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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완결

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최근연재일 :
2019.07.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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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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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59화 제네바협약

님의 침묵




DUMMY

431.


수란의 등에 업혀 병원을 찾은 초희는 꼬박 이틀 동안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로 사경을 헤맨다. 노 의사는 초희의 입안을 살펴보곤 혀를 내두른다.


“쯧쯧쯧, 많이 아팠을 텐데······. 언제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죠?”

노 의사는 돋보기로 구강점막에 난 모래알 크기의 회백색 반점을 확인하곤 초희의 옷을 들춘다. 얼굴을 뒤덮은 불그스름한 발진이 온몸에 고루 퍼져있다.

“어제 아침부터 끼니를 거르기 시작했으니 아마 그저께부터 열이 난 듯합니다.”

고개를 주억거리던 노 의사가 구부정한 허리를 펴고 간호사에게 처방을 내린다.

“홍역이 틀림없어. 백신을 가져오게.”

간호사가 문을 닫고 나간다. 노 의사가 새하얗게 질린 수란를 위로한다.

“하루만 늦었더라도 큰일 날 뻔했어요. 그나마 아이가 건강해서 다행이군요. 이정도 발열에 발진이면 간밤을 못 넘겼을 텐데, 용케도 잘 견뎌냈소.”

“선생님, 그럼 우리 초희는 살 수 있는 겁니까?”

“아직 장담하긴 이르지만 이삼일만 잘 넘기면 면역이 생겨 홍역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수란은 안도의 눈물을 흘린다. 백신과 주사기를 들고 온 간호사가 가녀린 초희의 팔뚝에 고무줄을 묶곤 도드라진 핏줄에 주사바늘을 꽂는다.

“오늘 밤이 고비입니다. 보호자께서 잘 보살펴주셔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수란은 몸도 돌보지 않고 초희의 머리맡에 꼭 붙어 간호에 열중한다. 이틀이 지난 후 차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열이 내리면서 구강점막을 뒤덮고 있던 회백색돌기가 차츰 사라진다. 온몸에 나타난 불그스름한 발진도 허물을 남긴 채 수그러든다. 일주일이 지날 무렵에는 발진이 일어난 환부에 색소침착의 흔적만 남고 발그레한 새살이 돋는다.

노 의사가 구부정한 허리를 숙인 채 병실로 들어선다. 노 의사는 청진기를 내고 초희의 날숨과 들숨을 면밀히 엿듣는다.


“간혹 홍역의 후유증으로 기관지염이나 폐렴, 뇌염, 호흡기 합병증의 예후를 보이곤 하는데, 다행히도 빗겨갔군요.”

수란이 두 손을 모아 연신 고개를 조아린다.

“이 모든 게 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인간의 목숨은 신의 고유 영역입니다. 초희가 잘 견뎌낸 걸 보니 신이 굽어 살피시는가봅니다.”

“하늘에 신이 계신다면 병원에는 선생님이 계시잖아요. 마음이 놓입니다.”

수란의 칭찬에 노 의사가 콧잔등에 걸린 안경을 쓸어 올리며 살포시 웃는다.

“아직 안심을 할 단계는 아닙니다. 완쾌할 때까지 더 지켜봅시다.”

“예.”

노 의사가 병실을 나서려는 순간 수란이 슬며시 다가간다.

“참, 선생님! 제가 급히 오느라 옷가지도 못 챙겨왔는데, 낮에 잠시 집에 좀 다녀올까 하는데······”

“초희의 상태가 언제 급변할지 모릅니다. 병실을 오래 비우면 안 됩니다. 낮에 약을 투약하고 나서 초희가 잠이 들면, 그 때 다녀오세요.”

“예. 초희가 깨기 전에 다녀오겠습니다.”


간호사들이 병실마다 회진을 돌며 제가끔 환자에 맞는 처방을 한다. 미음으로 점심을 해결한 초희에게는 주사와 약물이 투여된다. 한결 가뿐해진 초희가 수란의 간호를 받으며 침대에 눕는다.


“금방 다녀올게. 의사 선생님 말씀 들었지? 어떻게 하라고 하셨지?”

“몸 안에 나쁜 병균과 싸워서 이기려면 약 잘 먹고 잠을 많이 자야한다고 하셨어.”

“우리 초희, 착하기도 하지. 선생님 말씀을 잘 기억하고 말이야. 금방 다녀올게. 좋은 꿈꾸고 있어요.”

“네, 이모! 그리고 올 때 사슴인형 꼭 가져와.”

“응, 꼭 갖고 올게. 걱정하지 말고 얼른 자.”


초희는 목까지 이불을 끌어당겨 안락한 자세를 취한다. 그러곤 오른손으로 가락지를 매만지며 수란을 향해 눈을 찡끗거린다. 수란이 눈인사를 하곤 병실을 나선다.

아침에 잦아들었던 눈발이 오후로 접어들면서 거세진다. 수란은 좌우를 살필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눈길을 헤쳐 나간다. 강어귀를 돌아서자 눈에 파묻힌 오두막이 덩그러니 나타난다.

반가운 나머지 서둘러 발을 옮기는데 여의치 않다.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은 기진맥진하다. 그녀는 겨우 어칠비칠 발을 내딛으며 오두막으로 다가간다. 그러나 문 앞에서 주춤거리는 그녀의 행동은 집주인의 거동으로 보기에는 이상하리만치 겉돈다. 눈을 치뜬 그녀가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내 틀어쥔다. 그러곤 살금살금 들창 쪽으로 다가가 희뿌옇게 낀 성에를 소매로 닦은 뒤 안을 엿본다.

오두막 안에는 니시노와 그의 부하들이 둘러앉아 살코기를 칼로 베어 먹으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수란이 기겁하며 뒷걸음질을 친다. 그녀가 발자국을 따라 눈길을 되짚어나가려는 순간 암톨쩌귀에 맞물려 있던 수톨쩌귀가 몸을 비틀며 쇠울음소리를 낸다.

뒤미처 뛰어나온 니시노의 부하가 성큼성큼 달려와 수란을 덮친다. 부하는 그녀의 머리끄덩이를 움켜쥐고 오두막으로 질질 끌고 간다.


“두목! 내가 뭘 잡았는지 아십니까?”

으스대며 문을 박차고 들어온 부하가 머리끄덩이를 틀어쥔 손을 바닥을 항해 뿌리친다. 수란이 짐작처럼 바닥에 널브러진다. 동상이 걸린 엄지발가락의 환부를 칼로 도려내던 니시노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는다.

“내가 운이 억수로 좋은 건가? 아니면 네 년이 억수로 운이 나쁜 건가? 동상 때문에 걷기조차 힘든데, 제 발로 기어들어올 줄이야. 하하핫! 억수로 운이 나쁜 년 때문에 졸지에 운이 트는 수도 있구먼.”

거나하게 취한 채 반쯤 누워있던 부하가 트림을 늘어지게 하곤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러곤 바투 얼굴에 코를 들이대곤 거친 숨을 몰아쉰다.

“얼마 만에 맡아보는 여자 냄새더라?”

사내가 갑자가 수란의 사타구니를 움켜쥔다. 수란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몸을 움츠린다. 니시노가 허겁지접 옷을 벗기는 부하의 등을 냅다 걷어찬다.

“이 미친놈은 치마만 걸치면 다 헐떡거린다니까. 저리 찌그러져 있어.”

구시렁거리던 부하는 구석에 틀어박혀 술병을 입에 문다.

“난 네 년한테 관심이 없어. 즉, 말만 잘하면 살려 준다 얘기야.”

수란이 니시노를 노려본다.

“내가 언 발가락을 두 개나 잘라내며 여기까지 쫓아온 이유가 뭔지 아나?”

니시노가 칼끝으로 수란의 목울대를 겨냥한다.

“하찮은 네 년을 잡자고 오지는 않았을 테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가 등을 돌려 칼을 던진다. 침상에 놓인 사슴인형의 가슴에 칼이 박힌다.

“초희를 데리고 있다지? 그 아이가 서광휘의 동생이라면서?”

“난 모르는 일이다.”

수란이 눈을 피하며 단호히 거부한다. 니시노가 머리끄덩이를 잡아채고 윽박지른다.

“그럼, 저기 사슴인형은 누구 거야?”

“생사람 잡지 말고 정녕 궁금하거든 인형한테 묻거라.”

니시노가 화로에서 불쏘시개를 집어 든다. 그러곤 홧홧 타오르는 숯불을 입가에 들이댄다.

“지금껏 얘기했을 텐데, 너 같은 하찮은 마적의 여편네 따위한테는 관심도 없다고. 초희가 있는 곳을 말해. 그러면 더 이상 피를 볼 일은 없어.”

“모르는 일이다.”

“아니, 이 독한 년이 굳이 피를 봐야 입을 열겠다는 건가?”

니시노가 시뻘건 잉걸불을 그녀의 입속에 쑤셔 넣는다. 새된 비명이 터져 나온다.

“어서 말 해! 초희가 있는 곳을!”

사위에 피비린내가 훅 끼친다. 니시노는 닥치는 대로 불쏘시개를 수란의 얼굴에 들쑤신다. 터진 입술에서 핏덩어리가 뚝뚝 바닥에 떨어진다.

“초희가 있는 곳을 말해!”


수란은 입속으로 시뻘건 불씨가 들어오고 살점이 떨어져나가도 끝내 입을 열지 않는다. 부하들은 헤벌쭉 웃으며 실신한 그녀를 마구간으로 끌고 간다. 그날 밤 따라 부엉이가 구슬피 운다.

수란은 니시노의 부하들에게 차례로 강간을 당한 뒤 싸늘한 주검으로 버려진다. 그녀의 가방을 뒤지던 니시노는 병원 이름이 적힌 처방전을 발견하곤 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부리나케 블라고베셴스크로 향한다.



432.


광휘가 썰렁한 취조실 안에 홀로 앉아 있다. 책상에는 서류 두 장이 달랑 놓여 있다. 두어 시간가량이 지나도록 인기척이 없다. 광휘가 슬며시 눈을 뜨곤 책상에 놓인 서류를 훑어본다.

불령한 언행을 삼가고 일본천황을 받들겠다는 ‘사상전향서(思想轉向書)’와 일본제국의 법치에 거역하지 않겠다는 준법서약서‘(遵法誓約書)’다. ‘사상전향서’와 ‘준법서약서’는 이른바 천황의 은전을 받기 위한 초법적인 절차다. 그 대상은 일반 범법자가 아닌 정치범으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갖춘 인물에게만 한정된다.

서광휘가 생포된 이후 만주 곳곳에서 유격대가 빈번히 출몰한다. 관동군은 부랴부랴 본국의 추밀원(樞密院)을 압박하여 전향자에게 특혜를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 서광휘의 전향을 통해 만주의 민심을 어르고 저항세력을 달래려는 일거양득의 노림수다.

타이요우는 류노스케를 찾아가서 서광휘의 전향을 극구 반대한다. 제아무리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류노스케라도 본국의 추밀원과 맞닿아 있는 사령부의 결단은 막지 못한다.

천황의 자문기관인 추밀원에는 군부를 등에 업은 혹은 군부의 뒷배를 자처하는 노회한 정치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국익보다는 군부의 민원을 처리하는 데에만 혈안이 된 나머지 히로히토 천황과의 다리 역할을 하는 시종무관장 나라와 종종 신경전을 벌이곤 한다.

그러나 시종무관장 나라의 역할이란 천황이 군부의 의견을 묻는 자리에서 민심을 전달하는 것에 그친다. 천황의 윤허가 차일피일 미루어지면 정객들은 노구를 이끌고 알현실에서 무릎을 꿇은 채 생떼를 부린다. 결국 승리의 몫은 늘 그렇듯이 군부와 그의 뒷배들에게 돌아간다.


마침내 귀에 거슬리는 쇳소리를 내며 최조실의 문이 열린다. 타이요우가 고등계 형사 두 명을 대동하고 들어선다. 그가 책상 위에 발을 올려놓고 삐딱하게 앉아 광휘를 노려본다.


“내 소원이 뭔지 아나? 너를 뼛속부터 ‘명백한 운명’으로 굴복시켜 천황의 은혜를 받고 싶었다. 그러나 억울하게도 관동군의 지휘부가 추밀원의 배부른 돼지들을 이용해 천황께 너의 사면을 윤허 받았다고 한다. 의용군의 총대장인 카오펑린이라면 또 모를까. 너 같이 하찮은 폭도한테 사면이라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타이요우가 장화로 바닥을 구르며 분노를 터트린다.

“네 목숨은 이미 천황의 손바닥에 놓였다. 잔말 말고 여기에 서명이나 해!”

타이요우의 윽박질에도 광휘는 평정심을 되찾은 듯 등한시한다. 약이 오른 타이요우가 되묻는다.

“지금 천황의 은전을 거역하겠다는 건가?”

“공식적으로 ‘전쟁포로의 대우에 관한 제네바협약’을 적용해줄 것을 요구한다.”

“뭐? 뭘 요구한다고?”

기가 찬 듯 타이요우가 혀를 비죽이 빼물곤 피식거린다.

“전쟁포로 관리에 대한 규정에 입각하여 전쟁포로는 인도적인 대우를 받을 권리고 있으며, 인간적인 존엄성이 손상되어서도 아니 되고, 음식과 구호품을 제공받아야 하며,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압박을 받지 아니 한다. 그리고 특별군사재판이 아닌 일반군사재판에서 3심제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이상이 내가 주장하는 요구사항이다.”

광휘는 의연한 태도로 일관한다. 이를 바득바득 갈던 타이요우가 그만 이성을 잃고 만다.

“왜, 안방에서 출퇴근하며 재판을 받겠다고 하시지? 주제도 모르는 놈! 너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인간이 일본제국에 대항하다 개죽음을 당했는지 알기나 하고 하는 말인가? 뭐, 포로의 신분으로 재판을 받겠다고? 너는 망자의 죄를 떠맡기 위해 그들의 제사음식을 대신 먹는 죄식자로 평생 감옥에 갇혀 살아도 시원치 않는 악마나 다름없어!”

관자놀이가 불거지고 양 뺨이 벌겋게 달아오른 타이요우가 책상에 놓인 서류를 갈기갈기 찢는다. 그러곤 광휘의 얼굴에 내던진다.

“앞으로 천황의 은전 같은 건 없어! 나라도 없는 놈을 포로로 대접하라는 규정은 제노바협정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어. 너 같은 망국민들은 그저 약탈과 살인을 일삼는 극악무도한 범법자일 뿐이야! 순순히 말할 때 의용군과 독립군의 은신처를 실토해!”

그에게 머리끄덩이를 잡힌 광휘가 완강히 저항한다. 광휘의 동공에서 불빛이 번쩍거린다.

“정식으로 변호사를 요청한다.”


광휘는 끝까지 제네바협약의 포로에 관한 권리를 주장한다. 타이요우는 다음 카드를 꺼내든다. 그는 약속이난 한 듯 턱짓으로 형사에게 지시를 내린다. 형사가 취조실을 빠져나간다. 얼마간 침묵이 흐른다. 그 누구도 허투루 마른기침조차 내지 않는다. 이따금 세찬 바람이 쇠창살 틈으로 파고들어 뼛속까지 위협하는 기괴한 소리를 내곤 이내 사라진다.

어디선가 기척이 들린다. 먼저 반응을 보인 쪽은 광휘다. 그는 귓바퀴를 쫑긋 세워 취조실 밖의 복도를 더듬는다. 이명이 아니란 것을 알았을 때 그의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회랑을 타고 울려 퍼지는 기척은 독립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틀림없다. 광휘의 동공에서 불꽃이 일렁인다.


“야비한 놈! 말 못하는 동물이 무슨 죄가 있냐?”

“망국민주제에 제네바 협정을 운운하는 뻔뻔한 네 놈보다야 낫지!”

이윽고 복부에 붕대를 친친 감은 독립이가 거적에 실려 취조실 안으로 들어온다. 광휘가 측은한 시선으로 독립이를 바라본다. 독립이는 앞발을 들어 허공에 헛발질을 하며 연신 몸을 가누려고 한다. 그러나 여의치 않은 듯 낑낑거리며 속울음을 내기 시작한다.

“이 똥개가 너의 분신이라며? 부상을 당한 주인을 구하려고 불구덩이에 뛰어들었다니, 똥개가 충견 노릇을 했군. 꼭 제 주인이 나라를 되찾겠다고 허망에 빠져 망나니처럼 날뛰는 꼴하고 쏙 빼닮았어. 미욱하기는 주인이나 똥개나 도긴개긴이구나. 하하핫!”

돌연 타이요우가 정색하며 장화발로 독립이의 복부를 짓밟는다. 환부를 둘러싼 붕대가 금방 피로 물든다. 독립이는 앞발로 허공을 휘저으며 낑낑거린다.

“제발 그만해라! 독립이가 무슨 잘못이냐. 나를 상대해라!”

광휘가 눈물을 터트린다.

“독립이? 지랄하는 꼴도 가지가지군. 그래 족보도 없는 똥개가 무슨 죄가 있겠냐! 주인을 잘못 만난 탓이지. 에잇!”

재차 장화발이 환부를 짓밟는다. 독립이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널브러진다.

“나를 짓밟아라! 제발 독립이는 놔두란 말이다!”

형사가 물이 차랑거리는 양동이를 들어 독립이에게 퍼붓는다. 귀를 털고 정신을 차린 독립이가 끙끙 앓는 소리를 낸다.

“의용군과 독립군의 은신처를 대면 똥개 목숨은 살려주마!”

“밤낮으로 폭격을 해놓고선 이제 와서 생존자가 있길 바라는가? 저승에서나 찾아보는 게 빠를 것이다.”

“입이 살아 있는 것을 보니 아직 멀었군!”

타이요우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뽑아든다. 그러곤 일고의 망설임도 없이 독립이에게 다가가 대퇴부에 대고 총을 발사한다. 독립이가 새된 비명을 터트리며 돋음을 해보지만 헛수고일 뿐이다.

“기억날 텐데? 춘천 저잣거리에서 앞발로 질질 몸을 끌고 다니던 똥개. 똥개들은 앞발만 움직일 수 있으면 수챗구멍에 대가리를 처박고 질기게도 살아남지. 말하자면 개한테 앞발은 목숨만큼 중요하단 뜻이다.”

그가 권총의 공이를 당긴 후 독립이의 앞발을 겨눈다.

“잔인한 놈! 차라리 나를 죽여라.”

광휘가 절규하며 발버둥을 친다. 등받이에 결박된 손이 요동을 친다. 중심을 잃은 의자가 바닥에 나뒹군다. 바닥에 얼굴을 댄 그가 독립이를 보며 울부짖는다. 독립이는 꼼작도 하지 않는다. 그가 바닥에 이마를 찧기 시작한다.

바라보던 고등계 형사 두 명이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린다. 광휘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독립이가 흘린 피와 뒤섞인다.

“피의 오작교구만. 그래 죽어서도 다시 만나거라.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기이한 일이 발생한다. 킁킁거리며 피 냄새를 맡은 독립이가 기를 쓰며 어렵사리 앞발을 내딛는다. 그러곤 슬금슬금 구석으로 기어가기 시작한다. 벽까지 기어간 독립이가 느닷없이 벽을 향해 힘껏 머리를 찧는다.

독립이가 ‘컹’, ‘컹’ 두 번을 흐느끼듯 짖고는 물끄러미 광휘를 응시한다. 광휘가 독립이 쪽으로 손을 뻗는다. 그러나 바들바들 떨리는 손은 피로 흥건한 바닥을 휘저을 뿐이다.

독립이는 피가 고인 바닥에 얼굴을 묻는다. 광휘가 바닥을 치며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채로 꺼이꺼이 흐느낀다. 타이요우도 다소 놀란 듯 형사들을 일별한다. 독립이는 거적에 덮여 밖으로 질질 끌려 나간다.


“아베 형사!”

뒷정리를 하던 아베가 두려운 눈빛으로 돌아본다.

“똥개가 자살하는 꼴을 보다니 재수가 없군. 그냥 숙소로 가기엔 찝찝하다. 당장 뤼순여관에 연락해!”

“하이! 그런데 저 자는······”

“교도관한테 맡겨!”


타이요우와 아베가 취조실을 떠난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교도관 두 명이 혀를 차며 광휘를 일으켜 세운다. 광휘는 교도관들에게 질질 끌려 감방으로 간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 핏자국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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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130화 반공포로석방 +1 19.07.01 112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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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28화 폭탄테러 +1 19.06.26 12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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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126화 의사 왕룽 +1 19.06.23 106 3 17쪽
125 125화 빅터 한 재단 +2 19.06.19 11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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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20화 소령 맥나마라 +4 19.06.06 126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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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91화 독수리 작전 +1 19.05.09 132 1 14쪽
90 90화 이승만 +1 19.05.09 120 1 14쪽
89 89화 비밀요원 나타샤 +1 19.05.09 114 2 15쪽
88 88화 OSS(미국전략사무국) +2 19.05.09 120 2 16쪽
87 87화 승전(勝戰) +1 19.05.09 114 2 14쪽
86 86화 진주만공습 +1 19.05.08 116 1 16쪽
85 85화 갈라예프 +2 19.05.08 115 2 16쪽
84 84화 채권(債券) +1 19.05.08 120 2 11쪽
83 83화 다카키 마사오 +1 19.05.08 133 2 12쪽
82 82화 광복군(光復軍) +1 19.05.08 114 2 13쪽
81 81화 육군정보학교 +2 19.05.08 115 2 11쪽
80 80화 홍콩행 +1 19.05.07 123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113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112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110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115 3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121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115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110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110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110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110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112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117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113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113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113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112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113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123 2 15쪽
61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114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113 2 13쪽
»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118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112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115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113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112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113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113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117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117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118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113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118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117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116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110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111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113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120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120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118 3 30쪽
39 39화 빅터 한 +1 19.04.25 120 3 49쪽
38 38화 박진만 +2 19.04.25 130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138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135 3 49쪽
35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137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133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131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134 3 47쪽
31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160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134 4 46쪽
29 29화 출산(出産) +3 19.04.20 145 4 43쪽
28 28화 밀항(密航) +2 19.04.20 134 4 45쪽
27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135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141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152 4 39쪽
24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140 5 44쪽
23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144 4 46쪽
22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147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145 5 49쪽
20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150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160 3 49쪽
18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165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161 4 49쪽
16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165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177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186 3 37쪽
13 13화 결혼(結婚) +3 19.04.12 267 6 42쪽
12 12화 돈버거 +9 19.04.12 245 7 44쪽
11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270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294 8 42쪽
9 9화 낙향(落鄕) +4 19.04.10 311 8 42쪽
8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324 9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378 12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381 12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430 13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525 11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645 12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941 13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1,820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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