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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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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최근연재일 :
2019.07.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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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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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5쪽

28화 밀항(密航)

님의 침묵




DUMMY

제15장 출산



212.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농장 근처의 주택가로 이사 온 가족이 테라스에 앉아 단란한 시간을 보낸다. 수잔은 흔들의자에 앉아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콜라병이 놓인 테이블에 팔을 괸 채 시험문제와 골몰하는 인서는 뭔가 잘 안 풀리는 표정이다.


젖을 물린 수잔이 시계를 보며 인서를 재촉한다.

“5분 남았어.”

“알았어, 알았다고. 다 풀어간다고.”

인서는 퉁명스럽게 답한다. 얼마간 적막이 흐른 뒤 끙끙거리던 그가 수잔에게 시험지를 건넨다.

“휴우! 시험 없는 세상에서 사는 게 꿈이었는데, 지상낙원에서 시험을 칠 줄 누가 알았겠어. 이놈의 팔자 참 기구하네.”

그는 콜라를 단숨에 마시곤 수평선을 바라보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점점 얼굴이 일그러진 수잔은 아기를 요람에 눕힌 뒤 시험지에 고개를 파묻는다. 그녀가 고개를 도리질할 때마다 시험지에 ‘X’가 표시된다. 이윽고 채점을 마친 그녀가 ‘O’과 ‘X’가 골고루 뒤섞인 시험지를 인서에게 건넨다.

“여보, 60점이야! 겨우 과락을 면했어. 좀 더 노력해야 대학에 지원 할 수 있어!”

“60점? 정말? 하하핫! 이제 대학에 갈 수 있는 건가?”

“뭘 그렇게 자랑스럽게 웃어? 아직 지원서도 작성해야 하고, 면접도 봐야 한다고! 갈 길이 아직 멀었어!”

“그래도 일단 과락은 면했잖아. 얼마나 조마조마했는걸! 그럼, 난 이제 야학에 가도 되지? 다녀올게!”


인서는 가방을 챙기고 후다닥 테라스를 벗어난다. 수잔은 철부지 남편을 둔 잔재미를 톡톡히 즐기는 듯 배시시 웃는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사탕수수 농장에 인서가 나타나자 뛰어놀던 아이들이 모여든다. 노을이 서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농장 구석에 마련된 천막에 불이 켜진다. 그가 칠판에 ‘우리 조국’, ‘나라 사랑’, ’독립‘이란 단어를 쓰고 읽는다. 아이들이 그의 입모양을 흉내 내며 또박또박 따라한다. 천막 밖에서는 글을 깨치지 못한 중년의 남성들이 기웃거리며 어눌한 발음으로 한글을 따라 읽는다.




213.


강변의 가을은 일찍 찾아온다. 무성하던 버드나무는 잔가지를 솎아내곤 잔뜩 기력을 보충한 뒤 동면을 서두른다. 바람이 불 때마다 앙상한 가지가 물결처럼 휘날린다. 새하얗게 드러난 모래톱은 마치 마른버짐이 핀 것처럼 황량하다.

북서풍을 받아 순항을 한 소금배가 선착장에 닻을 내린다. 인호는 수레에 소금가마니를 싣고 막으로 옮긴다. 경성을 포함해서 한강 이남의 물류를 유통하는 도매상의 마차 외에는 일반인의 왕래가 뜸한 소금막은 나루터에서도 외진 곳에 자리한다. 따라서 심신이 쇠약해진 인호가 몸을 추스르기에는 맞춤한 곳이다.

인호가 소금막에 의탁한 지도 해를 넘겨 벌써 여섯 달째를 맞이한다. 그는 달구지에 소금가마니를 싣고 한강 이남 지역의 도매상을 돌며 배달하는 일을 도맡아한다. 머리를 산발하고 후줄근한 입성이 제법 잘 어울린 탓일까. 소금이 필요하지 않은 이상에야 딱히 그에게 눈길조차 주는 법이 없다. 검문소를 통과할 때조차 순사들은 그를 천덕꾸러기로 취급하며 본체만체한다.

마침내 그에게 한강을 도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 경복궁의 흥례문을 철거한 후 1916년부터 건축하기 시작한 조선총독부 청사는 완공 기일에 쫓겨 소금 품귀현상을 빚는다. 청사 주변의 땅을 다지고 고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무산은 마차에 소금가마니를 쌓으면서 볼멘소리를 늘어놓는다.

“참 나, 살다 살다 별꼴을 다 보네! 원래 위정자들이란 나라의 소금이 되고자 정치에 나선다고 떠벌리기 일쑤잖아! 그런데 정작 소금을 다루는 장사치를 대할 때는 장터에 똥개만큼도 쳐다보지 않거든. 이렇게 아침나절부터 소금막 주인한테 관리들이 찾아와 굽실거리며 부탁할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어. 그나저나 소금값이 폭등해서 팍팍한 서민들은 부뚜막 위에 소금단지의 바닥을 보게 될 텐데, 그게 걱정이구만! 젠장! 멀쩡한 궁궐은 뭐 하러 허물고 새로 건물을 짓누? 말세야 말세!”

소금가마니를 다 실은 그가 허리를 펴며 인호에게 말을 건넨다.

“어서 준비해!”

“도강 허가증이 없으면 못 건넌다면서요?”

“설마 일개 순사가 총독부에서 징발한 소금을 나르는 인부한테 딴죽을 걸려고? 천만에!”

다부지게 코를 푼 무산은 멀뚱히 서 있는 인호에게 눈을 흘기며 공연히 시비를 건다.

“혹시 일하기 싫어서 통행증 핑계를······? 산더미처럼 쌓인 가마니를 설마 나 혼자 나르게 하려는 속셈인 게야? 아무리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는 눈뜬장님이라도 눈치는 백단이여. 상대의 눈빛만 봐도 그 검은 속을 당장에 알 수 있다고.”

“그럼 제 속을 훤히 꿰뚫어 보셨을 텐데······, 소금가마니가 좀 무거워야 말이죠. 하하핫!”

“넙죽 농도 잘 받아치고······, 문리가 튼 걸 보면 어디 문자 속이 기특한 집안에서 귀동냥이라도 한 모양이지? 어여, 받아!”

무산이 층층이 쌓은 소금가마니 위로 밧줄을 넘긴다. 인호가 받아서 단단히 묶는다.

“해 났을 때 도착해야 해. 어여, 서두르자고! 농담할 때가 아니여!”

“예!”




214.


몇 달째 수감 중인 미라는 천장에 손이 묶인 채 축 늘어져 있다. 진구가 양동이를 들어 물을 끼얹는다. 미라는 아무런 기척이 없다. 진구가 한발 물러선다.


“독종도 저런 독종은 처음 보네. 누가 한 씨 가문의 며느리가 아니랄까 봐, 저리도 지독하단 말이냐! 어서 깨워! 갈 길이 멀다!”

순사가 전기고문용 봉을 맞부딪히자 스파크가 튄다. 순사가 몸에 봉을 갖다 대자마자 축 늘어진 몸이 부르르 떤다. 서너 번의 전기 쇼크를 받은 얼굴은 핏빛이 걷히며 새하얗게 변한다.

타이요우가 취조실로 들어온다. 그녀에게 다가간 그가 머리카락을 거머쥐고 얼굴을 들춘다. 그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번진다. 풀어진 옷고름 뒤로 드러난 젖무덤에 물기가 흥건하다. 그는 손수건으로 젖무덤을 닦는다. 정신을 차린 미라가 홉뜬 눈으로 쏘아보며 침을 뱉는다.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은 그가 고개를 숙인 채 넌지시 말한다.


“독종의 입을 여는 방법을 알고 있지. 다들 나가 있어!”


부하들이 나간 뒤 타이요우는 미라의 주위를 돌며 코를 킁킁거린다. 미라의 이마에서 흐르는 땀이 뺨을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그의 손가락이 땀의 궤적을 따라 뺨을 스쳐 턱을 훑는다. 그러곤 목선을 지나 도드라진 쇠골에서 잠시 멈춘다. 경련을 일으키던 손은 이내 젖무덤을 지나면서 거칠게 변한다.

그가 저고리를 풀어헤친다. 미라가 발버둥을 치며 저항을 해보지만 손이 묶인 몸으론 헛수고일 뿐이다. 통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은 그가 그녀의 목선에 콧김을 내뿜기 시작한다. 수치감에 사로잡힌 그녀가 그의 귀를 깨문다.


“앙탈을 다 부리다니, 귀여운걸! 난 자극적인 걸 좋아하지. 어디 독종의 살내를 맡아볼까?”


그가 통치마를 위로 젖히고 몸을 돌린 후 속곳을 벗긴다. 뒤로 돌아선 그녀는 무방비상태다. 타이요우는 반라(半裸)의 등에 붙어 욕정을 채우기 시작한다. 비명과 몸부림을 치던 그녀는 결국 실신한다.

축 늘어진 몸에 달라붙어 부르르 떨던 그가 둔부를 떼어낸 뒤 바지춤을 올린다. 그러곤 얼마간 축축한 숨을 쌕쌕거리며 가쁘게 내쉰다. 그가 나간 뒤 취조실에 들어선 진구가 반라의 미라를 차마 보지 못하곤 고개를 돌린다.




215.


광주리를 머리에 인 아낙과 지게를 진 보부상 뒤에 책보를 낀 학생이 지팡이를 짚은 노인의 손을 잡고 있다. 그 뒤로도 제가끔 사연과 볼일을 보기 위한 긴 줄이 한데 뒤섞인 채 나루터 초입까지 이어진다.

소가 끄는 수레가 도강선(渡江船)이 정박하고 있는 선착장에 다다른다. 통행증을 검사하는 순사 앞에서 느닷없이 투레질을 한 소가 똥 한 무더기를 쏟아낸다. 눈살을 찌푸린 순사가 혀를 빼물고 고개를 젓는다.


“통행증을 보여주시오!”

무산이 총독부가 발행한 영수증을 보여준다.

“이게 더 빠르지 않겠소?”

무산이 다소 거만한 목소리로 답한다. 순사는 무산과 얼마간 눈싸움을 벌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순사는 조선총독부의 총무부 직인이 찍힌 영수증을 보곤 길을 내준다.

“시간이 촉박하니, 어서 수레를 도강선에 실으시오.”


순사는 가마 위에 올라탄 인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마차가 도강선에 오른 후 그 뒤로 사람들이 따른다. 짐과 승객을 빼꼭히 실은 도강선이 물살을 가르며 건너편 나루터로 향한다.




216.


르네상스 건축양식으로 총 4층 구조인 조선총독부 청사는 가로 2백 42칸, 세로 1백 42칸 규모로 지어진다. 조선총독부는 당시에는 도쿄에서도 볼 수 없는 최신식의 현대건축물로 꼽힌다. 1926년 1월 완공을 목적으로 진행되는 총독부 청사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일본 천황의 황관을 상징하는 돔 주위에 설치된 거푸집에 인부들이 촘촘히 매달려 있다. 건축물의 백미인 첨탑이 자리를 잡는다. 파란 첨탑이 우뚝 서자 마당에서 지켜보던 고위 관료들이 환호성을 터트린다.

현장 한쪽에 소금가마니를 부리던 무산과 인호가 손차양을 하곤 첨탑을 올려다본다. 햇볕을 받은 첨탑이 유난히 선명한 파란빛으로 번쩍인다.


“시부럴 놈들! 조선에서 나는 쌀은 모조리 제 나라로 반출하면서 무슨 놈의 건물을 저렇게 삐까뻔쩍하게 짓냐? 굶어 죽는 백성이 부지기수인걸! 쯧쯧쯧!”

입을 굳게 다물고 쓴맛을 다시던 인호가 마침내 입을 뗀다.

“지금 대한문 앞에 경성부 청사도 짓고 있잖아요.”

무산이 심드렁하게 되묻는다.

“그게 어쨌다는 거여?”

“예전에 풍수가한테 들은 적이 있어서요. 북한산의 형세는 큰 ‘대’자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총독부를 위에서 보면 날 ‘일’자 형태고, 대한문 앞에 짓는 경성부 청사는 ‘본’자라네요.”

무산은 되록되록 눈알을 굴리며 손가락으로 허공에 글씨를 긁적거린다.

“내 비록 일자무식이라지만 어깨너머로 천자문 첫 장은 땐 사람이여. 그럼, 자네가 말한 대로 읽으면 ‘대일본’이네?”

“그렇죠.”

“그럼 이놈들은 조선을 자자손손 자기네 후손한테 남겨주겠다는 얘기여?”

“그렇다고 봐야죠!”

“아니, 일본 놈들이 조선팔도의 명승지를 찾아다니며 쇠말뚝을 박는다는 소리를 들었네만, 궁궐 앞에서도 노골적으로 이루어질 줄은 몰랐지. ‘3·1만세운동’ 때만 해도 독립이 되는 줄 알았는데, 벌써 합방 이후 15년이나 지났잖아. 에잇! 이혼하면 마누라를 새로 얻는다지만, 나라를 빼앗기니 새로 나라를 얻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속 터져 죽을 맛이군. 모처럼 사대문 안에 왔으니, 내가 한턱 쏠 게. 술이나 진탕 퍼마시고 풀자고.”

무산의 제안에 솔깃한 인호가 맞장구를 친다.

“좋지요. 청진동으로 모실까요?”

“청진동 좋지! 오늘 돈도 두둑하게 챙겼으니,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분내 맡으러 갈까나?”


무산은 호기가 동한 듯 게슴츠레한 눈으로 코를 벌름거린다. 그러나 인호는 못 들은 척 모르쇠로 일관한다.




217.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 앉은 인서가 아장아장 걷는 헨리를 돌보고 있다. 레모네이드를 탁자 위에 놓던 수잔이 벨소리를 듣고 종종걸음으로 현관으로 향한다.

인서는 헨리 앞에서 뒷걸음질하며 걸음마를 유도한다. 걸음을 떼던 아이가 허방을 딛곤 넘어진다. 그가 조르르 달려가 번쩍 안아 올리곤 한 바퀴를 돈다. 인서는 까르르 웃는 아이와 함께 함박웃음을 터트린다.

데크에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던 수잔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든 편지를 흔든다. 수잔과 눈이 마주친 인서가 어깨를 으쓱하며 묻는다.


“뭐야?”

“굿 뉴스와 베드 뉴스 중 어떤 걸 먼저 듣고 싶어?”

“굿 뉴스는 나중에 들어도 굿 뉴스일 테니, 매도 먼저 맞는 게 낫잖아? 베드 뉴스!”

인서에게 다가온 수잔이 쪽지를 내보인다.

“당신, 곧 LA로 떠나야 해!”

아이의 재롱을 받아주던 인서는 건성으로 답한다.

“왜?”

“UCLA에서 가입학통지서가 왔거든!”

“정말?”

“단, 어학연수를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이야.”

아이를 아내에게 건넨 인서는 합격통지서를 받고 훑어보기 시작한다. 통지서에서 이름을 확인한 그가 펄쩍 뛴다.

“오 마이 갓! 장학금까지 준다잖아! 이런 일이 나한테 생기다니 믿을 수 없어!”

“다음 장을 봐! 하와이 한인회장께서 기숙사비용 일체를 지원하겠다는 서명도 있어!”

수잔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는 연신 고개를 도리질한다.

“오 마이 갓!”

감탄사를 연거푸 외치던 그는 이내 시무룩한 표정으로 돌변한다.

“신도 참 가혹하시네!”

“왜?”

“합격의 기쁨과 이별의 슬픔을 함께 주시잖아! 사랑하는 헨리와 떨어질 걸 생각하니 앞이 막막해!”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장난감을 쥐고 있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큰 일 할 사람이 그래서 쓰나. 당신이 어디 홀몸이야? 당신은 나라를 되찾는 사명감을 부여받은 사람이라고. 절대 나약해져선 안 돼! 한인회에서 장학금까지 마련해줬잖아!”

인서는 수잔과 헨리를 끌어안는다. 그러곤 눈물을 글썽인다.

“당신은 잘 할 수 있어! 헨리랑 나랑 방학 때 당신 곁으로 갈게. 여보, 사랑해!”

“이 모든 게 다 당신 덕분이야! 나에게 사랑스러운 자식도 안겨주고, 공부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꼭 빼앗긴 나라를 되찾아서 보답할게!”


인서는 수잔과 키스한다. 두 사람 너머로 낙조가 해변을 붉게 물들인다.




218.


두 평 남짓 어둡고 비좁은 유치장의 철문이 열린다. 비스듬히 앉은 재소자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복도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주시한다. 곧 유치장으로 들이닥쳐야 할 그림자가 주춤한다. 의아한 듯 재소자들은 턱을 모로 틀며 바깥 동정을 살핀다. 이윽고 두 사람이 축 늘어진 몸체를 번쩍 들어 유치장 안에 내동댕이치곤 철창을 닫는다.

처음에 경덕은 미라를 알아보지 못했다. 동맹파업에 연루된 시위자들이 하도 들락거려 새로 입감된 신입 정도로만 여긴 탓이다.

구석에서 졸던 방장이 부스스 일어서며 코를 벌렁거린다. 시위와 무관하게 절도로 잡혀온 방장이 일어서자 폐쇄된 공간에 질서가 부여된다. 얼기설기 포개지지 않도록 뻗어 있던 다리가 일제히 오므려지면서 길을 내준다.

방장은 고꾸라진 몸체를 발로 툭툭 건드린다. 그러곤 여자란 걸 알아챈 그가 손을 뻗어 젖가슴을 매만진다.


“이게 웬 떡이냐! 전국의 유치장을 수도 없이 들락거렸지만 정신 줄 놓은 여편네를 통째로 넣어주기는 난생처음이네! 아무리 미결수의 집결지가 유치장이라지만 혼탕이 좋은 구석도 있군!”

방장은 숨을 헐떡이며 거친 손을 치마 속 넣고 사타구니를 쓰다듬기 시작한다. 헉헉거리며 내뿜는 방장의 더운 입김이 비좁은 공간에 훅 끼친다. 재소자들의 동공은 시릴 만큼 팽창된다. ‘꼴깍’하며 침이 목젖을 타넘는 소리가 타악기의 협주를 방불케 한다.

유치장 안에서의 방장은 곧 법이며 권력이다. 그가 하는 행동에 대꾸는커녕 아무도 토를 달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그저 그가 지레 지쳐 물러서기를 기다렸다 콩고물이나 챙기는 것이 소위 ‘개털’로 분류되는 후임 재소자들의 생리다.


“도대체 기절한 아낙네한테 무슨 짓을 하는 게야? 썩 저리 비키지 못할까?”

수차례 고문실을 들락거리며 피투성이가 된 터라 감히 경덕에게 말을 시키는 자가 없었다. 따라서 그가 호통을 치자 놀란 뭇시선이 방장과 그를 번갈아 흘겨보면서 눈치를 살핀다.

“칫! 독립투사를 아들로 둔 게 뭔 벼슬이라고 소리를 쳐? 야, 뭣들 하냐? 멍석말이 준비해라!”

방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재소자들이 허름한 요를 바닥에 깐다. 그러곤 그를 붙잡아 눕히려고 다가온다. 벌떡 일어선 그가 뒷걸음질을 친다. 방장이 다시금 탐욕을 채우려는 순간 달빛을 받은 연인의 얼굴이 푸르스름하게 빛난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혀를 질끈 깨문다. 이미 두 주먹은 바들바들 떨고 있고, 심장박동은 절정에 다다른 다듬이질 박자와 흡사하다.

“에잇! 저리 비켜! 가까이 다가오면 모조리 죽여 버릴 테다!”

경덕은 고개를 숙인 여인이 미라임을 직감하곤 빛의 속도로 방장에게 달려든다. 그러곤 목을 비틀어 바닥에 내리꽂는다. 서로 뒤엉켜 한동안 싸움이 벌어진다. 재소자들도 합류하여 경덕에게 몰매를 가한다. 상대의 팔뚝과 장딴지를 닥치는 대로 깨물고 할퀴며 덤비는 통에 재소자들은 넌더리를 내며 뒤로 물러선다.

“귀신에 씌었나? 도대체 미친년이 뭐라고 저렇게 눈을 까뒤집고 덤벼들어!”

방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혀를 빼문다. 졸개가 맞장구를 친다.

“돌아도 한참 돌아 번지수를 찾지 못한다고 봐야죠. 지금쯤 꽃을 꽂은 광녀와 소양강에서 뱃놀이를 하나 봅니다. 노여움을 푸시고 잠이나 주무시는 게······”

“아침이 밝는 대로 아카키 형사한테 뇌물 좀 찔러주고 저 인간, 다른 데로 이감해달라고 해야겠어. 이러다간 우리도 제 명에 못 산다, 못 살아.”

멋쩍은 방장은 이불을 푹 뒤집어쓴 채 돌아눕는다.


미라를 무릎에 앉힌 경덕은 손으로 뺨을 부비며 통곡하기 시작한다.


“여보! 여보! 제발 정신 차려! 나야, 내가 여기 있다고! 아이고, 아니고! 이게 무슨 천벌이란 말인가! 신이 있다면 차라리 우리 부부에게 죽음을 내리소서! 흐흐흑!”


저간의 사정을 알게 된 재소자들도 몸을 돌려 자는 척 눕는다. 경덕의 곡소리는 밤새도록 이어진다.





219.


청진동으로 자리를 옮긴 인호와 무산은 선술집에 자리를 잡는다. 무산은 선지가 듬뿍 든 장국 한 그릇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다. 탁주잔이 쌓여가면서 거나하게 취한 그가 횡설수설한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인호가 그를 부축하고 선술집을 나선다. 쪽방이 모여 있는 뒷골목으로 접어든 인호는 묵을 방을 구하기 위해 대문을 두드린다.

인호는 쪽방에 까무룩 곯아떨어진 무산을 눕히고 방을 나선다. 무턱대고 걷기 시작한 발걸음은 광통교를 지나 무교동에 다다른다. 무교동은 여전히 휘황찬란한 네온이 내뿜는 열기로 불야성을 이룬다. 여러 해 동안 도회지의 삶과 동떨어져 살았던 인호는 모든 것이 낯설고 생경하다.

기모노와 양복을 입은 행인과 곳곳에서 들리는 일본어는 이곳이 동경의 거리라고 착각이 들 정도로 왜풍 일색이다. 전과 달리 밤거리를 활보하는 일본인들 근처에는 날품팔이를 하거나 구걸을 하며 굽실거리는 조선인들이 부쩍 늘었다. 누가 봐도 경성의 한복판인 무교동은 주도권을 쥔 자와 굴종하는 자의 한계를 명확히 구분 짓는 단적인 예인 성싶다.

나고 자란 땅에서 졸지에 이방인으로 전락한 그는 방향을 상실한 채 번화가를 떠돈다. 자기도 모르게 마주치는 행인에게 길을 비켜준다. 행인은 으레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친다. 부랑아 취급을 당하는 것이 일상이 된 동포들만이 어둠에 숨어서 몰골이 추레한 그에게 적의를 드러낸다. 아마도 영역을 사수하려는 마지막 발악인 듯하다. 상실감에 사로잡힌 그가 ‘동경구락부’ 앞을 막 지날 때였다. 어깨동무를 한 무리가 입구에서 쏟아져 나온다.


“2차는 ‘블랙 잉크’가 어때? 영국식 ‘펍’이 새로 생겼다는데, 2차는 내가 쏜다! ‘블랙 잉크’로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보자고?”

얼큰하게 취한 사내가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킨다.

“부장님! ‘블랙 잉크’가 뭐예요?”

신참이 묻자 퉁명한 답이 돌아온다.

“무식한 놈! 명색이 펜으로 먹고 사는 기자란 놈이 ‘블랙 잉크’를 모른다니······. 야, 인마! ‘블랙 잉크’는 맥주 중에 꽃인 흑맥주 ‘기네스’를 말하는 거야. 아일랜드의 대문호 ‘빅터 조이스’가 창작의 고통을 달랠 때 마시던 지상 최고의 위로주가 바로 기네스잖아!”

핀잔을 받은 신참을 뒤로 물린 사내가 턱을 모로 튼 채 상대의 의견을 구한다.

“신 기자가 마침 런던으로 유학을 떠난다는데, 2차로 송별식은 ‘런던 펍’ 당첨! 내가 쏜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인호가 무리를 비껴 지난다. 또렷한 한국어에 귀가 솔깃하다.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걸요?”

“무슨 소리야! 독립운동에 가담한 전력이 있는 불령선인은 유학을 불허하는 게 총독부의 대원칙이야. 그런데 이례적으로 총독부에서 신원조회를 보내왔다고 하던데? 사장님께서 신원보증인으로 두 명을 추천했다고 들었어! 머지않아 총독부에서 유학허가서가 나올 거야!”

“정말요? 그럼 2차는 제가 쏠게요!”

일행은 홍일점인 영채를 에워싸고 행선지로 몰려간다.


인호는 제 귀를 의심한다. 그녀의 목소리가 분명하다. 낭랑한 음성은 귓바퀴에 닿는 순간 전율과 함께 바깥귀길을 통과하면서 소음을 솎아낸다. 그러곤 달팽이관을 거쳐 뇌에 전달되어 교감신경을 자극한다. 서서히 팽창한 동공이 온전히 한 피사체만은 주목한다. 죽어도 잊히지 않는 익숙한 음역대에서만 반응을 보이는 조건반사가 작용하는 중이다.

손이 저절로 허공의 찬 공기를 거머쥔다. 어느덧 그는 잰걸음으로 피사체의 등만 보고 뒤따른다. 어찌 된 영문인지 입 밖으로는 단 한 마디로 새어 나오지 않는다. 일행은 ‘런던 펍’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간다. 두꺼운 유리 너머로 아슴푸레하게 비치는 실루엣만으로도 온기를 느낀 그가 유리표면에 바투 얼굴을 밀착시킨다. 눈치를 챈 종업원이 나와 그에게 동전을 던진다.


“이걸로 끝이니까 성가시게 굴지 말고 다시는 오지 마!”


인호는 기자들의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발을 동동거리며 거리를 서성거린다. 두어 시간이 지났을까. 불콰한 부장을 선두로 일행이 비트적거리며 술집을 나온다. 부장이 인력거에 올라 먼저 자리를 뜬다. 그러곤 인사를 나눈 나머지도 각자 흩어진다. 옷깃을 세운 채 도로를 건넌 영채가 북촌으로 방향을 튼다.


“영채야!”

영채는 처음에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못 듣는다. 아니, 또렷하게 들었지만 동명이이라 여겨 허투루 넘긴다. 그러나 불현듯 귀에 익은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멈칫한다.

“신······, 영······, 채!”

몸이 반응한다. 한동안 스치는 바람에도 혹여 자기를 부르는 소리일 것이라 망상에 뒤를 돌아본 적도 있다. 번번이 허탕을 친 기억이 선연하다. 공연한 망상이라 체념을 해보지만, 단호히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그녀는 시간의 차를 두고 서서히 뒤돌아선다.

“나야! 한······, 인······, 호!”

가로등 빛을 등진 실루엣이 십여 발짝 앞에 서 있다. 온통 시커먼 형체는 어느 모로 보나 인호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지금 나한테 한 말이에요? 본인을 ‘한······, 인······, 호’라고요?”

실루엣의 어깨가 들썩인다. 그녀가 눈물을 글썽이며 한 발 한 발 다가간다. 실루엣이 등을 진 가로등에서 한 걸음 벗어난다. 더벅머리에 덥수룩한 수염으로 가려진 얼굴이 서서히 드러난다. 촉촉한 물기가 밴 눈동자가 그녀를 응시한다.

“너, 한인호 맞아? 거짓말하는 건 아니지?”

“맞아! 한인호!”

미라는 인호에게 다가가 와락 껴안는다. 그러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요모조모 살펴본다.

“내가 아는 인호는 이렇게 험상궂게 생기지 않았는데······, 뉘시죠?”

눈물로 범벅된 얼굴에 웃음기가 감돈다.

“신문에도 났던데, 도대체 여기엔 웬일이야?”

“말하자면 길어!”

“우선 여길 떠나자. 넌 경성에서도 1급 수배자야. 한마디로 전국구 인사가 됐단 말이지. 서둘러!”


인호는 영채를 따라 걸음을 재촉한다. 두 사람이 지나간 거리의 벽보에는 인호의 몽타주가 실린 현상수배명단이 나붙어있다.



220.


한옥이 밀집한 북촌으로 접어든 영채는 같은 동네를 두 바뀌나 돈다. 혹시라도 따라붙은 수상한 그림자라도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몸에 밴 탓이다. 괴괴한 달빛 아래 기척이라곤 바람결에 나부끼는 앙상한 나뭇가지의 몸부림뿐이다. 안전을 담보 받은 후에야 비로소 그녀는 거처의 문지방을 넘는다.

세 든 문간방에선 여인의 향기가 은은히 배어있다. 인호는 침대와 협탁이 전부인 단출한 방을 둘러본다. 뒤로 돌아선 영채가 부스럭거리며 윗옷을 벗어 시렁에 건다. 영채의 뒤태를 잠시 바라보던 인호가 다가가 끌어안는다.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격렬한 키스를 퍼부으며 거추장스런 옷을 벗어던진다. 침대에 누운 남녀는 서로의 물씬한 살내를 탐하며 일체가 된다. 촉촉한 숨결이 닿는 곳마다 단내가 훅 끼친다. 내밀한 곳으로부터 지속적인 외압을 온전히 받아낸 영채는 베갯잇에 얼굴을 파묻은 채 연신 거친 숨을 고른다.


문창지로 투과된 달빛이 남녀의 나신을 어루만진다.

“유학을 간다면서?”

“응!”

“왜?”

“농촌을 전전하며 계몽운동을 하면서 깨우친 게 있어. 누군가는 독립의 정당성을 이론적으로 수립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내 자신에 대한 한계를 느낀 뒤로 체계적인 접근방법을 고안하게 됐어. 사회의 흐름을 알기 위해선 신문사가 가장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1년 동안 수습기자 생활을 마치고 2년 동안은 취재기자로 나섰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잖아? 독립을 하려면 선진문물을 잘 알아야 한다는 판단이 섰어. 그래서 선교사의 추천장을 받아서 런던으로 유학을 택하게 됐어.”

얼마간 말을 아끼던 인호가 묻는다.

“우리 다시 만날 날이 올까?”

“그럼! 오늘도 기적이 일어났잖아. 난 기적을 믿거든. 구하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인호가 천장을 바라보며 시를 읊기 시작한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난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다음 구절을 영채가 받아 읊는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인호와 영채는 손을 꼭 잡고 다음 구절을 함께 읊는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머리를 맞댄 연인은 그렁그렁 차오른 눈물을 서로 닦아준다. 그러곤 영채가 소식을 묻는다.

“부모님 소식은?”

“걱정이야! 타이요우가 가만둘 인물이 아니잖아!”

“춘천에서 동맹파업이 있던 날 신문사도 발칵 뒤집혔어. 총독부에서 감찰관이 파견 나와서 뉴스를 싣지 못하게 감시하더라고. 그래서 취재한 선배한테 물었더니, 폭동 직전까지 갔었다고 하더군. 그리고 주동자가 너란 사실을 알게 됐어. 주동자 일부가 도주했다면서 바로 경성에 몽타주가 나붙었지.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이야?”

“상하이로 가려고 해!”

“임시정부와 닿는 루트를 알아. 내가 알아볼게.”

영채가 담배를 물고 몸을 돌려 수첩을 뒤적거린다. 인호는 그녀의 등을 어루만지며 한숨을 내쉰다.

“할 말이 없다. 도망자 신세로 나타나서 신세까지 지니······”

“그나저나 인서는 연락이 됐어? 잘 지내?”

수첩을 뒤적거리던 영채가 지나가는 말로 묻는다. 그러나 인호는 코를 골며 단잠에 빠진 듯 말이 없다.


아침이 밝는다. 깜짝 놀라서 깬 인호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러곤 협탁 위에 놓인 지폐 서너 장과 쪽지를 본다.


‘아침을 차려줘야 하는데, 미안! 기자는 배우자로는 몹쓸 직업이라는 데 한 표! 시내에서 소일한 뒤 저녁 6시 정각에 정동교회 앞으로 와! 참, 조심해야 해! 경성은 지켜보는 눈들이 도처에 널렸다는 걸 잊어선 절대 안 돼!’


인호는 겉옷을 걸치며 문틈으로 밖을 살핀다. 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하곤 슬그머니 대문을 열고 거리로 나선다.



221.


들창 틈으로 스며든 볕뉘가 무산의 민낯을 간질인다. 잠결에도 성가신 듯 그는 자세를 돌리며 베갯잇에 머리를 파묻는다. 그는 인호가 들어온 것도 모르고 혼곤한 잠에 취해 있다.

인호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와 김치종지를 담은 쟁반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퀴퀴한 고린내가 훅 끼치자 그는 코를 막곤 창문을 열어젖힌다. 서늘한 기운이 들창을 타고 스며들면서 달짝지근한 온기를 환기시킨다.

오소소 소름이 돋은 무산이 몸을 뒤척인다. 그러곤 머리맡에 놓인 자리끼를 손으로 더듬어 찾는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벽에 기댄 채 앉은 그는 벌컥벌컥 주전자를 입에 대고 물을 마신다.


“벌써 일어난 거여? 사대문 안에 술은 독하긴 독하나보네. 그만 정신 줄을 놓고 말았어. 이젠 몸둥아리도 늙어서 말도 잘 듣지 않네, 꺼억!”

트림을 한껏 쏟아낸 무산은 눈곱을 떼어낸다. 그러곤 담배를 물고 성냥을 켜서 불을 붙인다.

“그동안 신세 진 거 잊지 않겠습니다.”

인호의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일까. 무산은 무심코 한 마리 툭 내뱉는다.

“부디, 어디로 가든지 몸조심하게. 보는 눈들이 한 둘이 아니더라고.”

“네?”

양반다리를 한 무산이 고개를 삐딱하게 틀곤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는다.

“내가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까막눈일지언정 독립운동을 하는 투사를 못 알아볼 정도로 매국노는 아닐세! 이거 얼마 되지 않지만 노잣돈에 보태 써!”

무산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전대에서 돈다발을 바닥에 툭 내던진다. 인호는 돈다발을 그에게 공손히 돌려준다.

“그동안 잘 해주신 것만으로도 갚을 길이 없습니다. 이 돈은 받은 걸로 치겠습니다.”

“소금 장사꾼의 돈이라 무시하는 게야? 나라를 되찾겠다는 데에 백정의 돈이면 어떻고, 기생 속곳에서 나온 돈이면 어때서? 무식한 놈 마음 변하기 전에 어서 챙겨둬!”


무산의 고집에 결국 승복한 인호는 돈다발을 가슴속 깊이 넣고는 큰절을 한다.

“그 날이 오면 어르신 소금막에서 다시 일하겠습니다. 부디 몸 건강하십시오.”

“큰일 하는 사람의 일터로 소금막은 손색이 없지. 인생의 짠맛을 외면하는 인간치고 잘 되는 걸 못 봤거든. 하하핫! 자네 자리는 남겨둘 테니 언제든지 오게나!” “네! 다시 뵐 날까지 무병 하십시오!”

“밥이 식었군!”


그는 인호가 슬그머니 나가는 데에도 본체만체한다. 그러곤 뚝배기에 코를 박은 채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한다.



222.


농장의 천막학교는 국민회 소속 회원들과 학생들로 붐빈다. 연사로 나선 용만의 일장연설이 막바지에 이른 듯 그의 목소리가 격앙된다.


“여러분들은 ‘기미년 3·1만세운동’의 뜨거운 희열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시고 있을 겁니다. 오늘은 특별히 당시 탑골공원에서 학생대표로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일경에 쫓겨 총격까지 받은 3·1운동의 독립투사 한인서 군을 모시고 환송연을 여는 날입니다. 여러분 민족의 독립열사 한인서 군을 열렬히 환영해주십시오!”

청중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리며 인서를 환영한다. 그는 헨리를 안은 수잔과 함께 연단에 오른다.

“부족한 제게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국민회 회원분들과 박용만 회장님 그리고 한글학교 학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절을 올립니다.”

그는 넙죽 엎드려 청중을 향해 큰절을 한다. 그러곤 상기된 얼굴로 두어 차례 목을 가다듬는다.

“이역만리에서 이렇게 동포 여러분의 열렬한 환송을 받을 줄을 꿈에도 몰랐습니다. 너무 감격한 나머지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저의 가족 아내 수잔과 아들 헨리를 소개합니다.”

얼떨결에 소개를 받은 수잔은 물기가 가득한 눈매를 훔친다.

“여러분의 열기가 뜨거운 것을 보면 한국의 독립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방인으로 살면서 조국에 대한 끊임없는 열망을 불태우는 여러분들을 보면서 저는 애국심의 진정성에 대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남편을 도와주신 답례를 무엇으로 갚을까, 많이 생각했습니다. 비록 남편이 본국으로 학업을 위해 떠나지만 저는 여러분 곁에 남아서 영어를 가르치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결심했습니다. 한국은 남편의 나라이자 나에겐 제2의 조국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연이어 쏟아진다. 다시 단상에 오른 용만이 인서의 어깨를 다독인다.

“여기 동포들의 작은 정성을 담은 장학금을 건네네. 부디 조국독립을 위해 밀알이 되어 주시게!”

용만이 장학금을 건넨다. 눈시울이 불거진 인서는 결국 수잔을 부둥켜안고 참았던 눈물을 흘린다. 용만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청중의 관심을 돌린다.

“냄새가 솔솔 나는 걸 보니 바비큐가 다 된 모양입니다. 농장 앞마당에 식탁이 준비되었으니 맘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어둑어둑 날이 저물기 시작한다. 곳곳에 횃불이 불타오른다. 인서와 수잔은 동포들과 한데 어울려 이별의 정을 나눈다.




223.


경덕은 미라를 부축하고 경찰서를 등진다. 이층 창가에 선 타이요우가 커피를 마시며 부부를 내려다본다. 행인들은 만신창이가 된 부부에게 길을 내주며 수군거린다.

다리를 질질 끌며 걷던 미라가 그만 풀썩 주저앉는다. 축 늘어진 몸체는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며 좀처럼 가누기가 쉽지 않다. 제풀에 지친 경덕이 아내를 쓸어안은 채 흐느낀다. 지나가던 마차가 멈춘다. 마차에서 내린 마부가 경덕에게 말을 건다.


“미천골에 사시는 인호 아버님이시죠?”

“뉘신지······?”

“말하자면 인호한테 한글을 깨친 제자입니다. 쯧쯧쯧! 많이 상하셨네요. 어서 타십시오.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마부는 미라를 번쩍 들어 짚더미 위에 눕힌다. 경덕이 수레에 오르자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만주로 떠난 주민들이 늘면서 곳곳에 흉가가 널린 미천골은 살풍경하기 짝이 없다. 마차가 당산나무를 지나 초가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한 경덕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불에 탄 집은 벽이 허물어지고 문짝이 뜯겨 흉흉하다. 온갖 살림살이가 제멋대로 마당에 나뒹군다. 경덕은 비스듬히 기운 반쪽 대문에 미라를 기대놓곤 마부와 인사를 나눈다.


“거리에서 객사할 뻔했습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별말씀을요. 전 양지골에 살고 있습니다. 가끔 뵈러 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살펴 가십시오.”


마부가 떠난 뒤 휑한 마당에 선 경덕은 차마 입을 떼지 못한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나마 건넛방은 문짝만 달면 바람은 피할 만하다. 마당에 나뒹구는 문짝을 건넛방으로 옮겨 임시방편으로 이 빠진 돌쩌귀에 놋수저를 꽂아 고정시킨다.

정신이 돌아온 듯 게슴츠레한 눈을 뜬 미라가 제 눈을 의심한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울부짖는다. 실어증에 걸린 탓일까. 연신 헉헉거리는 것이 호흡이 불안정하다. 핏기가 걷힌 경덕이 다가온다.

“여보, 울지 마! 조금만 손을 보면 바람은 피할 수 있어. 군불을 피울 테니 조금만 기다려. 따듯하게 해줄게!”

그는 아내를 방으로 옮긴 뒤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그는 불쏘시개를 되작거리며 잉걸불을 멀거니 바라본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살풍경한 흉가에 그나마 온기가 감돈다. 덤불을 헤집고 나온 백구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끙끙거린다. 경덕의 품에 안긴 백구가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핥는다.




224.


인호는 단풍이 울긋불긋한 정동의 돌담길을 걷는다. 저만치 경찰이 다가오는 것을 확인한 그가 400년 동안 터줏대감으로 정동을 지킨 회화나무 뒤편으로 몸을 숨긴다. 경찰이 지나간 것을 확인하곤 교회 방면으로 잰걸음을 놓는다. 노을 후광을 받은 교회 외관의 붉은 벽돌이 유난히 짙은 명암을 드리운다.


그가 마당을 서성거린다. 목사가 다가와 본당 뒤 사제관으로 안내한다.

“안으로 드시지요.”

목사는 그가 들어간 후 곧바로 문을 잠근다. 의자에 앉은 노신사가 그를 맞이한다.

“신문을 도배하다시피 한 유명인사를 만나다니, 반갑네.”

인호는 노신사가 내민 손을 선뜻 잡지 못한 채 주저한다.

“섣불리 신분을 노출할 수 없는 입장을 헤아려주십시오.”

인호는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나나 자네나 도망자 처지이니 상대를 대놓고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 이해하네. 사실 경성에서 내 신분을 아는 사람은 서너 명도 안 되네. 그러나 신 기자의 완곡한 부탁이 있어서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이 자리에 왔네.”

‘신 기자’란 말에 다소 안심이 된 듯 인호가 인사말을 건넨다.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한인호라고 합니다.”

“신 기자의 말을 듣고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했네. 한경덕의 자제라고 들었네만!”

“아버님을 아시는지요?”

“그럼, 알다마다. 내가 어찌 한경덕 동지를 잊을 수 있겠는가? 신 선생의 탈옥을 도울 때 한경덕 동지의 공이 컸다네.”

인호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노신사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상하이로 가는 배편을 구한다고?”

“네!”

“임시정부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나?”

“춘천에서 김도선 선생을 뵌 적이 있습니다.”

“하하하! 역시 김 동지의 눈썰미가 매섭다니까! 새로 가담하는 열혈단원은 죄다 그의 몫이지. 김 동지라면 신뢰할 수 있네.”

말을 마친 그가 턱을 바짝 끌어당겨 치뜬 눈으로 상대를 경계한다.

“만나자는 장소는?”

상대가 적의를 드러내자 인호는 잠시 머뭇거린 뒤 대꾸한다.

“‘리차드 호텔’입니다.”

“하하하! 마지막 단계까지 통과한 걸 축하하네!”

사내가 다가와 어깨를 다독거린다. 인호는 다소 어리둥절한 듯 눈을 되록거린다.

“제물포항 3번 선착장으로 가서 오 동지를 만나게. 암호는 ‘경성의 봄’이라네. 내일 아침 상하이로 가는 불란서 상선 ‘마르세이유호’를 타려면 지금 당장 경성을 떠나야 할 거야. 내일 배를 놓치면 앞으로 두 달은 기다려야 할 걸세. 그럼 건투를 비네.”


노신사는 커튼 뒤에서 바깥을 살핀 뒤 부리나케 사제관을 빠져나간다. 홀로 남겨진 인호는 서성거리며 얼마간 골몰한다. 그러곤 종이에 글을 남긴다.



‘갑자기 나타나서 느닷없이 떠나는 신세라니······.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인호는 본당에서 기도하는 목사에게 다가간다. 그러곤 영채에게 편지를 전해줄 것을 부탁한다. 서울역으로 간 그는 막 플랫폼을 빠져나가는 인천행 마지막 기차에 몸을 싣는다.




225.


해무가 자욱한 항구는 이른 아침에도 하역하는 노무자들로 북적거린다. 옷깃을 세운 인호가 주위를 경계하며 3번 선착장으로 다가간다. 쌀가마가 쌓여 있는 야적장 근처에서 오 동지가 담배를 피우며 초조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인호가 발견한 그가 담배꽁초를 바닥에 내던지고 발로 비벼 끈다.

“경성의 봄!”

인호는 노신사가 알려준 대로 암호를 나직이 말한다.

“오시느라 수고했소. 서두릅시다. 곧 배가 출항하오. 그리고 여기······”

오 동지는 중국 국적의 상인 등록증과 작업복이 든 가방을 건넨다.

“얼른 갈아입으시오.”

야적장 뒤에서 옷을 갈아입은 인호는 영락없이 하역 노무자의 행색이다. 기운 누더기며 기름때가 잘 어울린 탓인지 지켜보던 오 동지가 웃음을 터트린다.

“나도 못 알아보겠소. 자, 그럼 이걸로······”

오 동지는 구두약을 꺼내 인호의 얼굴에 박박 문지른다. 검댕이 덧칠해지자 누가 보아도 완벽한 중국인 선원의 몰골이다. 그러곤 술병을 들고 인호의 몸에 마구 뿌려댄다.

“조금 있으면 상선 앞으로 세관원이 나와 승선자 목록을 확인할 거요. 미리 갑판장한테 손을 써 놨으니, 중국 선원 틈에 섞여 기다리다가 등록증에 도장만 받으면 되오. 자, 그럼, 무사히 도착하기만 기도하겠소.”


사내는 야적장 뒤로 가뭇없이 사라진다. 긴장을 풀 요량으로 인호는 마른 목을 가다듬는다. 하역을 마치고 승선 명령이 떨어진다. 선착장으로 선원들이 몰려든다. 항해를 담당하는 서양인이 먼저 출국심사를 받고 배에 오르자 허드렛일을 하는 선원들이 순서를 기다린다.

주로 기관실과 갑판에서 일하는 잡역부들은 특유의 체취를 물씬 풍기며 시끄럽게 떠든다. 밤새 폭음을 한 몇몇 선원과 마주한 세관원이 신분증을 본체만체하고 승선을 허락한다.

잔뜩 취한 선원 두 명이 뜯어먹던 족발을 서로에게 휘두르며 실랑이를 벌인다. 인내심이 바닥난 세관원이 혀를 내두르며 등록증에 도장을 찍곤 선착장을 서둘러 떠난다. 인호는 별 탈 없이 배에 오른다. 그가 탄 배는 뱃고동을 힘차게 울리며 해무 속으로 사라진다.




226.


요코하마항에서 ‘카이저호’를 타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던 카지 류노스케가 5년 만에 귀국을 한다. 전과 달리 그는 애꾸눈이었던 왼쪽 눈에 의안을 박아 외관상 멀쩡하게 보인다.

중좌로 승진한 그의 첫 부임지는 천황 직속의 육군성 ‘정보국 5과’다. 만주 진출의 교두보로써 조선을 식민통치하던 대본영은 조·만(朝·滿)정보국을 신설하여 카지 류노스케 중좌의 지휘권 내에 둔다. 1919년에 일어난 ‘3·1독립운동’은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패배의 쓴맛을 안겨준 아픈 손가락이다. 정보국으로의 복귀는 그에게 낭패감을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부여한다.

그러나 그가 떠나 있던 5년 동안 한반도와 만주의 상황은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격동의 연속이었다. 따라서 제아무리 독일에서 첨단의 정보기술을 습득했음에도 불구하고 류노스케의 대처 방법은 종종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괴리를 드러내며 겉돌기 일쑤다.


경성에서의 민심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류노스케는 육군정보학교의 교수부장으로 발령된다. 정보국을 떠나 일선 군사학교의 교수란 직함은 여러모로 좌천이란 성격이 강하다. 자존심이 상한 그는 허구한 날 유학 시절에 마셨던 독주 압생트를 입에 대기 시작한다.

기회는 늘 야망을 꿈꾸는 자의 주위를 기웃거리는 법이다. 1920년대로 접어들면서 일본은 ‘남만주철도주식회사(南滿洲鐵道株式會社)’의 사장을 대리인으로 삼아 만주식민정책에 박차를 가한다. 1922년 10월 ‘만철(滿鐵)’의 7대 사장으로 ‘가와무라 다케지’가 임명된다. 만주를 식민화하기 위해서는 현지의 유력인사와의 사전 협약이 절실하다고 파악한 정보국은 정보전과 공작정치에 능한 카지 류노스케를 정보참모로 중용된다.

만주에서의 정보참모직을 훌륭히 수행한 그는 대좌로 승진하며 육군성으로 복직한다. 그는 1926년 봄에 대본영의 부름을 받고 상하이(上海)의 영사로 파견된다. 그는 유학을 통해 국제적인 정무 감각을 익힌 터라 외교관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흔쾌히 도전장을 내민다.

상하이는 속칭 ‘아편전쟁’으로 불리는 화마를 겪으며 2천여 년을 이어온 폐쇄된 봉건사회의 빗장을 연 개방의 도시이자 대륙진출을 갈망하는 서구 열강의 문호가 된 항구도시다. 1842년 난징조약 이후 일찍이 외국의 상선과 군함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상하이는 통상과 군사, 외교의 각축장으로 자리매김한다.

상하이가 정치와 통상, 외교의 중심지로 급부상하면서 독일 유학을 다녀온 류노스케는 수완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형식적으로는 예편한 상태이므로 외교관의 신분이 어울릴 법하다. 하지만 대본영의 직속 관할을 받는다는 점과 뼛속부터 군인정신을 타고난 그였기에 영사관의 본래 업무는 늘 뒷전이다.

다시 말해 일본 영사관이 하는 일은 대외업무가 주가 되고 대민업무는 종이 된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일본인을 보호한다는 명분 뒤에 숨어 상하이임시정부의 주요 인사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의 경쟁국의 외교관들이 일본 영사관의 주요 업무의 표적이다. 비밀스런 정보 업무가 주가 되면서 영사관은 본말이 전도된 채 파행적으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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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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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화 악마의 최후 +3 19.07.12 166 1 16쪽
133 133화 고귀한 죽음 +1 19.07.11 90 1 12쪽
132 132화 무지개 +1 19.07.10 90 1 13쪽
131 131화 차관협정(借款協定) +2 19.07.05 98 1 14쪽
130 130화 반공포로석방 +1 19.07.01 112 2 13쪽
129 129화 한일회담 +1 19.06.29 110 2 15쪽
128 128화 폭탄테러 +1 19.06.26 120 2 13쪽
127 127화 카츄샤 +1 19.06.24 107 2 13쪽
126 126화 의사 왕룽 +1 19.06.23 106 3 17쪽
125 125화 빅터 한 재단 +2 19.06.19 116 3 13쪽
124 124화 인천상륙작전 +1 19.06.13 143 2 15쪽
123 123화 메모리 가든 +1 19.06.12 114 2 15쪽
122 122화 겹생 +3 19.06.10 112 2 16쪽
121 121화 하와이 +1 19.06.07 121 3 14쪽
120 120화 소령 맥나마라 +4 19.06.06 126 2 15쪽
119 119화 한초희 +1 19.06.05 130 2 14쪽
118 118화 맥아더 원수 +1 19.06.04 123 2 14쪽
117 117화 기만방송 +1 19.06.03 120 2 13쪽
116 116화 코리안 커넥션 +1 19.06.01 131 2 12쪽
115 115화 잠수함 +1 19.05.30 174 2 13쪽
114 114화 6.25 전쟁 +1 19.05.29 147 2 12쪽
113 113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특명 1호 ‘폭풍’ +1 19.05.21 128 2 11쪽
112 112화 금괴수송작전 +1 19.05.19 166 2 10쪽
111 111화 '암호명 A-1' +1 19.05.18 120 2 13쪽
110 110화 악연(惡緣) +1 19.05.17 120 2 14쪽
109 109화 마지막 미션 +1 19.05.16 120 2 12쪽
108 108화 애치슨 라인 +1 19.05.15 118 2 12쪽
107 107화 연적(戀敵) +1 19.05.15 137 2 12쪽
106 106화 독살(毒殺) +1 19.05.14 132 2 12쪽
105 105화 마돈나 다방 +2 19.05.13 137 2 15쪽
104 104화 한국은행 +1 19.05.11 138 2 14쪽
103 103화 비밀거래 +1 19.05.10 161 2 12쪽
102 102화 남미이주작전 +1 19.05.10 155 2 13쪽
101 101화 트루먼 독트린 +1 19.05.10 126 2 11쪽
100 100화 숙명의 라이벌 +1 19.05.10 132 3 18쪽
99 99화 Jane Doe +2 19.05.10 131 2 13쪽
98 98화 앙숙, 이승만과 김구 +1 19.05.10 130 2 12쪽
97 97화 반도호텔 +1 19.05.10 126 2 13쪽
96 96화 좌익과 우익 +1 19.05.09 126 2 13쪽
95 95화 조선인민공화국 +1 19.05.09 131 2 17쪽
94 94화 일본패망(日本敗亡) +1 19.05.09 137 2 12쪽
93 93화 원자폭탄 +1 19.05.09 127 2 13쪽
92 92화 김일성 +1 19.05.09 134 1 14쪽
91 91화 독수리 작전 +1 19.05.09 132 1 14쪽
90 90화 이승만 +1 19.05.09 120 1 14쪽
89 89화 비밀요원 나타샤 +1 19.05.09 114 2 15쪽
88 88화 OSS(미국전략사무국) +2 19.05.09 121 2 16쪽
87 87화 승전(勝戰) +1 19.05.09 114 2 14쪽
86 86화 진주만공습 +1 19.05.08 116 1 16쪽
85 85화 갈라예프 +2 19.05.08 115 2 16쪽
84 84화 채권(債券) +1 19.05.08 120 2 11쪽
83 83화 다카키 마사오 +1 19.05.08 133 2 12쪽
82 82화 광복군(光復軍) +1 19.05.08 114 2 13쪽
81 81화 육군정보학교 +2 19.05.08 116 2 11쪽
80 80화 홍콩행 +1 19.05.07 123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113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112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111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116 3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121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115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110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110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110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110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112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118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113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113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113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112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113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123 2 15쪽
61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114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113 2 13쪽
59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118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112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115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113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112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113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113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117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117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120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114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118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117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116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110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111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113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121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121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118 3 30쪽
39 39화 빅터 한 +1 19.04.25 122 3 49쪽
38 38화 박진만 +2 19.04.25 131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138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135 3 49쪽
35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137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133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131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134 3 47쪽
31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160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135 4 46쪽
29 29화 출산(出産) +3 19.04.20 145 4 43쪽
» 28화 밀항(密航) +2 19.04.20 135 4 45쪽
27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135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141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152 4 39쪽
24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141 5 44쪽
23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144 4 46쪽
22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147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146 5 49쪽
20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150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160 3 49쪽
18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165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161 4 49쪽
16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165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177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187 3 37쪽
13 13화 결혼(結婚) +3 19.04.12 267 6 42쪽
12 12화 돈버거 +9 19.04.12 245 7 44쪽
11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271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294 8 42쪽
9 9화 낙향(落鄕) +4 19.04.10 311 8 42쪽
8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324 9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378 12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381 12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430 13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525 11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645 12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942 13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1,821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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