곳에서 밀물처럼 불어난 시위대가 사방에서 기습을 해오자 경찰병력은 부지불식간에 포위를 당한고 만다.

의표를 찔린 경찰과 헌병대는 총구를 앞세우고 뒷걸음질을 치며 방어선을 구축한다. 경찰서를 뛰쳐나온 타이요우가 권총을 허공에 휘저으며 총을 발사한다.


“자진해산하지 않으면 폭도로 간주하여 무조건 사살하겠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자진해산하라! 현 시국은 갑호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상황이다. 더 이상의 폭력시위는 용납하지 않겠다!”

마지막 경고에도 불구하고 곡괭이와 낫을 든 노동자들과 소작인들이 포로로 잡은 헌병 세 명을 무릎 꿇린다. 쇠붙이를 높이 쳐든 동맹파업의 대표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일갈한다.

“노동자의 임금 인상안과 소작인의 농지사용료 인하안을 즉각 수용하지 않으면 결사 항전도 불사하지 않겠다!”

시위대의 함성에 주눅이 든 경찰들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위기의식을 느낀 탓일까. 얼굴에 난 상처 부위가 벌겋게 도드라진 타이요우가 입을 크게 벌려 양턱을 팽창시킨다. 몇 차례 입 주위의 근육을 쌜룩거린 후 최후통첩을 제시한다.

“당장 포로를 석방하고 해산한다면 더 이상의 책임은 묻지 않겠다.”

그가 제시한 협상안에도 시위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시위대는 대열을 유지하며 압박을 가한다. 군대가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자 타이요우가 독려한다.

“경찰서를 사수하라! 한 걸음만 움직여도 발포하라!”

뒷줄에서 누군가가 일갈한다.

“고지가 눈앞이다! 경찰서를 탈환하자!”

한껏 기세가 오른 시위대의 진영이 흐트러진다. 낫을 들고 있던 소작인이 경찰서로 돌진한다. 타이요우가 그를 향해 총구를 겨냥한다.

“더 이상의 후퇴는 없다! 발포하라!”


그의 발포 명령을 신호로 수세로 몰리던 군대는 전열을 가다듬는다. 속수무책으로 총탄 세례에 노출된 시위대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나뒹군다. 도주하던 시위대들도 표적이 되어 픽픽 쓰러진다. 경찰서가 포위됐다는 소식을 들은 미나토가 일본도로 무장한 선도부와 학생들을 이끌고 현장으로 들이닥친다. 도주하는 인호와 맞닥뜨린 미나토는 얼마간 눈빛을 교환한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오늘 제삿날인 줄 알아라! 에잇!”


잘 벼린 칼끝에 햇볕이 닿으면서 인호의 시야를 방해한다. 가까스로 몸을 피한 그가 뒤돌려차기를 한다. 발뒤꿈치가 그의 턱에 작렬한다. 공중에 붕 뜬 채로 바닥에 내동댕이친 그를 배경으로 한국학생과 일본학생 간의 패싸움이 벌어진다. 집단 난투극을 벌이는 현장으로 총탄이 빗발친다. 학생들은 싸움을 포기하고 저마다의 살길을 찾아 줄행랑을 놓기 시작한다.

삼십여 명이 즉사하고 백여 명이 부상을 입는다. 일본군의 사상자도 이십여 명을 헤아린다. 민간인에 대한 보복성 탄압이 실행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무차별 공격에 피를 본 시위대는 광폭하게 돌변한다. 춘천 인근 지역의 주재소나 관공서들이 습격을 받거나 화염에 휩싸인다.

원주에 주둔하던 병력 2개 대대가 긴급 투입되어 춘천의 치안을 강화한다. 춘천 외곽에 있는 폐광으로 은신한 시위대의 지휘부는 밤새도록 토론을 이어간다. 주재소에서 약탈한 총기를 들고 당장에 경찰서를 습격하자는 강경파와 추이를 지켜보며 다음을 기약하자는 온건파가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격론을 벌인다.




207.


유치장은 체포된 시위대로 콩나물시루처럼 빼꼭하다. 철장 밖으로 손을 내밀고 ‘대한독립만세’를 연호하는 시위대를 경찰들이 개머리판으로 내려친다. 잡혀 오는 시위대는 다리를 절거나 머리가 깨져 온전치 않다. 유치장 맨 끝 방에서는 바싹 약이 오른 타이요우가 소작농 대표를 고문한다.


“어서 불어! 이번 주동자가 어디에 있는지 불란 말이다!”

손가락과 이빨이 뽑힌 소작농 대표는 실실거리며 그를 노려본다.

“내가 동지를 팔아먹을 위인으로 보이냐? 일 없다! 퉷!”

그가 피가 섞인 가래침을 바닥에 뱉는다. 생니 두 개가 제멋대로 바닥에 나뒹군다.

“난 너 같이 개죽음을 택하는 놈과는 거래하지 않는다. 단, 주동자만 말하면 네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시신 묻은 장소만은 노모에게 기별하겠다.”

“평생 이승에서 몸이 닳도록 소작을 부쳐 먹은 몸뚱이다. 생고생이라면 이골이 낫다. 차마 저승이 이보다 못하겠냐! 에잇!”

피범벅이 된 눈동자가 맹렬한 기세로 타이요우를 쏟아낸다. 그러곤 느닷없이 혀를 깨문다. 가까스로 달려든 타이요우와 순사들이 강제로 입을 벌려 재갈을 물린다.

“독한 놈! 그래 누가 이기나 보자! 어이!”

그가 턱짓으로 순사를 지목한다. 순사가 철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잠시 뒤 아내와 어린 딸이 부르르 떨며 철장으로 들어온다. 사내가 질겁하며 발악을 한다. 타이요우가 무릎걸음으로 다가가 딸의 얼굴을 매만진다.

“아주 예쁜 아이로구나! 몇 살이지?”

잔뜩 겁을 먹은 딸이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대꾸한다.

“여섯 살!”

지켜보고 있던 사내가 눈물을 흘린다.

“이 한 몸 죽어도 여한이 없으니, 처자식만큼은 건드리지 마라!”

타이요우가 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여긴 너무 더럽지? 냄새도 나고 말이야. 아버지랑 집에 가고 싶지?”

타이요우가 무지막지한 손으로 딸의 뺨을 잡고 사내 쪽으로 강제로 돌린다. 공포에 질린 딸의 동공이 흔들린다.

사내는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인다.

“춘천고보 학생대표, 한······, 인······, 호······”

타이요우가 딸을 풀어준다. 딸이 조르르 사내에게 달려가 안긴다. 부인도 사내의 품에 안긴다.

“미련하고 천한 것들. 진즉에 털어놨으면 피를 보지 않아도 됐잖아!”


타이요우가 성가신 듯 수건으로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철장을 나선다.




208.


동이 틀 무렵 1개 중대 병력이 산기슭 주변에 산개한다. 선봉에 선 타격조가 폐광 주위에 매복한다. 아침 햇살이 봉긋한 골짜기 사이로 빗겨든다. 소변을 보기 위해 하품을 하며 걸어 나오던 사내의 목덜미에 예리한 단검이 스친다. 창졸간에 기도까지 절단된 탓에 사내는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숨을 거둔다. 이윽고 타격조가 진입로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

헌병대장이 깔때기에 입을 대고 탁한 목소리로 투항을 종용한다. 이른 아침에 단층을 따라 폐광 깊숙이 울려 퍼진 목소리는 저승사자의 음성처럼 음침하게 들린다. 소름이 끼친 사람들의 눈가에 핏줄이 선다. 폐광의 지리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광부 대표가 인호를 따로 부른다.


“젊은 너희들이라도 살아서 나가야 해! 그래야 우리의 투쟁이 헛되지 않았음을 역사에 기리 남기지!”

광부 대표는 솥뚜껑만한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애써 무덤덤한 척한다.

“종유석을 따라가면 천장에 연결된 나무뿌리가 나올 거야. 그걸 타고 올라가면 한 시간은 족히 벌 수 있어. 머뭇거릴 시간이 없어. 어서 학생들과 여성들을 데리고 떠나.”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동지는 운명을 같이해야 합니다. 저도 남겠습니다.”

인호가 완강하게 거절한다. 그러나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러곤 배낭에서 다이너마이트 한 개를 꺼내 손에 거머쥔다.

“폭약을 하나밖에 못 구했다. 우리가 다 탈출하기에는 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걸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이십여 분이다. 우리는 살 만큼 살았으니, 젊은 너희들은 떠나라!”

“그렇게는 못 합니다!”

“그럼, 하는 수 없군!”


그는 소총에 장전을 한 뒤 발사한다. 총성은 한동안 여운을 남기며 동굴을 따라 공명된다. 잠에서 깬 박쥐 떼가 눈먼 비행을 하며 닥치는 대로 사람들과 부딪힌다. 광부는 성냥을 켜서 다이너마이트의 심지에 불을 댕긴다. 심지가 꼬리를 감출 즈음 그가 폭약을 바닥에 내던진다. 소스라치게 놀란 인호는 종유석 뒤로 몸을 던진다.

폭염과 함께 흙더미가 내려앉는다. 삽시간에 동굴은 둘로 격리된다. 인호는 일행을 인솔하며 희미한 종유석을 따라 동굴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남겨진 사람들은 결사 항전을 다짐한다. 교전이 시작된다. 앞에는 일본군이 버티고 있고 뒤에는 흙더미로 가로막혔다. 죽음을 택한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짓는다.


“그래도 한때는 광부로 끗발 날릴 때도 있었잖아!”

“아무렴, 기생집 문턱이 누구 때문에 닳았는데?”

“지금껏 잘 살았수다, 동지들! 저승 가서 알은체나 하고 삽시다!”

“그럽시다! 내가 먼저 가서 술상 받아놓은 테니, 뒤따라들 오시오!”


말을 마친 사내가 총을 발사하며 전력 질주한다. 뒤미처 나머지 사내들도 총과 쇠붙이를 들고 동굴 입구로 내달린다. 동굴을 정탐하던 타격대는 아연실색한다. 느닷없이 총을 쏘며 달려드는 모습이 마치 굶주린 아귀들이 지옥문으로 쏟아져 나오는 형국처럼 보인 탓이다.

후방에서 진을 치고 있던 군대들도 지레 겁을 먹어 허방을 향해 총을 쏘기 일쑤다. 이십여 분간의 교전이 막을 내린다. 아귀들은 끝내 이승에서의 삶을 접고 송두리째 몰살당한다. 비교적 일본군의 사상자가 경미한 것은 놀란 기관총수의 활약 덕분이다. 기관총 두 정의 총열이 시뻘겋게 달궈질 정도로 미친 듯이 불을 뿜은 탓에 그나마 사상자를 줄일 수 있었다.




209.


수뇌부를 잃은 동맹파업은 수포로 돌아간다. 시위에 가담한 학생은 전원 제적처리 된다. 야학은 폐지되고 종교시설은 사찰 일순위에 오른다. 온갖 불이익과 탄압을 받은 이주민들의 행렬이 철새의 궤적을 따라 북으로 향한다.

춘천은 죽음의 도시처럼 황량하다. 행인들의 모습에서 활기를 찾기란 좀처럼 힘들다. 하지만 이러한 공동화 현상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친다. 탈주민의 빈자리는 고스란히 일본인들로 채워진다. 수축한 공기가 다른 곳으로 팽창되는 이른바 풍선효과로 인해 춘천은 일상을 되찾는다.

저항의 상흔은 자강(自强), 자력(自力)의 갱신 정신으로 싹을 틔운다. 풀은 짓밟힐수록 생명력이 강해진다는 대동단결의 필요성이 차츰 대두되기 시작한다. 반면에 풀의 뿌리마저 발본색원하려는 일본의 반격도 더욱 거세진다. 춘천의 공백을 메운 이주민 가운데 군인과 경찰이 거지반을 차지하면서 그만큼 춘천의 공권력은 강경일변도로 선회한다.


동맹파업의 주동자로 지목된 인호는 전국적으로 수배령이 내린다. 졸지에 유명인사가 된 그는 고향을 떠나기로 작정한다. 인호는 미천골이 한눈에 굽어보이는 언덕에 오른다. 봇짐을 걸머진 그는 한숨을 내쉬며 모락모락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집을 내려다본다. 마당에서 키로 나락을 까불리는 어머니와 마루에 앉아 새끼를 꼬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련하게 보인다. 그는 눈물을 삼키며 큰소리로 외친다.


“아버지, 어머니! 불효자를 용서하세요. 다시 뵐 날까지 건강하세요.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키질을 하다 멈칫한 미라가 대문 밖에 서성거리며 주변을 살핀다.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마당으로 들어가서 마저 키질을 한다.

“왜? 누가 왔어?”

경덕이 건성으로 새끼를 꼬며 묻는다. 그녀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아니, 그냥! 누가 부르는 거 같아서요.”


미천골에 잠복하고 있던 타이요우가 망원경을 꺼내 산등성이를 관찰한다.

“무슨 소리 못 들었나?”

진구가 답한다.

“글쎄요. 아무 소리도······”

하는데, 타이요우가 큰소리로 외친다.

“저기 있다!”

그루터기에 서서 마을을 굽어보던 인호가 멈칫한다. 먼발치에서 타이요우를 알아본 그가 등을 돌려 비탈길을 내려간다.

“놈을 뒤쫓아라!”


진구가 사냥개들을 풀어준다. 득달같이 언덕을 오르는 사냥개들을 따라 경찰들이 뒤를 쫓는다.




210.


도망자와 추적자의 그림자놀이는 몇 달째 계속된다. 춘천을 중심으로 사통팔달로 연결된 도로와 교량, 철도, 물길뿐만 아니라 하늘로 통한다는 준령에도 군경합동검거반이 배치되어 후미진 곳까지 이 잡듯 훑는다. 거금의 현상금이 걸린 직후 전국에서 인간 사냥꾼들이 모여들어 인호의 뒤를 추격한다.

인호가 택할 수 있는 도주로는 산짐승조차 꺼리는 비탈이나 암벽을 오르는 길뿐이다. 그것도 낮이 아닌 밤에 이동해야 하는 까닭에 호랑이와 맞닥뜨리는 일도 잦다. 십여 개의 고산준봉을 넘어서야 비로소 그는 남산이 마주 보이는 압구정 나루터에 도착한다.

두어 달 동안 초근목피로 연명한 그는 바람에 무참히 무너지는 허수아비처럼 제자리에 풀쩍 주저앉는다. 그는 선적을 기다리는 소금더미와 쌀가마가 쌓여 있는 야적장 근처에서 실신한 채 발견된다. 소금막 주인인 무산은 시체인 줄 알고 그에게 거적때기로 덮어두곤 주재소에 신고한다.


현장에 출동한 순사는 성가신 듯 날파리 떼를 쫓으며 거적을 거둔다.

“어휴! 악취가 코를 찌르는군!”

순사는 이가 득실거리는 더벅머리를 작대기로 휘저은 뒤 깡마른 얼굴을 살핀다. 전단지와 비교하곤 거적때기를 발로 덮는다.

“아사한 거지로군! 괜히 방치하면 전염병이 창궐하니까 강에 내다 버려!”

순사가 떠난 뒤 무산은 귀찮은 듯 거적을 돌돌 만다. 허리춤을 펴고 가쁜 숨을 내쉰 무산이 소금막 옆에 있는 수레를 가져오다간 멈칫한다.

“아이고, 이게 뭔 조화래? 금방 거적때기로 말아놨는데, 왜 저게 펼쳐졌을꼬?”

무산은 작대기로 거적을 쿡쿡 찔러본다. 거적이 움직거리자 그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가 다시금 슬금슬금 다가와 거적을 들춘다. 코에 손을 대곤 옅은 숨결을 감지한다. 무산은 부리나케 소금막으로 달려가 주전자를 가져온다. 그러곤 쩍쩍 갈라진 입술에 물을 축인다.

“이보우, 젊은이! 귀신이 아니라면 눈을 껌뻑거려 봐!”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무산은 인호를 수레에 앉히곤 소금막으로 옮긴다.


사흘 뒤 사경을 헤매던 인호는 무산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아 목숨을 구한다. 차츰 정신을 되찾은 그는 함지박에 담긴 찐 감자를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멀뚱히 바라보던 무산이 말을 건다.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다녔길래 저리 굶고 다녔누! 쯧쯧쯧!”

목이 멘 듯 물그릇을 단숨에 비운 그가 알은체를 한다.

“어르신 정말 고맙습니다. 한 달 남짓 제대로 된 끼니를 구경도 못했습니다.”

“동냥하는 거지가 넘쳐나도 굶어 죽는 거지는 없는 법인데, 멀쩡하게 생겨 먹어선 왜 굶고 다니냔 말이야? 혹시 도망 다니는 건 아니지? 그랬다간 내가 성치 않아. 지금 경성 입경도 검문이 심해서 소금 팔러 종로에 가기도 벅차. 통행증이 없으면 도강이 안 되거든.”

무산은 곰방대에 담배를 비벼 채우곤 불을 붙여 콧구멍이 벌렁거리도록 빡빡 빨아댄다.

“자네, 독립군이여? 그럼 신고라도 해서 포상금을 받아야 쓰는디······”

그는 배시시 웃으며 인호의 팔을 툭 건드린다.

“참, 어르신도! 나라를 되찾겠다고 나섰다면 이렇게 거지꼴을 하고 다니겠어요?”

“그러니까······, 내 말이. 새파랗게 젊은 장부가 왜, 굶고 다니는지 당최 이해가 안 돼서 묻는 거여.”

“정선에서부터 뗏목을 타고 왔다가 그만 물이 불어서······”

“아하! 뗏꾼이로구만! 글치, 이번 봄장마가 꽤 요란했지!”

“뗏꾼은 아니고 그 밑에서 일 좀 배워보려다가 그만······”

“뗏꾼 벌이가 꽤 쏠쏠하다고 들었네마는, 어디 그것이 쉬운 일인가? 허구한 날 용왕님 전에 목숨을 내놓고 하는 일 아니여? 당장 일자리 없으면 소금막에서 손을 보태게. 내가 일당은 굶지 않을만치 쳐줄라니까.”

무산은 곰뱅대로 놋쇠 재떨이를 탕탕 내려친다.

“그럼, 몸을 추스를 때까지만 신세를 져도 될까요?”

“밥값을 한다면야 뭔 문제가 있을라고?”

“허드렛일이라도 맡겨만 주십시오. 밥값은 하겠습니다.”

“그럼, 이것부터 시작할까나?”


인호는 무산이 나르는 소금가마를 번쩍 들어 수레에 옮긴다.





211.


미천골은 탄압의 본보기가 되어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주동자 마을이란 오명과 함께 야학에 참여한 집집마다 ‘불령선인(不逞鮮人)’이란 주홍글씨가 커다랗게 나붙는다. 경덕의 집으로 들이닥친 경찰은 집안을 온통 뒤집어놓는다. 그러곤 건넛방에서 ‘님의 침묵’이 인쇄된 종이뭉치를 발견한다. 경찰서로 압송된 경덕은 취조를 받는다. 타이요우는 종이뭉치를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서방님, 이래도 아들을 감싸고 돌 겁니까?”

“다 큰 아들의 행방을 아는 부모가 대체 얼마나 되냐? 모르는 걸 거짓으로 지어낼 순 없다!”

“내 손에 잡히면 목숨만은 구할 수 있습니다. 인간 사냥꾼 손에 잡히면 산송장을 치를 게 뻔하니, 순순히 말하는 게 좋을 겝니다.”

“나라를 되찾겠다고 나섰다니, 투사를 둔 아비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이 양반이 존댓말로 하니까, 사람이 물컹물컹 푸주간의 돼지비계처럼 보이나?”

“모를 때야 무서웠지만 양의 탈을 쓴 것을 안 이상 두려울 게 없다. 그게 너의 본성이 아니더냐?”

“매를 버는군! 하는 수 없지! 애들아, 한인호의 행방을 불 때까지 족쳐! 아니, 거짓 자백이라도 받아내도록 해!”


타이요우는 분노를 터트리며 의자를 걷어차고 취조실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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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132화 무지개 +1 19.07.10 11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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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117화 기만방송 +1 19.06.03 143 2 13쪽
116 116화 코리안 커넥션 +1 19.06.01 153 2 12쪽
115 115화 잠수함 +1 19.05.30 208 2 13쪽
114 114화 6.25 전쟁 +1 19.05.29 163 2 12쪽
113 113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특명 1호 ‘폭풍’ +1 19.05.21 144 2 11쪽
112 112화 금괴수송작전 +1 19.05.19 185 2 10쪽
111 111화 '암호명 A-1' +1 19.05.18 135 2 13쪽
110 110화 악연(惡緣) +1 19.05.17 136 2 14쪽
109 109화 마지막 미션 +1 19.05.16 136 2 12쪽
108 108화 애치슨 라인 +1 19.05.15 132 2 12쪽
107 107화 연적(戀敵) +1 19.05.15 153 2 12쪽
106 106화 독살(毒殺) +1 19.05.14 148 2 12쪽
105 105화 마돈나 다방 +2 19.05.13 151 2 15쪽
104 104화 한국은행 +1 19.05.11 158 2 14쪽
103 103화 비밀거래 +1 19.05.10 177 2 12쪽
102 102화 남미이주작전 +1 19.05.10 172 2 13쪽
101 101화 트루먼 독트린 +1 19.05.10 142 2 11쪽
100 100화 숙명의 라이벌 +1 19.05.10 147 3 18쪽
99 99화 Jane Doe +2 19.05.10 147 2 13쪽
98 98화 앙숙, 이승만과 김구 +1 19.05.10 143 2 12쪽
97 97화 반도호텔 +1 19.05.10 141 2 13쪽
96 96화 좌익과 우익 +1 19.05.09 141 2 13쪽
95 95화 조선인민공화국 +1 19.05.09 149 2 17쪽
94 94화 일본패망(日本敗亡) +1 19.05.09 154 2 12쪽
93 93화 원자폭탄 +1 19.05.09 142 2 13쪽
92 92화 김일성 +1 19.05.09 150 1 14쪽
91 91화 독수리 작전 +1 19.05.09 150 1 14쪽
90 90화 이승만 +1 19.05.09 139 1 14쪽
89 89화 비밀요원 나타샤 +1 19.05.09 131 2 15쪽
88 88화 OSS(미국전략사무국) +2 19.05.09 138 2 16쪽
87 87화 승전(勝戰) +1 19.05.09 131 2 14쪽
86 86화 진주만공습 +1 19.05.08 133 1 16쪽
85 85화 갈라예프 +2 19.05.08 131 2 16쪽
84 84화 채권(債券) +1 19.05.08 138 2 11쪽
83 83화 다카키 마사오 +1 19.05.08 148 2 12쪽
82 82화 광복군(光復軍) +1 19.05.08 131 2 13쪽
81 81화 육군정보학교 +2 19.05.08 130 2 11쪽
80 80화 홍콩행 +1 19.05.07 139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128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125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126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132 3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140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131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127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125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124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128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132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135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127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130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128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128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128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142 2 15쪽
61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134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129 2 13쪽
59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134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128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133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133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131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132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133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133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136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139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128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136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135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132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125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127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135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143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140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142 3 30쪽
39 39화 빅터 한 +1 19.04.25 147 3 49쪽
38 38화 박진만 +2 19.04.25 161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158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160 3 49쪽
35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158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153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150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153 3 47쪽
31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181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154 4 46쪽
29 29화 출산(出産) +3 19.04.20 166 4 43쪽
28 28화 밀항(密航) +2 19.04.20 153 4 45쪽
»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153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159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170 4 39쪽
24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160 5 44쪽
23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162 4 46쪽
22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164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163 5 49쪽
20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172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179 3 49쪽
18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181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178 4 49쪽
16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184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197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212 3 37쪽
13 13화 결혼(結婚) +3 19.04.12 292 6 42쪽
12 12화 돈버거 +9 19.04.12 275 7 44쪽
11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296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321 8 42쪽
9 9화 낙향(落鄕) +4 19.04.10 343 8 42쪽
8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362 9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426 12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428 13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474 14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581 12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713 13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1,054 14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2,075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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