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완결

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최근연재일 :
2019.07.12 16:22
연재수 :
134 회
조회수 :
25,311
추천수 :
418
글자수 :
1,432,999

작성
19.04.23 13:37
조회
158
추천
3
글자
42쪽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님의 침묵




DUMMY

289.


주찬이 주도했던 시위는 수포로 돌아간다. 그녀는 주운 몰래 어머니가 유물로 남긴 패물을 암시장에 내다팔며 조직의 자금을 조달해왔다. 만주에서 결성된 청년단은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지에서 봉기한 학생운동과는 태생부터 다른 점을 지닌다. 외세의 강권과 정부의 부패에 맞서 항거했다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는 반면에 조직의 운영과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에서는 크나큰 차이점을 드러내다. 여느 대도시의 항거는 자발적인 조직에 의하여 자금조달도 십시일반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만주에서는 대부분의 자금줄이 주찬에 의존하는 형국이다.

조직이란 탄생과 성장을 거쳐 함께 죽음을 맞이해야하는 운명공동체와 같다. 특히 혁명을 꿈꾸는 결사체라면 그 과정이 돈독해야 유기체처럼 존속한다. 다수의 의견이 반영되는 상향식이 아닌 특정인에 의존하는 하향식의 과정은 종종 중간 단계에서 충돌과 배반이라 반목의 과정을 겪기 십상이다.

주찬의 열정과 헌신과는 무관하게 조직원들은 상호간에 비방과 모략을 일삼으며 자금을 도용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군벌과 일본의 앞잡이로 암약하며 이중으로 자금을 받아 챙기는 변절자도 종종 있다.

일본과 내통하는 자들이 늘어날수록 청년단의 주요 당직자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조직이 와해된 가운데 수장이 구속을 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일찌감치 주찬을 배필로 점찍어 둔 장쉐량은 주운을 찾아가 딸의 장래를 운운하며 마음을 사려고 애를 쓴다. 그의 호전적이고 정략적인 성향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주운은 자칫 딸의 안위에 피해가 갈 것을 염려한다. 주운은 탐탁지 않지만 구속을 면하게 해주겠다는 협상안을 받아들인다. 그는 반대급부로 주찬과의 교제를 허락하고 만다.



조직의 와해는 곧 자금이 바닥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의 추락을 겪은 주찬은 대인기피증에 시달린다. 금고에 넣어두었던 패물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주운은 외동딸의 방문에 못질을 한다. 졸지에 고립된 그녀와 단절된 세상과의 연줄은 오로지 자신을 쏙 빼닮은 하녀가 유일하다. 그녀는 문틈으로 주고받는 쪽지를 통해 하녀에게 지시를 내린다.


‘선교회에 가서 목사님을 찾아. 왕 선생님의 주소를 알려달라고 해. 그리고 찾아가서 내 쪽지를 전해줘.’


하녀는 주찬이 시키는 대로 목사를 찾아가서 주소를 알아낸 다음 왕리를 만난다. 그러곤 저간의 사정을 알리곤 쪽지를 전달한다. 쪽지를 읽던 그가 눈동자를 되록거린다. 얼마간 망설이던 그는 내실로 들어가서 헝겊으로 친친 감은 꾸러미를 하녀에게 건넨다. 하녀가 떠나곤 난 뒤 홀로 남은 왕리는 쪽지를 펼치고 다시 읽는다.


‘이유는 묻지 말아주세요. 그저 호신용으로 권총 한 자루가 필요할 뿐입니다. 선생님밖에 부탁드릴 분이 없습니다. 첨탑에 갇힌 공주로부터······’


왕리는 눈을 감은 채 쪽지에 입을 맞춘다. 쪽지 하단에는 모세혈관이 선명한 립스틱을 인주로 삼은 입술 도장이 찍혀 있다.













제19장 삼두정치(三頭政治)




290.


1922년의 만주의 가을은 쪽빛 일색이다. 간간히 제트기류에 편승한 실구름만이 동쪽을 향해 손짓을 보낸다. 펑톈의 대로변에 욱일기(旭日旗)를 중심으로 만국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10월 24일자로 남만주철도주식회사의 8대 사장으로 부임한 ‘가와무라 다케지’가 탄 ‘특급 아시아호’가 요란한 기적을 울리며 펑톈역 플랫폼으로 서서히 진입한다.

가와무라 사장은 정치인 출신답게 형식적인 사열만 받은 후 곧장 역사를 떠난다. 그가 헌병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도착한 곳은 대화호텔이다. 소위 ‘만철(滿鐵)’로 불리는 남만주철도주식회사는 영국이 인도에서 식민침탈의 전진기지로 삼았던 ‘동인도회사’를 고스란히 모방한 ‘식민회사’로써 광업, 제조업, 호텔업뿐만 아니라 후에 항공회사와 항만회사까지 영역을 넓힌다. 일본 정부는 ‘만철(滿鐵)’의 지분을 50퍼센트까지 끌어올리며 만주 경영을 본격화한다.

대화호텔에 모인 인사의 면면도 ‘만철(滿鐵)’이 경영하는 회사의 대표와 관동군의 수뇌부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엘리트과정을 통해 육성된 집단으로써 선진국에서 유학생활을 함께 하여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한다. 가와무라 사장이 성대한 사열식을 마다하고 곧장 연회장으로 달려온 것도 어찌 보면 도쿄 관가에서 동고동락하던 지인들을 속히 만나려는 속내가 작용한 탓이다.


연회가 무르익을 무렵 대화호텔 사장 요시무라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곤 깜짝 발표를 한다.

“천왕께서 친서와 함께 훈장을 보내오셨습니다.”

요시무라는 연회장을 둘러보며 수혜자를 찾는다. 일순 장내는 긴장감이 흐른다. 참석자들은 혹시 제 이름이 거명되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실내악단의 연주가 잔잔하게 흐르는 가운데 요시무라가 친서를 대독한다.

“‘귀하는 대일본제국의 번영을 위하여 헌신한 점은 높이 평가하여 다이쇼 천황을 대신하여 훈장을 내린다. 앞으로 만주 경영에 혼신을 다하기 바란다.’ 다이쇼 천황을 섭정하는 히로히토 천왕께서 친히 친서를 보내셨습니다.”

안단테로 흐르던 배경음악이 스네어 드럼의 독주로 바뀌면서 시상식에 맞춤한 박진감이 연출된다.

“훈장의 주인공은······”

그는 빠른 템포로 고조되는 드럼 소리에 맞춰 뜸을 들인다.

“영광의 수여자는 새로 부임하신 가와무라 다케지 남만주철도주식회사의 8대 사장님입니다. 큰 박수로 환영해주십시오!”

가와무라가 연단에 오른다. 관동군 사령관을 포함한 참석자 전원이 기립하여 박수를 친다. 훈장을 목에 건 그가 눈시울을 붉히며 목이 멘 목소리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

“국가에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천왕께서 큰 영광을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부디 일본제국의 번성과 천황폐하의 안녕을 위해 이 한 몸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일본제국 만세! 천황폐하 만세!”

그가 울먹거리며 만세를 선창한다. 모두들 손을 높이 쳐들고 따라한다. 수여식이 끝난 후 옅은 호박색 샴페인이 잔에 가득 부어진다. 잔을 높이 든 요시무라가 건배를 제안한다.

“이번에 가와무라 사장님께서 훈장을 받으셨지만, 다음에는 작위를 받아 귀족원의 회원이 되시기를 기원하면서······, 다 같이 건빠이!”


샴페인 잔이 공중에서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낸다. 가면무도회인 양 반가면으로 눈과 이마를 가린 여인이 등장한다.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비록 눈은 가렸지만 갸름한 턱선과 도톰한 입술은 뭇시선을 한데 모으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새하얀 쇠골을 부각시키는 분홍색 드레스의 봉제선 아래로 봉긋 솟은 가슴골은 묘한 마력을 퍼트린다. 마치 독성이 강한 버섯의 포자가 공중에 비산된 듯 참석자들은 비강이 부풀어 오른 채로 입을 다물지 못한다.

유유히 장내를 휘저으며 시선을 한 몸에 받던 여인이 멈춘다. 도발적인 입술에서 갸름한 턱선으로 옮겨간 뭇시선은 미망에라도 홀린 듯 봉긋한 가슴골에서 얼마간 머무른다. 가느다란 손이 드레스의 밑단을 천천히 걷어 올린다. 망사스타킹과 연결된 가터벨트의 끈 사이로 미끈한 다리가 자태를 뽐낸다.

집단 최면에서 먼저 빠져나온 헌병 장교가 권총의 총구를 바닥으로 내린 채 여인을 주시한다. 드레스의 밑단이 가터벨트 언저리에 다다른 순간 검은 광채가 번뜩인 것을 봤기 때문이다. 이를 수상히 여긴 장교가 여인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고급 장교들 틈을 헤집고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가 깨금발을 딛고 기름기가 잘잘 흐르는 뒤통수 사이로 여인을 관찰하려는 순간 ‘찰칵’하는 소리가 귓바퀴에 와 닿는다. 고급장교들은 본능적으로 몸을 숙인다. 영문을 알지 못하는 민간인들은 그저 눈동자를 희번덕거리며 진위를 파악하느라 벙벙한 표정 일색이다.


“3천만 만주족을 대표하여 만주를 침탈한 대표적인 원흉 만철 사장과 관동군 사령관을 처단하러 왔다. 원흉은 내 총을 받아라!”


여인은 만철 사장과 나란히 서 있던 관동군 사령관을 항해 권총을 발사한다.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된 연회장은 핏빛으로 물든다. 헌병들의 비호를 받으며 가까스로 총격을 면한 만철 사장과 관동군 사령관은 운 좋게 장내를 빠져나간다. 요시무라 호텔 사장과 관동군의 부사령관은 졸지에 목숨을 잃는다.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사상자가 속출한다.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 수류탄을 터트린 여인은 무너져 내린 벽을 통해 대기하고 있던 말에 오른다. 흙먼지가 휘날리는 도로 위에 반가면만이 나뒹군다.



291.


대화호텔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지고 있을 즈음 만주에서 내로라하는 귀부인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펑톈백화점 1층 귀금속 코너에서 일대 소란이 일어난다. 주찬으로 분장한 하녀가 목걸이를 한 뒤 거울 앞에서 맵시를 뽐내고 있다. 괴한이 다가와 의자 위에 놓은 가방을 가로채고 달아난다.

비명이 오가는 사이에 현관을 지키고 있던 경비원 두 명이 달아나는 괴한을 덮친다. 경찰이 출동하여 사태를 파악한다. 경찰은 선망의 대상인 주찬을 상대로 도난품을 확인한다. 족히 삼십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그녀는 간혹 고개를 끄덕이는가 하면 때로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훌쩍거린다.

보석점 주인은 안절부절못하며 그녀에게 차를 내준다. 주위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잇따라 들린다. 그녀가 포박된 절도범을 끌고 뒤돌아선 경찰을 향해 말을 건다.


“잃어버린 물건도 없으니 한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 견물생심이라는데, 귀중품이 든 가방을 열어놓고 다닌 저에게도 일정 부분 잘못이 있잖아요. 경관님! 선처해주세요. 아직 앳된 청년인데······”

교양이 철철 넘치는 말투와 콧소리까지 뒤섞이며 애교를 부리는 통에 경찰들도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그게 일단 현행범으로 잡혔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만약 범죄자가 초범이고, 아가씨께서 선처를 원하신다면 재판관의 재량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아버지 변호사를 통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는지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바쁘신 분들께 수고를 끼쳐드려서요.”

“알겠습니다. 추후 조사가 필요하면 댁으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네, 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그녀는 보석점 주인에게 현기증을 호소한다. 그러곤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자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쉰다. 범인을 연행한 경찰들이 백화점을 빠져나가려고 회전문에 오른다.

소방차 여러 대가 백화점 맞은편의 대화호텔 앞에서 황급히 멈춘다. 그러곤 연기가 피어오르는 연회장을 향해 물을 뿌리기 시작한다.


그녀도 창백한 얼굴로 바깥 동정을 살핀다. 어디선가 호텔에서 폭탄이 터졌다는 아우성이 들린다. 근심 가득한 눈빛으로 혀를 차던 뭇시선이 일시에 불구경을 하기 위해 우르르 몰려간다. 그녀는 보석점 주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주차장으로 나간다. 그녀가 탄 차는 구경꾼과 차량이 뒤죽박죽으로 뒤섞인 사고현장을 등진 채 유유히 사라진다.



292.


사건 직후 펑톈을 기준으로 반경 50킬로미터 내에 갑호 비상령이 내려진다. 수색 범위가 50킬로미터로 설정된 것은 홀연히 사라진 범인이 능숙하게 말을 다룬다는 점과 준마(駿馬)의 경우 반나절에 열 마장은 거뜬히 달릴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수치다. 만주 구석구석을 혈관처럼 연결한 기차역을 경비하고 있던 관동군이 투입되어 주요 도로를 차단한다.

가면으로 얼굴의 반을 가린 여인의 몽타주가 만주 일대에 나붙는다. 길을 오가던 행인들은 저마다 혀를 내두르며 제 눈을 의심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전단지에 등장한 아리따운 여인을 두고 행인들은 광고를 하는 줄로만 알고 호기심을 드러낸다. 그러나 여인이 백주대낮에 혈혈단신으로, 그것도 일본인이 득실거리는 대화호텔을 급습했다는 내막을 읽고는 말을 잇지 못한다.

신원 불상의 여인에 대한 소문은 발이 달린 말을 추월하며 만주 전역으로 퍼져나간다. 묘령의 여인에 대한 제보가 차고 넘치면서 관동군의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하루에도 수차례 출동했다가 낭패를 보기 일쑤다. 경찰서가 습격을 당하고 헌병대가 탄 트럭이 폭파되었다는 괴소문이 끊이질 않는다. 심지어는 여장남자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수사에 혼선을 빚는다.


소문을 접한 왕리는 펑톈의 고급 주택가로 말을 달린다. 장쉐량이 저택 건너편에 정차하고 있는 차 안에 밖을 살피고 있다. 왕리가 말에 탄 채 저택 앞을 서성거리고 있다. 왕리를 주시하는 장쉐량의 시선이 곱지 않다. 경찰차 두 대가 황급히 멈춘다. 부리나케 내린 형사들이 쌍바라지문을 밀어젖히고 현관의 벨을 연거푸 누른다.


“주찬 양 계십니까?”

잠시 후 주운이 문을 열고 나타난다.

“대관절 이 시간에 무슨 일인가?”

형사과장이 안을 두리번거리면서 답한다.

“따님을 체포하러 왔습니다.”

“어제 백화점에서 도난 사건이 있었다는데, 그 일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건가?”

부흥은행장 앞에서 절절매던 평소와는 달리 형사과장의 어투가 날카롭다.

“정녕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대화호텔 습격사건으로 펑톈이 발칵 뒤집혀졌는데, 고까짓 절도사건으로 우리가 출동했을 것 같습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어서 따님을 내놓으세요.”

“대화호텔 습격사건은 나도 들어서 아네. 그러나 내 딸하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입씨름할 시간이 없습니다.”

형사과장은 주운을 밀친다.

“집안을 샅샅이 뒤져라!”

득달같이 들이닥친 형사들이 집안을 발칵 뒤집어놓을 즈음 2층 계단에서 내려오던 주찬이 일갈한다.

“무례하게 무슨 짓이에요!”

형사과장 앞에 우뚝 선 그녀는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는다.

“나를 찾으러 왔으면 잠자코 기다릴 것이지, 왜 집안을 들쑤시고 다니는 겁니까?”

형사과장이 실실거리며 비아냥거린다.

“혹시 총이나 수류탄이 있을 것 같아서 찾고 있습니다만······. 혹시 못 보셨는지요?”

“총은 뭐고 수류탄은 또 웬 말이란 말이오?”

“정히 모른다고 잡아떼신다면 서까지 모셔서 물어볼 밖에야······. 뭣들 하냐? 펑톈 최고 갑부의 아가씨께서 출타하신단다. 어서 모시거라!”

형사들이 주찬의 양팔을 붙잡는다. 그러나 그녀는 단호히 뿌리치며 당당히 걸어간다. 지켜보던 주운이 두 주먹을 주고 부들부들 떤다.

“애비가 곧 변호사를 대동하고 갈 테니, 조금만 고생하거라!”

그는 형사과장을 가로막고 일침을 가한다.

“내가 너의 옷을 벗기고 말겠다. 어디 두고 보자!”

“맘대로 하십시오. 옷 벗는 게 뭔 대수라고······, 하하핫!”

형사과장은 꼼꼼히 가죽장갑을 끼면서 능청을 떤다.


저택 밖에서 주찬이 연행되는 것을 지켜본 왕리가 말머리를 돌려 차량의 뒤를 따른다. 잠시 뒤 맞은편 골목에 대기하던 차 안에서 장쉐량이 앞좌석을 발로 찬다.


“출발해!”


차는 흙먼지를 뚫고 점점 속도를 높인다. 뒷좌석에 등을 기대고 있던 장쉐량은 오른손으로 관자놀이를 매만지며 창밖을 내다본다. 주찬이 탄 차를 왕리가 탄 말이 따르고 그 뒤를 장쉐량이 탄 차가 바짝 뒤쫓는다.

창밖을 바라보던 주찬은 갈기를 휘날리며 콧김을 내뿜는 말머리를 보곤 화들짝 놀란다. 이윽고 몸을 숙인 왕리가 창 쪽으로 얼굴을 내민다. 그러곤 손바닥을 펼쳐 창 표면에 댄다. 주찬도 손을 뻗어 창을 어루만진다. 십여 초가량 두 사람은 눈빛을 교환하지만 이내 지친 말이 뒤쳐진다. 안타까운 나머지 몸을 돌린 그녀는 울먹거리며 점점 멀어져가는 왕리를 향해 손을 흔든다.


전방에서 차와 말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장면을 목격한 장쉐량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경적을 울리던 차가 마침내 말을 추월하며 매캐한 연기를 내뿜는다. 저만치 멀어지는 왕리를 흘깃거린 장쉐량은 뒤엉킨 매듭을 풀기 위해 묘수를 찾으려는 듯 이따금씩 살쩍을 쥐어뜯는다.




293.


주찬이 연행된 이후에도 묘령의 여인에 대한 제보가 잇따른다. 펑톈 경찰서 앞에서는 주찬을 석방하라는 시위가 연일 이어진다. 딱히 물증이 될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과 헌병대는 주찬의 처리를 두고 고심한다. 주운은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거물급 변호사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우며 경찰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수사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할 무렵 반가면을 쓴 여인 십여 명이 경찰서를 항의 방문한다. 반가면을 쓴 강도가 은행과 기차를 털었다는 모방범죄가 쇄도한다. 잡힌 범인들이 여장남자로 밝혀지면서 사법당국은 언론으로부터도 된서리를 맞는다.

여인 십여 명이 반가면을 쓴 채 취조실에 등장한다. 주찬도 그 중에 포함된다. 사건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이 거울 밖에서 용의자로 지목된 여인들을 꼼꼼히 살핀다. 그러나 목격자들의 반응이 제각각이다.

그들은 저마다 혀를 빼물곤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현장에서 범인의 뒤를 바짝 뒤쫓았던 헌병장교 두 명이 등장한다. 그들 또한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유심히 살피던 그들은 두 번째와 일곱 번째 용의자를 지목한다. 수사과장이 거울의 표면을 두 번 두드린 뒤 다시 일곱 번을 두드린다. 경관이 지명된 두 명 외에 나머지 용의자를 밖으로 내보낸다. 이윽고 반가면이 벗겨지면서 실체가 드러난다.

두 번째 용의자는 여장남자이고 일곱 번째 용의자는 공교롭게도 일본인 여성이다.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에 실패한 수사기관은 증거불충분과 강압수사를 지적당하면서 변호인단에게 망신을 당한다. 주찬은 시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유유히 경찰서를 떠난다. 이 광경을 2층에서 바라보던 경찰서장이 어금니를 깨물며 분통을 터트린다. 잠시 후 헌병대장과 장쉐량이 경찰서장실을 방문한다.


“수사는 앞으로 우리가 인계받아서 진행합니다. 자료 일체를 넘겨주십시오.”

아베 중좌의 말에 서장이 볼멘소리를 늘어놓는다.

“우리 관할에서 일어난 사건을 헌병대가 이러쿵저러쿵하는 걸 보고 있으려니 분통이 터집니다. 그러나 우리 손에서는 이미 미결로 처리되었으니, 그냥 넘길 밖에야 별 도리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당신들이라고 별 뾰족한 수가 없을 겁니다. 잘 해보십시오.”

장쉐량이 서장에게 뚜벅뚜벅 걸어간다. 그러곤 어깨를 다독인다.

“서장은 잘못이 없습니다. 굳이 과오를 따지자면 수사방향을 잘못 짚고 엉뚱한 곳을 들쑤신 우리 모두한테 책임이 있는 거죠.”

날숨을 내뿜으며 표정을 관리하는 서장과는 달리 아베 중좌는 장쉐량을 향해 눈을 부라린다.

“책임을 공동으로 지자는 장 상교의 말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수사방향을 잘못 짚었다고 지적하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교활한 주운과 그의 딸한테 놀아났을 뿐이오.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우리는 주운과 그의 딸을 끝까지 조사할 것이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대령급인 상교(上校)의 견장을 어깨에 단 장쉐량이 입술을 실룩거리며 비웃는다. 눈을 모로 뜬 채 못마땅한 듯 자신보다 한 계급 아래인 중좌(中佐)견장을 한동안 노려본다.

“구체적 증거라? 중좌! 현장에서 수거한 총탄을 분류해봤는가?”

느닷없이 하대를 하는데도 아베는 군소리 없이 듣기만 한다.

“수거된 탄환 백여 발 가운데 권총 탄환이 십여 발이라고 들었네. 백여 발을 직접 조사한 결과 탄환 십여 발이 낯이 익더군!”

서장과 중좌가 귀를 쫑긋 세운다.

“관동군이 쓰는 ‘남부권총’은 8mm더군. 그러나 현장에서 수거된 탄환은 9mm였네. 항간에서 자살용이라는 오명이 붙은 일제 ‘남부권총’이 아니라, 저격용으로도 손색이 없는 독일 뢰베사가 만든 ‘루거 P08’이었네. 그러니까 현장에서 여러 명이 사망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자네 허리춤에 찾고 있는 ‘남부권총’이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지.”

계급에서 밀린 아베는 대놓고 비아냥거리는데도 대꾸조차 못한다. 그저 허리춤에 찬 ‘남부권총’을 매만지며 따가운 눈총을 피하느라 급급하다.

“만주 바닥에서 '루거 P08'를 쓰는 집단은 단 둘 뿐이네. 지청천이 이끄는 독립단과 왕리가 몸담고 있는 마적단!”

구체적인 증거를 요구했던 아베지만 할 말은 하겠다는 투로 의구심을 표출한다.

“독립단의 소행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단독범행을 저지를 명분이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마적단이 일본에 등을 질 이유도 석연치 않고요.”

장 상교가 부하 다루듯이 버럭 화를 낸다.

“그런 감각으로 무슨 수사를 한다는 거야? 만주의 정세도 모르는 작자가 헌병대장을 맡고 있으니, 수사가 이 모양 이 꼴이 아닌가? 당장 때려 쳐!”

“만주의 정세라면······?”

잔뜩 움츠린 아베가 그의 눈치를 살핀다.

“국민당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네. 공산당과 이미 큰 틀에서 합작을 도모한다는 정보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어. 만약 그들이 합작한다면 목표는 만주를 포함한 중국의 통일이 되겠지. 자네가 장제스라면 만주의 누구와 손을 잡겠나?”

눈을 깜박거리던 아베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한다.

“마적단에게 있어서 군벌과 연계된 관동군은 적이 될 수밖에 없군요.”

“그렇다네. 사실 마적과 군벌은 불가분의 관계였지. 그러나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마당에 마적단은 장제스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처지야.”

“상교님의 지략을 못 알아봐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마적단을 수사선상에 올려놓겠습니다.”

“특히 왕리를 주목하게! 그 작자는 베이징에서 반정부시위를 주도하다가 체포되어 실형을 산 정치범이야. 그자가 나타나는 자리에는 늘 피를 부르는 바람이 불곤 하지.”

갑자기 코를 벌름거리던 장쉐량이 마저 말을 덧붙인다.

“느껴 봐! 피 비린내가 스멀스멀 다가오는 기분이 안 드나?”

서장과 아베는 고개를 내밀고 그를 따라한다.

“앞으로 만주에서 일본이 재미를 보려거든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야. 알겠는가?”

그가 ‘관동군’이 아닌 ‘일본’을 협력자로 지목한 배짱을 지켜본 아베는 오금이 저린 듯 그저 입을 앙다문다. 그의 협상의 상대는 일개 중좌 신분이 아니라 본토의 내각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장 상교님의 지시에 따라 용의자선상에 마적단과 왕리를 올려놓고 원점부터 재수사를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비록 털 빠진 호랑이신세라지만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수사에 만전을 기하도록 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경찰서장과 헌병대장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장쉐량은 마치 놀이에서 승리를 독차지한 골목대장처럼 거드름을 피운다.



294.


부임하자마자 테러를 받은 가와무라 다케지 만철 사장은 만주의 경영이 녹록치 않음을 깨닫고 본토와 긴밀히 연락을 취한다. 천황 직속의 육군성 참모본부 제5과 정보국으로부터 모종의 계략이 하달된다. 전문을 읽어 내려가던 그가 실눈을 뜨고 눈발이 날리는 창밖을 서성거린다.

이튿날 펑톈 외곽 벌판에 복엽기 한 대가 거친 눈보라를 뚫고 착륙한다. 코트 깃을 올려 세운 가와무라가 고개를 돌려 바람을 피한다. 잠시 뒤 비행기에서 내린 사내가 달려와 그를 와락 껴안는다.


“만주 벌판에서, 그것도 눈보라칠 때 동창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나? 하하핫!”

카지 류노스케가 호탕하게 웃는다. 그의 어깨에 달린 별 하나가 햇볕에 반짝인다.

“류노스케! 자네 입담은 여전하군! 그나저나 그토록 바라던 장군으로 승진했군. 벌써 별 세 개를 달았어야 하는데, 늦었지만 축하하네.”

그는 가와무라의 안내를 받으며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오른다. 눈보라를 해치며 달리는 차 안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별 일 없지?”

“정보국에서 물먹은 뒤로 책상물림을 하는 중이었네. 느닷없이 5과에서 연락이 오더군. 잠시 만주를 다녀오라며. 반려할까도 고심했네만······, 훈령에 자네 이름이 눈에 띄기에 이렇게 악천후를 뚫고 비행기를 탔다네. 하마터면 동창을 만나려는 사심 때문에 허허벌판에서 추락사할 뻔했네. 하하핫!”

“잘 알고 있겠지만 이번 작전에서 자네의 역할이 크네. 만철의 사활이 걸린 일일세. 도와주게!”

“엄살은 여전하군! 자네가 어디 남의 말을 듣던 종자던가? 하하핫!”

“사업이라면 남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지. 그러나 이번 특명은 사안이 복작하네. 자네 같은 정보통이 없으면 손도 될 수 없는 일이야.”

류노스케는 코를 매만지며 거들먹거린다.

“거하게 한 턱 낸다면 마다할 리가 있나?”

“펑톈 최고의 미인들을 벌써 물색해놨지. 걱정하지 마! 우린 동창 아닌가! 참, 만철 청사에 자네 사무실을 마련해두었네.”

“역시 사업가라 시원하구만!”


특사로 파견된 류노스케는 술자리도 미룬 채 ‘만철(滿鐵)’ 본사에 마련된 사무실로 직행한다. 그는 곧장 사무실을 가로질러 책상으로 다가간다. 정보부 소속의 장교들이 하던 동작을 멈추고 부동자세를 취한다.

가와무라와 류노스케가 자리를 잡는다. 정보부 장교가 상황판 앞에 서서 브리핑을 하기 시작한다. 상황판에는 만주를 지배하는 장쭤린과 왕표와 주운의 삼각관계를 나타내는 도식이 그려져 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만주는 군벌 장쭤린과 마적 왕표 그리고 은행가 주운이 3등분하여 분할 통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장쭤린이 베이징으로 진출하면서 신흥세력으로 급부상한 반면에 왕표는 옛 마적단을 이끌며 만주의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만주 일대에 흩어져 있는 마적들의 수가 족히 만여 명을 헤아리기 때문에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간주됩니다. 그리고 주운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만주에 교육과 의료사업에 투자하면서 학생층과 지식층으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어, 역시 만만치 않은 인물입니다.”

실눈을 뜨고 상황판을 주시하던 류노스케가 말을 끊는다.

“조물주가 만든 피조물인 이상 약점이 없을 수 없지······. 세 사람의 가족사, 여성 편력, 술버릇, 잠버릇까지 낱낱이 조사해서 보고해.”

“하이! 철저히 조사해서 올리겠습니다.”



295.


왕표의 맏아들 왕망은 마적단의 후계자로 막내 동생인 왕리가 지목될 것이라는 소문을 듣곤 격분한다. 만취한 그는 패거리를 이끌고 왕표가 묵는 초원을 방문한다. 침대에서 뒤척이던 왕표가 지축을 울리는 말굽소리에 몸을 일으킨다. 등롱이 바람에 흔들리는가 싶더니 눈을 뒤집어쓴 왕망이 파오 안으로 들어온다. 눈을 터는 것도 잊은 채 그가 왕표 앞으로 성큼 다가간다.


“아버님! 부하들의 사기가 땅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오밤중에 나타나서는 밑도 끝도 없이 무슨 말이더냐? 눈이나 털고 얘기해라!”

모자를 벗고 눈을 대충 턴 왕망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내민다. 왕표가 혀를 차며 턱을 모로 튼다.

“부하들이 쉬쉬하며 모라는 줄 아십니까?”

“덜 떨어진 놈 같으니라고. 부하들이 쑥덕공론을 하면 호되게 야단을 치면 될 일이지, 이렇게 술에 취해서 아비를 찾아와 행패를 부려야 속이 풀리더냐?”

속이 거북한지 거하게 트림을 한 왕망은 작정한 듯 거침이 없다.

“대관절 장자인 저를 내치시려는 이유가 뭡니까? 제가 어린 왕리보다 못한 게 뭐냔 말씀입니다. 부하들이 왕리가 우두머리가 되면 마적단을 떠나겠다고 아우성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펑톈 바닥에 왕리가 차기 마적의 우두머리라고 소문이 자자하더이다!”

왕표는 베개를 내던지며 버럭 화를 낸다.

“어리석은 놈! 막내 동생 보기가 부끄럽지도 않더냐! 네가 오죽 못났으면 그런 소문이 다 돌겠냐! 듣기 싫으니 썩 물러가! 후계자를 세우는 일은 나와 원로의 고유한 영역이다. 다시는 이 문제를 갖고 왈가왈부할 생각마라! 한번만 더 입에 담으면 엄벌을 내릴 것이야!”

왕망이 씩씩거리며 뒤돌아서는 순간 왕리가 들어온다.

“아버님, 무슨 일입니까? 어, 큰형님도 계셨네요.”

왕망은 눈을 부라리며 왕리를 쏘아본다.

“기력이 쇠한 아버지를 요설로 꼬득이지 마! 마적은 초원의 늑대처럼 강인해야 맥을 유지할 수 있는 거야. 너처럼 유약한 작자들은 칼보다 혀를 사용한다지? 자고로 혀를 쓰는 마적은 듣도 보도 못했다.”

“형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시끄러. 저리 비켜!”

그는 왕리를 밀치고 파오를 빠져나간다.

“아버님, 어찌 된 일입니까?”

“보면 모르냐? 술주정하는 게지. 내가 저런 놈을 어떻게 믿고 마적단을 맡기겠냐? 어휴 속 터져!”

왕표는 자리끼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그러곤 왕리에게 나지막이 말을 건넨다.

“내일 아침에 당장 행장을 꾸리도록 해. 펑톈에도 들리고 원로들을 찾아 의논할 것도 있으니, 긴 여정이 될 게다.”

“알겠습니다. 밤이 깊었으니 주무십시오.”

심기가 불편한 왕표는 대꾸조차 않고 등을 돌린 채 코를 골기 시작한다.


다음날 왕표가 탄 말을 필두로 십여 마리가 그 뒤를 따른다. 촌락을 막 벗어날 즈음 덤불에 숨어 있던 밀정이 왕리를 조준하여 사진을 찍는다.




296.


만주의 실력자 3인에 대한 신상파악을 마친 류노스케는 회합을 주선한다. ‘만철(滿鐵)’의 가와무라 사장이 펑톈의 실력자를 초대하여 만주의 발전을 논의하자는 상견례가 명목상의 이유다. 하지만 회합은 다자간이 아닌 독대 형식으로 비밀리에 진행된다. 세 사람 앞으로 각기 다른 시간대의 초청장이 발송된다.

류노스케와 가와무라는 대화호텔로 향한다. 접견실은 대체적으로 만주풍으로 꾸며졌다. 특이하게도 두 사람이 앉은 뒤로 에도 막부 시대의 ‘세키가하라 전투’ 장면을 담은 대형 병풍을 배경으로 쇼군의 갑옷과 투구 그리고 일본도가 배치된 점이 눈에 띈다. 협의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심리를 압박함으로써 일종의 ‘후광효과’를 꾀하려는 노림수다.


접견실에 먼저 등장한 인물은 주운이다. 고문으로 소개된 류노스케가 가와무라 뒤에 다소곳이 배석한다. 주운은 금융가 출신답게 신사다운 면모를 물씬 풍긴다. 화상(華商)의 피가 흐르는 주운은 천생 타고난 사업가 기질을 발휘하며 시종 여유 있는 자세를 유지한다. 류노스케는 한발 떨어진 위치에서 원형 테이블을 지켜본다. 그는 가와무라에게 반응하는 주운의 언행을 꼼꼼히 살핀다.

기모노로 한껏 멋을 낸 여인이 다기를 들고 들어온다. 그러곤 자리를 옮겨가며 두 사람에게 차를 따른다. 찻잔을 홀짝거리던 주운은 눈웃음을 지으며 가와무라를 주시한다. 하지만 그는 회중시계를 보는 척하면서 가와무라 뒤에 앉은 류노스케를 눈여겨본다. 하관이 빨아 도드라진 광대뼈하며, 초점을 상실한 의안(義眼)은 왠지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유목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 만주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서구적인 신사를 뵙게 되다니, 뜻밖입니다.”

가와무라의 인사말에 주운이 딴청을 부린다.

“병풍이 아주 흥미롭군요. 병풍을 보니 일본과 만주의 공통점이 떠오릅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병풍 쪽으로 다가간다. 일순 당황한 류노스케가 움찔한다. 주운은 돋보기를 꺼내 병풍의 구석구석을 살핀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승리한 이후 에도 막부가 1867년까지 일본을 통치하지 않았습니까? 같은 시기에 만주에서도 대격변이 일어나지요. 헤이룽강에서 발원한 누르하치가 만주를 통일하고 마침내 중원을 차지하고 청나라를 건국합니다. 에도 막부가 미국의 페리 제독에 의해 막을 내리듯이 청나라도 비슷한 시기에 영국의 침입을 받으며 내리막길로 치닫게 되죠.”

불편한 듯 의안을 매만지던 류노스케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공세를 취한다.

“도쿄에서 유학하셔서 그런지 일본 역사에도 조애가 깊으시군요.”

자신의 일본 유학을 알아낼 정보력이라면 만만히 볼 위인이 아님을 직감한 주운은 잠시 골몰한다. 그러곤 상대의 의중을 떠보기 위해 미끼를 던진다.

“유학할 때는 역사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국주의가 동양을 잠식하는 참담한 과정을 지켜보면서 역사에 눈을 뜨게 됐죠. 그리고 현재 만주에서 벌어진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보면서 과거의 역사와 비교하는 중입니다.”

눈이 휘둥그레진 가와무라는 도둑질을 하다 들킨 듯 입을 다물지 못한다. 류노스케가 수습하기 위해 끼어든다.

“만주의 발전을 논하는 자리에서 제국주의의 침략사는 왠지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처럼 껄끄럽군요.”

“제국주의가 언제 ‘나 도둑질하러 왔소이다’하고 침략했답니까? 각종 개방과 협력이란 허울 좋은 명분으로 들어와서는 닥치는 대로 침탈하지 않았습니까? 귀국도 조선을 침략할 때 서구열강의 예를 충실히 따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뼈 있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류노스케의 성한 외눈이 파르르 떨린다. 다분히 의도적인 도발임을 눈치 챈 가와무라가 나선다.

“행장님! 저희가 오늘 행장님을 모신 것은 정치적인 현안을 얘기하자는 게 아닙니다. 만주의 경제발전을 위하며 민간차원에서 협력하자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만주의 유력자를 모시고 만주발전위원회를 설립할까 하는데, 경제에 능통한 행장님께서 경제고문을 맡아주시면 어떨까 싶어서 모시게 됐습니다.”

가와무라는 노골적으로 주운의 환심을 사고자 한다. 주운은 숨을 고른 뒤 평정심을 되찾는다.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을 위한 자리라면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중국 격언에도 배를 띄우는 것도 물이고 배를 뒤집는 것 또한 물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민생을 떠받드는 게 정치라고 배웠습니다. 고명하신 행장님을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좀처럼 속을 내보이지 않으려는 듯 류노스케가 억지스런 미소를 짓는다. 첫 거래치고는 반쪽의 성공을 자신하는 듯하다.

“이만하면 양측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은 듯하니, 선물로 보답하겠습니다. 만철의 수익금 1할을 부흥은행에 투자하도록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가와무라가 호기롭게 선심을 쓴다. 주운도 마지못해 인사치레를 건넨다.

“굳이 그렇게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사장님께서 맡겨주신다면 투자금 일부를 만주교육사업에 투자할 용의가 있습니다.”

한껏 고무된 가와무라가 탁자를 두들긴다. 기모노 차림의 여인들이 샴페인과 크리스털 잔을 들고 들어온다.

“만주의 앞날을 위해 축배의 잔을 듭시다.”

가와무라가 건배를 제의한다. 크리스털 글라스가 부딪치면서 내는 맑은 소리가 허공에 맴돈다. 흔연한 웃음을 짓는 가와무라와 달리 류노스케와 주운은 크리스털 잔 너머로 난반사되는 상대를 관찰하며 술잔을 홀짝거린다.



297.


주운이 돌아간 뒤 이사하라가 팔짱을 낀 채 서성거린다. 가와무라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류노스케의 움직임을 살핀다. 제자리에 멈춘 류노스케가 앙다문 입을 뗀다.


“만만히 볼 인물이 아니야. 전혀 서두르는 법이 없어. 우리가 부른 이유를 이미 꿰뚫고 있다는 뜻이지. 아마도 우리 쪽에서 다시 부르면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을 해올 게 분명해.”

“거절할 수 없는 부탁?”

“저자한테 골칫덩이가 뭐가 있겠나?”

알쏭달쏭한 듯 가와무라가 고개를 모로 튼다.

“홀아비에 외동딸을 둔 사업가가 고민에 빠지는 이유는 단 한 가지뿐이지.”

“주찬?”

가와무라가 손가락을 튕기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렇지.”


호루라기소리가 창밖에서 요란하게 들린다. 창문을 열고 거리 상황을 살피던 류노스케와 가와무라가 적이 놀란다.

유목민의 후예답게 말 이십여 마리의 호위를 받고 등장한 왕표는 만주족 고유의 의상을 화려하게 차려 입고는 한껏 위용을 뽐낸다. 약속시간보다 한 시간 늦게 나타난 그는 환호하는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며 화답한다.

그의 등장으로 펑톈 전체가 들썩인다. 그도 그럴 것이 마적단은 명절 때를 제외하곤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게다가 보아란 듯이 전통의상을 차려입고 도심을 행진하는 일은 흔치 않은 경우다.

늑장을 부리는 것도 모자라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지켜본 류노스케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대륙의 것들은 시간관념도 없고 예절도 모르는군. 봉건주의적 사고에 찌들어서 과거에 집착하는 꼴이라니······, 쯧쯧쯧.”

그는 혀를 차며 창문을 닫는다.

“아니꼽더라도 하는 수 없지 않은가? 우리 쪽에서 청했으니 비유를 맞출 수밖에야. 거들먹거리는 꼴을 보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네.”


가와무라가 류노스케의 등을 다독거리며 로비로 나간다. 두 사람은 왕표와 왕리를 극진히 맞이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이내 냉기류로 돌변한다.

기모노를 입은 여자들이 눈에 거슬린 탓일까. 왕표는 짐짓 가래를 가르랑거리며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서두에 불과하다. 여인이 건넨 찻잔을 거부한 채 자리에 앉던 왕표가 불현듯이 호통을 친다.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곳이 만주요, 아니면 일본이요? 사람을 초대해놓곤 이렇게 무언으로 겁박을 줘도 되는 거요?”

왕표는 쇼군의 갑옷이 내걸린 장식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왕 대인, 죄송합니다. 대화호텔에 묵는 손님들이 대부분 일본인인지라 미처 치우지 못했습니다. 다시는 이와 같은 무례를 저지르지 않겠습니다.”

가와무라가 연신 허리를 굽실거리며 그의 비위를 맞춘다. 그러나 류노스케는 붙박이 조각상처럼 꼼짝도 않는다. 왕리도 그런 그를 뚫어져라 응시한다. 상대의 꺾으려는 기 싸움이 대화 내내 이어진다.

“만주에서는 손님을 초대하면 마유주와 양머리를 내오는 게 범절 중 으뜸으로 치외다.”

왕표는 발을 쿵쿵 두 번 구른 뒤 말을 잇는다.

“내가 딛고 있는 땅이 만주가 맞는다면 법통에 따라 술상을 내오시오!”

가와무라가 시중을 드는 여인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잠시 후 마유주와 양머리가 탁자에 오른다.

“한 잔 받으시지요.”

가와무라가 왕표의 잔에 술을 가득 따른다. 왕표는 단숨에 술잔을 비운 뒤 잔을 내민다. 가와무라가 공손히 잔을 든 손을 내민다. 그가 고개를 가로 젓는다.

“아니, 당신 말고······”

그가 류노스케를 쏘아본다. 꿈쩍도 않던 그가 입을 비죽 내밀며 불쾌함을 표시한다.

“대인, 류노스케 고문은 술을 못 합니다. 저랑 대작하시지요.”

가와무라가 양쪽 눈치를 살피며 변명을 늘어놓는다. 왕표가 넌지시 감았던 눈을 뜬다.

“자고로 만주에서는 술을 못 마시는 사람도 잔을 건네면 받는 법이요. 자 한 잔 받으시오.”

류노스케가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받는다. 그러곤 벌컥 들이켠 뒤 왕리에게 술잔을 건넨다.

“만주의 법도를 따르겠습니다. 받으시지요.”


왕리가 슬그머니 왕표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왕표가 고개를 끄덕인다. 잔을 받은 왕리가 이번에는 가와무라에게 잔을 건넌다. 아무런 말도 없이 주거니 받거니 몇 순배가 돈다.

왕표는 양의 턱살을 뭉덩 베물곤 와그작거리며 씹어 먹는다. 여전히 그의 눈은 류노스케를 향한다. 류노스케도 뒤질세라 볼 살을 한 뭉텅이 잡곤 베문다. 기름기가 흥건한 그의 입이 번들거린다. 불콰해진 가와무라가 분위기를 돋운다.


“일본에서는 초대에 응한 손님에게 선물로 보답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가와무라가 손뼉을 두 번 친다. 묵직한 함이 테이블 위에 놓인다. 가와무라는 보자기를 푼 뒤 함을 연다. 그러곤 함을 돌려 왕표 앞으로 내민다. 한눈에 명검임을 알아본 왕표의 눈이 빛난다. 보검은 눈이 부시도록 요요(耀耀)한 빛을 내뿜으며 살기를 내뿜는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묘한 기운에 도취라도 된 것일까. 왕표는 미망에 사로잡힌 듯 입을 다물지 못한다. 오색칠기로 단장된 검을 받쳐 든 그는 샹들리에의 빛에 칼날을 비춰 본다.

빛이 혈조(血漕)에 닿자마자 맹렬히 산란한다. 화들짝 놀란 그는 하마터면 보검을 떨어뜨릴 뻔했다. 혈조를 관통한 한 줄기 빛이 시신경을 마비시킨 것이다.


“왕 대인, 이 보검은 천황께서 영주께 하사하는 값진 선물입니다. 이 보검을 손에 쥔다는 것은 곧 천하를 함께 다스려보자는 천황의 내락이 있음을 상징하는 뜻입니다. 천황의 하사품을 받아주십시오!”

“내가 감히 천황의 선물을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소만······”

왕표의 눈과 손은 여전히 보검의 구석구석을 애무하듯 어루만진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천황께서 조만간 만주를 방문하실 텐데, 그때 만주 대표로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주셨으면 합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겠소.”

“그 얘기는 앞으로 자주 뵈면서 천천히 하도록 하지요.”

“만주의 법도상 선물을 받기만 하고 입을 싹 씻는 건 무례함의 극치외다. 나를 따로 보자고 한 건 필시 이유가 있지 않겠소? 말해 보시오.”

“듣던 바대로 역시 대인께서는 대의를 중시하시는군요. 만주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앞으로 중책을 맡아주셔야겠습니다.”

“중책이라? 그런 건 늙은이한테 부탁해야 소용이 없소이다. 내 아들 왕리와 상의하시오.”


왕표는 만주의 발전을 위하여 일조를 아끼지 않겠다는 굳은 약조를 남기며 접견실을 나선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님의 침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4 134화 악마의 최후 +3 19.07.12 239 1 16쪽
133 133화 고귀한 죽음 +1 19.07.11 123 1 12쪽
132 132화 무지개 +1 19.07.10 114 1 13쪽
131 131화 차관협정(借款協定) +2 19.07.05 125 1 14쪽
130 130화 반공포로석방 +1 19.07.01 135 2 13쪽
129 129화 한일회담 +1 19.06.29 138 2 15쪽
128 128화 폭탄테러 +1 19.06.26 147 2 13쪽
127 127화 카츄샤 +1 19.06.24 129 2 13쪽
126 126화 의사 왕룽 +1 19.06.23 133 3 17쪽
125 125화 빅터 한 재단 +2 19.06.19 137 3 13쪽
124 124화 인천상륙작전 +1 19.06.13 174 2 15쪽
123 123화 메모리 가든 +1 19.06.12 140 2 15쪽
122 122화 겹생 +3 19.06.10 133 2 16쪽
121 121화 하와이 +1 19.06.07 145 3 14쪽
120 120화 소령 맥나마라 +4 19.06.06 147 2 15쪽
119 119화 한초희 +1 19.06.05 153 2 14쪽
118 118화 맥아더 원수 +1 19.06.04 144 2 14쪽
117 117화 기만방송 +1 19.06.03 143 2 13쪽
116 116화 코리안 커넥션 +1 19.06.01 153 2 12쪽
115 115화 잠수함 +1 19.05.30 208 2 13쪽
114 114화 6.25 전쟁 +1 19.05.29 164 2 12쪽
113 113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특명 1호 ‘폭풍’ +1 19.05.21 145 2 11쪽
112 112화 금괴수송작전 +1 19.05.19 185 2 10쪽
111 111화 '암호명 A-1' +1 19.05.18 136 2 13쪽
110 110화 악연(惡緣) +1 19.05.17 136 2 14쪽
109 109화 마지막 미션 +1 19.05.16 136 2 12쪽
108 108화 애치슨 라인 +1 19.05.15 132 2 12쪽
107 107화 연적(戀敵) +1 19.05.15 153 2 12쪽
106 106화 독살(毒殺) +1 19.05.14 148 2 12쪽
105 105화 마돈나 다방 +2 19.05.13 151 2 15쪽
104 104화 한국은행 +1 19.05.11 158 2 14쪽
103 103화 비밀거래 +1 19.05.10 177 2 12쪽
102 102화 남미이주작전 +1 19.05.10 172 2 13쪽
101 101화 트루먼 독트린 +1 19.05.10 142 2 11쪽
100 100화 숙명의 라이벌 +1 19.05.10 147 3 18쪽
99 99화 Jane Doe +2 19.05.10 147 2 13쪽
98 98화 앙숙, 이승만과 김구 +1 19.05.10 143 2 12쪽
97 97화 반도호텔 +1 19.05.10 141 2 13쪽
96 96화 좌익과 우익 +1 19.05.09 141 2 13쪽
95 95화 조선인민공화국 +1 19.05.09 150 2 17쪽
94 94화 일본패망(日本敗亡) +1 19.05.09 154 2 12쪽
93 93화 원자폭탄 +1 19.05.09 142 2 13쪽
92 92화 김일성 +1 19.05.09 150 1 14쪽
91 91화 독수리 작전 +1 19.05.09 151 1 14쪽
90 90화 이승만 +1 19.05.09 139 1 14쪽
89 89화 비밀요원 나타샤 +1 19.05.09 131 2 15쪽
88 88화 OSS(미국전략사무국) +2 19.05.09 138 2 16쪽
87 87화 승전(勝戰) +1 19.05.09 131 2 14쪽
86 86화 진주만공습 +1 19.05.08 134 1 16쪽
85 85화 갈라예프 +2 19.05.08 131 2 16쪽
84 84화 채권(債券) +1 19.05.08 139 2 11쪽
83 83화 다카키 마사오 +1 19.05.08 148 2 12쪽
82 82화 광복군(光復軍) +1 19.05.08 131 2 13쪽
81 81화 육군정보학교 +2 19.05.08 130 2 11쪽
80 80화 홍콩행 +1 19.05.07 139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128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125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126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132 3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140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132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127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126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124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128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132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135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128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130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128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128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129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142 2 15쪽
61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134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129 2 13쪽
59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134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128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133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133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131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132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133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133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136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139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128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136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136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132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125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127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135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143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140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142 3 30쪽
39 39화 빅터 한 +1 19.04.25 147 3 49쪽
38 38화 박진만 +2 19.04.25 161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158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160 3 49쪽
»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159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154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150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153 3 47쪽
31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181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154 4 46쪽
29 29화 출산(出産) +3 19.04.20 166 4 43쪽
28 28화 밀항(密航) +2 19.04.20 153 4 45쪽
27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153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159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170 4 39쪽
24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160 5 44쪽
23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162 4 46쪽
22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165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163 5 49쪽
20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173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179 3 49쪽
18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181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178 4 49쪽
16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184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197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212 3 37쪽
13 13화 결혼(結婚) +3 19.04.12 292 6 42쪽
12 12화 돈버거 +9 19.04.12 275 7 44쪽
11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296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321 8 42쪽
9 9화 낙향(落鄕) +4 19.04.10 343 8 42쪽
8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362 9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426 12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428 13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474 14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581 12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714 13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1,055 14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2,083 21 1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최장르'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