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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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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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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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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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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쪽

39화 빅터 한

님의 침묵




DUMMY

제21장 빅터 한



329.


1929년 10월 24일 뉴욕에서 비롯된 나비의 날갯짓이 대서양을 건너면서 거대한 해일로 돌변한다. 월가의 ‘뉴욕주식거래소’에 상장된 주가가 대폭락하면서 발생한 이른바 ‘대공황’은 유럽을 거쳐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으로 급속히 전파된다. 금융과 산업 등 기존의 경제 질서가 송두리째 파괴된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의 편에 선 미국은 건국 이래 최고의 경제적 번영을 구가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만성적인 과잉생산과 실업률의 증가라는 독버섯이 우후죽순으로 번식한다. 독버섯의 포자가 허울뿐인 사상누각의 기둥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주식의 대폭락은 통화량의 증가와 물가의 폭락 그리고 생산량의 감소와 경제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세계경제를 연쇄적으로 파탄시킨다.

은행의 연쇄 도산으로 1926년에 일본이 겪었던 ‘쇼와금융공황’은 1929년에 발생한 대공황의 전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쇼와금융공황(昭和金融恐慌)’의 그림자로부터 간신히 벗어나려는 순간 태평양을 건너온 나비가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일본 열도에 착륙한다. 곧바로 학습된 공포와 두려움이 전염병처럼 창궐하면서 갈 길 바쁜 제국의 뒷덜미를 낚아챈다. 대공황의 직격탄을 맞은 제국은 국가파산의 위기에 직면한다.


통치행위는 정치와 경제가 한데 묶여 ‘2인3각(二人三脚)’으로 같은 곳을 지향해야만 안정과 발전이란 과실로 열매를 맺는다. 경제가 공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자 정치는 균형감각을 상실한다. 졸지에 절음발이가 된 ‘통치(統治)’란 유기체는 생존을 위해 처절한 사투를 펼친다. 응급처치에 뛰어든 집단은 국민도 아니고 정치가도 아닌 군부다. 오직 사지에서 생환하도록 철저하게 훈련된 군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국의 재건에 뛰어든다.

‘다이쇼 데모크라시’의 운동 이후 정착한 정당정치가 8년 만에 막을 내린다. 구국의 일념으로 똘똘 뭉친 청년 장교들은 도심 한복판에서 군부에 반대하는 정치인과 기업인을 서슴없이 살해한다. 경제가 쇠퇴하면서 정치의 퇴행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민주주의의 파괴행위는 곧 군국주의라는 거대한 공룡의 탄생을 야기한다. 공룡의 횡포와 패악은 제국의 식민지인 한국과 만주에 고스란히 전가된다.

군국주의에 기반을 둔 제국주의가 정권을 장악한 후로 중공업 우선 정책이 힘을 받는다. 일본 경제는 군수산업을 발판으로 공황의 늪에서 탈출하려는 돌파구를 모색한다. 군수산업은 특성상 선택과 집중을 통한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인데, 이러한 능력과 시설을 갖춘 몇몇 대기업은 군부의 혜택을 받아 고속성장을 하게 된다.

자국보다 엄격한 은행법을 적용하여 한국의 민족자본을 틀어막은 일본은 그 여파를 몰아 만주개발에 심혈을 기울인다. 군부의 절대적인 지원을 받은 대기업들은 속속 만주로 진출하며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의 기틀을 다지기 시작한다.



330.


1930년 1월 펑톈(奉天) 외곽에 대규모 군사기지가 들어선다. 1919년부터 뤼순에 주둔하고 있던 관동군사령부가 이주를 시작한 것이다. 하루아침에 펑톈은 관동군을 상대로 하는 거대한 기지촌이 되어 각종 술집과 음식점, 홍등가, 잡화점 등이 호황을 누린다.

거리 곳곳은 무법천지를 방불케 한다. 술에 취한 군인들이 지나가던 여성을 희롱하는가 하면, 말리는 청년들과 패싸움을 벌이기 일쑤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일방적으로 짓밟히는 쪽은 현지인들이다. 뒷골목마다 강간당한 채 알몸으로 싸늘히 식은 주검과 예리한 대검에 난자당한 시신들이 넘쳐난다.

출동한 헌병들이 제지하는데도 취한 군인들은 아랑곳 않고 목청을 높여 군가를 부른다. 시끌벅적한 술집에 반짝이는 견장을 단 장교들이 들어선다. 일순 찬물을 끼얹은 듯 거나하게 취한 병사들이 풀어헤친 군복을 여민다.


게다를 신고 바닥을 구르며 다가온 주인이 연신 허리를 굽실거리며 쥰페이의 눈치를 살핀다.

“죄송합니다만, 어제 귀대한 군인들이라 통제가 안 됩니다.”

쥰페이는 주인에게 귀띔을 한다.

“안채에 다다미방이 있다고 들었소만······”

“조용한 만큼 값도 두 배인데, 괜찮겠습니까?”

장사속이 빤한 주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쥰페이가 고개를 까딱한다. 주인이 종종걸음으로 일행을 안채로 안내한다.


한두 시간가량 지난 후 창틈으로 불어오는 바람결에 음정이 뒤죽박죽인 군가가 배경음처럼 스며든다. 여러 차례 순배가 돈 탓일까. 단추를 풀어헤친 세 사람의 얼굴이 발그레하다.

말린 대구포를 질겅질겅 씹던 나카다가 이물감을 느낀 듯 바닥에 내뱉곤 단숨에 술을 들이킨다.


“대구가 아니고 장화 밑창을 씹는 맛이군. 보급대 새끼들은 뒷돈만 챙길 줄 안다니까. 도대체 시중에 뭘 풀어놓는 거야? 홋카이도 연안에서 잡힌 대구가 썩어난다는데 말이야!”

눈이 풀린 나카다가 볼멘소리를 늘어놓는다. 미나토가 그의 어깨를 끌어당긴다.

“보급대 놈들이 뭐가 죄냐? 도쿄 군수부에서 다 빼돌렸을 텐데. 그리고 나카다! 너 많이 취했어. 지금 우리 앞에는 쥰페이 코우 소좌 아니, 춘천고보 당시 스승님이 계시다고. 말조심해! 안 그렀습니까? 훈육관님?”

혀가 꼬부라진 미나토가 쥰페이에게 구원을 요청한다. 거나하게 취한 쥰페이는 어물쩍거리며 무심히 넘긴다.

“소좌님, 아니 훈육관님!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훈육관님도 잘 아시잖아요?”

나카다의 질문에 쥰페이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내가 뭘?”

“타이요우가 춘천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미나토, 너도 잘 알잖아!”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입을 꾹 다문다.

“인간백정이란 별명이 붙은 놈이 천황의 직할부대인 토벌대에서 활약하는 것도 꼴 보기 싫은데, 바로 우리 정수리에 침을 튀기며 명령을 내리는 상관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 상황입니까? 그놈은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명예로운 천황의 군대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독립군을 쫓기는커녕 민간인만 학살하고 있는 걸 보세요. 그놈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군대가 동원되는 것에 환멸을 느낍니다.”

담배를 피우던 쥰페이가 눈살을 찌푸리며 재떨이에 꽁초를 비벼 끈다. 어묵 꼬치를 먹던 미나토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카다와 쥰페이를 번갈아 주시한다.

“다 마음에 안 듭니다. ‘다이쇼 데모크라시’가 무너진 뒤 정당정치가 막을 내리고 집권한 군부가 도대체 군대를 위해 한 일이 뭐가 있습니까?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재벌은 군부에 아부만 떨고, 제 주머니만 채우는 데 급급하지 않습니까? 최정예부대라지만 관동군에 지급되는 보급품을 보십시오. 자고로 독재는 부패를 낳고 결국 역사의 심판 앞에 서는 것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이라도 민주주의의 꽃인 의회한테 정치를 맡기고 군부는 물러나야 합니다. 장담하건대 파시스트로 치닫는 도쿄 참모본부의 독단이 제국의 앞날에 잿빛 구름을 드리울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잠자코 듣고 있던 쥰페이가 일부러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입 밖으로 낸다. 뒤미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눈빛이 나카다를 노려본다. 그러곤 천천히 풀어헤친 단추를 채우며 조곤조곤 말을 잇는다.

“그동안 고생한 게 있어서 오늘 술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내가 청한 자리니, 오늘만큼은 스승과 제자로 즐기고 싶었다. 그러나 앞으로 명예로운 천황의 군대를 욕보이는 행동은 묵과하지 않겠다. 나카다 쇼 중위! 지금부터 귀관은 춘천고보의 제자가 아닌 대일본천황의 황군임을 명심하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미나토가 벌떡 일어난다. 그는 비틀거리면서도 간신히 부동자세를 유지한다. 듣는 입장에 따라 애정이 담긴 스승의 충고로 들릴 법도 하지만 꾀바른 그는 엄중한 경고임을 직감한다.

“스승님, 아니 소좌님! 나카다 쇼 중위가 취해서 제정신이 아닙니다. 제가 잘 타이르겠습니다.”

미나토가 군화 끈이 풀린 것도 모르고 허겁지겁 쥰페이의 뒤를 따른다.


덩그러니 남겨진 나카다가 벽을 향해 술잔을 내던진다. 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술상을 뒤엎는다. 잠시 뒤 헌병이 들이닥친다. 그는 헌병들에 이끌려 술집을 나선다.

그날 이후 나카다는 헌병대 영창에서 일주일 동안 감금된다. 그는 장황한 반성문을 작성하여 감찰부에 제출한다. 그러나 반성문은 절차에 따라 선처를 바라는 형식적인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그는 여전히 전체주의적인 사고방식에 젖은 군부를 혐오한다.



331.


귀대하라는 사령부의 명령을 거부한 타이요우는 호수를 가로질러 추격전을 펼친다.

전선이 확대된 이후 승승장구한 소련군은 북만주 일대의 주요 도시를 점령한다. 타이요우는 공연히 일본군이 개입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대원들에게 민간인 복장으로 환복할 것을 명한다.

퇴패하는 동북군과 밀려오는 소련군 틈에서 막연한 단서만 지닌 채 경덕의 뒤를 쫓는 것은 무모하기 이를 데 없는 짓이다. 점점 지쳐가는 대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불평불만이 나돌기 시작한다. 군사작전의 성격을 벗어나 오로지 개인적인 복수심이 자초한 결과는 참혹한 최후를 맞이한다.

식량이 바닥나자 말들이 희생된다. 기름이 동이 난 오타바이는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다. 탈것이 줄어들면서 이동속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허기진 병사들은 도보로 행진하는 도중에 픽픽 쓰러진다. 탈진한 병사가 속출하면서 더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하다. 하는 수 없이 대원의 반을 희생한 끝에 타이요우는 후퇴를 명령한다.


검거작전에 실패한 타이요우는 펑톈의 술집을 전전하며 화풀이의 상대를 물색한다. 닥치는 대로 분풀이를 하던 그는 접대부를 강간하는 것도 모자라 종업원에게 총격을 가하고 손님에게 폭력을 일삼는다.

다섯 명의 소중한 목숨이 영문도 모른 채 살해당한다. 뒷수습에 나선 헌병대는 시신을 뒷골목에 유기한다. 억울하게 살해당한 사람들은 신문에 아편중독자로 둔갑하며 세인의 관심 밖에서 멀어진다. 그의 만행은 그가 아편소굴에서 정신을 잃은 채 발각되기 전까지 계속된다.


류노스케는 보고를 받고 대노한다. 타이요우는 정신질환자가 입원한 관동군의 특별병동에 감금된다. 그는 두 달 뒤 금단현상을 극복했다는 판정을 받고 퇴원한다. 그가 조기에 퇴원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다름 아닌 끝나지 않는 업보가 남았기 때문이다.

제 얼굴에 끔찍한 상처를 남긴 진만에 대한 복수를 이루지 못한 데에서 오는 자괴감은 그의 폭력성을 자극하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반면에 출생에서부터 성장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이어온 경덕과의 악연은 그가 아편의 중독을 극복하는 인내력으로 작용한다.

뭐랄까. 승승장구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는 그에게 있어서 경덕과의 인연은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나 마찬가지다. 칼날에 남겨진 상처쯤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기 마련이지만 틈만 나면 꿈에서 조우하는 경덕과 서광휘로 이어지는 연줄은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가 되어 가슴에 아로새겨진 것이다. 심장이 뛸 때마다 주홍글씨는 살아 있는 활화산처럼 그의 가슴속에서 불타오른다.

한 씨 가문과의 인연을 끊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상실감은 그에게 재도약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의 눈빛은 전과 사뭇 다르다. 간혹 초점을 잃은 듯 멀거니 허공을 주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뇌리에 ‘한경덕’, ‘서광휘’란 주홍글씨가 꿈틀거릴 때마다 그의 눈빛은 살기로 번뜩인다.


“역전의 용사가 돌아왔군!”

류노스케는 사무실을 방문한 타이요우를 반갑게 맞이한다.

“장군님께 누를 끼쳐서 면목이 없습니다. 다시 태어난 이상 두 번째 목숨도 대일본제국을 위해 아낌없이 바치겠습니다.”

타이요우는 류노스케에게 큰절을 한다. 그러곤 쥰페이, 미나토와 차례로 악수를 나눈다. 마지막으로 그가 나카다에게 손을 내민다. 나카다는 그의 손을 뿌리친다. 미나토가 나카다의 어깨를 툭 친다. 차마 외면할 수 없는 자리여서일까. 나카다는 고개를 돌린 채 타이요우와 악수한다.

“소만국경에서 벌어진 전쟁은 일방적으로 소련군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장쉐량은 곧 패전을 선언할 테지. 그리고 우리 쪽에 소련과의 휴전협정을 중재해달라며 애면글면하며 요청할 게야.”

류노스케는 부하들을 일별한 뒤 말을 잇는다.

“정의부 내에는 장제스와 결부된 우파도 있지만 소련 공산당을 지지하는 좌파도 있다는 분석이다. 북만주를 소련이 장악한 이상 궁지로 몰린 정의부 내에도 좌파가 득세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아군은 시베리아 불곰을 믿고 덤비는 진돗개와 싸워야 할 판이다. 당장 토벌대를 투입하여 독립군을 일망타진한다. 서광휘는 꼭 생포하도록. 그자를 반드시 재판에 세워 교수형을 시켜야 조센징들의 독립의 불씨를 짓밟아 끌 수 있다.”


류노스케가 한쪽으로 쏠린 의안을 만지작거리며 제자리를 잡는다. 잔뜩 상기된 뭇시선이 그의 머리 위로 내걸린 욱일기를 주시한다.



332.


주찬은 토벌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이틀이 멀다하고 황무지를 배회한다. 승리를 거머쥔 소련군의 점령지가 확장되면서 야영조차 여의치 않다. 득달같이 달려드는 붉은 군대보다 더 무서운 것은 겨울이 다가오면서 남진하는 시베리아 기단이다.

동상에 걸린 마적들이 늘어나고 말들이 동사하면서 기동력이 반감된다. 북풍한설에 무방비로 노출된 주찬은 옹송그린 채 추위에 떠는 부하들을 순시하며 중대한 결단을 내린다.


“이곳에서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북쪽으로 이동하여 겨울을 난다.”

그녀가 말머리를 돌려 방향을 잡는다. 말에 오른 리쥔이 바투 다가온다. 두 마리 말이 내뿜는 콧김이 삽시간에 바람에 흩어진다.

“대장! 더 이상의 북진은 위험합니다. 마적 원로가 산채를 연 하얼빈 인근의 산중에서 겨울동안만 의탁하는 것이 어떨까요?”

“하얼빈이라고 안전할 줄 아는가? 만주 내륙은 이미 관동군과 그 하수인인 대도회의 수중에 떨어진지 오래다. 쌍봉계곡으로 향한다.”


말을 남긴 주찬은 눈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간다. 리쥔과 마적들도 마지못해 폭설을 뚫고 뒤를 따른다.


3년 전 쌍봉계곡을 떠날 당시 왕리는 쌍봉계곡으로 통하는 노루목 세 곳에 폭탄을 터트려 협곡 입구를 봉쇄한 적이 있다. 폭파는 마적단의 신성한 기운이 똬리를 튼 명당을 수호함과 동시에 정착지를 미리 봉인하여 훗날을 대비하려는 왕리의 예지가 깃든 궁여지책이었다.

주찬은 암석과 흙더미로 가로막힌 협곡 세 곳 가운데 한 곳을 택하여 길을 낸다. 마적 전체가 동원된 고된 작업이 한 달간 지속된다. 손가락이 단절되고 발등이 잘려나가는 일이 다반사다. 이윽고 대싱안링산맥(大興安嶺山脈)의 준령들이 알을 품은 형상을 한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이라 불리는 천혜의 요새가 그 신비한 속살을 드러낸다.


마적들은 쌍봉계곡의 너른 터에 흩어져있는 움막들을 손보기 시작한다. 낡은 지붕을 걷어내고 자작나무를 쪼개 만든 너와로 지붕을 얹는다. 우뚝 선 쌍봉이 북풍한설을 막아주고, 너른 품에 자란 숲이 땔감을 제공해준 덕분에 마적들의 겨울나기는 순조롭게 마감된다.

마적에게 있어서 쌍봉계곡은 영험한 신비의 땅이다. 따라서 매년 자연신과 조상신에게 예를 다해 의식을 치른 곳이기도 하다. 제단 근처에 마련된 창고 안에는 곡식과 씨앗이 비축되어 있다. 겨우내 버틸 정도는 아니지만 사냥을 통해 육류를 보충한다면 동절기에 부족한 단백질을 채울 만큼의 양은 된다.

총상의 후유증으로 내상이 깊던 경덕도 정착생활에 적응하면서 차츰 호전된다. 벙어리란 소문이 돌면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던 초희도 붙박이로 제공된 숙소와 제때 제공되는 끼니로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성장한다.

움막 안은 타오르는 모닥불로 온화한 기운이 감돈다. 주찬과 경덕은 화덕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는다. 잉걸불이 불씨를 틔울 때마다 두 사람의 민낯에 불그스름한 기운이 어른거린다. 초희는 주찬의 품에서 쌔근거리며 자고 있다.


“······진만이란 사람은 대인께는 생명의 의인이로군요.”

주찬은 언제부터인가 경덕을 대인이라 칭한다. 설원을 전전하면서도 올곧은 성품을 잃지 않은 자세를 눈여겨 본 결과다.

“박 사장이 아니었더라면 우리 부녀는 이미 펑톈에서 객사했을 겁니다. 그 사람은 우리 부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했습니다.”

경덕은 눈가를 훔치며 말을 잊지 못한다.

“대인의 이야기는 늘 눈물로 끝을 맺는군요. 슬프게 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지만 만주까지 온 역경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그만······”

주찬은 말을 채 잊지 못한 채 뒤척이는 초희를 다독거린다.

“대장님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초희의 얼굴을 쓰다듬던 주찬은 그저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건성으로 답한다.

“저같이 하찮은 아낙의 이야기를 누가 입에 담는 답니까?” 다 부질없는 이야기랍니다. 다음에 누가 또 이야기하면 귓등으로도 듣지 마세요. 시간만 축내는 일이랍니다.”

“초희를 극진히 사랑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귀한 아이랍니까? 포성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도 이렇게 곱고 어여쁘게 자라주었으니, 이보다 더 귀한 인연이 어디 있답니까?”

그녀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초희의 뺨에 얼굴을 비벼댄다.

“‘평주’가 같은 또래라고 하더군요.”

‘평주’란 이름이 불쑥 튀어나오자 주찬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한줄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초희의 뺨에 떨어진다. 그녀는 마치 도둑질을 하다 들킨 양 퍼뜩 옷소매로 눈물을 훔친다.

“괜한 얘기를 들으셨군요. 만주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먼저 간 자식은 가슴에 묻는 것을 끝으로 절대 말도 꺼내지 말라! 그래야 자식이 저세상에서 편히 살 수 있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그저 대장께서 워낙에 초희를 예뻐하시기에······”

경덕이 차마 말을 잊지 못하고 눈치를 살핀다. 마침 늑대가 울부짖는 소리가 구성지게 들린다.

“밤이 깊었습니다. 이제 초희를 건네주시고 주무십시오.”

경덕이 일어나 초희를 안으려고 한다. 초희가 몸을 뒤척이며 주찬의 품으로 파고든다. 경덕이 안으려고 하자 몸을 옹송그린 초희가 더욱 품으로 파고든다.

“바깥바람이 찬데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요. 오늘을 제가 데리고 자는 게 낫겠습니다.”

“새벽에 꼭 깨는 버릇이 있어서 성가십니다. 이리 주십시오.”

한차례 몸을 뒤틀던 초희가 울컥하며 옹알거린다.

“몹시 곤한가봅니다. 오늘은 제가 데리고 자겠습니다.”

“귀찮으실 텐데요.”

“괜찮습니다.”

“그럼, 하루만 신세를 지겠습니다.”


경덕이 목례를 하고 덧문을 연다. 돌연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냉큼 밖으로 나가 문을 닫고 사라지는 경덕을 뒤로하고 주찬은 호피를 깐 요 위에 초희를 눕힌다. 그러곤 양털로 만든 이불을 덮어준 뒤 옆에 눕는다. 그녀는 초희의 등을 다독거리며 자장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333.


대학에서 정치학과 중국어를 전공한 인서는 장교선발과정에 응시하여 수석으로 합격한다. ‘빅터 한’으로 이름을 개명한 그는 6개월의 교육 기간을 무사히 통과한 후 ‘해군정보국(ONI, Office of Naval Intelligence)’에 특채된다. 그는 ‘ONI’의 극동아시아과 정보분석장교로 임명된다. 일본어와 한국어 외에도 중국어까지 능통한 점이 그의 장점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변화가 그에게 일어난다. 몸의 분신처럼 여겨졌던 목발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꾸준한 재활치료와 운동을 통해 환부에 새살이 돋고 근육이 붙으면서 기적적으로 정상인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된 것이다.


북만주를 장악한 소련의 남하와 중국 내의 공산주의의 확산 등 일련의 공산주의의 팽창은 민주주의국가에서 볼 때 골칫덩이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소련과 국경을 접한 유럽은 이른바 ‘적색 공포’가 전염병처럼 번져 몸서리친다. 마침내 여러 국가들은 연합하여 굶주린 시베리아 불곰의 남하를 막기 위하여 공동전선을 구축한다.

대서양이라는 천혜의 방어선을 두고 있어 소련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고 장담하던 미국도 보아란 듯이 침투한 ‘적색 공포’에 골머리를 앓는다. 대륙의 동안과 서안을 각각 대서양과 태평양이 에두르고 있는 미국은 난공불락이라는 장점과 무원고립이라는 단점을 동시에 지닌 지정학적으로 특수한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미국정부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련의 남하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ONI의 윌슨 국장이 극동아시아과의 멀린 과장을 호출한다.

“백악관의 걱정이 크네. 이번 소련의 남하를 막지 못하면 중국이 공산주의의 빨간 깃발 아래 놓이게 될 걸세. 자네가 장세스를 만나 워싱턴의 의중을 전달해야겠어.”

시가를 문 국장이 뻐끔뻐끔 연기를 내뱉으며 말을 잇는다.

“지금 중국은 내전에 휩싸여 있어. 중원전쟁이 발발하여 정신이 없을 거야. 이 틈을 노려 공산당이 세를 불리고 있다고 하네. 중국어는 하나?”

과장이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인다.

“식당에서 밥을 주문할 정도는 됩니다.”

“차이나타운에서나 써먹는 중국어보다는 바디 랭귀지가 훨씬 낫지! 망신당하기 싫으면 현지 사정에 밝은 요원과 동행하게.”

“이번에 중위로 승진한 정보분석장교가 아주 똘똘한 편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입을 실룩거리던 국장이 파일 더미를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작전파일이니 잘 숙지하도록. 이틀 뒤 자네가 탈 퍼시픽호가 샌디에이고 병참기지에서 출항하네.”

“네? 이틀 뒤라고요?”

과장이 양손을 올리며 어깨를 으쓱한다.

“아내와 밀애를 나누기에 이틀이면 충분하지 않나? 난 출장 갈 때 아내와 얼굴 맞대는 데에 5분도 채 안 걸린다네. 그것도 넥타이를 비뚤게 맬 때만 아내의 손길을 느낄 뿐이지.”

머뭇거리던 그가 마지못해 대꾸한다.

“아, 예······, 알겠습니다.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퍼시픽호가 정박한 부둣가에 승용차 한 대가 멈춘다. 운전석에서 내린 빅터는 헨리와 포옹을 나눈 뒤 수잔과 키스한다.


“여보!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인 거 알죠?”

“당신 말 명심 또 명심할게. 걱정하지 마.”

빅터는 허리를 숙인 채 헨리의 뺨을 입을 맞춘다.

“헨리! 아버지가 없을 때 엄마는 누가 보호해줘야 하지?”

“당연히 아들인 내가 해야지.”

초등학교에 입학한 헨리는 제법 의젓하게 대답한다.

“여보, 다녀올게.”


검은 연기가 뭉실뭉실 연돌 위로 피어오르는 가운데 우렁찬 기적이 서너 차례 울려 퍼진다. 군인들이 배웅을 나온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나눈다. 수잔과 헨리는 가방을 들고 병사들 틈으로 뒤섞이는 빅터에게 연신 손을 흔든다. 수잔은 선글라스 아래로 흐르는 눈물을 훔치곤 차에 오른다.



334.

광활한 창공에 포연이 자욱하다. 장쉐량이 이끄는 동북군은 소련과의 전쟁에서 연패를 거듭한다. 동북군이 후방으로 후퇴하면서 만주는 무법천지가 된다.

소련군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관동군은 사활을 걸고 병력과 무기를 증강한다. 류노스케의 특명을 받은 토벌대는 만주 일대에 산재한 한인촌을 순회하며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치안의 부재상태에서 토벌대의 만행을 견제할 세력은 전무하다.


만주에 분산되어 있던 18개 독립운동단체의 대표 39인은 지림성 반석현(吉林省 盤石縣)에서 회합한다. 그들이 모인 목적은 불안한 만주의 정세를 극복할 수 있는 단일지도체제의 출범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협의회의 의장격인 정의부가 참의부와 신민부의 통합을 주도한다. 그러나 통합안은 반대세력의 반발에 부딪쳐 반려된다. 결국 통합을 원하는 단체만 참여하여 1929년 국민부(國民府)로 통합된다. 협의회를 이끌던 정의부 및 참의부와 신민부는 해체의 수순을 밟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한다.

통합된 국민부는 근거지를 지림(吉林)에서 대둔(大屯)으로 옮긴다. 지림성에서 새롭게 탄생한 조선혁명당은 조선혁명군을 창설하여 정의부 소속의 독립군을 대부분 흡수한다.

마지막까지 거취를 보류한 독립군 사이에서도 의견 충돌을 빚으며 내홍에 겪는다. 임시정부가 창당한 한국독립당으로 복귀하자는 ‘상해파’와 독자노선을 걷자는 ‘독립파’ 그리고 소련과 연합하자는 ‘연안파’는 합의점을 찾기 위해 대원 모두가 참석하는 1차 난상토론회를 연다.


“우리가 살 길은 오직 하나, 연해주로 거점을 옮겨 소련 공산당의 지원을 받는 것이오.”

잔류한 독립군의 정신적 지도자인 도선은 어렵사리 속내를 드러내며 연해주로의 이주를 공론화한다.

“참모장! 그렇게 외세에 당하고도 또 그딴 소리를 하는 거요? 조선 놈이 조선 놈끼리 뭉쳐야,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 게 아니오? 더 이상 탁상공론을 해봐야 그나마 남은 정마저도 떨어질 판이니, 집어치우고 당장 상해로 가서 한국독립당에 입대합시다!”

성미가 급하고 저돌적이라 멧돼지로 통하는 장교가 목청을 높인다. 그의 말에 찬성하는 동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도선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곤 동요된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상해가 하룻길이었다면, 지금 우리가 여기서 열을 올리며 이러고 있겠소? 상해는 자그마치 여기서 5천리 떨어진 곳에 있소이다. 5천리라도 길이 열렸으면 갔을 테지만, 동지들도 알다시피 주요 도로는 관동군이 진을 치고 있소. 토벌대들이 한인촌을 불바다로 만들며 독립군을 쫓는 마당에 과연 우리가 상해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서야한단 말이오? 난 절대 반대하오. 서남쪽으로 들어서는 순간 지옥의 문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꼴이란 말이오. 굳이 내가 연해주로 가서 소련과 손을 잡자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소. 관동군이 제일 두려워하는 존재가 누구일 것 같소?”

도선은 주위를 일별한다.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한다.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사이에 불안전한 공존이 형성된다. 그러나 바닷물과 강물이 한동안 뒤섞이는 기수역인 양 불안하기 짝이 없다.

“혹여 내 말에 오해하는 동지가 있다면 미리 사과드리겠소. 편을 가르자는 얘기도 아니고, 상대를 욕할 마음도 추호도 없소. 다만 토벌대가 추격하는 현실을 직시하자는 말이오. 군자금도 바닥나고, 이곳에 머무를수록 애꿎은 동포들만 무참히 살육될 것이오. 길이 있으니 하는 말이오. 블라디보스토크에 가면 살 길이 있소이다. 동지 여러분! 나를 믿으시오. 동지들의 목숨을 담보로 무모한 모험은 하지 않으리다.”

관자놀이가 불거진 도선은 길게 숨을 내쉰다. 충심이 전해진 듯 동지들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호흡을 조절한다. 뒷자리에서 내내 듣고 있던 서광휘가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 나온다.

“상해로 가는 길도 험난하고 연해주로 가는 길도 결코 녹록치 않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가운데 1921년 자유시에서 일어난 참변을 기억하실 겁니다. 아군끼리 파벌이 갈려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소련과 일본의 모략으로 무장해제를 당한 채 무참히 살해된 사건입니다. 나는 상해도 연해주도 선택하지 않을 겁니다. 뜻을 같이 하는 동지들과 독립의 날이 올 때까지 지금 내 두 발이 딛고 있는 땅에서 무장투쟁을 펼칠 겁니다.”

“서 대장 말이 옳소! 서광휘! 서광휘! 서광휘!”


서광휘를 지지하는 동지들이 환호하며 ‘서광휘’를 연호한다.



335.


태평양을 건넌 일본 나가사키항에서 연료와 물자를 공급받은 퍼시픽호는 보름간의 항해를 마치고 상하이항에 입항한다. 멀린 과장과 빅터는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 상하이주재 미국영사관으로 직행한다.


“먼 길을 오느라 수고가 많았네.”

영사가 멀린과 빅터에게 악수를 건넨다.

“워싱턴에서 외교행랑이 도착한 후로 장제스의 난징정부 측과 부단히 연락을 취했지만 녹록치 않다네. 지금 중국은 중원을 두고 내란이 진행 중이라네. 말이 좋아 통일정부지 난징정부는 여느 군벌이 지배하는 군소정권보다 영향력이 미미한 상태라네.”

공직에서 잔뼈가 굵은 멀린 중령은 이따금 영사와 시선을 마주치며 정보를 꼼꼼히 챙긴다. 한 걸음 비껴 앉은 빅터는 두 상관이 나누는 대화를 경청한다.

“워싱턴에서 보고 받은 바로는 장 주석이 소련과 공산당의 연합을 우려한다고 들었습니다. 장 주석이 먼저 워싱턴에 ‘SOS’를 청했다고 하더군요. 진위 여부를 파악하라는 명령을 받고 저희가 왔습니다. 난징정부 측의 준비사항을 알 수 있을까요?

“자네들은 내일 남경으로 이동할 거야. 난징정부 측 인사가 대기하고 있네. 지금으로서는 나도 중국의 내전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네. 소련의 남하를 저지하고 공산당의 집권을 막는 일이 워싱턴 정가의 아시아 정책이 아니겠는가? 자네가 적임자인 이상 모든 전권은 자네한테 일임하겠네. 나중에 워싱턴에 보고할 때, 내 이름이나 언급해주면 고맙겠네.”

“하하하! 저 같은 말단 정보원이 감히 영사님 이름을 함부로 담을 수 있겠습니까?”

“정보국에 근무하면 다들 그렇게 겸손을 떨어야 하는 겐가? 중령이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높은 영관급 장교가 아닌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저는 아직 춤출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성과를 낸 뒤에 칭찬해주십시오.”

“항해하느라 한동안 신선한 음식을 먹지 못했을 텐데, 연회실로 가지. 두툼한 스테이크와 달콤한 애플파이가 준비되었다네.”


멀린과 빅터는 영사를 따라 연회실로 자리를 옮긴다.



336.


2차 난상토론이 벌어지는 막사 안은 열기로 후덥지근하다. 쉴 새 없이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하는 통에 고성이 빗발친다. 국민부에서 파견된 연락장교의 발언으로 달아오른 분위기가 잠시 꺾인다.


“관동군이 이동을 시작했다는 첩보입니다. 류노스케가 조직한 토벌대가 본대를 이끌고 지림성 일대의 한인촌을 휩쓸며 진군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다리를 꼬고 있던 도선이 물부리로 장화를 두드리며 재를 턴다.

“류노스케라······. 경성에서 항일투사들을 하도 때려잡아 ‘독립군의 저승사자’로 악명을 떨친 놈이야. 그자가 토벌대를 조직했다는 것은 곧 깡그리 독립군의 씨를 말리겠다는 뜻이지.”

“류노스케가 관동군의 실질적인 사령관이란 소문이 파다합니다. 천황 직속의 육군성 정보5과를 좌지우지한다더군요. 조선총독과 관동군사령관조차도 그자를 상전으로 떠받든다고 합니다.”

“그놈이 나선다면 만주도 머지않아 살육의 현장으로 변할 거야.”

씁쓸한 미소를 짓던 도선이 한숨을 내쉰다.

“토벌대를 이끄는 작자는 타이요우라는 조선인이라더군요.”

무심코 연락장교의 말을 듣던 광휘의 관자놀이가 도드라진다. 그러곤 연락장교를 뚫어져라 주시한다.

“누구라고 하셨습니까?”

“자세히는 모르지만 타이요우란 작자는 군인은 아닌 듯싶네. 계급이 경시라고 하는 걸 보니 경찰 소속이겠지.”

광휘가 넌지시 알은체를 한다.

“그놈은 살아 있는 악마입니다. 춘천에서 수많은 항일투사들이 그놈의 마수에 걸려 명을 달리했습니다.”

눈이 휘둥그레진 도선이 퍼뜩 대화에 끼어든다.

“서 대장! 개인적인 복수심은 조직에 화를 미칠 수 있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무도 모르게 처단할 겁니다.”

“자, 자! 토벌대가 다가오고 있소. 논의를 중단하고 거점을 옮겨야 할 때가 왔소. 일단 놈들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지림성을 떠납시다. 이곳에서 머문다는 것은 동포를 놈들의 총칼 앞에 내놓는 격이나 뭐가 다르겠소.”

좌중은 도선의 제안에 고개를 주억거린다.


대원들은 제가끔 군장을 챙기고 떠날 차비를 한다. 독립군이 머물던 자리는 말끔히 정리된다. 막사의 기둥이 뽑힌 자리에는 나뭇가지를 수북이 쌓아 위장한다. 자료와 지도들은 모두 불살라 버린다.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던 서광휘만이 대검을 바위에 갈며 날을 세운다. 그는 칼날을 햇볕에 비춘다. ‘쨍’하는 소리를 내뿜는 듯 강렬한 빛이 칼등에 번뜩인다.

군장을 짊어진 그가 말에 올라 적막한 숙영지를 떠난다. 컹컹 짖던 독립이가 앞으로 달려가며 길을 낸다.




337.


만주리를 포함하여 흑룡강과 송화강 일대를 빼앗긴 장쉐량은 마침내 1929년 12월 20일 소련에 백기를 든다. 소련은 중동철도에 대한 권익을 회복함과 동시에 흑할자도(黑瞎子岛)에 대한 점령을 조건으로 소만국경 이북으로 군대를 철수한다.

개전 4개월 만에 동북군은 전사자 1,690명과 부상자 2,210명, 실종자 1,800명에 달하는 병력을 잃고 전의를 상실한다. 포로로 잡힌 병력만 1만 명에 육박한다. 이에 반해 소련의 손실은 전사자 123명과 부상자 605명이 고작일 정도로 경미하다.

막대한 병력을 동원하고서도 동북군이 참패한 원인은 무기체계나 작전부재 등의 전술적인 결함 외에도 내재적인 파벌간의 갈등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한때 베이징을 장악하고 대륙을 호령하던 장쭤린이 사망한 이후 장쉐량은 아버지의 후광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쏟는다.

그는 불안정한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고전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투쟁사의 관점에서 볼 때 사분오열(四分五裂)된 내부의 갈등을 잠재우려는 시도는 줄곧 전쟁으로 연결되곤 한다. 그는 수많은 양민이 희생될 것을 알면서도 서슴없이 무모한 전쟁을 일으킨다.


장쉐량은 의도적으로 소만국경지대에 최정예부대를 파견하지 않는다. 사사건건 제 의견에 딴죽을 걸던 흑룡강성과 길림성의 성방군을 전장에 투입한다. 또한 중국을 통일한 장제스의 병력 지원도 마다한 채 무기와 자금만 받아들인다. 일부러 지기 위한 포석을 깔아놓은 장쉐량은 장작상과 탕옥린, 양우정 등 구파들에게 패전의 멍에를 뒤집어 씌워 정적을 제거하는 구실로 삼는다.


전쟁의 화마가 채 가시기도 전에 ‘중원대전(中原大戰)’이 발발한다. 1929년 광서군벌 이종인의 반란을 기점으로 1930년 3월 풍옥상, 염석산 등의 군벌과 국민당을 탈당한 세력들이 규합하여 장제스(蔣介石)에 대항하여 내전을 일으킨다.

총 백만 명의 대군이 동원된 내전은 일진일퇴하며 혼전을 거듭한다. 소련과의 패전에도 불구하고 만주의 맹주로 군림하던 장쉐량에게 양 진영은 공히 도움을 요청한다. 더 이상의 분열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중립을 선언한 장쉐량은 권력에 대한 본능적인 수완을 발휘한다.

그는 양 진영에 특사를 파견하여 종전 이후의 기여분에 관하여 저울질을 한다. 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특사의 보고를 받은 그는 중원의 운명을 결정지을 승부수를 던진다. 이로써 먹장구름에 휩싸인 정국은 분수령을 맞이한다.

반란군이 승리한다손 치더라도 참여한 군벌들이 많은 관계로 전리품은 여러 가닥으로 쪼개질 것이 틀림없다. 자신에게 돌아올 몫을 차지하기도 전에 승리에 도취된 과두정권(寡頭政權)은 중원을 평정한 여세를 몰아 동북을 정복하려한다는 것쯤은 수천 년 동안 반복돼온 침략의 역사에서 배운 바다.

변방의 권력자로 살아남기 위해 승자의 편에 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머리가 여럿 달린 뱀이 아닌 온전히 일체일두(一體一頭)형의 뱀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전술상 상책 중의 상책이다. 그래야만 온전히 협상한대로 전리품을 거머쥘 수 있다. 머리가 여럿이라는 사실은 끊임없이 간신들이 혀를 놀린다는 뜻이고, 이는 또 다른 화마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다롄(大連)항은 도롱이를 쓰고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 외에는 인적이 뜸하다. 미리 유람선 누각에 자리를 잡은 장쉐량이 나룻배를 타고 가판으로 건너오는 장제스를 맞이한다.


“주석님, 먼 길을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중국을 통일하고자 하는데, 이정도야 뭐가 대수겠소.”

두 사람은 비서를 뒤로 물린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협상이 시작된다. 차를 마시던 장쉐량이 운을 뗀다.

“제가 뵙자고 한 건 이번 중원대전에서 승자가 주석님이 되셔야 한다는 당위성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장 통령이 점까지 보는 줄은 몰랐소. 하하핫! 전세가 곧 뒤집힐 것쯤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소이다.”

장제스는 슬쩍 상대의 비위를 건드린다. 내전 내내 도움은커녕 속만 태우던 그의

저울질에 신물이 난 탓이다.

“무릇 전쟁에서의 승리란 최후의 승전보를 알리는 호각이 울리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죠.”

장쉐량은 지금도 제 손에 쥐고 있는 패가 유용하다는 점을 상대에게 넌지시 알린다. 장제스는 짐짓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유화적인 자세를 취한다.

“통령도 참 성미가 급하군요. 전황이 우리 쪽에 유리한 건 모두 통령께서 중립을 지켰기 때문이 아니겠소이까. 하하핫!”

나이가 십여 살이나 어린 장쉐량이 오히려 의젓하게 협상을 이끈다.

“아직 저에 대한 심기가 불편하신 줄로 압니다. 난징정부의 관료나 중앙군이 산하이관 이북으로 진출하는 것을 불허한 데에 대하여 실망하셨을 테지요.”

“으흠!”

장제스는 마른기침을 삼키며 애써 표정을 관리한다.

“세금을 중앙으로 송금하라는 요구도 거절했으니 오죽이나 미웠겠습니까?”

한참 동생뻘인 그에게 농락을 당하는 기분이라도 든 탓일까. 장제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른다.

“빙빙 에둘러 말하는 저의라도 있는 게요? 목숨을 걸고 황해를 건너온 사람한테 과거를 거론하는 것은 결례란 생각이 드는군요.”

“오해가 있다면 말끔히 풀어야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 게 아닙니까?”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그가 한술 더 뜬다.

“삼국지 서문에 ‘천하대세는 분구필합, 합구필분’이라 하였죠.”

“그래서요?”

“이제야말로 중국의 통일대업을 이루기 위하여 동북의 장쉐량과 남경의 주석님이 합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의 음흉한 속내를 알아차린 장제스가 비로소 안도한다.

“동북의 장쉐량과 남경의 장제스라? 듣기 좋군요. 천하를 통일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소. 북은 통령이, 남은 내가 맡아 2분하여 통치하는 것도 나쁘지 않소이다. 하하핫!”

“당장 산하이관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 칠만 명을 베이징과 톈진으로 진격시켜 반란군의 전선을 두 동강 내놓겠습니다. 그리고 난징정부의 골칫덩이인 홍군의 만주 확산을 철저히 막겠습니다.”

사실 장제스는 난징정부에 반대하는 반란군보다는 야금야금 뿌리부터 잠식해오는 공산당의 존재에 더 넌더리를 내던 참이었다. 따라서 장쉐량이 북쪽의 문을 든든히 걸어 잠근다면 공산당의 팽창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그는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아주 훌륭한 계책이오. 둘로 나뉜 반란군을 동북군과 중앙군이 각각 맡아서 물리칩시다. 그리고 중국통일에 암적인 홍군을 이참에 박멸해 버립시다. 이제야 승리가 손에 잡히는 듯하오!”


두 사람은 승리를 확신한 듯 굳은 악수를 나눈 뒤 축배를 든다. 중국의 남과 북을 호령하던 두 권력자가 독대를 한 직후 전황은 급물살을 탄다. 마침내 1930년 11월 중원대전의 최종 승리는 장제스와 장쉐량이 손잡은 연합군의 차지로 돌아간다.



338.


난징에 도착한 직후 실무자를 만나 정보업무협약에 관하여 조율을 마친 멀린 중령은 장제스로부터 초대를 받고 관저로 이동한다. 장제스가 세 번째로 맞이한 쑹메이링(宋美齡)이 유난히 반갑게 환대한다.

관저 안에 들어선 멀린과 빅터는 제 눈을 의심한다. 실내는 황실에서나 쓸 법한 진귀한 보물들로 가득할 뿐만 아니라 응접실과 식당은 유럽의 궁전을 옮겨놓은 듯 이국풍 일색이다.

미국에서 유학한 쑹메이링은 외교 분야에 깊이 관여하며 ‘퍼스트 레이디’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한다. 하지만 열정이 지나친 나머지 각종 이권에 개입하며 부작용을 빗는다. 그녀는 정적들의 비판에도 아랑곳 않고 ‘퍼스트 레이디’의 권력을 사치와 축재에 적극 활용한다.


쑹메이링이 주선한 오찬은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다.

“징강산에서 철수한 직후 공산당은 국민혁명군에 쫓겨 남부지방을 전전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삼민주의를 바탕으로 한 민주혁명이 중국의 통일로 꽃을 피울 날도 머지않은 듯합니다. 그리고 영부인께서 영어도 유창하시고 음식솜씨까지 좋으시니, 두 분의 관계도 외조와 내조가 통일된 것이겠죠? 하하핫!”

관료주의의 습성이 몸에 밴 멀린은 냅킨으로 입을 닦곤 장제스 내외를 향해 아부를 늘어놓는다.

“워싱턴 정가가 전폭적으로 국민당정부를 지원만 해준다면, 그까짓 공산당쯤이야 문제될 게 뭐가 있겠소.”

장제스는 마시던 차가 입맛에 맞지 않은 듯 찻잔을 내려놓고 마저 말을 잇는다.

“호시탐탐 만주를 넘보고 있는 소련과 일본이 더 문제라오. 공산당쯤은 잠시 손톱에 난 거스러미처럼 성가실 따름이외다.”

“저는 해군정보국 소속이므로 외교 문제는 언급할 권한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주석님!”

대화를 듣던 쑹메이링이 기다렸다는 듯 끼어든다.

“멀린 중령님 말씀이 맞습니다. 소련과 일본 문제는 민감한 외교적 사안입니다. 그 사안은 제가 워싱턴을 방문할 때 국무장관 부인과 상의를 해보겠습니다.”

뒷전으로 밀린 듯 기분이 상한 장제스가 분위기를 바꾼다.

“중령, 딱딱한 외교 얘기는 그만두고 워싱턴 정가 소식이나 전해주시오.”



339.


세 사람의 대화가 무르익을 즈음 슬그머니 관저를 빠져나온 빅터는 안개가 자욱한 밤거리를 거닌다. ‘청천백일기(靑天白日旗)’가 나부끼는 거리에는 혁명정부의 성공을 기리는 각종 선전문구와 포스터가 덕지덕지 나붙어있다.

호텔들이 즐비한 번화가로 접어든 순간 그가 이맛살을 찌푸린다. 여느 서구의 도시처럼 네온이 번쩍이는 거리의 뒷골목에는 홍등가가 독버섯처럼 기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가 목도한 것은 대도시의 이면이 아니라 혁명정부의 과업을 의심케 하는 일련의 타락상이다.

도시 전체가 아편에 중독된 듯 행인들은 흐느적거리며 휘황찬란한 불빛 아래로 모여 든다. 경관들은 대놓고 포주와 농담을 섞어가며 보아란 듯이 뒷돈을 챙긴다. 도시의 부랑아로 전락한 청년들은 몰려다니며 행인들에게 행패를 일삼는다.

과연 누구를 위한 혁명이란 말인가. ‘정당 활동과 정치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라며 전단지를 뿌리던 한 무리의 청년들이 경관들의 곤봉 세례를 받으며 무참히 짓밟힌다. 거리에서 구경하던 행인들은 말리기는커녕 뭇매를 맞는 청년들에게 조롱과 야유를 퍼붓는다.

봉건사회를 타파하고 국민을 떠받들겠다는 명분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군주국에서 공화국으로 간판만 바뀌었을 뿐 민초들의 삶은 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 호텔로 돌아온 그는 난징에서 듣고 느낀 바를 보고서로 작성하기 시작한다.



‘국공내전의 경과 및 난징정부의 동향에 관한 보고서’


1. 개요

중국의 ‘국공내전’은 국민당정부의 혁명군과 공산당의 홍군이 1927년 7월 국공합작(국민당과 공산당이 합작하여 북방의 군벌과 제국주의 열강에 대항하기 위해 국민당과 공산당간에 맺은 합작으로써 그 기간은 1924년 1월부터 1927년 7월까지 지속됨)이 결렬된 이후 궤멸 위기에 몰린 공산당이 남중국에 혁명근거지, 즉 소비에트를 결성하며 시작된 내전이다.


2. 경과

북벌에 성공한 국민정부와 결별한 공산당은 코민테른의 지령에 따라 주더가 중심이 되어 무장봉기를 일으켜 1927년 8월 1일 장시성(江西省)의 성도 난창(南昌)을 공격하여 혁명위원회를 설립한다. 그러나 혁명위원회는 곧 국민혁명군의 공격을 받고 광저우(廣州)로 패퇴한다.


신흥 지도자로 떠오른 마오쩌둥은 도시를 거점으로 소비에트를 확보하라는 코민테른의 지령에 전략적으로 반대하며, 패잔병 1,000명을 이끌고 징강산(井岡山)에 최후의 거점을 마련한다. 그는 징강산에서 ‘군과 당의 일체화’, ‘군대의 민주화’, ‘대중과의 일체화’ 등의 원리에 기반을 두고 군대를 홍군(紅軍)으로 개편한다.

홍군이 점령한 지역마다 전면적인 토지개혁이 실시된다. 농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현재 공산당은 농업 중심인 남중국의 주요 도시에 성공적으로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3. 난징정부의 동향과 공산당에 대한 인식

북벌을 완성하고 중국을 통일한 국민당은 1928년 난징을 수도로 정하고 난징 국민정부, 일명 ‘난징정부(南京政府)’를 수립한다. 봉건제도를 타파하고 국민을 위한다며 혁명정부를 표방한 난징정부는 지지를 얻기 위해 다양한 개혁안을 발표하지만 민심을 얻는 데에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특히 ‘정당 활동과 정치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며 일당독재체제를 유지함으로써 민심의 원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난징정부의 권력구조는 북벌전쟁 이후 혁명정부에 승복 또는 편입된 군벌과 장제스 주석이 교장으로 있던 황푸군관학교 출신의 고급장교가 양분하고 있다. 군벌은 아직도 지역의 행정과 조세 및 군사를 장악하며 난징정부와 대결하는 양상이다.

내부의 정적과 불안한 동거정부를 구성한 장제스는 남중국에서 발원하여 내륙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공산당을 통일을 위협하는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하고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는 중이다. 난징정부는 군벌을 견제하기 위해 지방군에게 구식 무기를 제공하는데, 이마저도 공산당으로 흘러들어간다고 한다.


4. 전망

민중운동을 탄압하고 ‘모든 정당의 정치 결사, 집회 등의 정치 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추측건대 장제스의 난징정부는 초기의 혁명정신을 상실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북벌 당시 타도의 대상이던 군벌들이 신정권에 대거 참여한 점이나 부정부패에 연루된 고위 관료들의 독직과 장제스의 처가와 결탁된 정경유착은 향후 난징정부의 발전에 저해요소로 작용할 개연성이 농후하다.


특히 국민당의 비밀조직 ‘남의사(藍衣社, 남의는 국민당의 푸른색 제복에서 유래된 것)’는 황푸군관학교 출신으로 조직된 단체로써 장제스의 친위대를 자처하며 파시스트적인 집단행동을 통해 공포정치를 펼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

위에서 언급한 일련의 현상들은 공산당의 세력 확장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즉, 난징정부의 일당독재에 반발하여 일탈한 청년층과 지식층이 공산당에 자발적으로 입당하고 있는 현실은 유심히 관찰할 부분이다.


현재 공산당은 그 세력을 확대하여 후난성(湖南省), 장시성(江西省), 광저우성(廣東省) 등의 3개성에 걸친 6개현에 15개가량의 소비에트를 수립하였다. 공산당은 지주의 토지를 몰수하여 농민에게 무상으로 배분한다. 실질적으로 봉건경제의 근간인 토지를 경작자에게 돌려주는 혁신적인 방법을 통해 장기적으로 중국공산화를 준비하고 있다.

공산당은 ‘3대 규율’과 ‘8대 주의’를 내세워 난징정부에 실망한 민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3대 규율’과 ‘8대 주의’는 다음과 같다.


3대 규율

1. 모든 행동은 반드시 지휘에 따른다.

2. 인민으로부터 바늘 하나 실 한 오라기조차 얻지 않는다.

3. 지주로부터 몰수한 물자는 전체에게 귀속한다.


8대 주의

1. 민가를 떠날 때는 모든 문짝을 제 위치에 복귀시켜놓을 것

2. 취침한 뒤 멍석은 개어서 원래의 위치에 놓을 것

3. 인민에게 공손할 것이며, 가능한 한 전력을 다해 그들을 도와줄 것

4. 차용한 물건은 모두 반납할 것

5. 손상된 물품은 원상회복시킬 것

6. 농민과 거래할 때 정직할 것

7. 물건을 구입할 때 반드시 대금을 지불할 것

8. 화장실은 인민의 주거지에서 벗어난 곳에 설치하여 위생을 유지할 것



결론

중국공산당의 세력 확장은 내재적인 한계에 기인한 점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즉, 난징정부의 일당독재와 부정부패에 반기를 든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봉건체제를 타파하고 개혁을 완수하려는 대안책으로 공산당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다. 특이할 점은 중국의 공산당은 소련이 중심이 된 코민테른의 상부조직과 별도로 독자적이고 독립적인 방법으로 발전, 진화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미시적인 관점에서 장제스의 난징정부와 협력하여 소련의 남하와 공산당의 확산을 막는 것은 일시적으로 실효를 거둘 수 있지만, 그 뿌리를 뽑는 것은 회의적이고 임시적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중국의 공산화를 막기 위한 거시적인 관점으로 장제스의 일당독재와 부정부패한 국민당에 대한 견제 및 체질 개선이 선행되어야 함을 제안한다.



해군정보국 정보분석장교 중위 빅터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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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화 악마의 최후 +3 19.07.12 166 1 16쪽
133 133화 고귀한 죽음 +1 19.07.11 90 1 12쪽
132 132화 무지개 +1 19.07.10 90 1 13쪽
131 131화 차관협정(借款協定) +2 19.07.05 98 1 14쪽
130 130화 반공포로석방 +1 19.07.01 112 2 13쪽
129 129화 한일회담 +1 19.06.29 110 2 15쪽
128 128화 폭탄테러 +1 19.06.26 120 2 13쪽
127 127화 카츄샤 +1 19.06.24 107 2 13쪽
126 126화 의사 왕룽 +1 19.06.23 106 3 17쪽
125 125화 빅터 한 재단 +2 19.06.19 116 3 13쪽
124 124화 인천상륙작전 +1 19.06.13 143 2 15쪽
123 123화 메모리 가든 +1 19.06.12 114 2 15쪽
122 122화 겹생 +3 19.06.10 112 2 16쪽
121 121화 하와이 +1 19.06.07 121 3 14쪽
120 120화 소령 맥나마라 +4 19.06.06 126 2 15쪽
119 119화 한초희 +1 19.06.05 130 2 14쪽
118 118화 맥아더 원수 +1 19.06.04 123 2 14쪽
117 117화 기만방송 +1 19.06.03 120 2 13쪽
116 116화 코리안 커넥션 +1 19.06.01 131 2 12쪽
115 115화 잠수함 +1 19.05.30 174 2 13쪽
114 114화 6.25 전쟁 +1 19.05.29 147 2 12쪽
113 113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특명 1호 ‘폭풍’ +1 19.05.21 128 2 11쪽
112 112화 금괴수송작전 +1 19.05.19 165 2 10쪽
111 111화 '암호명 A-1' +1 19.05.18 120 2 13쪽
110 110화 악연(惡緣) +1 19.05.17 120 2 14쪽
109 109화 마지막 미션 +1 19.05.16 120 2 12쪽
108 108화 애치슨 라인 +1 19.05.15 118 2 12쪽
107 107화 연적(戀敵) +1 19.05.15 137 2 12쪽
106 106화 독살(毒殺) +1 19.05.14 131 2 12쪽
105 105화 마돈나 다방 +2 19.05.13 137 2 15쪽
104 104화 한국은행 +1 19.05.11 137 2 14쪽
103 103화 비밀거래 +1 19.05.10 160 2 12쪽
102 102화 남미이주작전 +1 19.05.10 154 2 13쪽
101 101화 트루먼 독트린 +1 19.05.10 126 2 11쪽
100 100화 숙명의 라이벌 +1 19.05.10 132 3 18쪽
99 99화 Jane Doe +2 19.05.10 130 2 13쪽
98 98화 앙숙, 이승만과 김구 +1 19.05.10 130 2 12쪽
97 97화 반도호텔 +1 19.05.10 126 2 13쪽
96 96화 좌익과 우익 +1 19.05.09 126 2 13쪽
95 95화 조선인민공화국 +1 19.05.09 131 2 17쪽
94 94화 일본패망(日本敗亡) +1 19.05.09 137 2 12쪽
93 93화 원자폭탄 +1 19.05.09 127 2 13쪽
92 92화 김일성 +1 19.05.09 134 1 14쪽
91 91화 독수리 작전 +1 19.05.09 132 1 14쪽
90 90화 이승만 +1 19.05.09 120 1 14쪽
89 89화 비밀요원 나타샤 +1 19.05.09 114 2 15쪽
88 88화 OSS(미국전략사무국) +2 19.05.09 120 2 16쪽
87 87화 승전(勝戰) +1 19.05.09 114 2 14쪽
86 86화 진주만공습 +1 19.05.08 116 1 16쪽
85 85화 갈라예프 +2 19.05.08 115 2 16쪽
84 84화 채권(債券) +1 19.05.08 120 2 11쪽
83 83화 다카키 마사오 +1 19.05.08 133 2 12쪽
82 82화 광복군(光復軍) +1 19.05.08 114 2 13쪽
81 81화 육군정보학교 +2 19.05.08 115 2 11쪽
80 80화 홍콩행 +1 19.05.07 123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113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112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110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116 3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121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115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110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110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110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110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112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118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113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113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113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112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113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123 2 15쪽
61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114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113 2 13쪽
59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118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112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115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113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112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113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113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117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117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120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114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118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117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116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110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111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113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121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121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118 3 30쪽
» 39화 빅터 한 +1 19.04.25 121 3 49쪽
38 38화 박진만 +2 19.04.25 130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138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135 3 49쪽
35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137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133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131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134 3 47쪽
31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160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135 4 46쪽
29 29화 출산(出産) +3 19.04.20 145 4 43쪽
28 28화 밀항(密航) +2 19.04.20 134 4 45쪽
27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135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141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152 4 39쪽
24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140 5 44쪽
23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144 4 46쪽
22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147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145 5 49쪽
20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150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160 3 49쪽
18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165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161 4 49쪽
16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165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177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186 3 37쪽
13 13화 결혼(結婚) +3 19.04.12 267 6 42쪽
12 12화 돈버거 +9 19.04.12 245 7 44쪽
11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270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294 8 42쪽
9 9화 낙향(落鄕) +4 19.04.10 311 8 42쪽
8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324 9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378 12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381 12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430 13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525 11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645 12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941 13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1,820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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