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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완결

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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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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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4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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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61화 탄생의 비밀

님의 침묵




DUMMY

435.


하얼빈과 펑톈, 신징 등의 만주 주요 대도시와 뤼순과 다롄 등 관동군의 주력부대가 주둔한 군사기지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테러가 발생한다. 폭탄은 관동군의 주요 시설과 만주철도를 포함하여 심지어 일본인 거류지까지 소포나 혹은 도시락, 꽃바구니 등으로 위장되어 배달된다. 일본의 입김이 미치는 은행과 기업, 상점도 예외가 아니다.

테러가 날 때마다 서광휘와 둥베이의용군을 석방하라는 전단지가 현장을 도배하다시피 뿌려진다. 항일투쟁을 선언한 무장단체들은 저마다 테러의 주체가 자신들이라며 출처를 알 수 없는 사진들을 무단 배포한다. 만주에 거주하는 일본기업과 민간인의 항의가 잇따르자 관동군사령부는 고민에 빠진다.

관동군사령관 무토 노부요시는 군관민(軍官民)이 참여하는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한다. 기업과 민간의 대표자격으로 참여한 거류민회장이 민간인을 보호하는 대책을 즉각 강구하지 않으면 만주에서 철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군 당국자가 검문검색을 강화하여 테러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거듭 설득한다. 그러나 거류민회장은 당장 군대를 동원하여 거주지를 보호하라며 생떼를 쓴다. 결국 회의는 파행으로 끝난다.

두 차례나 관동군사령관에 임명된 무토 노부요시는 유화적인 대응으로 거류민회장을 다독이며 가까스로 기업과 민간의 이탈을 막아낸다. 사실 사령관이 주관한 대책회의는 만주에 거주하는 기업과 민간의 원성을 무마하기 위한 자리에 불과하다.

관동군의 작전참모 다카무라와 경찰을 대표한 타이요우 및 검찰부장 가와구치 등 실무자들이 참여한 실질적인 대책회의는 소회의실에서 비밀리에 진행된다.


“우리가 너무 나태하게 대해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오. 잡초는 순이 돋자마자 내리 짓밟아야 뿌리를 내리지 않소. 테러가 일어날 때마다 테러범을 배출한 마을을 싹 쓸어버려야 하오. 그리고 당장 서광휘를 잿더미에 파묻힌 슈앙쳉바오의 성벽에 세워 총살해야 하오. 대일본제국에 대들었다가는 어떻게 되는지 따끔하게 본보기를 보이면 잡초들도 현실에 눈을 뜨고 잠잠해질 거외다!”

다카무라의 강경론에 검찰부장 가와구치가 토를 단다.

“무차별 보복보다는 좀 더 세련된 방법이 필요합니다.”

다카무라가 가와구치를 꼬나본다.

“세련된 방법? 고상한 법을 전공한 자네 같은 책상물림이 전쟁을 알기나 하고 하는 말인가? 동료가 코앞에서 죽는 걸 봐야 눈깔이 뒤집히지. 전쟁에 세련된 방법은 없어. 죽이지 않으면 죽게 되는 살벌한 약육강식만이 존재할 뿐이야.”

광분한 다카무라가 호통을 치는데도 가와구치는 주눅이 들기는커녕 도리어 안경을 추켜올리며 대거리한다.

“지금은 전쟁보다는 안정을 우선시하는 치안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무턱대고 보복을 해봤자 화만 키울 뿐이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관동군한테 돌아오게 됩니다.”

“그럼, 지금 서광휘를 재판을 받게 하겠다는 건가?”

“당연히 재판에 세워야지요. 형식적이긴 하지만 특별군사재판에 세워 사형을 받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외국의 비난도 피할 수 있고, 민심을 공포에 떨게 만들 수 있습니다. 서광휘는 총 한 발로 죽이기에는 여러모로 쓸모가 있는 인물입니다. 법적인 절차에 따라 죽는 모습이 신문에 실리면 만주민들도 결국 영웅도 법의 심판 앞에 무릎을 꿇는다는 낭패감에 빠질 겁니다. 바로 그걸 노려야 합니다.”

일견 타당하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 까닭일까. 다카무라가 한일자로 입을 다문 채 ‘끙’, 소리를 낸다.

“참모장님도 검찰부장님의 말도 전부 옳습니다. 하지만 간과한 게 있습니다. 서광휘는 일개 무용담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서둘러 사형시켜 봤자 우리에게 득 될 게 없습니다. 영웅이 순교자로 둔갑하는 순간 저항은 걷잡을 수 없는 들불로 번질 게 뻔합니다. 그를 철저하게 망가뜨려 영웅도 순교자도 아닌, 그저 철부지 반항아일 뿐이라는 추한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말도 더듬고 걸음도 어눌하고 사람들 앞에서 실성한 듯 헤벌쭉 웃는 모습으로 나타나야 비로소 서광휘의 그림자가 지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서광휘의 일만큼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두 달이면 바보천치로 만들어 만인 앞에 내세우겠습니다. 스스로 일장기 앞에서 천황폐하께 만세삼창을 하며 전향한 모습을 만천하에 공개하겠습니다.”

타이요우가 장광설을 늘어놓곤 탁자에 놓인 물 잔을 들고 단박에 들이켠다. 다카무라가 박수를 세 번 친다.

“그거 아주 묘안이군! 듣던 바대로 류노스케 장군께서 신임한다더니, 헛소문이 아닌 게야. 좋소! 난 당신 의견에 동의하오.”

검찰부장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난색을 표한다.

“지금, 개인의 영혼을 파괴하겠다는 겁니까? 법적인 절차로도 얼마든지 개인에 대한 숭배를 깨부술 수 있소. 너무 가혹한 것 아니오?”

다카무라가 도리질을 치며 혀를 찬다.

“먹물들이란······, 쯧쯧쯧. 오늘 회의는 이만 마칩시다. 여기서 우리가 아무리 떠들어봤자 윗선에서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거요.”

가와구치가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다카무라는 그를 외면한 채 타이요우에게 악수를 청한다.

“당신의 의견을 사령관님께 전하겠소. 아주 유익한 토론이었소. 잡초를 내리 밟지 못할 바에야 바보천치로 만든다? 결국 서광휘를 시장통마다 데리고 다니며 원숭이처럼 볼거리로 만든다는 거 아니오? 생각만 해도 짜릿하오. 구경꾼들의 참담한 표정이 눈에 선하오. 하하핫!”

다카무라와 타이요우가 회의장을 빠져나간다. 실무진도 뒤를 따른다. 홀로 남은 가와구치가 두 주먹으로 탁자를 힘껏 내려치며 분노한다.


‘이건 미친 짓이야. 다들 미처 날뛰고 있어. 육신은 강제로 짓밟을 수 있을지언정 영혼은 말살시킬 대상이 아닌데도 말이야. 영혼은 짓밟을수록 강해진다는 것을 왜 모른단 말인가!’


서광휘의 처리 방법을 두고 관동군 사령부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공개처형을 주장하는 강경파와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온건파 사이에 철저하게 인간성을 파괴해야 한다는 타이요우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도쿄의 육군성은 강경파와 타이요우의 주장을 일축하고 재판을 통해 단죄하자는 온건파의 손을 들어준다. 그렇다고 법정에 서게 된 서광휘에게 희소식은 아니다.

서광휘가 주장한 제네바협약에 의한 일반재판의 3심제는 검토조차 되지 않은 채 단심제로 진행되는 특별재판에 회부된다. 이는 독립군 소속의 군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테러범으로 취급함으로써 서광휘의 신분을 단순히 형법을 위반한 파렴치한 범법자로 전락시키려는 속셈이다.

재판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타이요우가 뤼순 호텔의 로비에 앉아 술판을 벌인다. 관동군의 장군들과 고급장교들이 볼썽사나운 모습에 눈을 흘기며 등을 돌린다. 뭇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알아챈 타이요우가 벌떡 일어난다. 그러곤 느닷없이 주위를 일별하며 술주정을 부린다.


“출세욕에 눈먼 나머지 도쿄의 눈치만 보는 지휘관들이 정녕 관동군을 대표하는 참 군인이라 말할 수 있습니까? 관동군을 능멸하고 비웃던 서광휘를 재판에 세운다한들 얻는 게 뭐란 말입니까? 군인으로서 그렇게 자존심도 없습니까?”

그가 술병을 들고 벌컥벌컥 들이켠다. 계단에서 무토 노부요시 사령관과 내려오던 류노스케가 눈살을 찌푸린다.

“서광휘가 순교자가 되는 순간 관동군은 끝 간 데 없는 구렁텅이에 빠기제 될 것이오. 관동군이 발버둥치는 것을 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외다!”

홉뜬 눈으로 지켜보던 노부요시 사령관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감히 저 자가 여기가 어딘데 저렇게 무례하게 구는 건가? 당장 끌어내!”

부관이 헌병대에게 손짓을 하려는 찰나 류노스케가 제지한다. 그러곤 사령관에게 넌지시 속삭인다.

“보아하니 민간인이 술에 취해서 그런 모양인데, 사령관님이 나서시면 모양새가 좋지 못합니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모른 척 하십시오.”


류노스케가 부관에게 고개를 까딱거린다. 무토 노부요시 사령관은 부관과 참모장의 경호를 받으며 로비를 빠져나간다. 류노스케가 헌병대장에게 턱짓을 한다. 헌병대들이 타이요유를 연행한다. 헌병들은 류노스케의 객실로 몸부림치는 타이요우를 데리고 들어간다.


류노스케와 마주한 타이요우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비트적거린다.

“영웅으로 불리던 서광휘를 잡고 나더니만, 혹시 자네도 영웅의 반열에 오른 걸로 착각하는 건가?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여기 모여 있는 별들이 몇 개나 되는 줄 알아? 감히 어디서 일천한 식민지 백성 주제에 관동군을 욕보이나!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식민지 백성’이란 말을 들은 타이요우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눈동자가 희번덕거리더니 입가에 거품이 맺힌다. 스스로 천황을 모시는 ‘황국신민(皇國臣民)’의 부역자라며 자부하던 자긍심에 상처를 입은 성싶다.

“전 죽을 때까지 황국신민이 될 수 없다는 말씀입니까?”

“무지몽매한 주제에 어디서 말대꾸야! 지금 항명하겠는 건가?”

류노스케가 재떨이를 집어 던진다. 둔탁한 소리가 나며 타이요우의 이마에서 피가 솟는다.

“지금부터 모든 직위를 해제한다. 명령이 있을 때까지 자숙해!”


류노스케가 씩씩거리며 문을 쾅 닫고 나간다. 타이요우는 얼마간 고개를 숙인 채 분루를 삼킨다. 이마에서 피가 뚝뚝 떨어진다. 급히 화장실로 가서 수건으로 이마를 감싼다. 그러곤 문을 박차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타이요우는 헌병들을 뿌리치고 미친 듯이 차를 몰고 달아난다. 그가 도착한 곳은 뤼순형무소다. 차에서 내린 그가 육중한 철문을 발로 걷어찬다. 그는 교도관이 나오자마자 밀치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곤 재소자들이 있는 수감동으로 잰걸음을 놓는다.

교도관들이 말려보지만 막무가내다. 교도관 네 명이 타이요우 한 명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운데 어느덧 서광휘가 수감된 독방 앞에 다다른다. 타이요우는 독방의 문을 주먹으로 두드리기 시작한다.


“서광휘! 네가 순교자가 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어. 내가 너를 바보천지로 만들어 저잣거리에서 놀림감이 되도록 만드는 게 너와 나에게 부여된 명백한 운명이야!”

순찰을 돌던 나카다가 소란이 일어난 독방사동으로 급히 달려온다. 교도관들이 뒤로 물러선다. 나카다가 철창을 발길질하며 악을 쓰는 타이요우를 가로막는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타이요우가 그를 보곤 코웃음을 흘린다.

“강등당해 교도소로 쫓겨났다고 하더니만 여기서 만난 줄이야. 자네와 서광휘는 연이 참 질기군.”

나카다는 그의 말을 못 들은 척하고 사무적으로 대한다.

“지금은 특별사안이 아니면 통행이 불가한 취침시간입니다. 더 이상의 난동은 묵과할 수 없습니다. 교도관의 통제에 불응하면 임의로 구치할 수도 있습니다. 그만 돌아가십시오.”

“교도관 주제에 감히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말이 많군. 평양에서 서광휘를 놓친 것도 자네고, 슈앙쳉바오 1차 전투에서도 서광휘를 놓친 게 자네였지? 그리고 지금은 같은 형무소에 있다? 둘 사이에 무슨 짬짜미라도 있는 모양이군.”

“말이 통하지 않는군. 교도관!”

나카다의 호출을 받은 교도관 두 명이 타이요우의 양팔을 잡아챈다.

“빠가야로! 어디 감히 몸에 손을 대! 이거 놔!”

타이요우가 교도관들 뿌리치며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든다. 나카다와 교도관들이 뒤로 물러선다. 타이요우가 철창으로 다가간다. 그러곤 주머니에서 핏기가 선연한 사진 한 장을 쇠창살 안으로 던진다.

“서광휘! 네가 나와의 명백한 운명을 거역할 수 없는 단서를 말해주겠다.”

독방 안에서는 어떠한 기척도 들리지 않는다. 타이요우가 총을 교도관들 향해 휘저으며 철창 틈으로 거친 숨을 토해낸다.

“초희라고 했나? 초희 탄생의 비밀을 말 할 때가 왔군.”

기척이 없던 독방에서 외마디 탄성이 터져 나온다.

“안 돼!”

“하하핫! 나약한 놈! 감히 나와의 명백한 운명을 거부하려고 들다니. 초희는 네 동생이 아니라 내 딸이야! 김세출의 딸이란 말이다!”

“그만!”


쇠창살 사이로 불쑥 주먹이 튀어나와 타이요우의 멱살을 낚아챈다. 헛기침을 쏟아내는 타이요우의 관자놀이가 부풀어 오른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이 점점 핏기가 거치면서 새하얘진다.

교도관들이 달려들어 목살을 쥔 주먹을 뜯어낸다. 가까스로 멱살잡이가 풀린다. 타이요우는 바닥에 나뒹굴며 헛구역질을 해댄다.

사진을 쥔 서광휘가 주먹으로 벽을 치기 시작한다. 나카다가 쇠창살 사이로 독방을 들여다본다.


“인호야! 미친 놈 말은 새겨듣지 마! 취해서 무슨 말인들 못 하겠어. 곧 재판이 시작될 거야. 마음을 굳게 다잡도록 해.”


나카다의 발자국 소리가 회랑을 따라 저벅저벅 울린다. 독방사동은 익숙한 적막에 휩싸인다. 창틀로 빗긴 달빛이 독방 안을 훤히 비춘다. 서광휘의 민낯에 상현달이 처연히 조응된다.

벽면에 유독 외소하고 쓸쓸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사진을 보던 그가 통곡을 하기 시작한다. 통곡은 밤이 새도록 그치지 않는다.




436.


국경수비대의 의무실로 옮겨진 초희는 구토와 발열, 복통을 반복하며 사경을 헤맨다. 옐친 대위는 초희를 치료했던 노 의사를 방문하여 왕진을 부탁한다. 노 의사는 게오르기 갈라예프 중령에게 딱딱한 의무실보다는 환자에게 익숙한 병실로 옮길 것을 건의한다.

초희는 노 의사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겨우 위기를 넘긴다. 그러나 인질로 잡힌 과정에서 크나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초희는 다시 실어증을 앓는다. 타국의 땅에서 홀로 남겨졌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 탓일까. 초희는 매일 밤 악몽을 꾸며 잠꼬대를 한다. 맨 정신으로 깨어있을 때조차도 환영과 이명에 시달리며 허공에 헛손질하기 일쑤다.


“저 아이의 보호자는 누굽니까?”

문병을 온 갈라예프 중령이 초희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준다.

“수란이란 마적 출신 여인을 이모라고 부르더군요. 부모는 본 적이 없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초희입니다.”

노 의사가 측은한 눈빛으로 초희를 보며 답한다.

“현상금사냥꾼을 뒤쫓던 과정에서 인질로 잡힌 초희를 발견했습니다. 수란이란 마적 여성은 마구간에서 사체로 발견됐고요. 인간사냥꾼이 그것도 일본인이 국경까지 너머 오는 경우는 드문 일입니다. 혹시 초희 주변에서 수상쩍거나 의심 살 만한 행동을 본 적은 없습니까?”

노 의사가 돋보기안경을 만지작거리며 기억을 되새김한다.

“처음 왕진을 갔을 때 그저 외진 오두막에 살고 있는 모녀쯤으로 여겼습니다. 겨우내 마적들이 말가죽이나 모피를 들고 와 총과 식량을 구해가곤 하는데, 추위를 피하기 위해 간혹 어린 아이들을 데려오기도 하죠. 그래서 대수롭게 보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 관계도 각별하게 보였고······”

중령이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그렇다면 국적도 불명하고 신원도 미상이란 얘긴데······. 가뜩이나 어린 여아인데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모르겠군.”

“초희가 관련이라도 됐습니까?”

“그건 지금으로선 알 방도가 없습니다. 인간사냥꾼 전원이 현장에서 사살됐거든요.”

“초희는 아직 절대적으로 안정이 필요한 환자입니다. 실어증까지 앓는 걸 보면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는 얘긴데······”

“원래는 말을 했습니까? 현장에서 구조할 때 말을 하지 않아서 벙어리인 줄만 알고 있었습니다.”

“아주 명석한 아이입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언어체계가 무너진 것이죠.”

“간호할 보호자도 없고 병까지 앓고 있으니 딱하게 됐네요.”

갈라예프가 가녀린 초희의 손을 어루만진다.

“저렇게 여린 아이가 타국에서 홀로 남겨지다니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아무튼 새로운 소식을 들으면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선생님에게 괜히 죄송하게 됐습니다.”

“별 말씀을요. 비록 노구를 이끌고 청진기를 들고 있습니다만 히포크라테스 앞에서 선언을 한 엄연한 의사입니다. 나이가 많지 않다면 수양딸로 삼으려만······, 쯧쯧쯧!”


초희의 얼굴을 멀뚱멀뚱 바라보던 노 의사가 혀를 차며 병실을 나선다. 중령도 묵묵히 뒤를 따른다.

이틀 후 갈라예프 중령은 병원으로부터 긴급한 연락을 받는다. 노 의사가 급성 폐렴으로 간밤에 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접한 중령은 운전병을 호출한다. 간호사가 원장실을 정리하고 있다.


“앞으로 병원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중령의 질문에 간호사가 무심히 답한다.

“문을 닫기로 했어요. 의사가 원장님 한 분이셨는데, 방도가 없잖아요. 봄이 돼야 새로운 의사가 온다는데 저희도 별 수가 없네요.”

“그러면 환자들은 누가 돌봅니까?”

“환자라고 해봐야 초희밖에 없어요. 연고도 없고 병실에 남겨둘 수도 없는 처지라 중령님께 연락을 드린 겁니다.”


병실로 들어선 중령은 누워 있는 초희를 담요로 감싼다. 그러곤 번쩍 들어 안곤 병실을 나선다. 그는 초희를 품에 안고 대기하고 있던 차의 뒷자리에 올라탄다. 담배를 피우던 운전병이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본다.


“중령님, 웬 아이입니까?”

“잔말 말고 관사로 곧장 가!”


초희가 탄 군용차가 눈보라를 헤치며 블라고베셴스크의 시내를 가로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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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116화 코리안 커넥션 +1 19.06.01 12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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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9화 비밀요원 나타샤 +1 19.05.09 112 2 15쪽
88 88화 OSS(미국전략사무국) +2 19.05.09 117 2 16쪽
87 87화 승전(勝戰) +1 19.05.09 112 2 14쪽
86 86화 진주만공습 +1 19.05.08 114 1 16쪽
85 85화 갈라예프 +2 19.05.08 112 2 16쪽
84 84화 채권(債券) +1 19.05.08 118 2 11쪽
83 83화 다카키 마사오 +1 19.05.08 130 2 12쪽
82 82화 광복군(光復軍) +1 19.05.08 112 2 13쪽
81 81화 육군정보학교 +2 19.05.08 113 2 11쪽
80 80화 홍콩행 +1 19.05.07 119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110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108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106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112 3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118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112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107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106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106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106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109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112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110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110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109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109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110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120 2 15쪽
»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111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109 2 13쪽
59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114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109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112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110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109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110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110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114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114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112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110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115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113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113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107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108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110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116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116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114 3 30쪽
39 39화 빅터 한 +1 19.04.25 115 3 49쪽
38 38화 박진만 +2 19.04.25 121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130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130 3 49쪽
35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134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130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128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130 3 47쪽
31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153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131 4 46쪽
29 29화 출산(出産) +3 19.04.20 141 4 43쪽
28 28화 밀항(密航) +2 19.04.20 130 4 45쪽
27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132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137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148 4 39쪽
24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136 5 44쪽
23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139 4 46쪽
22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144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142 5 49쪽
20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147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155 3 49쪽
18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160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157 4 49쪽
16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160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174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181 3 37쪽
13 13화 결혼(結婚) +3 19.04.12 263 6 42쪽
12 12화 돈버거 +9 19.04.12 242 7 44쪽
11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263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289 8 42쪽
9 9화 낙향(落鄕) +4 19.04.10 305 8 42쪽
8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317 9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371 12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376 12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423 13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516 11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637 12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927 13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1,795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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