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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완결

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최근연재일 :
2019.07.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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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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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7쪽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님의 침묵




DUMMY

254.


도선은 정의부(正義府)의 사령장 지청천의 참모로 발탁된다. 인호는 혁명 간부를 양성하는 화성의숙(華成義塾)의 교관으로 발령받는다. 본부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모처럼 쑹화강(松花江)이 흐르는 강둑을 거닐며 근황을 묻는다.


“교관 생활은 할 만한가?”

“역마살이 껴서 그런지 영 답답해 죽을 맛입니다.”

“하하핫! 역시 자네는 나와 같이 혁명꾼과는 달리 혁명가의 핏줄을 타고 났군!”

엄살을 부리는 도선에게 인호가 맞장구를 친다.

“하여튼 형님 너스레는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형님을 닮으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그나저나 들리는 말에 의하면 본부가 뒤숭숭하다던데요?”

조점 전과 달리 도선이 정색한다.

“자네도 알다시피 ‘미쓰야협약’ 이후 국내진입작전이 주춤했었잖아! 사령장을 포함하여 수뇌부들이 곧 중대발표를 할 예정이네.”

“내용은······?”

호기심이 동한 인호가 나직이 묻는다. 주위를 둘러본 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도선이 조심스럽게 운을 뗀다.

“다시 국내진입작전을 개시할 것이야. 이번 작전은 기존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어. 단순히 압록강 너머 벽동, 초산, 철산 등의 조만국경지역이 아닌 내륙 깊숙이 침투하여 현지 세력과 규합을 도모할 예정이야. 기존 작전이 치고 빠지는 기습이 주였다면, 이번 작전은 현지의 동지들과 연합하여 장기간 투쟁을 펼칠 생각이네.”

인호는 물 만난 고기처럼 격하게 반응한다.

“애초부터 그렇게 했어야죠. 기습작전만 벌이면 잔뜩 약이 오른 일본놈들만 자극하는 꼴입니다. 공연히 죄 없는 주민들만 닦달할 것이 뻔하죠. 당장 지원하겠습니다.”

“자네 뜻은 알겠네마는 무작정 대원들을 사지로 몰 생각은 없네. 그래서 지금 특사를 파견하여 해체된 평양의 독립단 동지들과 접선을 꾀하고 있어. 인원과 자금, 은신처 등등 파악하는 대로 병력을 모집할거야.”

“선발대에 지원하겠습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는 이 몸 기꺼이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도선은 인호의 어깨를 다독인다.

“내 그럴 줄 알았지. 아무튼 초읽기에 들어갔으니 곧 결정이 날 거야.”


평양을 무대로 활약하던 독립단은 한때 막대한 군자금을 모집하여 소련 및 체코슬로바키아로부터 구입한 9연발자동권총과 각종 화기를 독립군부대에 조달하던 단체로 명성이 자자했다. 1925년 독립단을 이끌던 백운기가 체포되면서 독립단도 해체의 수순을 밟는다.

잔여 세력은 여전히 평양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호시탐탐 독립단의 부활을 꿈꾼다. 그러던 와중에 정의부에서 파견된 특사와 접선한 독립단원들은 국내진입작전의 뒷배를 담당하기로 한다.

드디어 수뇌부로부터 국내진입작전의 재가가 떨어진다. 1차 선발대로 정의부 산하의 일곱 중대 가운데 6중대가 선정된다. 6중대는 총 4개 소대로 구성된다. 특히 선봉을 맡은 별동대로 발탁된 1소대는 인호가 소대장을 맡고 있다. 선봉대 발대식이 극비리에 이루어진다. 지청천이 소대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무며 격려한다.


“이번 작전은 1소대의 어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소대가 개척한 노선이 곧 별동대를 맡은 6중대를 이끌게 될 것이다. 또한 1소대가 확보한 은신처가 정의부의 현장 지휘소가 된다. 따라서 이번 작전에 정의부의 사활이 걸렸다고 생각하고 각별히 유념하도록! 그리고 소대원 전원은 지금부터 소속과 계급, 이름이 없는 무명용사다. 가명을 사용하도록 하라! 만약 적에게 잡히더라도 자결하라! 정의부 소속이 밝혀지는 날에는 관동군이 대대적인 보복을 가해올 것이다. 자유시 참변을 기억하라! 더 이상 동포들의 희생은 원치 않는다. 이상!”


지청천이 파오를 빠져나간 뒤 소대원들도 그 뒤를 따른다. 도선과 인호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형님!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이름이나 하나 지어주세요.”

인호는 독립이를 쓰다듬으며 대뜸 묻는다.

“자식, 싱겁긴! 사람이 어디 쉽게 죽는 줄 아냐? 넌 불사조의 운명을 타고났어. 걱정하지 마! 그냥 무명씨로 지네!”

“누가 이름 석 자를 역사에 남기겠다는 거예요? 그냥 근사한 이름으로 불리면 좋겠다는 뜻 외에는 없어요!”

“‘서광휘’가 어때?”

“네?”

“허허로운 광야에서 빛처럼 휘날리는 혁명가! 뭔가 혁명가스럽잖아!”

“‘서광휘’라? 듣고 보니 혁명가답네요. 하하핫!”

“서광휘 중위! 살아 돌아오라!”

“서광휘 중위, 명 받들겠습니다.”


인호는 꼿꼿한 자세로 거수경례를 한 뒤 도선과 뜨겁게 포옹한다.

“나도 곧 군자금 모집을 위해 파견될 거야. 그날까지 제발 살아만 있어다오!”

“형님도 참! 서인호가 어디 쉽게 죽을 목숨이랍디까? 올 때 보드카나 한 병 들고 오세요. 그럼 조국 땅에서 뵙겠습니다.”

파오를 나간 인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도선은 혀를 내두르며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그래 넌 난 놈이다! 내가 본 투사 중에 가장 물불 안 가리는 미친놈이라고!”



255.


조선총독부 앞마당에서 관동군으로 파견되는 부대의 환송식이 거행된다. 대부분 육군으로 구성된 연대 규모의 부대는 임무를 마친 부대를 대신하여 관동군으로 배속된다. 사이토 마코토 총독의 일장 연설을 듣는 내내 절도 있게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는 군인들과는 달리 오른쪽 맨 끝에 서 있는 무리들이 이채롭다.

군인이라기보다는 민간인에 가까운 사내들은 복장부터가 눈에 띤다. 말장화에 가죽점퍼 그리고 도로구찌를 쓴 사내들은 콧수염까지 기른 자도 있다. 이십여 명으로 구성된 사내들은 조선 팔도에서 내로라하는 고등계 형사들로서 류노스케가 이끄는 ‘독립군토벌단’ 소속이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군기가 바짝 든 육군사관학교 소속의 후보생들이 오장(伍長) 계급장을 어깨에 달고 전방을 주시한다. 이들은 류노스케가 발탁한 인간사냥꾼인 고등계 형사를 지원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지원부대의 초급간부인 셈이다.

부대 대표로 뽑힌 나카다가 연단에 올라 천황에 대한 충성서약을 낭독한다. 총독으로부터 부대기를 받은 그가 제자리로 돌아와 기를 흔들다. 후보생들이 모자를 공중에 던지면서 비로소 출정식의 대단원이 막을 내린다.


총독부 앞마당을 빠져나간 부대들은 경성역까지 시가행진을 하며 시민들의 환호를 받는다. 신의주까지 운행하는 경의선 기차는 부대가 승차할 때까지 숨을 고른다. 마지막 차량에 배치 받은 ‘만주독립군토벌단’이 승차한 후 기차가 역사를 빠져나간다.

경부(警部)로 승진한 타이요우는 도로구찌를 콧잔등까지 바짝 끌어당기곤 잠을 청한다. 그 뒤로 군장을 내려놓은 까까머리 군인들이 빼꼭히 앉아 있다. 덜컹거리던 기차는 어느덧 시내를 벗어나 수색을 지난다.

책을 펼친 나카다 뒤로 소풍이라도 가는 듯 들뜬 미나토는 부대원들과 패를 돌리며 투전을 벌인다. 곳곳에서 승패에 따라 시비가 갈린다.

열차는 문산을 지나자마자 고삐 풀린 소처럼 우렁찬 사자후를 토하며 전력질주하기 시작한다. 속도감이 귀에 익을 무렵 선잠을 자던 타이요우가 벌떡 일어나 뒤를 돌아본다.


“도대체 뭣들 하는 거야?”

타이요우가 역성을 낸다. 젊은 병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들은 척도 않는다.

“빠가야로!”

벌떡 일어선 타이요우는 병사들이 앉은 좌석으로 걸어가며 눈을 흘긴다. 얼굴에 길게 드리워진 칼자국이 열차가 흔들릴 때마다 덩달아 움찔거린다. 흉측하게 드러난 상처를 본 병사들은 움츠리며 눈을 피한다.

“어디 소풍이라도 가는 줄 아나? 이 기차가 멈추는 순간 바로 지옥의 문이 열린다. 이렇게 썩어빠진 정신으로 천황폐하의 존엄한 사명을 완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오산이다! 앞으로 오합지졸의 모습을 보이면 내가 먼저 너희들 머리통에 총알을 박아줄 테다! 알았나?”

타이요우가 다그치자 주눅이 든 병사들은 나직이 답한다.

“네!”

고개를 내민 미나토가 앞자리에 앉은 나카다에게 귓속말을 한다.

“아니, 저 인간은 바로 춘천경찰서 타이요우 형사잖아? 그자가 왜 이 기차에 탔지?”

“저자라면 능히 타고도 남지!”

“저 지독한 놈이 우리 상사라니······, 군대는 줄을 잘 타야 군 생활이 꽃핀다는데······, 이 더러운 기분은 뭐지? 우리 좆 된 거 맞지?”

미나토가 푸념을 늘어놓는데, 별안간 타이요구가 고개를 들고 뒤를 노려본다. 미나토는 슬그머니 자세를 낮추곤 고개를 숙인다.


열차는 검은 열기를 길게 내뿜으며 밤새도록 북으로 내달린다.




256.


4월 들어 옹송그리던 꽃들이 봉우리를 틔운다. 모든 것이 박제처럼 굳어진 미천골에도 움직임이 감지된다. 여전히 자리보전하고 있는 미라는 병마와 투병 중이다. 미라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혼절을 거듭한다.

정신 줄을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미라가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경덕의 손을 꼭 붙든다. 경덕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겨나가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눈물을 삼킨다. 암죽만으로 연명하던 초희도 얼굴에 마른버짐이 잔뜩 끼어 푸석푸석하다.

그는 부엌으로 가서 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활활 타오르는 잉걸불은 그에게 유일한 안식인 셈이다. 심난한 마음을 다스릴 뿐만 아니라 굶주린 모녀의 양생을 위해선 불은 정성스레 다루어야 한다.

‘탁’, ‘탁’ 솟구치는 불의 생명력이 그대로 청각을 자극한다. 펄펄 끓는 가마솥은 벌써 몇 바가지의 냉수 세례를 받은 뒤다. 꼭 쥔 손아귀에선 땀이 배고, 바싹 마른입에선 단내가 폴폴 난다.

여느 때와 달리 흰쌀밥이 오른 저녁상이 안방에 차려진다. 화로 위에선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자반고등어가 노릇노릇하게 구어진다. 아무래도 미음만으론 기력을 되찾는 데에 어렵다고 판단한 그가 궁여지책으로 아내가 즐겨 먹던 반찬으로 상을 차린 것이다.


벽에 기댄 채 몸을 가눈 미라는 예전과는 달리 파리한 얼굴에 화색이 돈다.

“이게 무슨 냄새지? 고등어자반이네요.”

“봄도 됐고 해서 입맛 좀 당기게 당신 좋아하는 고등어자반을 구웠어.”

“비린내가 이렇게 정신을 맑게 해주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코를 벌름거리던 미가가 식욕이 동한 듯 침을 꼴깍 삼킨다. 경덕은 흰쌀밥이 담긴 숟가락 위에 고등어 살점을 올린다. 그러곤 미라의 입으로 숟가락을 가져간다. 한 입 가득 오물거리며 씹는 미라의 입가에 옅은 웃음기가 드리운다.

“정말 꿀맛이에요. 이렇게 식욕이 돋는다면 금방 초희를 품에 안을 수 있을 거예요.”

“초희는 걱정하지 말고 어서 한 그릇 뚝딱 비우도록 해!”

밥을 받아먹는 미라는 자고 있는 초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우리 딸이 옥비녀 꽂고 시집가는 것을 꼭 봤으면 좋겠는데······. 얼마나 예쁠까? 젖이라도 제대로 물리면 무럭무럭 자랄 텐데······”

물을 마신 미라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한숨을 내쉰다.

“우리 내외가 합심하면 늦둥이 하나 키우지 못할 게 뭐 있겠어. 예쁜 옹주를 시집보내려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데, 나 혼자 힘으론 어림도 없어! 얼른 툴툴 털고 일어나시게!”


경덕은 초희를 안아 미라에게 건넨다. 초희를 품에 안은 미라가 옷고름을 푼다. 풀어헤쳐진 옷 사이로 야윈 속살이 훤히 드러난다. 앙상한 살결은 마른 나뭇가지에 매달린 삭정이처럼 강파르다.

어렵사리 몸을 가눈 끝에 흘린 땀은, 그 온기를 빼앗긴 채, 야윈 몸에 이슬로 맺힌다. 축축해진 몸에서 살내가 폴폴 난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신선한 공기와도 같은 향취다. 그것은 생명의 신비를 간직한 채취이며, 제 목숨을 희생하며 만들어낸 분신과 연결된 위대한 모성이기도 하다.

아이는 잠결에도 빈 젖을 물지 않는다. 가뭄에 말라비틀어진 것처럼 거칠어진 유두는 순한 아이의 혀에도 이물스러운 듯하다. 허투루 고갯짓을 하는 딸을 보던 미라의 눈가에 그렁그렁 물기가 차오른다. 가까스로 되찾은 기운이 해가 될까 봐 경덕이 얼른 화제를 전환한다.


“여보, ‘돈버거’를 어떻게 만들지? 요새 그게 부쩍 생각나는걸! 당최 만들어 본 적이 있어야 엄두를 내지. 조만간 시장을 봐올 테니, 당신이 옛 솜씨 좀 내보는 건 어때?”

“돈버거라? 오랜만에 들으니까 마치 남의 집 음식 같네요. 몸이 나으면 간만에 솜씨 좀 부려볼게요.”

미라와 경덕은 얼마간 서로의 얼굴을 넌지시 바라보며 웃는다. 그러곤 이마를 맞대고 서로의 뺨을 보듬는다.

“여보 사랑해!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한 일은 바로 당신을 아내로 맞이한 거야.”

경덕이 아내의 어깨에 기댄다.

“여보 사랑해요!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한 일은 바로 당신을 남편으로 맞이한 거예요!”

“아니, 이 사람이 아이들처럼 따라하기는? 이제 농도 치는 걸 보니 멀쩡하구먼! 하하핫!”

“호호홋! 그럼요. 초희 시집보낼 때까지 뒷바라지해야죠!”


간만에 부부의 웃음소리가 담장 밖을 넘는다. 호롱불빛이 온기를 내뿜으며 초가를 휘감는다.



257.


‘독립군토벌단’은 주둔지나 위수지역이 따로 없이 독립군이 준동하는 지역이면 우선적으로 파견되는 기동타격체제로 운영된다. 따라서 토벌단은 정규군과는 별개로 만주지역의 정보를 총괄하는 카지 류노스케 대좌의 명령만을 수행한다.

관동군 사령부의 정보국을 방문한 타이요우가 긴장한 표정으로 류노스케의 집무실을 기웃거린다. 잠시 뒤 부관이 나와 그를 안으로 들인다. 류노스케와 마주한 그는 여전히 굳은 자세로 안절부절못한다.


“자네 얘기는 많이 들었네. 춘천에서 눈부신 전과를 올렸더군. 총독부 미쓰야 경무국장한테 똘똘한 고등계 형사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더니만, 조선 팔도의 내로라하는 형사 가운데 유독 자네의 경력이 눈에 띠더군!”

“영광입니다!”

“상하이에서 나를 저격한 놈이 누군지 아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한인호란 놈은 집안 전체가 저한테도 원수나 마찬가지라서 지옥까지라도 쫓아가서 제 손으로 잡고야 말겠습니다.”

이를 바득바득 가는 소리에 거슬린 류노스케가 인상을 찌푸린다.

“보통 인연이 아니란 얘기군! 그만하면 됐네.”

타이요우가 큼지막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 뒤 평정심을 되찾는다.

“그놈의 집안은 지금도 생각만하면 치가 떨리네. 그건 그렇고, 춘천 경찰서에서 보낸 자료에 의하면 한인호의 아버지가 한경덕이더군!”

“예, 그렇습니다.”

“흠······, 한경덕이라······”

편두통이라도 앓듯 그는 얼마간 오른쪽 관자놀이를 엄지로 지압을 한 뒤 말을 잇는다.

“조센징 가운데 가장 질긴 인연일 거야. 한경덕은 나를 암살하려고 한 조선독립단원이었고, 그 아들이 대를 이어 상하이에서 나를 암살하려고 했다니 말이야.”

자신이 발탁된 연유를 짐작한 타이요우가 눈알을 부라린다.

“나와 한경덕의 질긴 인연이 자네한테까지 연결된 것을 보면 보통 인연이 아닌 것만은 확실해! 안 그런가?”

“영광입니다!”

“하하핫! 악연에서 파생된 불구한 인연이 영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적의 적은 동지라고 하지 않습니까? 하물며 그러할 진데 적을 공통으로 둔 인연이라면 하늘이 맺어준 천륜이지 않겠습니까?”

“하하핫! 그런가? 아무튼 자네 배포만큼은 높이 사고 싶네. 독립군이 암약하는 단둥으로 배치될 걸세. 곧 좋은 소식이 있으리라 믿겠네.”

“대좌님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꼭 한 씨 가문의 족속들을 잡아 대령하겠습니다.”

“알았네, 천륜으로 맺은 동지! 하하핫!”


두 사람은 마치 오래도록 헤어진 형제가 만난 양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낸다.



258.


타이요우는 예로부터 대륙과 반도를 연결하는 교통로인 압록강변의 국경도시 단둥에 배치된다. 그는 나카다와 미나토가 각각 분대장으로 있는 2개 분대를 이끌고 신의주와 단동을 잇는 철교를 중심으로 검문검색을 강화한다. 국경무역으로 입출경이 빈번한 곳이라서 하루에도 수백 명의 드나들곤 한다.


“벌써 이곳에 배치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관동군 정보국으로부터 보고받은 바에 의하면 정의군 소속의 무장병력들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고 한다. 나카다 쇼 오장과 미나토 오사무 오장은 각각 출경과 입경 검문소의 병력을 강화하고 2중으로 감시하도록 하라!”

타이요우는 상하이 영사를 암살하려던 인호의 전단지를 건네주며 덧붙인다.

“누군지 잘 알겠지? 내가 자네들은 선발한 것도 바로 이놈을 잡기 위해서다. 검문소에 붙여놓고 얼씬거리는 인간들은 전부 검문하도록! 첩보에 의하면 독립군들이 장돌뱅이로 위장하여 국경을 넘나든다고 하니, 장사치를 보면 속옷까지 철저히 검색하라!”

타이요우의 지시사항을 꼼꼼히 숙지한 두 사람은 소리가 나도록 발뒤꿈치를 붙이며 답한다.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사무실을 빠져나온 두 사람이 표정이 제각각이다. 두 눈을 부라린 채 전단지를 쥐고 있는 미나토가 타액을 분출시키며 열을 올린다.

“한인호, 이 새끼, 출세했네! 춘천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홀연히 사라지더니만 상하이에서 영사를 암살하려고 했다니. 선도부에 있을 때 단단히 기를 꺾어놨어야 하는데······. 내 손에 잡히기만 해 봐! 반병신을 만들어놓고 말 테다!”

미나토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곤 노골적으로 적개심을 드러낸다. 하지만 나카다는 왠지 미열이라도 있는 듯 잔뜩 근심어린 표정이다.

“나카다! 내기 할까? 누가 먼저 한인호를 체포하는지 말이야.”

나카다는 대꾸조차 않는다.

“이번에 이놈만 잡으면 바로 고급과정으로 올라가서 실습장교로 진급할 절호의 기회잖아!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만, 이렇게 국경지역에서 동창생을 목 빼고 기다리게 될 줄이야! 그래, 한인호! 내가 지키고 있는 초소로 제발 찾아와 다오! 내가 격하게 반겨줄 테다!”

나카다를 힐끔 쳐다본 뒤 미나토는 초소 쪽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워낙 신출귀몰하는 놈이라 이 순간에 초소를 지나쳤을지도 모르지. 나 먼저 간다!”


덩그러니 남겨진 나카다는 초소 앞에 길게 늘어선 출경 행렬을 보면서 한숨을 내쉰다. 청명한 하늘로 시선을 옮기곤 입엣말을 중얼거린다.


‘인호야! 너랑은 평생 좋은 친구로 지내고 싶었는데······. 전단지에서 마주하게 되다니, 우리 사이를 가로막는 연이 얄궂을 따름이다. 어느 하늘 아래에 머물던 건강하길 바란다. 적이든 친구든 네 얼굴을 보면서 술 한 잔 기울이고 싶다. 부디 잘 지내다오, 친구여!’


나카다의 손에 쥐어진 전단지에 눈물이 똑똑 떨어진다. 눈물을 머금은 얼룩이 지면을 타고 선명하게 번진다.

길게 날숨을 내쉰 그가 뚜벅뚜벅 걸어갈 즈음 출경을 담당하는 초소 쪽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다. 달구지를 끌던 소가 갑자기 제자리에 주저앉으며 일대의 교통이 마비된다. 국경수비대의 병사들이 달려들어 사태를 수습하려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거품을 게워내는 소는 아무리 멍에를 틀어쥐고 끌어내도 흰 눈자위만 희번덕거릴 뿐 꼼짝도 하지 않는다. 뾰족한 수가 없자 병사들은 달구지를 옮기기 시작한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수레바퀴가 빠지면서 가득 실은 짐들이 강둑으로 쏟아진다. 짐꾼은 강물로 뛰어들어 떠내려가는 꾸러미를 강변으로 걷어낸다. 구경꾼들도 달려들어 짐꾼을 도와 꾸러미를 건져 올린다. 수비대들이 사방에서 호루라기를 불며 통제를 해보지만 이미 이탈한 대열은 짐과 한 데 뒤섞여 뒤죽박죽이다.

차에서 내린 타이요우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현장을 지휘한다. 가까스로 평온을 되찾을 즈음 저만치 맞은편 강둑으로 기어오르는 무리를 발견한 초소병이 총을 발사한다. 부지불식간에 뒤통수를 맞은 듯 타이요우가 눈알을 부릅뜬 채 강을 살핀다. 애면글면하며 짐을 건지던 짐꾼은 꾸러미에 의지하곤 거친 물살을 타고 하류 쪽으로 떠내려간다. 그제야 수상쩍은 낌새를 감지한 타이요우가 건너편 강둑을 노려본다. 허리춤에 꾸러미 하나씩을 매달고 도강한 사내 이십여 명이 흔적도 없이 건너편 숲으로 사라진다.

하류 쪽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짐꾼은 보아란 듯이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물비늘을 따라 공명된 웃음소리만이 한동안 어수선한 초소 근처에 울려 퍼진다.


“각 오장들은 추격대를 구성하여 대기한다. 5분 뒤 출발한다! 이상!”


사냥개를 앞세운 추격대가 횃불을 들고 강을 건넌다. 그러곤 정체불명의 사내들이 사라진 숲을 헤집으며 단서를 추적하며 뒤를 밟는다.



259.


압록강을 무사히 넘은 선봉대는 포위망이 좁혀오자 긴급작전회의를 연다. 백발백중의 포수로 일명 ‘백두산 호랑이’로 불리는 김 중사가 콧잔등을 실룩거리며 의견을 제시한다.


“소대장님! 낌새가 이상하지 않습네까!”

한참 형님뻘인 김 중사의 판단을 신뢰하는 인호가 되묻는다.

“중사님! 뭐가 말입니까?”

“국경수비대 놈들은 좀처럼 위수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게 당연한 데, 우리를 바짝 뒤쫓고 있지 않습네까? 아무리 생각해도 정보가 샌 것 같습네다. 마치 우리를 기다리기라도 하듯이 목줄을 조여 오고 있잖습네까!”

얼마간 골몰하던 인호가 결단을 내린다.

“독립군을 전담했던 고등계 형사를 총독부에서 소집했다고 하더군요. 상부에서는 그들이 만주로 파견될 추격대의 선봉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아마도 조선의 사정을 잘 아는 그들이 뒤를 쫓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작전을 변경합니다. 노선을 들키면 안 되니까 1소대는 두 분대로 나눕시다. 1분대는 내가 맡고, 2분대는 김 중사님이 맡으십시오. 열흘 뒤 12시 평양 대동강 을미대가 접선 장소입니다. 십분 만 기다리다 오지 않으면 떠납니다.”

소대장의 단호한 명령에 모두들 말을 아낀다.

“소대장님! 추적을 따돌릴 방법을 말씀해 주시라요!”

김 중사가 묻는다.

“1차 국내진공작전 때 급습한 지역의 주재소를 동시다발적으로 습격할 겁니다. 재차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 안심하고 있을 때 허를 찌르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와해된 잔존세력의 산발적인 습격으로 알고 경비를 강화할 것이고, 추격대도 추적에 애를 먹게 될 거고요. 나는 1분대를 이끌고 초산과 신의주 주재소를 습격할 테니, 2분대는 벽동과 철산 주재소를 기습하세요.”

“알겠습니다!”

대원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지도를 살핀다.

“그리고 적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낮에는 동굴이나 산기슭에서 노숙하고 밤에만 이동하십시오!”

김 중사는 걸쭉한 사투리로 너스레를 떨며 잠시 대원들의 긴장을 풀어준다.

“고조, 내 별명이 뭐니? 백두산 호랑이 아니갔어? 내래 말하자면 호랑이를 사냥할 때 놈이 다니는 목을 지키고 있는 게야! 사흘이고 나흘이고 기냥 눈을 부라리며 지키는 거이야. 근데 고놈은 꼭 죽을 만치 잠이 쏘아질 때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거든? 그때를 놓치지 않는 게 바로 명포수가 되는 길이라우! 알아듣겠니? 하하핫!”


김 중사는 더부룩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일장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주변에 둘러앉은 대원들은 눈을 끔뻑거리며 그의 입모양에 따라 인상을 쓰다가 펴기를 반복한다. 고목 밑동에 걸터앉은 인호는 지도를 보며 작전을 궁리한다.

어느새 사방은 어스름한 기운에 휩싸인다. 막간의 휴식을 취한 별동대는 동과 서로 나뉘어 숲의 정녕인 양 깊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다음날 첫닭이 울기를 기다린 1분대는 초산의 주재소를 기습한다. 같은 시간 1분대는 벽동의 주재소를 습격한다. 별동대는 적이 깨어나기도 전에 읍내를 벗어나 다음 지역으로 이동한다. 이튿날 각각 신의주와 철산 지역의 주재소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별동대를 추적하던 타이요우는 숲속에서 기습 사실을 전해 듣는다. 두 갈레로 길게 누운 풀숲을 보면서 그는 황망한 듯 한숨을 내쉰다. 그러곤 결단을 내린다.


“가장 가까운 기습지역으로 이동한다.”

철산에 도착한 그는 잿더미가 된 주재소를 둘러보며 증거를 수집한다. 찌그러진 탄피 두 개를 주운 그가 뇌관을 면밀히 살피곤 도리질한다. 우물쭈물하던 주재소장이 다가와 보고한다.

“해체된 걸로 알고 있던 독립단 잔당들의 소행으로 추정됩니······”

타이요우의 얼굴에 난 칼자국이 선명한 상처가 움찔한다. 주눅이 든 주재소장이 말끝을 흐린다.

“근거는?”

“새벽에 급습을 한 점과 별다른 총격전 없이 도주한 것을 보면 아직 교전수칙도 모르는 애송이들로 구성된 잔당이 분명합니다.”

타이요우가 은니를 번뜩이며 버럭 화를 낸다.

“애송이가 이런 총알을 쓰나? 빠가야로!”

그가 총알을 건네자 주재소장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총알을 살펴본다.

“구식 화승포 총알이 아닌가요?”

“애송이 같으니! 이 총알은 최신형 소련제 모신나강 소총과 독일제 마우저 권총의 탄피다!”

타이요우는 반쯤 타버린 기둥을 넘어서며 집결한 소대원 앞으로 다가간다.

“나카다! 미나토!”

나카다와 미나토가 잽싸게 달려와 부동자세를 취한다.

“놈들은 최신형 소련제 모신나강 소총과 독일제 마우저 권총으로 무장했다. 단순히 의협심에 총질을 해대는 풋내기가 아니랄 반증이다. 나카다는 나를 따르고 미나토는 분대를 이끌고 벽동지역으로 이동하라! 이놈들은 일부러 우리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위장습격을 한 것이다. 이놈들은 주재소나 습격하려고 국경을 넘은 것이 아니다. 반드시 노선을 찾아내서 일망타진해야 한다. 놈들은 주로 야음을 틈타 이동한다. 따라서 숲길로 숨어들 테니, 뒤를 바짝 쫓아라! 그리고 평주에서 합류한다. 알겠나!”

“하이!”


사이드카와 트럭에 분승한 추격대는 흙먼지를 날리며 양쪽으로 내달린다.






제17장 국내진공작전




260.


LA의 한인회가 주최한 ‘독립운동자금전달식’에 연사로 나선 박용만은 항일투쟁방식을 놓고 이승만 측과 일전을 벌인다. ‘대한인국민회(大韓人國民會)’를 창립한 박용만과 ‘구미외교위원회(歐美外交委員會)’의 위원장인 이승만은 해외항일운동을 이끌어 온 쌍두 실력자다. 독립을 갈망하는 대의명분은 일치하지만 독립을 쟁취하는 방식을 두곤 양 진영은 줄곧 대립각을 세운다.

교민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모금한 독립자금을 두고도 박용만과 이승만은 이견을 보인다. 무장투쟁으로 독립을 쟁취하려는 박용만은 독립자금을 독립군 양성과 무기조달에 써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이승만은 국제적인 외교전을 통해 독립국의 지위를 얻어야 한다며, 독립자금을 워싱턴 정가를 상대로 한 로비자금으로 쓰이길 바란다.

양 진영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혈전을 벌이다가 끝내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깊은 골만 확인한다. 교민들도 지지하는 세력으로 나뉘어 제가끔 만찬을 연다. 수업을 마치고 모임에 참석한 인서는 두 거물의 대립을 지켜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가누지 못한다. 그러나 고국에서 식민지의 설움과 핍박을 몸소 체험한 그는 독립협회가 주창한 ‘자주(自主)’, ‘민권(民權)’, ‘자강(自强)’을 확립하는 방법으로 자력에 의한 독립을 지지한다. 그는 무장투쟁을 옹호하는 국민회가 주최하는 만찬회에서 박용만과 조우한다.


“학업은 잘 하고 있나?”

“중국을 오가며 독립운동을 하시는 선생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지금 학업에 열중하면 훗날 요긴하게 쓰일 날이 올 걸세!”

“국내 사정은 어떻습니까?”

“이번에도 자네 같은 애국청년들이 나서서 거사를 실행했다네. 6월 10일에 거행된 순종 황제 인산일에 맞춰 봉기한 ‘6·10만세운동’을 계기로 대한독립의 의지를 만천하에 알린 셈이지. 학생들은 ‘교육은 우리들 손에 맡겨라!’, ‘일본 제국주의를 타파하라!’, ‘토지는 농민에게 돌려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제2의 ‘3·1만세운동’을 훌륭히 수행했네. 3·1운동 당시 국제적으로 호되게 뭇매를 맞은 일제는 부랴부랴 사태를 막기 위해 경성에 육해군 7천여 명을 집결시키는 것도 모자라 부산과 제물포에 함대를 파견했다고 하네. 비록 경성에서 2백여 명과 전국적으로 천여 명이 체포되어 옥고를 치르고 있지만, 대한의 애국청년의 기개를 세계만방에 알린 쾌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대한민국의 미래는 자네와 같은 애국청년이 있어서 밝은 게야! 아무렴 그렇고 말고!”

흡족한 미소를 머금은 그는 인서의 어깨를 다독인다. 고개를 주억거리던 인서는 얼마간 머뭇거리곤 머릿속에서 맴돌던 궁금증을 드러낸다.

“혹시 ‘한인호’에 대한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까?”

“한인호? 아, 자네 형이지! 상해를 방문했을 때 임정 인사한테 들었네. 김도선이란 임정의 주요 인사가 만주 정의부로 파견되었는데, 동행하는 인물이 한인호라고 하더군! 김도선은 임정 내에서도 신출귀몰하기로 유명하다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걸세! ‘형제는 용감하다’는 제하로 이번 칼럼에 자네 형제를 다룰 생각인데, 괜찮겠지?”

“형이라면 모를까, 감히 제가 뭘 한 게 있다고······”

계면쩍은 듯 인서는 말끝을 흐린다.

“자네야 말로 대한제국의 동냥이 아니겠나? 쑥스러워 하기는······, 자네한테 어울리지 않아. 그나저나 춘천 부모님하고 연락은 어찌 됐나?”

“선교사가 다른 곳으로 부임하면서 아예 연락이 닿지 않아요. 백방으로 수소문해봤는데, 미천골의 주민 대부분이 만주로 떠났다고만 전해 들었어요.”

“쯧쯧쯧!”

혀를 차던 용만은 묘안이 떠오른 듯 중절모를 벗고 가르마를 빗으며 말을 잇는다.

“이번 참에 군자금을 전달할 목적으로 국내에 잠입할 생각이네. 경성에 있는 친구를 통해서 알아보겠네. 무소식이 희소식인 법! 너무 심려하지 말게!”

“감사합니다, 선생님. 늘 신세만 지는군요. 언젠가는 꼭 갚겠습니다.”

“미래를 위해서 아껴두게나!”


박용만과 헤어진 인서는 거리를 걷는다. 어느덧 해는 기울고 불빛이 새어 나오는 주택가 앞에 도착한다. 그는 잠시 벤치에 앉아 집안을 힐끔거린다. 커튼 사이로 뛰어가는 헨리 뒤로 화사하게 웃는 수잔이 뒤를 따른다. 모자의 웃음소리가 바깥까지 똑똑히 들린다. 하지만 물끄러미 모자를 바라보는 인서의 표정이 시무룩하다. 그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얼마간 주시한다. 그러곤 혼잣말로 되뇐다.


‘아버지, 엄마! 보고 싶어요! 형! 잘 지내지? 함께 있을 때는 몰랐는데, 정말 그립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버지, 엄마 말 잘 듣고 형한테도 잘 할 걸······. 흐흐흨······’


그는 끝내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터트린다. 거실 창문을 열고 나온 헨리가 그에게 다가온다. 수잔도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어, 아빠다!”

그는 헨리를 끌어안고 흐느낀다. 수잔이 슬그머니 옆에 앉아 그의 어깨를 감싼다.

“여보, 많이 힘든 거 알아. 그래도 나랑 헨리가 있잖아. 힘내. 사랑해!”

“미안해. 갑자기 고향 생각이 나서 울컥했지 뭐야.”

그는 아이처럼 소매로 눈시울을 훔친다.

“그렇지 않아도 정동에서 먹던 시어머니표 돈버거가 떠올라서 만들었어.”

“그래? 당신은 정말 천사야.”


인서는 아내와 키스를 나눈 뒤 일어나 집으로 들어간다. 헨리는 양쪽에서 부모의 손을 잡고 신이 나서 헛발을 구른다.



261.


고깃덩어리와 달걀 꾸러미를 든 경덕이 초희를 업은 채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마당으로 들어선다.


“여보, 나 왔수!”

들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미라의 민낯엔 여전히 병색이 짙다. 그러나 웃음기만은 얼굴에 한가득 피어오른다.

“더운 날 뭐 하러 장까지 갔어요.”

“약초 내다팔려고 갔다가 돼지고기가 하도 실하길래 좀 끊어왔어. 달걀도 사오고 말이야. 오늘따라 왜 이렇게 돈버거가 눈에 어른거리든지······”

“당신도 참! 어린애처럼······”

수줍게 웃는 미라에게 초희를 맡긴 경덕은 평상 옆으로 화로를 들인다. 그러곤 군불을 지핀 뒤 번철을 내건다. 돼지곱이 달궈진 번철 안에서 지글거리며 녹아든다. “밀가루 반죽은 질게 하면 안 돼요. 두툼해야 하니까 되직해야죠. 그리고 고기를 잘게 다져야 하고요. 참, 양파랑 대파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는 매운 맛을 내기 위해선 청양고추를 송송 다져서 넣고요.”

아내가 시키는 대로 경덕은 앞뜰에 심어놓은 채마밭을 오가며 재료들을 손질한다. 얼마간 시간이 흘렀을까. 음식이 제법 구색을 갖추며 먹음직스럽게 익어간다.

“여보, 고기 다진 건 겉이 더 노릇해야 되는 거 아니야?”

땀을 흘리며 화로에 앉은 그는 돈저냐를 뒤집으며 큰 소리로 말한다.

“여보, 이만하며 다 된 것 같은데, 한번 봐줘!”


두툼한 돈저냐를 집게로 들어 올린 그가 막 고개를 돌릴 즈음, 안채에서 초희의 울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일순 불안감에 사로잡힌 그가 집개를 놓친다. 툇마루 밑에서 코를 벌름거리던 누렁이가 잽싸게 다가와 땅에 떨어진 돈저냐를 날름 먹어치운다.

황급히 안채로 뛰어 들어간 그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피를 토한 어미 옆에서 놀던 초희가 온통 피범벅이 된 채로 꺼이꺼이 흐느낀다. 미라를 무릎에 앉힌 그는 애면글면하며 창백하게 식어있는 입술에 물기를 축인다. 그러곤 손수건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는다.


“여보, 여보, 정신 차려!”

미라는 답이 없다. 입에 귀를 댄 그는 미진한 온기를 감지하곤 아내를 자리에 눕힌다.

“여보, 가만히 있어. 내가 당장 달려가서 의원을 데리고 올 테니까.”

그가 막 일어서려는데 미라가 발목을 잡는다.

“아니야, 여보! 가지마! 내 옆에 있어줘!”


미라의 꺼져가는 목소리를 들은 그는 차마 발길을 떼지 못한다. 미라는 여러 차례 혼절하다가 깨어나기를 반복한다.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아내의 사투를 경덕은 그저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꼭 붙든 손에 힘이 쥐어질 때마다 그의 가슴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겨나간다.

단발마가 새어 나오지 전에 뼈가 이완되면서 미라의 손아귀에 악력이 가해진다. 가뜩이나 온전한 몸도 아닌 사람이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경덕의 손등에 손톱자국이 선명하다.

파리한 입술에서 시작된 피는 삭정이 같은 목 줄기를 타고 흘러 이불을 붉게 물들인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이윽고 그녀의 입술이 움찔한다. 경덕은 아내 곁에 바투 다가앉는다. 초희와 눈을 마주한 그녀의 마른 뺨에 회한의 모성이 강이 되어 흘러내린다. 미라는 희미하게나마 또박또박 말을 잇는다.


“초희야! 엄마 없어도 아버지 말씀 잘 들어야 해!”

영문도 모르는 초희는 점점 사위어가는 어미가 이물스럽게 보이는가 보다. 훌쩍거리면서 어미의 손을 뿌리친다. 경덕의 눈가에 그렁그렁 물기가 차오른다. 그는 ‘이렇게 가서는 안 되는데, 아직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를 되뇌며 연신 도리질을 친다.

“여보! 초희 걱정일랑은 말고 어서 기운을 차려야지! 제발!”


불길한 예감과 맞닥뜨리자 손끝이 무뎌지고 눈자위가 경련한다. 멍하니 초점을 잃은 눈동자. 갈피를 잡지 못 하는 두 다리.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바닥을 향한 두 손.

미라는 온힘을 다해 초희를 끌어안는다. 그러곤 남편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아내의 의중을 알아차린 그는 떨리는 손으로 옷고름을 푼다. 옷 사이로 야윌 대로 야윈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녀의 쇄골은 마른 나뭇가지에 매달린 삭정이처럼 강파르다.

사투 끝에 흘린 땀은, 그 온기를 빼앗긴 채, 앙상한 몸에 이슬로 맺힌다. 축축해진 몸체에서 풋내가 나기 시작한다. 신선한 공기와도 같은 향취다. 그것은 일종의 마지막 불씨를 사르는 생명의 고결한 채취이며, 위대한 모성의 발로이자 헌신이다.

이미 온기를 잃은 유두는 순한 아이의 입질에도 외면을 당한다. 경덕이 억지로 입에 젖을 물려보지만 초희는 도리질을 하며 허투루 빠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다. 고개를 떨군 채 아이를 바라보는 미라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조르르 흘러내린다.


“여보!”

“응?”

미라는 눈짓으로 앙상한 손가락을 가리킨다.

“초희에게 물려줄 것이라곤 이것밖에 없네요. 당신이 청혼할 때 준 예물인데······, 초희에게 꼭 물려주고 싶어요.”

숨을 고른 미라가 그윽한 눈빛으로 경덕을 바라본다.

“연예할 때 인사동에서 만나자고 해서 갔더니, 당신이 구부정히 허리를 숙이고 금은방 안을 바라보더군요. 그 모습이 하도 재밌어서 놀래주려고 발뒤꿈치를 들고 다가갔더니만 글쎄 당신이 금은방으로 쏙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내심 금반지라도 사주나보다 싶어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걸 억지로 참으며 기다렸건만······, 결국 김칫국을 마신 거지 뭐예요.”

미라의 눈가에 웃음기가 번진다. 경덕도 모처럼 환한 아내의 얼굴을 보곤 멋쩍은 듯 웃는다.

“내가 그랬어? 영 기억이 안 나는걸!”

“금가락지인지 은가락지인지를 이제나저제나 줄까 하고 기다렸죠. 근데 당신이 시치미를 뚝 떼는 거예요. 팥죽 한 그릇 먹곤 인사동에서 남산까지 걸었더랬죠. 그러더니 남산 팔각정에서 다짜고짜 이걸 내밀고 청혼을 하지 뭐예요.”

핼쑥한 양 볼에 보조개가 핀다.

“이게 그 쌍가락지예요. 사실 속으론 겨우 옥으로 만든 쌍가락지냐고 실망스러웠지만, 당신 청혼사가 걸작이더군요.”

“어허, 이 사람이 사람 면구스럽게시리 별걸 다 기억하고 있네.”

경덕은 계면쩍은 듯 슬쩍 아내의 손등을 툭 친다.

“돌기가 난 수가락지와 홈이 파인 암가락지가 합이 들어맞아야 온전히 한 벌의 쌍가락지가 되듯이 당신과 평생을 합이 되어 살고 싶다고······. 참, 그땐 내가 뭐에 단단히 씌운 모양이지, 당신이 든 비유가 그럴듯하다 못해 멋지게 보이더라고요.”

“참, 별걸 다 끄집어내서 사람 민망하게 하긴······”

경덕이 반쯤 돌아앉는다. 미라가 그의 바지춤을 잡아당기며 손을 내민다.

“어미가 준 선물을 기억하면 좋으련만······”

경덕은 아내의 앙상한 손가락에서 헐렁한 쌍가락지를 뺀다. 그러곤 아내의 손에 꼭 쥐어준다.

“당신 것이니까 당신이 주구려.”

미라는 손을 뻗어 초희의 손을 편다. 고사리 손이 옴찔한다. 손바닥에 쌍가락지를 올려놓고 종주먹을 쥐어준다.

“딸아, 딸아, 우리 딸아! 이다음에 크거든 아버지, 인호 오빠, 인서 오빠 그리고 못난 어미를 잊지 말거라! 이 세상에서 너를 가장 사랑한 가족이란다.”


미라는 가까스로 고개를 돌려 경덕을 바라본다. 그러곤 쌔액, 쌔액 바튼 숨을 내뱉는다. 쪼그라든 폐부로부터 마지막 온기가 담긴 날숨이 가쁘게 내뿜어진 뒤 갑자기 흉부가 팽창한다. 그러곤 급속히 수축되면서 단말마가 기도를 타넘는다. 경덕은 맞잡은 손에서 악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감지한다.


“여보, 여보!”

아무리 흔들어보아도 영혼이 빠져나간 시신은 꼼작도 하지 않는다. 경덕의 손짓에 따라 맥없이 가누어질 뿐이다.


미라는 사랑하는 남편과 어린 딸 앞에서 숨을 거둔다. 아내를 쓸어안은 경덕은 구슬픈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그의 눈물은 지아비로서 아내에게 보내는 이별의 정한을 담고 있다. 기력이 다할 때까지 곡을 하고나서야 마른 눈물이 눈가에 개진개진하다.

망자의 가는 길을 굽어 살피기라도 하려는 듯 휘영청 밝은 달이 마당을 비춘다. 경덕은 반닫이에서 아내의 옷을 꺼내곤 마당으로 나간다. 마당에 우뚝 선 그는 흰옷을 밤하늘에 휘저으며 부고를 알린다.


“현고유비 밀양박씨 미라 부고요! 현고유비 밀양박씨 미라 부고요!”


건너편 초가에 사는 노인이 부고를 알리는 곡소리에 목을 빼곤 귀를 기울인다. 희미한 달빛에 흰 저고리가 펄럭이는 것을 본 노인은 혀를 차며 도리질을 친다. 그러곤 코를 팽 푼 뒤 방으로 들어간다.



262.


서광휘가 이끄는 별동대의 1분대는 구성, 정주, 안주의 주재소와 군부대를 차례대로 휩쓸며 남하한다. 김 중사가 지휘하는 2분대 역시 회천, 덕천, 순천 등지의 군사시설을 급습하며 평양으로 향한다.

저만치 평양 시내의 불빛이 어른거리는 야산에 은거한 광휘와 부대원이 머리를 맞대고 작전을 논의한다. 회의를 마치고 부대원이 돌아가는데, 최 하사가 머뭇거린다.


“소대장님! 작전을 며칠 미루고 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을밀대에서 접선을 기다리는 동지들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평양에 입성을 해야 할 판인데······”

광휘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내며 발끈한다.

“요새 거울 보신 적이 얼마나 되셨습니까? 소대장님이 얼굴이 말이 아닙니다!”

“싱겁긴······? 나라를 되찾겠다는 마당에 얼굴을 볼 여유가 어디 있어? 사사로운 상념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법이지.”

광휘는 무심코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화제를 돌린다. 그러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은 손수건이 흥건한 것을 보곤 계면쩍게 웃는다.

“좀 자두면 나아질 테니, 걱정 말게.”

“불침번은 제가 설 테니, 눈 좀 붙이십시오.”

“고마워, 최 하사!”

“고맙긴요! 동생 같아서 안쓰러워 드리는 말씀입니다. 하하핫!”

광휘보다 겉늙은 최 하사가 누런 뻐드렁니를 드러내며 웃는다.

“이번 작전을 마치면 형으로 모신다. 알겠습니까? 최 하사님!”

최 하사는 웃음을 거둔 채 거수경례를 붙이곤 사라진다.


홀로 남겨진 광휘는 고목 등걸에 기댄 채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은하수를 따라 수많은 별무리가 촘촘히 박혀 있다. 얼마간 응시하는 눈이 시려온다. 눈동자를 끔벅이며 각막의 물기를 제거한 뒤 별바다에 초점을 맞춘다. 점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현기증이 일 즈음 은하수를 사선으로 빗기는 유성(流星)의 무리가 나무 우듬지를 가로질러 어둠 속으로 곤두박질친다.

일순 정신이 번뜩 든 그가 황망한 표정으로 유성이 사라진 어둠 속으로 자리를 옮긴다. 숲을 벗어나자 희미한 암반층 위로 광활한 밤하늘이 펼쳐진다. 때마침 한 차례의 별동무리가 우수수 떨어진다. 조금 전과 달리 사위를 비호하듯 잔별들이 먼저 불꽃을 사르며 본대에서 이탈한다. 잔별들을 모두 떨친 유성은 메시지를 보내듯이 강력한 불빛을 내뿜은 채 서서히 사멸한다.

마지막 불꽃이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지켜보던 그는 손을 뻗어 앞으로 내딛기 시작한다. 우뚝 솟은 바위를 넘은 그가 허방을 딛는다. 순식간에 몸이 기울며 비트적거리는 찰나에도 그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 유성 쪽으로 손을 내뻗는다.


“소대장님!”

불침번을 서던 최 하사가 큰 소리로 외치며 몸을 던져 팔을 낚아챈다. 천 길 낭떠러지에 간당간당 매달린 듯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한 광휘가 간신히 최 하사의 품에 안긴다. 낙석들이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고요하던 산속의 적막을 일순간에 흐트러뜨린다.

“소대장님, 도대체 낭떠러지에서 뭘 하십니까? 심장이 콩알만 해졌습니다. 휴우!”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내쉬는 최 하사와 달리 광휘의 시선은 유성이 사라진 자리를 헤맨다. 시장통에서 어미 손을 놓친 아이처럼 그의 눈가에 물기가 어른거린다.

“휴우! 큰일 날 뻔했습니다. 어서 야영지로 갑시다!”

야영지로 돌아온 광휘는 밤새도록 끙끙 앓는다.

“어머니! 어머니! 어디 가세요! 제발 저를 두고 떠나지 마세요!”

곁을 지키던 최 하사는 잠꼬대를 할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 깬다. 그러곤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놓으며 그의 곁을 지킨다. 까무룩 혼절한 광휘가 어느 틈엔가 깨어나서 정신을 가다듬는다. 부대원이 부스스한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가 눈짓을 보낸다.


“쉬잇! 최 하사는 맨 마지막에 깨운다, 알았나!”

“예!”


그는 소총에 의지한 채 잠들어 있는 최 하사를 자리에 눕히곤 야영지를 벗어난다.



263.


별동대가 훑고 간 지역에 도착한 타이요우는 노골적으로 적개심을 드러낸다. 인간사냥에 이골이 난 그였지만 번번이 손에 잡힐 듯 안 잡히며 종적을 감추는 별동대에 단단히 약이 오른 탓이다. 더 이상의 추적은 시간과 인력만 낭비할 뿐이라고 판단한 그는 서둘러 합류 지점으로 병력을 이동시킨다.

북쪽 지방의 중심지인 평양부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평성(平城)을 거쳐야만 한다. 평성에 주둔하고 있는 헌병대와 합류한 추격대는 토벌대가 준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요로에 병력을 배치한다. 그는 분대장과 평양경찰서 소속의 고등계 형사들과 함께 검거작전을 논의한다.


금니를 드러낸 타이요우는 신경질적으로 코를 벌름거린다.

“놈들의 목적은 평양부다. 내 코는 못 속이지. 헌병대가 평양부의 관문인 평성에 검문소를 강화한 사실을 눈치채면 놈들은 반드시 야산을 우회하여 평양부로 입성할 게 뻔하다. 추격대 전 병력은 권총으로 무장하고 사복을 착용하라! 나카다와 미나토는 나를 따르고, 나머지 분대장은 병력을 이끌고 야산에 잠복한다.”

대원들이 회의실을 빠져나간다. 타이요우는 평양경찰서에서 파견된 고무라 형사와 머리를 맞대고 골몰한다. 서너 걸음 떨어진 곳에서 나카다와 미나토가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다.


“독립단 잔당들의 동향은 파악되었는가?”

“예! 최근 들어 잔당들의 움직임이 부산합니다. 밤마다 단골 술집에서 모이는 걸로 추측건대 거사를 꾸미는 듯합니다. 그리고 잔당에 심어둔 밀정에 의하면 을밀대에서 정의부 인사와 접선할 것이란 첩보가 있기 했습니다.”

“미나토는 고무라 형사와 함께 을밀대 주위에서 위장하고 대기한다. 나카다와 나는 을밀대 외곽에서 잠복하여 놈들의 동태를 살피겠다.”

“하이!”

나카다와 미나토는 힘차게 답한다.

“고무라 형사!”

“하이!”

“자네는 가동할 수 있는 밀정을 모두 풀어서 평양부 곳곳에 배치하라! 그리고 이 전단지에 나온 자가 나타나면 무조건 뒤를 밟는다. 이놈의 뒤를 캐면 평양에서 활동하는 잔당을 고구마 줄기 엮듯이 모조리 생포할 수 있다. 이번 참에 독립군놈들을 깡그리 솎아내서 평양부를 조선팔도에서 제일 손꼽히는 청정지역으로 만들고 말 테다!”

“당장 실행하겠습니다!”


형사와 부하들이 빠져나간 뒤 홀로 남은 타이요우는 벽으로 다가가 평양부 지도를 살피기 시작한다. 그는 대동강을 따라 손으로 짚어 내려가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러곤 을밀대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야릇한 미소를 띠운다.


“요즘 여름철이라 행락객들이 부쩍 늘어난 을밀대가 제격일 테지. 그래 한인호! 미행을 따돌리기도 편하고, 도주로가 확 트인 을밀대에서 너를 기다마! 제 발로 걸어와라! 내가 그곳에서 너를 맞이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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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침묵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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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화 악마의 최후 +3 19.07.12 157 1 16쪽
133 133화 고귀한 죽음 +1 19.07.11 87 1 12쪽
132 132화 무지개 +1 19.07.10 86 1 13쪽
131 131화 차관협정(借款協定) +2 19.07.05 94 1 14쪽
130 130화 반공포로석방 +1 19.07.01 109 2 13쪽
129 129화 한일회담 +1 19.06.29 106 2 15쪽
128 128화 폭탄테러 +1 19.06.26 116 2 13쪽
127 127화 카츄샤 +1 19.06.24 104 2 13쪽
126 126화 의사 왕룽 +1 19.06.23 103 3 17쪽
125 125화 빅터 한 재단 +2 19.06.19 113 3 13쪽
124 124화 인천상륙작전 +1 19.06.13 139 2 15쪽
123 123화 메모리 가든 +1 19.06.12 111 2 15쪽
122 122화 겹생 +3 19.06.10 109 2 16쪽
121 121화 하와이 +1 19.06.07 118 3 14쪽
120 120화 소령 맥나마라 +4 19.06.06 123 2 15쪽
119 119화 한초희 +1 19.06.05 126 2 14쪽
118 118화 맥아더 원수 +1 19.06.04 120 2 14쪽
117 117화 기만방송 +1 19.06.03 117 2 13쪽
116 116화 코리안 커넥션 +1 19.06.01 128 2 12쪽
115 115화 잠수함 +1 19.05.30 170 2 13쪽
114 114화 6.25 전쟁 +1 19.05.29 145 2 12쪽
113 113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특명 1호 ‘폭풍’ +1 19.05.21 126 2 11쪽
112 112화 금괴수송작전 +1 19.05.19 163 2 10쪽
111 111화 '암호명 A-1' +1 19.05.18 117 2 13쪽
110 110화 악연(惡緣) +1 19.05.17 116 2 14쪽
109 109화 마지막 미션 +1 19.05.16 117 2 12쪽
108 108화 애치슨 라인 +1 19.05.15 116 2 12쪽
107 107화 연적(戀敵) +1 19.05.15 134 2 12쪽
106 106화 독살(毒殺) +1 19.05.14 129 2 12쪽
105 105화 마돈나 다방 +2 19.05.13 135 2 15쪽
104 104화 한국은행 +1 19.05.11 135 2 14쪽
103 103화 비밀거래 +1 19.05.10 157 2 12쪽
102 102화 남미이주작전 +1 19.05.10 151 2 13쪽
101 101화 트루먼 독트린 +1 19.05.10 124 2 11쪽
100 100화 숙명의 라이벌 +1 19.05.10 130 3 18쪽
99 99화 Jane Doe +2 19.05.10 128 2 13쪽
98 98화 앙숙, 이승만과 김구 +1 19.05.10 128 2 12쪽
97 97화 반도호텔 +1 19.05.10 123 2 13쪽
96 96화 좌익과 우익 +1 19.05.09 124 2 13쪽
95 95화 조선인민공화국 +1 19.05.09 129 2 17쪽
94 94화 일본패망(日本敗亡) +1 19.05.09 135 2 12쪽
93 93화 원자폭탄 +1 19.05.09 125 2 13쪽
92 92화 김일성 +1 19.05.09 131 1 14쪽
91 91화 독수리 작전 +1 19.05.09 129 1 14쪽
90 90화 이승만 +1 19.05.09 117 1 14쪽
89 89화 비밀요원 나타샤 +1 19.05.09 112 2 15쪽
88 88화 OSS(미국전략사무국) +2 19.05.09 117 2 16쪽
87 87화 승전(勝戰) +1 19.05.09 112 2 14쪽
86 86화 진주만공습 +1 19.05.08 114 1 16쪽
85 85화 갈라예프 +2 19.05.08 113 2 16쪽
84 84화 채권(債券) +1 19.05.08 118 2 11쪽
83 83화 다카키 마사오 +1 19.05.08 131 2 12쪽
82 82화 광복군(光復軍) +1 19.05.08 112 2 13쪽
81 81화 육군정보학교 +2 19.05.08 113 2 11쪽
80 80화 홍콩행 +1 19.05.07 119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110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109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106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112 3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118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112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107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106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106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106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109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112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110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110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109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109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110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120 2 15쪽
61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111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110 2 13쪽
59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114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109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112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110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109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110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110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114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114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112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110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115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113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113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107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108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110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116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116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114 3 30쪽
39 39화 빅터 한 +1 19.04.25 115 3 49쪽
38 38화 박진만 +2 19.04.25 121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134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131 3 49쪽
35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134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130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128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130 3 47쪽
»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155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131 4 46쪽
29 29화 출산(出産) +3 19.04.20 141 4 43쪽
28 28화 밀항(密航) +2 19.04.20 130 4 45쪽
27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132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137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148 4 39쪽
24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136 5 44쪽
23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140 4 46쪽
22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144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142 5 49쪽
20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147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155 3 49쪽
18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160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158 4 49쪽
16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160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174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181 3 37쪽
13 13화 결혼(結婚) +3 19.04.12 263 6 42쪽
12 12화 돈버거 +9 19.04.12 242 7 44쪽
11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263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290 8 42쪽
9 9화 낙향(落鄕) +4 19.04.10 305 8 42쪽
8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317 9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371 12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376 12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423 13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517 11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638 12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928 13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1,796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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