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가족 : 남조선 회귀건달 용팔이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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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다기(多奇)
작품등록일 :
2019.04.09 00:29
최근연재일 :
2019.05.1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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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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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건달의 기원 (4) - 건달학개론 (하)

DUMMY

마빡이가 이현세 만화 '지옥의 링' 주인공 권투선수 까치를 닮았다는 건 자주 듣는 말이었다. 중간 키에 근육질 몸매, 사방으로 뻗치는 굵은 생머리에 각진 턱. 외모와 느낌도 비슷했지만 운동 실력이 더욱 그렇다.


앞에서도 밝혔듯 마빡이는 소년체전에 시 육상 대표로 나갈 정도로 운동 실력을 타고났다. 그러나 마빡이의 부모님은 생전에 마빡이를 체육인으로 키우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이다.


아차, 지금까지 내가 지금까지 별명만 불렀나 보다. 마빡이의 본명은 마박사(博士)이다. 유년기에 돌아가신 마빡이 아버지가 백제의 개국공신 장흥 마씨 가문의 찬란했던 영광을 다시 찾으라고 지어준 이름이란다. 찢어지게 가난한 이유가 무식하기 때문이라고 세상 탓만 하다가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회귀 전 기억에 따르면, 마빡이는 공부도 잘했는데 달리기 실력 때문에 범죄의 세계로 끌려간 케이스였다. 소년체전에서 영등포 시장파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들이 마빡이를 배달책으로 이용하고 버렸다.


여수에서 갯지렁이를 담은 소형 스티로폼 상자 한 트럭을 노량진 시장으로 몰고 가서, 이걸 다시 시장 안의 서른 개 남짓한 횟집에 던지는 간단한 일이었다. 그들은 싱싱한 배달이 생명인데 한 바퀴 도는 데 민첩하고 재빠른 속도가 마음에 든다는 핑계로 마빡이를 끌어들였다. 건당 오십 만원을 수고비로 줬으니 가난한 고학생의 신분으로는 꿀 알바인 셈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들은 여수 갯지렁이 채취장으로 위장한 필로폰 정제 공장에서 서울로 판매를 담당하는 공급책이었다. 갯지렁이 상자 뚜껑에 필로폰 가루를 2g씩 봉지에 붙여 덮은 후 '낚시용 고급 미끼'라고 포장해서 뽕쟁이들에게 판매하는 점조직이었다.


여수가 목포와 가까운 데다 돈이 궁하고 잘 뛰는 마빡이야말로 여차하면 도주에도 용이할 것이라는 점이 배달책으로 포섭한 이유였다. 또 보호해 줄 별다른 배경도 없는 깡촌 고아라는 점도 만만하게 보였다.


영등포 관내 경찰서와 긴밀한 유착관계였던 '시장파'는 비호 속에서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라이벌이던 '역전파'와 새로 개업한 '황금마차 카바레'를 둘러싸고 이권 다툼이 벌어졌다. 이때 살인사건 현장에서 마약 거래 정황이 드러나며 사건이 불거지게 되었다.


'역전파' 행동대장이 습격한 카바레 밀실에서 '시장파' 조직원이 마약 파티를 벌이던 중 피살된 것이다. 갯지렁이 상자가 얼음통에 담긴 채 범죄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 자리에는 유명 여가수와 지역구 국회의원 아들 등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시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에 속아 성실하게 운송만 했던 마빡이는 혐의를 혼자 뒤집어쓰고 억울한 징역을 8년이나 살았다. 나는 뚜껑이 열렸다.


영등포로 달려간 우리는 '시장파'와 대낮 도로 혈전을 벌였고, 마빡이를 끌어들인 공급책 일당 네 명을 모두 죽여 응징했다. 숨어있던 '시장파' 보스(별명이 홍건적이다)를 이 잡듯 뒤져 찾아낸 나는 그를 칼로 담갔으나 죽이지는 못했다. 이 일로 나는 살인 및 폭처법 위반 등으로 15년을 받았고 모범수로 감형, 10년 만에 석방되었다.


그 사이 우리 '용팔이파'는 '영등포 시장파'의 보복원정으로 와해되었다. 내가 구속되자마자 목포까지 버스를 대절해 온갖 연장을 들고 내려온 놈들은 나이트클럽 가드였던 돌격대장 진성이와 춘재, 웨이터였던 만수와 모처럼 놀러 온 꼬맹이 미후까지 모두 죽이고 말았다.


경찰대학이 목표였던 마빡이는 빵에서 검정고시를 땄지만, 경찰 응모 자격이 박탈됐다는 사실을 알고는 크게 좌절하고 망가져갔다. 빽 없는 마약 전과자는 특별 단속기간이면 소위 짭새의 '봉' 이 된다.


이 경찰서 저 경찰서 다 불려 다니며 온갖 미제사건의 혐의는 다 뒤집어썼고, 실적을 위해 증거도 없이 들락거리기가 몇 번인지도 모른다. 급기야는 어차피 옥살이할 바에 돈이나 벌자며 '수형 대행' 전문 '땜빵'으로 1년 살면 얼마, 이런 식으로 푼 돈을 챙기는 쓰레기 인생으로 삶을 허비하게 되었다.


결국, 동생들이 다 죽고, 또 마빡이가 나를 배신하고, 우리가 모두 불행해졌던 '용팔이파'의 몰락은 지켜주지 못한 내 책임이기도 했다. 이러한 비극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돌아온 이후, '왕초'의 비참한 죽음을 막아서지 못한 날 결심했었다.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것이다.


***


다시 마빡이 얘기로 돌아와서, 저 녀석이 그토록 원하는 경찰대학에 권투 특기생으로 입학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뒷바라지하는 중이다.


그런 맥락에서 마빡이에게 아카데미 강좌는 발표력과 리더십이 향상에 도움이 되는 활동인 셈이다. 면접이랑 논술에 아무래도 논리적인 사고가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저 명랑한 녀석. 내 동생 마빡이.


***


교실에서는 스트레이트, 훅 자세를 보여준 마빡이의 강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자! 중요한 얘긴께 잘 들어보드라고! 지금 내 동작은 뭣이여?"


"훅"


"스트레이트"


"원빵"


마빡이가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빵은 빵인디."


자갈치 칼침이 갸우뚱하며 말했다.


"선빵?"


마빡이가 손가락으로 칼침을 지목하며 말했다.


"참 바람직한 훈련생이랑께."


칼침은 으쓱하며 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선빵. 선빵은 엄금. 요것이 3항이여."


망생이들은 제3항. 선빵 엄금이라고 적었다.


"협박, 폭력은 정 부득이할 때, 비즈니스를 위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잉께. 선빵을 금하는 것이여. 폭력은 정당방위일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이말이지라. 돈 받으러 가서 먼저 막 선빵을 날리면 뭐다? 그건 그냥 깡패 새끼인게."


그렇다. 선빵을 날리면 모든 면에서 불리하다. 특히 목격자가 많은 상황에서는 먼저 많이 맞은 후 부득이하다고 느껴지는 상황을 끌어낸 후 공격을 개시하는 편이 좋다. 뭐 격하게 자빠지거나 펀치를 맞으며 고개를 과도하게 확 제키는 등의 할리우드 액션은 애교로 봐줄 수 있다.


마빡이가 작은 목소리로 팁을 하나 더 줬다.


"이건 적지 말고 그냥 들으쇼잉. 그럴 때 안 있간디? 하필이면 이 먹튀가 암만 봐도 개양아치여. 그런 인간 있잖애. 표정, 태도. 약속도 안 지키는디 했던 말도 까묵고 맨날 그런 적이 없다고 쌩까면서 깐주욱 깐주욱 매를 버는 부류. 근디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녀, 내 동료 선수 세 명 이상이 똑같이 느낀다 혀보자고라. 그럼 뭐여?"


"양아치!"


"옳지. 걍 진짜 개양아지 맞당께. 이럴 땐 방법이 딱 하나여. 절대 선빵은 안되지라. 그럴 땐 겁을 주는게 장땡이지라. 그땐 그냥 배를 까는 겨. 내 배를. 그리고 병을 하나 들어. 그리고 빡! 깨는겨. 낸중에 실습으로 백 개도 넘게 해볼 거니께 다 새끈한 실력이 될 것이고."


마빡이가 배를 까자 초콜릿 복근에 밭 전(田) 자가 선명했다. 망생이들의 탄성이 터졌다.


"훠우~~~"


"그리고 긋는거여."


분필 망생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군은 이 동작 잘 하겠구만그랴. 이건 배에 기름이 엔간해야 안전하니께. 배에 살 좀 찌우라고. 나처럼 근육만 있으면 피도 잘 안 나고 깊이 쑤시면 솔찮이 위험하니께."


교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큭큭 터졌다.


"자 수금준칙 4항. 마지막 항목은 복창하겠습니다. 수금 복장 착장."


망생이들이 일제히 따라 복창을 했다.


"수금 복장 착장."


"정중한 태도를 위해 깜장 양복을 입으라 이 말이여. 근무할 때만 말여. 두발은 단정히 깎되 귀나 목을 덮지 않도록. 가끔 머리채를 잡히는 일이 있응께. 기왕이면 대갈빡 바티 치는게 낫당께."


마빡이는 칠판에 써머리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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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정의연맹 수금준칙


1. 근무시간 엄수 - 공무원에 준함.

2. (구역) 준수 - 관할구역, 우선수임 준수, 중복 수임 금지.

3. 선빵 엄금 - 정당방위 때만 물리력 행사.

4. 복장 착장 - 정중한 비즈니스 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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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대한거지연맹'의 왕초가 세운 원칙의 응용 편이었다. 이 원칙이 몸에 밴 대한거지연맹 중 비즈니스에 눈을 뜬 대다수의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대한정의연맹'으로 따라오는 추세였다.


어떤 시인은 이러한 원칙을 준수하는 '용팔이파'를 ‘낭만 건달’이라 칭했다. 다시 태어난 용팔은 ‘직업 거지’를 ‘직업 건달’로 레벨 업 시켰을 뿐만 아니라, '양아치'나 '깡패'와 격을 달리하며 명실상부한 '건달 본좌'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작가의말

이번 화로 건달학개론 강좌를 마칩니다. 강의를 끝까지 따라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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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007. 가족의 탄생 (10) - 드디어 가족 (상) 19.05.08 278 5 9쪽
31 007. 가족의 탄생 (9) - 상견례 (하) 19.05.07 261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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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007. 가족의 탄생 (7) - 상견례 (상) 19.05.06 288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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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007. 가족의 탄생 (5) - 후견인 (중) 19.05.03 304 6 7쪽
26 007. 가족의 탄생 (4) - 후견인 (상) 19.05.02 302 6 10쪽
25 007. 가족의 탄생 (3) - 남조선 삼촌 (하) 19.05.01 309 6 13쪽
24 007. 가족의 탄생 (2) - 남조선 삼촌 (중) 19.04.30 327 6 9쪽
23 007. 가족의 탄생 (1) - 남조선 삼촌 (상) 19.04.29 355 6 11쪽
22 006. 1997년 설날 (4) - 탈북 19.04.27 348 5 10쪽
21 006. 1997년 설날 (3) - 감자공장 강도사건 (하) 19.04.26 325 3 9쪽
20 006. 1997년 설날 (2) - 감자공장 강도사건 (중) 19.04.25 321 4 11쪽
19 006. 1997년 설날 (1) - 감자공장 강도사건 (상) 19.04.24 356 3 11쪽
18 005. 10년의 길 (3) - 백도라지 농장 19.04.23 366 4 9쪽
17 005. 10년의 길 (2) - ‘1호 역’ 공사 19.04.22 389 3 9쪽
16 005. 10년의 길 (1) - 용팔의 선택 19.04.21 406 4 10쪽
15 004. 악연 (4) - 스물아홉 생일 19.04.20 385 3 14쪽
14 004. 악연 (3) - 영등포 시장파 (하) 19.04.17 422 3 12쪽
13 004. 악연 (2) - 영등포 시장파 (중) 19.04.16 406 4 9쪽
12 004. 악연 (1) - 영등포 시장파 (상) 19.04.15 424 3 10쪽
11 003. 야쿠자 여걸 (3) - 혜산 감자공장 (하) 19.04.13 455 5 13쪽
10 003. 야쿠자 여걸 (2) - 혜산 감자공장 (중) 19.04.13 469 4 13쪽
9 003. 야쿠자 여걸 (1) - 혜산 감자공장 (상) 19.04.12 538 4 15쪽
» 002. 건달의 기원 (4) - 건달학개론 (하) 19.04.12 551 5 10쪽
7 002. 건달의 기원 (3) - 건달학개론 (중) 19.04.11 624 5 11쪽
6 002. 건달의 기원 (2) - 건달학개론 (상) 19.04.11 702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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