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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완결

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최근연재일 :
2019.07.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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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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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쪽

29화 출산(出産)

님의 침묵




DUMMY

227.


황포강을 따라 형성된 와이탄(外灘) 지역은 각국의 금융과 무역의 지점들과 공사관들이 밀집하면서 국제도시의 면모를 갖춘다. 특히 사교계의 장으로 유명한 ‘리차드 호텔’은 외교관과 상류층 그리고 그들을 상대로 정보를 사고파는 이중 스파이와 윤락을 제공하는 매춘부의 발길로 문정성시를 이룬다.

회전문을 통과한 인호는 허공에 주렁주렁 매달린 화려한 샹들리에를 보곤 입을 다물지 못한다. 잔뜩 주눅이 든 그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제가끔 호승심을 뽐내느라 정신이 없는 손님들은 남루한 행색을 한 젊은이의 등장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웨이터가 다가가 동전 한 닢을 건넨다. 인호는 정중히 거절한 뒤 비딱하게 쓴 모자 속으로 얼굴을 깊이 파묻는다. 그러곤 서투른 영어로 마담을 찾는다.

웨이터는 미국 영사 부부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마담에게 다가가 귀띔한다.


“마담, 꾀죄죄한 젊은이가 다짜고짜 마담을 뵙겠다고 합니다.”

마담은 영사 내외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한 뒤 로비로 향한다.

“누굴 찾으시죠?”

“상하이 킴을 찾습니다.”

“경성에서 오셨습니까?”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잠시 바에 앉아 기다리세요.”

마담은 발이 쳐진 내실로 사라진다. 바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인호를 유심히 바라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낯익은 얼굴인데······, 딱히 집히지가 않아. 손에 잡힐 듯 말 듯 한단 말이야.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몇 차례 눈을 깜빡거리던 류노스케가 식용수를 왼쪽 의안에 주입한다.

“예? 뭐가 말입니까?”

하야시 소좌가 턱을 괸 채 골몰하는 그를 바라본다.

“하야시 소좌!”

“하이!”

“당장 애들을 풀어서 저기 앉아 있는 청년을 미행하도록 해!”

하야시는 턱을 모로 틀며 그가 가리킨 바를 주시한다.

“곧 시행하겠습니다.”




228.


마담과 인호가 황급히 호텔의 계단을 내려간다. 두 사람은 잽싸게 택시 뒷자리에 오른다. 택시는 차량과 인력거가 뒤엉킨 혼잡한 거리를 벗어나 은행 쪽으로 방향을 튼다.

호텔 밖으로 나온 하야시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는 저만치 택시 뒷좌석에 탄 마담을 확인하곤 계단참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인력거꾼을 냅다 걷어찬다.

“금방 출발한 택시를 뒤쫓아!”

화들짝 놀란 인력거꾼이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어디를 말입니까?”

“빠가야로! 지금 저기 은행 쪽으로 가고 있잖아!”

“뒷좌석에 승객이 탄 택시 말입니까?”

“그렇다!”


인력거꾼이 양손을 입에 물고 휘파람을 분다. 건너편에서 구두를 닦던 구두닦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맞은편 이층 이발소에서 면도를 하던 직원이 슬그머니 이용사에게 자리를 넘기곤 사라진다.

택시는 은행을 그대로 지나친다. 그 뒤로 인력거와 자전거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택시에서 내린 마담과 인호가 행인 틈에 뒤섞여 시장 안으로 몸을 숨긴다. 인력거와 자전거에서 내린 세 사람이 뒤를 바짝 쫓는다.

얼마간 시장을 걷던 두 사람이 각종 골동품을 파는 좌판 앞을 지날 때였다. 별안간 좌판 사이가 벌어지면서 사내 두 명이 마담과 인호의 입을 틀어막곤 비좁은 골목으로 잡아챈다. 다시금 좌판이 이어지면서 주인은 태연하게 호객을 하기 시작한다. 창졸간에 눈앞에서 대상을 놓친 세 사람은 주위를 둘러보면서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세 사람은 뿔뿔이 흩어져 추적을 계속하지만 제자리를 맴돌 뿐이다.





229.


기울어진 대문 사이로 바람이 윙윙거린다. 덤불들이 마구 뒤엉킨 채 마당 한복판에서 소용돌이를 친다. 툇마루에 걸터앉은 미라는 멍하니 건너편 산을 바라본다. 누렁이가 미라의 발등에 턱을 대곤 졸고 있다. 부엌에서 망태기를 걸치고 나오던 경덕은 거친 숨을 몰아쉬는 아내를 보곤 근심에 잠긴다.


“여보! 바람이 만만치 않네. 군불을 지펴놨으니 방에 들어가 있어. 난 칡뿌리 캐러 산에 다녀올게.”

경덕이 잡았던 손을 놓자 앙상한 손이 스르르 미끄러진다.

“조심히 다녀와요.”

“해지기 전에 올 거야.”


미라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남편이 저만치 사라진 것을 확인한 그녀는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여윈 몸체라지만 유난히 불룩한 배가 기형적으로 보인다.

미라는 부지깽이로 숯을 꺼낸 뒤 약탕기를 올려놓는다. 물이 끓기를 기다린 후 독성이 강한 돌미나리와 독말풀을 약탕기 안에 쑤셔놓기 시작한다.

이윽고 독풀이 푹 삶아진다. 약탕기 곁을 지키던 그녀는 이 빠진 사발에 검은 액체를 따른다. 그녀는 결심이 선 듯 사발을 들어 벌컥벌컥 마신다. 잠시 뒤 눈두덩이 경련을 일으킨다.

손에 쥐고 있던 사발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파편이 사방으로 튄다. 아궁이 옆에서 나무토막을 물어뜯던 누렁이가 쓰러진 미라의 얼굴을 혀로 핥는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누렁이는 마당으로 뛰어나가 낑낑거리며 대문 밖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경덕은 동의보감(東醫寶鑑)과 본초강목(本草綱目)으로 약초와 버섯의 약성을 익힌 터라 나무 밑동에 붙어 있는 흔한 이끼조차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여느 때와 달리 비 오듯 흘러내리는 식은땀에 눈매가 개진개진하며 허방을 딛기 일쑤다.

까닭 없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른하늘에 먹장구름이 몰려와 폭우를 뿌린다. 꺼림칙한 불안감이 진저리쳐지도록 전신을 휘감는다. 망태기를 뒤집어쓴 그는 작대기에 의지한 채 엉금엉금 기어서 산을 내려온다.

산자락을 벗어날 즈음 해는 말짱하게 중천에서 이글거린다. 속옷까지 흠뻑 젖은 그는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듯 허허롭게 웃고는 마을과 잇닿은 고샅길로 접어든다. 저만치 집 앞에서 목덜미를 곧추세운 누렁이가 그를 발견하곤 부리나케 달려온다.

꼬리를 흔들며 앞발을 들고 무리하게 달려들어야 할 누렁이가 어인 일인지 낑낑거리며 귀를 젖힌 채 뒷걸음질을 친다. 불길한 예감을 느낀 경덕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잽싸게 집안으로 뛰어 들어간 누렁이의 뒤를 따라 경덕이 마당으로 들어선다. 진한 독초의 향을 맡은 그는 부엌 쪽으로 눈을 돌린다. 그러곤 부엌 앞으로 무거운 발길을 뗀다.

쓰러진 아내를 발견하자마자 그는 망태기를 팽개치고 부엌으로 뛰어 들어간다. 그러곤 아내의 코에 귀를 갖다 댄다. 희미한 숨결을 감지한 그는 다급히 아내를 끌어안고 안방으로 옮긴다.


“여보! 여보!”


이미 핏기가 걷혀 민낯은 새하얗고 하혈을 하여 치마는 피로 흥건하다. 그는 주전자를 입에 대고 물을 들이켠 뒤 냅다 미라의 얼굴에 뿌린다. 미동조차 하지 않자 그는 입을 벌리곤 미라의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는다.

한참을 씨름한 끝에 미라가 구토를 하며 검은 진액을 쏟기 시작한다. 그는 속엣것을 게워내도록 아내의 등을 두드린다. 한바탕 검붉은 진액을 게워낸 뒤 희멀건 곤죽을 게워내자 비로소 안도한다. 그는 미라에게 이불을 덮어주곤 밖으로 나간다.

이미 온몸에 퍼진 독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독성을 독성으로 다스리는 법제(法製)만이 그가 기댈 유일한 방법이다. 그는 부지깽이로 숯을 모아 각종 약초와 버섯이 든 약탕기를 올려놓고 끓이기 시작한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 그는 삼베에 약물을 붓고 젓가락을 이용하여 양쪽을 틀어쥐고 야무지게 진액을 짜낸다.

약탕을 들고 들어온 그는 아내의 입을 벌리곤 숟가락으로 진액을 조금씩 떠먹인다. 그는 아내의 기력이 돌아오기를 내심 기도하며 치마를 걷어 피범벅이 된 사타구니를 씻는다. 검불은 수건을 대야에 헹굴 때마다 대야는 핏물로 흥건하다.

밤새 병간호를 하던 그가 벽을 등진 채 까무룩 잠이 든다. 겨우 정신을 차린 미라가 피로 범벅된 남편의 손을 어루만진다. 기척을 느낀 그가 미라의 뺨을 어루만지며 꺼이꺼이 목 놓아 운다.


“여보! 다신 몹쓸 생각이랑은 하지 마! 애들이 떠나고 당신마저 떠난다면 나는 어떻게 살라고 모진 마음을 먹은 거야! 다시는······”


경덕은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고 눈물을 삼킨다.





230.


김도선은 김구의 각별한 신임을 받아 상하이임시정부(上海臨時政府)의 자금을 관리한다. 주로 해외의 독립단체로부터 송금된 자금은 도선의 애첩인 리차드 호텔의 왕 마담을 통해 세탁과 증식의 과정을 거친다.

왕 마담은 부유층과 서양인이 거주하는 예원(豫園) 거리에서 화랑을 운영하며 중국의 고서화나 골동품을 취급한다. 딱히 거주지가 불투명한 인호는 화랑의 잔심부름을 도맡아하며 낯선 이국땅의 풍토에 차츰 적응해간다.

도선은 별난 인물이다. 왕 마담도 그가 먼발치에서 은밀히 연락을 취해야만 추파를 던지는 뭇시선을 뿌리치고 둘만의 밀회를 위해 침실로 들곤 한다. 그에게는 독특한 버릇이 있는데, 상대가 사소한 궁금증이라도 드러내면 가차 없이 홀연히 행방을 감춘다는 것이다.

반년 만에 나타난 애인의 품에서 콧소리를 내며 교태를 부리는 왕 마당일지라도 공연히 저간의 행적을 묻는 불문율을 어겼다간 과부 신세를 면치 못하기기 십상이다. 오로지 그에 대한 동선은 그만의 전유물인 셈이다.

인호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가 상하이에 정착한 지 여섯 달이 넘어섰을 때였다. 해양기후의 특성상 습한 실내를 환기할 요량으로 화랑의 문을 열고 빗질을 하는데, 낯선 시선이 께름칙하게 느껴진다. 그는 경계를 하며 거울을 통해 입구를 확인하다가 그만 소스라치게 놀라고 만다.


“이젠 중국인이라도 믿겠는걸! 하하핫!”

인호는 떼를 쓰듯 도선을 퉁명하게 대한다.

“아니, 이제야 나타나시면 어떡합니까? 선생님! 그동안 어디서······”

동선을 묻지 말라는 불문율이 뇌리를 스친 걸까. 인호가 단박에 말을 바꾼다.

“선생님 말씀만 믿고 달랑 불알 두 쪽만 차고 황해를 건넜더니만, 절대 고독만이 저를 반겨주더군요.”

“하하하! 고독한 청년, 한인호한테, 절대 고독보다 더 어울리는 감정이 뭐가 있을라고?”

“선생님도 참! 그동안 폭삭 늙었잖아요. 의당 책임지셔야 합니다!”

인호가 정색하며 단호히 묻는다. 도선은 그런 그가 귀여운 듯 호탕하게 웃어넘긴다.

“젊은이의 절대 고독을 책임져라? 뭐, 그까짓 것 정도는 들어주고말고. 앞장설 테니, 꽁무니 빠지게 쫓아와!”


화랑을 나선 도선이 냉큼 인파 사이에 뒤섞인다. 화랑의 문을 닫은 인호는 그를 놓칠세라 잰걸음으로 뒤따른다.




231.


두 사람은 황포강이 내려다보이는 주점 창가에 앉아 술을 마신다.

“선생님, 앞으로 제가 할 일을 찾고 싶습니다. 이곳에서도 감시가 심해 함부로 나다닐 수도 없고, 그렇다고 화랑에 처박혀 박제가 될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부디 불을 밝혀주세요.”

거나하게 취한 인호의 목소리가 귀에 거슬린 듯 도선이 주위를 일별한다.

“나도 관망하고 있네. 지금 중국의 정세는 목하 열애 중이라 할 수 있지.”

“열애라뇨? 무슨 말씀이신지······?”

인호가 생뚱맞은 표정을 짓는다. 도선은 목청을 가다듬고 본론을 꺼낸다.

“1923년 쑨원과 소련 특사 이오페는 ‘민족 및 식민지 문제에 관한 테제’로 레닌이 코민테른에서 발표한 ‘식민지 해방투쟁에서 부르주아의 역할’에 대하여 적극 동의했다네. 말하자면 서로 등을 진 원수지간이 이른바 ‘국공합작’이란 연합전선을 통해 적이 아닌 동지가 된 셈이지. 1924년 제1기 전국대표대회에서 소련과 연합하고, 공산당과 협조하며, 농민과 노동자가 협력한다는 소위, ‘연소, 용공, 농공부조’의 3대 정책이 채택되었네. 다시 말해 공산당원도 당적을 보유한 채 국민당의 입당이 가능해졌단 얘기지. 대표적으로 공산당의 강경론자인 마오쩌둥도 중압집행위원의 후보로 선출되었네. 노동운동과 농민운동이 중국 전역에 들풀처럼 불고, 상하이에서 항만노조들이 연일 데모하는 것도 국공합작과 무관하지 않네. 그리고······”

도선은 잠깐 망설인 뒤 말을 잇는다.

“일본은 중국의 통일 정부를 원치 않는다네. 내분이 일어나 지리멸렬하길 바라던 그들에게 있어서 제국주의를 몰아내려는 국공합작은 눈엣가시나 마찬가지야. 아무튼 국공합작으로 수세에 몰린 일본은 지방을 통치하는 군벌들을 후원하며 암중모색 중이라네. 설상가상으로 우리 쪽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네. 새로 부임한 카지 류노스케 영사가 정보요원들을 대폭 증강하여 임시정부의 뒤를 캐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신임 영사 카지 류노스케란 자는 총독부에 근무할 때도 독립단체를 서캐 훑듯이 샅샅이 색출한 작자라 각별히 조심해야 하네.”

“카지 류노스케?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인호가 무심코 던진 말에 도선이 반응을 보인다.

“알다마다. 자네하곤 연이 깊다고 볼 수 있지. 자리를 옮기세. 아무리 시끄러운 술집이라도 듣는 귀는 따로 있는 법이니까!”


주점을 나선 두 사람은 네온이 휘황찬란한 황포강변을 따라 걷는다.


“상하이 일본영사하고 제가 무슨 원한이 있어서 연이 닿는 걸까요?”

인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나중에 알 게 될 걸세. 그나저나 올해가 가기 전에 김구 선생께서 국무령에 취임해야 하는데, 임정에 내홍이 깊어 큰일이네.”

“국무령제라면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까? 국무위원회를 구성하면 다양한 의견도 수렴할 수 있어서 좋은 제도가 아니겠습니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 김구 선생께서 국무위원회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도 임정이 맞닥뜨린 삼중고를 척결하려는 방편이라네.”

“삼중고라면?”

“일본영사관의 반응이 심상치 않아. 머지않아 임정에 대한 극심한 탄압이 예상되네. 게다가 젊은 지지층 사이에선 마르크스와 레닌의 공산주의가 새로운 이데올로기로 거론되면서 지도층과 마찰을 빚고 있고, 마지막으로 일본의 개입으로 군자금의 조달도 원활하지 않아 임정의 돈줄을 옥죄고 있는 실정일세.”

“그럼 임정을 상하이가 아닌 다른 도시로 옮길 의향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주요 인사의 안전가옥도 노출된 상황이라 일부에선 일본의 입김이 닿지 않은 내륙으로 이전하자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네. 나도 곧 만주의 군사학교로 전출될 지도 모르네. 아무래도 일본의 탄압이 지속되는 이상 임정의 이전도 차선책이 될 수 있겠지.”

“선생님! 책임지시기로 했으니까, 이번 전출에 저도 끼워주십시오.”

“자네와 같은 젊은 투사가 따른다면, 나야 좋지! 사실 김구 선생께서도 긴밀히 투쟁단체를 결성하라고 지시를 내리셨네. 주요 인물을 제거하거나 중요기관을 파괴할 특무공작부대가 곧 신설될 거야. 특무공작부대는 죽음을 불사할 애국 투사가 필요한데, 자신 있나?”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이겠습니다.”

“내가 왜 춘천에서 자네를 한눈에 알아본 줄 아나? 바로 자네의 그 식지 않는 패기가 나를 반하게 할 걸세.”

도선은 인호의 어깨를 다독거리며 긴 숨을 내쉰다. 얼마간 물비늘에 어른거리는 불빛을 바라보던 인호가 앙다문 입을 연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도선이 고개를 뒤로 빼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총과 탄약을 구해주십시오.”

“검문이 심해서 지니고 다니기 힘들 텐데, 어디에 쓰려고?”

“상하이를 떠나기 전에 꼭 할 일이 있습니다. 다시 뵙는 날 신문을 보시면 아시게 될 겁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등대 쪽으로 걸어간다.




232.


이틀 뒤 화랑에 소포 하나가 배달된다. 인호는 바깥 동정을 살핀 뒤 화랑의 문을 닫고 소포를 들고 계단을 오른다. 고서화와 골동품이 가득 찬 다락방에서 포장을 벗긴 그의 시선에 날이 선다. 쪽지를 쥔 손이 부르르 떨린다.


‘29일 08시 황포선착장’


내용을 뚫어지게 보던 그가 쪽지를 구겨서 입에 넣고 억지로 삼킨다. 그러곤 소포에서 권총을 손에 쥔다. 거미줄이 쳐진 천장 틈에서 비추는 볕뉘가 거무튀튀한 총신에 어지럽게 반사된다.

그는 잠시 이틀 전 황포강변을 떠올린다. 이역만리에서 동포를 만나는 개연성도 흔치 않은 일인데, 부모님의 원수와 맞닥뜨리게 될 줄이야. 도선으로부터 ‘카지 류노스케’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그는 그저 출세욕에 불타는 전형적인 일본의 관료를 떠올렸다.

그러나 차츰 시간이 흐를수록 ‘알다마다. 자네하곤 연이 깊다고 볼 수 있지’라는 도선이 남긴 말이 이명처럼 귓바퀴를 맴돌았다.

‘카지 류노스케’라는 인식의 부재가 확증으로 다가온 연유는 다음과 같다. 그가 도선과 함께 강변을 걷고 있을 무렵 물비늘에 반사되는 네온은 마치 얽히고설킨 지난 시간의 응을 푸는 실마리로 작용한다. 일련의 사건들이 삽시간에 재구성되면서 그 구심점에 등장한 단어는 절대 잊히지 않는 상처와도 같은 것이다.


문뜩 떠오른 ‘돈버거’란 단어가 발열하면서 기억소자는 빛의 속도로 뇌리를 관통한다.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관자놀이의 핏줄이 불끈 솟는다. 이윽고 어머니의 환영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그리고 뒤미처 등장한 또 한 명의 여인, 신영채.

그랬다. 그에게 있어서 ‘돈버거’는 추억을 되새김하는 단순한 고유명사가 아닌 두 여인을 떠올리게 하는 연결고리다. 깊숙한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얼굴 없는 그림자와 닿는 인식의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는 미망에 사로잡힌 듯 미지의 그림자를 향해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총알을 장전하곤 격발하는 시늉을 연거푸 실행한다. 일찍 화랑을 닫은 인호는 총을 가슴에 품은 채 자전거에 오른다.

상하이 외곽의 후미진 공터에 도착한 그는 허수아비를 표적으로 삼아 사격연습을 한다. 총성 십여 발이 울릴 때마다 낱알을 먹던 철새들이 푸드덕거리며 날아올라 노을에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군무를 펼친다.




233.


화려한 이층 전각으로 이루어진 호심정(湖心亭)은 상하이의 최고 관광지로 통한다. 호숫가를 따라 늘어선 수양버들의 그늘이 비단잉어 떼가 노니는 수면 위에 어른거린다.

류노스케는 거류민단장 사사키와 나란히 앉아 영국 은행가 스튜어드와 협상을 하고 있다. 하야시 소좌가 이끄는 경호원들이 주위를 삼엄하게 경계한다. 찻잔을 한 손으로 받치고 마시는 것으로 서로 우의를 확인한 세 사람은 환하게 웃으며 호심정을 나선다.

구곡교를 막 벗어난 일행이 승용차가 주차된 마당에서 작별 인사를 나눌 순간 총성이 울려 퍼진다. 인호가 두건을 쓴 채 성큼성큼 걸어가며 총을 난사한다. 하야시와 경호원들이 반격에 나선다.

몸을 구르며 다가간 인호가 차 뒤에 숨은 류노스케를 향해 총을 발사한다. 차창이 무너져 내리고 파편이 사방으로 튄다. 총에 맞은 사사키 거류민단장이 쓰러질 찰나 류노스케는 잽싸게 그의 뒤로 숨는다. 영국 은행가 스튜어드가 현장에서 즉사한다. 거류민단장을 엄폐물로 삼은 류노스케는 가까스로 2차 총격으로부터 치명상을 면한다.

경호원들의 반격이 거세지면서 수세에 몰린 인호는 뒷걸음치면서 총을 발사하지만 공이가 헛바퀴를 돈다. 그는 좁혀오는 경호원을 향해 총을 내던진다. 그러곤 훌쩍 인력거를 뛰어넘어 황급히 골목으로 몸을 피한다. 인호와 경찰 이십여 명이 추격전을 펼친다. 사전에 도주로를 꼼꼼히 답사한 인호는 미로처럼 얽힌 골목을 헤집으면서도 빨랫줄에 널린 옷을 걷어 갈아입는 여유를 보인다.

하야시와 경호원들을 따돌리는 데 성공한 인호는 교통이 혼잡한 시내로 접어든다. 어느 틈엔가 평범한 중국인으로 변복한 그는 행인 틈에 뒤섞여 거리를 활보한다. 거리로 나선 하야시와 경호원들은 북적거리는 행인과 맞닥뜨리자 어리둥절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234.


산골의 늦가을은 유난히 을씨년스럽다. 주인이 떠난 집은 쉬이 닳고 틀어져서 흉가가 되듯이 주민이 떠난 미천골도 흉흉하기 짝이 없다. 마을 원로들이 쉼터로 삼던 정자는 눈에 파묻혀 마을의 대소사를 결정짓던 옛 위용은 온데간데없다.

조상의 묘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과 죽어도 고향 땅에 묻혀야 한다는 고집을 고수한 몇몇 노인들만이 띄엄띄엄 흩어져 살며 그나마 황폐한 마을에 온기를 보탠다. 흉가에 터를 잡은 주인 잃은 개들은 이슥한 밤이 되면 무리를 지어 마을을 지배한다.

미라의 병색이 깊어가면서 병구완에 나선 경덕은 늘 여력이 없다. 서리를 뒤집어쓴 채 허물어진 건넛방과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마당은 자칫 흉가를 연상시킨다. 다행히 하혈은 멎었다. 그러나 미라의 실어증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그는 애지중지하던 가문의 보물에 손을 대기에 이른다. 경덕이 도백을 역임한 할아버지와 동부승지를 지낸 아버지의 관복과 흉배, 사모관대를 장터에 내놨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춘천 일대에 파다하게 퍼진다. 그도 그럴 것이 미천골의 한 씨 가문은 춘천 제일의 명문가로 손꼽히기 때문에 거간꾼 사이에서도 낙찰가가 쉬이 매겨지지 않는다.

한 씨 가문의 관복 일체는 읍내의 알부자로 소문난 포목상이 낙찰을 받는다. 경덕이 손에 쥔 오백 원은 족히 쌀 백 가마를 살 정도로 부농이라도 선뜻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거금이다.


경덕은 당장 미라를 춘천의료원의 특실에 입원시킨다. 그는 원장 앞에 돈다발이 든 보자기를 올려놓고 담판을 짓는다.

“원장님! 화병이 도져 실어증에 걸렸습니다. 부디 내 아내를 살려주십시오. 이 돈 전부를 드리겠습니다.”

원장은 도리질을 치며 정색한다.

“의사는 환자의 병을 두고 거래를 하지 않습니다. 치료에 소용된 만큼 치료비를 청구할 겁니다.”

“원장님!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무엇이든지 다 하겠습니다.”

“일단 환자의 상태부터 보고 얘기하시죠.”

원장은 간호사를 대동하고 특실을 방문한다. 단순히 육안으로도 병이 깊은 것을 확신한 듯 원장은 미라의 환자복 안에 청진기를 밀어 넣곤 지그시 눈을 감는다. 십여 초가 흐른 뒤 그는 입술을 비죽이 내민다. 그러곤 재차 청진기를 복부 쪽으로 옮긴다. 혹시나 했던 심증이 확증이 되는 순간, 그는 고개를 주억거린다.

“간호사!”

“예!”

“임신 검진 준비하세요.”

간호사가 초조해하던 경덕에게 넌지시 말을 건넨다.

“잠시 밖에서 기다리십시오.”

경덕이 나가자 의사는 간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검진을 시작한다.


병실 밖에서 기다리던 경덕은 안절부절못한다. 이윽고 영구 봉인될 것만 같은 문이 열린다. 병실을 들어갈 때와 달리 의사는 적이 덤덤한 표정을 짓는다.


“보호자님은 잠깐 저와 면담을 하실까요?”

원장실로 자리를 옮긴 원장은 감정이 배제된 어투로 냉정하게 대한다.

“축하합니다. 임신이 확실합니다.”

“네?”

경덕은 제 귀를 의심한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가 아니었더라면 주먹을 날릴 판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임신 6개월로 추정됩니다. 산모의 건강이 다소 걱정이 됩니다만 다행히도 태아는 유산되지 않았습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내 나이가 얼마인데 망측스럽게······”

“여성의 몸은 신비스럽습니다. 인위적으로 유산을 한다손 치더라도 신이 점지해주신 이상 태아는 생명력이 강인한 법입니다.”

어안이 벙벙한 경덕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임신중독에 걸려 실어증을 겪는 산모들도 출산하면서 원상태로 돌아오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노산이라 다소 무리가 따르긴 하겠지만 치료와 함께 몸조리를 병행하면 순산할 확률도 높습니다. 앞으로 산모의 건강에 각별히 신경 쓰셔야 할 겁니다.”

“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원장실을 나선 경덕은 뚜벅뚜벅 병원 뒷마당으로 나간다. 눈발이 날리는 뒷마당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벤치에 앉은 그는 공연히 앙상한 나무를 바라보며 한숨을 연발한다.

호되게 고문을 당한 아내가 만신창이가 되어 유치장으로 내동댕이쳐지던 날이 문뜩 떠오른다. 아무리 냉혈한의 인두겁을 쓴 타이요우라지만 설마 아내를 겁탈할 줄은 예상도 못 한 일이다.

그의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두 주먹은 금방이라도 표적을 향해 적개심을 표출할 것처럼 부들부들 떨린다. 그렁그렁 차오른 눈물이 수척한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주먹을 입에 물곤 얼마간 꺼이꺼이 눈물을 삼키던 입에서 날숨이 새어 나온다.

맹탕 허공을 응시하던 그의 눈동자에 찬바람이 닿으면서 눈물이 메마른다. 눈물이 흐르던 자리는 얼룩이 져 마른버짐처럼 희멀겋다. 초점을 잃은 눈으로 휑한 뒷마당을 끔벅거리던 그가 혼잣말로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원치 않은 생명의 씨앗을 잉태케 한 단죄는 의당 마땅히 묻겠어! 다만, 아내의 몸에 깃든 생명은 아내의 일부이자 나의 책임이야! 아내와 아이 둘 다 절대 잃을 순 없어!’


암기하듯 혼잣말을 되뇌던 그가 불현듯 뒤로돌아 병실로 잰걸음을 놓는다.




235.


두 명이 즉사한 총격 사건으로 상하이는 발칵 뒤집힌다.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된 일본 영사관에서 경미한 찰과상을 입은 류노스케가 긴급회의를 주관한다. 의안(義眼)을 만지작거리던 그가 잠시 맥없이 돌고 있는 천장 선풍기를 바라본다. 그러곤 책상을 치며 분노를 터트린다.

“그놈이야! 리차드 호텔에서 본 놈이었어!”

참석자들은 의아한 듯 눈을 깜빡거리며 그의 눈치를 살핀다.

“조선총독부에서 보내온 자료를 갖고 와 봐!”

하야시가 수북하게 쌓인 더미에서 서류철 하나를 꺼낸다. 서류를 넘기던 류노스케의 외눈이 파르르 떨린다.

“바로 이놈이었어. 한경덕의 아들 한인호!”

그가 탁자 위에 펼쳐놓은 ‘춘천 3·1동맹파업 주동자 한인호’란 제하의 서류에는 사건 개요와 관련 사진이 실려 있다. 춘천고보 입학 당시의 사진도 첨부되어 있다.

“당장 이 사진을 상하이경찰서에 보내서 공조수사를 요청하고, 상하이의 주요 거리에 수배전단을 뿌리도록 해!”


그날 밤 상하이 곳곳에 몽타주가 나붙는다. 왕 마담과 와이탄 거리를 걸으며 데이트를 하던 도선은 불길한 예감이라도 든 듯 ‘호외요, 호외’를 외치는 소년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는 소년에게 동전 한 닢을 건너고 호외를 건네받는다. 호외를 읽는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몽타주가 인호란 사실을 알게 된 왕 마담도 입을 다물지 못한다.

“진정한 실천가로군! 큰 인물이 될 재목이야!”

도선이 하는 혼잣말을 듣던 왕 마담이 거든다.

“행동거지가 범상치 않다고 느꼈지만 정말 대단한 젊은이네요.”

“상하이를 잘 부탁하네!”

“이번에는 언제쯤 오실 거예요?”

왕 마담은 제발이 저린 듯 말을 해놓고선 서둘러 수습한다.

“어디에 계시든지 부디 몸조심하세요. 간혹 짬이 날 때면 저를 생각해주실 거죠?”

“이르다 뿐인가!”

왕 마담은 도선의 목에 매달려 한동안 키스를 한다.

“그럼, 이만······”


왕 마담의 눈을 얼마간 응시하던 그가 인파에 휩쓸려 가뭇없이 사라진다. 왕 마담은 까치발로 종종거리며 도선의 흔적을 뒤쫓지만 이내 포기하고 만다. 그녀의 눈가에 물기가 촉촉하다.




236.


해협을 뒤덮은 해무가 걷히자 국제무역항 상하이의 위용이 서서히 드러난다. 정박 중인 증기선들 사이로 돛대를 펼친 정크선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교통체증을 유발한다. 뱃고동 소리에 놀란 갈매기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둥지 주위를 선회한다.

황포부두의 여객터미널은 승객들로 붐빈다. 일곱 시를 알리는 괘종소리가 선착장에 울펴 퍼진다. 칭다오(靑島)를 경유하여 다롄(大連)까지 운항하는 여객선이 힘찬 뱃고동을 울리는 것을 신호로 세관원들이 개찰구를 개방한다.

열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던 승객들이 막 승선하려는 찰나 사이드카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트럭과 함께 개찰구 앞에 멈춘다. 경찰들은 손에 쥔 전단지와 승객들의 얼굴을 일일이 대조한다. 저만치 뒤쪽에서 가죽옷을 입은 하야시가 부하들을 대동한 채 재차 검문을 한다.

마침내 검문하던 경찰과 하야시가 줄 끄트머리에서 동태를 살피던 도선에게 다가간다. 도선이 신분증과 표를 건넨다. 유창한 만주어로 사투리까지 구사하는 그를 보곤 오히려 중국 경찰이 말을 못 알아듣는 듯 신분증을 건네곤 자리를 이동한다.

무사히 배에 오른 도선은 갑판에 서서 항구에 묶어둔 밧줄을 해체하는 작업을 내려다본다. 이윽고 여객선의 이물이 서서히 방향을 튼다. 항구는 점점 도선의 시야에서 멀어진다. 그는 끝내 인호가 나타나지 않자 낙담한다. 그는 주머니에 꽂아둔 호외를 펼쳐서 얼마간 바라본다.


그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뿜을 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호외를 뚫어져라 보실 만큼 어디 큰일이라도 났습니까?”

짐짓 놀란 그가 천천히 턱을 모로 튼다. 무심한 인호는 멀어져가는 상하이의 마천루를 주시한다.

“사람 놀라게 하는 특기가 있군!”

“류노스케! 그놈을 죽이지 못한 게 한이 될 뿐입니다.”

“용케도 승선했군. 난 다시는 자네를 보지 못할 거로 생각했네.”

“밤새 검문이 심해서 딱히 갈 데가 마땅치 않더군요. 그래서 새벽에 몰래 배에 숨어들어서 화물칸에서 한숨 잤습니다.”

“선견지명이 자넬 살렸어! 다신 못 볼 줄 알았던 동지가 살아왔으니, 축배를 들어야지 않겠나? 하하핫!”

도선은 안주머니에서 플라스크를 꺼내 한 모금 마시곤 인호에게 건넨다.

“생환주로는 이만한 게 없지!”

인호는 넙죽 받아 마시고는 이내 헛구역질을 한다.

“아니, 이게 뭡니까?”

“보드카라는 것일세. 맛을 기억해두게나! 앞으로 마실 날이 많을 걸세. 하하핫!”


두 사람은 상하이를 배경으로 갑판에서 주거니 받거니 플라스크를 건네며 목을 축인다. 긴장감이 풀어진 탓일까. 취기에 젖은 두 사람은 어깨동무를 하고 어칠비칠 걸으며 선실로 이동한다.




237.


총독부의 미쓰야 경무국장으로부터 훈령을 받은 히로시 경찰서장은 춘천의 기관장들을 소집한다. 타이요우가 이끄는 수사계 소속의 고등형사와 각 계의 간부가 한자리에 모인다.


“우리가 호랑이를 키운 꼴이군! 이 신문을 봐! 상하이에서 카지 류노스케 영사가 백주대낮에 피격을 당했다. 두 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영사는 가까스로 화를 면했다고 하는데, 범인이 바로 한인호다!”

서장이 낯을 붉히며 탁자 위에 신문을 내려놓는다. 참석자들이 고개를 비죽이 내밀고 신문을 훑어본다. 히로시 서장은 부하들을 일별하곤 다그친다.

“미쓰야 경무국장님과 만주군벌 장쭤린 사이에 맺은 ‘미쓰야 협약’으로 만주는 독립군의 활동이 위축된 상태다. 따라서 총독부에서는 한인호의 도주 루트를 여러 각도에서 열어놓고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그의 고향인 춘천으로 잠입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농후한 까닭에 본서에 특별훈령이 하달됐다. 그가 나타난다면 기필코 우리가 생포하여 총독부로 압송한다. 춘천경찰서의 명성을 조선 제일의 치안부서로 자리매김할 기회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반드시 놈을 생포하도록! 알겠나?”

“하이!”

허리를 곧추세운 참석자들이 한입이 되어 응답한다.

“타이요우는 잠시 할 얘기가 있으니 남고, 나머지는 해산하도록!

참석자들이 빠져나간 회의실은 휑하다. 얼마간 적막한 시간이 흐른다. 이윽고 히로시 서장이 벼른 듯이 말문을 연다.

“한경덕의 근황은 어떤가?”

“미천골은 황폐해져 거지소굴과 진배없습니다. 현재 늙은 부부 몇 가구와 경덕 내외가 움막을 치고 사는 꼴입니다.”

“놈이 춘천에 나타나면 맨 먼저 찾을 곳이 부모가 사는 미천골이 아니겠는가?”

“부모에 대한 사랑이 남달라서 필시 올 것이라 믿습니다.”

“밀정을 붙여 이십사 시간 감시하도록 해! 자네도 이번 참에 공을 쌓아서 보다 큰 바닥에서 놀아야 하지 않겠나?”

“불철주야로 감시망을 이중삼중 가동하겠습니다!”


히로시가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민다. 면밀한 교감이라도 나누려는 듯 타이요우는 허리를 숙인 채 악수를 한다.




238.


칭다오 군벌의 하수인에게 쫓기던 도선과 인호는 이동 루트를 재점검한다. 역마다 심어놓은 정보원들의 등쌀에 못 이겨 기차는 엄두도 못 내는 형편이다. 여러 차례 은신처를 옮긴 끝에 마련한 마구간은 간신히 바람막이만 가능하다. 말을 할 때마다 뿜어지는 희뿌연 입김은 마치 굶주린 영혼이 사위를 두리번거리듯이 허공에 흩어지며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던 도선이 인호에게 제안한다.

“기차를 이용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야. 아무래도 육로를 이용해서 만주로 이동해야겠네.”

“만주 요로마다 관동군 검문소가 있을 텐데, 만만치 않겠군요.”

“자금도 바닥이 났어. 이 시계를 팔면 말 두 마리는 족히 살 수 있을 거야.”

도선이 허리춤에서 회중시계를 꺼내며 만지작거린다. 인호는 속주머니에서 지전 뭉치를 꺼내 그에게 건넨다.

“얼마 안 되지만 이거라도 보태 쓰세요.”

눈이 번한 도선이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다.

“아니, 자네한테 이런 거금이 있다니! 도대체 어디서 났는가?”

“왕 마담이 가끔씩 용돈을 주시곤 해서 모아둔 겁니다.”

“역시 내 사랑 왕 마담은 요긴한 여자라니깐! 하하핫! 이 정도면 만주 전역을 떠돌더라도 굶어 죽지는 않겠어. 자네와 나랑 충분히 먹을 만큼의 절인 두부와 말린 돼지고기는 살 수 있겠어. 그리고 저녁마다 보드카도 곁들일 수 있을 듯해.”


도선은 가슴속에서 플라스크를 꺼내 보드카 한 모금을 마신다. 바닥이 드러났는지 플라스크를 입에 털어보지만 헛수고일 뿐이다. 입맛을 다시는 것을 보던 인호가 샐쭉 웃는다. 머쓱한 듯 도선도 짐짓 인상을 펴고 억지웃음을 짓는다.


“으이쿠 춥다. 어서 잠이나 자두자고. 낼 마장에 가서 마을 사려면 일찍 서둘러야 해.”

담요를 뒤집어쓴 채 등을 돌린 그는 심하게 코를 골며 곯아떨어진다. 인호는 드러난 그의 발목에 제 담요를 덮어준 뒤 호롱불을 끈다. 드르렁드르렁 코 고는 소리에 잠을 못 이루던 인호는 구멍 난 천장을 통해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본다.


어느덧 날이 밝는다. 낡은 지붕 사이로 틈입한 햇살이 도선의 얼굴에 내리쬔다. 인호는 주전자를 올려놓은 모닥불에 불씨를 살린다.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 도선은 인호가 건네준 커피를 마시며 몸을 움츠린다.


“젊음이 좋긴 좋아. 어찌나 춥던지 난 한숨도 못 잤네.”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그를 보곤 인호가 배시시 웃는다.

“전 선생님의 코 고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잘 잤습니다. 굿모닝입니다.”

딱히 할 말이 궁색한 듯 도선은 말을 돌린다.

“모름지기 하루의 승패는 모닝커피가 좌우하는 법! 향이 그윽한 걸 보면 오늘 일진도 쾌청청일 듯하네. 음······, 좋다!”


눈을 감고 커피를 음미하는 도선를 뒤로하고 인호는 묵묵히 짐을 챙긴다.



239.


타이요우가 난로 주위에 모인 부하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한경덕의 아내가 의료원에 입원했다고 합니다.”

진구가 보고한다.

“병명은?”

진구가 보란 듯이 윗니를 드러내며 배시시 웃는다.

“임신이라고 합니다. 춘천 바닥에 이미 소문이 파다합니다. 다 늙은 부부가 임신을 했다면서 뒷공론이 무성합니다. 이번에 한 씨 가문의 체면도 바닥을 치는 가 봅니다.”

“의료원이 경찰서 근처에 있으니, 감시는 수월하겠군! 간호사를 매수해서 드나드는 사람이나 특이사항을 보고하도록 조치해!”

“알겠습니다.”

진구가 대답할 즈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부하가 문을 열고 커다란 함을 든 포목상을 안으로 들인다.

“어서 오시오, 김 사장!”

응접실의 중앙에 타이요우가 앉는다. 포목상이 탁자 위에 함을 올려놓고 정성스럽게 개봉한다.

“비밀이 새지 않도록 웃돈을 넉넉히 주고 입수했습니다. 형사님이 구매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여기 모인 우리가 전부입니다.”

“수고했네.”

포목상이 함 안에서 관복과 흉배, 사모관대를 차례대로 꺼내 탁자 위에 놓는다. 진귀한 보물이라도 본 듯 타이요우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게 바로 당상관들만이 입는다는 적색포 관복에 쌍학 자수가 새겨진 흉배가 아니더냐! 이 귀한 것이 내 수중에 들어올 줄이야!”

타이요우는 형형색색 비단으로 수놓은 흉배를 어루만지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왕이 없는 나라에서 당상관이 뭔 대수랍니까? 입은 사람이 바로 당상관인 게지요.”

포목상이 은근히 부추기자 타이요우가 덥석 문다.

“하기야! 황후장상의 씨가 어디 따로 있던가? 하하핫! 어디 한 번 걸쳐볼까?”

그는 포목상의 도움을 받아 관복을 입고 사모관대를 착용한다. 마지막으로 흉배까지 배에 두르자 마치 고관대작이라도 된 양 그는 거울 앞에서 거들먹거리며 폼을 잡는다.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진구가 한술 더 뜬다.

“거기 아무도 없느냐? 당상관 납시셨다!”

말석에 앉아 있던 부하가 허리를 굽실거리며 쪼르르 나와 대문을 여는 시늉을 한다.

“대감마님 퇴청하셨습니까요? 냉큼 안채로 드십시오!”

의기양양한 타이요우가 답한다.

“종일 국사를 봐서 심신이 몹시도 곤하구나. 경이 한턱낼 테니, 어여 풍악을 울리거라!”

“에이,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하하핫! 이거 참 흉내만 내도 대감이 된 듯하구나. 말 나온 김에 관복을 걸치고 춘천옥에서 걸쭉하게 한판 놀자꾸나. 어서 춘천옥에 연통을 넣거라!”



눈보라를 헤치고 춘천옥으로 자리를 옮긴 일행은 대감놀이에 푹 빠져 밤새도록 술판을 벌인다.




240.


미라는 좀체 기력을 회복하지 못한다. 경성에서 내로라하는 세브란스병원과 자혜의원으로부터 신종 약물까지 공급받으며 치료를 받았지만, 좀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상의 관복을 팔아 조달한 목돈도 점차 쌈짓돈 수준으로 급격히 줄어든다.

경덕은 수덕(手德)이 좋기로 소문난 심마니 여러 명을 고용한다. 그들은 백두대간의 주요 혈을 찾아 눈을 뒤덮고 자란 산삼과 약초를 채취하여 경덕에게 제공한다. 눈을 헤집으며 심마니들이 캔 산삼과 약초는 죽음의 문턱에서 사경을 헤매던 병자들도 화색이 돌게 할 만큼 효험이 있을 양이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미라에게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병실 끄트머리의 탕비실에서 약을 달이던 경덕이 어수선한 복도를 내다본다. 간호사들과 산파가 원장의 뒤를 따라 특실 쪽으로 잰걸음을 놓는다. 불길한 예감이 든 그가 목을 빼곤 쳐다본다.

원장이 201호실 앞에 멈추는 순간, 그가 쥐고 있던 약탕기가 바닥에 곤두박질치면서 산산조각이 난다. 새하얗게 질린 그가 병실로 부리나케 뛰어간다.


그는 피가 잔뜩 묻은 시트를 들고 나오는 간호사와 마주치곤 아연실색한다.

“무슨 일이오?”

“양수가 터졌습니다.”

“산모는······?”

“원장님께서 검진 중이니 잠시 밖에서 기다리십시오.”

황급히 떠나는 간호사를 뒤로하고 경덕은 손을 쥐락펴락하며 병실 앞을 서성거린다. 한 시간이 가뭇없이 지나간다. 바쁘게 드나드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밖에서 기다리던 경덕도 땀으로 흠뻑 젖는다. 산파의 생떼 같은 주문이 문틈으로 역력히 들린다.

“힘을 주세요, 힘을! 자, 내 손을 잡고 마지막 젖 먹던 힘까지 내구려! 자, 어서!”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마침내 병실에서 빽빽대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경덕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태아의 울음소리는 정상적인 탄생을 의미한다. 그러나 자궁을 떠받치고 있는 골반이 이완되면서 수반되는 산모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다. 왠지 불길하다. 그의 민낯이 차츰 잿빛 구름처럼 어두워진다. 이윽고 콧잔등에 겨우 안경을 걸친 원장이 숨을 몰아쉬며 복도로 나온다.

“어떻게 됐습니까?”

“딸입니다!”

“욕보셨습니다. 산모는요?”

다급한 경덕의 질문에 원장은 잠시 턱을 모로 튼다.

“겨우 위험한 순간은 모면했지만, 오늘 밤이 고비입니다.”


병실로 들어선 경덕은 핏기가 걷힌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흐느낀다. 손이라도 대면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유리에 갇힌 아내의 얼굴은 섣불리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창백하게 식은 이마에 몽실몽실 땀이 배어있다. 그는 손수건으로 이마와 콧잔등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내기 시작한다.

배가 고픈지 입술을 실룩거리던 아기가 산파의 품에서 몇 차례 인상을 찌푸리더니 이내 울음을 터트린다. 강보에 싼 아기를 건네받은 경덕은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렇지만 신산(辛酸)이 가득한 표정에도 웃음이 엷게 번진다. 옆 병동에서 초유를 얻어온 산파가 아기를 받아 젖병을 입에 물린다. 입과 볼을 오물거리며 반을 비운 뒤에야 트림까지 한 아기는 배냇짓을 하는 듯 목을 가누며 까무룩 잠이 든다.


“두 시간 뒤에 젖병을 물리시고 기저귀를 갈아주시면 됩니다. 특이한 점이 있을 때는 간호사를 호출하시면 되고요. 그럼 산모 옆에 아기를 누일 테니, 눈 좀 붙이세요.”

어느덧 10시가 지나고 있다. 경덕은 잠결에도 옹알거리는 아기를 보면서 연신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그가 쪽잠에서 깬 것은 자정을 넘은 시각이다. 꼼지락거리는 인기척에 놀라 눈을 뜬 그가 제 눈을 의심한다.

“여보! 언제 깼어?”

비스듬히 누운 미라는 아기를 품에 안고 젖을 물리고 있다.

“빈 젖이라 걱정했는데, 그래도 빠는 걸 보면 젖이 나오나 봐요.”

비록 핏기가 걷힌 몸일지언정 아기를 품은 어미는 모성을 발휘하는 법인가보다. 파리한 입술에 화색이 돌고 황변이 짙은 눈에도 온기가 흐른다.

“여보, 몸이 나으면 평생 끼고 살게 해줄 테니, 이리 주구려.”

팔을 내뻗은 남편을 뒤로 남겨둔 채 미라는 어깨를 돌려 아이를 품 안 가득 감싼다.

“어미젖도 못 빨아본 아이로 만들고 싶지 않아요. 혹시 알아요? 빈 젖이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먹이면 아이 머릿속에 어미의 온정이 기억될 수도 있잖아요. 힘닿을 때까지 물리고 싶어요.”

경덕은 차마 말리지 못한다. 그러곤 말을 돌려 아내의 분위기를 살핀다.

“생각해둔 이름이라도 있어?”

잠자코 있던 미라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얼마간 골몰하던 그가 운을 뗀다.

“음······, 험한 세상에 나서 풀처럼 끈질기게 사는 아이란 뜻으로 ‘초희’가 어때?”

눈을 끔벅거리며 천장을 보던 미라도 흡족한 듯 대꾸한다.

“초희? 좋아요. 모진 세상에서 풀처럼 강인한 생명력으로 꼭 살아내야죠!”


미라는 강파른 손끝으로 아기의 볼을 매만진다. 모녀를 바라보던 경덕의 눈매가 촉촉하게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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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20화 소령 맥나마라 +4 19.06.06 94 2 15쪽
119 119화 한초희 +1 19.06.05 95 2 14쪽
118 118화 맥아더 원수 +1 19.06.04 94 2 14쪽
117 117화 기만방송 +1 19.06.03 91 2 13쪽
116 116화 코리안 커넥션 +1 19.06.01 100 2 12쪽
115 115화 잠수함 +1 19.05.30 130 2 13쪽
114 114화 6.25 전쟁 +1 19.05.29 111 2 12쪽
113 113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특명 1호 ‘폭풍’ +1 19.05.21 103 2 11쪽
112 112화 금괴수송작전 +1 19.05.19 128 2 10쪽
111 111화 '암호명 A-1' +1 19.05.18 94 2 13쪽
110 110화 악연(惡緣) +1 19.05.17 93 2 14쪽
109 109화 마지막 미션 +1 19.05.16 94 2 12쪽
108 108화 애치슨 라인 +1 19.05.15 93 2 12쪽
107 107화 연적(戀敵) +1 19.05.15 103 2 12쪽
106 106화 독살(毒殺) +1 19.05.14 96 2 12쪽
105 105화 마돈나 다방 +2 19.05.13 105 2 15쪽
104 104화 한국은행 +1 19.05.11 105 2 14쪽
103 103화 비밀거래 +1 19.05.10 120 2 12쪽
102 102화 남미이주작전 +1 19.05.10 120 2 13쪽
101 101화 트루먼 독트린 +1 19.05.10 95 2 11쪽
100 100화 숙명의 라이벌 +1 19.05.10 101 3 18쪽
99 99화 Jane Doe +2 19.05.10 95 2 13쪽
98 98화 앙숙, 이승만과 김구 +1 19.05.10 99 2 12쪽
97 97화 반도호텔 +1 19.05.10 93 2 13쪽
96 96화 좌익과 우익 +1 19.05.09 94 2 13쪽
95 95화 조선인민공화국 +1 19.05.09 97 2 17쪽
94 94화 일본패망(日本敗亡) +1 19.05.09 98 2 12쪽
93 93화 원자폭탄 +1 19.05.09 94 2 13쪽
92 92화 김일성 +1 19.05.09 98 1 14쪽
91 91화 독수리 작전 +1 19.05.09 96 1 14쪽
90 90화 이승만 +1 19.05.09 95 1 14쪽
89 89화 비밀요원 나타샤 +1 19.05.09 88 2 15쪽
88 88화 OSS(미국전략사무국) +2 19.05.09 93 2 16쪽
87 87화 승전(勝戰) +1 19.05.09 90 2 14쪽
86 86화 진주만공습 +1 19.05.08 91 1 16쪽
85 85화 갈라예프 +2 19.05.08 87 2 16쪽
84 84화 채권(債券) +1 19.05.08 95 2 11쪽
83 83화 다카키 마사오 +1 19.05.08 106 2 12쪽
82 82화 광복군(光復軍) +1 19.05.08 87 2 13쪽
81 81화 육군정보학교 +2 19.05.08 88 2 11쪽
80 80화 홍콩행 +1 19.05.07 93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88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86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84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91 3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95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90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85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84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84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84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88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88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88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90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90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90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90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100 2 15쪽
61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91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90 2 13쪽
59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94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90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92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91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90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90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90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94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93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91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90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95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90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90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87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88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90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93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92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90 3 30쪽
39 39화 빅터 한 +1 19.04.25 92 3 49쪽
38 38화 박진만 +2 19.04.25 98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107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103 3 49쪽
35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102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101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102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103 3 47쪽
31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115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106 4 46쪽
» 29화 출산(出産) +3 19.04.20 112 4 43쪽
28 28화 밀항(密航) +2 19.04.20 107 4 45쪽
27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108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112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125 4 39쪽
24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112 5 44쪽
23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112 4 46쪽
22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114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115 5 49쪽
20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120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128 3 49쪽
18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130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131 4 49쪽
16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131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140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146 3 37쪽
13 13화 결혼(結婚) +3 19.04.12 221 6 42쪽
12 12화 돈버거 +9 19.04.12 200 6 44쪽
11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222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241 8 42쪽
9 9화 낙향(落鄕) +4 19.04.10 263 7 42쪽
8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274 8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321 11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324 12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365 13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455 11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559 12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815 13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1,568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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