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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님의 침묵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드라마

완결

최장르
작품등록일 :
2019.04.08 16:31
최근연재일 :
2019.07.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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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2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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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26화 의사 왕룽

님의 침묵




DUMMY

505.


서울을 탈환한 유엔군은 1950년 10월 19일 평양을 점령하고 압록강까지 진군한다. 유엔군이 만주국경까지 진출하자 위기감을 느낀 중국공산당은 즉각 한국전에 참전하기로 결정한다. 펑더화이(彭德懷)가 이끄는 중국인민지원군(中國人民志願軍) 26만 명이 압록강을 도강하여 수세에 몰린 북한군과 연합전선을 형성한다.

유엔군은 총공세를 펼쳐 대항하지만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가로막혀 11월 말부터 퇴각하기 시작한다. 12월 6일 평양을 탈환한 중공군과 북한군은 여세를 몰아 38선까지 남하한다.

1951년 1월 3일 의정부 방어선이 무너진다. 1월 4일 중공군과 북한군은 서울을 다시 점령한다. 시민들은 꽁꽁 얼어붙은 한강을 건너 기약 없는 피난길에 오른다.

중공군과 북한군은 1월 7일 수원, 장호원, 제천, 삼척까지 남하한다. 1월 9일 유엔군은 추위와 식량 부족으로 주춤한 중공군과 북한군을 반격하며 원주까지 치고 올라간다.


유엔군의 대대적인 공세와 병참지원의 부족으로 와해된 중공군과 북한군은 2월 7일부터 퇴각하기 시작한다. 유엔군은 3월 14일 서울을 재탈환하고 3월 24일 38선 이북까지 진격한다,

5월로 접어들면서 양 진영은 백령도와 김포, 철원, 인제, 고성에 이르기까지 동서로 길게 뻗은 전선에서 대치하며 한 뙤기 땅이라도 차지하기 위한 일전일퇴를 거듭한다. 쌍방 간의 포격으로 민둥산이 된 고지를 점령하려는 공방전이 지루하게 이어진다.


중공군이 파죽지세로 남하할 무렵 유엔군사령관 맥아더는 만주를 폭격할 것과 중국연안을 봉쇄할 것을 주장하며 워싱턴과 마찰을 빚는다. 제3차 세계대전으로의 확전을 반대한 트루먼 대통령은 세계대전사에 기리 빛나는 영웅의 거취에 대해 장고에 돌입한다.

결국 트루먼 대통령과 대립하던 맥아더는 1951년 4월 11일 유엔군사령관의 지위에서 해임된다. 맥아더는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에서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말을 남기며 퇴임연설의 대미를 장식한다.



맥아더가 상하원(上下院)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의사당을 떠날 무렵 홍콩 완차이 지구 번화가 국제양행 건물 2층에 ‘빅터 한 재단’의 간판이 나붙는다.

홍콩으로 이주한 수잔은 현지에서 고용한 직원 세 명과 수혜국가를 선정하고 출연금을 산정하는 등 본격적으로 재단업무를 착수한다. 수잔은 당사국의 대사관을 방문하여 ‘빅터 한 재단’의 설립취지를 설명하고 현지 활동에 대한 도움을 구한다.

포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도 끈질기게 생명을 부지한 탓일까. 초희는 흙탕물에서도 고귀한 자태를 뽐내며 ‘영원불멸’의 꽃말을 지닌 ‘연(蓮)’을 상징으로 삼는다. 그녀는 ‘리안(蓮)’으로 개명한 후 홍콩은행에 취직하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

영어와 중국어, 러시아어, 한국어 등에 능통한 리안은 홍콩은행 국제금융부에 근무하면서 자금의 흐름에 대한 국제적인 감각을 터득한다.

오스카는 홍콩은행의 고문직마저 사퇴하고 자택에 머물며 주찬의 병구완에 최선을 다한다. 마침 영국에서 의학대학을 졸업하고 돌아온 왕룽이 주치의가 되어 주찬을 보살핀다.


일찍 퇴근한 리안이 경쾌한 발걸음으로 완차이의 번화가로 진입한다. 리안은 꽃가게에 들러 홍콩을 상징하는 자형화(紫荊花) 한 다발을 산다. 꽃다발을 든 리안이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리안이 문을 빼꼼 열고 재단사무실을 기웃거린다.

수잔은 콧잔등에 안경을 걸친 채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천장에 달린 회전날개가 맥없이 돌아갈 때마다 수잔의 머리카락이 나풀거린다.


“고양이는 발소리를 내지 않는답니다!”

수잔은 서류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나름 뒤꿈치까지 들었는데도 또 들켰네요.”

리안이 머쓱한 듯 문을 닫고 들어온다.

“아가씨, 오늘은 퇴근이 이르네요.”

수잔이 안경을 들어 올리며 알은체를 한다.

“오늘 집에서 왕룽 오빠의 귀국파티가 있는 날이잖아요?”

리안의 말을 듣곤 수잔이 빨간 펜으로 동그라미가 그려진 달력을 확인한다.

“어머나!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날 줄이야. 까마득히 잊고 있었어요.”

“서둘러야 할 거예요. 그렇게 만류해도 아버지가 차를 보낸다고 하시더라고요.”

“아가씨, 왕룽 박사랑 잘 아시는가 봐요? 아가씨가 꽃을 다 들고 오시고······”

“어릴 때 종종 말 타는 법을 가르쳐준 적이 있어요. 하도 오래전 일이라 얼굴도 가물가물하네요.”

“난 또 꽃을 들고 오기에 첫사랑이라도 되는 줄 알았지. 호호홋! 잠깐만 기다리세요, 아가씨!”


수잔이 코웃음을 치며 책상을 정리한다. 그녀가 주섬주섬 옷을 챙길 즈음 ‘똑···, 똑···, 똑!’ 노크소리가 들린다. 수잔이 사무적으로 대답한다.


“이 시간에 누구지? 네, 문 열렸습니다.”

나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린다.

“여기가 ‘빅터 한 재단’ 사무소입니까?”

“맞습니다만, 지금은 사무소가 문을 닫을 시간이라 다음에 와주십시오.”

수잔이 가방을 들고 문 쪽으로 다가간다.

“재단과 깊이 연관된 사람한테는 항상 문이 개방됐다고 들었는데······”

문이 스르륵 열린다. 뜻밖에 나타난 인물은 헨리다.

“아니, 헨리, 네가 여기 어떻게······”

수잔은 들고 있던 가방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어머니가 계신 곳에 아들이 찾아오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요?”

헨리가 짓궂은 미소를 짓는다. 수잔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헨리에게 안긴다.

“도대체 네가 홍콩에 웬일이야?”

“함상근무를 마치고 지상근무로 발령받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7함대 기항지인 요코스카에서 근무 중에 정기 휴가를 받고 곧장 날아오는 길이에요.”

수잔이 헨리의 어깨를 툭 친다.

“자식, 엉뚱하긴?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지금 막 나가려던 참인데, 하마터면 어긋날 뻔했잖아.”

“어머니도 참! 제가 누구 아들입니까? 어머니의 행적은 제 손안에 있는걸요. 그리고 고모의 일거수일투족도 죄다 꿰고 있습니다. 홍콩은행 국제자금부에서 근무하신다면서요?”

헨리가 선뜻 다가와 리안과 포옹한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지?”

리안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리안으로 개명하셨더군요.”

“어라?”

수잔이 미심쩍은 투로 헨리를 쏘아본다.

“맞습니다. 해군 정보국에 자원했습니다.”

“역시 가족의 피는 못 속이는가보다.”


세 사람이 해후의 정을 나눌 즈음 창밖에서 경적이 울린다.


“언니, 차가 도착했나 봐요.”

리안이 수잔을 재촉한다.

“헨리, 어서 가자. 갈 데가 있어.”

수잔이 헨리의 등을 문 밖으로 떠민다.

“아니, 전쟁터에서 돌아온 아들을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는 건가요?”

“가면서 얘기해줄게.”


수잔과 리안이 헨리의 양팔을 붙잡고 납치라도 하듯 잰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간다.

건물 밖에는 검정색 롤스로이스가 정차되어 있다. 세 사람이 나오자마자 기사가 뒷문을 열어준다. 차에 탄 헨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수잔과 리안을 번갈아본다.


“어머니, 고모! 어떻게 된 거예요? 아버지 이름으로 재단을 만들었다고만 들었는데, 롤스로이스가 대기하고 있다니요?”

수잔이 헨리의 무릎을 치면 귀띔한다.

“할아버지와 큰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고모까지 만주에서부터 인연이 있던 분께서 아버지 이름으로 재단을 설립하셨어. 설립자께서 간곡히 부탁을 해서 나도 재단에 동참하기로 한 거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맥아더 사령관님에게 직접 들었어요. 그런데 재단을 만들어 아버지의 업적을 기린다니, 정말 아버지는 대단한 분이세요. 한 씨 가문의 자손으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럼, 그렇고말고. 나도 한 씨 가문의 며느리이자 아버지의 아내이자 네 엄마라는 사실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단다.”

수잔이 리안의 손을 꼭 쥔다.

“그리고 아가씨의 언니라는 사실도 늘 감사하고요.”

“언니도 참!”

세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웃음을 터트린다.


완차이의 번화가를 벗어난 롤스로이스가 영국인들이 거주하는 센트럴 지구로 진입한다. 가든 로드를 따라 굽은 길을 오르던 롤스로이스는 총독관저를 지나쳐 야자수가 길차게 자란 고급주택단지로 접어든다.

마침내 롤스로이스가 정원을 한 바퀴 돈 뒤 콜로니얼풍의 대저택 앞에서 멈춘다. 집사가 세 사람을 저택 안으로 안내한다. 헨리는 어안이 벙벙한 듯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어린아이처럼 수잔과 리안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주찬 부부가 손님을 맞이한다. 그러나 전과 달리 주찬 부부의 표정이 어정쩡하다. 그도 그럴 것이 헨리의 등장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저 군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봐서 군대에 입대한 아들임을 짐작할 뿐이다. 수잔이 서둘러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죄송합니다. 미리 연락드리고 동행했어야 하는데, 아들 녀석이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그만······”

그제야 휠체어에 앉아 있는 주찬이 반색하며 두 팔을 벌린다.

“아, 말로만 듣던 헨리 한 소위로구먼. 어서 오게. 아버지를 쏙 빼닮았군.”

헨리가 성큼 다가가 주찬에게 허리를 숙이고 포옹한다.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한 씨 가문과 아버지를 대표하여 재단을 설립해주신 데에 대하여 감사함을 표합니다.”

헨리가 공손하게 주찬과 오스카를 향해 거수경례를 한다.

“어쩜, 패기 있는 행동조차 아버지를 닮았을까. 잘 왔네.”

리안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주찬에게 묻는다.

“엄마, 왕룽 오빠가 안 보이네요?”

주찬이 어깨에 올린 오스카의 손을 두드리며 배시시 웃는다. 오스카가 답을 한다.

“뭘 만드는지 점심부터 부엌에서 나오질 않아. 부를 때까지 꼼짝도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더구나. 그 속을 우리 부부인들 어찌 알겠어. 하하핫!”


응접실에서 웃음꽃이 필 즈음 식당의 문이 열린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왕룽의 걸쭉한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온다.


“이제 들어오셔도 됩니다.”

주찬이 짐짓 엄살을 피운다.

“배고파 쓰러질 지경인데, 그 녀석 참, 유별나게 저녁을 차리네.”

오스카가 거든다.

“이래봬도 왕 박사가 유학가기 전까지 홍콩에서 주방장으로 꽤나 이름을 날렸지. 자, 다들 아사하기 전에 식당으로 가봅시다!”


일행들은 오스카의 안내를 받으며 만찬이 차려진 식당으로 자리를 옮긴다.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로열 덜튼 식기들이 식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윽고 하우스메이드 두 명이 스프볼을 제각각 사람들 앞에 놓는다. 바투 왕룽이 헤벌쭉거리며 큰 접시를 들고 등장한다. 먼저 주찬이 코를 벌름거리며 반응을 보인다.


“이게 무슨 냄새더라? 기억이 날 듯 말 듯하네.”

왕룽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넌지시 리안을 바라본다. 리안이 킁킁거리며 재촉한다.

“룽 오빠! 음식 갖고 장난하는 거 아냐! 얼른 공개해!”

왕룽이 식탁 주위를 돌며 노릇하게 익은 고깃덩이를 접시에 덜어준다. 다들 싱글벙글 웃는 게 음식의 정체에 대하여 아는 눈치다. 왕룽만이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제자리에 앉는다.

“드셔보시면 다들 깜짝 놀라실 겁니다.”

왕룽은 우쭐거리며 사람들을 일별한다.

“이거 돈버거 아닙니까?”

헨리가 반가운 나머지 선뜻 알은체를 한다. 사람들이 키득거리며 애써 웃음을 참곤 일제히 왕룽을 바라본다. 왕룽은 판이 깨진 탓에 시큰둥하다.

“룽 오빠! 반나절 동안 만든 게 고작 돈버거였어? 실망이야. 난 또 무슨 영국식 황실음식이 나오는 줄 알았잖아?”

수잔이 짐짓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핀잔을 준다. 기가 죽은 왕룽의 목소리가 잦아든다.

“만주 쌍봉계곡에 있을 때 서광휘 대장님이 만들어준 돈버거잖아? 그런데 실망스럽다니 할 말이 없다.”

수잔이 그를 위로한다.

“왕 박사님, 사실 여기 계신 분들은 간간히 돈버거를 만들어서 먹었답니다. 그래도 냄새만으로도 돈버거를 만든 시어머니가 떠오르는걸요. 대단합니다.”

스프볼의 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던 리안이 소리를 지른다.

“꺄악!” 오빠, 이거 만주에서 먹던 양육탕이잖아? 내가 얼마나 그리웠는데······”

리안이 왕룽의 비위를 맞추려는 듯 호로록 소리를 내며 먹는다.

“그렇지? 사람은 변할 수 있지만 입맛은 변하지 않아! 만주에서 자란 사람이 양육탕을 잊어서야 쓰나.”

왕룽이 고개를 꼿꼿이 든다. 한 입 뭉덩 베물고 우적거리던 헨리가 왕룽 쪽으로 고개를 모로 튼다.

“왕 박사님, 돈버거 더 없나요?”

헨리가 빈 접시를 내보인다.

“내일 것까지 만들어놨으니 실컷 먹어!”


신이 난 듯 왕룽이 부엌으로 잰걸음을 놓는다.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린다. 사람들은 돈버거와 양육탕을 먹으면서 추억을 공유한다. 얼마간 달그락거리던 식사 시간이 끝나고 찻잔이 등장한다. 집사가 식탁을 돌며 다즐링차를 따라준다. 향긋한 다즐링차를 음미하던 주찬이 입을 뗀다.


“왕 박사의 환영식을 집에서 조촐하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어.”

리안이 귀를 쫑끗 세운다.

“엄마, 집에서 하는 게 어때서요? 나는 이런 가족분위기가 좋은데? 다른 이유라도 있어요?”

리안이 차를 홀짝거리며 묻는다. 주찬이 왕룽과 시선을 교환한 뒤 말을 잇는다.

“런던과 파리, 홍콩에는 만주에서 망명한 인사들이 많이 있어. 그들은 ‘만주독립위원회’를 결성하고 만주의 독립을 도와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지. 사실 나한테도 적지 않은 인사들이 찾아왔었어. 위원회에 가입하거나 도와달라고 말이야. 아시다시피 남편의 국적이 영국이잖아. 자칫하면 남편과 남편의 조국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 나는 정치적인 중립을 지키겠다고 하고 그들을 돌려보냈어.”

왕룽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어머니, 내 나라 내 조국인 만주를 도와주겠다는 게 뭐가 잘못됐습니까?”

주찬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왕 박사!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야.”

주찬이 날숨을 길게 내쉰 뒤 말을 잇는다.

“지금 홍콩에도 중국공산당이 파견한 정보요원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어. 중국공산당은 홍콩으로 망명한 만주족들이 대만의 장제스와 협력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 만주족과 장제스가 연합하여 만주에서 내란을 일으킬 것을 우려한다는 반증이야.”

왕룽이 발끈한다.

“아버지, 어머니가 만들었다는 ‘빅터 한 재단’에서 만주는 제외됐겠군요.”

난감한 듯 오스카가 얼버무린다.

“재단 정관에 지원의 대상국을 신흥독립국으로 명시했단다. 만주는 독립국의 지위가 아니잖아. 그래서······”

왕룽이 오스카의 말허리를 단박에 자른다.

“아버지! 그러니까 만주가 독립국이 되도록 더 도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중국공산당이 만주를 위해 한 일이 무엇입니까? 마적단이 둥베이의용군에 합류하여 항일무장투쟁을 펼칠 때도 중국공산당은 장제스와 내전을 치르느라 만주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잖아요? 지금에 와서 동포들끼리 돕고 살겠다는데, 그까짓 중국공산당이 뭐가 무서워서 겁을 내느냐 말입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주찬이 왕룽을 타이른다.

“만주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신중히 하도록 해. 둥베이의용군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는 인물은 전부 중국공산당의 감시대상이야. 물론 나와 너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고. 그리고 앞으로 ‘빅터 한 재단’에 대해서 일체 관여하지 마! 재단의 출연금은 마적단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한국인한테서 나온 거니까.”


왕룽은 끙, 속으로 숨을 삼키며 식은 찻잔을 비운다. 오스카가 샴페인을 들고 와 분위기를 돋운다. 그러나 이미 가라앉은 이야기의 주제는 좀체 살아날 기색이 없다. 리안이 만주에서의 추억을 비장의 카드로 꺼내보지만 그저 물 위에 뜬 기름처럼 겉돌 뿐이다.


주찬이 하품을 하며 졸음에 겨운 척한다.


“폭식을 해서 그런지 졸음이 쏟아지는구나. 리안, 엄마 좀 침실로 데려다주련?

“네, 엄마!”

주찬이 수잔 모자를 바라본다.

“2층 손님방에서 주무시고 가시구려.”

“우리 모자는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주무십시오!”

수잔이 인사말을 건넨다. 헨리도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한다.


리안이 휠체어를 밀고 침실로 향한다. 수잔과 헨리도 슬그머니 2층으로 연결된 계단을 오른다. 오스카는 창문에 기댄 채 담배를 피운다. 왕룽은 식탁 위에 널브러진 접시를 부엌으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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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6화 의사 왕룽 +1 19.06.23 116 3 17쪽
125 125화 빅터 한 재단 +2 19.06.19 123 3 13쪽
124 124화 인천상륙작전 +1 19.06.13 157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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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겹생 +3 19.06.10 119 2 16쪽
121 121화 하와이 +1 19.06.07 129 3 14쪽
120 120화 소령 맥나마라 +4 19.06.06 134 2 15쪽
119 119화 한초희 +1 19.06.05 138 2 14쪽
118 118화 맥아더 원수 +1 19.06.04 131 2 14쪽
117 117화 기만방송 +1 19.06.03 127 2 13쪽
116 116화 코리안 커넥션 +1 19.06.01 138 2 12쪽
115 115화 잠수함 +1 19.05.30 185 2 13쪽
114 114화 6.25 전쟁 +1 19.05.29 153 2 12쪽
113 113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특명 1호 ‘폭풍’ +1 19.05.21 133 2 11쪽
112 112화 금괴수송작전 +1 19.05.19 173 2 10쪽
111 111화 '암호명 A-1' +1 19.05.18 125 2 13쪽
110 110화 악연(惡緣) +1 19.05.17 125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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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84화 채권(債券) +1 19.05.08 128 2 11쪽
83 83화 다카키 마사오 +1 19.05.08 138 2 12쪽
82 82화 광복군(光復軍) +1 19.05.08 120 2 13쪽
81 81화 육군정보학교 +2 19.05.08 122 2 11쪽
80 80화 홍콩행 +1 19.05.07 130 3 13쪽
79 79화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3 19.05.07 118 2 12쪽
78 78화 김원봉과 김구 +1 19.05.07 117 2 16쪽
77 77화 까레이스키 +3 19.05.07 116 2 12쪽
76 76화 탈출(脫出) +1 19.05.07 122 3 9쪽
75 75화 박정희와 최태민 +1 19.05.07 126 2 9쪽
74 74화 중일전쟁(中日戰爭) +1 19.05.07 121 2 13쪽
73 73화 강제이주 +3 19.05.06 115 1 12쪽
72 72화 마루타 +1 19.05.06 115 1 12쪽
71 71화 막후 실력자 +1 19.05.06 115 2 13쪽
70 70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등장 +1 19.05.06 115 1 15쪽
69 69화 천황결사옹위청년단 +1 19.05.05 121 1 15쪽
68 68화 후흑학(厚黑學) +1 19.05.05 124 1 13쪽
67 67화 경몽장(耕夢莊) +1 19.05.05 118 1 12쪽
66 66화 학교(學校) +1 19.05.05 118 1 8쪽
65 65화 국제연맹(國際聯盟) +1 19.05.05 118 1 19쪽
64 64화 나타샤 +1 19.05.05 117 1 11쪽
63 63화 보고서 +1 19.05.05 118 1 11쪽
62 62화 시인과 영웅 +2 19.05.04 128 2 15쪽
61 61화 탄생의 비밀 +2 19.05.04 119 2 18쪽
60 60화 국경수비대 +1 19.05.03 118 2 13쪽
59 59화 제네바협약 +4 19.05.03 123 2 18쪽
58 58화 명백한 운명 +1 19.05.03 117 1 16쪽
57 57화 미두취인소(米豆取人所) +1 19.05.03 120 1 12쪽
56 56화 생포(生捕) +1 19.05.02 118 2 13쪽
55 55화 참패(慘敗) +1 19.05.02 118 2 14쪽
54 54화 향수병(鄕愁病) +1 19.05.02 119 2 18쪽
53 53화 음악회 +1 19.05.02 119 2 18쪽
52 52화 들개 진구 +1 19.05.02 125 2 24쪽
51 51화 가락지 +3 19.05.02 127 2 26쪽
50 50화 덫 +1 19.05.01 130 1 28쪽
49 49화 추격전(追擊戰) +1 19.04.30 120 2 35쪽
48 48화 쌍성보전투(雙城堡戰鬪) +1 19.04.30 125 2 39쪽
47 47화 광휘와 빅터 +3 19.04.29 126 2 33쪽
46 46화 특별수사본부(特別搜査本部) +4 19.04.29 123 2 41쪽
45 45화 만저우리(滿洲里) +4 19.04.28 117 3 35쪽
44 44화 폭풍전야(暴風前夜) +1 19.04.28 118 3 37쪽
43 43화 Boys, be ambitious! +1 19.04.27 125 2 39쪽
42 42화 만주국(滿洲國) +5 19.04.27 133 2 38쪽
41 41화 만몽영유계획(滿蒙領有計劃) +1 19.04.26 130 3 25쪽
40 40화 재회(再會) +1 19.04.26 132 3 30쪽
39 39화 빅터 한 +1 19.04.25 138 3 49쪽
38 38화 박진만 +2 19.04.25 141 3 45쪽
37 37화 정보국 5과 +3 19.04.24 145 3 51쪽
36 36화 마적(馬賊) 왕리 +2 19.04.24 145 3 49쪽
35 35화 삼두정치(三頭政治) +2 19.04.23 144 3 42쪽
34 34화 주찬 +1 19.04.23 140 3 51쪽
33 33화 만주야사(滿洲野史) +2 19.04.22 138 3 50쪽
32 32화 서광휘 +2 19.04.22 141 3 47쪽
31 31화 국내진공작전(國內進攻作戰) +2 19.04.21 166 4 47쪽
30 30화 미쓰야협정(三矢協定) +4 19.04.21 141 4 46쪽
29 29화 출산(出産) +3 19.04.20 153 4 43쪽
28 28화 밀항(密航) +2 19.04.20 142 4 45쪽
27 27화 불령선인(不逞鮮人) +1 19.04.19 140 4 43쪽
26 26화 님의 침묵 +1 19.04.19 147 4 48쪽
25 25화 이민(移民) +2 19.04.18 158 4 39쪽
24 24화 회자정리(會者定離) +2 19.04.18 148 5 44쪽
23 23화 여걸(女傑) 수잔 +5 19.04.17 150 4 46쪽
22 22화 3·1 만세운동 +5 19.04.17 152 4 44쪽
21 21화 천적(天敵) +1 19.04.16 153 5 49쪽
20 20화 아카키 타이요우(赤木太陽) +4 19.04.16 159 5 52쪽
19 19화 망국(亡國) +4 19.04.15 167 3 49쪽
18 18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3 19.04.15 171 3 46쪽
17 17화 한성진격작전(漢城進擊作戰) +4 19.04.14 166 4 49쪽
16 16화 의병전쟁(義兵戰爭) +4 19.04.14 173 4 43쪽
15 15화 춘투(春鬪) +5 19.04.13 185 3 47쪽
14 14화 암살미수(暗殺未遂) +4 19.04.13 200 3 37쪽
13 13화 결혼(結婚) +3 19.04.12 277 6 42쪽
12 12화 돈버거 +9 19.04.12 258 7 44쪽
11 11화 대한제국(大韓帝國) +2 19.04.11 281 7 45쪽
10 10화 김출세(金出世) +7 19.04.11 302 8 42쪽
9 9화 낙향(落鄕) +4 19.04.10 321 8 42쪽
8 8화 혁파안(革罷案) +4 19.04.10 335 9 41쪽
7 7화 증기자동차 +2 19.04.09 392 12 22쪽
6 6화 2차 사행(使行) +2 19.04.09 395 13 24쪽
5 5화 견문록(見聞錄) +5 19.04.08 444 14 19쪽
4 4화 북경(北京) +1 19.04.08 544 12 19쪽
3 3화 만남 +1 19.04.08 668 13 15쪽
2 2화 1차 사행(使行) +2 19.04.08 975 14 14쪽
1 1화 파락호(破落戶) 이하응 +17 19.04.08 1,902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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