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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스코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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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강
그림/삽화
울프강
작품등록일 :
2019.04.08 22:03
최근연재일 :
2019.06.22 21:43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472
추천수 :
19
글자수 :
125,361

작성
19.04.1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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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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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9화 – 이상한 답사.

DUMMY

“여기야.”


선정이 멀리서 동주를 보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풍성한 흰색 치마에 노란색 반팔 니트가 단발머리의 선정에게 무척 잘 어울렸다. 남자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깔끔한 여친룩의 모습이었다.


동주는 총총걸음으로 선정을 향해 다가갔다. 그때 동주의 뒤에 붙어 있던 두 사람을 발견한 선정이 손가락으로 그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엥? 근데 이 꼬리들은 뭐야?”


동주의 뒤로 미정과 찬성이 줄줄이 비엔나 소세지처럼 달려 있었던 것이다.


미정을 집에 혼자 놔두기가 불안했던 동주가 미정을 답사에 함께 데려가기로 했는데, 그 사실을 안 찬성이 이번에는 미정을 따라 같이 답사를 가겠다며 따라 나섰던 것이었다.


“몰라. 나도. 신경 안 써도 되니까 그냥 답사나 가자.”


동주는 체념한 표정으로 한숨을 푹 하고 내쉬며 대답했다.


“뭐. 답사만 방해 안하고 얌전히 있는다면야 상관은 없지만... 근데 이거 꼭 엠티 가는 분위긴데?”


“엥? 뭐야 선정이랑 같이 가는 거였어?”


헤벌쭉한 표정으로 미정의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찬성이 선정을 발견하고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참. 너희 아는 사이지?”


“그럼. 너무 잘 알지.”


선정이 찬성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찬성은 일부러 딴청을 부리려는 듯 다른 곳을 쳐다보며 선정의 시선을 피하는 눈치였다.


동주는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했지만 옆에 있던 미정을 의식해 자세히 묻지 않기로 했다.


“그럼 가볼까?”


선정이 빙그르르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 덕분에 선정의 치마 자락이 우산처럼 우아하게 삭하고 펼쳐졌다.


선정이 어미오리처럼 맨 앞에서 성큼성큼 걸어가자 나머지 세 사람이 그 뒤를 새끼오리처럼 종종거리며 따라갔다.




기차로만 무려 네 시간을 가고, 거기에 또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 시간 넘게 달려서야 겨우 선정이 말하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게 뭐야. 겨우 조그만 절이잖아.”


찬성이 있는 대로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선정에 이끌려 무려 다섯 시간이나 걸려 찾아온 곳이 다름 아닌 여느 평범한 사찰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멍청이들. 평범한 절이면 여기까지 어렵게 찾아왔겠니? 이건 평범한 절이 아냐. 이 곳을 찾아내느라 내가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알아? 이곳은 말이야.”


선정이 뭔가 자만심 가득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 모습이 마치 전문 관광 가이더 같았다.


“잘 들어봐. 이 절에는 다른 절과 다른 특별한 게 있단 말이야.”


“뭐? 그게 뭔데?”


동주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먼저 선정에게 물었다.


“후훗. 너희들 혹시 사생불이라고 알아?”


“사생불?”


“그래. 그게 뭐냐 하면 말이지. 말하자면 살아있는 미이라 같은 거야.”


“뭐? 미이라 라고?”


온종일 투덜거리던 찬성이 미이라 라는 말에 급 관심을 보이며 되물었다.


“그래. 공력이 아주 높은 스님은 가끔 참선하는 도중에 열반에 드시는 경우가 있대. 그러니까 앉아 계시다가 자연스럽게 돌아가시는 거지. 근데 신기하게도 그 시신이 썩지 않고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존되는 경우가 있대. 그건 겨우 천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라는데 바로 이 절에 그 사생불이 있다는 거야.”


“우와 정말?”


찬성이 갑자기 신이 난 듯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래. 우리나라에 단 하나밖에 없는 이 사생불은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에 그러니까 고려시대가 되겠지. 그때 이 절에는 지반이라는 공력이 아주 높은 스님이 계셨대. 그런데 그 지반 스님이 참선 수행도중에 급작스럽게 열반에 드셔서 세상을 떠나게 되시면서 이 사생불이 만들어 지게 된 거지.”


“와. 천년된 시체... 아니 미이라인거네. 뭔가 좀 으스스 한데? 시체를 보러 간다는 거잖아.”


찬성은 자기가 더욱 신이 나서 떠들어 댔다.


“사생불은 단순한 시체가 아니야. 이 사생불에는 특별한 힘이 있단 말이야.”


“응? 특별한 힘이라니 그게 뭔데?”


이번에는 동주가 선정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선정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뜸을 들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 사생불을 함부로 만져서는 절대로 안 돼.”


“응? 왜?”


동주와 찬성이 동시에 선정에게 되물었다.


“사생불의 몸에선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한 독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사생불에 몸이 아주 조금이라도 닿게 되면 시름시름 앓다가 3시간 안에는 바로 즉사하게 된다는 거야.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이 사생불의 존재를 일반인에게는 알리지 않도록 하게 된 거래.”


“우와. 독이 나오는 시체라니. 대단한 걸?”


찬성은 철없는 어린아이 같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이야기를 들은 동주와 미정은 말없이 서로의 얼굴만을 응시하고 서 있었다.


“그럼 어떻게 사생불을 보러 간다는 거야? 독이라도 묻으면 위험할 텐데?”


동주가 걱정되는 표정으로 물었다.


“멍청하긴. 그러니까 몰래 들어가야지. 몸에 닿지만 않으면 조금도 위험하지 않다는 거니까. 멀리서 사진 몇 장만 찍고 조용히 빠져나오면 돼. 아무도 모를 테니까 말이야. 자 그럼 가볼까?”


선정이 먼저 성큼성큼 절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주말이라 절을 찾은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고 사생불이 있는 별채 앞까지 당도할 수 있었다.


“자. 여기야.”


선정이 손가락으로 별채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랑 동주가 같이 들어갈 테니까 두 사람은 밖에서 망을 봐줘.”


“뭐? 싫어. 나도 사생불 보고 싶단 말이야. 나도 들어갈래.”


찬성이 버릇 나쁜 어린아이처럼 몸을 흔들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넌 답사랑 상관도 없는 애가 왜 따라와서 귀찮게 하는 건데?”


선정이 짜증난다는 듯이 찬성에게 대꾸했다.


“그래도. 나도 보고 싶단 말이야. 응? 나도 같이 가자.”


“아휴. 왜 귀찮게 따라와서는 알았어. 그럼 다 같이 들어가자. 설마 누가 들어오기야 하겠어.”


“야호. 신난다.”


선정은 주위를 살피며 문을 살며시 열고 몸을 쏙 하고 집어넣었다. 뒤이어 차례로 동주와 미정 찬성이 살금살금 선정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오. 살아 있는 것 같애.”


사생불을 바라보는 네 사람의 입이 동시에 쩍 하고 벌어졌다. 그들의 바로 코앞에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완벽히 보존되어 있는 사생불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이게 정말 천년이나 된 시체라고? 말도 안 돼.”


찬성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되뇌었다.


“감탄만 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 자 빨리 사진이나 찍자.”


선정은 가방에서 큼지막한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더니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카메라에서 찰칵 찰칵 하는 기분 좋은 소리가 전해졌다.


“자. 그리고 답사했다는 걸 증명하려면 함께 찍은 사진도 있어야겠지?”


“동주야. 너부터 저기 옆에 서봐. 너무 가까이 붙지는 말고 말이야.”


“그래. 알았어.”


동주는 쭈뼛쭈뼛 사생불 옆으로 가서 꾸부정한 자세로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얼굴 표정이 그게 뭐니? 자연스러운 표정을 좀 지어봐. 허리 펴고 그리고 좀만 더 옆으로 붙어봐. 남자애가 뭐 그렇게 겁이 많니?”


선정은 전문 사진사처럼 동주에게 표정을 요청했다.


“이... 이렇게?”


동주는 겨우 한 발자국 더 사생불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래도 계속 겁이 나는지 얼굴표정은 점점 더 부자연스럽게 일그러지기만 했다.


“아휴. 답답아. 얼굴을 이렇게 펴라고.”


보다 못한 찬성이 동주의 표정을 펴주려고 동주에게 다가가던 그때 갑자기 찬성의 스텝이 꼬이면서 몸이 기우뚱하고 기울어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어? 어? 왜 이러지?”


찬성의 몸이 동주 쪽으로 천천히 기울어지면서 쓰러지기 시작했다.


“야. 너 왜 그래? 저리가. 오지 마!”


“아이 씨. 그게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냐. 어 어 부딪힌다.”


찬성의 몸이 동주 쪽으로 픽하고 쓰러지면서 동주의 가슴팍을 퍽하고 밀쳐냈다. 그 바람에 찬성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동주가 그 충격으로 사생불 쪽으로 도미노처럼 쓰러지면서 그만 사생불의 얼굴과 정면으로 박치기를 해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꺅! 어떡해!”


말이 없던 미정이 그 광경을 보고는 제일 먼저 비명을 질렀다.


별채 안에서 두 사람이 바닥에 넘어지는 소리와 사생불이 떨어지는 소리 때문에 우당탕탕하는 요란한 소리가 났다.


곧 미정의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들은 스님들이 별채로 들이닥쳤다. 스님들은 사생불이 두 사람들과 엉켜 바닥에 넘어져 있는 것을 목격하고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이런 일이. 사생불이 떨어지다니...”


스님들은 사생불이 떨어진 자리에 서둘러 다가갔다. 동주가 사생불을 끌어안고 넘어졌던 때문인지 사생불의 몸체는 온전하게 보전되어 있었다. 스님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런데 그때 찬성이 바닥에 누워있는 동주를 흔들어 대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야. 동주야. 너 괜찮아? 새끼야. 정신 좀 차려봐.”


사생불과 얼굴이 부딪혀 바닥에 쓰러진 동주가 굉장히 괴로운 표정으로 바닥에 누워 신음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동주가 독에 중독된 것 같아. 어떡하지?”


찬성은 선정과 미정을 다급하게 돌아보며 소리쳤다.


“난 몰라. 난 몰라. 어떡해.”


늘 의기양양하던 선정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독에 중독됐어. 앞으로 3시간 밖에 시간이 없어. 3시간 뒤면 동주는 죽는다고...”


세 사람은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동주의 얼굴만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서 있었다.



(10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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