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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완결

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최근연재일 :
2019.07.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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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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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85화 갈라예프

님의 침묵




DUMMY

464.


1941년 6월 22일 독일군은 2,000킬로미터에 이르는 전선에서 소련군을 파죽지세로 몰아붙인다. 제4기갑집단 소속의 전차로 국경을 무너뜨린 독일군은 소련군 12개 사단을 손쉽게 궤멸시키고 레닌그라드 외곽 100킬로미터까지 진군한다. 9월에는 소련의 제2의 도시인 레닌그라드로 통하는 보급로를 차단하며 소련군 80만 명을 포위한다.

게오르기 주코프 참모총장의 지휘를 받으며 레닌그라드 방어 작전에 투입된 제4군은 연이은 폭격으로 잿더미에 고립된 채 건물 잔해에서 떨어지는 낙수로 겨우 연명한다. 네브첸코 사령관의 유일한 희망은 통신망이 복구되어 본대로부터 보급품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는 일뿐이다.


“사령관 동지! 레닌그라드는 루가강과 네바강이 성의 해자처럼 도심을 두르고 있어 독일군도 당분간 공격을 서두르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이 틈을 타서 참호와 요새를 설치하여 각 방어선을 연결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머지않아 겨울이 닥쳐올 텐데, 장기전에 대비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폭격의 잔해를 뒤집어쓴 네브첸코는 먼지를 털어낸 뒤 망원경으로 강 건너의 독일군 진영을 관찰한다. 독일군들은 마치 휴가라도 온 듯 빨래를 널고 맥주를 마시며 망중한을 보내고 있다.

“갈라예프, 저들이 과연 겨울까지 기다려줄까?”

하관이 옴폭 팬 갈라예프가 손차양으로 햇볕을 가리며 강 건너의 상황을 살핀다.

“놈들이 강 건너 코앞에서 공격을 멈춘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무슨 이유가 있겠나? 심리전으로 아군을 옥죄려는 게 아닌가?”

“북부군과 중앙군 사이에 간극이 생긴 게 틀림없습니다. 전선이 확장되면서 보급로에도 차질이 빚어졌을 테고요. 놈들이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방어선을 땅속으로 연결하여 지구전에 대비해야 합니다.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아군의 보급이 재개될 때까지 버티면 승산이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던 네브첸코가 악에 바친 듯 꽁초를 바닥에 내팽개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말하자면 두더지가 되잖은 거잖아? 난 어릴 때부터 폐쇄공포증이 있어서 지금도 땅속은 질색이네. 우리가 먼저 저들을 기습하면 어떨까? 어차피 보급도 안 되고, 질질 끌어봐야 폭격으로 죽을 텐데, 망설일 게 뭐가 있어!”

갈라예프는 눈을 궁굴리며 잠시 망설인다.

“저도 당장 그러고 싶습니다. 허나 스탈린 동지가 레닌그라드를 끝까지 사수하라고 명령을 내렸지 않습니까?”

성긴 수염발이 제멋대로 뻗친 네브첸코가 분통을 터트린다.

“크렘린궁에 앉아서 이래라 저래라, 말은 쉽지. 보급품과 지원부대를 보내준다더니, 그것조차 지키지 않는 무능한 정부를 어떻게 믿나?”

갈라예프가 슬쩍 몸을 숙여 네브첸코에게 귀띔한다.

“사령관 동지, 뒤에 정치장교가 있습니다. 당의 결정에 대한 비판은 삼가십시오.”

“이 상황에서 말도 제대로 못해? 젠장. 당장 두더지 작전을 실시해.”


11월로 접어들자 북극으로부터 40년만의 최악이라는 한파가 전선을 강타한다. 장기전을 예상치 못한 독일군은 홑겹 군복으로 또 다른 적인 겨울과 맞닥뜨리게 된다. 추위가 엄습하면서 독일군의 사기가 급격히 저하된다. 식량이 바닥나면 곧 항복할 것이라고 예측한 히틀러의 명령 때문에 철수도 못한 채 독일군은 적의 움직임이 감지될 때마다 곡사포와 폭격기로 맞대응하며 파상 공세를 펼친다.

최악의 한파는 보급로가 차단된 소련군과 레닌그라드 시민에게도 가혹하기는 매한가지다. 하루에 5천 명이 아사하거나 동사한 채 꽁꽁 언 길바닥으로 버려진다. 굶주린 나머지 시체를 훼손하여 식인(食人)하는 패륜적인 기행이 공공연하게 일어난다.


“이틀에 빵 한 조각으로 어떻게 40도의 혹한을 견디란 말이야! 더 이상 부하들한테 적을 향해 총구를 겨누라고 명령할 자신도 없네.”

광대뼈가 돌출할 정도로 쇠약해진 네브첸코가 지휘관들이 모인 벙커 안에서 보드카를 마시며 불만을 늘어놓는다. 간혹 폭격으로 여진이 전달될 때마다 천장에서 흙먼지가 떨어지고 정전이 반복된다.

“강이 꽁꽁 얼어붙으면 보급품이 도착할 겁니다.”

천식을 앓고 있는 세르게이 부관이 마른기침을 삼키며 네브첸코를 위로한다. 네브첸코는 미망에 사로잡힌 듯 모닥불 앞에서 넙데데한 턱살을 출렁거리며 웃고 있다. 그가 스탈린을 흉내 내며 부관을 꼬나본다.

“보급품이 무슨 대수야! 적에게 탱크가 있다면 아군에게는 추위가 있지 않나? 탱크가 아무리 강해도 추이를 이기지는 못해! 하하핫!”

아연한 세르게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사령관부터 사병까지 다들 미쳐가고 있어.”

분위기가 삭막할 즈음 눈썹과 수염에 서리가 맺힌 전령이 벙커 안으로 들이닥친다.

“사령관 동지, 모스크바에서 온 특명입니다.”

귀찮은 듯 네브첸코가 손가락을 까딱거린다. 정치장교가 특명을 펼쳐 읽기 시작한다.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의 붉은 군대 동지들이여!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전선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는 붉은 군대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곧 보급품과 지원군이 도착할 것이다. 끝까지 레닌그라드를 사수하라! 그대들의 헌신이 있기에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의 심장인 모스크바는 건재하다. 붉은 군대의 노고를 찬사하며 최후의 순간까지 조국을 위해 헌신하기를 바란다. 소련 공산당 서기장 이오시프 스탈린!”

정치장교가 스탈린의 친서를 대독하는 내내 박수는커녕 정적만이 흐른다.

“동지들! 스탈린 서기장께서 보급품과 지원군을 보내주신다고 하네요. 조금만 참고 견딥시다.”


1941년 11월 20일 보급품과 지원군을 실어 나르는 트럭의 행렬이 얼음판으로 변한 라도가 호수 위로 끝없이 펼쳐진다. 마침내 트럭들이 폐허가 된 시내로 진입한다. 구원물자는 촘촘히 지하로 연결된 방어망을 통해 병사들과 시민들에게 보급된다. 뒤이어 지원병들이 각 부대에 배치된다.

트럭들은 돌아갈 때 시민 50만 명과 부상자 4만 명을 싣고 지옥의 도시를 탈출한다. 이듬해 4월 24일까지 보급행렬이 이어지며 꽁꽁 얼어붙은 라도가 호수는 ‘생명의 길’로 불리며 붉은 군대의 사기를 드높인다.


“4사단의 위치를 알 수 있을까요?”

SVT-40 반자동소총을 어깨에 둘러맨 앳된 소년병이 지하 벙커에 불쑥 들어선다. 어수선한 본부는 신병의 존재를 본체만체한다. 소년병이 서류철을 들고 잰걸음을 놓는 하사관을 가로막는다.

“4사단의 위치를 알 수 있을까요?”

하사관은 짜증을 내며 다그친다.

“하루에도 길 잃은 신병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뭐라고 했어?”

“4사단입니다.”

머리를 긁적거리던 하사가 난감한 듯 한숨을 폭 내쉰다.

“4사단이라고? 거기는 최전선이야! 너 같은 신출내기가 갈 곳이 못 되는데, 누가 전출시킨 거야?”

“꼭 가야합니다.”

“중간까지만 데려다줄 수 있어. 거기서부터는 대전차 지뢰밭이 사방에 깔렸어. 아군들도 꺼리는 곳이니까 알아서 가든지, 말든지 해.”

소년병은 하사를 따라 하수도관과 연결된 지하 통로를 헤집고 다닌다. 한 시간가량을 헤매고 다녔을까. 하사가 어둠침침한 천장과 연결된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그러곤 맨홀 뚜껑을 열고 지상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눈으로 뒤덮인 공장지대는 폭격을 맞아 흉측한 형해만 남아있다.

“저기 굴뚝 보이지? 저기 너머가 최전선이야. 생존자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운이 좋다면 귀신이라도 만날 수 있을 거야.”

“감사합니다.”


홀로 남겨진 소년병은 지상으로 나와 잔해더미를 가로지르며 굴뚝 쪽으로 다가간다. 돌연 어디선가 냉랭한 공기를 가르며 쇳소리가 날아온다. 간신히 몸을 피한 소년병은 잔뜩 웅크린 채 엄폐물 너머로 적을 찾기 시작한다. 얼마간 시간이 흘렀을까. 공장 3층의 창틀에서 움직임이 감지된다. 소년병은 총신을 거머쥔 뒤 조준경의 십자선으로 물체를 탐색한다.

잠시 후 흰색 물체가 움찔한다. 소년병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숨을 죽이고 기다린다. 물체가 햇빛에 반사되는 순간 달궈진 총알이 SVT-40 반자동소총의 총신을 박차고 빛의 속도로 날아간다. 일순 흰색 물체에서 피가 솟구치며 벽을 붉게 물들인다.

안도하는 것도 잠시 포격이 개시된다. 사위는 온통 파편과 화염으로 뒤덮인다. 소년병이 벽돌을 헤치며 고개를 빠끔 내민다. 폭격을 맞아 기울어진 굴뚝이 힘없이 무너져 내린다.

건물 잔해 속에서 붉은 군대들이 쏟아져 나와 특정 건물 쪽으로 함성을 지르며 돌진한다. 건물에서 기관총이 불을 뿜는 가운데 엄폐물을 찾아 숨은 붉은 군대들이 저격병이 쏜 총에 속수무책으로 픽픽 나동그라진다.

주위를 기웃거리던 소년병이 반파된 2층 건물을 기어오른다. 부서진 벽 틈에 소총을 거치한 소년병은 주변의 건물을 둘러본다. 그러곤 총성이 울리는 방향으로 몸을 틀어 조준경으로 탄착점을 관측한다. 목표물이 포착될 때마다 소년병은 방아쇠를 당긴다. 독일군의 저격병 십여 명이 삽시간에 제거된다. 엄폐물에 은신한 채 맞은편 2층 건물을 주시하던 소대장이 소년병 쪽으로 다가온다.


“소속은?”

“지원병입니다.”

“자네가 내 소대를 살렸어. 관등성명은?”

“아직 자대를 배치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 그럼, 나를 따라와. 저격병이 아침에 죽어서 지원병이 필요해.”

“중위님, 4사단이 어디에 있습니까?”

“거긴 갈 수 없어. 얼마 전 폭격을 맞아 유일한 다리가 끊겼어.”


낙담한 소년병은 그날 이후 야시코프 중위가 이끄는 수색대에 배치된다. 소년병은 야시코프 중위와 함께 독일군이 파견한 저격병을 찾아 사살한다. 12월로 접어들 무렵 소년병이 저격한 독일군의 수가 오십여 명을 헤아린다. 각 부대에서 용맹한 전사로 뽑힌 병사들의 사진이 눈송이처럼 공중에서 뿌려진다.

다리가 끊긴 이후 낙오된 갈라예프는 눈과 함께 나붓거리며 내리는 전단을 줍곤 소스라치게 놀란다. 용맹한 전사 다섯 명 가운데 유독 앳된 소년병을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갈라예프는 무전병을 다그쳐 사령부와 연락을 취한다. 그는 소년병의 소속 부대를 재차 캐묻는다. 야시코프의 소대는 수색대이기 때문에 주둔지가 따로 없다는 허무한 답변만 돌아온다.


소련군에게 보급품이 지급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히틀러는 제 예견이 빗나간 데에 대한 화풀이로 맹폭격을 주문한다. 전선은 다시 지옥불로 불타오른다.

사령부로부터 작전회의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은 네브첸코는 작전장교를 대신 보내려고 한다. 그러나 폭격으로 왼쪽 다리를 잃은 작전장교는 생명조차 위험한 상황이다. 네브첸코의 만류에도 갈라예프가 자원한다. 그는 독일군의 특공대가 우글거리는 끊어진 다리를 용케 건넌다.

사령부에서 작전회의를 마친 후 갈라예프는 전단을 내보이며 나타샤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몇 단계를 거치곤 간신히 야시코프 소대가 서남부 진지에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갈라예프는 포탄이 쏟아지는 폐허를 뚫고 야시코프 소대를 찾아 나선다.


“야시코프 수색대가 어디 있나?”

갈라예프가 부상자들을 후송하는 트럭을 가로막고 누워있는 병사에게 묻는다.

“비료공장에서 봤습니다. 지금은 어디 있는지 나도 모릅니다.”

“그럼, 이 병사는 본 적이 있나?”

갈라예프는 전단을 보여주곤 부상병의 반응을 살핀다. 힘겹게 고개를 들추고 전단을 훑어보던 병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야시코프 수색대 소속 저격병입니다. 야시코프 중위님과 늘 함께 다닙니다.”


갈라예프는 총격전이 펼쳐지는 비료공장으로 향한다. 총탄이 사방에서 빗발치는 가운데 엄폐물 밖으로 몸을 내미는 것조차 여의치 않다. 낮은 포복으로 아군의 진지로 숨어든 그가 피를 흘리며 벽에 기댄 부상병들에게 전단을 내민다.

“야시코프 소대 맞지? 저격병 위치가 어디야?”

부상병 한 명이 손짓으로 뼈대만 앙상한 건너편 건물 2층을 지목한다.

“저기가 소대 관측소입니다. 거기 가서 물어보십시오.”

갈라예프는 허물어진 건물의 잔해를 헤집으며 맞은편 건물로 다가간다. 비스듬히 기운 기둥을 타고 2층으로 오른다. 그는 총을 난사하는 병사를 흔들며 다그친다.

“야시코프 중위는?”

병사는 문짝이 떨어져나간 사무실 쪽을 향해 턱짓한다. 몸을 낮춘 채 총알을 피해 사무실에 도착한 그는 공포에 떨고 있는 병사의 뺨을 두어 차례 때리며 묻는다.

“중위는?”

울먹이던 병사는 벌벌 떨며 고개를 돌린다. 벽 모서리에 부상자가 처박혀 있다. 그는 잽싸게 부상자를 돌려세운다. 피로 얼룩지고 더께가 앉았지만 견장에 달린 중위 계급장만은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야시코프가 틀림없다. 그는 야시코프를 흔들어 깨운다.

“저격병 위치는?”

야시코프가 꺼져가는 눈빛으로 얼마간 그를 응시한다. 갈라예프가 수통을 열고 부르튼 그의 입술에 물기를 축인다. 야시코프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갈라예프가 울분을 터트린다.

“나타샤! 나, 아빠야! 어디 있어?”

갈라예프는 몸을 노출시킨 채 미친 듯이 건물 잔해를 넘나들며 나타샤를 찾아다닌다.

“나타샤! 나타샤! 아빠가 왔어. 어디에 있는 거야!”

반쯤 깨진 연통 속에서 총을 쏘던 나타샤가 귀를 쫑긋한다. 그러나 뒤미처 빗발치는 총탄에 다시금 개머리판에 뺨을 대고 방아쇠를 당긴다. 돌무더기에 걸려 넘어진 갈라예프가 막 일어서려는 찰나 깨진 연통 사이로 머리를 풀어헤친 나타샤가 포착된다. 갈라예프는 흐느끼며 다가간다.

“나타샤! 나야! 아빠가 왔어!”


그가 손을 뻗으며 나타샤에게 성큼 다가간다. 맞은편 꺾어진 철탑에서 불빛이 번쩍거린다. 준장 계급장을 겨눈 총알은 번개가 되어 그대로 갈라예프의 목을 관통한다. 피가 허공으로 치솟는다. 꺼림칙한 낌새를 챈 나타샤가 고개를 돌린다. 사위에 온기가 남은 피비린내가 훅 끼친다.

“아빠······”

나타샤가 손을 내미는 순간 어칠비칠 다가오는 갈라예프를 향해 한 발의 총탄이 날아든다. 탄환은 정확히 심장을 관통하며 사방에 피를 뿌린다.

“아빠! 나야, 나타샤! 아빠가 여길 왜 와. 내가 가는 중인데······”

나타샤는 숨을 헐떡거리는 갈라예프의 머리를 제 무릎에 올린다.

“나타샤! 왜, 네가 여기에······”

말을 할 때마다 기도를 막은 핏덩이가 쿨렁거리며 입 밖으로 분출된다. 나타샤는 피눈물로 범벅이 된 손으로 갈라예프의 뺨을 쓰다듬는다.

“아빠, 죽으면 안 돼! 이제 만났잖아. 집으로 가자.”

갈라예프는 흐느끼는 나타샤의 손을 꼭 움켜쥔다. 그러곤 앞니를 드러내며 희미한 미소를 머금는다.

“자식, 아빠가 걱정돼서 온 게로구나.”

“응. 난 아빠 딸이잖아.”

“전쟁터에서 딸의 무릎을 베고 죽을 수 있다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아빠가 왜 죽어! 걱정하지 마. 조금만 참아. 내가 집으로 데리고 갈게.”

갈라예프가 나타샤의 손을 그러쥔다.

“응, 우리 딸하고 같이 집에 가야지.”

“응, 아빠. 조금만 참아. 곧 우리 집에······”


나타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늘을 뒤덮은 폭격기들이 일제히 폭탄을 투하한다. 주위는 삽시간에 용광로와도 같은 폭염으로 들끓는다. 그나마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건물들이 와르르 주저앉는다.

이튿날 현장을 수색하던 탐지견이 기척을 느끼고 잔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얼마 뒤 갈라예프를 꼭 안고 앉아 있는 나타샤가 뽀얗게 흙먼지를 뒤집어 쓴 채 발견된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나타샤는 병사들이 떼어내려고 하는데도 마치 석고상처럼 그러안은 갈라예프를 놓지 않는다.

까무룩 실신한 나타샤는 후방으로 옮겨진다. 나타샤가 들것에 실려 현장을 떠나자마자 비료공장의 굴뚝이 무너지면서 갈라예프의 주검을 뒤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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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126화 의사 왕룽 +1 19.06.23 103 3 17쪽
125 125화 빅터 한 재단 +2 19.06.19 113 3 13쪽
124 124화 인천상륙작전 +1 19.06.13 139 2 15쪽
123 123화 메모리 가든 +1 19.06.12 111 2 15쪽
122 122화 겹생 +3 19.06.10 109 2 16쪽
121 121화 하와이 +1 19.06.07 118 3 14쪽
120 120화 소령 맥나마라 +4 19.06.06 123 2 15쪽
119 119화 한초희 +1 19.06.05 126 2 14쪽
118 118화 맥아더 원수 +1 19.06.04 120 2 14쪽
117 117화 기만방송 +1 19.06.03 117 2 13쪽
116 116화 코리안 커넥션 +1 19.06.01 128 2 12쪽
115 115화 잠수함 +1 19.05.30 170 2 13쪽
114 114화 6.25 전쟁 +1 19.05.29 145 2 12쪽
113 113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특명 1호 ‘폭풍’ +1 19.05.21 126 2 11쪽
112 112화 금괴수송작전 +1 19.05.19 163 2 10쪽
111 111화 '암호명 A-1' +1 19.05.18 117 2 13쪽
110 110화 악연(惡緣) +1 19.05.17 116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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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7화 연적(戀敵) +1 19.05.15 13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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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93화 원자폭탄 +1 19.05.09 125 2 13쪽
92 92화 김일성 +1 19.05.09 130 1 14쪽
91 91화 독수리 작전 +1 19.05.09 129 1 14쪽
90 90화 이승만 +1 19.05.09 117 1 14쪽
89 89화 비밀요원 나타샤 +1 19.05.09 112 2 15쪽
88 88화 OSS(미국전략사무국) +2 19.05.09 117 2 16쪽
87 87화 승전(勝戰) +1 19.05.09 112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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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5화 갈라예프 +2 19.05.08 113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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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화 홍콩행 +1 19.05.07 119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110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108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106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112 3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118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112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107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106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106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106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109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112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110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110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109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109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110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120 2 15쪽
61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111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109 2 13쪽
59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114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109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112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110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109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110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110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114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114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112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110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115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113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113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107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108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110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116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116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114 3 30쪽
39 39화 빅터 한 +1 19.04.25 115 3 49쪽
38 38화 박진만 +2 19.04.25 121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130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130 3 49쪽
35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134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130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128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130 3 47쪽
31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153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131 4 46쪽
29 29화 출산(出産) +3 19.04.20 141 4 43쪽
28 28화 밀항(密航) +2 19.04.20 130 4 45쪽
27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132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137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148 4 39쪽
24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136 5 44쪽
23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139 4 46쪽
22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144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142 5 49쪽
20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147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155 3 49쪽
18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160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158 4 49쪽
16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160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174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181 3 37쪽
13 13화 결혼(結婚) +3 19.04.12 263 6 42쪽
12 12화 돈버거 +9 19.04.12 242 7 44쪽
11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263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289 8 42쪽
9 9화 낙향(落鄕) +4 19.04.10 305 8 42쪽
8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317 9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371 12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376 12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423 13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516 11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637 12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927 13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1,795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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