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최근연재일 :
2019.06.13 21:35
연재수 :
124 회
조회수 :
10,422
추천수 :
378
글자수 :
1,370,250

작성
19.04.25 17:21
조회
64
추천
3
글자
45쪽

38화 박진만

님의 침묵




DUMMY

318.


펑톈역의 헌병대 지부에 비상이 걸린다. 진만의 창고는 역사 근처에 있다. 따라서 헌병대 지부에 수사본부가 차려진다. 타이요우가 독려차 수사본부를 방문한다.

노무라 헌병대 소좌가 타이요우와 리용 대도회(大刀會) 회장에게 수사 현황을 보고한다.


“왕쮠은 아니, 박진만은 장춘, 봉천, 대련까지 지점을 둔 펑톈 최고의 화주로 성장한 인물입니다. 최근에는 러시아 상인과 소만 국경의 만주리에서 하얼빈과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철도망을 통해 화물을 운송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펑톈에서 사업적으로 성공한 거부입니다. 궁핍한 자들에게 자선을 베풀어 주변의 칭찬이 자자합니다.”

노무라의 보고를 받던 타이요우가 불같이 화를 낸다.

“빠가야로! 누가 그놈의 이력을 알고 싶다고 했나! 그놈의 약점을 캐란 말이다!”

“첩보에 의하면 정의부 독립군한테 정기적으로 군자금을 대준다고는 합니다만······”

차마 말끝을 맺지 못한 노무라가 목을 움츠린 채 눈치를 살핀다.

“······그게, 독립군만이 아니라 동북정부 측에도 명절마다 정치헌금을 상납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섣불리 건들기가 좀······”

담배를 꼬나문 타이요우가 재떨이를 노무라에게 냅다 던진다.

“대일본제국의 헌병대가 망조 들린 동북정부의 눈치를 본다는 게 말이 되나? 장쉐량은 내가 막아주겠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당장 그놈을 잡아 내 눈앞에 무릎을 꿇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직접 너를 철도공사현장으로 추방시켜 주겠다.”

재떨이를 맞은 탓에 헌병대장의 이마가 피로 얼룩진다. 그는 꺼져가는 목소리로 대꾸한다.

“관동군의 위수지역은 만철이 운행하는 기차역과 그 주변의 군사기지에 국한됩니다. 군사적 이동이 있을 시에는 동북정부에 통보하도록 합의가 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민간인을 상대로 할 때는 동북정부의 경찰과 사전에 협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고요.”

“그까짓 합의가 뭐가 중요해! 그렇게 장쉐량이 두려운가? 리용 회장! 자네 생각은 어때?”

불시에 질문을 받은 리용이 몸을 잔뜩 옹송그린다.

“만주에서 장 통령의 말은 곧 법입니다. 또한 지금은 소련과 국경을 맞대고 대치하는 시국이라······”

리용이 슬그머니 꽁무니를 뺀다. 타이요우가 덥석 약점을 물고 늘어진다.

“대도회의 운영자금이 어디서부터 나오는 건가? 한낱 뒷골목 깡패에 불과한 네놈들한테 대일본제국의 비밀자금이 얼마나 들어간 줄 알고 있나! 자고로 사냥개는 먹이를 주는 주인한테만 충성을 다하는 법이다. 리용?”

“네!”

리용은 목구멍에 미늘이라도 걸린 듯 연신 밭은기침을 뱉어 낸다.

“자네가 협조하지 않으면 대도회의 비리와 부정이 담긴 대자보가 내일 아침 펑톈의 거리에 내걸릴 것이야.”

“혈서를 쓴 이상 저의 영원한 군주는 대일본제국의 천황이십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타이요우는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리용에게 귀띔한다.

“이번 일만 잘 처리하면 내 직접 은사금을 하사하도록 황실에 건의해보겠네.”

“백번 죽어도 천황이 베푸신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대도회를 총동원해서 박진만의 모든 정보를 캐내도록 해! 그리고 24시간 정보원을 붙여 창고를 감시해. 필시 그놈은 반드시 돌아오게 돼 있어.”

“반드시 체포하여 단장님 앞에 무릎을 꿇리겠습니다.”



319.


타이요우는 현지 정황에 능통한 대도회(大刀會) 소속 건달들을 정보원으로 고용한다. 그들은 만주 곳곳을 저인망처럼 훑으며 박진만을 추적한다. 정보를 캐던 도중에 그가 정체불명의 가족과 동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리용은 부리나케 타이요우에게 달려간다.

자료를 건넨 리용은 조바심을 내며 서류를 훑어보는 타이요우를 힐끔거린다. 타이유우가 사진 뭉치에서 유독 한 장을 따로 빼서 유심히 살핀다.


“사진 속 인물이 동거인으로 분류된 자입니다.”

“이자가 누군가?”

“화부들 말로는 역에서 어린 딸과 노숙하던 자랍니다. 무슨 연고인지는 몰라도 언제부터인가 진만이 친부모처럼 가까이 두고 돌본다고 합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타이요우가 혼잣말을 내뱉는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리용은 그저 자라목처럼 목을 빼곤 부지불식간에 날아올 지도 모르는 물건들을 살핀다.

“한경덕! 참 끈질긴 인연이다. 허허벌판 만주에서 같은 처마 밑에서 놀던 너를 만날 줄이야. 그리고 네가 머슴 살던 진만이 놈한테 의탁하며 지내다니,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이란 말이냐. 조금만 기다려라! 너와 나 그리고 진만이 놈과 칡넝쿨처럼 뒤엉킨 한 많은 운명의 사슬을 내가 끊어줄 테니!”

담배가 꺼지도록 말을 아끼던 그가 마침내 무거운 입을 뗀다.

“놈은 이 부녀를 끝까지 지키려고 할 것이다.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야 할 이유가 생겼으니, 놈의 동선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알겠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타이요우가 돈다발이 든 가방을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리용이 가방을 들고 서둘러 나간다. 타이요우는 사진 한 장을 손에 쥔다. 그는 경덕의 바지춤을 붙잡고 수줍어하는 초희의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320.


진만이 펑톈으로 돌아오는 길은 역경의 연속이다. 북으로 향하는 모든 길은 군용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병력을 실어 나르고 있다. 동북정부군 소속의 보병이 끝도 없이 그 뒤를 따른다.

우회도로를 통해 간신히 펑톈에 도착한 진만은 목도한 상황에 그만 혀를 내두른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평온하던 시내가 온통 군인과 대포, 전차, 장갑차들로 뒤엉켜있다.


사태의 발단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1929년 7월 장쉐량은 중동철로(中東鐵路)를 관리하는 소련 측의 직원을 일방적으로 추방한다. 하얼빈의 소련 상업지구도 전격 폐쇄하는 조치를 내린다. 이른바 ‘중동로사건(中東路事件)’이 터진 것이다.

‘중동로(中東路)’는 ‘중국동방철로(中國東方鐵路)’의 줄임말이다. 이는 원래 ‘대청동성철로(大清東省鐵路)’에서 비롯된다.

1896년 청나라와 러시아는 시베리아철도가 중국의 동북지역을 횡단할 수 있도록 밀약을 체결한다. 1903년 두 나라가 체결한 횡단 노선은 하얼빈에서 뤼순에 이르는 종단 노선으로까지 확장된다.

‘동성철로공사(東省鐵路公司)’를 설립한 러시아는 철로 양측에 펼쳐진 광활한 평원에 자국민을 이주시키면서 ‘행정관리권 및 사법관리권’을 취득한다.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궤도를 따라 러시아의 조차지를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는 훗날 일본이 설립한 ‘만주철도주식회사(滿洲鐵道株式會社)의 식민화정책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에 기반을 둔 일본의 악마적인 발상은 머지않아 철퇴를 맞는다. 난징정부(南京政府)가 들어선 직후 청조(淸朝)와 서구 열강이 맺은 불평등조약이 도마에 오른다. ‘혁명외교(革命外交)’를 자주독립의 기치로 내세운 난징정부는 열강들이 제멋대로 쪼개고 나눈 국부 가운데 ‘관세자주권(關稅自主權)의 회복’과 ‘치외법권(治外法權)의 취소’, ‘조계(租界)와 조차지(租借地)의 회수’, ‘철도(鐵道) 이권’ 및 ‘내륙 하천항행권(河川航行權)과 연해무역권(沿海貿易權)’ 등의 5개 항목을 원천무효화하며 국가로 귀속시킨다.

장쉐량은 난징정부의 혁명외교에 적극 호응하며 소련이 통제하고 있는 중동로(中東路)에 대한 회수조치를 취한다. 당시 일본의 통제 하에 있던 남만철로(南滿鐵路)가 회수 대상에서 제외된 사실로 짐작컨대 장쉐량의 선택은 다분히 정치적인 면이 개입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는 만주에서 소비에트 정권을 몰아냄으로써 공산주의의 확산을 차단함과 동시에 일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만철(滿鐵)의 조차지는 존속시킨다. 그만큼 그는 정치공학적인 셈법에 밝은 교활한 인물이다.

‘중동로사건(中東路事件)’으로 졸지에 만주에서 실효적인 지배권을 상실한 소련은 즉각 ‘소련홍기특별원동집단군(苏联红旗特别远东集团军)’을 창설하여 8만 명 규모의 군대를 ‘소만국경(蘇滿國境)’에 전격 배치한다. 27만의 대군을 거느리고 있는 장쉐량도 이에 뒤질세라 북만주 일대에 병력 10만여 명을 투입하여 맞대응한다.


양국 간의 전선이 소만국경을 따라 길게 펼쳐진다. 펑톈은 도시 전체가 병력과 군수물자를 조달하는 병참기지로 탈바꿈한다. 은행과 상점은 넘쳐나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경찰의 통제 따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며 상점의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사재기한다. 폭도로 변한 사람들이 물건을 약탈하는 곳곳마다 총격전이 벌어진다.

인파를 뚫고 창고에 도착한 진만은 곧장 사무실로 향한다. 서랍 곳곳을 뒤지며 중요한 서류를 챙기고 있는데, 성옥이 빠끔 문을 열곤 안을 살핀다.


“화주님! 그동안 어디 계셨습니까?”

양손에 서류를 가득 든 진만은 대답할 겨를도 없이 도움을 청한다.

“나 좀 도와주게.”

잰걸음으로 들어온 성옥이 팔을 걷어붙인다.

“책장 서랍에서 도장 찍힌 서류를 찾아 몽땅 챙기게.”

“예!”

“그나저나 난리가 났습니다.”

“알고 있네.”

“곧 로스키들하고 전쟁을 한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썩어빠진 동북정부군이 소련의 혁명군과 전쟁을? 하면 백전백패할 게 뻔하지. 장쉐량이 장제스와 관동군만 믿고 설치는데, 그러다가 큰 코 다치지!”

“그럼 화주님께서는 로스키가 이긴다는 데에 한 표시죠?”

싱글벙글한 성옥은 허리춤에서 수첩을 꺼내들곤 연필에 침을 바르며 표시를 한다.

“그럼 저도 로스키가 이긴다는 데 한 표!”

“전쟁이 일어나면 죄 없는 민간인들만 죽어나갈 게 뻔한데, 지금 내기를 한단 말이야? 어리석은 짓 그만하게!”

“저희야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성옥은 변명을 늘어놓다가 공연히 빈축만 산다.

“부질없네! 여기 남은 잡동사니나 뒤꼍으로 가져가 불태우게!”

“네.”

호된 꾸지람을 들은 성옥은 주섬주섬 널브러진 잡동사니를 줍는다.

“그리고 여기, 자네 것과 인부들의 두 달 치 월급이 들어있네. 나눠주도록 하게. 전쟁이 끝나는 대로 창고를 다시 열 생각이네. 각자 집에 가서 피신하라고 전해주게.”

“네. 화주님은 어디로 가십니까?”

“전쟁통에 나라고 별 수 있겠나. 그저 몸만 피할 수 있는 곳이면 잠시 의탁할까 하네. 자네도 몸조심하게.”

“네!”



321.


궤짝을 들고 뒷문으로 빠져나간 진만은 담장 뒤에 숨어 주변을 살핀다. 거리는 온통 피난을 떠나려는 행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슬며시 행인 틈에 섞인 그는 이따금씩 뒤를 흘깃거린다. 딱히 수상쩍은 기척을 감지하지 못한 그는 러시아 상인이 묵고 있는 호텔 쪽으로 바삐 걸음을 옮긴다.

로비에서 연락을 받고 기다리던 통역관이 그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문이 닫히는 순간 사내 한 명이 잽싸게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엘리베이터가 3층에서 멈춘다. 진만과 통역관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사내도 따라 내린다.

수상쩍은 낌새를 느낀 진만이 가던 걸음을 멈춘다. 그가 느닷없이 고개를 휙 돌릴 찰나 사내는 복도 맞은편으로 방향을 튼다. 그는 객실로 들어가는 사내를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한다.


객실에 도착한 진만은 다짜고짜 궤짝에서 서류뭉치를 내놓고 흥정을 하기 시작한다.

“펑톈부터 하얼빈과 블라디보스토크에 이르는 화물 운송권리와 하역권리 전부를 드리겠소.”

러시아 상인은 마도로스파이프를 입에 물곤 연신 연기를 내뿜는다. 그는 콧수염을 매만지며 통역관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다. 급할 게 없는 그로서는 시간이 곧 이문이 남는 장사라는 데에 생각이 미친 까닭이다. 진만보다 오히려 통역관이 몸이 닳는다.

“영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인데, 뭐라 할까요?”

상인을 뚫어져라 노려보던 진만은 부러 큰소리로 통역관에게 이른다.

“그대로 전하게. 운송권과 하역권 전부를 반값으로 넘긴다고. 그리고 더 이상 흥정은 없다고 해.

여전히 러시안 상인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 그를 쏘아보던 진만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궤짝의 뚜겅을 닫는다.

“시간을 낭비했군. 일본 상인한테 가는 수밖에······”

오히려 진만의 반응에 당황한 쪽은 통역관이다. 그가 진땀을 훔치면서 말을 전하려고 할 때, 러시아 상인이 마도로스파이프를 재떨이에 탕탕거리며 재를 털어낸다.

“현상금이 두둑한 수배전단지가 거리마다 나붙었더군요. 일본인한테 제 발로 걸어간다니 말릴 방법이 없군요.”

러시아 상인이 유창한 한국말로 진만의 비위를 거스른다. 아연한 통역관은 목도한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꺼풀을 까부른다. 얼마간 진만과 러시아 상인 간의 눈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먼저 상인의 동공이 파르르 떨린다. 상인은 마른기침을 삼킨 뒤 러시아어로 말을 한다. 통역관이 웃음을 지으며 그의 말을 전한다.

“화주님! 그냥 버티면 값이 더 떨어질 걸 알고 있답니다. 그러나 화주님의 배짱에 감동했다면서 거래를 하겠답니다.”

“그래? 조건이 하나 더 있다고 전해!”

만주의 거친 무역상을 상대한 진만은 결코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다.

“예?”

통역관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토시 하나 빠트리지 말고 그대로 전해! 대금의 반은 난징정부가 발행한 채권으로, 나머지 반은 금괴로 달라고 해!”

말을 전해들은 러시아 상인이 도리질을 치며 목청을 높인다. 통역관이 어깨를 가볍게 들썩인다.

“난 거래가 성사되는 조건으로 구전을 받기로 했소. 거래를 거절한 건 당신이오. 당신이 직접 말하시오.

팔짱을 낀 통역관이 고자세를 취한다. 러시아 상인이 통역관의 귀에 대고 속닥거린다. 통역관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을 옮긴다.

“화주님! 곤란하다고 하네요. 장제스가 공산주의를 반대하기 때문에 소련 정부는 자국의 상인들한테 난징정부와의 접촉을 일체 하지 말라고 공문을 보냈답니다.”

얼마간 골똘하던 진만이 기척을 느끼곤 문 쪽으로 다가간다. 문 밖에서 엿듣고 있던 사내가 황급히 맞은편 객실로 숨는다. 문을 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진만이 뚜벅뚜벅 걸어오며 제시안을 말한다.

“난세에 경제가 정치를 넘어설 순 없는 노릇이지. 그렇다면 우회하는 방법밖에 없지. 홍콩은행이 발행한 채권으로 달라고 전해!”

러시아 상인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러곤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한다. 계약서에 날인한 러시아 상인이 유창하게 한국어로 제 입장을 정리한다.

“홍콩은행이라면 공상희가 대주주로 있는 은행이 아닙니까? 공상희의 부인은 송애령이고, 송애령은 장제스의 처형이지요.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이군요. 우리 정부로서도 장제스의 처가가 투자한 은행과의 거래까지 들여다볼 수는 없을 테니까요. 절묘한 한 수 잘 배웠습니다. 아무리 난세라도 정치를 넘어서는 것은 돈뿐이지요. 하하핫!”


진만은 러시아 상인과 악수를 하곤 서둘러 객실을 빠져나간다.



322.


정보원으로부터 진만이 만난 인물이 러시아 상인이란 사실을 알게 된 리용은 졸개를 대동하고 창고를 습격한다. 그러나 텅 빈 창고를 보곤 발을 구른다. 이미 화부들은 모두 떠났고 말은 징발을 당하여 마방은 건초만 나뒹군다.

사무실을 뒤지던 그가 벽에 걸린 사진을 주목한다. 사진 속에는 팔뚝만한 송어를 품에 안은 진만이 호기롭게 웃고 있다. 사진 하단에 장소와 날짜가 적혀있지 않은 것은 이력을 남기지 않으려는 진만의 몸에 밴 습성 탓이다. 그러나 만주를 속속들이 꿰고 있는 리용은 한눈에 사진 속 배경이 정양호(丁香湖)임을 단박에 알아챈다. 펑톈 인근에서 송어가 나올 만한 호수는 정양호(丁香湖)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혀를 빼문 그가 눈동자를 바삐 움직이며 허공에 대고 손가락질하기 시작한다. 각기 다른 정보가 씨줄과 날줄로 엮여 점차 인식이 가능한 형태를 띨 때면 으레 반응하는 그만의 버릇이다. 그는 차에 올라 황급히 타이요우의 사무실로 향한다.


“경시님! 놈이 은신할 만한 곳을 찾았습니다.”

문을 열고 허겁지겁 들어선 리용이 사진 한 장을 내보이며 보고한다. 의자에서 일어난 타이요우가 멜빵끈을 매만지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만한 곳이라니?”

사진을 건네받은 타이요우는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을 짓는다.

“이깟 사진이 뭐라고 그리 흥분을 하나!”

“정양호의 송어는 고가로 팔리는 어종입니다. 펑톈에서 그다지 멀지 않기 탓에 펑톈의 부호들은 그곳에 별채 하나쯤은 갖고 있습니다. 마방 주변을 탐문한 결과 여름철마다 화주가 정양호에 있는 통나무집으로 휴가를 떠났다고 합니다.”

“흠······, 호숫가에 별채라? 촌놈이 출세했군!”

“러시아 상인한테 창고를 넘겼다고 들었습니다. 운수업을 헐값에 넘겼다는데, 양도 조건이 난징정부가 발행한 채권이라고 합니다.”

“머저리 같은 놈! 공산당이 판을 치는 마당에 언제 망할지 모르는 정부의 채권을 산다고?”

“저도 그 대목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진을 뚫어져라 보던 타이요우가 수화기를 들고 부관을 호출한다. 잠시 후 노크소리가 들린다. 쥰페이 코우 소좌가 성큼 들어선다.

“부르셨습니까?”

“놈의 은신처가 파악됐다. 내일 아침 08시 토벌대를 소집하라. 목적지는 정양호다!”

“예, 알겠습니다.”

타이요우는 리용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선봉대는 정양호 지리에 밝은 자네가 맡는다.”

“걱정 마십시오! 만주는 제 손바닥 안에 있습니다.”



323.


떵떵 큰 소리 치던 장쉐량은 전세가 불리할 것이란 전망을 듣곤 분통을 터트린다. 성마른 젊은 지도자는 전쟁 물자를 총동원하라는 명령을 내리며 민간인을 옥죈다. 차량과 말, 기차 할 것 없이 가용할 탈 것들은 전부 동북정부군의 이동수단으로 징발된다.

운송업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진만은 하루아침에 사업장을 정리하고 미련 없이 펑톈을 떠난다. 차와 말을 징발당한 그는 춘천을 떠날 때처럼 달랑 봇짐 하나 둘러메고 길을 나선다.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소련은 국제사회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된다. 외부의 비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던 소련 정부는 내부의 결속을 강화하는 데에 온 힘을 집중한다. 1924년 레닌이 사망한 후 집권한 ‘이오시프 스탈린’은 소만국경에 집결한 ‘소련홍기특별원동집단군(蘇聯紅旗特別遠東集團軍)’의 사령관에게 비밀지령을 내린다.

간헐적인 전투가 이어지던 전선은 1929년 9월 19일 소련군이 전격 침공함으로써 전면전으로 치닫는다. 전폭기를 앞세워 기선을 제압한 소련군은 탱크를 투입하여 오합지졸의 동북군을 짓밟는다. 참패를 당한 동북군이 쥔 선택지는 투항하거나 도주하는 것 외에는 달리 탈출구가 없다.

폭격을 당해 기능을 상실한 도로는 고스란히 패잔병들의 퇴로로 활용된다. 줄줄이 남쪽으로 이어지는 피난 행렬의 틈에서 북으로 향하는 사람은 진만 뿐이다. 길을 해쳐나가기는커녕 도리어 패잔병의 발길에 치인 진만은 도로를 포기하고 산길을 택한다.


애초에 열흘로 잡았던 여정은 기약조차 할 수 없다. 만주의 거점 도시마다 설치된 ‘만철(滿鐵)’의 기차역은 헌병대가 상주하며 자국의 거류민과 재산을 보호한다. 헌병대는 그야말로 치안을 담당할 뿐이고 전투 병력은 아니다. 따라서 국경지역에 전선이 형성된 후 관동군은 소련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거점 도시에 정예 전투부대를 파견한다.

주요 도로나 도시에 일본의 방어선이 구축된다. 진만은 방어선에 막혀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에 처한다. 경덕과의 약속도 불확실할뿐더러 생사조차 불투명하다.


보름 치 식량은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오매불망 진만을 기다리던 경덕은 초희를 업고 호숫가를 산책하며 소일한다. 초희를 업고 총을 둘러멘 탓에 개머리판이 바닥에 질질 끌린다. 물가를 어슬렁거리던 사슴이 앞다리를 펼친 채 대놓고 목을 축인다.

자꾸 흘러내리는 총이 성가신 듯 그는 연신 멜빵끈을 견대팔로 추어올린다. 호숫가를 벗어난 그는 숲으로 들어가 나뒹구는 도토리와 밤을 줍는다. 강보에 둘러멘 초희가 뒤척이며 배고프다는 기척을 보낸다.

반나절 동안 비어있던 통나무집은 서늘한 기운이 훅 끼친다. 경덕은 서둘러 군불을 피운다. 불속에서 도토리와 밤이 탁, 탁 소리를 내며 껍질을 벗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밤의 속살만 발라내서 물을 붓고 죽을 끓인다. 입이 순한 초희는 아비가 주는 대로 넙죽 삼키곤 시치미를 떼고 입을 벌린다. 한 그릇을 다 비운 뒤에야 비로소 초희는 하품을 늘어지게 한다. 졸음이 쏟아진 듯 눈자위를 비비적거리던 초희는 곧 까무룩 잠이 든다.

경덕은 뒤척이는 초희의 몸을 가누고 이불을 덮어준다. 그가 허리에 찬 두루주머니를 끌러 쌍가락지를 꺼낸다. 벌겋게 달아오른 잉걸불이 가락지에 어룽거린다. 옥이 영롱한 빛을 내뿜는다. 얼마간 뚫어지게 바라보던 그가 쌍가락지를 얼굴에 부비기 시작한다. 쌔근거리며 자는 딸을 지켜보는 그의 눈가에 물기가 가득하다. 그는 상대가 있는 것처럼 푸념을 늘어놓는다.


‘여보! 세상은 한 치 앞을 모를 정도로 뒤죽박죽인데, 초희의 자는 모습만은 평화롭기 그지없구려. 외따로 떨어진 별에서 사는 아이가 맞는 모양이요. 이렇게 태평할 수가 있을까 싶소. 비록 네 살이 되도록 말을 못 떼고 성장이 더뎌 걱정이지만, 생긋방긋 웃을 때 왼쪽 뺨에 피어오르는 보조개가 당신을 쏙 빼닮아 온 시름을 잊는 다오. 당신이 봤더라면 좋았을 텐데······. 홀아비 신세타령하는 것도 아니고 웬 청승을 떠는지 모르겠네.’


눈가에 흥건한 물기를 소매부리로 훔친 그가 느닷없이 콧잔등을 비틀어 코를 팽 푼다. 그러곤 넋두리를 이어간다.


‘나도 이젠 늙었나보우. 기력이 예전 같지 않소. 갈수록 겁이 덜컥 나는 게 세월 앞에 포로가 된 듯하오. 부디 당신이 굽어보고 지켜주구려. 광휘와 인서, 수잔과 헨리도 잘 지내고 있는 게요? 땅을 밝고 사는 나야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마는 하늘에 있는 당신은 아이들을 내려다보고 있을 게 아니오. 비록 생사도 모른 채 살고 있지만, 가족을 한데 묶을 수 있는 건 당신뿐이니, 밤하늘에 떠 있는 십자성이 되어 가족 모두를 지켜주시구려. 늙는다는 건 무섭지 않소. 초희가 부쩍 커 가는 게 두려울 따름이오. 끝까지 지켜줄 수가 없으니 말이오. 여보! 밤이 깊소. 부디 편히 지내시오. 만나러 갈 날이 머지않은 듯싶소. 새날이 밝으면 초희가 ‘아부지’ 하고 말문을 떼었으면 좋으련만······’


쌍가락지를 쥔 경덕이 초희의 뺨을 어루만진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가 돌아앉은 채 눈시울을 훔칠 즈음 창밖으로 섬광이 번쩍인다. 산등성이 너머에서 간헐적으로 포성이 들린다. 포성에 놀란 초희가 뒤척인다. 경덕은 초희를 품에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기 시작한다.



324.


잔잔하던 호수에 바람이 휘몰아친다. 출렁거리던 물결이 맞부딪치며 급기야 물마루가 높이 치솟는다. 수면은 바람을 가르며 날아다니는 양탄자처럼 너울거린다.

잠깐 잠이 들었던 진만은 월동을 준비하는 난폭한 곰을 만나 가까스로 도피하여 목숨을 구한다. 밤새 달려 곰으로부터 벗어날 즈음 이번에는 굶주린 늑대무리가 도깨비불을 내뿜으며 뒤를 쫓는다.

여러 날을 뜬눈으로 지새운 그는 이슥한 밤이 되어서야 호숫가에 면한 통나무집에 도착한다. 반가운 나머지 ‘서방님’을 외쳐보지만 웬일인지 목소리가 입 안에서만 맴돈다. 그는 다리가 풀려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는다. 그는 엉금엉금 기어서 통나무집까지 난 길까지 다가간다.

그는 통나무집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보곤 반가운 나머지 손을 뻗어 휘젓는다. 기진맥진한 그는 통나무집을 지척에 두고 정신을 잃고 만다.


이튿날 물을 길으러 나선 경덕이 진만을 발견한다. 입술이 부르트고 피부가 갈라진 몰골로 나타난 진만은 한 달 만에 경덕의 품에 안긴다. 사흘 동안 식음을 놓은 그가 파리한 몸을 뒤척인다. 경덕은 환자와 어린 아이를 돌보느라 날로 수척해진다.

겨우 정신을 되찾은 진만은 눈앞에 어른거리는 경덕을 보곤 소스라치게 놀란다. 부쩍 늘어난 흰머리와 퀭한 눈자위는 그가 산속을 헤매던 중에 꿈결에서 본 저승사자와 쏙 빼닮았다.


“서방님! 왜 이렇게 야위셨어요.”

겨우 몸을 일으킨 진만은 경덕의 부르튼 손을 꼭 붙잡는다.

“내가 뭐가 어때서 그러나. 내 걱정은 말고 어서 일어나시게. 자네가 없으니, 생지옥이 따로 없더군.”

경덕은 화덕 위에서 지글거리는 생선을 뒤집는다.

“서방님께서 낚시를 다 하시다니, 제 죄가 큽니다.”

“이제는 총도 좀 쏠 줄 안다네. 어제는 오십 보 거리까지 어슬렁거리며 접근한 곰한테 위협사격을 했다네.”

“서방님의 체질이 만주에 맞나봅니다.”

진만이 건넨 우스갯소리가 싫지만은 않은 듯 그가 맞장구를 친다.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법이라네. 산란기가 돼서 그런지 송어 씨알이 제법 먹을 만하네. 어서 이리 오게.”

진만은 송어를 통째로 들고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다섯 마리쯤 먹고 난 뒤 거하게 트림을 쏟아낸다. 어지간히 배가 부른지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몸을 뒤튼다.

“그간 별일은 없으셨죠?”

“다른 건 모르겠는데, 밤마다 포성이 점점 가까워지는 게 영 불안해서 잠을 잘 수가 없네. 초희도 좀처럼 잠을 못자고 칭얼거리기 일쑤고, 한동안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네.”

진만은 잠자코 인형을 갖고 노는 초희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더 추워지기 전에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야 합니다. 그래야 따듯한 집에서 초희를 제대로 키울 수 있죠.”

“자네 몸이 성하다면이야 지금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네만······”

“이삼일 쉬면 나아질 거예요. 그동안 떠날 채비를 해놓으려고요.”

“말만 하게. 초희의 고사리손이라도 보태겠네.”

“저는 서방님과 초희만 바라보고만 있어도 절로 힘이 솟구칩니다.”


경덕과 진만은 화롯가에 앉아 밤을 까먹는다. 밤을 받아먹은 초희의 입가가 거무튀튀하다. 두 사람은 검댕이 묻은 서로의 얼굴을 보곤 웃음을 터트린다. 초희도 까르르거리며 따라 웃는다.




325.


대도회(大刀會) 두목 리용이 토벌대를 정양호(丁香湖)로 이끈다. 리용의 지시에 따라 중무장한 부하들이 통나무집이 내려다보이는 숲과 바위 뒤에 잠복한다. 타이요우가 탄 선두 차량이 비탈길을 넘는다. 뒤따르던 트럭 세 대가 매연을 내뿜으며 멈춘다. 검정색 가죽외투를 입은 타이요우가 차에서 내린다. 리용이 그를 맞이한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는 리용의 인사말을 무시한다.

“놈과 한경덕 부녀 모두 있겠지?”

“정탐한 결과 아침을 해먹고 각자 소일을 하는 듯합니다. 별다른 특이 동향은 없습니다.”

길을 안내하던 리용이 숲이 우거진 곳으로 방향을 튼다. 타이요우는 리용을 따라 허리를 숙인 채 위장막이 쳐진 관측소로 들어간다.

“보시지요. 통나무집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쌍안경을 든 타이요우가 통나무집과 호숫가를 면밀히 살핀다.

“보시다시피 놈들은 독안에 든 쥐나 다름없습니다.”

리용은 자기가 깔아놓은 포석이 흡족한 듯 우쭐한다. 타이요우는 무심히 귓등으로 들으며 딴청을 핀다.

“나룻배 한 척이 보이는데, 누구 거야?”

“인근 어부의 말로는 사용한 적이 일 년도 넘는 배라는데, 폐선에 가깝다고 합니다.”

“음······.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도 배를 타고 탈출하지 않았는가?”

“네?”

급작스럽게 언급된 ‘적벽대전’이나 ‘조조’란 단어에 리용은 눈동자를 되록거린다. 저잣거리에서 굴러먹은 무학자라도 삼국지의 적벽대전은 귀동냥으로 들어 꿰뚫고 있을 법하다. 그리고 자신보다 나이가 대여섯 살 아래인 타이요우는 국적이 한국이 아니던가. 그는 머리채를 흔들며 잠시 적벽대전의 대목을 되새긴다. 연환계에 발목이 잡힌 조조는 끝내 화공에 무릎을 꿇고 말을 타고 도망가다가 관우에게 붙잡혀 목숨을 구걸했던 것도 같다. 입이 간질간질하던 그가 용기를 낸다.

“경시님! 적벽대전에서 패배한 조조는 말을 타고 간신히 탈출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타이요우가 불같이 화를 낸다.

“뭐라고? 조조가 말을 탔는지, 배를 탔는지 자네가 봤나?”

“아니, 나관중이 저술한 ‘삼국지연의’에 의하면······”

단박에 말허리를 두 동강을 낸 타이요우가 쏘아붙인다.

“나관중? 뭐하는 인물인데? 그건 그렇고 삼국지도 아니고 ‘삼국지연의’는 또 뭔가? 내가 들은 바로는 조조는 필시 배를 타고 적진을 탈출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됐나?”

“예,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대목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리용은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작으로 애써 얼버무린다. 성마르고 괴팍한 그에게 괜히 밑 보여 굳이 화를 자초할 필요가 없다.

“배가 눈에 거슬리는군. 낭떠러지에 몰린 쥐도 천 길 아래 계곡으로 몸을 던진다. 당장 배를 없앤 뒤 기습하여 생포한다.”

“예, 부하들을 어부로 분장시켜 배를 없애도록 조치하겠습니다.”



326.


세찬 바람이 호수의 수면을 가로지르며 물보라를 일으킨다. 들창이 흔들리고 처마 끝 풍경이 쨍그랑, 쨍그랑 요란하게 울어댄다. 짐을 꾸리던 진만이 밖으로 나가 북쪽 하늘을 굽어본다.

북녘 하늘에 길게 드리운 검은 연기 속에 이따금 붉은 불빛이 번쩍거린다. 어느 틈엔가 밖으로 나온 경덕이 손차양을 한 채로 진만의 시선이 향한 곳을 주시한다.


“이렇게 너른 땅을 두고도 전쟁을 하다니,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군.”

“서방님도 참! 출세 놈한테 그렇게 당하고도 모르셨습니까? 탐욕에 빠진 자는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조선팔도를 집어삼킨 일본 놈들이 만주를 먹자고 덤벼드는 꼴을 보십시오.”

“그러게 말이야. 땅 한 뙤기조차 없이 사는 민초가 오히려 심간이 편한 법이지.”

고개를 주억거리던 진만이 코를 벌름거리며 고개를 돌린다.

“서방님! 그나저나 아까 전부터 기름 냄새가 나는데, 못 맡으셨어요?”

경덕도 코를 실룩거리며 공기를 들이마신다. 별다른 이물감을 못 느낀 그는 무심코 답한다.

“글쎄, 코끝이 아무지지 않은 편이라 모르겠는걸.”

콧잔등을 매만지던 진만은 킁킁거리며 숲과 언덕이 맞닿은 남쪽을 둘러본다.

“포연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서 그런 거겠지.”

경덕은 짐짓 불안을 감추려고 허투루 말을 건넨다. 그러나 진만의 신경은 온통 숲속에 가 있다. 때마침 숲 가운데 길차게 뻗은 침엽수에 둥지를 튼 독수리가 날개를 펼치며 날아오른다. 뒤미처 퍼드덕거리며 요란한 날갯짓으로 비상한 새 떼가 독수리를 피해 사방으로 흩어진다. 괴이쩍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 진만이 민첩하게 행동한다.

“독수리는 아침 말고는 먹이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독수리가 날아오르면 새들은 몸을 피하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숲속에 불청객이 나타난 모양입니다. 서둘러야겠습니다.”

진만이 돌아서려는 순간 어부로 분장한 사내 두 명이 호숫가로 접근한다.

“거기 누구요?”

“우리는 건너편 사는 어부라네. 돌개바람에 그만 배가 떠내려갔지 뭔가. 배 좀 빌릴 수 있을까 해서 왔네만······”

직감적으로 수상한 낌새를 느낀 진만이 문틈에 세워둔 총을 거머쥔다.

“건너편에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소이다.”

그는 노리쇠를 당겨 총알을 장전한다. 사내들은 손사래를 치며 넉살을 떤다.

“그 양반 참 성미도 급하시군. 이웃끼리 배 좀 빌리자는데, 총까지 겨눌 필요는 없지 않소.”

진만은 쉴 틈을 주지 않고 총부리를 겨눈다.

“차라리 말 못하는 짐승을 믿지 인간은 믿지 않소!”


질겁한 오른편 사내가 두 팔을 든다. 윗옷이 추어올려지면서 그대로 맨살이 드러난다. 허리춤에 찬 권총이 햇빛을 받아 번뜩인다. 일순 진만은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걸머쥔다. 신분이 들통이 난 사내가 잽싸게 권총을 뽑아든다. 사내보다 진만의 손가락이 빨랐다. 진만이 쏜 총에 사내 두 명이 뒤로 나자빠진다. 그들이 쏜 총알은 허공으로 빗나간다.

고즈넉하던 호숫가의 풍경은 총성으로 순식간에 뒤바뀐다. 습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던 사슴 무리가 겅중겅중 뛰어오르며 달아나는 것을 신호로 오리 떼가 수면을 박차며 날아오른다.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타이요우가 토벌대에 출동명령을 내린다. 사이드카에 분승한 대원들이 통나무집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하며 질주한다. 총격을 받은 통나무집의 외벽은 순식간에 허물어진다. 초희를 품에 안고 바닥에 엎드린 경덕은 벌벌 떨고 있다. 궤짝을 챙긴 진만은 덧창을 냅다 걷어찬다.

배에 궤짝을 실은 그가 총알을 피하며 통나무집으로 숨어든다. 엎드려 있는 경덕을 일으켜 세운다. 초희를 품에 안은 진만이 빗발치는 총알 세례를 피하며 길을 뚫는다. 구부린 자세로 뒤를 따르던 경덕이 배에 오른다. 진만이 힘껏 노를 젓기 시작한다.

총격을 받은 통나무집이 불길에 휩싸인다. 트럭에 올라탄 타이요우가 공포를 쏘며 들이닥친다. 장갑차 세 대가 일제히 포격을 가한다. 포탄이 떨어질 때마다 물기둥이 치솟는다. 기우뚱한 배 위로 물벼락이 쏟아진다. 진만이 허리를 뒤로 젖혀 힘껏 노를 젓는 순간 총알 두 발이 연달아 가슴과 배에 박힌다. 숨을 쉴 때마다 입에서 핏덩어리가 콸콸 쏟아진다.


가까스로 호심(湖心)에 다다른 배 안에는 침묵만이 흐른다. 겨우 몸을 가눈 진만이 목에 건 가죽 끈을 경덕의 손아귀에 쥐어준다.

“서방님! 이 열쇠는 잊어버리시면 안 됩니다.”

그는 고물에 덩그러니 놓인 궤짝을 눈짓으로 가리킨다.

“이 안에 든 채권은 초희의 앞가림을 할 정도는 될 겁니다. 초희는 희망입니다. 제가 끝까지 서방님을 모셔야 하는데······, 자꾸 눈앞에서 마누라가 손짓을 하네요. 전 틀렸습니다. 부디······, 초희와 좋은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십시오.”

피로 얼룩진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해괴망측한 말을 다하네. 좀 있으면 땅에 닿을 거야. 조금만 힘을 내.”

경덕은 제 옷의 소매를 찢는다. 그러곤 환부 두 곳을 틀어막는다.

“궤짝 안에 금괴가 들어있습니다. 그건 군자금입니다. 서광휘 대장, 아니 인호 도련님을 만나면 꼭 전해주십시오. 조국을 등진 죗값이나마 갚고 떠나고 싶습니다.”

“이 사람아! 제발 입 다물고 있어.”

진만이 말을 할 때마다 기도까지 차오른 피가 쿨렁쿨렁 새어 나온다. 경덕은 노를 젓기 시작한다.

“자네가 우리 부녀의 목숨을 살려줬어. 이번에는 내가 자네 목숨을 지킬 차례야. 조금만 참아.”

경덕은 이를 악물고 노를 젓는다.

“서방님! 꼭 독립된 조국의 땅에서 초희를 키우십시오. 초희는 조국의 미래입니다.”


진만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눈을 감는다. 경덕은 못 들은 척하며 노를 젓는다. 그의 눈가에 물기가 그렁그렁 차오른다. 총알이 수면 위로 지나친다. 초희는 진만의 몸을 흔들며 알은체를 하지만 헛수고일 뿐이다. 몸을 낮춘 경덕은 초희를 궤짝 옆에 숨기고 거적으로 덮는다.

노을이 지면서 활활 불타오르는 통나무집이 수면 위에 붉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어른거린다. 분노한 타이요우는 허공을 향해 총을 난사한다. 그러곤 어둑해진 호수의 중심으로 점점 아득해지는 배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한경덕! 박진만! 기다려라! 지옥 끝까지 찾아갈 테다. 너희는 내가 살아 있는 한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야!”


타이요우의 목소리는 수면을 따라 메아리친다. 들릴 듯 말 듯 괴성이 울릴 때마다 진만의 몸이 움찔한다.



327.


호숫가를 정찰하던 마적이 정적을 깨는 총소리를 듣곤 자세를 낮춘다. 그는 고목에 바짝 엎드린 채 망원경으로 호수를 관망한다. 수면을 박차고 오른 오리 떼들이 시야를 방해한다. 그는 초점을 조절하며 총소리의 진원지를 찾는다.

사이드카와 장갑차 그리고 말 이십여 마리가 통나무집을 향해 돌진하는 광경을 목격한 그는 벌떡 일어나 허둥지둥 말에 오른다. 고삐를 틀어쥔 그는 황급히 숲을 벗어난다.


“두목! 큰일 났습니다.”

야영지에 도착한 정찰병은 벌컥벌컥 물을 마신 뒤에야 목격담을 늘어놓는다.

“놈들이 쳐들어오는 것을 이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습니다.”

부두목 리쥔이 되묻는다.

“놈들이라니? 지금 전쟁통으로 난리가 났는데, 동북군이란 거야, 아니면 소련군이란 거야?”

당황한 정찰병이 오토바이에 탄 자세를 취하며 덧붙인다.

“자세히는 모르겠고, 이런 걸 타고 나타났는데, 말보다도 빠르다니까요?”

주찬이 막사 밖으로 나온다. 리쥔과 부하들이 한걸음 뒤로 물러선다.

“지금 뭐라고 했나?”

정찰병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앉은뱅이의 흉내를 낸다.

“그건 사이드카다.”

그녀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부두목!”

“예!”

“만주에서 사이드카를 타는 건 관동군 말고는 없다. 당장 출동준비를 하라!

“네.”


마적이 탄 말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호숫가로 전력 질주한다. 뉘엿뉘엿 해가 저물면서 수면은 온통 붉은빛 일색이다. 게다가 맞은편에서 활활 불타오르던 통나무집은 기둥이 허물어지면서 마지막 불씨를 허공에 흩뿌린다. 망원경으로 호수 건너편을 정찰하던 주찬은 불빛이 어룽거리는 수면 위에 둥둥 떠 있는 배를 발견한다.

주찬은 말을 달려 물로 뛰어든다. 뒤미처 마적들도 그녀를 따라 말허리가 잠길 때까지 표류하는 배로 다가간다.

마적들이 이물에 밧줄을 연결하곤 나룻배를 모래톱으로 끌어당긴다. 횃불을 밝히고 나서야 배를 살피던 주찬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총격으로 이미 사망한 사내 옆에서 고꾸라진 사내가 신음을 하고 있다.

마적이 달려들어 신음하는 경덕을 일으켜 세운다. 어디선가 나지막이 기척이 들린다. 마적 한 병이 거적을 걷어낸다. 앳된 아이가 궤짝 옆에서 웅크린 채로 쌔근쌔근 자고 있다. 뭇시선은 놀란 나머지 말을 아낀다.


“두목, 노인과 애는 어떡할까요?”

리쥔이 주찬과 경덕을 번갈아본다.

“보아하니 우리한테 해가 될 것 같지는 않구나. 일단 야영지로 데리고 간다.”

리쥔이 되묻는다.

“관동군한테 쫓기는 자를 보호하면 우리한테도 해가 미칠 게 뻔하지 않습니까?”

마뜩치 않은 듯 그가 반문한다. 주찬이 대뜸 꾸짖는다.

“어린 손녀를 둔 노인이다. 정신도 온전치 않은데, 늑대 밥이 되도록 놓고 가란 말이더냐? 비록 제 발로 찾아온 손님은 아니지만, 야박하게 대할 순 없다. 자초지종을 알 때까지 객으로 대접하라!”

머쓱한 리쥔은 곧바로 그녀의 명에 순종한다.

“알겠습니다. 시체는 어떻게 할까요?”

리쥔이 성가신 듯 묻는다.

“물에서 맞이한 죽음은 물로 보내야 마땅하다!”

리쥔은 배를 향해 횃불을 던진다. 조류에 휩쓸려 빙빙 돌던 배는 삽시간에 화염에 휩싸인다. 말에 오른 주찬이 고삐를 잡고 말머리를 돌린다.

“정찰병을 잔류시켜 혹시 모를 추격대에 대비하도록 해!”

“그리 하겠습니다.”

리쥔이 부하 네 명에게 잔류를 명한다.


경덕을 앞에 태운 리쥔이 말에 박차를 가한다. 강보에 싼 초희를 둘러맨 주찬이 그 뒤를 따른다. 정찰병들은 말을 이끌고 숲속으로 이동한다.



328.


토벌대는 전소된 오두막 주변에 임시 야영지를 설치한다. 이튿날 오토바이 한 대가 요란한 굉음을 내며 야영지로 다가온다. 오토바이에서 내린 전령이 요치다 대위에게 행랑을 건넨다. 행랑 속에서 명령장을 꺼내 읽던 요치다가 곧바로 타이요우의 막사로 향한다.


“사령부로부터 명령장이 도착했습니다.”

타이요우는 멜빵차림으로 손거울을 보며 면도를 하고 있다.

“뭐라고 왔나!”

“‘북만주의 전황이 심상치 않음. 작전을 취소하고 즉시 귀대할 것’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누구 명령인가?”

“관동군 작전과장 중좌 이시와라 간지의 직인이 찍혀 있습니다.”

타이요우는 비뚜름한 자세로 손거울을 들여다보며 턱밑을 면도하다가 멈칫한다. 거품 사이로 핏물이 스며든다.

“뭐? 이시와라 중좌 따위가 감히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명령장을 보냈다고? 건방진 놈!”

눈을 치뜬 그가 수건으로 턱에 묻은 피를 닦아낸다. 그러곤 장막을 걷고 밖으로 나간다. 담배를 꼬나문 채 오토바이에 낀 진흙을 털어내던 전령이 돌연 동작을 멈춘다. 타이요우와 눈을 마주친 전령이 부동자세를 취한다. 타이요우는 전령의 입에 물려 있던 담배를 빼앗아 제 입에 문다.

“먼 길을 오느라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그는 전령의 어깨를 감싸곤 호심(湖心)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저기 수평선에 뭐가 보이나?”

“새 말고는 아무 것도 안 보입니다.”

“정확한 친구로군! 맞네! 자네는 이곳 정양호에서 아무 것도 보지 못한 거야. 새 말고는······, 알겠나?”

얼떨떨한 전령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게······, 명령을 어기면 군형법상 총살형에 처한······”

“이 명령서는 누구한테도 전달하지 못한 걸세. 갈 길이 먼데, 뭘 꾸물거리고 있나? 얼른 본대로 귀대해서 자네가 본대로 보고해야지!”

“무슨 말씀이신지······”

“저기 새만 봤다며? 자네가 본대로 보고하란 말이다.”

타이요우가 눈을 흘긴다. 그제야 눈치를 차린 전령이 명령장을 행랑에 넣곤 오토바이에 오른다. 흙탕물을 튀기며 사라지는 오토바이를 망연히 바라보던 요치다가 타이요우의 앞을 막아선다.

“대장님! 사령부의 명령을 어기는 건 군법회의에 회부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이라도 시정하십시오. 부당한 명령은 따를 수 없습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요치다는 일개 밀정이었던 타이요우의 독단에 몹시 자존심이 상한 듯하다.

“지금 항명하는 건가?”

“소관과 부대원은 관동군 사령부의 명령만 따릅니다. 지금 대장님께서는 항명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요치다와 타이요우는 얼마간 눈싸움을 벌인다.

“자네는 아직 육군성 정보국 5과의 위상을 모르는가? 정보국 5과는 어느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는다. 다만 천황폐하만의 지시만 받들 뿐이다. 토벌대는 정보국 5과의 직할부대다. 이래도 내 명령에 불복할 참인가?”

타이요우는 들판의 설치류처럼 멀끔히 상황을 주시하는 부대원들을 일별한다. 그러곤 질겁한 요치다 앞에 다가와 턱을 치켜들곤 부하들이 들을 수 있도록 또박또박 말을 건넨다.

“관동군 사령부의 명령장과 정보국 5과 소속의 토벌대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런데도 항명이라 여기면 부하들과 함께 당장 떠나도 좋다.”

그 누구도 그의 말에 거부할 의사가 없는 듯하다. 증기기관선이 기적을 울리며 호숫가로 다가온다.

“대위!”

“하이!”

“마지막 명령이다. 부대원들을 인솔하고 승선하도록 조치하라! 그렇지 않으면 천황의 명령을 어긴 죄를 물어 즉결 심판하겠다.”

잠시 눈알을 되록거리던 요치다는 끝내 그의 최후통첩을 거부한다.

“저는 정보국 5과 소속이 아닙니다. 사령부의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대위가 주섬주섬 군장을 챙긴다. 눈동자를 데굴거리던 오장 한 명과 병사 두 명도 군장을 어깨에 둘러멘다. 부하들 앞에 선 대위가 타이요우에게 경례를 한다.

“대위 요치다 외 3명은 사령부의 명을 수행하고자 이에 신고합니다.”


타이요우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십여 초가량 부동자세로 서 있던 요치다가 뒤로돌아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병사들이 그 뒤를 따른다.

돌연 타이요우가 기관총을 들고 사격을 가한다. 사병 두 명이 그 자리에서 고꾸라진다. 오장이 비명을 지르며 달리기 시작하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모래톱에 처박힌다.

등에 여러 발을 맞은 요치다는 억지로 발을 옮기며 뜻을 굽히지 않는다. 마지막 총성이 울리자마자 그는 무릎을 꿇고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면도를 한 탓일까. 푸르스름한 민낯이 햇살을 받아 매끈하다. 뒤에서 지켜보던 리용이 섬뜩한 듯 혀를 내두른다.


“요치다 대위 외 세 명은 교전 중 사망했다. 할 말 있는가?”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꾀바른 리용이 황급히 사태를 정리한다.

“뭣들하나? 부대원 전원은 5분 내로 출동 준비한다.”


대원들은 리용의 지시에 따라 기동력이 떨어지는 장갑차와 차량을 남겨둔 채 말과 오토바이를 증기기관선에 싣는다. 과적을 한 증기기관선은 흘수선까지 가라앉는다. 토벌대가 탄 배는 기우뚱거리며 아슬아슬하게 수면을 미끄러져나간다. 상승기류에 편승한 채 상공을 선회하던 독수리 무리가 천천히 시체 주변에 내려앉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님의 침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4 124화 인천상륙작전 +1 19.06.13 24 2 15쪽
123 123화 메모리 가든 +1 19.06.12 20 2 15쪽
122 122화 겹생 +3 19.06.10 26 2 16쪽
121 121화 하와이 +1 19.06.07 36 2 14쪽
120 120화 소령 맥나마라 +4 19.06.06 37 2 15쪽
119 119화 한초희 +1 19.06.05 38 2 14쪽
118 118화 맥아더 원수 +1 19.06.04 41 2 14쪽
117 117화 기만방송 +1 19.06.03 41 2 13쪽
116 116화 코리안 커넥션 +1 19.06.01 51 2 12쪽
115 115화 잠수함 +1 19.05.30 62 2 13쪽
114 114화 6.25 전쟁 +1 19.05.29 50 2 12쪽
113 113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특명 1호 ‘폭풍’ +1 19.05.21 54 2 11쪽
112 112화 금괴수송작전 +1 19.05.19 65 2 10쪽
111 111화 '암호명 A-1' +1 19.05.18 52 2 13쪽
110 110화 악연(惡緣) +1 19.05.17 51 2 14쪽
109 109화 마지막 미션 +1 19.05.16 50 2 12쪽
108 108화 애치슨 라인 +1 19.05.15 50 2 12쪽
107 107화 연적(戀敵) +1 19.05.15 51 2 12쪽
106 106화 독살(毒殺) +1 19.05.14 52 2 12쪽
105 105화 마돈나 다방 +2 19.05.13 51 2 15쪽
104 104화 한국은행 +1 19.05.11 60 2 14쪽
103 103화 비밀거래 +1 19.05.10 64 2 12쪽
102 102화 남미이주작전 +1 19.05.10 68 2 13쪽
101 101화 트루먼 독트린 +1 19.05.10 51 2 11쪽
100 100화 숙명의 라이벌 +1 19.05.10 52 2 18쪽
99 99화 Jane Doe +2 19.05.10 52 2 13쪽
98 98화 앙숙, 이승만과 김구 +1 19.05.10 53 2 12쪽
97 97화 반도호텔 +1 19.05.10 50 2 13쪽
96 96화 좌익과 우익 +1 19.05.09 51 2 13쪽
95 95화 조선인민공화국 +1 19.05.09 53 2 17쪽
94 94화 일본패망(日本敗亡) +1 19.05.09 50 2 12쪽
93 93화 원자폭탄 +1 19.05.09 49 1 13쪽
92 92화 김일성 +1 19.05.09 53 1 14쪽
91 91화 독수리 작전 +1 19.05.09 51 1 14쪽
90 90화 이승만 +1 19.05.09 49 1 14쪽
89 89화 비밀요원 나타샤 +1 19.05.09 49 2 15쪽
88 88화 OSS(미국전략사무국) +2 19.05.09 49 2 16쪽
87 87화 승전(勝戰) +1 19.05.09 50 2 14쪽
86 86화 진주만공습 +1 19.05.08 49 1 16쪽
85 85화 갈라예프 +2 19.05.08 48 2 16쪽
84 84화 채권(債券) +1 19.05.08 53 2 11쪽
83 83화 다카키 마사오 +1 19.05.08 59 2 12쪽
82 82화 광복군(光復軍) +1 19.05.08 48 2 13쪽
81 81화 육군정보학교 +2 19.05.08 49 2 11쪽
80 80화 홍콩행 +1 19.05.07 51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49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47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45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51 2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52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46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46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46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50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49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53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51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51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51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52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51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52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52 2 15쪽
61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53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53 2 13쪽
59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57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54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54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54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56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54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54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56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57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57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57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63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60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57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59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57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58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64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62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60 3 30쪽
39 39화 빅터 한 +1 19.04.25 62 3 49쪽
» 38화 박진만 +2 19.04.25 65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71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68 3 49쪽
35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68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67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69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69 3 47쪽
31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77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75 4 46쪽
29 29화 출산(出産) +3 19.04.20 81 4 43쪽
28 28화 밀항(密航) +2 19.04.20 76 4 45쪽
27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75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80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94 4 39쪽
24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80 5 44쪽
23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84 4 46쪽
22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82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81 5 49쪽
20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82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92 3 49쪽
18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92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95 4 49쪽
16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95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97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106 3 37쪽
13 13화 결혼(結婚) +3 19.04.12 158 6 42쪽
12 12화 돈버거 +9 19.04.12 142 6 44쪽
11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154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167 8 42쪽
9 9화 낙향(落鄕) +4 19.04.10 174 7 42쪽
8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178 7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214 10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209 11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239 11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302 11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389 12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560 12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1,092 18 12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최장르'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